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5일 목요일

이탈리아 또는 해외 유망사업

한동안 아이디어에 관한 글을 올리지 못하였는데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 저녁에 거의 빼놓지 않고 보는 TV프로그램은 미수다 입니다.
미수다에 나오는 미녀들 중 이탈리아 아줌마 크리스티나가 이탈리아에 가면
불편할 것같은 점이 있다고 여러번 얘기를 했는데 그것은 바로 택배서비스 입니다.

물론 이탈리아에도 택배서비스는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빠름(속도)의 차이 입니다.
한국인의 속도전은 세계 어느곳에 가도 흠잡을데가 없습니다.

굳이 이탈리아가 아니라도 상관없이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충분히 생각해볼 사업이며,
본사에서 현지인들 직원 교육과 인센티브제를 활용하면 승산있다고 봅니다.

택배 사업 뿐만 아니라 바이크를 이용한 퀵서비스 사업도 유망하리라 생각합니다.

거대 자본이 들어가는 택배사업 보단 소자본이 드는 퀵서비스 사업이야 말로
해외에 있는 한인들이 해야할 사업이라 여겨집니다.

퀵서비스 사업에 필요한 요건을 보자면.....
1. 조그만 사무실
2. 오토바이 1대
3. 홍보할 전단지와 스티커

이렇게 처음에 시작하여 주문이 많아지면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는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직원모집을 하면 되리라 봅니다.

2010년 3월 22일 월요일

◎2010년 수출전선 이상없나

LG경제연구원 '2010년 수출전선 이상없나'

 

2009년 하반기에 우리나라의 세계 및 주요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위기 전 수준으로 회귀하였다. 환율여건의 변화에 따른 영향이 컸지만 향후에도 주력 수출상품에서 높아지고 있는 경쟁 강도 등을 고려할 때 수출시장에서의 도전요인은 확대될 전망이다. 
 
2008년 9월 전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우리나라가 신속하게 탈출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수출의 빠른 회복을 꼽는다. 경쟁국들이 부진에 빠져있는 동안 우리 수출기업들은 환율 효과를 바탕으로 수출지역 다변화, 주력시장 및 품목군에서의 수요변화 대응, 프리미엄 제품 출시 등의 전략을 통해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었다. 제품 생산에 규모의 경제를 이룸으로써 치킨게임에서 우월한 지위를 확보한 것도 하나의 성공요인으로 꼽힌다(LG Business Insight, “우리나라 수출경쟁력 진단”, 2009년 7월 1일자 참조).  
 
그러나 우리나라의 빠른 수출증가세가 2009년 연중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 점유율은 작년 상반기 3.0%에서 하반기에는 2.8%로 하락하였다. 반면 주요 수출경쟁국들은 세계수요 회복과 환율여건 변화 등에 힘입어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작년 상반기 동안 우리에게 잠식당했던 점유율을 하반기 들어 만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와 경쟁국들의 주요 시장별, 품목별 점유율 변화 양상이 2009년 상·하반기에 달랐던 원인을 살펴봄으로써 올 한 해 우리 수출에 어떤 함의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작년 4분기 세계시장 점유율 위기 전 수준 회귀 
 
먼저 우리나라와 주요 수출공업국들의 세계시장 점유율 변화부터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8년 4분기 2.7%에서 2009년 1분기와 2분기를 거치며 각각 2.9%, 3.1%까지 상승하였다. 점유율이 3.0%를 넘어선 것은 우리 수출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3분기 이후 하락하기 시작한 세계시장 점유율은 4분기에는 2.6%까지 떨어졌다(<그림 1> 참조). 6개월 만에 위기 이전인 2007~2008년 평균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계속되던 2009년 상반기에는 세계 수입수요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수출이 선전했으나, 하반기에는 우리 수출의 전기대비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면서 세계교역의 회복에 따른 교역증가 몫의 더 많은 부분을 경쟁국들이 가져갔다.
 
그에 따라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중국, 대만, 독일 등 주요 수출공업국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작년 하반기 들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일본은 2009년 1분기 엔고 등으로 수출 급락세를 겪으면서 ‘일본 제조업 전체의 위기’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4.4%까지 급락, 199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4분기 들어 5.0%로 재상승하면서 자신의 2008년 연평균 세계시장 점유율을 넘어서며 경쟁력이 여전함을 보여주었다. 對선진국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은 글로벌 교역 위축과 선진국 경기 침체의 직접적인 타격으로 작년 1분기 수출이 크게 부진하면서 점유율이 9.0%까지 하락했으나, 3분기와 4분기 점유율을 각각 11.3%, 10.8%까지 끌어올린 결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하였다.  
 
대만은 1.5~1.6% 수준에서 지지부진하던 세계시장 점유율을 1.7%까지 높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독일의 경우도 비록 세계 최대 수출국의 지위를 중국에 내어주었지만 작년 4분기 세계시장 점유율이 다시 9.0%를 상회하는 등 수출이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국가들은 주요 수출시장 및 품목에서 우리나라와 경합도가 매우 높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일본, 중국, 대만, 독일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상승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몫을 이들이 빼앗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을 대상으로 이들 경쟁국과의 점유율 판도가 품목별로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시장, 대만에 점유율 빼앗겨 
 
먼저 중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경쟁의 경우 2009년 하반기의 승자는 대만인 것으로 확인된다. 대중수출 상위 국가들의 중국시장 점유율을 무역 데이터로부터 계산해 보면 대만의 점유율은 2009년 상반기 8.2%에서 하반기에는 8.8%로 대폭 상승, 2008년 하반기 수준을 다시 넘어섰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반기 10.3%, 하반기 10.1%를 기록함으로써 0.2%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같은 기간 일본과 독일의 점유율 또한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그림 2> 참조). 중국시장에서 우리의 최대 경쟁국 중 하나인 대만은 2008년 말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여타 국가들에 비해 더 빠르게 수출이 급락하여 어려움을 겪었지만 중국의 내수부양책에 따른 각종 중간재, 부품에 대한 수입수요 확대와 양안관계 공고화를 기반으로 작년 중반 이후 대중수출이 다시 탄력을 받는 모습을 나타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경쟁국에 비해 연초 대비 빠른 대중수출 증가세를 보였으나 하반기 들어 다소 둔화되면서 중국에서의 수입수요 증가만큼 대중수출을 늘리지 못하였다.  
 
LCD는 대만, 자동차는 독일에 점유율 잃어 
 
좀 더 구체적으로 중국시장에서 주요 수출국들의 12개 대표 수출품목에 대한 경쟁 상황을 비교해 보았다. 이들 품목 중 우리나라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작년 하반기에 하락한 품목은 총 7개이다(<그림 3> 참조). 이 가운데 우리나라가 2009년 상반기 38.3%로 역대 최고 점유율을 기록했던 LCD 및 부품은 하반기 34.1%로 4.2%p 하락한 반면 대만은 같은 기간 29.2%에서 35.6%로 점유율을 높이며 중국시장에서 우리나라를 다시 넘어섰다. 중국의 유력 TV 업체들이 가전하향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난 내수용 제품 제작에 대만의 대표적 LCD 회사인 AUO, CMO 등과 협력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이 중국시장용 중저가 패널을 대거 수출, 다시금 우리의 중국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의 대중수출에서 동 품목의 비중이 15% 안팎으로 매우 높기 때문에 중국시장 점유율 전체를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일본 LCD 품목의 중국시장 점유율 또한 수요확대의 영향으로 0.2%p 상승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자동차 및 부품의 경우 우리나라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상반기 9.1%, 하반기 8.1%를 기록하며 1.0%p 하락한 반면, 독일은 유일하게 비교대상국 중에서 동 품목의 점유율이 27.1%에서 29.5%로 상승하였다. 중국의 자동차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일본과 미국의 점유율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각각 0.4%p, 2.3%p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보조금 지급과 같은 정책 효과와 motorization 트렌드 등으로 대폭 확대되면서 200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독일의 아우디, 벤츠, BMW 등을 포함한 유럽 업체들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높아졌는데, 이는 중국의 고소득층이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한 유럽 브랜드의 자동차를 선호하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의 자동차 및 부품 업체의 대중수출 또한 호조세를 보였지만 적어도 작년 하반기에는 수입규모 확대 효과 이상을 누리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의 경우에는 전세계 증설물량의 47%가 몰려있는 중동 지역으로부터의 중저가 제품 유입으로 경쟁이 격화되면서 우리의 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독일과 미국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상승하였는데, 양국 모두에 공장을 두고 있는 세계 3위의 석유화학업체인 라이온델바젤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저가 물량을 대량으로 쏟아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철강류와 가전 및 부품의 경우는 일본의 점유율이 각각 28.2%→30.4%, 9.3%→10.2%으로 상승하면서 하반기 동안 선전하였다. 고부가가치의 차별화된 제품 및 부품군이 엔고현상 완화로 가격경쟁력을 회복하면서 대중수출이 다시금 반등한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시장, 중국과 일본의 선전 
 
같은 방법으로 미국에서의 주요 경쟁국간 점유율 변화를 살펴본 결과 일본과 중국이 2009년 하반기 동안 크게 선전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국과 일본의 점유율은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18.7%에서 19.3%, 6.0%에서 6.3%로 확대되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2.7%에서 2.4%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4> 참조). 중저가 범용제품, 생필품 등으로 무장한 중국은 미국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상반기에 비해 대미수출을 더욱 크게 늘렸고, 전통적으로 선진국 시장에 강점이 있던 일본은 엔고의 불리한 상황이 완화되고 비용절감, 구조조정 등의 성과가 조금씩 가시화되면서 미국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이룬 것으로 풀이된다. 그에 따라 작년 4분기에는 위기 이전의 점유율 수준에 거의 근접하였다.
 
통신기기 및 부품, 대만과 중국에 자리 내어줘  
 
작년 하반기 우리나라의 미국시장 점유율 하락 품목은 총 12개 중 8개이다(<그림 5> 참조). 그 가운데 유의해서 살펴봐야 할 것은 대미수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자동차 및 부품, 통신기기 및 부품 등이다. 먼저 자동차 및 부품의 경우 우리나라 업체들이 중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연중 대미수출 호조세를 나타내었음에도 불구하고 점유율이 하반기에는 4.9%로 상반기 대비 1.6%p 하락한 반면, 일본은 23.0%에서 24.8%로 크게 높아졌다. 도요타 사태가 발생한 올 1월 이후의 양상은 다소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작년 하반기에는 일본 자동차 및 부품 업체들이 대미수출을 우리보다 더 크게 늘린 것이다. 엔화 하락에 따른 반사효과와 미국 소비자들의 소득수준 회복에 따른 고가 자동차 수요 회복, 연비가 상대적으로 뛰어난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선호 증가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마찬가지 이유로 고효율, 고가의 독일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미국시장 점유율 또한 10.8%에서 11.3%로 상승하였다.  
 
휴대폰을 포함한 통신기기 및 부품의 경우 우리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18.6%에서 13.0%로 대폭 하락한 반면 중국과 대만은 각각 6.6%p, 0.5%p 상승하였다. 우리나라 휴대폰 중 우회생산을 거치지 않고 미국으로 직수출하는 품목은 대부분 프리미엄 전략폰들인데, 미국에서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 HTC 스마트폰 등의 생산기지가 있는 중국과 대만의 선전에 점유율 측면에서 밀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 외에 반도체, LCD 및 부품의 경우에는 점유율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미수출에서의 비중이 높지 않고 대신 중국, 멕시코 공장에서의 우회생산을 통해 미국시장으로 들어갈 완제품의 부품으로 사용되므로 점유율 하락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세계시장 점유율과 환율 상관계수 -0.8 
 
2009년 상반기 우리의 세계 및 주요시장 점유율이 상승했다가 하반기 들어 다시 하락한 것은 1차적으로 환율 여건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2009년 하반기에 상반기 대비 7.3% 상승하였으며 반대로 세계시장 점유율은 3.0%에서 2.8%로 떨어졌다. 양자간의 교차상관계수를 구해보면 4개월의 시차를 두고 -0.801로 나타나는데, 원화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약 4개월 후 우리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셈이다(<그림 6> 참조). 우리 수출의 경쟁력 강화로 인해 과거에 비해 환율의 영향력이 다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환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비교대상국간 주요 품목 수입집중도 모두 높아 경쟁 치열한 구조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비용절감, 구조조정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비교대상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격화된 것 또한 우리의 점유율 하락에 한 몫 하였다. 그 가운데서도 일본, 대만, 중국, 독일 등과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바탕으로 한 제조업에 기반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산업 구조 측면에서도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들과의 경쟁 여건을 수입집중도로 판단해보면 우리와 일본, 대만, 중국, 독일의 주요 12개 수출품목에 대한 중국, 미국시장에서의 수입집중도가 모두 1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는 수출상품 구성인 것으로 확인된다.  
 
우선 우리나라의 중국시장에 대한 12개 품목 전체의 수입집중도는 2009년 1.56인 것으로 확인되며 일본과 대만, 독일이 각각 1.27, 1.59, 1.16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시장에서는 우리의 수입집중도가 1.88로 매우 높게 산출되며 나머지 국가들 역시 모두 1을 상회한다(<표 3> 참조). 중국시장에서 일본과 대만, 독일 중 최소 1개 국가와 수입집중도가 1 이상으로 겹치는 품목은 반도체, LCD 및 부품, 선박류, 철강류, 석유화학 등이며 미국시장에서는 그 외에 자동차 및 부품, 통신기기 및 부품, 가전, 기계류 등이 포함된다. 이처럼 같은 시장을 두고 경합을 벌이는 과정에서 경쟁국들의 수출이 특정 품목에 집중되어 있어 경쟁 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다가 우리에게 유리했던 환율 여건이 반전되자 중국과 미국시장에서 일부 품목들이 점유율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제조업 소프트화, 경쟁국 재부상 등에 유의해야 
 
2009년 하반기만 볼 때 우리의 세계 및 주요 수출시장 점유율은 위기 이전 수준으로 다시 회귀하였다. 물론 과도하게 절하된 환율에 의한 측면이 큰 만큼 원화 강세와 함께 어느 정도 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우리 제품의 위상과 경쟁력 유지가 향후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교역에서 중국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면서 우리나라가 세계시장 점유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여타 경쟁국들의 몫을 빼앗아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수출의 높은 성과와 세계시장 장악력을 감안하면 추가적으로 점유율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또한 스마트폰의 예에서처럼 하드웨어 중심으로 고도화된 제조기술에만 의존해서는 우리의 경쟁력이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주력 수출품 대부분이 공급과잉 가능성이 높은 산업에 속해있다는 사실 또한 감안해야 한다. 금융위기 직후 부진했던 일본 등 해외 기업들의 구조조정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이들과의 경쟁 또한 올 들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향후 세계무역이 경기 회복과 함께 확대되면서 우리 수출도 성과를 내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 환율여건 변화, 공급과잉, 경쟁국의 재부상 등 도전 요인이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끝>

◎경기, 2분기 이후 완만한 회복 재개 예상

LG경제연구원 '경기, 2분기 이후 완만한 회복 재개 예상'

 

세계경제 전체적으로는 회복기조가 지속되고 있지만 환율의 움직임, 경기부양책의 집중 시기 등으로 국가별로는 경기의 흐름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4분기부터 성장이 정체되는 조정 국면을 맞고 있으나 세계경기 흐름과 환율변화의 시차효과 등을 감안할 때 2분기 이후에는 완만한 회복 기조를 재개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말 이후 우리나라 경기의 상승 활력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2009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0.2%에 그쳐 3분기까지의 고성장을 마감했고 올해 들어서도 1월중 제조업 및 서비스업 생산이 정체 내지 감소하는 등 지표들이 부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그림 1> 참조). 경기순환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상승기조가 둔화된 가운데 향후 경기상황을 알려주는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증가율도 1월중 하락세로 돌아섰다(<그림 2> 참조). 최근 실업률이 급증하는 등 고용사정이 부진한 데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면서 소비자 기대지수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가 회복세를 마감하고 다시 하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와 국내 경제성장률 역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서브프라임 위기로 파생된 세계적인 수요위축을 비교적 빠르게 극복한 나라로 평가된다. 2008년말 위기 발생 이후 세계경제는 2009년 1분기 -1.4% 성장으로 저점을 찍은 바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플러스 성장을 회복했다. 2분기와 3분기에는 평균 2.9% 이상 고성장 했는데 이는 주요국 가운데 중국과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그러나 4분기에는 우리 성장률이 0.2%로 크게 떨어지면서 세계경제 평균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그림 3> 참조). 세계경제는 완만한 회복을 지속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성장의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면서 세계경제와의 성장률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국가별로 보면 4분기중에도 중국과 홍콩,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 국가들이 2% 이상 고성장했고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선진국이 성장세가 꾸준히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그림 4> 참조). 반면 유로국, 싱가포르, 인도와 함께 우리나라 등 일부 국가들은 4분기중 성장률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부문중 수출이 세계경기 회복 주도 
 
국가별 경기회복의 흐름이 다르게 나타나는 가장 큰 원인은 수출이다. 수출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파급되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위축된 부문이지만 반대로 위기극복 과정에서 가장 빠르게 호전되면서 경기회복을 선도한 부문이기도 하다.
 
세계경제의 수요부문별 성장률을 보면 경기회복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 민간소비는 전기비 0.6%(연율기준 2.4%), 투자는 0.4%(연율기준 1.6%)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수출은 3.7%(연율기준 15.7%) 늘었다(<그림 5> 참조). 수출부문의 증가가 세계경제의 성장률을 1.0%p 끌어올려 하반기 평균 성장률 1.1%중 대부분이 수출에 의해 설명되고 있다(<표 1> 참조). 특히 미국경제는 확실히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는 형국이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의 수출증가율은 4.7%에 달해 성장률을 0.5%p(연율 2.1%)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일본의 경우도 전기비 5% 이상의 높은 수출증가세가 연말까지 지속되면서 경제성장률을 연율기준 3.5%p 끌어올렸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 수출은 지난해 하반기 성장의 대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4분기 수출이 전기대비 감소함으로써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크게 낮아졌다. 올해 들어서도 수출이 등락을 반복하는 조정 국면을 보이면서 경기회복 기조의 지속을 어렵게 하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경기는 수출을 통해 꾸준한 회복추세를 지속했지만 국가별로는 수출회복의 시점이 다르게 나타나면서 이것이 성장의 흐름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해볼 수 있다.  
 
환율여건의 변화가 국가별 수출격차 결정 
 
국가별로 수출회복의 시기가 다르게 나타나는 주된 요인은 환율이다. 우리나라는 2008년 10월 이후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수출에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했고 이러한 효과가 약 1~2분기의 시차를 두고 작용하면서 지난해 중반 우리나라의 고성장을 이끌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2009년 2분기 이후 원화가 강세기조로 전환되면서 이것이 4분기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데 크게 작용했다.  
 
미국의 경우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가 지난해 1분기 대비 4분기에 9.2% 하락하면서 수출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주는 역할을 했고 이에 따라 수출의 활력이 연말로 갈수록 더욱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위기를 맞아 화폐가치가 크게 변하지 않았던 대만, 홍콩의 경우도 이후 화폐가치의 하락으로 수출의 높은 성장기여도가 지속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위기 이후 급격히 상승했던 엔화가치가 지난해 2분기 크게 떨어졌고 이후 상승 추세가 완만해 수출의 개선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지출의 규모와 시기도 국가간 경기싸이클을 다르게 한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지난해 세계의 평균 정부소비 증가율은 3분기까지 높아지다가 4분기에는 뚜렷한 둔화추세를 보였다(표 2> 참조). 경기부양책이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지출이 전기에 비해 크게 늘어나지 않는 한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는 줄어들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4분기 정부소비가 전기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위기극복을 위해 상반기중 재정투입을 집중시킨 데 따른 것이다. 싱가포르, 인도 등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나라들은 정부소비의 증가율이 3분기에 비해 크게 줄면서 성장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었다.   
 
2분기 이후 완만한 회복 예상 
 
지난해 말 이후 우리나라의 경기둔화는 원화절상과 정부의 부양효과 감소에 따른 것이다. 빠른 회복기간 중 고성장 지속 예상으로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상승하면서 자산효과를 통해 성장을 더욱 촉진시키는 효과도 있었으나 현재는 이러한 효과도 거의 없어졌다. 우리나라는 위기직후 경기침체폭이 컸던 만큼 반등의 속도도 빨랐으며, 이 과정에서 단기적 추세 이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오버슈팅(overshooting) 현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다시 성장이 둔화되는 조정 국면을 겪고 있는 것이다.  
 
급격한 환율 변화나 재정지출 변화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 한 우리 경기는 세계경기의 흐름에 점차 동조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국별로 경기의 흐름에 차이가 있지만 세계 전체적으로 볼 때 경기는 완만한 회복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세계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연말로 갈수록 꾸준히 높아진 바 있다. 올들어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불안 문제가 유럽, 그리고 세계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가 중요한 리스크로 남아있지만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국들은 경기회복 추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IMF 등 주요 전망기관의 예측대로 올해 세계경제가 3% 이상의 성장을 회복한다면 우리 경제도 향후 회복기조를 재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경기의 조정 국면은 1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별한 세계경기의 교란 요인이 없다면 2분기 이후 다시 회복기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재개된 원화가치 상승은 올 1분기까지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2분기에는 그 효과가 줄어들 것이다. 유럽의 재정위기 문제가 간헐적으로 대두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교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원화가치의 상승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정부의 예산집행이 가속되면서 재정부문에서의 부정적 효과도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분기부터 회복이 재개되더라도 지난해 중반과 같이 세계적으로 월등히 높은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며 세계경제 성장률과 비슷한 완만한 회복에 그치게 될 것이다.  <끝>

◎플랫폼 천하평정을 향한 구글·애플·MS의 야망

LG경제연구원 '플랫폼 천하평정을 향한 구글·애플·MS의 야망'

단말기가 점점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함에 따라 단말기 내의 기기와 플랫폼 간의 분화가 촉진되고 있다. 플랫폼이 결국 가치 사슬의 핵심이 되기 때문에 플랫폼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많은 사업자들이 플랫폼 사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플랫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세력들 가운데 현재로서는 구글·애플·MS의 세 사업자가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사업자들은 PC 시장부터의 플랫폼 경쟁 경험, 우수한 UX 경쟁력, 생태계 구축 기반, 자본력 등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다. 이들 세 사업자 간의 경쟁에서는 구글이 가장 앞설 것이라는 구글대세론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구글·애플·MS간의 전략적 차이가 있고 강점과 약점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사업자로의 쏠림현상으로 귀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용자들은 플랫폼 경쟁으로 인해 더 많은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비스 사업자나 단말기 제조업체의 경우 시장 잠식을 우려하기보다는 플랫폼 경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이용자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목 차 > 
 
Ⅰ. 플랫폼 경쟁 시대의 개막
Ⅱ. 플랫폼 경쟁의 승자
Ⅲ. 구글·애플·MS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
Ⅳ. 맺음말
 
 
 
아이폰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이제는 더 이상 스마트폰이란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이용자들은 아이폰을 제작한 애플과 최근 넥서스원을 출시한 구글에 이전보다 더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통신사업자와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합종연횡을 통해 애플과 구글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이들 애플과 구글이 모바일 시장의 기존 사업자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협력 구조도 만들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이들이 단말기와 이동통신서비스 사이에 존재하는 소위 ‘플랫폼’ 영역에서 포지셔닝하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마트폰 운영체제(이하 OS) 경쟁은 80년대에 발발한 PC OS 경쟁의 데자뷰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PC 시장의 OS 경쟁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라는 승자가 탄생했으며, 애플은 매니아를 중심으로 하여 니치마켓에서 확고히 자리잡았다. PC 제조업체들의 마진율은 떨어져 일부가 퇴출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PC 단말기 제조시장은 활성화되어 있다. 현재의 스마트폰 OS 경쟁도 PC산업에서와 같이 이동통신산업 전체를 재편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가 있다. 나아가 PC와 휴대전화 이외의 다른 전자제품에서도 플랫폼 경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 과연 플랫폼 경쟁은 어떻게 진행될지, 소비자와 업계는 어떠한 영향을 받을지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Ⅰ. 플랫폼 경쟁 시대의 개막 
 
 
플랫폼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쉽지 않은 용어이다. 플랫폼이란 단어는 원래 컴퓨터 산업에서 먼저 이용됐는데, 이 용어가 다른 산업 분야에도 사용되면서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를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단말기에서 서비스가 잘 구현되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승강장(플랫폼)인 것이다. PC나 휴대폰의 OS가 플랫폼의 대표 사례이며,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인터넷 웹브라우저 또한 플랫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애플리케이션 마켓플레이스와 같이 여러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을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된 서비스도 플랫폼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단말기의 스마트화가 플랫폼 경쟁을 촉발 
 
그렇다면 왜 플랫폼이 중요해졌을까. 그 원인은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단말기가 ‘스마트’해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하다는 말은 단말기가 소비자들이 원하는 여러 가지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유선 또는 무선인터넷에 연결되는 기기라는 의미도 포함된다. 시간을 30년 전으로 돌려보자. 당시 전화기는 유선전화 중심이었으며, 이 유선전화기는 음성통화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휴대폰 역시 초기에는 음성통화 이외의 기능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고 있는 스마트폰들은 음성통화 기능보다는 오히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활용 여부가 더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단말기의 스마트화가 진행됨에 따라 단말기는 기기와 이 기기를 제어하는 플랫폼으로 점차 구분되어 인식되기 시작했다.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이 컴퓨터란 단말기는 연산 기능을 가진 기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컴퓨터가 일반 대중에게 급속히 전파되면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OS가 중요해졌다. MS와 같은 사업자들은 기기보다는 플랫폼인 OS를 장악함으로써 PC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컨트롤하게 된 것이다.  
 
최근의 스마트폰 시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애플의 경우 PC에서와 마찬가지로 기기와 플랫폼을 모두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형태이지만 다른 스마트폰 관련 사업자들은 이를 분리시키고 있다. MS의 경우 스마트폰용 OS인 ‘윈도우 모바일(또는 ‘윈도우폰7’)을 제공하고 있으며,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OS를 공급 중에 있다. ‘심비안’이라는 스마트폰 OS를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노키아도 최근 인텔과 협력하여 새로운 OS인 ‘미고’ 출시를 선언했고, 삼성전자는 ‘바다’로 경쟁에 뛰어 들었다. 한편 이러한 스마트폰 OS 경쟁은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마켓과 같은 애플리케이션 마켓플레이스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OS의 우수성을 체감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애플리케이션 마켓의 활성화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많은 사업자들이 플랫폼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플랫폼이 단순히 단말기를 제어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즉 플랫폼이 비즈니스 모델을 결정하여 가치 사슬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애플리케이션 마켓플레이스의 예를 들면, 많은 개발자들이 충분한 양의 애플리케이션을 이들 마켓플레이스에 제공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이들이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할 의향을 가지고 있다. 애플과 구글 등은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길목을 차지하고, 양측 모두를 만족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 것이다.  
 
플랫폼 경쟁의 확대 
 
PC와 스마트폰은 중심으로 한 플랫폼 경쟁은 향후에 다른 기기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먼저 휴대용 전자기기에서 이러한 플랫폼 경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 MP3 플레이어, PMP, e북과 같은 단말기에 WiFi 칩이 탑재되어 무선인터넷과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좀더 스마트해지고 있다. 애플의 아이팟터치와 아이패드, 구글의 독자 운영체제인 크롬OS를 탑재하고 출시될 넷북 등은 이러한 휴대용 기기에서의 플랫폼 경쟁의 전초전이 발발했음을 알리고 있다.
 
TV 시장에서도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IPTV가 등장하면서 거실 TV를 장악하기 위한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스마트한 기능을 TV에 내장하는가 아니면 셋탑박스 형태로 TV 밖에 두는가의 차이만 있을 뿐, 수많은 업체들이 TV 스마트화에 뛰어들고 있다. 케이블 사업자의 디지털케이블, 통신사업자의 IPTV뿐만 아니라 MS도 이미 수년 전에 IPTV용 솔루션인 미디어룸을 선보였다. 애플의 경우 2007년에 셋탑박스 형태의 애플TV를 출시한 데에 이어, 내년 경에는 TV형태의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 경쟁에서 한가지 주목할 점은 다양한 기기에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한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IT 업계에서 컨버전스가 화두가 된 지는 이미 수년이 지났으며, 이제 그러한 컨버전스형 서비스들이 시장에서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컨버전스화로 인해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원소스멀티유즈형 서비스의 확산이 예상되고, 이를 위해서는 여러 단말기에 최적화되면서도 기기간 호환성을 갖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하나의 콘텐츠를 휴대폰, PC, TV에서 모두 볼 수 있도록 설계된 3스크린의 서비스의 경우 세 개 매체의 플랫폼이 통일되지 않으면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한 것이다(<그림> 참조).
 
 
Ⅱ. 플랫폼 경쟁의 승자 
 
 
플랫폼의 중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다양한 사업자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과연 플랫폼 경쟁의 승자로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인가. 대략 5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PC 및 휴대폰 OS, 웹브라우저, 포털 등을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승리하는 것이다. 이들은 PC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스마트폰, TV, 기타 휴대기기로 영역을 확장 중에 있다. 둘째는 기존 통신이나 유료 방송을 제공하는 서비스 사업자가 주도권을 잡는 경우이다. 이들 사업자들은 고객 접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플랫폼 영역 장악을 시도할 수 있다. 셋째로는 단말기 제조업체가 경쟁 우위를 보이는 경우이다. 단말기 업체들은 OS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경쟁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넷째는 이들 사업자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지속하는 경우이다. 플랫폼 경쟁 초기에 지배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이합집산을 통해 자신의 세력을 불리고, 타 업체가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고 있는 영역까지 침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섯째로는 각 사업자들이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만 머무르며 경계를 분명히 하여 경쟁을 최소화하는 경우이다. 장기적으로 경쟁상황이 안정기에 접어든다면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구글·애플·MS의 플랫폼 경쟁 우위 가능성 
 
이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다섯 번째 시나리오로 갈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상황만을 본다면 첫번째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그 가운데서도 구글·애플·MS의 세 사업자가 가장 돋보이고 있다. 이들 사업자들은 PC에서의 OS 및 웹브라우저 경쟁, 스마트폰 OS 경합 등을 통해 이미 플랫폼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특히 MS의 경우 PC OS에서, 구글은 웹브라우저에서, 애플을 스마트폰에서 확실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오랜 플랫폼 사업을 통해 플랫폼 전후의 많은 사업 영역에 진출해 있다는 점도 이들 사업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표 1> 참조).  
 
또한 애플·구글·MS는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에 있어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통사 및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스마트폰 확대를 위해 힘썼지만 아이폰은 UI(User Interface) 하나만으로 기존 사업자들을 넉다운시켜버렸다. MS의 경우 ‘프로젝트 나탈’이라는 모션 컨트롤 UI 개발 소식만으로도 업계에 크게 회자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다른 사업자들이 단기간에 애플·구글·MS의 UX 경쟁력을 뛰어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또한 이들 사업자들은 자신의 플랫폼 위에 제공되는 서비스 사업자 및 개발자 등과의 생태계 구축도 탄탄한 편이기 때문에 플랫폼 경쟁에 유리한 면이 있다. 여기에 자본력 또한 만만치 않아 우수인력 확보, M&A, 마케팅 활동 등의 측면에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표 2> 참조).  
 
구글·애플·MS 간의 경쟁 우위 비교 
 
그렇다면 구글·애플·MS의 세 업체의 경쟁력은 각각 어떠할까. 업계에서는 구글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MS의 경우 PC OS 시장에서는 지배적인 위치에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에서 애플과 구글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 및 휴대기기 시장에서 큰 임팩트를 주었지만 폐쇄적인 측면이 강하며, 비교적 높은 지불 의향을 가진 수요자층만을 주로 공략하고 있어 시장 확대에 제한적이다. 반면 구글은 오픈 모델을 강점으로 삼는다. OS를 무료로 하고 관련 소스코드를 공개해서 많은 개발자와 사업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대형 사업자와 단말기 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중소형 업체들도 구글의 플랫폼을 비교적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구글의 플랫폼은 매스마켓을 중심으로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이용자들 역시 광고기반의 무료 모델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에 열광하고 있다. 개방과 참여라는 웹 2.0의 정신을 중요시하는 네티즌들은 구글을 신격화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많은 전문가들은 '구글 왕국'이 건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구글의 영향력이 너무 커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구글의 행보 및 시장 참여자들을 보면 구글 대세론이 약화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구글의 혁신성은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오픈화를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자기 중심적 사업 구조로 관련 업체들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혁신성 감소 언급은 구글이 더 이상 벤처회사가 아닌 이상 언제나 따라 다닐 수 밖에 없는 운명이며, 지나친 오픈화라는 평가는 구글의 사업 전략인 만큼 옳고 그르다고 말하기 힘든 문제이다. 다만 구글·애플·MS가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들의 전략이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어느 한 사업자가 시장을 좌우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다시 말해 ‘구글 왕국’이 건설되기보다는 세 사업자가 각자의 강점을 가지고 경쟁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 대해 사업 영역, 오픈 모델 수준, 비즈니스 모델, 혁신상품 출시현황의 4가지 카테고리에 맞춰 살펴보자.  
 
● 사업영역 
 
구글의 경우 플랫폼뿐 아니라 많은 서비스 영역에까지 진출해 있어 플랫폼 장악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플랫폼 사업을 위해서는 서비스 사업자와의 좋은 관계가 필요한데 직접 서비스 영역에 진출할 경우 타 서비스 사업자와 경쟁하는 불편한 관계에 놓이기 때문이다. 실례로 구글이 인터넷전화 서비스인 구글보이스를 출시하고 이를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으로 등록하려고 했으나 통신사업자인 AT&T의 반대로 인해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또한 많은 사업 영역 진출은 리소스의 효과적인 분배에 부정적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구글의 지도서비스, 소셜네트워킹 서비스 등을 비롯하여 MS가 전통적인 강자로 있는 PC OS와 웹브라우저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업체를 인수한 바 있는데, 이러한 공격적 사업 영역 확대 전략에 비해 일부 사업의 성과는 실망적이었다. 구글도 이러한 비효율성을 타파하기 위해 2009년 초 닷지볼, 자이쿠, 구글비디오, 구글노트북, 구글 카탈로그서치, 구글 매쉬업에디터 등의 6개 사업을 정리, 통폐합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수한 60여 개의 기업들이 모두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구글의 TV 플랫폼 부문 사업이 약하다는 점도 구글의 플랫폼 확장 전략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구글은 TV 광고 사업을 진행 중에 있지만 성과가 좋지 않은 상황이며, 그 외 TV 관련 사업 움직임도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문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업자는 구글 자신일 것이다. 구글의 이전 행보를 보면 TV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과거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출시한 후 휴대전화 단말기를 직접 생산할 계획이 없다고 줄곧 언급해왔으나 지난해 말 직원들에게 넥서스원을 선물하며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바 있다. TV 플랫폼 사업 역시 넥서스원과 마찬가지로 깜짝 발표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애플과 MS보다 한발 늦게 시작한 사업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애플과 MS도 많은 사업자를 인수하며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지만, PC, 스마트폰, TV의 3대 매체에서의 플랫폼 사업에 비교적 중점을 두고 있다. 애플의 TV 플랫폼인 애플TV에 대한 시장 반응이 아직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작년 여름 한 시장조사기관의 애널리스트가 언급한 애플의 TV 사업 진출설로 인해 TV제조업체, 유료방송업체 관계자 등은 당혹스러워 하며, 지금까지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MS 역시 최근 IPTV 솔루션인 미디어룸을 업그레이드 한 미디어룸2를 선보였으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에게 내준 시장을 되찾고자 윈도우 모바일을 윈도우폰7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한 가지 주목할 사항은 최근 구글의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공격적 행보로 인해 PC 시절부터 라이벌이었던 애플과 MS가 아이폰에 MS의 검색 서비스인 빙(Bing)을 탑재할 것을 검토하며 협력 모드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애플과 MS의 구글 견제 전략으로 구글의 영역 확장 전략을 어느 정도 제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오픈 모델 수준 
 
구글의 적극적인 오픈 정책 또한 구글의 시장 평정에 방해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구글의 오픈 모델은 타 사업자에 비해 파격적이다. 안드로이드의 OS 라이선스에 대한 비용을 받지 않으며,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서비스 사업자들에게도 일정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한다. 물론 일부 애널리스트는 구글이 광고 소스 코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자기가 필요한 부분에서만 오픈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구글만큼 오픈 소스 전략을 유지하는 업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러한 오픈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오픈전략은 플랫폼 경쟁에서 세력을 규합하고 영역을 넓혀 나가는 데에 유리한 전략이기는 하지만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픈 소스로 많은 사업자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이를 표준화하기도 그만큼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리눅스가 PC OS 시장에서 윈도우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구글의 오픈 전략은 개발 이후를 책임지기 힘들다. 사업자가 소스 개발에서부터 사업화까지를 모두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사업화 이후에 효과적인 관리가 어렵다. 일례도 안드로이드폰의 경우 최근 미국에서 출시된 단말기 3종이 모두 다른 버전을 탑재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방화는 애플과 MS도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다. 이들도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공개하며 오픈 전략에 동참하고 있다. 다만 이들 사업자들은 구글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오픈 전략을 취하고 있다. 어느 정도 관리를 통해 무질서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 비즈니스 모델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에 반감을 가진 세력이 많다는 점도 구글의 플랫폼 사업 확장에 방해 요소가 되고 있다. 구글은 언제나 광고 기반의 무료 모델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어, 이용자들에게는 최고의 사업자이다. 하지만 서비스 사업자들에게는 최악의 파트너일 수 있다. 최근 미디어 제왕인 루퍼트 머독이 포문을 열며 구글 공격에 나섰으며, 많은 신문사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구글이 자신의 신문 기사로 돈을 버는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구글에 더 이상 기사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나아가 이들은 현재의 무료 모델을 포기하고 과거 유료 모델로 회귀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신문사들의 폐쇄형 모델로의 전환에 대해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기는 하지만, 구글은 기사 5개까지만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아이디어 등을 제시하며 신문업계와 파트너임을 강조하고 있다.  
 
출판업계 역시 구글의 모델에 반발하고 있다. 구글은 출판물을 디지털화하는 구글북스 작업을 진행 중에 있는데 이에 대해 영국 작가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특히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롤링 같은 영향력 있는 작가들이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구글은 여러 국가에서 저작권 침해 논란에 시달리고 있으며, 저작물의 공정이용(Fair Use)을 주장하며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을 펼치고 있는 로렌스 레식 교수도 구글북스에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하고 있어 지원군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반면 애플의 경우 올드미디어들과 상대적으로 공고한 관계를 자랑하고 있다. 파일공유로 인해 고전하던 음악업계에게 애플은 아이튠스로 생존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물론 일부 음반사들은 아이튠스 모델에도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었지만, 애플이 아이튠즈로 디지털 음악의 안정적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성공하자 이들도 더 이상의 비난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최근 출시된 아이패드에 대해서도 출판업계나 신문사들이 큰 기대를 표명하고 있다. 아이팟이 아이튠스를 만들었듯이 아이패드가 새로운 디지털 저작물을 유통시킬 새로운 장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 혁신상품 출시현황 
 
구글의 독창적인 상품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구글 왕국 건설에 걸림돌이다. 구글은 단순화된 검색창과 우수한 검색 결과로 단기간에 선발사업자를 추월하며 검색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구축했다. 이후 구글이 선보인 구글 어스, 구글 맵스 등에 이용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기대치가 커서 그런지 최근 구글의 상품에 대해 이용자나 업계 관계자들은 만족하지 못한 듯 하다. 대표적인 게 바로 넥서스원이다. 출시 당시 아이폰과 다른 게 없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단말기 자체의 결함을 지적하는 불만도 속출했다.  
 
물론 MS도 혁신성 부족 지적을 받아온 지 오래이다. 그럼에도 준(Zune) HD와 같은 미디어 플레이어의 출시와 새로운 스마트폰 OS인 윈도우폰7의 소개로 몰락하던 MS가 반전의 기회를 맞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구글의 전략이 애플 및 MS와 차이나는 점이 있으며, 일부 약점을 노출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애플과 MS의 전략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구글이 열세로 몰릴 것이란 것은 더더욱 아니다.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모델을 취하고 있는 애플과 MS에 비해 서비스 사업자들이 결국 기댈 수 있는 곳은 구글이기 때문이다. 앞서 결론부터 말했다시피 각 사업자간의 전략도 서로 다르고, 장점을 갖는 부분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자신들의 강점을 유지할 수 있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IT 삼국지를 써 내려갈 가능성이 큰 것이다.  
 
 
Ⅲ. 구글·애플·MS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 
 
 
이들 세 사업자가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면 그만큼 플랫폼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지고 쓸만한 상품은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특히 컨버전스 서비스의 개발 확대가 예상되며, 올드 미디어들의 귀환도 점쳐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용자, 서비스사업자, 단말기 업체 입장에서 좀더 살펴보자.
 
이용자에의 파급효과 
 
사업자간 경쟁으로 인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바로 이용자들이다. 왜냐하면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한층 더 우수한 서비스가 등장하거나 가격이 인하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PC, 스마트폰, TV, 휴대기기 등으로 플랫폼 경쟁 영역이 확대될수록, 더 많은 컨버전스 서비스들이 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이 큰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 한 사업자의 플랫폼으로 통일된 기기들을 사용한다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받을 수도 있다. 가령 한 사람이 MS의 3스크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이 사람이 휴대전화를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으로 교체한다면 아마도 온전한 3스크린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할 것이다. 한 사업자의 플랫폼으로 고착효과가 발생하면, 그 전환 비용 역시 클 수 있다는 점이 이용자들이 느낄 수 있는 잠재적인 부정적 효과이다.  
 
통신 및 방송 사업자에의 파급효과 
 
통신 사업자들의 경우 구글·애플의 스마트폰 침공으로 인해 자신의 플랫폼 지배력이 약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MS마저 윈도우폰7을 들고 나오면서 애플 및 구글과 유사한 전략을 취하고 있어 통신사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이를 최대한 방어하려는 움직임은 실효성 면에서의 논란은 있지만 당연한 전략적 선택이다.   
 
하지만 그동안 통신사업자들이 열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을 구글·애플·MS 등이 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즉 통신사업자들의 네트워크 활용도를 높일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수익 증대도 가능하다. 또한 구글·애플·MS 간의 삼파전이 심화될 경우 이들도 가입자 기반이 탄탄하거나 우수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통신사업자를 중요한 파트너로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방송이나 미디어 사업자라면 콘텐츠라는 핵심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올드미디어의 귀환을 노려볼 수도 있다. 한편 구글과 MS의 경우 자신들이 통신사업자나 유료방송사업자들의 비즈니스 룰을 완전히 통제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이 경우 통신 및 방송사업자들은 구글과 MS의 플랫폼을 활용하여 보다 새로운 자체 서비스 제공을 모색해 볼 수도 있다.  
 
단말기 제조업체에의 파급효과  
 
단말기 업체도 서비스 사업자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플랫폼에서 손을 놓을 경우 OEM 업체로 전락할 위험이 있으며, 독자적인 플랫폼 사업으로는 구글·애플·MS에 대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형 단말기 제조업체라면 자신만의 플랫폼으로 승부를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다만 독자 플랫폼의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만큼, 통신 및 방송사업자와 적절히 제휴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들 사업자가 구글과 MS의 플랫폼을 활용하여 독자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이에 적합한 단말기를 제공해 줄 업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Ⅳ. 맺음말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단말기의 스마트화로 인해 플랫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이에 따라 플랫폼 경쟁이 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구글·애플·MS를 중심으로 한 세력과 이들에 대항하기 위한 연합 세력 간에 적당한 선이 그어 지며 경쟁이 평형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재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는 사업자들은 구글·애플·MS이며, 상당기간 이들이 플랫폼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이들 세 사업자의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국내 통신사업자나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이들 세 사업자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며 그 원인을 시장의 폐쇄성으로 돌리고 있다. 시장의 폐쇄성 그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있으나, 폐쇄성이 구글·애플·MS에 시장을 내준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보기 힘들다. 전세계 플랫폼 시장을 순식간에 평정할 능력이 있는 사업자는 이들 세 사업자 외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세계 최대 통신사인 보다폰이나 오렌지도, 최대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도 구글·애플·MS와 같은 플랫폼 왕국을 건설하지 못했다. 잘잘못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힘든 면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 세 사업자가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데에 박수만 치고 있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국내 서비스 사업자나 단말기 제조업체도 이들과 제휴하거나 혹은 대항하는 연합체에 합류할 것인지를 결단을 내야 한다. 제휴를 한다면 이들의 플랫폼 채택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하고, 이들 플랫폼을 활용해 어떠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결국 소비자는 자신에게 가장 큰 가치를 제공해 주는 사업자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끝>

2010년 3월 14일 일요일

스팸(보이스 피싱) 전화번호 식별사이트

전에도 한번 스팸전화에 대해 이야기를 다룬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 2탄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 합니다.

사이트 명: [스팸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이고, URL : missed-call.com 입니다.












일단 사이트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2007년에 오픈하였고 3월 14일 현재까지 이곳에
쌓인 테이터는 737.866개(73만 이상) 전화번호가 등록되어 있으며, 현재까지 조회수는 180만번
조금 넘게 검색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또한 2009년 3월 뉴스에 따르면 09년 3월 이전까지 피해액이 22억으로 나와 있는데 신고 안된
것을 감안하면 이보단 조금더 많은 금액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몇 일 전 뉴스에 나온 신종 스팸피싱 수법으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구매를 하는척 전화를
걸어 판매금액 보다 조금더 많은 금액을 입금하여 차액을 돌려받는 식으로 입금을 유도한다고
합니다. (썩을넘들 같으니라구~~)

스팸번호(보이스 피싱)에 관하여 많은 데이터가 등록되어 있으니 혹시~ 전화받고 속았을지라도
일단 걸려온 번호를 검색 해보는데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 할 수 있으며, 중국등에서 인터넷
전화로 전화하기에 거짓번호를 날리는 일쯤은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정부에서는 '스팸번호를
원천적으로 막는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밥그릇 싸움, 몸싸움, 기물파손등을 횡횡하니 보여주고 있는 실정이며, 스팸번호에
관한 해결책인 법규는 국회에서 깊은 숙면을 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사이트 내에서 [검색도구] 로 들어가면 다운받아 본인의 컴에 바탕화면에 검색창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였고, 홈피와 블로그에 검색창을 만들 수 있도록 [미니검색창]소스를 남겨 놓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게시판]에 들어가면 [스팸 사례 & 대응 노하우]가 있으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바로가기=> missed-call.com/forum/viewtopic.php?f=10&t=221

스팸 사례는 09년 3월 이전의 것들이지만 읽어봐서 손해보는 것은 분명히 없을 것이고,
사기당한 사연들도 올라와 있으니  같이 읽으시기 바랍니다.

피싱 사기꾼들은 진화되기 위해 계속해서 잔머리를 굴리며 거듭나니 [의심->검색]은
필수 입니다.
 

◎일본의 소득격차 현황과 시사점

한국은행 '일본의 소득격차 현황과 시사점'

【요약】

□ OECD 국가들의 소득불균형은 1970~198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으며
   세계인구의 약 10억 명이 1일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경제적 빈곤층



□ 한편 1960~1970년대 일본은 “1億 總中流社會” 라고 인식되고 있었으나 1980년대 후반 이후
    소득격차 확대에 따라 평등성이 붕괴되기 시작



  ㅇ 소득격차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지니계수, 상대적 빈곤율 등이 1980년대 이후

      상승하고 워킹푸어 등 저소득․빈곤계층도 급격하게 증가

   - 2008년 OECD 조사에 의하면, 일본의 상대적 빈곤율(14.9%)은 멕시코(18.4%), 터키(17.5%),

      미국 (17.1%)에 이어 세계 4위

□ 일본의 소득격차 확대는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의 가변비용화 추진, 규제완화 및 노조세력

   약화, 소극적 정책대응 등 내부적 요인에다 고령화 및 세대구조 변화, 경제 서비스화 및

    글로벌화 진전, 기술혁신 등 외부적 요인에 기인

□ 소득격차 확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소비지출 감소에 따른 명목GDP 감소, 사회보장지출

   증가 및 세수감소 등에 따른 재정악화, 가계저축률 저하 등을 들 수 있으며 사회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혼인률 저하에 따른 저출산 가속, 자살률 및 자기파산자 증가, 소득격차의 세습

   등이 있음

ㅇ 이에 따라 일본정부는 2020년까지 현재 170만명의 프리터 수를 절반수준으로 감축시키고

    사회 전체에서 통용될 수 있는 직업능력개발․평가제도 구축, 구 직자 지원제도의 창설 및

    고용보험제도의 기능강화 등을 도모

□ 우리나라도 향후 소득격차 확대가 경제․사회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있어 일본의 사례를

   교훈삼아 대비가 필요

   ① 워킹푸어, 프리터를 포함한 저소득의 비정규직 고용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수립

   ② 체계적인 고령화관련 대책실시

   ③ 소득격차가 고착화 내지는 세습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회의 평등 확보

   ④ 향후 저출산․고령화  진전, 반복되는 경제위기 등으로 세수는 줄고 지출은 크게 늘어나

       재정적자가 급격하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므로 이에 대한 대처 필요

【차례】

  <要 約>

  Ⅰ. 檢討背


  Ⅱ. 소득격차 現況

     1. 소득격차 현황의 국제비교 2. 일본의 소득격차 현황
 


  Ⅲ. 소득격차 擴大要因


     1. 내부적 요인 2. 외부적 요인



  Ⅳ. 經濟·社會에 미치는 영향 및 政策對應


     1.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 2. 정책대응



  Ⅴ. 示唆點


  <參考文獻>




◎2009년중 물가동향 분석

한국은행 '2009년중 물가동향 분석'

2009년중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2.8% 상승에 그쳐 전년(4.7%)에 비해 오름세가
크게 둔화되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경제의 동반침체로 국내외 수요
압력이 위축되고 비용면에서도 유가 등 국제원자재가격이 크게 하락하였기 때문이
다. 품목별로 보면 기상여건 악화에 따른 공급부진 등으로 농축수산물가격이 크게
상승하였으나 국제원자재가격 하락,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공업제품과 서비스요
금은 오름세가 둔화되었다.

소비자물가 이외의 물가지수 동향을 보면 먼저 생산자물가가 국제원자재가격 하
락에 힘입어 전년의 8.6% 상승에서 0.2% 하락으로 돌아섰다. 수출입물가(원화기준)
또한 국제원자재가격 하락과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부진 등으로 수출물가가
-0.2%, 수입물가는 -4.1% 하락하였다.

차례

Ⅰ. 머리말

Ⅱ. 2009년중 물가동향
   1. 소비자물가
   2. 생산자물가와 수출입물가
   3. 부동산가격

Ⅲ. 2009년중 물가변동의 주요 특징
   1. 물가 여건
   2. 주요 특징

Ⅳ. 맺음말


◎금융위기 이후 환위험 노출도 줄었다

LG경제연구원 '금융위기 이후 환위험 노출도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우리 기업들은 외화부채와 선물환 매도를 늘리는 등 외화매도포지션을 지속적으로 확대시켜 왔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화매도포지션에서 상당한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환율이 예측한 방향과 다르게 움직이면서 과도한 외화매도포지션에서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은 외화매도포지션을 줄여나가고 있다. 외화부채에서 외화자산을 차감한 외화순부채 규모는, 2009년 말 현재 674억 달러로 2008년보다 84억 달러 축소되었다. 또 선물환 매도금액은 2008년 중 1366억 달러였으나, 2009년에는 709억 달러로 감소하였다. 
 
금융위기 이후 외화매도포지션 축소는 과도한 환노출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환 관리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환율 예측을 근거로 외화포지션을 과도하게 조정할 때 높은 위험성이 수반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기업의 수출입 구조에 대응한 적절한 외화자산·부채, 파생상품 구조를 설계하고 환율 움직임과는 관계없이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환 관리 관리를 위해서는 환율이 수출·입 거래와 외화자산·부채 등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수출에서의 환율 영향은 미래에 시기적으로 분산되는 반면, 외화자산·부채와 파생상품에서의 환율 영향은 특정 시점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 목 차 > 
 
Ⅰ. 기업의 외화자산·부채 구조와 환율 영향
Ⅱ. 파생상품 계약 구조와 환율 영향
Ⅲ. 금융위기 이후 외환 관련 구조 변화의 특징
Ⅳ. 시사점
 
 
 
올해 들어서서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선진국들은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과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들은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음에도 우리나라가 받은 충격은 꽤 컸다.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국내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또 다시 어려움을 겪은 이유를 되새겨 보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다. 정부 대책 중 상당 부분은 외환부문의 취약성을 해소하는데 맞추어져 있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외환 부문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환율의 가파른 상승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파생상품(KIKO 등) 거래에서 손해를 보았고, 외화부채에서 막대한 환 손실이 발생하였다. 기업이 떠안는 외환부문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2008년 10월에 ‘파생상품 평가 관련 회계처리’를 변경하고, 2008년 12월에는 ‘외화환산 관련 회계처리’를 바꾸기도 했다.  
 
당면한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한 시점에서 우리 기업들도 외환부문에서 어려움을 겪은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에 우리 기업들이 외화자산·부채와 파생상품에서 커다란 손실을 입게 된 이유를 살펴보고, 외환 부문의 충격 이후 어떠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환율이 기업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보면 2가지 경로이다. 환율 변동은 해외매출과 수입 재료비용 등 영업활동에 영향을 준다. 또한 환율 변동은 외화예금, 외화매출채권, 외화매입채무, 외화차입, 파생상품 계약 등에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발생한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은 해외 매출 증대 효과 등으로 영업활동에서는 플러스 효과를 얻었으나, 원화로 환산한 부채의 급증과 파생상품 손실로 인해 외화자산·부채에서는 마이너스 효과를 보았다. 이하에서는 손실이 크게 발생한 외화자산·부채와 파생상품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Ⅰ. 기업의 외화자산·부채 구조와 환율 영향 
 
 
구조 1. 외화자산을 초과하는 외화부채 
 
우리 기업들은 영업활동에서 해외매출이 중간재 투입을 위한 수입보다 크지만, 자산·부채 측면에서 살펴보면 외화부채가 외화자산보다 더 많은 구조이다. 환율 하락시 영업활동에서 발생되는 손익을 외화·부채에서의 이익으로 어느 정도 상쇄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기업의 전체적인 외화자산과 외화부채 규모는 한국은행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국제투자대조표를 통해 추산될 수 있다. 외화자산 규모는 금융자산 중 매출채권(무역신용 자산 전체)과 기타 부문의 현금 및 예치금을 합산한 값이며, 외화부채 규모는 금융부채 중 매입채무(무역신용 부채 전체)와 기타 부문의 차입을 더한 값이다. 2009년 말 국내기업의 추정 외화자산 규모는 239.4억 달러, 외화부채 규모는 913.7억 달러이다(<그림 1> 참조). 우리 기업들의 외화부채 규모는 외화자산의 3.8배 수준에 달한다.
 
매출액이 10조원 이상인 비금융상장기업 주요 16개사의 2008년 말 외화자산 규모는 25조 6592억 원, 외화부채 규모는 50조 7135억 원이었다(<표 1> 참조). 이들 16개 기업의 외화부채는 외화자산의 1.98배 수준이었다. 주요 기업들의 2008년 말 외화자산·부채 현황을 보면, 삼성전자의 외화자산과 외화부채는 각각 3조 6613억 원, 6조 1,017억 원이었고, SK에너지는 2조 8273억 원, 5조 8502억 원, 현대자동차는 1조 8734억 원, 1조 794억 원이었다. 주요기업 16개사 중 외화자산이 외화부채보다 더 큰 기업은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3개사였고, 대한항공, S-Oil, 한국가스공사 등 13개 기업은 외화부채가 외화자산보다 더 많았다.  
 
이들 16개 기업의 2008년 말 외화자산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2%, 외화부채 비율은 12.3%이었다. 분석대상 기업의 외화순자산비율[(외화 자산-외화 부채)/자산 총계]은 -6.1%이었다. 외화순자산비율은 대우조선해양 16.5%, 현대중공업 12.0%, 현대자동차 2.5%, 삼성전자 -3.4%, LG전자 -16.5%, 한국가스공사 -18.4%, S-Oil -24.9%, 대한항공 -42.1%이었다.
 
기업의 외화자산·부채 관련 손익은 환율 변동의 방향과 외화자산·부채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외화부채가 외화자산보다 더 많은 구조이기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외화자산·부채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이익이 발생한다.
 
구조 2. 높은 단기 외화차입 비중 
 
국내 경제주체의 외화차입 중 원금을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 외화차입 비중이 높다. 2009년 말 현재 전체 외화차입 금액은 1504.5억 달러였다(<그림 2> 참조). 이중 1년 이내에 원금을 상환하는 단기차입금이 1076.5억 달러(71.6%)였고, 1년 이후에 원금을 상환하는 장기차입금이 428.0억 달러(28.4%)였다.  
 
기업의 단기 외화차입 비중도 국가경제 전체의 단기차입 비중과 거의 비슷할 것이다. 이는 외화차입의 주체는 주로 은행과 기업이고, 은행의 외화차입은 기업대출로 이어지고, 은행의 외화대출기간은 은행의 외화차입기간보다 일반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첫째, 은행과 기업 차입이 외화차입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2009년 9월말 우리나라의 외화차입 잔액은 1438.2억 달러이다. 이 중 정부 차입이 25.4억 달러(1.8%), 은행 차입이 1126.6억 달러(78.3%), 기타 부문의 차입이 286.2억 달러(19.9%)이다. 외화차입 중 은행과 기타 부문의 비중이 98.2%이었다. 둘째, 은행의 외화차입은 기업에 대한 외화대출로 이어진다. 이러한 연결고리는 금융감독원의 은행 통계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2009년 9월 현재 외화차입금, 외화사채 등 은행의 외화자금조달 잔액은 141조원, 외화대출, 매입외환, 내국수입유산스 등 외화대출 잔액은 144조원이었다. 은행의 외화대출은 주로 기업의 시설자금과 운전자금 용도이고, 차입 주체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각각 절반 정도이다. 셋째, 은행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외화차입의 기간을 고려하여 기업에 대출한다. 은행이 조달한 단기외화차입금은 기업에 단기자금으로 대출되고, 장기외화차입금은 기업에 장기자금으로 대출된다. 금융감독원의 ‘중장기외화대출 재원조달비율 추이’를 통해 은행의 외화차입기간과 외화대출기간의 일치 활동을 파악할 수 있다. 중장기외화대출 재원조달비율은 1년 이상의 외화차입금액을 1년 이상의 외화대출금액으로 나눈 값이다. 2009년 9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중장기재원조달비율은 137.4%이었다. 이 비율의 의미는 은행이 만기 1년 이상인 외화차입금이 300억 달러라면, 은행이 기업에 대출한 1년 이상 외화자금은 220억 달러 정도라는 것이다. 이 비율을 통해 외화대출기간이 외화차입기간보다 더 짧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단기 외화차입 비중이 높기 때문에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안정적 경영활동 수행에 곤란을 겪게 된다. 단기 외화차입은 장기 외화차입에 비해 이자율이 저렴하고, 환율 하락시에는 원화로 환산한 원금상환 부담이 단시간 내에 줄어드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외환시장이 불안정한 시기에는 필요로 하는 외화를 구하지 못하거나, 예상치 못한 환율 상승시 원화 환산 상환원금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구조 3. 외화자산·부채 구성 통화는 달러 중심 
 
외화 자산·부채는 주로 미국 달러화로 구성되어 있다. 2008년 말 국제투자대조표상 금융자산 중 기타투자의 통화별 비중을 보면, 미국 달러화가 81.2%, 유로화 7.9%, 엔화 4.4%였다. 금융부채 중 기타투자의 통화별 비중을 보면, 미국 달러화가 75.5%, 엔화가 9.1%, 유로화가 4.1%였다. 이러한 외화자산·부채의 통화별 비중은 수출입 결제 통화 비중과 비슷하다. 2008년 수출결제통화 비중은 미국 달러화가 81.6%이었고, 유로화 7.6%, 엔화 4.7% 순서였다.
 
주요 기업들의 외화자산·부채 구성에서도 달러 비중이 높다. 2008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외화자산은 3조 6613억 원이고, 이중 미국 달러화 비중은 87.4%(3조 2009억 원)이었으며, 외화부채 6조 1017억 원 중 달러화 비중은 82.5%(5조 353억 원)이었다. SK에너지의 달러자산 비중과 달러부채 비중은 각각 98.6%, 99.8%이었고, 현대자동차는 66.1%, 30.6%이었다.
 
우리 기업의 외화자산·부채, 수출입 결제 통화에서 달러 의존도는 상당히 높지만 수출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우리나라의 수출 중에서 미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0.4%(2009년)에 불과하고, 중국(23.9%), 동남아(19.3%), EU(12.8%) 등이 미국시장보다도 높다. 우리 기업의 수출시장은 다변화된 반면, 외화자산·부채의 보유 통화는 달러에 집중되어 있다. 수출 시장에서는 다양한 통화의 영향을 받는 반면, 외화자산·부채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환율 상승시 외화자산·부채에서 손실 발생 
 
우리 기업들은 외화자산보다 외화부채가 더 많으며, 외화부채 중 단기비중이 높고, 외화자산·부채는 주로 미국 달러화로 보유하고 있다. 국내기업의 이러한 외화자산·부채 구조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외화자산·부채에서는 손실이 발생하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이익이 발생한다.
 
환율 변동과 외화 자산·부채 관련 손익과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12월 결산 비금융상장기업 1,591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대상기업의 연도별 외환관련손익은 2003년 -0.6조원, 2004년 +5.1조원, 2005년 +1.8조원, 2006년 +2.6조원, 2007년 -0.8조원, 2008년 -15.9조원, 2009년 3분기까지 +1.8조원이었다(<그림 3> 참조). 기업들은 2004년도에 5조 1032억 원의 외환관련이익을 실현하였는데, 이는 2004년도 말 원/달러 환율이 전년 말(1192.6원)보다 13.2% 하락한 1035.1원이었기 때문이다. 환율이 하락한 2004년도와는 달리 환율이 상승한 2008년도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발생하였다. 2008년 말 원/달러 환율이 전년 말(936.1원)보다 34.6% 상승함으로써 15.9조원의 외환 관련 손실이 발생하였다.
 
 
Ⅱ. 파생상품 계약 구조와 환율 영향 
 
 
구조 4. 파생상품 거래에서 외화매도포지션 
 
우리 기업들은 환율변동으로 인해 수출·입 거래에서 발생하는 미래현금흐름의 변동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선물환, 통화스왑 등을 이용한다. 수출입 거래에서 기업의 외화유입금액이 외화유출금액보다 크기 때문에 파생상품 거래에서는 외화매입포지션보다 외화매도포지션을 취한다.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09년에 국내기업이 매입한 선물환금액은 498억 달러이고, 매도한 선물환금액은 709억 달러였다(<그림 4> 참조).
 
2009년 9월 현재 주요 기업들의 파생상품 계약잔고를 살펴보면, 대우조선해양은 142억 달러, 기아자동차는 1억 9천만 달러, LG디스플레이는 7천만 달러의 선물환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파생상품 계약에서 외화매도포지션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 상승시 파생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환율 하락시 파생상품에서 이익이 발생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중 파생상품에서 대규모 손실 발생   
 
글로벌 금융위기 중에 국내 경제주체는 파생상품 거래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파생상품 거래의 손실금액은 2008년 147.7억 달러, 2009년 55.4억 달러였다(<그림 5> 참조). 이 기간 동안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원인은 급격한 환율 상승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하락추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이 2008년부터 급격하게 상승세로 전환됨에 따라 환율 하락을 전제로 이루어졌던 통화관련 파생금융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2008년과 2009년의 파생금융상품 관련 손실금액(203.1억 달러)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환율 하락 시에 발생했던 파생상품 이익 규모(103.6억 달러)의 2배 수준에 달하였다.  
 
2008년과 2009년의 파생상품에서의 대규모 손실은 상장기업의 재무자료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비금융상장기업의 파생상품 자산에서 파생상품 부채를 차감한 파생상품 순자산 금액을 살펴보면, 2008년 말 -23조 2944억 원, 2009년 9월말 -10조 6756억 원이었다. 파생상품자산이 파생상품부채보다 크면, 즉 파생상품 순자산의 값이 양이면 재무제표 보고 시점 현재 파생상품 거래에서 이익을 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파생상품자산이 파생상품부채보다 작으면, 즉 파생상품 순자산의 값이 음이면 파생상품 거래에서 손실을 입었음을 의미한다. 2008년 말과 2009년 9월 현재 파생상품 순자산의 부호가 음이고, 규모 자체가 크다는 것은 파생상품 거래에서 상당한 손실을 입었음을 의미한다.
 
수출 비중이 높을수록 파생상품에서 손실 확대 
 
2009년 9월 현재 파생상품 순자산의 부호와 규모는 수출 비중, 업종, 기업 규모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표 2> 참조). 수출 비중이 25% 미만인 기업들의 파생상품 순자산 규모는 4855억 원이었고, 총자산 대비 파생상품 순자산 비율은 0.11%였다. 수출 비중이 25% 이상 50% 미만인 기업들의 파생상품 순자산 규모는 -362억 원이었고, 파생상품 순자산 비율은 -0.02%에 불과하였다. 수출 비중이 50% 미만인 기업에 파생상품이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였다. 하지만 수출 비중이 커짐에 따라 파생상품의 영향력은 증가하였다. 수출 비중 50% 이상 75% 미만인 기업들의 파생상품 순자산 규모는 -1조 1507억 원이었고, 파생상품 순자산 비중은 -0.55%였다. 수출 비중이 75% 이상인 기업들의 파생상품 순자산 규모는 -9조 9743억 원이었고, 파생상품 순자산 비중은 -3.37%였다. 수출기업들은 환율 변동으로 인한 수출대금의 변동위험을 줄이기 위해 선물환 거래 등을 통해 외화매도포지션을 취하고 있고, 이런 구조에서 환율이 상승하면 파생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한다.
 
수출 비중이 높은 제조업과 운수업의 파생상품 순자산 부호는 음이었고, 파생상품 순자산 규모는 각각 -10조 6972억 원, -2,914억 원이었다. 그러나 내수 산업인 도매 및 소매업, 건설업의 파생상품 순자산 부호는 양이었고, 파생상품 순자산 규모는 각각 2939억 원, 201억 원이었다. 기업 규모에 따른 파생상품 순자산 차이는 크지 않았다. 대기업의 파생상품 순자산 비중은 -0.98%(-9조 8924억 원), 중소기업은 -0.81%(-7833억 원)이었다.
 
 
Ⅲ. 금융위기 이후 외환 관련 구조 변화의 특징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내기업의 외화자산·부채와 파생상품 구조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외화순부채 규모가 축소되었고, 선물환 순매도 규모가 감소하였다(<표 3> 참조). 또한 기업의 외화예금은 크게 증가한 반면, 외화차입금은 줄어들고 있다.  
 
특징 1. 외화순부채 축소 
 
외화순부채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으나, 금융위기 이후에 소폭 축소되었다. 외화순부채 규모 추이를 살펴보면, 2003년 말 267.8억 달러, 2005년 말 423.8억 달러, 2008년 말 758.3억 달러로 확대되었다. 2008년 말 외화순부채 규모는 2003년 말의 2.83배였다. 이처럼 확대 추세를 보이던 외화순부채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소세로 반전되어, 2009년 말 현재 외화순부채 규모는 2008년 보다 84억 달러 축소된 674.3억 달러였다. 이는 기업의 외화예금, 외화매출채권 등 외화자산은 증가한 반면, 조선업의 수주 부진 등으로 매입채무 규모가 줄어드는 등 외화부채는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외화순부채 규모가 축소되면, 환율 변동으로 인한 외화자산·부채 관련 손익 변동 폭은 줄어든다.
 
특징 2. 외화 예금 크게 증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국내기업의 외화예금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국내기업의 외화 현금 및 예치금 잔액 추이를 보면, 2006년 말 233.4억 달러, 2007년 말 300.0억 달러, 2008년 말 359.2억 달러, 2009년 9월말 425.7억 달러였다(<그림 6> 참조). 2009년 말 국내기업의 외화예금은 2006년 말의 1.82배, 2007년 말의 1.42배 수준이다.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외화예금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주요 기업들의 외화예금 규모도 글로벌 금융위기 중에 늘어났다. 기업들의 외화예금 잔액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2007년 말 6940억 원(7.4억 달러)에서 2008년 말 1조 294억 원(8.2억 달러)으로, SK에너지는 1597억 원(1.7억 달러)에서 1조 1977억 원(9.5억 달러)으로, LG디스플레이는 1371억 원(1.5억 달러)에서 6060억 원(4.8억 달러)으로 증가하였다.
 
특징 3. 외화차입 규모와 단기 차입 비중 감소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외화차입 규모와 단기차입비중도 감소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외화차입 규모는 증가 추세였다. 2003년 말 외화차입 잔액은 737.8억 달러, 2005년 말 756.4억 달러, 2007년 말 1629.1억 달러, 2008년 9월말 1882.1억 달러였다(<그림 2> 참조). 리먼 사태 발생 이후 만기가 도래한 단기차입금을 상환하면서 외화차입 잔액은 크게 줄어들었다. 2009년 말 현재 외화차입 잔액은 2008년 9월말 대비 377.6억 달러 감소한 1504.5억 달러였다. 리먼 사태 이전까지 단기 외화차입 비중도 계속 증가하였으나 리먼 사태 이후 감소세로 반전되었다. 단기 외화차입 비중은 2003년 말 51.2%에서 2007년 말 76.4%, 2008년 9월말 79.6%까지 증가하였다가, 2009년 말에는 71.6%로 감소하였다.
 
외화차입 규모와 단기 외화차입 비중의 축소는 국내기업의 환 위험을 낮추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외화차입 규모의 감소는 국내기업의 외화순부채 규모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 변동 폭을 줄여준다. 또한 단기 외화차입 비중이 감소함에 따라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으로부터 받는 기업의 충격은 줄어든다.  
 
특징 4. 파생상품 거래 규모와 이용 기업의 감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생상품을 이용하는 기업 수, 기업들의 파생상품 거래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먼저, 우리 기업들이 흔히 사용하는 파생상품인 선물환 거래 규모를 살펴보면, 2007년 선물환 매도금액은 1260억 달러, 2008년 1366억 달러, 2009년 709억 달러였다. 2009년의 선물환 매도금액은 2008년의 51.9%에 불과하였다. 선물환 매도 금액에서 선물환 매수 금액을 차감한 선물환 순매도 규모도 크게 감소하였다. 2009년 중 선물환 순매도 금액은 211억 달러로 2008년(620억 달러)의 34.0%, 2007년(718억 달러)의 29.4%에 불과하였다. 이처럼 선물환 매도 규모가 줄어든 이유는 조선·중공업체의 해외수주가 부진하여 이들 기업들의 환헤지 수요가 감소하였고, 수출업체들이 환율 상승 시기에 선물환 매도를 하지 않는 것이 회사 손익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파생상품 거래 규모뿐만 아니라 파생상품을 이용하는 기업 수도 감소하였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을 대상으로 파생상품 이용기업 비중을 살펴보면, 2008년까지는 증가하였으나 2009년에는 감소하였다(<그림 7> 참조). 파생상품 이용기업 비중은 2006년 28.3%(444개), 2007년 32.3%(509개), 2008년 39.7%(632개), 2009년 1~9월에는 34.5%(542개)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파생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각되면서, 우리 기업들이 파생상품의 이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Ⅳ. 시사점 
 
 
우리 기업들은 수입에 비해 수출 비중이 더 높기 때문에 환율 상승시 기업 수익성이 개선되고, 환율 하락시 수익성이 악화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환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외화자산·부채와 파생상품 거래에서는 환율 변동이 영업손익에 미치는 영향과는 반대의 효과를 가져오도록 구조를 설계한다. 외화차입과 선물환 거래 등을 통해 외화매도포지션을 취하는 것이다. 이런 구조로 인해 환율 하락 시기에는 수출에서 유입되는 금액이 줄어들어 영업손익이 악화되지만, 외화자산·부채와 파생상품 거래에서는 이익이 발생한다. 반대로 환율 상승 시기에는 수출금액이 증가되어 영업손익이 개선되는 반면, 외화자산·부채와 파생상품 거래에서는 손실이 발생한다.  
 
금융위기 이전, 특히 2006년과 2007년에 우리 기업들의 외화순부채 규모와 선물환 순매도 금액이 크게 증가하였다. 환율 하락 시기에 외화매도포지션을 확대시킴으로써 기업들은 수출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상당 부분 만회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수출입 거래 규모에 비해 외화순부채와 선물환 매도를 과도하게 취한 측면이 있었다. 또한 외화자산·부채와 파생상품에서 모두 매도포지션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기 여파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기업들은 상당한 환 손실을 입었다. 이런 충격 이후 기업들은 외화매도포지션 관리 방향을 다소 변경하였다. 외화 예금을 늘리고, 선물환 매도규모를 줄여나가는 등 외화매도포지션을 축소시키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외화매도포지션 축소는 과도한 부분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들이 향후에도 외화매도포지션을 계속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분명치 않다. 2000년대 중반처럼 환율 하락이 예상된다면 외화매도포지션을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환율 방향을 예측하고 이에 따라 외환매도포지션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환율이 예측한 방향과 언제든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방향과는 상관없이 환율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영업부문에서 수출입 구조에 대응하여 적절한 외화자산·부채와 파생상품 거래 구조를 모색하고 일관되게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절한 환 관리 구조를 모색함에 있어 환율이 수출·입 거래와 외화자산·부채 등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수출에서의 환율 영향은 미래에 시기적으로 분산되는 반면, 외화자산·부채의 파생상품에서의 환율 영향은 특정 시점에 집중된다. 개별 회사별로 이러한 구조를 파악한 후 자사에 맞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끝>

◎소통(疏通)에 능한 기업

LG경제연구원 '소통(疏通)에 능한 기업'

탁월한 성과를 내던 기업이 갑작스럽게 좌초되곤 한다. 이때 그 주된 문제점을 들여다보면 빠지지 않는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소통(疏通)의 문제다. 고객과의 소통에 실패해 고객의 마음을 잘못 읽었거나, 조직 내부 소통의 장벽을 쌓고 있는 경우이다. 창의성의 시대에는 이 같은 소통의 문제가 더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아무리 좋은 품질과 비용 우위를 갖춘 제품일지라도 고객의 마음 속에 울림을 주지 못한다면 시장으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 개개인의 창의성이 집단의 창의성으로 승화되는 것은 서로의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이와 같이 소통은 고객 가치 창출의 근간, 집단 창의성 발현의 토대 등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집단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인재들이 서로 통섭할 수 있게 해야하며, 이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잘 공유될 수 있는 시스템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건전한 피드백이 숨쉬는 상호 신뢰와 협력적 조직 문화가 구축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CEO가 그 선봉장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조직 내부의 집단 지성이 고객과의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때 진정한 고객 가치 창출이 가능하며, 지속적인 성과 창출을 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 목  차 > 
 
Ⅰ. 왜 소통인가?
Ⅱ. 집단 지성을 키우는 소통  
Ⅲ. 맺음말
 
 
 
Ⅰ. 왜 소통인가? 
 
 
바야흐로 창의성의 시대다. 과거에는 ‘좋은 품질(Best Quality)’의 제품을 ‘얼마나 빨리(Speedy)’ 그리고 ‘얼마나 적은 비용(Low Cost)’으로 만들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 이것만으로도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되어 시장을 호령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의성의 시대에는 이 같은 역량 만으로 부족하다. 시장에 내놓는 제품과 서비스가 얼마나 ‘의미 있고(Meaningful)’, ‘가치 있으며(Valuable)’, ‘독특한가(Unique)’가가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품질과 비용 우위를 가진 제품이라 할지라도 의미, 가치 그리고 개성 면에서 창의적이지 못하다면, 그 제품은 고객의 눈 높이를 맞출 수 없고 고객의 마음 속에 울림을 주지 못해 시장으로부터 외면 받게 된다.  
 
‘창의적 기업’이란 꿈과 숨은 복병 
 
많은 기업들이 창의성을 강조하며 창의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혁신 노력을 경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컨대, 톡톡 튀는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의 창의성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색다른 동기부여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조직 내부의 운영 방식도 자율과 창의가 넘치는 방식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이 모두가 창의적 기업으로 거듭나, 시장에 인정받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백 년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싶은 꿈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창의와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은 기업들이 항상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이와 달리 냉혹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창의적인 기업을 향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창의적 인재가 내놓은 색다른 아이디어가 조직 내부에서 효과적으로 논의되지 못하고 사장되고 마는 경우. 창의적인 신제품 아이디어가 기능 간의 불협화음으로 제때 출시되지 못하고 지연되는 경우. 누구보다 먼저 시장에 선보인 창의적 신제품이지만 고객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서 외면을 받는 경우. 모두가 고객과의 소통 문제, 조직 내부의 기능 간의 소통 문제, 구성원들 사이의 소통 문제가 숨은 복병처럼 조직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꼭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조직의 창의성은 단순히 시스템이나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 한다고 해서 갑자기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창의성 발현에 좋은 시스템과 하드웨어를 갖추는 것 이상으로, ‘색다른 아이디어들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창의적 결과물을 낳게 할 수 있는가’에 있다. 특히,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소통(疏通)의 문제가 창의성 발현을 가로막는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소통(疏通)이 주는 이점 
 
원래 소통이란 ‘(1)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 ‘(2) 막히지 아니하여 잘 통함’이란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이를 기업 경영에 적용해 보면, 하나는 고객과 기업, 조직 내부의 다양한 조직 간, 임직원들이 원활히 의사소통 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하나는 단순히 의사소통만이 아니라 정보, 지식, 경험, 물리적 자원 등이 막힘 없이 잘 흐르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창의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도, 이 같은 소통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소통에 능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다음 3가지 측면에서 이점을 가진다.
 
● 집단 창의성 발현과 조직 시너지 배가 
 
첫째, 집단 창의 발현의 밑거름이 된다. 창의성의 시대에는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이를 서로 공감하고 집단 전체의 창의성으로 승화할 수 있을 때 보다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소통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구성원들 간의 건강한 소통은 서로의 색다른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하고, 건전한 논의와 비판 속에서 서로의 생각이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통은 조직 내부의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기능 조직 간의 상호 협력과 시너지 창출에도 도움을 준다. 현실적으로 조직 내부의 모든 기능 조직들이 동시에 창의적일 수 없다. 다만, 어느 한 기능 조직에서 발현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조직 내부의 갈등과 마찰 때문에 사장되거나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가져오지 않게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이는 조직 내부의 다양한 기능이 유기적으로 호흡하며,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 고객 중심 경영의 견고화 
 
둘째, 소통은 고객 중심 경영을 더욱 견고히 해주는 역할도 한다. 고객 중심 경영의 핵심은 조직 내부의 창의성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공하는가에 있다. 그런데, 창의적인 기업이라고 할 때, 흔히 범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는 ‘공급자 중심 마인드’내지는 ‘기술 지상주의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쉽게 말해 창의성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기술적 발전으로만 가능하다고 오해해, 고객은 별로 원하지 않는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 경우를 말한다. 과거 델(Dell) 컴퓨터가 데스크톱 컴퓨터와 워크스테이션의 장점 만을 골라 출시한 ‘올림픽’이 대표적인 예다. 기술적으로 매우 훌륭한 제품이었고, 홍보에도 많은 돈을 투자했으나, 시장은 이를 외면하고 만다. 그 이유는 당시 고객들은 기능이 복잡하고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회사 관계자는 “올림픽은 고객을 위한 기술이라기 보다 기술을 위한 기술이었다.”라고 토로한 바 있다. 델 컴퓨터의 사례는 고객 가치 창출은 꼭 어렵고 복잡한 기술적 진보에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오히려 감성적인 부분에 있을 수도 있다. 이를 간파하기 위해서도 고객과의 지속적인 소통은 중요한 것이다.  
 
● 신뢰와 믿음의 문화 형성 
 
궁극적으로 소통은 공동체의 신뢰와 믿음의 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 앞서 언급한 고객 중심 경영, 기능 간 협력과 시너지, 집단 창의성 발현, 이 모두가 공동체 안의 신뢰와 믿음의 문화가 뒷받침 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사실 기업의 성과 창출은 소통이 원활하지 않더라도 가능할 수 있다. 때로는 우연한 발견이나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때로는 최고 경영자의 카리스마가 탁월한 성과 창출로 이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이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신뢰와 믿음을 토대로 한 원활한 소통의 문화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소통은 조직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살아 숨쉬게 하고, 이를 통해 고객 가치 창출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신뢰와 믿음의 문화를 형성하게 해주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겠다. 이하에서는 소통에 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기업 경영 포인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Ⅱ. 집단 지성을 키우는 소통  
 
 
기업은 창의성 시대의 한 복판에 서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과거에는 ‘한 사람의 천재가 수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도 이 말은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없지만, 창의성의 시대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 말도 수정될 필요가 생겼다. 이제는 개인 창의성을 넘어 집단 구성원 전체의 창의성이 효과적으로 발현될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소통은 집단의 창의성 발현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이러한 집단 지성이 고객 가치 창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기업 경영의 포인트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한 명의 천재를 넘어 집단 지성의 활용으로 
 
‘전략적 직관(Strategic Intuition)’의 저자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 월리엄 더간 교수는 “혁신은 한 명의 천재가 자신의 놀라운 능력으로 창출하기 보다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직간접적인 소통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는 “기업이 천재라고 하는 소수 인재들에게만 혁신적인 결과물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오히려, 창의성이 발현되는 메커니즘을 조직 내부에 널리 확산할 수 있다면 천재 한 명의 성과보다 더 우수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전략적 직관의 핵심 골자도 개인의 창의성에 대한 의존을 넘어서 집단 지성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는 의미다.
 
원래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미국의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훨러가 개미의 생태를 연구하다가 발견한 개념이다. 그는 “거대한 개미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개미는 하나의 개체로서는 미미해 보이지만, 공동체 안에서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집단의 지적 능력을 가지게 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이 개념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경제 사회 전반에서 활용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위키피디아와 웹2.0이다. 위키피디아의 발전 과정을 보면, 지식·정보의 생산자나 수혜자가 따로 없이 누구나 생산할 수 있고 모두가 손쉽게 공유하면서도 정체되지 않고 계속 진보하는, 집단 지성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여준다.
 
집단 지성은 단순히 자연 생태계 연구나 인터넷 커뮤니티의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서두에서도 언급한 더간 교수의 말처럼, 기업 경영의 현장도 한 사람의 창의성보다는 공동체의 집단적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을 때 의미 있는 성과 창출이 가능한 시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수 많은 글로벌 선진 기업들이 개인의 창의성을 넘어 집단 창의성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창의성의 시대에 놓여 있는 우리 기업들도 하루 빨리 집단 지성의 힘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할 때가 왔다.
 
다양한 인재들의 통섭(統攝)을 꾀하라 
 
앞서 언급한 집단 지성을 기업이 활용한다는 진정한 의미는 개별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창의성을 집단의 창의성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출발점은 아무래도 인재에 대한 생각과 관리 방식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즉,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소통하며 일하는 일터를 만드는데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우리 사회에 통섭(統攝)이란 화두를 던져온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의 얘기를 귀담아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철학, 과학, 예술을 한 사람이 섭렵할 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나 다산 정약용의 시대가 바로 그러하다. 그 시절에는 인간의 지식의 깊이가 그리 깊지 않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 분야를 파고드는 게 가능했다. 그런데, 21세기는 인간이 축적한 지식이 너무나 방대해서 한 사람이 한 분야를 깊이 파기에도 버거운 시대가 왔다.”라고 말하며,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문제를 함께 풀어야만 진정으로 창의적인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창의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기업도 기업 간 경쟁에서 살아남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집단 지성의 활용을 통한 복잡한 경영상의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 우물을 파도 더 깊이 파야만 수맥을 찾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옛말에도, ‘우물을 깊이 파려면 넓게 파라’는 속담이 있듯이, 깊고 넓게 파려면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여럿이 함께 파야 한다. 이것이 바로 통섭이고, 다양한 인재들의 통섭을 유도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은 물론 인재 관리 시스템 전반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다양한 인재들을 한데 어우러져 일하게 만들 수 있는 팀 리더의 역할, 성과 평가나 보상 체계, 갈등 관리나 스트레스 관리 기법 등이 지금보다 한층 세련되게 진화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통섭하여 일하는 인재들의 요건이 바뀔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특정 분야에 정통하면서도 지적 호기심이 넘치고 지적 흡수 능력이 탁월한 사람,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뛰어난 사람 등이 통섭형 인재로써 적합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누가 보아도 모범 답안과 같은 모범생들이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이와 반대가 되는 문제아들도 적절히 채워질 수 있을 때 창의성이 더욱 꽃필 수도 있다. 스탠포드 경영 대학의 로버트 서튼 교수는 “통상적으로 ‘학습 부진자(Slow Learner)’, ‘조직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People who make you feel uncomfortable)’, ‘그 분야에 필요할 것 같지 않은 사람(People who probably don’t need)’들이 어느 정도 함께 어우러져 일할 때 더 창의성이 증폭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박스 기사> 참조). 아울러, 모범생이나 문제아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의 하나는 열정과 도덕적 겸양일 것이다.  
 
아이디어의 분출 통로가 열려야 
 
좋은 인재를 확보했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인재라 할지라도 누구나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있는 법. 이들의 아이디어가 분출될 수 있는 통로, 즉, 아이디어 분출을 위한 제도나 시스템이 조직 내부에 잘 갖추어져 있는 것도 중요하다. 앞서 말한 로버트 서튼 교수도 “조직에서 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려면 한 명의 천재로는 불가능하다.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제안 활동이 끊임 없이 실천될 수 있게 하는 제도와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조직의 문화로 자리잡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 한바 있다.  
 
●  관습 타파와 안정감 확보 
 
이를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기존의 규칙과 관습을 타파하는 것이다. 이때 구성원들은 혼란스럽고 불안해할 수 있는데, 심리적 안정감을 함께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일본의 미라이 공업사(未來工業)가 좋은 본보기가 된다. 이 회사는 기존 회사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규칙을 없앰으로써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 회사의 CEO인 야마다 아키오(山田昭男)는 “사람은 말이 아니다. 당근만 주면 될 뿐 채찍은 필요 없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그들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거의 모든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연례 행사로 실시하는 차년도의 목표 설정과 당해 년도의 성과 점검도 미라이에서는 사장이 하지 않는다. 직원들끼리 알아서 정한다. 성과주의 평가/보상 시스템을 철저히 배격한다. 또한, 직원들을 경쟁하게 만드는 승진 제도도 운영하지 않는다. 직원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선풍기 앞에 두고 바람을 불어 가장 멀리 날아간 순서대로 공장장부터 말단 사원까지 직책을 보임할 뿐이다. 그런데, 절대로 강제하거나 파격적으로 보상하지 않지만, 이 회사의 제안 제도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 건수를 자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매년 2,500억 원 이상의 매출에 2자리 수의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는, 파격적인 휴가 제도 등이 한 몫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대해 아마다 사장은 “인건비 아끼려고 직원을 속이고, 휴가도 안 보내면서까지 직원들을 쥐어짜면 있던 창의성도 죽지 않겠는가? 여행을 가서 새로운 걸 봐야지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그래서 나는 복도에 쓸데없이 켜져 있는 전등을 끄고, 비품을 아껴서 모은 돈을 직원들 휴가 보내는 데에 투자한다.”라고 말한다. 아울러, 직원들을 소중히 여기는 회사의 철학과 7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는 종신 고용 관행이, 회사의 별다른 규칙이 없어도 직원들의 마음의 안정감과 활기를 불어 넣고 남다른 애사심을 가져온 것이다.
 
● 아이디어의 개방적 공유 
 
아이디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집단 지성으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개방적으로 아이디어들이 공유될 수 있게 해야 한다.
 
피엔지(P&G)社의 경우를 보자. 회사는 전 세계 9개국에 흩어져 있는 R&D 센터 직원 7,500여명이 업무상의 문제점이나 개선 아이디어를 내부의 웹사이트에 등록하여 공유함으로써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는 전문적인 지식만을 공유하는 기존의 시스템에서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한 모습이다. 또한, 미국의 마스터카드(Mastercard)社는 보다 적극적인 아이디어 공유의 장을 만들어 집단 지성을 활용하고 있는 회사로 유명하다. 회사는 이를 통해 인재를 길러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회사가 2009년에 도입한 ‘역동적 전략’이라는 프로그램은 전 세계를 7개 네트워크로 나누고, 각 네트워크별로 전문가를 둔 후 해당 지역의 기술 동향, 소비자 행동 패턴 등을 직원들이 연구하게 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들은 1년에 2번씩 본사 임원들과 함께 모여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지게 된다. 그 결과, 회사의 경영진들은 휴대폰을 통한 비용 지불 방식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각광받고 있는지 경쟁사보다 좀 더 빨리 인식하여 이를 사업 기회로 연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건전한 피드백이 숨쉬는 협력 문화를 만들어야 
 
창의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나 시스템을 마련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필요한 포인트는 이들이 소통하여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일할 수 있는 협력의 문화를 만드는 것도 매우 긴요한 부분이다. 이때 구성원들은 하나의 공동체로서 살아 숨쉬는 집단의 창의성을 분출하게 될 것이다. 특히,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면서도 격렬한 의견 교환과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이 가능한 문화가 갖추어질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업체 픽사(Pixar)社가 좋은 본보기이다. 회사는 1995년 세계 최초로 ‘토이 스토리’라는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를 내놓은 것을 필두로, 지난 15년 동안 8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성공시켰다. 그 과정 속에서 10여 개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중요한 것은 픽사에서 만든 모든 영화가 스토리, 배경, 캐릭터를 내부에서 직접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통해 회사는 집단 창의성의 대명사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픽사의 3가지 조직 운영 원칙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누구에게나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둘째, “누구라도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업계에서 일어나는 혁신 내용에 해박해야 한다.” 이 세가지 원칙을 토대로 회사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직원이 서로를 돕는 독특한 협력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모두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생각으로 일하면서 집단 창의성을 맘껏 발산하고 있다.  
 
이런 픽사의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두뇌위원회’와 매일 진행되는 ‘리뷰회의’이다. 먼저, 두뇌위원회는 픽사의 8명의 감독들과 제작자 그리고 회의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한다. 현재 영화 제작의 진척 사항을 확인한 이후, 참석자들은 2시간 동안 영화를 좀 더 괜찮게 만들기 위한 방법에 대해 격론을 벌인다. 두뇌위원회를 진행할 때에는 자존심 같은 건 버려야 한다. 누구도 상대가 기분 나빠할 것을 염려해서 예의와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참가자가 서로를 신뢰하고 존경하기 때문에 놀라운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두뇌위원회에서 나온 의견과 아이디어는 아무런 강제성은 없다. 픽사에서는 이를 놓고 ‘서로 도움이 필요할 때 힘을 모으는 최고 영화 제작자들의 공동체’라고 부르고 있다. 일일 리뷰회의 역시 픽사의 협력 문화를 대표한다. 매일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일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항을 요청하면, 동료 입장에서 건전한 피드백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픽사의 구성원들은 “두뇌위원회나 일일 리뷰회의를 통해 뭔가를 배우고 서로를 격려할 수 있게 된다.”라고 한결같이 말한다.
 
창의적 소통의 선봉에 CEO가 있다 
 
조직 내부의 창의적 소통의 문화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그 선봉에 CEO의 소통 리더십이 뒷받침 될 필요가 있다.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의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조직 내의 창의적 인재들이 통섭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마치 조선 4대 임금이었던 세종대왕처럼 말이다. 세종이 통치하던 무렵에 대해 역사가들은 우리 역사상 최고로 창조적인 시대였다고 평가한다. 세종은 본인 스스로가 천재는 아니었지만, 앞서 컬럼비아 경영대의 던간 교수가 얘기했던 집단 지성을 이끌어내는 ‘전략적 직관(Strategic Intuition)’이 탁월한 듯 하다. 장영실 같은 인재를 활용하는 능력도 탁월했지만, 주위 사람들을 활용해 창조적인 생각을 얻어내는 역량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세종은 개인이 아닌 다수의 생각을 얻어내는 것이 바로 창조의 출발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든 기관이 집현전이다. 이 곳에서 그는 다양한 식견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을 어떻게 합칠 것인가를 고민했다. 이때 세종은 견(狂), 광(狂), 지(止)의 세 가지 원리를 마음에 새겼다고 한다. 견(狂)은 ‘하지 말자’, ‘그만 두자’라는 신중함을 나타내는 말이고, 광(狂)은 ‘해 보자’, ‘위험은 있어도 나아가 보자’라는 진취적인 뜻을 담고 있다. 세종은 임금과 신하, 신하와 신하가 소통하고 논쟁하는 통로로 경연이라는 것을 둔다. 이때 찬성과 반대가 격렬히 부딪치며 조합하는 과정 속에서 창의성이 발휘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찬반이 팽팽히 대립할 때 잠시 멈추게 하고 생각하는 지(止)를 활용한다. 창의적 결정을 위한 생각 정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때 세종을 도운 사람이 바로 황희 정승이다. 찬반을 모두 듣고 이들을 통합하는 정리를 기막히게 잘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세종 대왕의 창조적 소통 방식은 현대 기업의 최고 경영자나 리더들이 깊이 음미하고 조직 운영 방식으로 응용해 볼 만하다.  
 
집단 지성이 고객 소통으로 이어질 때 성과가 난다 
 
조직 내부의 집단 지성이 아무리 잘 소통되고, 살아 숨 쉰다 해도 이것이 고객 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다면, 이는 반쪽 자리 소통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소통에 능한 기업은 조직의 소통의 길을 여는 것만큼 고객과의 소통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과 같이 고객 니즈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질 때, 이러한 변화를 얼마나 잘 간파하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느냐가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소통에 능한 기업은 고객과의 지속적이고 끊임 없는 소통하며 기업 성과 창출의 발판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1월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社가 북미와 유럽의 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는 잘 나타난다. 조사에서는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두 개의 집단을 구분하고 있다. 그 결과, 고객과의 소통에 힘 쏟는 기업은 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제때 마치는 정도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17배 높았다. 또한, 투자 대비 목표 수익의 충족 정도도 약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보고서는 소통에 힘 쏟는 기업의 80%가 ‘제품 개발 과정에서부터 소비자와 계속 소통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소비자 기호를 조사한다’고 밝히고 있다. 다양한 부류의 소비자에게 새로 출시할 제품의 성능과 가격 등에 대한 평가를 의뢰하고, 제품 외적 요소에 대한 의견도 적극적으로 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사소한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었으며, 제품 개발 이후 시장에 출시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최대 40%까지 단축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고객 삶을 관찰하고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라 
 
고객이 바라는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소통은 고객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단순히, 제품 자체의 성능이나 디자인과 같은 기능적 측면의 개선에만 몰두하지 말고, 보다 본질적으로 고객의 삶을 면밀히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가 수반되어야 하고, 생생한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소통 활동이 있어야 한다. 기존에 흔히 활용해 오던 설문 중심의 시장 조사나 통계 분석도 중요하지만, 긴밀한 소통을 위해서는 실제 고객의 삶에 파고들어 생활 패턴을 깊이 있게 관찰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1명의 고객과 일대일로 심도 있게 대화하는 ‘1:1 인터뷰’, 고객의 집을 장기간 방문해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 패턴을 관찰하는 활동, 고객과 동행해 함께 쇼핑하며 구매 행동을 살피는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고객의 삶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관찰과 끊임 없는 상호작용이 주는 이점은 간명하다. 고객으로부터 신제품으로 이어질 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식품 회사 제너럴 밀(General Mill)社의 사례가 좋은 본보기이다. 제너럴 밀이 스푼 없이 짜먹는 요구르트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고객을 면밀히 관찰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회사는 요구르트의 주 고객인 어린이들을 관찰했다. 아이들의 주 관심사는 노는 것이었다. 관찰 결과 아이들은 음료를 마시고 싶을 때에도 한 손에 음료수를 든 채 뛰어다니고 놀면서 마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사는 뚜껑을 따로 스푼으로 떠먹는 기존의 요구르트로는 어린이들의 ‘놀면서 마시는’ 2가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에 한 손에 쥐고 먹을 수 있는 요구르트를 개발하기로 했다. 결국 회사는 포장기법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아이들이 스푼 없이 먹을 수 있는 튜브 형태의 요구르트를 출시했고, 이 요구르트는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쌍방향 소통의 기회를 적극 활용하라 
 
고객의 삶을 깊이 있게 관찰함으로써 좋은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신제품 개발로 이어지게 한 이후에도 고객과의 소통은 더 빈번히 그리고 더 밀도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 대표적인 방법의 하나가 바로 상품의 기획, 개발, 생산, 서비스 등 기업의 가치 창출 활동 전반에 걸쳐 고객 참여 기회를 늘리는 것이다. 예컨대, GE 메디컬(GE Medical)社는 현재 및 잠재 고객에게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실행으로 연계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회사는 유명 병원의 의사와 연구 기관 과학자들을 ‘자문 위원회(Advisory Board Session)’에 초청해 제품 혁신 및 아이디어의 힌트를 얻고 있다. 세계적인 오토바이 메이커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社의 경우는 차년도 오토바이 모델을 디자인하기 전에 경영층이 ‘고객과의 오토바이 여행’에 참여해 고객의 니즈를 직접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자사의 홈페이지나 웹사이트를 통해 고객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 받아 경영 활동에 반영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자동차 회사 아우디(Audi)社는 고객들이 자사의 웹사이트를 통해 차량의 새로운 기능이나 디자인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하였다.  
 
 
Ⅲ. 맺음말 
 
 
지금까지 고객과의 소통은 물론 조직 내부의 소통이 탁월한 기업이 되기 위한 몇 가지 포인트를 살펴보았다. 여기서 한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소통이 다소 원활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도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 중에는 소통에 약한 기업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과의 지속성과 장기적 관점에서의 기업 성장 문제다. 성과를 내던 기업이 갑작스럽게 좌초되는 주된 원인을 보면, 고객과의 소통 혹은 조직 내부의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 승승장구하며 거대 공룡으로 커왔던 IBM이 1980년대 말 위기에 봉착했을 때도 그 원인은 소통의 문제였다. 루 거스너가 IBM의 CEO로 취임해 단행했던 조치도 조직 간의 장벽을 허물고, 고객과 소통을 중시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었다. 궁극적으로 소통에 약한 기업이 백 년 기업으로 거듭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소통에 능하면서도 지속적인 성과를 내는 기업만이 백 년 기업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백 년 기업을 꿈꾸는 기업이라면,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에 옮겨 가야 할 것이다.  <끝>

◎LGERI의 미래생각(5) 웹2.0+ 시대의 성공조건

LG경제연구원 'LGERI의 미래생각(5) 웹2.0+ 시대의 성공조건'

'LG Business Insight'의 2010년 연중 기획 ‘LGERI의 미래생각’에서는 향후 10년 동안 세계경제와 글로벌 세상 전반에 일어날 변화의 모습을 다각도로 짚어 보고, 그 변화의 의미와 각 경제주체별 대응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현대 사회의 핵심 변화 축으로 지목되고 있는 웹(Web)의 지속적인 진화와 발전이 미래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살펴본다. 2000년대 들어 다양한 형태의 진화된 웹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다. 사람들이 지식과 정보를 만들고 나누며, 상호간 소통하고 작용하는 방식이 과거와 확연히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인 삶의 양식은 물론 경제, 사회적 관점에서 본 가치창출 방식, 성공과 실패의 공식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웹2.0 트렌드가 좀 더 높은 차원으로 고도화될 ‘웹2.0+(플러스)’ 시대에 개별 경제주체들은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자. ‘LGERI의 미래생각’ 다음 회(LG Business Insight 1085호, 3월 24일자)에는 '미래의 일자리, 일자리의 미래'편이 게재될 예정이다. 
 
 
1. 웹의 진화는 계속 된다  
 
 
지난 1990년대 초 세상 사람들에게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낸 이래, 인터넷은 최근까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핵심 원동력이 되어 왔다. 특히 2000년대 초중반 이후 인터넷 사용자 사이의 소통과 모바일 환경에서의 웹 접속을 가능케 하는 다양한 웹 관련 인프라가 확충되고 주요 기술과 표준이 정립되면서 사용자 편리성, 쌍방향 참여도, 그리고 정보의 절대량과 콘텐츠의 다양성 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구글을 비롯한 검색엔진의 강화, 다양한 관심사를 공유하는 블로그의 급팽창, 페이스북·트위터 등과 같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확산, 그리고 유튜브와 위키피디아의 성공은 개방과 공유, 참여라는 웹2.0의 기본 특성이 개인들의 일상 속에서 역동적으로 구현되면서 실제로 세상을 빠르게 바꾸어 가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단면들이다. 최근 휴대폰 사용자와 관련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의 등장과 앱스토어(App Store)의 빠른 성장, 그리고 시맨틱 웹(Semantic Web)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서비스의 출현 등은 사람들의 일상과 비즈니스의 본질을 더욱 획기적으로 바꾸어 나갈 미래 웹의 진화 방향을 보여주는 좋은 단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웹2.0과 시맨틱 웹에 대해서는 40~41페이지의 박스 참조).
 
웹1.0시대와는 여러모로 구별되는 웹2.0시대를 거쳐, 이제 웹은 다음 10년 동안 그 폭과 깊이를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차원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음 10년 동안의 웹 세상은 지금까지의 웹2.0이라는 흐름이 더 높은 단계로 진화된 소위 웹2.0+(플러스) 시대라고 이름 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가올 웹2.0+ 시대에는 기술과 내용(시맨틱 웹), 활용의 공간이나 방식(모바일 웹), 사용자 인터페이스(3D웹, 가상현실) 등의 진화를 바탕으로 지금보다 더 지능화되고 개인화된 서비스들이 제공될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그리고 누구나 손쉽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으며, 더 빠르고 똑똑한, 개인화·맞춤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웹의 시대가 오고 있다. 미래 세상에서의 좀 더 나은 생존과 지속가능한 성공을 지향하는 행동주체들은 이러한 웹의 진화가 가져올 외형상의 변화와 더불어 그 의미와 본질에 좀 더 깊이 천착할 필요가 있다. 웹의 진화와 더불어 개개인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사람들이 지식과 정보를 만들고 나누는 방식, 상호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양식, 나아가 경제와 사회의 권력의 향배를 좌우하는 가치의 원천이나 창출방식도 지금과는 완연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10년 동안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더 간편하고, 풍부하고, 의미 있도록 만들 다양한 웹 서비스에 매혹될 것이다. 웹의 진화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는 기업들은 달라진 웹 환경 속에서 고객과 더 잘 소통하면서 한편으로 비즈니스를 고도화하는 새로운 방식을 학습해 나갈 것이다. 학교, 교회, 정당, NGO와 같은 전통적인 조직의 리더들은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늘리고 조직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웹을 좀 더 잘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할 것이다. 물론 각국의 정부와 국제기구의 책임자들은 과거 어느 때 보다 더 똑똑한 정책 수용자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변화무쌍한 지지도에 당황하게 될 것이다. 웹의 진화가 초래할 지식과 정보 생태계의 변화 흐름을 얼마나 이해하느냐의 여부,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조직 사이의 관계 형성과 소통 방식의 재구성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의 여부가 개별 경제주체들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2. 힘있는 개인의 등장  
 
 
웹의 진화와 발전이 세상의 변화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지난 수년간 전문가들 사이에 많은 논의가 있어 왔다. 먼저 개인의 힘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웹의 진화로 인해 지식과 정보에 대한 개인의 접근도가 획기적으로 확장되었을 뿐만 아니라, 각 개인이 텍스트, 음성, 동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개인 블로그나 인터넷 미디어, UCC 공유 사이트 등의 유통채널을 통해 확산시킬 수 있는 값싸고 편리한 저작 도구들이 널리 보급되었다.
 
여기에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의 진화, 발전에 힘입어 개인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망 형성, 즉 연결(Connectivity)이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개인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놀라운 정보의 생산 및 유통 능력을 갖추게 되었고, 국내적으로 뿐만 아니라 글로벌한 차원에까지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즉각적이고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에 이른 것이다. 웹을 통한 개인의 영향력 증가는 국내에서도 누적 방문자 수가 수천만명을 기록하면서 정부나 언론, 대학, 기업 등 제도권의 조직에 종사하는 전문가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확보하기에 이른 각 분야의 파워 블로거(blogger)들의 등장에서 잘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정책 의제를 추진하는 정책당국자, 정치적 선택의 기로에 선 정치인, 고객의 선택을 기다리는 기업의 많은 경영자들은 파워 블로거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만 하는 시대가 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부터 활발한 블로그 활동을 통해 세계경제의 내재적 모순과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던 누리엘 루비니(뉴욕대), 폴 크루그만(프린스턴대) 교수 등은 위기 이후 미국 연방정부의 재무장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능가하는 글로벌한 발언권과 영향력을 확보한 바 있는 데, 위기의 진단과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정부당국 보다 이들의 견해에 더 귀를 기울였고, 심지어는 오바마 대통령 등 최고정책당국자들 조차 이들의 의견에 따라 정책결정을 숙고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이는 루비니·크루그만 교수 등이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남다른 분석력과 통찰력을 지니기도 했지만, 정부 당국자나 다른 전문가들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자주, 더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자신의 견해(views)를 전파할 수 있는 강력한 무형의 ‘자산’을 웹상에 오래전부터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3. 수평적이고 분권화된 미래 사회
 
 
여론조작이나 잘못된 정보의 유통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잠재적 부작용과는 별개로 해당 사안에 대한 지식과 정보, 경험과 통찰력, 그리고 관계망 구축 능력을 지닌 개인들이 웹상에서 개별적으로 혹은 집단적으로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사회전체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결정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사례를 우리는 향후에도 더욱 자주 목격하게 될 것이다. 학력이나 경력, 조직의 힘 등과 같은 백그라운드에 상관없이, 지식과 정보의 정확성과 생각의 깊이만을 가지고 대중의 지지를 다투는 진정한 의미의 여론 ‘시장’이 형성되고, 해당 사안에 대해 가장 깊은 통찰력과 의미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 공론과 세상을 움직이는 중요한 주체가 될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온라인 기반의 소셜네트워크, UCC 공유사이트 확산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식과 정보를 접촉하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자발적 관심과 개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참여의 저변이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온라인이라는 개방 공간에서 최선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수많은 개인들이 참여해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형태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 나가는 메커니즘이 사회 곳곳에서 정착되어 나갈 경우, 소수의 엘리트집단에 의한 폐쇄적 정보교환과 의사결정이라는 과거의 시스템이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지게 될 것이다.  
 
일례로 인터넷 검열을 둘러싼 중국정부와 구글(Google)의 최근 갈등은 중국 정부의 일방적인 승리로 귀결되는 양상이지만, 과연 10년 후에도 중국정부가 개방, 공유, 참여라는 웹의 거대한 압력을 이겨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직접 듣고 보고, 스스로 생각하며 결정할 자유와 권리에 관한 것인 만큼 웹 세상의 진화 흐름을 억제, 통제하고 특정한 틀에 무리하게 끼워 맞추려는 일체의 시도는 궁극적으로는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웹의 진화와 더불어 사회 각 분야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의 힘은 보다 민주적으로, 수평적으로 재구성되면서 잘게 나누어질 것이며,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리 속에 행사될 것이다. 이 경우 지역이나 분야, 장르별로 사회전반의 다양성이 확장되면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롭고 독특한 사회 현상이 자주 나타나게 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하루에도 수 만 건씩 생겨나는 UCC 동영상 등에서 보듯이 쉽고 편리한 정보 저작 및 유통의 도구들을 확보하게 된 수많은 개인들의 참여가 더욱 능동적인 양상을 보일 것이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 역시 보다 정교하고 혁신적인 형태의 참여를 통해 다양성의 확장에 가세할 것이다.  
 
향후 지속될 웹의 진화, 특히 관련 기술의 진보는 사회 전반의 수평적 분권화를 촉진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한편으로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보의 생성과 유통이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폭증하고, 관심과 필요에 따라 이슈를 중심으로 빠르게 모이고 흩어지는 불연속적인 관계가 많아지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불안정성과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개방과 공유, 참여라는 웹 진화의 덕목을 최대한 살리면서 다른 한편으로 폭증하는 정보의 품질 관리와 보안 문제, 그리고 각종 관계의 이합집산에 따르는 불안정성과 혼잡을 조절하는 데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미래 사회의 주요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4. 미래 부가가치의 새로운 원천  
 
 
웹의 진화는 각종 거래비용의 획기적인 절감을 통해 제조, 금융, 유통 등 경제와 산업 각 분야의 생산성을 크게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산업 출현과 기존 산업의 혁신을 촉발함으로써 전세계적으로 일자리와 소득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망, 모바일 인터넷, WiFi 등 웹의 진화 및 발전과 직접 관련을 맺고 있는 인프라나 제조 분야에의 빠른 성장은 물론 웹 기술과 표준을 활용한 다양한 응용 서비스가 생겨나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 점차 가속되고 더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공개된 지도 소스(source)에 기초해 부동산 정보나 여행자를 위한 숙박 정보를 제공하는 매쉬업(Mash-up)서비스의 출현이나, 미국, 영국 등에서 은행과 대부업체의 자금중개기능 독점에 작지만 의미있는 균열을 만들어 내고 있는 웹 기반 P2P(개인대개인) 금융 서비스의 등장, 개인 개발자들이 만든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웹을 통해 간편하게 내려 받을 수 있게 한 앱스토어 모델의 빠른 확산 등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앞에서도 살펴 본 것처럼 웹의 진화와 더불어 정보나 콘텐츠 등 무형의 재화가 새로운 가치의 중대 원천으로 부상하였을 뿐만 아니라, 가치를 창출하는 기본적인 생산수단 조차 일반 대중들에게도 무료 SDK(Software Development Kit) 등의 형태로 널리 보급,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변화의 근본적인 배경이 될 것이다. 더욱이 오픈마켓과 같은 새로운 유통형태가 등장하면서, 전문적인 사업자가 아닌 개인도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일이 크게 용이해 졌다. 기존의 판매유통채널을 거치지 않고서도 글로벌 시장의 수십억 소비자들과 연결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렇듯 웹의 진화는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꿰뚫는 창의적인 혁신 아이디어와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경제활동에 참여해 비즈니스의 성공과 부의 축적을 꿈꿀 수 있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적으로 창출되는 가치의 총합을 더 확장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도 웹의 진화는 더 많은 공급자의 출현과 치열한 시장경쟁, 그리고 서비스 혁신에 따른 막대한 후생 증진과 권익 보호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또다른 긍정적인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반면 생산수단의 보편적 확산과 더불어 시장진입의 문턱이 사라지고 경쟁강도가 높아지는 만큼 웹의 진화는 기업들에게 더 많은 도전과제들을 안길 것이다.
 
 
5. 웹의 진화와 기업 비즈니스  
 
 
기업들은 웹 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보 탐색과 소통의 채널을 활용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의 고객들이 원하는 숨어있는 가치를 더 정확하게 포착하고 좀 더 치밀하게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글로벌 생산, R&D, 판매 법인 등에 두루 포진해 있는 조직내부 구성원과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장변화에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또한 경쟁기업의 전략을 좀 더 자세히 파악, 대응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사업의 파트너을 찾아내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는 일도 웹의 진화에 힘입어 한층 더 손쉬워졌다. 물론 글로벌 비즈니스가 더 어려워지는 역설적인 상황도 전개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의 글로벌 사업전개가 전략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고도화하는 한편으로 기업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비즈니스 실패 리스크도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나는 이유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웹의 진화와 발전은 프로슈머(Prosumer) 관점에서의 고객 참여 확대, 외부역량과의 연계를 통한 협업적 혁신 강화 등 개별 기업 비즈니스 모델의 제한된 혁신 뿐만아니라 산업 패러다임이나 업(業)의 본질을 바꾸어 나가는 중요한 힘의 원천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제반 생산 및 판매 수단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도 경제활동을 해 나갈 수 있다. 전세계에 포진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아웃소싱 전문 기업들을 웹을 통해 탐색, 비교, 선정하여 생산을 위탁하고 본사에서는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핵심기술, 특허 등을 관리하는 데만 집중하는 식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체 생산시설 없이도 아이팟, 아이폰, 맥북 등 수많은 히트 상품을 선보여 온 애플의 방식은 이런 일련의 흐름을 잘 구현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애플의 제품은 세계적인 EMS(전자제품위탁생산, Electronic Manufacturing Service)업체인 대만의 홍하이(鴻海)정밀공업에서 만들어진다. 거대 생산시설을 갖추고 수많은 인원을 직접 고용, 생산해 온 전자기업들의 일반적인 사업방식과 크게 다른 모습이다. 애플은 기획과 설계, 기술적인 지원을 맡고, 홍하이는 정확한 생산에 전념한다. 이 같은 분업이 고도화될 경우 미래에는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을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의 등장도 예상해볼 수 있다. 벨류체인 상의 각 플레이어들이 외부 역량과 자신만의 강점을 결합해 시장내 기존 기업들과 경쟁하는 모습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6. 웹2.0+ 시대의 성공조건  
 
 
다음 10년 동안 웹2.0+의 물결은 더 빠른 속도로 개인의 삶과 기업 비즈니스, 사회 전반에서 기존의 질서를 뒤흔들 것이다.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가치가 등장하고 변형되면서 또 다른 패러다임을 가져오는 일도 잦아질 것이다. 스마트폰, 넷북과 같은 모바일 기기의 확대, 트위터와 같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의 확산으로 사람들간의 연결과 소통이 더욱 빠르고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존의 서구 선진지역뿐 아니라, 이머징 마켓과 제 3세계의 사람들이 웹에 참여하게 되면서 다양성과 복잡성은 한층 더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에게 그 만큼의 기회와 위험이 더해질 것이 예상되는 시점이다.
 
연결과 다양성, 환경의 변동폭이 더욱 확대되는 미래의 세계에서 개인과 조직, 나아가 우리 사회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먼저 정보의 진정성과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웹2.0 정보사회에서 가치의 핵심은 바로 정보다. 때문에 정확하고 진실한 정보는 정보사회를 유지하는 근간이다. 그런데 정보 생성과 유통의 양적인 확대로 거짓된 정보나 노이즈(noise)는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요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개개인들의 정보력이 극적으로 향상되면서, 진실성 없는 말이나 얄팍한 눈속임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결국 정보의 생산과 소통에 있어 신뢰와 진정성을 확보하는 경제주체만이 미래 세계의 승자가 될 것이다.  
 
관계의 수평성과 개방성 확보도 미래의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다. 웹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때문에 전통이나 문화적 배경에 관계없이, 더 많은 사람들이 수평적인 가치를 요구하고 있다. 소통이나 조직, 비즈니스, 사회운영 방식에 있어 대등한 관계와 이를 바탕으로 한 협력이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다. 오늘날 웹2.0과 관련해 협업적 혁신이 주목을 받는 것도 연결성 증대와 수평적 관계의 확산이 중요한 이유로 지목된다. 또한 대등한 관계 속에서 상대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개방적인 태도를 갖추는 것도 필수적이다. 나와 다른 생각, 문화, 가치관을 가진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일은 개인은 물론, 기업 비즈니스에서도 중요하다. 미래의 시장이 아프리카와 남미, 중동 등 기존 세계 질서에서 소외되었던 새로운 소비자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점에서 개방적인 태도는 더욱 중요하다.
 
또한 미래의 경제주체들에게는 고정관념에 매몰되지 않는 상대적 시각과 유연함이 한층 더 요구될 것이다. 과거의 패러다임과 같은 확고불변의 진리, 정태적인 환경은 앞으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웹 상에서 정보의 전달과 그 경제적 효과는 거의 실시간으로 전파된다. 소비자들의 집단적 사고와 행동은 순간순간 변한다. 인터넷 상에서 회자되는 이슈는 시시각각 달라지며, 순식간에 웹을 휩쓸고 지나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판데노믹스(Pandenomics, Pandemic과 Economics의 합성어), 즉 ‘전염경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전염경제 하에서는 여론과 가치, 사업환경의 변동성과 파급력은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된다. 이 같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늘 변화하는 세상을 주목하고, 열린 사고를 지향하며, 조직의 유연성을 배양하는 일이 긴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끝>

◎그린시대, 에어컨의 개념이 달라진다

LG경제연구원 '그린시대, 에어컨의 개념이 달라진다'

그린시대를 맞아 에어컨에도 변화의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단순한 냉방기기로 생각되던 에어컨은 친환경, 에너지 절감을 위한 냉난방 및 공조 솔루션 혹은 서비스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핵심 소재와 부품의 변화, 에너지 및 IT네트워크와의 연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사업의 성격이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전자제품들이 지난 10년 간 핵심기술의 와해적인 변화, 개인기기화하면서 대규모 신수요를 창출시킨 것에 비해 에어컨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무척이나 더디다고 할 수 있다. 유선전화가 무선전화로 바뀌고 집전화가 휴대전화로 바뀌고, 또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등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가 있었지만 에어컨은 여전히 에어컨이다. 하지만 최근 환경, 에너지에 대한 사회, 경제적 요구가 증대되자 에어컨 산업 내에서 다양한 시도가 증가하고 에어컨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할지도 모르는 재미있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왜 에어컨인가? 
 
그 린 시대를 맞아 에어컨이 중요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하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냉방기기로 보지 않고 냉난방, 그리고 환기까지 결합된 솔루션, 소위 HVAC(heating, ventilating, and air conditioning)으로 볼 경우 생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공조관련 에너지 비용은 건물 운영 및 유지에 있어 55% 이상을 차지한다. 이러한 숫자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여름철 에어컨을 어떻게 트냐를 놓고 식구들끼리 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듯이 소위 ‘그린’이라는 거대담론을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이 이미 ‘전기세’는 현실의 문제다. 에너지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그린 빌딩’, ‘에너지 제로 빌딩’이라는 주제로 이미 건설, 전자, 전기, 화학 등 측면에서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는 ‘에어컨’에 국한시켜 살펴 보기로 한다.
 
그린시대의 에어컨, 어떤 변화가 생길까? 
 
● 친환경 냉매 에어컨 - Not 프레온 
 
가장 먼저 변화할 부분은 냉매에 대한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프레온계 냉매가 보다 친환경적인 냉매(예: R410a)로 대체되어 나가고 있고 CO2와 같이 자연상태에서 존재하는 냉매를 적용한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친환경 냉매에 대한 부분은 그린 에어컨의 대명사와 같이 익히 알려져 있다.   
 
● 초고효율 에어컨- 인버터, 파워칩 
 
에어컨은 탑모델 중심의 광고가 이미 일반화되어 있고 제품 자체의 디자인도 TV, 오디오 기기, 휴대폰 등에 견주어 볼 때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린 시대에는 일반적인 제품 진화의 축을 되돌려 제품력이라는 가치의 본원적인 측면이 다시 중요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운영 및 유지비용이 점차 이슈화되고 구매비용보다는 생애비용관점에서 어떤 제품이 보다 경제적인 것인가로 구매패턴이 점차 변화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인버터’ 기술과 ‘파워칩’기술을 적용한 초고효율 에어컨의 개발이다.  
 
인버터 기술이란 전압과 전류를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변형시켜 모터를 빠르게, 또는 느리게 제어함으로써 전체적인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말한다. 다이킨, 미쓰비시, 히타치 등 기술중심의 일본 기업들은 이미 인버터 기술을 오래 전부터 확립하고 ‘그린’이라는 사회적 요구가 생기자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인버터 기술의 연속선상에서 볼 때, 고성능 파워칩을 적용한 제품의 출현도 보다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인버터 기술의 경우 교류에서 직류, 다시 교류로 변환시키는 제품이 많은데 고성능 파워칩을 채용하면 에너지 변환 손실이 적어져 전체적인 에너지 효율이 올라가게 된다.  
 
물 론 새로운 기술에도 단점이 병존한다. 바로 높은 비용이다. 인버터 기술의 경우 인터버, 컨버터, 마이콤과 같은 추가적인 부품이 필요하며 인터버 기술에 최적화된 에어컨 운전 알고리즘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SiC, GaN와 같은 화합물 반도체 기반의 차세대 파워칩은 상대적으로 고가이다. 따라서 주요 기업들은 그린 마케팅을 통해 비가격 경쟁, 제품 생애주기관점의 소비를 유도함과 동시에 저원가 기업들과 파트너링을 통해 적극적인 원가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다이킨은 중국의 Gree와 JV를 설립한 바 있으며, 미쓰비시, 도시바는 하이얼과의 제휴를 통해 적극적인 원가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 눈과 두뇌를 가진 에어컨 
 
최 근 많은 시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에너지 사용 자체를 시각화함으로써 고객들의 적극적인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거나 센서를 내장해 에어컨이 스스로 에너지 효율적인 운전을 하게 하는 것이다. 후지쯔의 경우 실내기에 현재 소비되는 전력량과 이와 연계된 전기요금을 시각화해 고객들이 스스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품을, 또 다른 일본 업체는 에어컨이 실내 구조를 파악해 창문을 닫거나 커튼을 치도록 제안하는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LG전자는 센서와 인공지능을 결합, 신체상태의 변화나 사람의 위치를 파악해 스스로 최적화된 운전을 하는 제품을 출시하였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주로 실내기와 관련된 변화로 앞서 살펴 본 변화들이 실외기 중심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 에너지원을 가진 에어컨 
 
이상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품 차원의 혁신은 에너지 절감을 위한 고객의 기대를 뛰어 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인버터, 파워칩, 센싱 등의 혁신적 기술에도 불구하고 에어컨의 기반기술인 ‘열유체 역학’에는 혁신적인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른 대안은 에너지원 자체를 에어컨이라는 시스템에 내재화하는 방법이다.  
 
1차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은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원을 내재화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원은 변화무쌍한 자연에서 에너지를 생성하기 때문에 불안정한 특징이 있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에어컨에 요구되는 에너지를 커버하기에는 기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2차 전지라는 에너지 스토리지가 결합된 하이브리드화된 형태로의 발전을 상정할 수 있으나 가격 및 시스템의 복잡성 등으로 인해 자기완결적 솔루션으로의 발전에는 당분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대되는 부분은 ‘지열시스템’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에어컨이 전기 히터와 마찬가지로 에어컨이 직접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 에어컨은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 내지는 못하며 단지 열을 옮길 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열을 옮겨야 하는 곳과 옮길 곳의 온도차가 적을 경우 에너지 소비가 줄어 드는데 여기에 착안한 시스템이 지열시스템이다. 지열시스템은 열교환기를 지하, 하천, 바다 등에 매립해서 여름에는 지상의 열을 지하로 옮기고 겨울에는 지하의 열기를 지상으로 옮기는 시스템으로 지하의 열에너지를 시스템 차원에서 내재화함으로써 온도제어에 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실제 이 시스템은 국내에서도 적용되고 있는데, 마포 보건소와 같은 공공기관은 물론 GS건설의 ‘청라자이’와 같은 민간영역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 난방까지 되는 에어컨 - Heat Pump 
 
이상의 혁신이 가속화될 경우 에어컨은 냉방을 넘어 난방영역으로 점차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히트펌프이다. 히트펌트는 에어컨의 냉방 사이클을 반대로 응용, 실외의 열을 실내로 옮기는 것이다. 히트펌프 역시 에어컨과 마찬가지로 열 자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열을 이동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저항을 이용해 열을 만들어 내는 전기히터보다 에너지 효율이 훨씬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는 히트펌프를 미래 친환경 기술로 선정한 바 있으며 유럽을 비롯한 환경 선진국에서는 히트펌프를 이용한 난방설비 보급을 장려하고 있다. 난방시장의 경우 냉방시장의 약 2배 이상의 규모로 알려져 있다. 다이킨은 히트펌프를 이용한 급탕기나 하나의 실외기로 편의점 내에서 난방, 냉방, 쇼케이스를 통합 운영할 수 있는 솔루션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는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히트펌프는 그 기술의 본질상 외부의 열이 없는 경우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즉 외부온도가 영하 이하로 추워지는 경우 난방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화석 연료의 고갈에 따른 화석 에너지 비용 상승, 그린에 대한 사회적 요구, 지열과 같은 다양한 기술의 조합, 에어컨 기술의 발전, 전기를 이용한 효과적인 난방 솔루션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에어컨의 난방 솔루션화는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객 관점에서 냉방과 난방 솔루션을 통합할 경우 투자비가 절감되는 점은 이러한 변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동인 중 하나이다. 건설사나 에너지 기업들이 그리고 있는 미래 주택의 모습에서 보일러 보다는 히트펌프가 핵심 솔루션으로 자주 등장하는 점은 이러한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가 가장 빨리 현실화되고 있는 전기 자동차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전기 자동차의 경우 엔진에서 생성되는 폐열이 없어 난방이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다. 미쓰비시 자동차가 개발한 ‘iMiEV’는 히터로 순환하는 물을 따뜻하게 하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는데 1회 충전시 120km를 주행할 수 있는 반면, 냉방시에는 100km, 난방식에는 80km까지 주행거리가 떨어진다. 전기 자동차 개발자들은 히트펌프를 통한 냉난방을 검토하고 있으나 혹한기의 난방 문제로 인해 채용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토요타는 ‘09년 모터쇼에 출품한 프리우스 플러그인 컨셉카에서 ‘덴소’사의 히트펌프를 채용한 바 있는데 이는 그린시대에 에어컨의 난방 솔루션화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네트워크 에어컨-스마트그리드, HEMS 
 
마지막으로 주목할 부분은 에어컨을 에너지 네트워크 및 IT네트워크와 연결시켜 보다 ‘그린’하게 만드는 것이다.
 
스마트 그리드와 에어컨의 관계에 있어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바로 스마트 그리드의 본질적 속성에 관한 부분이다. 스마트 그리드 하에서는 에너지의 생성, 분배, 사용의 패턴이 Top Down적 흐름에서 양방향으로 바뀌고 발전소, 전력망, 분배기, 최종 기기들이 지능화됨으로써 에너지원과 에너지 소비기기간의 관계가 IT산업에서 흔히 접하는 서버/메인프레임, 백본, 노드, 터미널과 같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IT산업에서 기기들의 지능화나 네트워크화를 통해 포털이나 크라우드 컴퓨팅 같은 거대 Economy가 탄생한 것을 감안할 때 전력망의 지능화/네트워크화에서도 다양한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컨과 연관되어 우선적으로 기대되는 부분은 Time Shift나 최적 에너지원 조합을 통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스마트 그리드가 도입되면 국가차원에서 전력시설 투자를 최적화시키기 위해 전력요금의 시간대별 과금이 보다 차별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태양광, 풍력과 같이 에너지원이 다양해져 에어컨과 같이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기기는 전력요금이 저렴한 시간대나 에너지원을 찾아 운영하는 Time Shift나 최적 제어가 보편화될 것이다. 스토리지와 에어컨간 연결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도 상정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와 건물 내 냉난방 설비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경우 Time Shift 영역은 더욱 확장될 것이며 자신의 차량이 아닌 다른 차량의 배터리를 스마트 그리드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할 경우 투자 비용을 줄이면서 저렴한 비용에 쾌적한 바람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IT 네트워크와의 연결,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의 날씨 데이터베이스, 소규모 전력회사의 전력상황, 가정내 에어컨을 서로 연결시켜 날씨가 더울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가장 저렴한 전력원을 통해 미리 에어컨을 가동시켜 경제적인 운전을 해 주는 것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네트워크와 연결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은 가정 내 통합 에너지관리시스템(HEMS)을 개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들의 미래 비전을 영상화한 ‘Future Vision’에서 에너지, IT네트워크와 일체화된 에너지 관리시스템이 가정 내에서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Indigo’, ‘Promixis’사 등은 아이폰을 활용한 가정 내 공조, 조명 관리 Application 및 관련 하드웨어를 현재 판매하고 있는데, 이는 능동적인 에너지 관리, 개인화된 공조 서비스를 위한 핵심 인프라 중 하나가 이미 구현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무엇에 주목해야 할까? 
 
● 현재의 사업모델, 시스템은 유효한가? 
 
지금까지 그린시대를 맞아 에어컨이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인지 몇가지 방향에 대해 짚어 보았다. 에어컨의 본질적인 속성, 즉 다른 제품과는 달리 설치가 중요하고 제품 자체가 건물과 일체화되는 속성으로 인해 기술진화 속도와 시장화의 속도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에어컨의 미래 모습이 산업의 자생적 진화보다는 산업간 컨버전스의 양상을 띄고 있어 변화 범위가 제품 개발을 넘어 사업의 성격을 바뀔 수 있다는 점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린에 대한 요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하이브리드화된 시스템으로 진화는 에어컨을 제조보다는 엔지니어링 사업으로 재정의할 가능성이 높고 네트워크와 연결 과정에서는 보다 소프트한 솔루션적 사업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병존한다. 그 결과 하드웨어 중심의 기존 사업모델은 그린시대에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린 시대를 맞아 단순한 ‘그린’ 제품개발보다는 사업모델 측면에서 적합성(Fitness)를 보다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 누구와 경쟁하고 누구와 협력할 것인가?  
 
그리고 에너지 비용 절감은 실제 ‘디바이스’라는 각도 이외에도 건물설계, 건자재, IT시스템 등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 다이세이 건설은 자연채광/환기, 바닥난방 등 그린 설계기술을 적용한 ‘Super Echo Building’을 통해 연간 에너지 소비를 40% 절감한 바 있다. ‘그린’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축에는 여러가지가 존재하고 고객들은 수단이 아닌 최종 결과로서의 ‘그린’을 추구하므로 기존 기업들은 건설, 건자재, IT산업의 기업들과 긴밀한 협업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네트워크와 에어컨간 연결이 활성화될 경우 다양한 형태의 사업모델의 탄생이 가능하고 전후방 산업의 성장속도나 경쟁구도에 따라서는 극단적인 수익지대의 이전까지도 나타날 수 있다. 특정 전력회사의 전기를 일정기간 약정하면 에어컨을 공짜로 준다거나 에어컨의 센서가 조명에 임베디드되고 제어가 홈네트워크에 통합될 경우 에어컨은 지금보다 오히려 보다 단순한 기기의 형태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래 에어컨 사업의 성격은 전력, 에너지 서비스, 건설사들의 전략 방향 및 에너지 관리 시스템과 에어컨간 인터페이스가 어떤 식으로 진화할 지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요한 바다와 같던 에어컨 산업에 거대한 물결이 서서히 밀려 오고 있다. 누가 Winner가 되고 누가 Loser가 될 것인가? 한국 에어컨 기업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끝>

2010년 3월 6일 토요일

◎일본경제의 쇠퇴 현상, 한국 경제에 경고등

LG경제연구원 '일본경제의 쇠퇴 현상, 한국 경제에 경고등'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이었던 도요타자동차의 대량 리콜 사태로 인해 일본 제품의 고품질 신화가 도전을 받고 있고 일본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경제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은 단기적 경기순환도, 장기불황기와 같은 금융과 실물경제의 복합불황도 아니라 만성적인 저성장에 있다. 인구의 감소 및 고령화로 인한 시장 축소, 소득 창출력 약화가 일본경제를 쇠퇴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경제의 성숙화에 맞게 과거의 캐치업형 경제시스템을 성숙된 복지 경제시스템으로 개혁하여 출산율을 높이는 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지나치게 엔저에 의존하면서 탈공업화 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서비스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실패했다. 이와 같은 일본의 쇠퇴 현상은 일본과 같이 캐치업형 시스템으로 성장해 왔고, 현재 저출산·고령화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소비지출의 감퇴 등 저성장 압력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저출산과 저성장의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복지사회와 시장친화적인 경제시스템 결합을 통해 경제·사회적 활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인구고령화와 저성장의 악순환이 본격화하기 이전에 생활 기반의 확충과 탈공업화 시대를 위한 미래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 목 차 > 
 
Ⅰ. 흔들리는 일본경제의 위상  
Ⅱ. 일본경제 쇠퇴 현상의 배경  
Ⅲ. 한·일 경제의 현상 비교와 시사점
 
 
 
Ⅰ. 흔들리는 일본경제의 위상  
 
 
일 본 제조업을 대표했던 도요타자동차가 품질 불량 문제로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일본 대표 항공사인 일본항공(JAL)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일본경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오랫동안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군림했던 일본의 지위도 이미 중국에 넘어갔거나 조만간에 넘어갈 전망이다.
 
이와 같은 일본경제의 위상 하락은 중국 등 신흥국의 부상에 따라 선진국이 일반적으로 겪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림 1>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미국과 비교해서도 일본경제의 위상 하락은 급격한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에 대두된 일본 몰락론은 미·일 패권 경쟁에서 탈락하는 일본의 상황이 대상이 되었던데 반해 최근에는 일본경제가 쇠락의 길로 빠질 것인지(NDC: New Declining Country, 신쇠퇴국)가 초점이 되고 있다.
 
물론, 일본경제는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에서도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다른 나라에 비해 금융부문의 건실함이 부각되었으며, 1990년대 장기불황과 같은 금융과 실물경제의 복합 불황을 어느 정도 극복한 것은 사실이다. 작년 5%를 넘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경제는 금년도에 1% 이상의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상장기업의 영업이익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큰 폭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그린기술, 우주기술, 부품·소재 분야 등에서는 세계 어느 기업도 따라갈 수 없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가진 일본기업도 많다. 우리나라는 작년에도 276억 달러를 넘는 대일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와 같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일본경제 및 일본기업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의아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버블 붕괴에 따른 장기불황을 극복한 일본경제이지만 만성적인 저성장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전반적으로 경제적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저성장의 장기화는 일본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던 일본기업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본기업은 1인당 소득수준이 3만 달러를 넘는 1억 2,700만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일본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발전해 왔다. 높은 품질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일본기업의 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내수시장이 계속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경제가 장기불황 이후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문제에 시달리면서 저성장을 면치 못하자 일본기업도 신흥시장 개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비용 절감 요구가 강해지고 품질 저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체된 일본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일본기업은 과거와 달리 해외부품 조달을 늘리면서 가격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Down Grade 전략은 기존의 과잉품질을 과소품질로 전락시켜버리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전략경영의 약점은 지속, 현장 강점의 우위성은 약화 
 
일본기업은 BRICs 등 신흥시장의 기회를 선점하지 못했고 1990년대 이후 반도체, LCD 산업 등에서 대규모 설비투자를 신속하게 결정하지 못했다. 일본기업은 현장 기술력에 강했지만 리스크가 큰 투자 결정을 신속하게 내리지는 못했으며, 한국, 대만기업의 부상으로 산업의 주도권을 잃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일본은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주력하면서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을 강화하긴 했지만 구미 기업과 같은 창조형 리더를 육성하고 이들의 전략적 결정에 따라 신속하게 행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결과 단기수익에 대한 강박관념이 강해지면서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현장의 기술적 강점으로 일본기업들이 부품 및 소재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런 강점을 산업전반의 고수익 확보로 연결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은 휴대폰용 중소형 디스플레이에서 50%를 넘는 세계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한편 각종 부품에서도 선도적인 지위에 있으나 정작 휴대폰 점유율 자체는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수익도 글로벌 휴대폰 업체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다. 또한 수 처리용 분리 막에서도 일본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하지만 수 처리 산업의 핵심인 수도사업이나 플랜트 분야는 구미기업이 장악해 이들이 고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같은 부품 분야의 강자인 인텔의 경우를 보면 일본 전자업체에 비해 훨씬 기술특허 건수도 적지만 PC의 핵심부품인 MPU(중앙연산처리장치)에서의 기술우위를 잘 활용하는 전략경영으로 고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인텔은 MPU와 함께 이를 연결하는 PCI(Peripheral Component Interconnect) 기술을 개발하여 이들을 블랙박스로 숨기는 한편 연결하는 규격과 마더보드 기술에 관해서는 공개하여 대만기업들이 저렴한 코스트로 마더보드를 경쟁적으로 생산하도록 유도해 연합세력을 구축하여 비밀기술로 보호된 MPU에 대한 의존도와 수익성이 높아지도록 유도했다. 핵심 기술은 비즈니스 모델의 구상 능력이나 보급화 전략의 성과에 따라서 업계를 좌우할 수 있는 Sweet Spot(고수익 창출 가능 포인트)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일본기업의 경우 인텔과 같이 자사의 핵심 기술을 Sweet Spot이 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비즈니스 구상력이 미약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 한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 채 2000년대 들어서 일본기업은 임금 수준이 낮은 비정규직의 활용, 정규직의 임금 억제, 각종 경비 및 낭비 제고 등의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을 개선했으나 이것이 오히려 현장의 기술적 강점을 약화시킨 요인이 되었다.  
 
일본기업이 보유한 현장기술의 강점은 청소부를 포함해서 말단 직원을 망라한 강한 참여의식 속에서 꾸준한 개선활동을 실시하는 조직 능력에 뒷받침되어 왔으나 현장에서 이러한 일체감이 떨어지게 되면 현장 기술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이번 도요타의 품질 불량 문제가 대두되기 이전에도 2000년대 들어서 일본 제품의 품질 저하 문제가 계속 제기되어 왔다. 도요타는 매년 200만대 이상의 리콜을 실시해 왔으며, Panasonic, Sony, Sharp 등의 거대전자업체들의 경우도 제품불량 문제로 막대한 대책비를 사용해 왔다.   
 
일 본경제는 쇠퇴기에 진입했는가 
 
제조업은 일본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왔던 원동력이었는데, 최근 품질 문제 등으로 인해 일본 제조업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결국 일본경제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제조업 비중이 20% 수준으로 독일과 같이 선진국 중에서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데도 불구하고 독일과 달리 세계시장에서의 수출 비중은 급락세를 보여 왔다. 독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10% 전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일본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1993년에 10%대로 정점에 도달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2009년에는 4%대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그림 3> 참조).  
 
독일의 경우 EU 등 지역통합의 효과를 살린 것으로 보이는 반면, 일본의 경우 지역 분업 전략이나 글로벌 통상 전략이 부진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수출 점유율 하락세는 오히려 제조업 공동화가 진행된 미국과 비슷한 모습이다.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각국의 추격이 일본의 수출시장 점유율 하락을 촉진하여 일본은 동아시아와 공생적이고 확대 지향적인 분업 관계를 구축하는 데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본경제는 1990년대 이후의 장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엔저 유도 및 초저금리 정책을 통해 기존 제조업을 다시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모노즈쿠리(고품질 제조 능력)’ 전략에 매진했으나 이러한 전략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본경제는 장기불황기 이후 단기적 정책 과제에 치중하면서 인구고령화 등 중장기적인 과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경제구조의 성숙화에 역행하여 저부가가치 제조업까지 유지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경제가 전반적으로 쇠퇴 압력을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Ⅱ. 일본경제 쇠퇴 현상의 배경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대응 부진  
 
일 본경제 쇠퇴 현상의 배경에는 인구의 감소 및 고령화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 1995년 이후의 생산가능연령인구(15세에서 64세 인구) 감소, 2005년 이후의 총인구 감소가 경제 및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인구의 감소 및 고령화는 고령자나 여성의 취업률이 크게 상승하지 못할 경우 취업자 수의 감소로 이어져 이것이 생산 활동의 위축, 소득의 감소, 소비시장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식품, 의류, 유아 및 아동용품 등 일본의 각종 소비 시장규모가 인구 감소에 따라 축소 추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65세까지 정년퇴직 연령을 인상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60~64세의 취업률이 2030년까지 55~59세 수준으로 상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취업자 수는 앞으로 뚜렷하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취업자 수는 2008년 기준으로 2020년 373만명, 2030년 710만명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65세 이상의 인구 비중이 계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년퇴직 연령을 65세로 올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인구의 동태적인 변화는 경제 뿐만 아니라 국가 및 문명의 성쇠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세계사적으로 봐도 인구 감소 현상은 국가의 쇠퇴기에 나타났다는 역사를 고려하면 일본경제의 쇠퇴 압력을 억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캐치업형 경제에서 성숙된 경제로의 개혁 실패
   
과거 선진국의 역사를 보면, 경제 및 사회적인 여건의 변화에 따라 국가 전략을 유연하게 변화시키면서 대응해 왔다고 할 수 있는데, 일본의 경우는 개발 위주의 초기 경제 성장 모델을 탈피하지 못한 채 점차 활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성장의 성과로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임금도 상승하게 되면 후발국의 추격이 강해지고 상대적인 성장력이나 기존 분야의 경쟁력이 약화되기 쉽다. 문제는 이러한 성숙화 시기에 절대적인 경제력의 약화나 삶의 질 하락을 막고 경제의 몰락을 피하기 위한 시스템의 개혁에 성공할 수 있는지의 여부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영국의 경우 초기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섬유 등의 제조업 중심 구조에서 점차 해외투자, 금융 산업의 비중을 높여 갔다. 미국의 경우 방대한 내수시장을 보호하는 고립주의적 국가전략이 대공황 전후에 한계에 직면하자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글로벌 패권을 장악하면서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전략으로 선회, 세계무역 자유화를 추진하면서 1950년대 이후 경제의 회복에 성공했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에 발생한 자산 버블 붕괴 현상은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개혁 필요성을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그 후에도 근본적인 국가 개혁이 미진했다. 새로운 환경에 맞게 국가전략을 재구축하는 데 있어서는 기득권층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구 자민당 주도의 정, 관, 재 유착시스템이 고도성장 과정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기득권층의 변화가 어려웠다고 할 수 있다. 정경유착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경영부실이 극에 달했는데도 구 자민당 정권 하에서 근본적인 개혁을 미루게 된 일본항공(JAL)의 부실 문제는 이러한 일본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 론, 1990년대 초반에 일시적으로 자민당이 하야하여 개혁 기운이 고조되었으나 반 자민당연립 내각이 붕괴됨으로써 자민당이 정권에 복귀하여 개혁 추진력은 다시 약화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코이즈미 내각이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개혁에 나섰으나 2000년대 후반에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자체가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일본은 개혁의 방향감을 상실한 측면도 있다. 30년 전에 등장한 영국 대처수상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개혁은 빈부격차의 심화, 인적자본의 확충 부진, 자산버블의 만성화와 금융 산업의 부실화 등 여러 가지 폐해를 낳고 영국에서도 새로운 개혁 방향이 모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의 어려움은 늦게 시작한 신자유주의 개혁이 기업의 투자활성화라는 성과는 미진한 채 오히려 빈부격차의 심화 등으로 경제적 활력을 떨어뜨리는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추진된 일본의 각종 개혁이 그랜드 디자인 없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강했으며, 개혁 방향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도 컸기 때문에 일관된 리더십을 갖고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힘이 약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 정부 기능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재정지출에 의한 경제부양 효과도 부진했다.
 
도시에서 지방으로의 소득이전 효과를 수반한 공공투자 위주의 경제부양 정책이 고도성장의 마감과 함께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되었는데도 기존의 정책과 재정 지출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 결과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건설 산업의 과잉공급이 초래됨으로써 산업구조 조정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되었다. 일본정부의 누적채무가 명목GDP의 2배 정도에 달하는 재정불안은 앞으로 인구고령화로 일본인의 저축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일본정부도 2000년대 들어서 공공투자의 삭감에 노력하고 있으나 지방경제 등에 대한 새로운 내수부양 정책 경로를 개발하지 못해 내수부진이 만성화되는 폐해가 발생했다.  
 
일본기업의 경우 그동안 전반적으로 구미식 주주자본주의 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일본식 경영의 장점을 유지하는 데 주력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일본식 경영의 장점을 접목하는 일본기업의 경영 혁신은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이지만 모노즈쿠리 전략이 구미 글로벌 기업과 같은 뛰어난 차별성과 고수익성을 가져다 주지는 않았다. 일본기업은 그동안 종업원의 급여나 복리후생 지출을 삭감하고 배당금을 크게 늘리는 주주 배려 경영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구미 기업의 ‘전략창조형리더’를 양성하고 글로벌 경쟁의 심화 속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구조를 구축하는 데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종업원 급여의 억제에도 불구하고 일본기업의 현장 주도형 기술·기능 경쟁력이 어느 정도 유지되어 왔으나 그것도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일본기업의 품질 문제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한계를 보이는 모습이다. 일본은 이미 미국에 버금가는 상대적 빈곤층을 가질 정도로 사회적 격차가 심화된 상황이다. 과거와 같이 대다수 국민의 중산층 의식을 기반으로 한 기업 현장에서의 헌신적인 개선활동을 기대하는 것은 사회시스템적인 측면에서 어려운 실정이다.  
 
기존 강점을 고집한 전략과 산업선진화의 후퇴
 
일본경제는 고도성장기를 거쳐서 중화학공업화를 이루고, 자동차, 전기전자 등의 가공조립형 제조업의 글로벌화 등에 성공하여 산업구조를 고도화시키면서 경제를 활성화해 왔으나 이러한 산업구조 고도화의 역동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화가 미진했던 데다 제조업의 경우도 그동안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엔고를 극복해 왔던 성장 패턴이 2000년대 이후 후퇴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과거 일본 산업은 엔고를 극복하면서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여 엔고에 따른 소득 향상 및 금융 파워를 활용해 왔으나 1990년대 후반 이후 이러한 성공 패턴이 붕괴된 것이다. <그림 5>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2000년대에는 전반적으로 엔저 경향을 나타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의 수출시장 점유율은 1970년대 수준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일본은 고품질의 제품을 제조하겠다는 ‘모노즈쿠리’라는 과거로부터 가지고 있었던 강점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채택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서는 신흥국과의 경쟁 속에서 끝없는 가격경쟁, 임금억제 경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일본의 성숙된 경제 수준, 인구의 감소 등을 고려하면 제조업의 경우도 고도의 서비스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할 단계라고 할 수 있으나 일본 산업은 미국 애플이 iPod를 성공시킨 바와 같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결합 비즈니스 등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제 및 사회구조의 변화와 함께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산업구조가 단순히 변화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이클 포터 등의 경영학자들은 쇠퇴기업은 있어도 쇠퇴산업은 없으며 고전적인 제조분야에서도 선진국의 우량기업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와 산업의 큰 흐름이나 시대의 흐름 속에서 기업은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애플이나 인텔, 혹은 델 등의 미국의 우량 제조업체의 경우도 그 중심적인 기능은 서비스업이나 지식집약적인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즉, 제조업이나 산업을 기능 측면에서 나누어서 보면 기업은 역시 프로덕트 라이프 사이클과 같은 시대의 변화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일본기업은 과거의 강점에 집착하는 나머지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놓쳤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산업계는 그 동안 젊은 층의 제조업 기피 현상, 멸사봉공(滅私奉公) 정신의 퇴색 등을 비판하며 과거 근면 성실의 문화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으나 이와 같은 산업사회의 논리를 가지고 시민사회를 바꾸려는 발상 자체가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이나 산업계는 시민사회의 변화에 순응하여 자기 스스로가 변해야 했다.  
 
제조업에 치중하여 엔저 유도와 모노즈쿠리에 매진하는 일본의 전략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인구의 감소 및 고령 사회에 대한 대비를 어렵게 하는 부작용도 발생시키고 있다. 생산요소의 하나인 노동력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개도국에서 본업이 되어야 할 저부가가치 제조 분야에까지 많은 자원을 배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 될 수밖에 없다. 제조업의 상당 부분은 교역을 통해 해외에서 조달할 수 있으나 서비스업 중에서는 해외에서 조달하기 어려운 분야도 많다. 이들 분야의 공급 구조를 확충하지 못하면 공급 애로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Ⅲ. 한·일 경제의 현상 비교와 시사점  
 
 
일본형의 저출산과 경제쇠퇴의 악순환 발생 우려  
 
일본경제가 인구구조나 세계경제 및 국제 분업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면서 성숙된 경제성장 메커니즘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은 우리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을 밑도는 낮은 출산율로 인해 향후 급격한 인구고령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생산연령인구의 감소 → 경제활동 및 소비시장 위축 → 고용 환경 악화 → 생활 기반 악화 → 저출산 심화에 이르는 악순환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충격으로 가계의 고령화, 가구 수의 증가세 둔화 및 감소가 예상되고 있으며, 각종 소비시장에도 앞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가구 수와 가구 주의 연령구조 전망을 기초로 향후 소비 패턴의 변화를 예상해 보면 2015년까지는 교육 지출의 성장 정체 효과가 두드러지겠지만 다른 분야의 경우도 자동차 등의 내구소비재를 비롯해서 시장위축 효과가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그림 6> 참조). 특히 한국의 경우 일본에 비해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도 주의해야 할 것이다(<그림 7> 참조).  
 
<그림 8>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OECD 회원국 중에서 우리나라는 복지 지출과 출산율이 최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일본과 같이 저복지·저출산 국가로 분류될 수 있다. 반면, 유럽 선진국의 경우 가정의 출산 활동을 지원하는 등 복지기반을 강화하여 출산율을 회복하였다. 사실, 일본의 경우도 하토야마 내각 등장 이후 그동안의 정부 재정지출 전략을 크게 수정하여 자녀 수당을 확충하는 등 생활자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공급자를 지원하여 이들의 생산 활동을 유도하면서 고용을 신장시켜서 가계의 소비를 유도하는 기존의 정책보다도 가계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지원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해서 결과적으로 기업 활동을 부양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저복지정책을 유지하면서도 높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백인의 출산율은 낮지만 이민 유입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매우 개방적인 이민유입정책을 펴지 않는 한 출산율의 회복을 위해서는 생활의 안정기반을 어느정도 담보해 줄 수 있는 복지지출의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그림 9>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중간소득의 40% 이하의 소득계층)은 재정지원 이후 기준으로 9.8%로 미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며, 최근 소득격차 문제가 심하게 비판 받고 있는 일본의 9.5%보다 열악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징적인 것은 정부의 복지 지출을 감안하기 이전의 상황을 기준으로 한 상대적 빈곤율은 주요 OECD 회원국 중에서 2번째로 낮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정에 의한 소득 재분배를 통해 빈곤문제를 억제하는 정도가 대단히 낮다. 이러한 구조를 유지하면서 앞으로 글로벌 경쟁의 격화와 함께 신자유주의적 방향에서 기업 차원의 임금격차가 계속 확대될 경우 빈곤문제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  
 
일본의 경우도 비정규직 등 임금수준이 낮은 근로자의 소득을 정부가 보조하는 최저소득보장(Basic Income) 제도나 이들에 대한 실무교육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모색되고 있다.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중심으로 한 사회보장보다도 근로자를 포함해서 빈곤층에 빠지지 않도록 설계된 사회보장 시스템이 결과적으로는 재정 부담이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탈 공업화사회 대비 부족 
 
한국의 경우 일본과 같이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 지식기반경제화로 가는 산업 발전 흐름을 보여 왔다. 설비투자 주도 경제로서 지식기반보다도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형태의 산업 발전 패턴을 보였으며, 다른 선진국에 비해 노동시간이 길고 근로자 1인당 부가가치 생산성이 낮다는 특징도 있다. IT 분야의 경우도 인프라나 장비 위주의 성장을 보여 왔으며, 지식기반 서비스 부문이 제조업에 비해 글로벌 경쟁력이 낮다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일본의 경우처럼 탈공업화 사회에 대한 대비가 미비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일본에 비해 공업화 사회의 성숙도 측면에서 뒤떨어지고 있다. 부품 및 소재 분야에 대한 대일의존 구조가 여전하며, 자체적인 이노베이션 능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일본기업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 LED조명, LCD TV 등 나름대로 새로운 컨셉의 제품을 창조해 낸 주역이었던데 반해 한국 산업은 이와 같은  수준의 이노베이션을 성공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앞으로 부품·소재 등 기반 산업의 경쟁력, 기술력을 높이면서 탈공업화 시대에 맞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경쟁력, 전략구상 능력 등을 동시에 제고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일본기업과 달리 전략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기업이 가진 폐쇄성, 자국기업끼리의 수직적인 분업 우선 관행과 달리 한국기업의 글로벌한 유연성도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탈공업화시대에는 단순한 지시로 관리하거나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지식근로자의 자발적인 능력에 뒷받침된다고 볼 때 이러한 인재를 확보·육성하기 위한 선진화된 생활기반, 평생 교육기반, 지식 인프라(지식을 존중하고 자발적 지식의 공개를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을 포함) 등의 정비가 우리나라에서도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이러한 미래 과제를 선행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1%대의 낮은 성장세로 전락해 앞으로의 경제 및 사회개혁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일정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시점에서 선행적으로 미래 과제의 해결에 나선다면 일본과 같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피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 늪에 빠지기 전에 미래를 위한 준비 서둘러야 
 
저출산과 경제쇠퇴의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함으로써 기업의 고용창출력을 유지·강화하면서 아울러 생활기반, 지적 인프라 기반을 정비하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일본과 같이 저성장에 빠지고 나서 분배 정책 위주로 생활 및 인적자원 기반의 강화에 주력해야 할 어려운 상황이 되기 이전에 성장잠재력을 유지하면서 사람이나 지식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저출산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아직 그 효과가 미미하다. 일본의 경우와 같이 부분적인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며, 성숙된 경제수준에 맞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결혼, 출산, 교육, 노후 등에서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조성할 수 있는 생활자 위주의 정책이 산업경쟁력의 제고와 연결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고도성장기를 뒷받침했던 개발형 캐치업(catch up) 시스템에서 성숙된 경제사회시스템으로의 개혁에 성공하지 못했던 것은 정경 유착에 기초를 둔 기존 시스템의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고 개혁의 그랜드 디자인을 그릴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 시스템의 모순이 나타난 초기에는 아직 경제적 활력이 유지되고 있어서 개혁의 추진력이 미약한 데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탈공업화 사회를 위한 개혁에 있어서 일본의 실패 경험을 교훈 삼아 기존 산업이나 사업에 집착하기 보다 글로벌 시각에서 산업혁신 흐름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신흥국 기업과의 경쟁을 지나치게 의식하기보다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신흥국과의 교역 및 신흥국에서의 해외공장 운영을 통해 신흥국의 성장파급 효과와 부가가치를 흡수할 수 있도록 신흥국이 필요로 하는 기술력, 경영능력, 핵심 부품·장비·소재 경쟁력, 소프트웨어 능력 등에서 경쟁력의 확보가 요구된다.
 
기업의 경우 공업화 시대의 획일적인 사고에 입각한 조직 문화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보다 자유로운 발상과 감성을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통해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몰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업화시대가 감정이 없는 합리적인 전문가에 뒷받침된 구조였다면 탈공업화시대는 소비자와 사회의 감성에 공감하고 시대인식을 바탕으로 하면서 고객과 함께 고객가치를 협창(協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  
 
이러한 지식근로자에 뒷받침된 인재강국을 만들기 위해서도 선진화된 생활기반의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