2009년 10월 14일 수요일

◎국내 기업의 투자패턴, ‘확장’보다는 ‘경쟁력’에

LG경제연구원 '국내 기업의 투자패턴, ‘확장’보다는 ‘경쟁력’에'

 

 

국내 기업의 투자에서 연구개발투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한 반면 유형자산투자 비중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외형확대보다는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투자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 사업에서 성장기회를 찾지 못한 국내 기업들이 지분투자를 통한 M&A나 해외진출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으려고 하는 투자전략의 변화도 감지된다.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유형자산투자보다는 연구개발투자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있었지만 현금창출 능력이 낮아 투자여력이 크지 않았다. 당분간 취약한 수익구조가 투자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외부 경영환경 호전과 더불어 현금흐름 창출능력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외형성장을 위한 설비투자와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무형자산 투자가 동반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 목 차 > 
 
Ⅰ. 국내 경제의 설비투자와 성장성
Ⅱ. 국내 기업의 투자패턴 변화
Ⅲ.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투자활동 비교
Ⅳ. 맺음말
 
 
 
Ⅰ. 국내 경제의 설비투자와 성장성  
 
 
기업들은 미래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투자한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통해 생산설비를 확충해야 한다. 확대된 생산설비를 통해 제품생산을 늘리고 매출 규모가 늘어나야 기업의 성장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투자에는 실패의 위험이 따른다. 투자활동에 수반되는 투자비용 이상의 수익을 얻어야 기업은 생존한다.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지나친 투자확대는 기업 부실화의 원인이 된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투자에 따르는 실패의 위험도 높아진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의 연쇄적인 도산을 통해 지나친 외형 확장 전략의 부작용을 경험했다. 그리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건실한 재무구조의 중요성을 깨달으면서 투자활동이 상당히 신중해졌다. 최근과 같이 실물경제가 위축된 경영환경에서는 실패의 위험이 높아진 만큼 단기간 내에 설비투자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투자활동으로 미래의 성장기회를 상실한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과 같이 투자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설비투자를 확대할 경영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수익성이 낮아질 때에는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유지하고 현금흐름을 긴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생존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경제의 투자부진이 지속되고 성장성이 낮아지면서 성장기반 약화에 대한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경제와 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설비투자 부진 지속 
 
전반적인 경영환경이 개선되지 못하면서 우리경제의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외환위기의 충격으로 급격한 하락과 상승을 반복했던 설비투자 증가율은 2003년 이후 안정세를 되찾아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설비투자 활동은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2000~2008년 동안 연평균 우리나라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6.2%를 기록하여 외환위기 이전인 1986~1996년의 14.4%에 비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2008년 하반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실물경제로 확산되면서 국내 설비투자는 극도로 위축되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2008년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14.0%의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2008년 연간 기준으로 -2.0%를 기록했다. 2009년 들어 설비투자 부진은 더욱 심화되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3.5% 감소했다. 2009년 1분기를 고비로 설비투자 위축세가 다소 진정되었지만 2009년 2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17.2%를 기록해 큰 폭의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그림 1> 참조).  
 
실물경제와 기업들의 외형 성장세 하락 
 
설비투자 부진과 더불어 우리경제의 성장세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제성장이 본격화된 1970년대 이후 우리경제의 성장률은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1970년대 연평균 8.3%를 기록했던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980년대 7.7%, 1990년대 6.3%, 2000년대 4.8% 등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실물경제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국내 기업의 외형성장세도 둔화되었다. 1970년대 연평균 29.8%를 기록했던 국내 제조기업의 유형자산증가율은 1980년대 18.9%, 1990년대 14.5% 등으로 낮아졌고 2000년대 들어서는 4.2%로 하락했다. 1970년대 연평균 30%가 넘었던 총자산증가율이나 매출액증가율도 모두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 1980~1990년대 10%대로 하락한 데 이어 2000년대에는 10% 이하로 낮아졌다(<그림 3> 참조).
 
이와 같이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하락하는 추세 속에서 시기별로 외형성장세 간에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1970년대에는 매출증가율이 총자산증가율이나 유형자산증가율에 비해 더 높았다. 1980년대에는 매출액증가율, 총자산증가율, 유형자산증가율이 모두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차이가 거의 없었다. 1990년대에는 총자산증가율과 유형자산증가율이 매출증가율에 비해 더 높아 이전에 비해 기업들의 투자가 매출증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1990년대와 반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2000~2008년 연평균 유형자산증가율(4.2%)은 매출액증가율(10.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총자산증가율(7.3%)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경기가 확장하고 수요가 증가하면 기업들은 매출확대를 위해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매출증가율과 자산증가율의 비교를 통해 보면 국내 제조기업들은 2000년대 들어서는 매출 증가에 대해 과거와 다르게 반응했음을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매출이 증가하더라도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기존 설비의 가동률을 높이거나 내부적인 효율성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설비투자를 가급적 억제했던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수익성보다는 위험에 더 무게중심을 두는 투자관행이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극심한 경기침체와 강력한 구조조정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보수적 경향이 강화되고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투자 방식의 진화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기업들의 성장성이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성장기반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투자 부진이 지속되면 기업들의 생산능력이 약화되고 고용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경제의 전반적인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저하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익성과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기업들의 투자가 확대되면 경제 전체의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경제 성장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도 투자부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투자부진에 대한 우려감은 주로 설비투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실물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외형 확대에 필요한 설비투자의 둔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규모를 늘렸지만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투자 확대는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약화시키고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과 같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외형성장보다는 기업의 내실을 다지는 경영활동이 요구된다.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투자 확대는 성장기회의 상실보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국내 제조기업의 성장세의 변화는 환경변화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대응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최근 설비투자 부진은 경영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투자활동의 진화 과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Ⅱ. 국내 기업의 투자패턴 변화 
 
 
기업의 입장에서 미래의 성장과 수익 증가를 위한 금전적 지출을 모두 투자로 볼 수 있다. 미래의 성장과 수익 증가를 위해서는 다양한 경영자원의 결합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유형자산뿐만 아니라 인적자원, 지적재산권 등과 같은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래의 수익을 기대한 지출로 투자의 범위를 확대하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뿐만 아니라 지식자산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비 지출, 사업확장을 위한 지분투자 등도 모두 투자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좀더 투자의 범위를 확대하면 근로자의 업무역량 강화에 필요한 교육훈련비와 인건비 등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성장성 및 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어 투자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설비투자가 당장 늘지 않았더라도 연구개발투자가 크게 늘면서 신제품 개발 능력을 강화하고 지식자산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면 성장잠재력이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연구개발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면 신제품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 증가가 필요해지고, 이는 기업의 성장성 제고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개발투자를 통해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매출이 확대되면 설비투자 증가가 필요해진다. 이와 같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가 상호 유발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 건실한 성장을 위해 바람직하다.  
 
지분투자는 실물경제 관점에서 투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분투자는 새로운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이미 투자한 것에 대한 소유권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지분투자도 중요한 투자활동에 포함된다. 기업을 설립하거나 이미 설립된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 특히 기업을 새로 설립하여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형태는 다르지만 새로 설립된 기업을 통해 유형자산 투자가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유형자산 비중 감소 
 
기업들의 투자행태 변화는 기업들의 자산 구성에 반영되어 있다. 기업의 자산구성을 살펴보면 투자패턴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국내 제조기업의 자산 중에서 설비투자의 결과인 유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 이후 증가하다가 2000년 이후에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조기업의 총자산 중에서 유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45.2%에서 2008년 36.4%로 낮아졌다. 유동자산의 비중도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반면에 투자자산의 비중은 10%대 중반으로 높아졌다(<그림 4> 참조). 1980년 이후 제조기업의 자산구성비 변화를 살펴보면 외환위기 이후에 유형자산 투자 비중이 줄고 지분투자 비중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자산구성의 변화는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려는 기업들의 투자전략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유형자산의 비중이 줄어든 것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의 몸집을 줄이고 자산이 일정한 형태로 장기간 묶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억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운전자금 부담을 발생시키는 유동자산 보유도 가능한 억제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산 보유 비중이 증가한 것은 유형자산투자의 급격한 둔화에 따라 상대적인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다. 또한 M&A나 지분투자를 통한 사업확장을 위해 계열사나 해외법인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주춤했던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가 2006년 이후 크게 증가했다(<그림 5> 참조). 신규투자보다는 위험부담이 적은 기존 기업의 인수를 통한 투자전략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지분투자 증가에도 국내 기업의 보수화된 투자행태가 반영되어 있다. 또한 지분투자에는 해외사업 확대가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이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0년 이후에는 투자자산 비중이 16% 내외에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국내지분 투자 비중은 줄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기업의 자산구성비에는 투자의 결과가 반영되어 있지만 투자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또한 기업의 자산구성비에는 연구개발비에 대한 정보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연구개발비의 일부는 무형자산으로 자산에 포함되지만 대부분은 발생한 기간의 비용으로 처리된다. 자산구성비를 통해서는 투자자산과 유형자산에 대한 투자 변화의 방향은 파악할 수 있지만 연구개발투자는 알기 어려운 한계점이 있어 전체적인 투자패턴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투자를 포함한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경제환경에 따라 투자패턴 변화 
 
앞에서 제시한 것처럼 투자의 범위를 설비투자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지분투자 등으로 확대한다면 투자부진의 실체를 좀더 세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12월 결산 593개 비금융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2000년부터 2009년 상반기 동안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투자, 지분투자 등으로 투자의 범위를 확대하여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전략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개별기업의 재무정보에는 투자유형별로 지출한 현금흐름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어 유형별 투자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2000년 이후 국내 상장기업의 총투자(유형자산투자+연구개발투자+지분투자)는 IT 버블 붕괴에 따라 실물경기가 위축되었던 2001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제의 위축이 본격화된 2009년 우리나라 기업들이 투자는 급격하게 위축하여 전년 대비 1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6> 참조).  
 
설비투자 부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던 기간에도 기업들의 전체 투자는 안정적인 증가세를 유지했다. 우리경제가 안정세를 회복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명목 설비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4.8%에 머물렀지만 상장기업의 총투자증가율은 1.6배인 7.6%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이는 대신 다른 투자를 늘렸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투자유형별로 살펴보면 국내 기업들은 경제상황에 따라 투자패턴을 조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연구개발투자는 경기와 관계없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유형자산 투자는 경기에 따라 변화가 심했고, 지분투자는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감소했다가 2005년 이후 빠르게 증가하는 패턴을 보였다. 경제위기의 영향이 본격화된 2009년 들어서는 유형자산투자와 지분투자가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상반기 분석대상 상장기업의 유형자산투자는 18.4%, 지분투자는 18.7% 감소했다. 2000년대 초반 지분투자가 특히 저조했던 것은 재무구조 개선이 중시되면서 지분투자를 억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위기에 따른 전반적인 투자위축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투자는 유형자산투자나 지분투자에 비해 상당히 안정적인 증가세를 유지했다. 2009년 상반기 연구개발투자 증가율은 2000~2008년 동안의 평균 6.8%에 비해 상당히 둔화되었지만 1.8%를 기록하여 증가세를 유지했다. 2000~2008년 동안의 누적평균증가율(Cumulative Average Growth Rate, CAGR)에 있어서도 연구개발투자는 6.3%를 기록하여 유형자산투자 2.8%, 지분투자 -5.2%에 비해 높았다(<그림 7> 참조). 연구개발투자가 안정적인 증가세를 유지했던 것은 연구개발을 중시하는 경향이 확산된 데다 연구개발비의 상당부분이 연구인력에 대한 인건비나 연구시설과 관련되어 있어 경기변동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화시키기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었던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확대 
 
2000년 이후 국내 상장기업의 투자활동의 특징으로는 연구개발비 비중의 안정적인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유형자산투자 비중은 2000년 53.5%에서 2005년 59.8%로 확대된 이후 2009년 상반기 52.7%로 감소했다. 지분투자 비중은 2000년 38.2%에서 2005년 23.2%로 감소한 이후 2009년 상반기 27.3%로 증가했다. 연구개발비 비중은 2000년 8.3%에서 2004년 17.3% 증가했다가 2005년부터 감소했지만 2009년 상반기 20.0%로 증가했다(<그림 8> 참조).  
 
2005년을 고비로 유형자산투자 비중은 감소하고 지분투자 비중은 증가했다. 유형자산투자가 2001년을 제외하면 플러스(+) 증가세를 유지했던 반면 지분투자 증가는 2003년을 제외하고는 2004년까지 마이너스(-) 증가세를 지속했다. 외환외기 시기의 급격한 위축에 대한 반작용으로 유형자산투자는 증가세를 지속했지만 지분투자는 외환위기 이후 상당기간 부진했음을 알 수 있다.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국내 기업들이 급격하게 줄었던 유형자산에 대한 투자는 재개했지만,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상당기간 지분투자는 늘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2005년 이후 경기가 회복되었지만 낮은 성장세가 지속됨에 따라 기존 사업의 확장에 주저하면서 유형자산에 대한 투자는 늘리지 않은 반면 새로운 사업기회 확장을 위해 M&A와 해외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지분투자 비중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2000년 이후 기업들의 투자유형별 변화를 통해 투자패턴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은 경쟁력 강화와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연구개발비가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절대적인 투자비중은 낮지만 외형확대를 위한 설비투자에서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투자로 투자의 중심이 서서히 옮겨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연구개발투자와 설비투자의 장기적인 변화는 32면 참조). 장기적으로 연구개발투자가 늘면서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면 제품생산을 위한 설비투자가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기업들의 미래준비를 위한 투자는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부진에 따라 생산능력 확대를 통한 설비투자는 부진했지만 연구개발을 통한 미래준비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경영환경이 개선되지 못하면서 유형자산투자가 부진했지만 실물경제가 회복되고 매출이 증가하면 투자여력이 회복되면서 기업의 유형자산투자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 여력 높지 않아 
 
설비투자 부진이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분석대상 상장기업을 살펴보면 단기간 내에 설비투자를 확대할 여력은 높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환위기 이후 다소 보수적인 투자관행이 자리잡으면서 기업들의 현금흐름 범위 내에서 투자가 이루어졌다. 영업활동에서 창출된 현금흐름보다 작은 규모의 유형자산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성장성은 둔화되었지만 재무구조는 개선되었다.  
 
분석대상 상장기업의 영업현금흐름 대비 유형자산투자 비중을 살펴보면 2000~2007년 동안 100% 이하를 유지했다. 이는 유형자산투자가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현금흐름보다 작았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2008년 상장기업의 영업현금흐름 대비 유형자산투자 비중은 124.2%를 기록하여 영업현금흐름 이상의 투자가 이루어졌다(<그림 9> 참조). 2008년에는 유형자산투자는 증가한 반면 경기위축으로 인해 영업현금흐름이 크게 악화되었다. 이는 그만큼 투자여력이 약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영업현금흐름 이상으로 투자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자금조달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경기위축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투자여력이 상당히 악화된 상황에서 투자가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매출이 늘면서 기업들의 재고가 감소하고 생산능력 확충이 필요해지면 기업들이 설비투자는 증가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Ⅲ.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투자활동 비교 
 
 
국내 기업 연구개발 투자 비중 상대적으로 높아 
 
국내 기업의 전반적인 투자활동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개발투자와 유형자산투자를 다른 나라 기업과 비교해 보았다. 2008년 비금융 상장기업의 실적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 기업은 상대적으로 투자여력이 높지 못해 전반적으로 투자활동이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우리나라 상장기업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현금흐름 이상으로 유형자산에 투자했다. 2008년 글로벌기업의 평균 영업현금흐름 대비 유형자산투자 비중이 83.3%인데 비해 우리나라 상장기업은 124.2%에 달했다. 국내 상장기업의 매출액 대비 유형자산투자 비중은 7.1%를 기록해 글로벌 기업 평균 9.7%에 미치지 못했다. 그렇지만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0%를 기록하여 글로벌 기업(0.9%)에 비해서 2배 가량 높았다. 유형자산투자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중도 28.4%를 기록해 글로벌 기업 평균(13.4%)에 비해서 높았다(<표 2> 참조).  
 
이러한 결과를 통해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기업은 유형자산투자 비중에 비해 연구개발투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구개발투자가 유형자산투자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면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보다 기업들의 유형자산투자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중이 높은 국가는 일본을 비롯하여 IT와 제약산업 등의 비중이 높은 스위스, 스웨덴, 핀란드 등 5개국에 불과했다. 연구개발투자 비중만으로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국내 기업은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식자산 확충을 위한 투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수익성이 투자 제약 
 
그렇지만 국내 기업의 취약한 수익성이 투자활동을 제약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기업의 2008년 기준 평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1%를 기록하여 분석대상 40개국 중에서 32위에 머물렀다. 현금흐름창출능력은 더욱 낮았다. 매출액 대비 영업현금흐름 비중은 5.7%로 최하위인 40위를 기록했다. 수익성 개선 없이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외부 자금조달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현금흐름창출능력이 개선되지 못한다면 투자를 확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과의 비교는 국내 기업의 투자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이 긴요함을 시사한다. 하지만 단기간에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내 기업의 경쟁무대가 전세계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낮은 수익성으로 인한 취약한 투자활동은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의 측면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Ⅳ. 맺음말 
 
 
우리경제의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되면서 장기적인 성장기반 약화에 대한 우려감이 확대되고 있다. 투자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실물경제 성장성이 낮은 수준을 지속함에 따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투자를 확대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의 투자 범위를 설비투자뿐만 아니라 연구개발투자와 지분투자까지 확대하여 살펴보면 국내 기업의 투자패턴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절대적인 비중은 낮지만 연구개발투자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분투자의 비중도 늘어나 기존 사업에서 성장기회를 찾지 못한 국내 기업들이 기존 사업의 확장보다는 M&A나 해외진출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고자 하는 투자전략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유형자산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면서 외부환경에 맞추어 투자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은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유형자산투자보다는 연구개발투자에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대비 유형자산투자 비중은 글로벌기업 평균에 비해 낮았지만 연구개발투자의 비중은 글로벌 평균에 비해 높았다. 국내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현금흐름 비율이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것을 통해 보면 국내 기업의 투자활동이 취약한 것은 영업활동에서 현금창출 능력이 낮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낮은 수익성이 투자활동이 가장 큰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 부진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지만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한다면 국내 기업들이 단기간 내에 투자를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금흐름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투자여력이 많이 약화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와 지분투자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기업들이 수익성이 높아진 이후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변동에 커다란 영향을 받지 않고 연구개발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이 원천으로 생산규모보다는 지식자산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연구개발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설비투자의 위축에는 실물경제 침체라는 환경적인 요인에 더해 낮은 수익성이라는 국내 기업 내부의 구조적인 측면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낮아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장기적인 전략보다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상황에 맞추어 투자를 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외부환경 개선과 더불어 현금흐름 창출능력이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업들의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연구개발투자의 증가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형자산에 대한 투자가 수반되어야 한다.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활동도 변화하고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기업들은 차별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장기적인 성장기반 확대를 위해서는 외형성장을 위한 설비투자와 기업의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무형자산 투자가 병행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기업들의 연구개발투자와 더불어 유형자산 투자를 더욱 활성화하기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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