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9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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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서 리플도 해고 RT도 해보고 서서히 트위터를 만져보면은 트위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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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9 - [■ 컴생활정보 ■] - 트위터 가입방법과 트위터에서 놀아보세^^

2010년 6월 25일 금요일

◎공감의 컨셉이 미래를 바꾼다

LG경제연구원 '공감의 컨셉이 미래를 바꾼다'

 

오늘날 사람들은 유독 ‘나와 같은 것’을 선호하고 있다. 정치인, 기업인들도 과거의 신비감, 권위주의를 벗고 대중과 공감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공감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 이 같은 공감 현상은 콘텐츠, 사람들의 행동 변화, 경제적 현상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간의 본능이기도 한 공감을 새삼스럽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먼저 현대적 삶의 방식이 공감 형성의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감정적 소통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도 오늘날 공감이 중요해지는 원인이다.  
 
공감은 과거와 같이 개인적인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개인의 공감 표출 행위는 경제적, 사회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착한소비, 공정무역, 사회적 기업과 같은 개념들도 공감경제의 확대와 관련이 깊다. 공감의 컨셉은 많은 산업 영역에서 혁신과 변화의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대중문화에서 신제품과 신기술 개발에 이르기까지 고객과의 공감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혁신, 공감형 인재의 발굴과 육성, 그리고 공감의 컨셉이 담긴 기술, 학문 등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투자로 미래 공감경제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 목 차 > 
 
Ⅰ. 우리 시대의 또 다른 키워드 ‘공감’
Ⅱ. 왜 지금 공감을 주목하는가
Ⅲ. 공감의 컨셉이 세상을 바꾼다
Ⅳ. 미래의 기업과 공감의 의미
 
 
 
Ⅰ. 우리 시대의 또 다른 키워드 ‘공감’ 
 
 
나와 같은 것을 찾는 사람들 
 
요즘처럼 정치인들이 눈물을 자주 보여준 때는 없었던 것 같다. 여자 연예인들은 보통 사람들도 꺼리는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을 서슴없이 보여준다. TV 토크쇼에서는 성형고백이 줄을 잇는다. 대기업의 CEO가 블로그나 트위터를 통해 취미나 소소한 일상을 공개하기도 한다. 직원은 물론이고, 소비자들과 격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도 이제 별다른 뉴스감은 아니다. ‘나는 너와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나도 너와 같다’는 것으로 대중과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신비감, 권위, 냉철함보다는 인간적이고 때로는 나약한 모습에서 사람들은 공감의 포인트를 찾게 된다.
 
웹에서는 나와 비슷한 것,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온라인 문화를 주도한다. 웹 2.0의 대표적인 문화현상인 UCC(사용자제작콘텐츠)도 한 예다. 비전문가인 인터넷 사용자들이 손수 제작한 글, 이미지, 비디오 등은 다른 사용자들의 공감을 얻기 쉬우며, 이를 통해 빠르게 확산 및 재생산된다. 포털 사이트 뉴스에서는 기사 자체 보다 베플(베스트리플)을 먼저 확인하기도 한다. 뉴스 내용에 대해 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추천한 의견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웹툰의 주제로는 유독 ‘공감 가는 상황’이 자주 다루어 진다. 온라인 공간은 수 많은 ‘나’들이 연결되어 있다. 이 때문에 나를 중심으로 나와 비슷한,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나 정보를 찾는 모습이 훨씬 두드러지는 것이다.
 
이미 일상 속에서 공감은 많은 부분에 스며들고 있다. 공감이라는 표현이 명시적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다른 표현으로 가려져 있기도 하다. 중요한 점은 사회문화 영역뿐 아니라 기업 비즈니스에서도 공감의 컨셉이 활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공감이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공감의 의미는 이렇다. 주변의 공감대상(사람이나 사물, 현상 등)과 공감자(자신) 사이에 차이를 인식하면서도 심리적 동일성을 경험하는 것이다. 즉 다른 사람이 느끼는 즐거움이나 슬픔이 어떤 것인지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해하는 것이 바로 공감이다. 더욱이 공감의 대상은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무생물이나 자연현상에 대해 특정한 감정을 느끼는 것도 공감의 하나로 보는 등 공감의 대상은 다소 포괄적일 수 있다.
 
한편 공감은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행동에 뜻을 같이 하는 동의(同議)와도 다르다. 공감이라는 것이 다분히 감정적인 영역인 반면, 동의는 논리적, 이성적인 측면이 강하다. 또한 공감은 감성(感性)과도 차이가 있다. 이성(理性)이 아닌 오감(五感)으로 외부의 사물을 판단하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에서도 다르지만, 특히 사회적 관계에서 공감은 감성과 달리 상대와의 양방향적 소통 역량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공감 능력은 사회적 관계를 구성하는 일종의 본능이다. 사람들간에는 싱크로나이즈(Interpersonal Synchronization) 작용이 있는데, 대화나 상호작용의 과정에서 사람들이 서로 조정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우리의 뇌 속에 있는 거울뉴런(Mirror Neuron)은 상대를 관찰할 때, 그가 특정 행동을 하면 마치 자신이 그 행동을 하는 것처럼 나의 뇌가 반응하게 만든다. 이처럼 공감은 무의식 속에서도 우리의 삶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지배하는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Ⅱ. 왜 지금 공감을 주목하는가 
 
 
공감이라는 것이 인간의 본능 혹은 본연의 욕구라지만, 현대 산업사회에 이르러 오히려 사람과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또한 급변하는 정보기술로 인해 사람들간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변하면서, 공감하는 방법과 내용도 달라지는 상황이다. 더욱이 오늘날 한사람 한사람의 공감은 과거와 같이 내적인 영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도구를 통해 다른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실질적인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감 형성의 여건이 악화 
 
30대 이상의 독자들이라면 학창시절 IQ(Intelligence Quotient)가 학업과 성공의 중요한 지표라는 얘기를 듣고 자랐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IQ보다는 EQ(Emotional Quotient)가, 최근에는 SQ(Social Quotient)를 길러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요즘 아이들이 EQ와 SQ, 즉 감성지수와 사회지수로 대별되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현상은 공감이 꼭 필요한 역량임에도 사람들간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과거 대가족, 집단 중심의 생활 환경 속에서 이 같은 능력들은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것들이었다. 작은 마을에서 주민들은 서로를 잘 알고 있었으며, 굳이 내놓고 말하지 않더라도 상대의 생각이나 느낌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반면 오늘날 우리는 하루에도 서로를 잘 모르는 수 많은 사람들과 사회적 활동을 공유한다. 도시의 일상은 바쁘고 다른 사람들에게 진지한 관심을 가질 여유는 없다. 공감할 수 있는 여건과 역량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 것이다.
 
공감의 부재는 다양한 사회문제로 나타나기도 한다. 캐나다의 교육운동가 메리 고든은 집단 따돌림이나 폭력 등의 원인을 공감 능력의 부족 혹은 부재로 보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남의 아픔이나 기분을 느낄 줄 아는 능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오늘날 공감의 부재는 현대 사회의 인간 소외, 관계 단절과 그 원인을 같이 한다. 경제적 성장과 전통적 가치의 해체로 개인의 소외와 단절이 심화될수록 사회전체적인 공감의 과부족(過不足) 현상은 확대될 수 밖에 없다.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공감 커뮤니케이션 확대 
 
한편 정보기술의 발전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데, 특히 감정을 전달하고 공감을 얻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미 우리는 휴대폰 문자를 주고받을 때 ‘^-^, -.-;, : )’ 등과 같은 이모티콘을 사용해 특정한 감정을 실어 보내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미니홈피나 온라인 게시판에는 장황한 글보다는, 짧지만 공감할 수 있는 글과 시선을 사로잡는 사진 등이 주류를 이룬다. 이미지와 비디오뿐 아니라 상호작용이 편리한 플래시(Flash) 애니메이션도 중요한 도구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요구하기 보다는 감정적 선호를 자극한다. 즉 공감하느냐 아니냐의 즉흥적 판단을 요하는 것이다. 일례로 정치 관련 온라인 게시판, 커뮤니티에서는 격식을 갖춘 글보다는 이미지, 동영상이 공감 형성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젊은 세대들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활자로 된 신문을 잘 보지 않는 이들 세대는, 온라인 기사에서도 사진이 없는 경우에는 흥미를 잘 갖지 못한다. 대신 이들은 멀티미디어를 통한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판단, 피드백을 선호한다. 조사기관 Forrester Research(2007)에 따르면, Y 세대들은 단순한 메시지, 짧은 문장과 이미지를 통한 소통을 선호한다고 한다. 특히 그들은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언어와 표현 등의 방식을 즐겨 사용하는데, 다양한 신조어, 약어, 비속어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우리’와 그렇지 못한 ‘너희’를 구분한다. 나와 연결된 지인들과의 관계가 중요한 젊은 세대들에게 공감 커뮤니케이션의 확대가 갖는 의미는 기성세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나’ 중심의 세상과 공감의 힘 
 
개인 블로그에 게시된 포스팅(게시글)을 읽다 보면 ‘추천버튼 꾸욱 눌러주세요’와 같은 블로거의 부탁 아닌 부탁을 자주 볼 수 있다. 많은 추천을 받은 포스팅은 ‘다음 뷰(Daum View)’와 같은 블로그 순위 서비스에서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기회의 증가,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블로거의 광고수익 확대를 의미한다.
 
과거 ‘나’의 공감은 관계의 상대방 혹은 기껏해야 소규모 집단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오늘날 ‘나’의 공감은 경제, 사회에 변화를 만드는 실질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앞서 살펴본 블로그의 공감과 노출, 광고수익 프로세스와 같이 말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과정을 의식하지 않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공감을 통해 타인과 사회에 영향을 주고 있다. 댓글을 읽고 클릭하는 ‘공감’ 버튼, 물건을 구매하고 누르는 ‘추천’ 버튼 등을 통해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의 공감을 외부세계로 표출한다.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킹 서비스 등은 공감의 힘을 한층 증폭시켜주는 도구가 될 것이다. 개인화된 기기, 서비스를 통해 더 자주, 더 다양한 방식으로 공감을 표출함으로써, 초연결(Hyper-connection) 시대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 공감이 갖는 의미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웹 2.0과 함께 사람들의 관심(Attention)이 희소해지면서 사람들의 관심 혹은 주목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목경제’의 개념이 등장했다. 이와 유사하게 앞으로는 공감을 얻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희소한 공감을 확보하는 것이 가치를 결정하는 ‘공감경제’가 미래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공감경제의 시대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공감은 정치, 문화에 가까운 개념으로, 과학이나 기업 비즈니스와 거리가 있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 변화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다. 문화연구가 마르코 비숍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를 전망한 <두려움 없는 미래(Future comes from Crisis(2009)>라는 책에서 ‘이성의 논리학에서 심장의 논리학으로’라는 주제로 감정적 소통과 공감이 주가 되는 미래의 사회와 학문연구의 미래를 예견한다. 나아가 성장과 효율 중심의 현대 경제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한다.
 
Threadless T셔츠의 사례는 공감의 표현과 획득이 어떤 방식으로 경제적 가치로 이어지게 되는지 잘 보여준다. 먼저 Threadless에서는 사용자들이 제안한 T셔츠 디자인을 선정하는데 공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MIT는 최근 보고서에서 Threadless 사례 분석을 통해, 추천과 공감의 매커니즘이 투표라는 의사결정 요인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개별 소비자들이 디자인에 대해 선호를 표시하는 것이 일종의 투표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투표는 최종적으로 생산할 제품의 디자인 선정과 판매수량 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한편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최종적으로 선정된 디자인을 제안한 사람에게는 상금이 주어지게 된다. 공감의 표현과 공감의 획득이 하나의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드는 공감의 경제학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Threadless와 같이 크라우드(Crowd, 대중)를 활용한 집단지성 비즈니스 모델이 늘어나면서, 공감을 활용한 비즈니스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오프라인 산업에서도 공감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들어 부쩍 관심을 받고 있는 착한소비, 공정무역, 사회적 기업 등도 공감경제의 한 단면이다. 착한소비는 판매금액의 일부가 기부되는 소비행위다. 공정무역은 비용절감보다 생산자의 생존권, 인권에 주목한다. 사회적 기업은 비영리와 영리의 중간 영역에서 취약계층 등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관심을 갖는다. 이러한 현상은 효율과 이성에 기반한 경제논리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값싼 제품을 구매하는데 따르는 다양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는 새로운 경제행위인 것이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의 고통, 나의 소비로 고통 받을 사람과 지구환경에 대한 공감이 이러한 새로운 경제현상의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Ⅲ. 공감의 컨셉이 세상을 바꾼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공감을 활용한 사례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광고, 마케팅 분야다. 특히 몇 년 전부터는 소비자들과의 공감대를 한층 더 높이기 위한 스토리텔링 광고가 유행하고 있기도 하다. ‘Impossible is nothing’으로 잘 알려진 아디다스의 광고가 대표적이다. 스포츠 스타들의 어린 시절과 역경, 그리고 극복과정을 이야기로 만들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억과 어린 시절의 감정을 떠올리도록 해 공감을 자극했다. 여기서는 점차 확산되고 있는 공감경제가 실제 비즈니스에서 어떤 식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여러 비즈니스 분야의 혁신과 변화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공감,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전통적 틀을 깨다 
 
TV 프로그램이나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서도 공감의 깊이를 더하는 것이 새로운 차별화 요소다. 단순 흥미, 신비주의 등 과거의 방식을 벗어나 시청자, 팬들과 공감을 확대하는 컨셉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이다. 국내 모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진행자들이 단체로 합숙 여행과 게임을 즐긴다. 기존의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일반 시청자들의 경험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하기도 했다.  
 
스타들도 신비주의를 벗고 일상의 소소한 모습을 공개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개인 홈페이지, 트위터 등을 통해 팬들과 거리를 좁힘으로써 공감을 얻기 위해 애쓰는 것이 오늘날 신세대 스타들의 모습이다. 대중문화의 첨단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 같은 변화는 ‘나와 공감할 것’을 요구하는 오늘날 소비자들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할머니캐릭터가 너무 고맙다. 그 이후 부활 공연장 관객석이 꽉꽉 찼다. 그 전에 아무리 오라고 해도 안오던 관객이 빈자리도 없이 공연장을 메운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이 캐릭터가 ‘비웃음’의 할머니가 아니라 ‘친근감’의 할머니라는 걸.”
- 가수 김태원 인터뷰(아시아경제, 2010.4.2. 인터넷판) 중 -
 
가수 김태원은 한국 락 음악을 대표하는 그룹 ‘부활’의 리더로,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허약하고 모자란 이미지로 등장하고 있다. 1980~90년대 한국 락 음악의 황금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하지만 오늘날 팬들은 무게와 신비를 벗어 던진 그에게 환호한다.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스타들의 모습에 공감하고 친근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기술과 제품에서도 공감이 혁신의 중요한 컨셉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 혁신에도 공감의 컨셉이 숨어있다. 수년 전까지 모바일기기 시장에서는 스팩(기기의 성능, 재원 등) 경쟁 일색이었다.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 높은 카메라 화소 등을 소구 포인트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기업들이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넘어 UX(사용자 경험)를 강조한다. 경험은 그 자체가 개인적이고 감정적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공감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혁신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 기술전문 기고가들은 아이패드의 스팩과 기능에 몰입해있다. 이런저런 기능들이 작동하는지 말이다. 그들은 기기를 그러한 기능들의 합으로 본다. 그러나 그러한 관점은 애플의 DNA와 차이가 있다. 물론 아이패드(iPad)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일정이나 이메일을 관리하며, 웹서핑을 할 수 있다. 음악 청취, 게임 등도 가능하다. 하지만 내가 아이패드를 받아 들었을 때, 나는 아이패드를 통해 도구(Tool)라기 보다는 사람이나 애완동물과의 관계에 가까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중략) 아이브와 그의 팀원들은 사람들이 어떤 기기를 주머니나 손에 매일 수 시간씩 지니고 있다면, 그 기기와 사용자와의 관계는 풍부하게(profound) 형성되며, 인간적이며 감정적(human and emotional)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 (하략)”
- TIME 2010.4.12.자 -
 
미국의 시사경제전문지 TIME에 실린 기사내용의 일부다. TIME의 평론가 레브 그로스먼(Lev Grossman)이 아이패드 공식 출시전 애플 본사를 방문해 직접 아이패드를 체험하고, 본사 인력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내용이다. 기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저자는 애플의 개발 컨셉을 기기와 사용자간의 인간적이며 감정적 관계, 즉 공감임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아이패드는 4월 출시 이후 200만대가 넘게 판매되었다고 한다. 3초에 1대가 판매된다는 계산이다. 반면 아마존의 킨들 등 전자책(eBook) 단말기 및 넷북 시장은 위축되고 있다는 기사도 나온다. 단순히 기능을 제공하는 기기가 될 것인지, 경험과 공감을 제공하는 기기가 될 것인지의 선택이 중요한 시점이다.
 
트위터, 공감을 낚는 거대한 낚시터 
 
밤늦게 돌아온 집은 언제나 어둡고 적막하다. TV를 켰다. 흥겨운 토크쇼가 도무지 눈길이 가지 않는다. 컴퓨터를 켰다. 메신저에 한동안 연락이 없었던 친구 몇이 보인다. 키보드에 손을 가져가다 멈춘다. 다행이 냉장고에 맥주가 있다. 소파에 누워 얼마 전 구매한 스마트폰을 만지다 파랑새 어플을 클릭했다. ‘캔맥주 마시는 중. 불 꺼진 집에 들어오는 거 지겹네요.’ 보내기 버튼을 누르고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공감~ 잠깐 눈물 좀 닦고.. RT …’, ‘저는 소주 *.* RT …’ 순식간에 몇몇 팔로워(follower)들의 리트윗(RT)이 화면에 올라온다. 작은 위안을 느끼며 남은 맥주를 마저 비웠다.
 
이러한 상황에 공감 가는 독자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밤늦게 돌아와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과 공감을 나누는 트위터 사용자의 상황을 가상적으로 엮어본 에피소드다. 트위터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다분히 개인적인 공간이다. 주제, 내용, 형식에 관계 없이 정해진 글자수만 맞추면 된다. 시사, 정치 등 비교적 딱딱한 정보도 많지만, 즉흥적이고 감성적인 소소한 내용도 그 만큼 많다. 트위터에서 리트윗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말을 그대로 인용할 때 쓰는 약속인데, 많은 경우 어떤 트위터 메시지에 대해 공감할 때 자주 사용된다. 실제로 트위터 사이트에서 “공감”을 검색해보면 ‘RT’가 포함된 검색결과를 볼 수 있다.
 
트위터는 개별 사용자의 공감과 비공감의 선택이 모여 중독성 있는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창출하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팔로우(follow), 팔로워(follower) 관계를 맺게 된다. 이 관계는 관계 상대자의 의사와는 관련이 없다. 내가 원하면 관계를 맺고 싫으면 관계를 끊을 수 있다. 이것은 상호간 동의 하에만 관계가 형성되는 여타 소셜네트워킹 서비스와 구별되는 중요한 차이다. 선호에 따라 관계를 맺고 끊다 보면, 결국 자신의 트위터 메시지 목록은 관심있는 분야나 공감가는 내용들로 채워지게 된다. 이를 통해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최적화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사람들은 더욱 트위터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관계형성과 공감의 방식은 개인주의적인 현대인들의 습성과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 덕분에 트위터는 2006년 3월 서비스 시작 이후 현재까지 약 1억 5천만개의 계정을 확보하는 급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이 시간에도 사람들은 나와 공감할 수 있는 누군가,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찾아 트위터에 접속하고 있다.  
 
 
Ⅳ. 미래의 기업과 공감의 의미 
 
 
살펴본 바와 같이 공감의 컨셉은 우리 사회와 비즈니스의 여러 부분에서 새로운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많은 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공감의 경제가 가져온 변화로 볼 수 있다. 20세기 초중반만 하더라도 사회는 기업들에게 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기업은 환경, 평등, 인권, 지역사회와의 공존 등 비경제적 영역에 까지 관심과 책임을 강조하며, 또 사회로부터 이러한 것들을 요구 받고 있다. 기업의 규모나 비즈니스 형태에 관계 없이 기업 홈페이지에서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내용이 일종의 필수요소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CSR과 같은 활동은 비본질적, 사업 외적 성격이 강하다. 공감경제 시대의 소비자들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와 대응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성장과 효율, 이윤과 같은 물질적 가치를 넘어, 공감이라는 소프트하고 감성적인 영역의 가치를 주목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공감 커뮤니케이션의 혁신 
 
기업들은 먼저 기존의 고객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공감을 형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변화하는 공감 형성 방식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과거 공감은 좁은 지역에서의 지속적인 관계,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연결성이 확대되는 오늘날의 공감은 장소의 제약에 관계없이, 신속한 피드백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앞서 살펴본 트위터가 좋은 예다. 팔로우 하는 대상에 공감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 삭제가 가능하며, 자신의 입맛에 맞는 또 다른 상대를 찾는 것이 매우 쉽다. 이는 기업과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많은 기업들이 블로그나 트위터를 통해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지만, 기존 조직의 관성이나 의사결정 체계의 특성상 신속한 대응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은 오늘날 기업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고민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더욱 개인적 자기중심적이 되어가고 있으며, 참을성도 줄어들고 있다. 또한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기업과의 직접 커뮤니케이션이 늘면서, 기업이 나와 1:1의 감정적 소통이 가능한 대상이라고 여기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기업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진정성과 투명성이 있는 피드백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기업들이 강조하고 있는 소통의 본질은 바로 고객과의 공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공감형 조직과 인재 
 
조직 및 인재 측면에서도 공감 역량은 중요하다. ‘미래는 여성의 시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미래에는 경제, 사회 전반에서 여성의 역할이 늘어나고, 또한 중요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이에 대한 여러가지 이유 중에서, 여성들의 공감 능력도 중요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생리적으로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공감하는 능력이 강하다. 이것은 모성의 본능이다. 아직 말을 할 수 없는 아기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공감 능력이 발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기업의 고객상담센터에는 유독 여성 상담사들이 많다. 여성들이 고객의 문제 공감할 가능성이 남성들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미래의 기업 전반에서 여성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조직의 다양성이 공감 역량과 직결될 것이다. 모든 것이 전문화되고 파편화되는 오늘날 세계에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경험이야 말로 공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휴대폰 소비자 커뮤니티를 이끌어본 중학생이 공학이나 마케팅을 전공한 대학졸업자 보다 휴대폰에 대한 기술적 문제와 사용자들과의 감정적 소통, 공감대 형성에 더 능숙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과학과 미래에 대한 흥미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는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옛날 인재는 똑똑한 사람, 이젠 남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바 있다. 미래의 인재는 단순히 문제해결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 고객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이다.
 
공감의 컨셉을 활용한 제품, 서비스 대응 
 
제품, 서비스에 공감의 컨셉을 적용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과 학문 분야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의 기술과 제품 혁신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터치스크린, 3D 디스플레이 기술 등은 임장감(臨場感)과 심리적인 몰입을 높여, 소비자 경험에 있어 공감의 수준을 극대화하려는 사례들이다. 전자기업 필립스의 경우 감성기술(Emotional Technology)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람의 신체적 상태를 추적해 심리적 상황을 분석하고, 이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예를 들어, 빠른 심장박동과 땀, 거친 호흡 등을 센서로 감지하고 거주자가 심리적으로 흥분상태인 것으로 분석되면, 은은한 조명과 음향, 비디오 등을 자동으로 제공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한다. 즉 거주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집과 거주자가 공감할 수 있는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스마트홈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로 보고 있는 것이다.
 
심생리학(Psychophysiology)과 같이 전자기업에게는 다소 생소한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심생리학은 인간의 감정과 같은 정신적인 변화가 우리 몸의 생리적 변화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감지하는 학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개별 소비자들의 감정과 심리 변화를 보다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는 스마트 알고리즘(Smart Algorithms)의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영화 바이센테니얼맨(Bicentennial Man, 1999)에서는 가사도우미 사이보그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단지 주어진 명령 안에서 기능을 자동적으로 실행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그러나 점차 진화를 거듭해, 인간의 외관을 갖추고 감정을 느끼며 심지어 인간과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모든 인간이 공감하는 죽음에 대한 개념과 공포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결국 그는 몇 번의 시스템 개선을 통해 자연사를 맞이하고 인간으로 인정받는다. 오늘의 사람들은 휴대폰의 UI를 통해 기기와 공감을 나누지만, 미래의 사람들은 더 폭넓은 영역에서 감정을 나누고 삶을 함께할 제품을 요구할 지도 모를 일이다.  <끝>

2010년 6월 24일 목요일

◎글로벌 경제에 드리워진 선진국 국가부채의 그림자

LG경제연구원 '글로벌 경제에 드리워진 선진국 국가부채의 그림자'

국가부채 위기는 호황기 직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호황기의 낙관적인 분위기 하에서 국가간의 자본 이동이 확대되다가 금융 상황 변화로 선진국들이 긴축기조로 돌아설 때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재정위기가 과거의 국가부도 상황과 구별되는 점은 민간부문의 부채문제가 정부로 이전되었다는 점, 그리고 개도국이 아니라 선진국이 주된 위기대상국이라는 점이다. 현재 재정위기는 선진국 부도를 막기 위한 국제기관 및 국가들의 협력으로 단기간 내에 심각한 부도사태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00년대 초 누적된 높은 부채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는 디레버리지에 따른 세계경제 성장의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가부채 위기의 당사국들이 이제까지 세계시장에서 상품 수요국으로 역할을 해 온 선진국이란 점에서 과거 국가부채 위기들에 비해 그 영향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경기둔화 과정에서 금융위기와 국가부채 위기가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으며 이러한 위기 상황은 부채문제가 심각한 나라들에게 집중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가부채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민간부문 부채 비중이 높아 장기적 관점에서의 주의가 요구된다. 
 
 
< 목 차 > 
 
1. 과거 국가부도 위기의 발생 배경
2. 최근 글로벌 재정위기의 특징
3. 향후 국가부채 위기의 전개방향
4. 국가부채 위기의 주요 대상국
5. 시사점
 
 
 
1. 과거 국가부도 위기의 발생 배경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대상국가들의 자구노력 안이나 국제기구, EU 차원의 지원대책이 발표되면 상황이 잠시 안정되다가 스페인 저축은행 부실이나 헝가리 재정적자 확대 등 관련된 리스크 요인들이 대두되면 또 불안이 시작되는 위태로운 형국이 지속되고 있다.  
 
국가부도 사태는 국가간 자금거래가 시작된 만큼이나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알려진 최초의 국가부도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재정위기의 중심국인 그리스이다. 기원전 4세기 아테네 해상동맹의 도시정부들이 델로스 신전에 대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국가부도는 19세기 이후부터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이는 산업혁명의 과실이 세계경제에 파급되면서 세계경제의 성장 속도가 높아지고 산업의 설비집약도가 높아지면서 금융거래가 활발해진 데 따른 것이다. 실물자본의 축적이 자금 대부에 있어 담보의 역할을 하면서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자금대부가 크게 늘었고 이와 함께 국가가 디폴트를 선언하는 사례도 늘기 시작했다. 1820년대에서 1840년대 사이 전세계 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국가들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바 있다(<그림 1> 참조).
 
20세기 들어 1, 2차 세계대전으로 전쟁당사국이 적대국에 대한 채무를 거부한 사례들을 제외하면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서는 두 차례의 대규모 국가부도 시기를 경험했다. 첫번째는 대공황 기간으로 1931년과 32년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남미국가들이 국가부도를 맞았다. 이후 위기는 동유럽 및 남유럽 국가로 확산되었고 결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 선진국까지 부도에 이르렀다. 2차 대전 이후 잠잠해졌던 국가부도 사태는 80~90년대 다시 크게 늘었다. 1982년 멕시코 모라토리엄 선언을 필두로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등 대부분의 주요 중남미 국가들이 채무상환에 실패했으며 이후 아프리카 국과 1990년대 동아시아 외환위기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동아시아국들은 대부분 직접 국가부도 사태를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IMF로부터의 대규모 구제금융을 받게 되었다.  
 
위기 이전 국제 자본이동 활발 
 
과거 대규모 국가부도 시기의 공통적인 특징들을 살펴보면 우선 위기 이전 기간 중 국가간 자본의 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국가부채가 빠르게 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원자재 생산국가들의 개발수요가 늘면서 선진국으로부터 개도국 정부에게로 자본의 흐름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대공황기 직전에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 호황이 국가간 자본이동을 촉진시키는 요인이었다. 선진국으로부터 식료품과 원자재 수요가 늘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남미 등 원자재 수출국들은 이에 기반해 사회간접자본 확대 등 경제개발 목적의 외채를 크게 늘렸다. 1928년 상당수의 남미 국가들의 수출대비 중앙정부 부채 비율이 100%를 넘었다.  
 
한편 1980년대 위기는 선진국 내 금융 여건의 변화가 세계 자본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경우이다. 1970년대 고유가로 선진국 경기가 둔화되면서 자금수요가 줄어들게 되자 금융기관들은 개도국에의 자금 공급을 늘렸다. 특히 회사채 시장의 확대로 국내대출이 어려웠던 미국의 은행들이 중남미국들에 대한 차관을 적극적으로 확대시켰다.
 
사후적인 평가이지만 위기 당시 채권국이나 채무국 모두 경제상황을 과도하게 낙관한 나머지 위험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당시 중남미 국가들은 높은 원자재 가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함으로써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해외차입 규모를 크게 늘렸다. 또한 당시 국가간 대출금리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의 차이가 거의 없었는데 이는 선진국의 금융기관들이 국가의 위험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금융긴축이 개도국 부채위기 촉발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의 자금 흐름은 선진국 금융위기 혹은 금융정책 기조의 중대한 변화 등을 계기로 방향이 반대로 바뀌게 된다. 대공황기에는 미 연준의 1929년 재할인율 인상 등 금융긴축이 주가폭락으로 이어져 공황의 촉매가 되었다. 금융위기를 맞아 미국 은행들은 해외대출 자금을 회수해 국내대출로 전환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개도국에 대한 대출이 급격히 줄어들게 되었다.  
 
1980년대 위기에는 금융위기는 아니었지만 선진국 금리정책의 기조가 바뀌면서 개도국 대출이 급감했다.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 압력으로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남미국가의 외채부담이 확대되었고 선진국 은행들의 중남미국에 대한 신규대출이 크게 줄었다(<그림 2> 참조). 세계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하락이 동반되면서 개도국들이 수출을 통해 채무를 상환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가장 취약한 국가가 부도를 맞게 되면 비슷한 성향을 가진 국가로 부도가 빠르게 전파되곤 했다. 대공황기는 1931년과 32년 중에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와 그리스, 독일 등 유럽국가가 채무재조정을 겪었다. 1982년 멕시코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서 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되자 주변 국가로까지 국가부도 위기가 급속히 전파되었다. 이는 여러 국가들에 동시에 자금을 대출한 금융기관들이 한 국가의 부도위기 발생시 위험기피 경향이 확대되면서 인접 국가로부터도 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이다.
 
 
2. 최근 글로벌 재정위기의 특징 
 
 
현재의 남유럽 재정위기는 PIGS 등 일부 국가의 방만한 재정운영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20세기 국가부채 위기와 마찬가지로 2000년대 초부터의 세계경제 호황과 이 과정에서 누적된 과도한 부채에서 찾을 수 있다(<그림 3> 참조). 선진국의 저금리 기조와 함께 글로벌 유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2000년대 세계경제는 평균 성장률이 과거에 비해 1%p 가량 늘어나는 초호황을 구가하였다. 이 과정에서 선진국의 부채가 빠르게 늘었는데 이는 가계와 금융기관들이 자산가격 하락 리스크를 고려하지 못한 데 기인한 것이다. 인플레를 우려한 선진국 정부의 금리인상이 자산가격 하락을 촉발시켜 이후 금융위기와 국가부채 위기로 이어졌다는 점도 과거 국가부채 위기와 공통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민간부채가 정부부문으로 전이  
 
과거의 국가부채 위기와 현재의 위기간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우선 과거에는 정부부채가 위기의 직접적인 대상이었다면 현재는 민간 부문의 부채위기가 정부부문으로 옮겨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000년대 선진국에서는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었고 이것이 서브프라임 위기의 원인이 되었다. 금융위기의 수습을 위한 대규모 구제금융으로 인해 민간부채가 정부부문으로 이전되었다. 민간부채의 급격한 조정에 따른 경기침체를 재정적자를 통해 완화시키는 노력도 정부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또한 남유럽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가계부실이 은행의 손실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자산이 축소된 금융기관들이 국채를 흡수하지 못하게 되자 정부의 해외 채권 발행이 늘어난 것도 민간부채 문제가 정부위기로 전이되는 경로가 되었다. 민간부문의 부채를 정부가 흡수하면서 금융위기가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결국 선진국 정부도 경제주체들의 안전성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 주지 못해 위기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현재의 재정위기는 서브프라임 위기의 연장선상에서 보아야 할 것이며 PIGS 등 일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2000년대 부채를 크게 늘리면서 성장한 국가들 모두에 해당하는 문제일 것이다.
 
위기대상국이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위기가 개도국이 아닌 선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과거와 구별되는 중요한 특징이다.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선진국은 국가부채 위기를 졸업한 것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그 동안 일본, 북유럽 국가들이 심각한 금융위기를 맞았지만 국가부도 가능성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금융위기 기간 중 이들 국가들의 신용상태는 부도사태를 우려할 정도로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선진국들은 그동안 축적된 풍부한 실물 및 금융자본, 발전된 금융시스템 등으로 리스크에 대한 노출이 크지 않아 금융시장의 플레이어들에게 위험 대상으로 크게 인식되지 않았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위기 중 선진국이 시장의 안전판이 아니라 중대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기존의 인식에 커다란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0년대 부채의 절대 규모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는(insolvency)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EMU 체제의 한계로 평가절하를 통한 부채축소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선진국 부채문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서 남유럽 국가가 지목되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개도국이 이번 위기에 상대적으로 안전했던 것은 1980~90년대와는 달리 2000년대에는 자본이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개도국들은 경상수지 흑자로 축적된 외화를 선진국의 채권과 자산에 투자하면서 글로벌 임밸런스(global imbalances) 현상을 이끌었다. 또한 과거 위기 경험을 통해 외환보유고를 축적시키고 외채확대를 지양하는 등 위기에 대한 안전판이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었던 점도 개도국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었던 요인이 되었다. 2000년대 들어 선진국이 외채비중을 꾸준히 늘린 데 비해 개도국은 외채 비중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그림 4> 참조). 선진국이 국가부채 위기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점은 향후 위기의 전개방향이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해준다.  
 
 
3. 향후 국가부채 위기의 전개방향 
 
 
고성장과 부채축소 공존하기 어려워 
 
현 위기상황의 향후 진행경로를 예측해 보면 우선 실물경기나 금융시장에 별다른 충격 없이 수습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부도 위기를 겪지 않았던 선진국들은 부도에 따른 신뢰상실, 국제 자본시장에의 접근 제한 등의 부작용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채무불이행 상황에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IMF 등 국제기관들도 자본확충 등을 통해 선진국 부도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과거 개도국 위기시보다 훨씬 높은 강도로 전개할 것이다. 선진국간 자금공여 등 국제 협력도 긴밀하게 진행될 것이다. 부도위기를 피하면서 세계경제가 다시 고성장 추세로 복귀할 경우 세수확대를 통해 국가부채 부담이 점차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필요하다. 즉 세계경제가 부채의 확대 없이 2000년대 중반과 같은 고성장을 이룰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고성장 과정에서 부채가 축소된 사례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사례가 제시된다. 당시 미국은 높은 성장을 유지하면서 전쟁 기간 동안 누적된 높은 국가 부채를 꾸준히 줄여나갈 수 있었다(<그림 5> 참조).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현재에 재현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재정적자를 줄이면서도 고성장이 유지되었던 것은 전쟁기간 동안 군수물자 집중되었던 자원과 기술이 전쟁 종료 후 민간부문의 경제활동에 본격적으로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줄었지만 전쟁수행에 들어갔던 지출이 민간부문에 투입되면서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왔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생산성의 빠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일시적으로는 부채상환이 지연되면서 성장이 다시 높아질 수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 저축률이 다시 낮아지면서 소비가 늘고 성장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이 이를 반영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단기적으로는 나타날 수 있지만 향후 추세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추세에 비해 급격하게 높아진 부채수준에 대해 어느 정도의 조정이 필요하며 이는 수요 둔화, 즉 성장하락이라는 대가를 통해 가능할 것이다.  
 
상당기간 글로벌 경제회복에 부담 요인 
 
다음으로 낮은 성장세가 상당기간 동안 지속되는 경로를 예상해볼 수 있다. 민간부문의 부채가 정부부문으로 이전되면서 부채가 빠르게 늘어난 만큼 향후 부채의 축소과정은 민간부문과 정부부문에 동시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미국과 영국, 스페인 등 주요 선진국들은 GDP의 100%가 넘는 높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오랜 기간 소비를 절약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그리스, 스페인 등 위기의 직접적인 대상국뿐 아니라 독일, 영국 등 주요 국가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재정적자를 축소할 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재정건전화 노력이 확대될 전망이다(<표 2> 참조).  
 
아시아 외환위기 시에는 급격히 절하된 환율로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전세계 경기의 하락폭도 크지 않았기 때문에 단기간 내 회복될 수 있었지만 전반적인 선진국 경제가 어려워질 경우 이러한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최근 크루그만(Krugman) 교수도 환율조정을 통한 회복 메카니즘의 부재로 인해 미국경제가 일본의 장기불황 경로를 따라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선진국에서 대규모 국가부도 혹은 금융위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는 점, 그렇지만 부채조정 과정에서 선진국의 성장동력이 쉽게 살아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선진국의 대규모 부도사태보다는 부채부담이 해소될 때까지 선진국 경제의 낮은 성장이 지속된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큰 경로인 것으로 생각된다. 개도국이 아직 세계수요를 이끌어갈 만한 규모가 되지 못한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세계경기 역시 2000년대에 비해 낮은 성장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기 재발 및 국가부도 사태 발생 가능성 
 
국가부도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부채 조정 과정에서 금융위기가 재발할 우려도 있다. 금융위기가 국가부채 위기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국가부채 위기 과정에서 상당수 국가들이 금융위기를 겪게 된다. 이는 국가부채 위기와 금융위기를 유발하는 원인들의 상당수가 공통되기 때문이다.  
 
미국뿐 아니라 상당수 유럽 금융기관들이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로 큰 손실을 입은 상태이고 또 미국과 유럽국가의 부동산 가격의 하락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스페인 저축은행 부실 문제에서 보듯이 부동산 가격 거품이 심한 국가를 중심으로 금융기관의 건전성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  
 
특히 실물경기의 부진이 심할수록 민간부문의 부실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성장률이 낮을수록 향후 채권자들이 느끼는 채무불이행 리스크가 커지게 될 것이고 이에 따른 자금의 회수 및 신규 대출 축소가 기업과 가계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사례로 볼 때 부채를 축소시키는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거의 대부분 금융위기가 수반되었다.  
 
금융위기 발생은 다시 국가부도 리스크를 확대시키게 될 것이다(<그림 6> 참조). 금융기관의 부실이 재차 정부부채로 이전될 뿐 아니라 위기에 따른 실물경기 급락으로 정부의 조세수입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재정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과거 금융위기 사례를 보면 위기 발생 3년 후 실질 중앙정부 부채는 평균 86%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만약 이러한 위기 상황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일부 국가에만 한정된다면 이들 국가는 단기적으로 심각한 경기추락을 겪더라도 채무재조정 등을 통해 부채조정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이후 단기간 내에 회복에 이를 수도 있다. 외환위기시 동아시아가 겪었던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채위기의 발생이 다른 나라들, 특히 주요 선진국에 전염될 경우 세계경제는 대공황에 비견되는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다른 지역으로 확산 우려 
 
최근 국가부채 위기는 재정적자가 단기간 내 급등한 남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2000년대 들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총부채가 크게 늘었고 이중 상당부분이 정부부채로 이전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채규모 측면에서 안심할 수 있는 국가들은 많지 않다. 특히 가장 취약한 국가에서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이는 투자자들의 위험기피 성향을 극대화시켜 부채위기가 다른 국가로 빠르게 전파될 수 있다.  
 
정부의 대외부채 규모가 큰 국가들이 일차적인 대상이 되겠지만 민간부문의 부채가 큰 국가들도 국가부채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 민간부문 부채가 금융위기를 통해 정부부문에 흡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부채의 비중이 높은 나라들도 국가부채 위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과거 발생한 국가부도 사례 중 국내부채에 대한 부도 사례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으며 성장이나 물가에 미치는 충격들이 국내부채에 대한 부도의 경우에 더 크게 나타난다. 국내화폐로 발행되는 부채는 통화발행을 통해 상환될 수 있다는 점, 외국인 채권자들이 국가위험에 더 민감하다는 점 등 때문에 국내부채에 대한 채무불이행 위험이 대외부채에 비해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채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게 될 경우 국내투자자들의 국내자산 기피 및 해외자산으로의 도피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에 따라 국채발행이 원활해지지 못해 심각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개도국들이 다시 부채위기 전염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선진국에 비해 개도국의 부채규모가 크지 않지만 과거에도 개도국들은 낮은 부채 수준에서도 선진국들의 자금회수로 부도위기에 빠진 적이 있는 만큼 안심하기는 어렵다. 외채비중이 높거나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국가들,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하락이 예상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부채위기의 표적이 될 수 있다.
 
 
4. 국가부채 위기의 주요 대상국 
 
 
대외부채 비율이 높을수록 시장 불신 
 
국가부채 위험이 큰 나라들은 어디인지 선진국의 주요 지표들을 살펴보았다. 국가부채 리스크를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는 정부부채 규모이지만 국가부채 비중만으로 부채위기 리스크를 판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번 그리스 사태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재정문제에서 촉발되긴 하였지만 결국 대외 지급불이행 리스크에서 기인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외부채의 GDP 대비 비중을 보면 가장 높은 나라는 그리스인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7> 참조). 그리스는 정부부채 중 대내조달은 6.5%에 불과할 정도로 대외의존도가 높다. 국내저축의 감소와 유로존 통합에 따른 역내 금융차입이 쉬워졌던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리스는 2000년대 고성장기에 주택건설 등 투자가 급증한 반면 민간 저축이 줄어들면서 대외부채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늘었다. 다음으로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PIGS 국가들과 벨기에 등이 정부의 대외부채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국가부채 규모는 매우 크지만 국내부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단기간 내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쌍둥이 적자국, 부채 위험국가로 분류가능 
 
중기적으로는 재정수지나 경상수지가 국가부채 위기를 판정하는 보다 중요한 지표라고 판단된다(<그림 8> 참조). 재정 및 경상수지가 만성적으로 적자를 보인다는 것은 해당 국가가 잠재적인 성장 능력 이상으로 수요를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며 이는 경직적인 환율제도나 파퓰리즘적 정책 성향 등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 등으로 환율이나 물가, 임금 등의 가격조정 기능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재정수지와 경상수지의 추이를 비교하여 볼 때, 선진국 중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가는 9개국인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9> 참조).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체크 등 선진국으로 분류할 수 있는 동유럽 국가, 그리고 미국, 영국 등이 해당된다. 특히 유로존 국가가 6개국이나 포함되는데 이는 단일통화체제로 인하여 환율변동으로 대외불균형이 조정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섬유, 의복, 가죽제품 등 노동집약적인 산업 비중이 높아 개도국과의 경쟁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왔고 노동비용 및 물가상승폭이 다른 유로국보다 높아 대외 경쟁력이 꾸준히 악화된 사례이다. 잠재적 성장능력이 떨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재정수지 적자를 늘려 경상수지 적자기조가 지속된 사례이다.  
 
영국의 부채 상황도 주의해서 보아야 할 것이다. 2009년 영국의 재정수지 적자는 GDP의 12.2%에 달했는데 이는 영국의 금융산업 의존도가 높아 서브프라임 위기에 따른 타격이 컸기 때문이다. 유로국이 아니기 때문에 환율조정으로 대외불균형 문제는 해소될 수 있지만 높은 재정적자를 축소시키는 데 따른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향후 금융산업의 성장이 제약되는 과정에서 성장 잠재력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
 
민간부문의 부채가 높은 국가들도 잠재적 위험국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민간부채와 정부부채의 구분은 점차 불분명해지고 있다. 민간부채가 국가경제를 위협할 수준이 된다면 정부가 이를 책임질 것이기 때문이다. 비금융 기업과 가계 부채의 규모를 볼 때 GDP 대비 민간부채 비중이 300%를 넘는 국가는 총 8개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0> 참조).
 
남유럽 국가인 스페인, 포르투갈은 정부부채 수준은 낮은 편이었으나 민간부문 부채 규모가 크고 또 부채증가의 속도도 빠르다. 스웨덴, 벨기에, 덴마크 역시 민간부채 수준이 높고 부채증가 속도가 빠른 국가군에 속하기 때문에 잠재적인 위험국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의 자본구조 등에 따라 국가간 구조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2000년대 민간부채가 빠르게 늘어났다는 점에서 볼 때 부채위기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특히 남유럽 국가들은 민간부채의 문제점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스페인은 주택가격 하락으로 가계 부문의 부채조정, 건설기업의 부실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카하수르(Cajasur) 은행의 국유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부동산 버블기에 대출여신을 과도하게 늘려왔던 저축은행들의 부실이 큰 상황이다. 포르투갈 역시 민간부채는 GDP 대비 357.4%로 높은 편이며 매년 5.2%p씩 부채가 증가했다. 현재 정부부채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민간부채의 부실이 정부로 이전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도국, 대외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들이 위험 
 
개도국들의 경우 정부부채 규모나 대외부채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낮지만 시장의 신뢰도가 낮고 환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작은 충격에도 자본의 유출입이 급격하게 일어나면서 국가부채 위기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선진국과의 직접적인 비교보다는 개도국간의 상호비교를 통해 위험여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대외부채 비율, 그리고 대외불균형 여부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자료비교가 가능한 개도국 중 GDP 대비 대외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국가들은 총 5개국인 것으로 나타나며, 대부분 동유럽 국가들이 이에 속한다(<그림 11> 참조).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IMF 구제금융을 받은 헝가리, 라트비아는 GDP 대비 대외부채 비율이 각각 174.3, 159.7%로 개도국 중 가장 높았다. IMF 지원을 받은 루마니아도 72.4%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들 동유럽 국가들은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구조를 가지고 있어 대외불균형 역시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반해 남미나 아시아 개도국들은 평균 30%대 초반의 GDP 대비 대외부채 비율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베트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경상수지 흑자국이어서 부채 위기가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판단된다.
 
 
5. 시사점 
 
 
현재 재정위기는 선진국 부도를 막기 위한 국제기관 및 국가들의 협력으로 단기간 내에 심각한 부도사태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00년대 초 누적된 높은 부채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는 디레버리지(deleverage)에 따른 세계경제 성장의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둔화 과정에서 금융위기와 국가부채 위기가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으며 이러한 위기 상황은 부채문제가 심각한 나라들에게 집중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재정 지표들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2009년 기준 정부부채는 GDP대비 33.2%로 낮은 편이며, 정부부채 중 대외부채 비율은 3.3%에 불과하여 대부분을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다. 경상수지 역시 2000년대 평균 1.8% 흑자를 보여왔으며, 환율제도 역시 외환위기 이후 자유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하여 대외불균형 문제는 크지 않다.  
 
그러나 민간부채 문제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인 및 비금융 기업부문의 민간부문 부채는 GDP대비 376%로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였을 때 높은 수준이며, 부채 증가 속도 역시 빠르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부채구조가 상당히 건전해졌지만 2005년 이후 다시 늘어난 원인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 부문의 빠른 증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2009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0년에 비해 1.47배 증가해 성장에 비해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기관의 담보인정비율(LTV)이 낮아 단기간 내 가계부채가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이와 같이 빠른 가계부채 증가 추세가 지속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재정적자 문제도 아직 안심하기 어렵다. 2009년 GDP대비 -5.0%를 기록한 관리대상 수지를 정부가 점차 줄여갈 계획이지만, 중장기적인 성장 저하에 따른 세수기반의 축소와 고령화 추세에 따른 복지지출 확대 및 연금지급 증대 등을 고려할 때 균형재정을 위해서 보다 적극적인 재정건전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끝>

◎유로화 약세의 의미와 영향

LG경제연구원 '유로화 약세의 의미와 영향'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을 되찾으면서 유로화가 반등의 기미를 보이기도 했으나 유로화 약세기조가 완전히 꺾인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듯하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아직 근본적인 해결에 이르지는 못한데다, 유로존 경제의 침체와 그에 따른 완화적 정책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로체제의 중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대한 시각이 여전히 엇갈리는 가운데, 유로화 약세가 유로존 경기회복의 동인이 되는가 하면, 주요 선진국들의 출구전략 실행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위기 극복과 유로체제 보완의 필요성은 올해로 출범 12년째를 맞은 유로화의 중장기 위상에 있어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Ⅰ. 유로화 가치에 대한 평가 및 향후 전망 
 
 
남유럽 재정위기의 빠른 해소를 낙관하기 어려워지면서 유로화 가치의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작년 11월 이후 최근까지 달러/유로 환율은 20% 가량 하락했으며, 특히 지난 6월 초에는 2006년 3월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유로당 1.2달러 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엔/유로 환율 또한 유로당 110엔 선을 하회, 2001년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이다(<그림 1> 참조).
 
최근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되는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남유럽 국가들에 대한 7,50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방안이 마련됨으로써 단기적으로 유로존 국가부채의 부도가능성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가 부채상환능력을 확충하지 못한 채 채무재조정 요구에 나서면 불안은 다시 증폭될 수 있다. 복지예산 감축, 노동시장 구조조정 등 국민들이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정책이 순조롭게 합의되고 실행에 옮겨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또 강도 높은 재정긴축을 시행하더라도 경기침체로 인해 세수가 크게 늘어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재정건전성이 쉽사리 개선되지 못할 수도 있다. 위기가 스페인 등 인근국가로 확산될 가능성 또한 여전히 남아있다. 신용위험 확대와 실물경제 침체에 대처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의 노력 또한 계속 필요한 상황이다. 정책금리를 장기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취약국가를 지원하는 등 금융여건 개선을 위한 완화적 정책기조가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로화는 당분간 약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전망기관들의 유로환율 전망치도 올해 들어 큰 폭의 하향 조정이 이루어져 왔다(<그림 2> 참조).
 
작년 말 이후 나타난 유로화의 급락세에도 불구하고, 현재 유로당 1.2달러 남짓인 유로화의 가치는 실질실효환율을 기준으로는 여전히 고평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난다. 실질실효환율은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에 대한 자국통화의 상대가치와 물가차이를 교역비중에 따라 가중 평균한 지표로서, 통화의 평균적인 실질가치를 의미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하는 유로화의 실질실효환율(REER) 지수를 2001년 1월을 기준시점으로 해서 환산하면, 2010년 6월 현재 유로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07.8로 나타난다. 즉 현재 유로화의 실질가치가 기준시점, 즉 유로존의 경상수지가 균형상태에 가까웠던 2001년에 비해 8% 정도 고평가된 상태로, 향후 경상수지의 균형을 전제로 그 정도 추가하락의 여지가 있음을 의미한다(<그림 3> 참조).  
 
과거 위기국 통화들에 비해 소폭 절하 
 
최근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현재까지 나타난 유로화 가치의 하락폭은 과거 재정 또는 외환위기를 경험한 나라들보다는 작은 편에 속한다. 1992년 9월에 시작된 영국 외환위기 당시 파운드화가 30% 가량 절하되었으며, 1994년 말 멕시코 페소화 위기의 경우에는 페소화 절하율이 50%를 넘은 바 있다. 우리나라도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불과 2, 3개월 만에 원화가치가 50% 가량 절하되는 상황을 경험했다(<그림 4> 참조).
 
유로화 또한 위기에 봉착하기는 했지만, 과거의 다른 경제위기보다 더 큰 폭으로 절하될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재정위기는 유로존 전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재정건전성이 크게 훼손된 일부 국가들에 국한된 문제이다.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이른바 유로존 내 핵심국가들의 경우 재정건전성뿐만 아니라, 경제의 회복속도, 대외건전성 등에 있어서도 위기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만약 위기국가들만을 감안한다면, 유로화의 하락폭이 좀더 크게 나타나는 것이 현실과 부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유로체제 내에 그리스처럼 재정위기가 현실화된 국가와 경제 전반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모두를 아우른 통화가치의 절하 폭은 과거 개별 국가 차원에서 발생한 경제위기들에 비해 상당부분 제한될 것으로 생각된다(<그림 5> 참조).  
 
게다가 유로화는 달러 및 엔화와 더불어 국제 금융시장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3대 주요통화 가운데 하나이다. 따라서 다소간의 위기를 겪더라도 그 가치는 여타 신흥국 통화는 물론, 1992년 위기 당시의 파운드화보다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역내 국가간 불균형 개선돼야 유로화 본격 회복 
 
향후 유로화 가치의 추세적 회복 여부는 결국 유로체제에 대한 전망에 달려 있다. 역내 국가간의 경제적 불균형이 어느 정도 개선되고, 유로체제가 보완되는 정도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이다. 국가간 산업기반과 대외경쟁력의 차이는 유로체제로의 통합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통합 이후에도 불균형 문제는 오히려 심화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경쟁력 개선이나 생산성 증가 없이 호황을 누렸던 남유럽 경제는 2000년대 중반을 전후해 정점에 도달한 자산가격 상승의 부작용과 더불어 물가 및 임금의 상승압력의 확대에 직면했다. 그러나 환율조정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공동통화인 유로화의 환율은 2000년대 내내 남유럽 국가들의 물가수준이나 대외경쟁력에 비해서는 고평가된 상태를, 독일, 프랑스 등에 대해서는 저평가된 상태를 지속해 왔다(<그림 6>, <그림 7> 참조).
 
재정위기의 해결과 유로체제의 존속에 대해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은 점차 낙관적인 태도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위기국가에 대한 외부 지원체제, 즉 ‘유럽금융안정메커니즘(Europe Financial Stabilization Mechanism)’과 ECB의 지원, 그리고 IMF 구제금융 체제가 어느 정도 구축되었으며, 그리스나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위기국가에서는 긴축 및 구조개혁 정책을 통해 신뢰회복의 과정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구제금융을 통해 남유럽 국가부채의 부도 가능성은 단기적으로 크게 줄어들었으며, 그리스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스페인 등에서도 노동시장 및 복지제도 등에 대한 개혁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프리드먼, 루비니, 펠트슈타인 등은 이러한 유로체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역내 경제불균형을 원천적으로 시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며, 그로 인한 회원국들의 동반 부도 또는 핵심회원국의 탈퇴는 사실상 유로화 체제 붕괴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들어서는 소수 불량회원국의 유로존 탈퇴가 유로체제를 유지하고 건전성도 제고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Ⅱ. 유로화 약세의 파급효과 
 
 
재정위기의 여파로 나타나고 있는 유로화 약세가 향후에는 역설적으로 수출 증대를 통해 유로존의 위기 극복과 경기 회복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유로존의 경기부진과 더불어 나타나고 있는 유로 약세는 미국, 중국 등 유로지역에 대한 수출비중이 높은 나라들의 수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로 약세에 따른 유로지역의 경쟁력 개선 
 
유로존은 자동차를 비롯, TV, 휴대폰 등 전기전자제품, 석유류와 화학공업제품, 항공기 및 선박, 기계류 등의 주력 수출품목들을 주로 미국, 중국, 러시아 등으로 수출한다. 또한 남유럽 국가들의 관광 자원도 풍부하다.
 
따라서 지금처럼 유로존 경제가 재정지출 축소에 따른 침체위험에 노출돼 있을 때에는, 유로절하를 통한 수출 및 소득의 증가가 당면한 경기침체의 정도를 완화하고 향후 경기회복세를 이끌어내는 적지 않은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원화의 급격한 절하에 힘입은 큰 폭의 수출증가와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위기로부터 빠르게 회복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유로화의 경우 여타 재정 및 외환위기의 경우와 비교해 통화가치의 하락폭이 작은 편이고, 특히 개별 국가의 교역 가운데 유로화 약세 효과가 미치지 않은 역내교역의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통화절하를 통한 경상수지 개선 및 소득증가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2009년 기준으로 핀란드, 그리스, 독일 등이 전체 수출에서 역외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데 반해,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스페인 등은 역외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이처럼 유로화 약세의 수출에 대한 파급효과는 유로존 각국에 대해 상이하게 나타나며, 위기국가 가운데서는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가 역외수출 비중이 높아 환율효과를 상대적으로 크게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8> 참조).  
 
상품교역에 있어서의 차별성과는 달리 여행을 비롯한 서비스 수출의 경우 유로화 약세의 혜택을 고르게 누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여행, 레저 등의 소비활동이 일반적으로 가격변화에 더 민감하다는 특성을 감안하면 유로화 약세에 힘입은 남유럽 국가들의 서비스 수출 또한 유로화 약세국면에서 경상수지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이 유로화 약세는 유로존 경제가 그만큼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반대로 환율절하를 통한 상품 및 서비스 수출의 증대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으로부터 빨리 벗어나는 데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OECD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유로화 10% 절하는 유로존의 GDP를 2년 동안에 걸쳐 약 1~2% 추가적으로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유로화 약세, 글로벌 불균형 완화에 부정적 영향 
 
IMF, OECD 등에 따르면 유로존은 올해도 GDP가 1% 남짓 증가하는 저성장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로존의 재정긴축으로 인한 경기침체는 수입수요를 위축시키고, 유로화 약세는 해외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구매력을 약화시킴으로써 유로존 수출비중이 높은 나라들의 수출과 소득을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의 경기침체를 동반한 유로화 약세는 유로존 바깥 나라들의 수출과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을 기준으로 유로존이 전세계 GDP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22%이지만, 전세계 수입수요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경제규모에 비해 큰 편이다. 유로존은 주로 석유류와 전기전자부품 및 제품, 의류 등을 중국, 미국, 영국, 러시아 등으로부터 수입한다. 주요국의 수출에서 남유럽 4개국에 대한 수출규모는 크지 않지만, 유로존으로의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이 21%, 중국이 20%로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그림 9> 참조).
 
유로존에 대한 수출의 부진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경상수지를 악화시키고, 중국에 있어서는 위안화 절상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유로화 약세가 글로벌 불균형을 오히려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미국의 개인들은 주택과 소비자신용 부문에 걸친 부채의 축소를 진행하면서 소비를 줄이고 경상수지도 개선시키고 있지만 유로화 약세의 결과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 미국 국민들의 해외 구매력이 늘어나고 그만큼 경상수지는 다시 악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유로존 최대의 수출국인 독일의 경우 자국의 물가수준을 감안한 실질실효환율이 장기간에 걸쳐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최근의 유로화 절하가 글로벌 교역에 있어서의 불균형의 확대를 초래하는 측면도 있다.
 
출구전략 지연 
 
작년 말 이후 나타나고 있는 유로약세 흐름은 위험자산인 유로화에 대한 회피현상의 결과로서, 국제 금융시장이 금융위기의 충격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유로지역 경기침체의 여파가 향후 어느 정도까지 확대, 지속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유로화 약세가 주요국들의 출구전략 실행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으로 예상되던 미국 연방기금금리 인상시기가 최근 들어 연말, 또는 내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ECB의 금리인상은 이보다 늦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중국의 경우 유로존의 수요 위축과 유로화 약세로 인한 위안화 절상 효과로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위안화 절상이 상당기간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그림 10> 참조).
 
향후 위험자산들간의 비동조화 예상 
 
유로화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파운드화를 비롯환 유럽지역 통화, 그리고 통상 위험통화로 분류되는 신흥국 통화들에서도 동반약세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원화는 남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인한 외국인투자자의 이탈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고조되면서 변동성이 확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통화들간의 동조화 현상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시장이 심각한 불안양상을 벗어나게 된 연후에는, 국가마다 상이한 재정건전성 여건이나 경기회복 속도의 차이, 개별국가에 국한되는 로컬 리스크 요인 등이 통화가치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재정불안과 저성장으로 인해 계속 위험통화로 남을 가능성이 큰 유로화와 여타 통화들간의 비동조적 흐름이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동아시아 통화의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생산 및 자금조달에 있어 서유럽과 긴밀한 연관관계를 가진 동유럽 신흥국들의 통화는 불안한 국면이 얼마간 더 지속될 수 있다(<그림 11> 참조).
 
남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유로존 경제의 침체와 유로화 약세의 장기화 조짐은 향후 세계경제의 회복이 다소 느린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음을 시사한다. 세계경제가 극단적인 위험(Tail risk)에 빠지지는 않겠지만, 재정위기가 단기에 해소되기 어려운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다, 위기국가 입장에서는 재정의 긴축기조 속에서 구조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증가시키고 경제의 성장세를 배양해나가야 하는, 상당히 어려운 과업이 요구된다. 유로화 약세는 이러한 위험증가의 자연스러운 귀결이기도 하다.
 
재정위기의 극복과 유로체제에 대한 보완의 필요성은 출범 12년째를 맞은 유로화에게 있어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09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자 그 대안으로 유로화가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유로화 역시 역내 국가들간의 불균형 문제와 회원국 지원체제 미비 등의 내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향후 유로화의 중장기적 위상은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를 계기로 제기된 이러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하고 보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끝>

2010년 6월 17일 목요일

◎한국인들의 하루 24시간


LG경제연구원 '한국인들의 하루 24시간'

사람마다 동일하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은 달라진다. ‘한국인들은 하루 24시간 동안 주로 어떤 행동들을 하면서 보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통계청의 ‘생활시간 조사 결과’ 를 분석하였다. 통계청은 1999년부터 5년 주기(2004년, 2009년)로 생활시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생활시간 조사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매우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본 분석에서는 통계청 조사결과의 raw data를 20세 이상 성인의 연령대/성별/소득별/맞벌이 여부별로 분석하고 쇼핑, 미디어 이용 등 소비관련 주요 활동의 행동 시간대 분석을 하였다. 분석을 통해 다음 7가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 첫째, 가족 중심이다.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고 있다. 둘째, 건강을 중시한다. 여가 시간은 대체로 감소하지만, 운동 시간은 증가하고 있다. 셋째, 사람들이 친구 등과의 교제 활동 시간을 줄이고 있다. 넷째, 가사분담이다. 맞벌이 가구의 증가로 요리 등 가사를 돕는 남자가 늘고 있다. 다섯째, TV 등 미디어 이용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여섯째, 온라인 유희다. 인터넷 검색이나 인터넷 쇼핑, 블로그 관리, 게임 등에 시간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반면 독서나 장기 등 전통적 취미 활동 시간은 감소하고 있다. 일곱째, 무미건조 3040세대이다. 30대와 40대는 일, 가정관리 등 의무생활 중심의 삶을 살고 있다. 이로 인해 교제나 여가 활동 시간은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의 모습과 변화는 그 자체로 또는 사회문화적으로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 보는데 큰 의미가 있겠지만 특히 고객에 대한 통찰과 고객의 잠재 니즈 파악을 위해 애쓰고 있는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고객의 시간 부족 문제, 코쿠닝(Cocooning) 시간의 증가, 미디어 사용 패턴의 변화 등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과제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목 차 > 
 
Ⅰ. 생활시간 연구의 가치
Ⅱ. 한국인의 생활 시간 연구 결과
Ⅲ. 라이프스타일의 특징과 시사점
 
 
 
한국인들은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까? 간단히 표현하면 자고, 먹고, 일하고, 논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의 일상은 이처럼 간단하지 않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산업화, 정보화가 진전됨에 따라 사람들이 하루를 보내는 삶의 방식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변화하는 사람들의 삶을 면밀히 파악하고, 그들의 니즈를 경쟁사 보다 먼저 충족시키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한국인들은 하루 24시간 동안 주로 어떤 행동들을 하면서 보낼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시작하였다. 구체적인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의문 1. 살림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과연 한국 남자들의 가사 노동 시간은 과거에 비해 얼마나 늘었을까? 의문 2. 주 5일제로 주말에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이 주말에 집에 있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을까? 의문 3. 한국인들의 쇼핑시간은 과거에 비해 늘었을까? 만약 늘었다면 어느 정도 증가하였고, 사람들은 어느 시간대에 쇼핑을 많이 할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은 찾기 위해 <통계청의 ‘생활시간 조사 결과’>를 분석하였다. 한국인의 연령별, 성별, 맞벌이 여부별 등 라이프스타일 현 주소와 그 의미를 살펴 본다.
 
 
Ⅰ. 생활시간 연구의 가치 
 
 
사람마다 동일하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은 달라진다. 생활시간 연구는 사람들이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를 연구하는 것이다. 즉 수면, 식사, 일, 가사, 여가, 쇼핑, 이동 등 사람들의 행동을 규명하고, 이러한 행동의 소요 시간이 얼마나 되며, 그러한 행동이 하루 중 언제 일어나는가를 조사하고 분석한다.
 
이러한 이유로 생활시간 연구를 위해서는 조사 대상자들의 자기기입식 방식이 활용된다. 예컨대, 조사 대상자가 하루 동안에 쇼핑을 몇 분 동안 했고, 운동을 몇 분 동안 했으며, TV 시청을 몇 분 동안 했는가를 기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서 생활시간 연구는 어떠한 가치가 있을까?
 
첫째, 생활시간 연구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 고객 통찰(Customer Insight)의 중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고객 행동연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생활시간 연구는 고객 행동연구의 일환이다. 시간량과 시간 흐름의 관점에서 하루 동안 고객의 행동에 대해 전반적으로 파악이 가능하다. 이러한 정보를 통해 기업은 고객의 삶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그들의 잠재 니즈도 파악할 수도 있다. 특히 고객 계층별 시간 사용 현황은 마케팅 등 경영 활동에 유익한 정보다. 예컨대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는 요즘, 맞벌이 가구와 비맞벌이 가구의 생활시간 사용 현황은 맞벌이 가구를 겨냥한 마케팅을 구사하는 기업에게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둘째, 생활시간 연구를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수행할 경우, 트렌드 파악에 활용할 수 있다. 트렌드는 일시적 유행인 패드와는 달리 그 추세가 지속적이다. 하지만 트렌드를 규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경우 트렌드와 패드를 구분하지 않고 트렌드로 통칭해서 말한다. 생활시간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특정 행동을 위한 시간을 늘리고 있음을 포착한다면 이러한 행동은 트렌드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요즘 주위를 보면 아침 저녁으로 운동 삼아 걷는(산책하는) 사람들을 쉽게 본다. 이러한 걷기 열풍에 힘입어 스포츠 용품 업체들은 워킹화, 워킹패션 등과 같은 새로운 상품들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과연 걷기 열풍은 트렌드일까? 이를 검증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생활시간 연구를 주목할 만하다. 만약 사람들의 걷는 시간이 과거 대비 꾸준히 증가한다면, 최근 걷기 열풍은 분명 트렌드일 것이다.
 
 
Ⅱ. 한국인의 생활 시간 연구 결과 
 
 
본 연구에서는 통계청의 생활시간 조사 데이터(1999년, 2004년, 2009년)를 다음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하였다(<그림 1> 참고). 첫째, 고객군별 24시간 활용 현황이다. 한국인을 다양한 고객군으로 나누어서 그들의 관점에서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살펴보았다. 분석 대상은 2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① 연령대별(20대/30대/40대/50대/60대), ② 성별, ③ 소득별, ④ 맞벌이 여부별로 구분하여 살펴 보았다. 둘째, 주요 행동의 시간대 분석이다. 사람들이 특정 행동을 어느 시간에 많이 하는가를 주로 소비 연관성이 큰 행동 중심으로 살펴 보았다. 총 4개 행동의 시간대별 행위자 비율을 분석하였다. ① 쇼핑, ② 미디어 이용, ③ 교제, ④ 관람 및 문화행사 참여 등이다.
 
1. 한국인의 하루 24시간 활용 현황 
 
(1) 20세 이상 성인 
 
20세 이상 성인들은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개인유지(수면, 식사, 개인위생), 일, 가정관리, 가족 보살피기, 이동, 교제 및 여가 시간 등은 과거 1999년 대비 어떻게 변화하였을까?  
 
필수시간 10시 38분, 의무시간 8시간 35분, 여가시간 4시간 48분…1999년 대비 필수시간은 늘고, 의무 및 여가시간은 감소 
 
현재 성인들의 하루 24시간(평일) 사용 현황을 평균시간으로 보면, 필수 생활시간이 10시간 38분(하루 중 44.1% 시간), 의무 생활시간이 8시간 35분(35.5%), 여가 생활시간이 4시간 48분(20.4%)으로 분석되었다(<그림 3> 참고). 구체적으로 보면, 필수 생활시간은 수면 7시간 35분, 식사 및 간식 1시간 45분, 개인위생 등 개인관리 1시간 11분이다. 의무 생활시간은 일 4시간 28분, 학습 13분, 가정관리 1시간 36분, 이동 1시간 49분, 가정 보살피기 29분이다. 여가 생활시간은 교제 활동 43분, 미디어 이용 2시간 9분, 스포츠 및 레저 28분이다.  
 
그렇다면 성인들의 생활시간은 10년 전에 비해 어떻게 변했을까? 1999년, 2004년, 2009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평일 평균시간 기준으로 필수 생활시간은 27분 증가한 반면, 의무 생활시간은 22분 감소하였고 여가 생활시간은 3분 감소하였다(<그림 4> 참고).
 
어떠한 행동 시간이 과거 대비 큰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주요 행동별 행위자 시간을 살펴 보았다. 아래 내용은 주말이 아닌 평일의 시간 사용 현황이다.
 
1999년 대비 수면 시간은 비슷하고 식사 및 개인위생 시간은 증가 
 
자고 먹고 씻는 시간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수면시간은 7시간 35분으로 1999년 7시간 38분과 비슷하며 식사 및 간식시간은 1시간 45분으로 1999년 1시간 34분보다 증가하였다. 개인 위생시간은 57분으로서 1999년 40분보다 크게 증가하였다. 개인 위생시간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아파트 등 주거 형태의 변화, 작년 신종플루 영향도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외모관리(화장, 옷 갈아 입기 등)시간은 22분으로 과거와 동일하였다.  
 
음식 준비 및 정리, 청소, 의류 관리 시간 모두 감소, 쇼핑 시간은 동일 
 
집안 살림 시간 등 가정관리 시간은 2009년 총 2시간 21분으로서 1999년 2시간 43분보다 감소하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음식준비 및 정리, 의류관리, 청소, 집 관리 등 대부분 행동에서 시간이 감소하였다. 맞벌이 가구의 증가, 가전제품의 성능 개선 등이 가정관리 시간의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또한 2009년 가정관리 관련 쇼핑 시간은 40분으로서 1999년 39분과 동일하다.  
 
교제, 미디어 이용, 취미 시간은 감소하고 운동 시간은 증가  
 
2009년 교제 및 여가시간의 행위자 시간은 4시간 30분으로서 1999년 4시간 42분보다 감소하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교제 활동(전화 이용 교제, 가족/친척과 교제, 가족 이외 사람과 교제 등)시간은 1시간으로서 1999년 1시간 19분보다 감소하였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줄어들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이용 시간도 2시간 26분으로 1999년 2시간 35분보다 감소하였다. TV, 신문, 잡지, 비디오/DVD/PMP, 라디오, CD/MP3 등 대부분 미디어 매체들의 이용 시간이 감소하였다. 사람들이 정보의 홍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스포츠 및 레저 시간은 행위자 시간으로 1시간 24분으로서 1999년 1시간 18분보다 증가하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걷기와 산책은 1시간 16분으로 1999년 1시간 6분보다 증가하였고, 등산과 하이킹은 2시간 15분으로 1999년 1시간 41분 보다 늘었다. 또한 헬스 등 체력단련 운동은 58분으로 1999년 50분보다 늘었다. 이는 웰빙 트렌드와 몸짱 열풍 등으로 인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졌음을 보여준다.
 
취미 시간은 과거 대비 감소하고 있다. 취미 및 그 외 여가시간은 1시간 9분으로서 1999년 1시간 20분보다 감소하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독서 시간은 1시간 5분으로 1999년 1시간 20분보다 감소하였다. 하지만 컴퓨터 게임 시간은 증가하였다. 컴퓨터 게임 시간은 1시간 31분으로 1999년 1시간 20분보다 늘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취미를 소개할 경우 독서나 바둑 등과 같은 전통 놀이를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컴퓨터 게임을 취미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 시간은 다소 증가 
 
사람들이 자가용, 버스 등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1시간 55분으로 1999년 1시간 43분보다 증가하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동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17분으로서 1999년 19분과 비슷하였다. 출 퇴근 및 일 관련 이동 시간은 1시간 35분으로서 1999년 1시간 23분보다 증가하였다. 향후 스마트폰 등을 통해 버스 도착예정시간을 확인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이동을 위한 대기시간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토요일 집에 있는 시간 증가 
 
사람들이 집에 있는 재택시간은 평일 기준으로 보면 14시간 8분으로서 2009년 14시간 11분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토요일 기준으로 보면 다르다. 토요일 재택시간은 15시간 54분으로 1999년 14시간 47분보다 크게 늘었다. 주 5일제 등으로 토요일 여유 시간은 늘었지만, 사람들은 집에서 여유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가족 중심적 라이프 스타일이 확대되고 있다.  
 
(2) 연령별 비교 
 
지금까지 20세 이상 성인들의 하루 24시간 사용 현황을 살펴 보았다. 개인 유지, 교제 및 여가 시간 등 주요 행동에 대해 연령별(20대, 30대, 40대, 50대, 60대)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자.
 
20대와 60대는 필수 및 여가 시간 중심, 30대와 40대는 의무시간 중심  
 
20대부터 60대까지의 생활시간 사용 현황을 평균시간으로 분석하였다(<그림 5> 참고). 20대와 60대는 필수시간과 여가시간이 상대적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다. 즉 수면, 식사, 개인관리, 여가 및 교제 시간 등에 시간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20대는 미혼이 많고, 외모 등 개인관리에 관심이 크며, 60대 노인들은 은퇴 등으로 인해 여유 시간이 많기 때문에 위의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반면 30대, 40대, 50대는 예상대로 일과 가정관리 등 의무시간 중심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주요 행동에 대해 연령대별로 비교해보자(<표 2> 참고). 이를 위해서 행위자 시간을 살펴보았다.
 
외모관리 시간은 20대가 많고, 수면 시간은 40대가 작아 
 
개인유지 시간은 60대와 20대가 가장 많고, 40대가 가장 작다. 구체적으로 보면, 수면 시간은 60대는 8시간 10분, 20대는 7시간 38분이고, 40대는 7시간 13분이다. 개인위생, 외모관리 등 개인관리 시간은 20대가 1시간 21분으로 가장 많고, 30대와 60대가 1시간 7분으로 가장 작다.  
 
가정관리 시간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증가, 쇼핑 시간은 젊은 세대가 많아 
 
음식 준비, 청소, 의류관리, 가정 경영 등 대부분 가정관리 활동 시간은 연령대가 높아질 수록 늘어나고 있다. 음식 준비 및 정리 시간의 경우 20대는 52분, 30대는 1시간 32분, 50대는 1시간 40분이다. 의류관리 시간은 20대는 36분, 40대는 40분, 50대는 45분이다. 반면, 젊을수록 가정관리 관련 쇼핑 시간은 늘어나고 있다. 20대의 쇼핑 시간은 45분, 30대는 42분이지만 50대와 60대는 39분으로 나타났다.
 
교제 및 여가활동은 20대와 60대가 활발하고 30대가 가장 저조 
 
교제 및 여가 시간을 종합적으로 보면, 60대는 6시간 18분, 20대는 4시간 32분으로서 가장 많고, 30대가 3시간 38분으로 가장 작다. 30대는 자녀가 어리고, 회사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타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 시간이 작은 것으로 생각된다.
 
교제활동의 행위자 시간을 보면, 모든 연령대에서 1999년에 비해서 줄어들고 있다(<표 3> 참고). 예컨대 2009년 20대의 교제시간은 59분이지만, 1999년에는 1시간 11분이었다. 타인과의 만남이 줄어듦에 따라 사람들은 가족 중심적인 생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제활동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화를 이용한 교제(문자 메시지 포함) 시간은 20대는 26분, 30대는 24분이다. 20대의 전화 교제시간도 2009년 30분에 비해 감소하였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한 교제(채팅 등) 시간은 20대가 41분, 30대가 33분이다.  
 
미디어 이용 시간의 경우, 65세 이상이 3시간 31분으로 가장 많고, 30대가 1시간 59분으로 가장 작다. 미디어 이용 시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TV 시청시간은 60대가 3시간 20분으로 가장 많고, 30대가 1시간 41분으로 가장 작다. DVD/PMB/비디오/DMB 시청시간은 1시간 13분으로 가장 많고, 60대가 26분으로 가장 작다. 모든 연령대의 미디어 이용 시간이 1999년 이후 감소하고 있다. 예컨대 20대의 1999년 미디어 이용 시간은 2시간 21분이었으나 2009년에는 2시간 7분으로 줄었다. 미디어에 관심이 많은 20대들도 과거에 비해 TV, 잡지, 라디오 등을 보고 듣는 시간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포츠와 레저 시간은 60대가 1시간 34분으로 가장 많고, 30대가 1시간 9분으로 가장 작다. 취미 및 여가 활동은 20대가 1시간 28분으로 가장 많고, 50대가 58분으로 가장 작다.
 
(3) 성별 비교 
 
20세 이상 성인을 남자와 여자로 구분하여 생활시간을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가장 큰 차이는 가정관리(음식준비, 의류관리, 청소 등)에서 나타났다. 성인 남자의 가정관리 시간을 행위자 시간으로 보면 1시간 4분으로 1999년 59분에 비해 약간 증가하였다. 하지만 성인 여자는 3시간 2분으로 1999년 3시간 26분에 비해 감소 폭이 컸다. 성인 남자의 가사 활동은 과거에 비해 증가한 반면, 성인 여자는 힘겨운 가사에서 조금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성인 남자들의 가정관리 행위자 비율을 보면 이러한 패턴은 확연하다. 성인 남자의 가정관리 행위자 비율은 43.9%로서 1999년 37.3%에 비해 늘었다. 그렇다면 성인 남자들 중 어느 연령대에서 가정관리 행위가 특히 늘었는지 살펴보자.
 
남자들의 가정관리 활동 증가, 특히 요리하는 남자 크게 증가 
 
가정관리 행위자 비율을 남자의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50대와 60대 남자들의 토요일 가정관리 행위자 비율이 각각 54%, 64.6%로 가장 높다(<그림 6> 참고). 40대는 52.1%, 30대는 55.3% 정도로 가사에 참여한다. 1999년 대비 가정관리 활동의 증가 폭을 보면, 30대가 18.1%로 가장 컸다. 최근 30대 남자들의 가사활동 참여가 눈에 띄게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행위자 시간 기준으로 30대 남자의 평일 가정관리 시간은, 52분으로 1999년 44분보다 증가하였다. 또한 토요일 30대 남자들의 가정관리 시간은 1시간 8분으로 1999년 54분에 비해 증가하였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다양한 가정관리 활동 중에서 무엇을 많이 할까? 가정관리 세부 활동의 행위자 비율을 분석한 결과, 한국 남자들은 음식 준비 및 정리, 청소, 가정관리 관련 물품 구입의 순으로 가사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30대 남자의 행위자 비율을 보면 음식 준비 및 정리는 19.2%, 청소는 18.2%, 물품구입 9.2%이다. 특히 음식 준비 및 정리 행위는 1999년 대비 크게 늘었다. 30대 남자의 1999년 음식 준비 및 정리의 행위자 비율은 9.8%이나, 2009년은 19.2%이다. 향후 여성의 사회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남자들의 가사 활동 참여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4) 소득별 비교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생활시간 사용은 다른 면이 있을까? 성인의 소득을 기준으로 소득별 생활시간 사용 현황을 분석하였다(<그림 7> 참고). 분석결과 소득이 높을수록 필수 생활시간이 작아지고, 여가 생활시간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높을수록 개인유지와 가정관리 시간은 줄고, 여가와 이동 시간은 증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에서 차이가 있는지 행위자 시간의 관점에서 보았다. 소득이 높을수록 개인유지, 가정관리, 가족 보살피기 시간이 감소하였다(<표 4> 참고). 월소득 400~500만원 성인의 개인유지 시간은 10시간 8분으로 월소득 100~200만원 성인의 10시간 26분에 비해 작았다. 구체 행동으로 보면, 고소득자가 저소득자에 비해 수면 시간이 작고, 식사 및 간식 시간이 약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득이 높을수록 교제 및 여가, 이동 시간이 증가하였다. 월소득 400~500만원 성인의 교제 및 여가시간은 3시간 15분으로 월소득 100~200만원 성인의 3시간 8분에 비해 조금 많았다. 또한 이동시간으로 보면 고소득자는 2시간 18분, 저소득자는 2시간 3분이었다.
 
(5) 맞벌이 여부별 비교 
 
맞벌이 가구와 비맞벌이 가구의 생활시간 사용 패턴은 무엇이 다를까? 맞벌이 가구와 비맞벌이 가구의 생활시간 현황을 분석한 결과, 맞벌이 가구는 비맞벌이 가구에 비해 여가 시간이 1시간 13분 작고, 의무 시간이 1시간 20분 많았다. 즉, 맞벌이 가구의 여가 시간은 3시간 20분, 의무 시간은 10시간 25분, 필수 시간은 10시간 15분이며, 비맞벌이 가구의 여가 시간은 4시간 33분, 의무 시간은 9시간 5분, 필수 시간은 10시간 23분이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동에서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자.
 
맞벌이 가구의 가정관리, 가족 보살피기, 교제 시간이 비맞벌이 가구에 비해 작아 
 
행위자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맞벌이 가구는 상당수 활동의 행위자 시간이 비맞벌이 가구보다 작다(<표 5> 참고). 맞벌이 가구가 비맞벌이 가구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평일 가정관리는 맞벌이 가구가 1시간 54분, 비맞벌이 가구는 3시간 25분이다. 가족 보살피기는 맞벌이 가구가 1시간 5분, 비맞벌이 가구는 2시간 19분으로 차이가 크다. 교제 및 여가 활동도 맞벌이 가구는 3시간 6분, 비맞벌이 가구는 4시간 15분으로 차이가 크다.  
 
맞벌이 가구 남편이 비맞벌이 가구 남편에 비해 가사 참여가 더 커 
 
맞벌이 가구의 남편과 비맞벌이 가구의 남편은 생활시간에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 행위자시간을 보면, 맞벌이 가구 남편은 비 맞벌이 가구 남편보다 가정관리에 시간을 더 사용하고 있다. 즉 맞벌이 가구 남편의 가정관리 시간은 45분으로서 비맞벌이 가구 남편의 39분보다 다소 많다. 구체적으로 보면 맞벌이 가구 남편이 비맞벌이 가구 남편에 비해 요리, 의류관리, 청소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청소 및 정리 행위자 비율을 보면, 맞벌이 가구 남편이 18.3%인 반면, 비맞벌이 가구 남편은 11.3%다(<표 6> 참고). 반면 교제 및 여가시간은 각각 3시간 47분, 3시간 39분으로서, 맞벌이 가구의 남편이 비맞벌이 가구의 남편보다 교제 및 여가시간이 다소 많다.
 
맞벌이 가구 부인의 가족 보살피기 시간은 전업주부의 절반 
 
그렇다면 맞벌이 가구의 부인과 비맞벌이 가구의 부인은 생활시간에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 행위자 비율로 보면 맞벌이 가구와 비맞벌이 가구의 부인은 가족 보살피기에서 차이가 크다. 맞벌이 가구 부인의 가족 보살피기 행위자 비율은 59.1%이지만, 비맞벌이 가구 부인(전업 주부)은 83.1%이다. 행위자 시간으로 보면, 맞벌이 가구 부인의 평일 가족 보살피기 시간은 1시간 11분이고, 전업주부는 2시간 46분으로 차이가 크다(<표 7> 참고). 또한 가정관리 시간을 보면, 맞벌이 가구 부인은 2시간 26분이고, 전업주부는 4시간 16분으로 역시 차이가 크다. 맞벌이 가구 부인이 자녀돌보기, 가사를 위해 필요한 시간이 충분하지 못해 느끼는 스트레스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2. 주요 행동의 시간대 분석 
 
지금까지는 주요 계층별로 하루 동안 어떤 행동을 하고, 그 행동의 소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를 설명하였다. 이하에서는 사람들이 앞서 살펴보았던 행동들을 언제 많이 하는가를 살펴본다. 소비의 연관성이 큰 몇 가지 행동을 위주로 알아보자.
 
가정관리 관련 물품 구입은 오후 4시 30분에서 5시 사이에 가장 활발 
 
가정관리 관련 물품 구입(오프라인 쇼핑과 온라인 쇼핑 모두 포함)은 하루 중에 언제 많이 일어날까? 20세 이상의 기혼자와 미혼자의 가정관리 관련 물품 구입에 대한 시간대별 행위자 비율을 분석해보았다(<그림 8> 참고). 분석결과 기혼자는 오후 4시 30분에서 5시에 가정 관련 물품 구입을 가장 활발하게 하고, 미혼자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물품 구입을 활발하게 한다. 오후 5시경에 쇼핑을 하는 기혼자와 미혼자의 행위자 비율은 약 2배 차이가 난다. 또한 미혼자들이 기혼자에 비해 새벽과 밤에 쇼핑하는 비율이 높았다.  
그렇다면 인터넷 쇼핑만으로 한정했을 경우 기혼자와 미혼자의 쇼핑 패턴은 어떻게 다를까? 기혼자의 경우 오전 8시 이전에는 인터넷 쇼핑을 거의 하지 않는 반면, 미혼자는 새벽 3시까지 인터넷 쇼핑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리고 미혼자는 저녁 9시 30분부터 10시 사이에 인터넷 쇼핑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V 시청은 오후 9시에서 9시 30분, 인터넷 정보검색은 오후 10시부터 10시 30분에 가장 활발 
 
사람들이 TV와 컴퓨터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간을 알아보았다(<그림 9> 참고). 사람들이 TV를 가장 많이 시청하는 시간은 9시에서 9시 30분으로 나타났다. 9시 30분에는 약 25%의 응답자가 TV를 시청하였다. 또한 사람들이 인터넷 정보검색을 가장 많이 하는 시간은 오후 10시부터 10시 30분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시간은 사람들이 출근하기 시작하는 7시부터 서서히 증가하다가 점심시간인 12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높았다가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블로그 등 개인홈페이지 관리, SNS 등은 오후 10시부터 11시 사이에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관람 및 문화행사 참여는 토요일 오후 3시부터 3시 30분에 가장 활발 
 
사람들이 영화, 콘서트, 전시회 등 문화생활을 가장 활발하게 즐기는 시간을 알아 보 았다. 사람들이 관람 및 문화 행사를 즐기는 시간은 평일에는 오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고, 토요일에는 오후 3시부터 3시반, 오후 7시 30분부터 8시 30분이다. 관람 및 문화행사의 세부 행동을 보면, 사람들이 영화를 가장 많이 보는 시간은 평일에는 9시에서 9시 30분이고, 토요일에는 오후 3시부터 4시 30분, 오후 8시부터 8시 30분이다. 연극과 콘서트 관람은 토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8시 30분에 가장 많이 이루어진다.
 
교제 활동은 토요일 오후 8시 30분부터 9시에 가장 활발 
 
사람들은 친구나 연인 등을 몇 시에 가장 많이 만날까? 교제 활동의 시간대별 행위자 비율을 분석했다(<그림 10> 참고). 사람들이 교제 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시간은 평일은 오후 12시 30분부터 오후 1시, 토요일은 오후 8시 30분부터 9시이다. 구체 행위를 보면 전화교제는 평일 오후 3시부터 3시 30분, 토요일은 오후 4시부터 4시 30분이다. 채팅 등을 통한 인터넷 교제는 평일에는 오후 10시부터 11시, 토요일에는 9시부터 9시 30분에 가장 활발하다.
 
스포츠 및 레저활동은 토요일 오후 3시 30분부터 4시에 가장 활발 
 
스포츠 및 레저 활동을 가장 많이 하는 시간을 살펴 보았다(<그림 11 참고>). 사람들이 운동을 가장 많이 하는 시간은 평일은 오전 6시 30부터 7시, 오후 8시 30부터 9시이고, 토요일은 오전 11시 30분부터 12시, 오후 3시 30분부터 4시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행위로 보면, 걷기는 평일 오후 8시부터 9시, 토요일 오후 2시 30분부터 3시, 오후 8시부터 9시 사이에 가장 활발하다.
 
이동은 오전 8시부터 8시 30분, 오후 6시 30분부터 7시에 가장 활발 
 
사람들은 언제 이동을 가장 많이 할까? 10세 이상 남자와 여자의 평일 이동 활동의 행위자 비율을 분석했다(<그림 12 참고>). 남자와 여자 모두 공통적으로 이동을 가장 많이 하는 시간은 오전 8시부터 8시 30분, 오후 6시 30분부터 7시다. 출근 시간 이후인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는 여자의 이동 활동이 더 많고, 오후 6시부터는 남자의 이동 활동이 더 많다. 전반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이동이 더 많고, 남자들이 직장에 다니는 비율이 여자보다 더 많기 때문에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을 전후로 하여 남녀의 이동 패턴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Ⅲ. 라이프스타일의 특징과 시사점 
 
 
지금까지 한국인들이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를 주요 행동에 대한 시간량과 시간대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생활시간 분석 결과에 기반하여 다음 7가지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를 정리해 보았다.  
 
첫째, 가족 중심이다.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고 있다. 둘째, 건강을 중시한다. 여가 시간은 대체로 감소하지만, 운동 시간은 증가하고 있다. 셋째,사람들이 친구 등과의 교제 활동 시간을 줄이고 있다. 넷째, 가사분담이다. 맞벌이 가구의 증가로 요리 등 가사를 돕는 남자가 늘고 있다. 다섯째, TV 등 미디어 이용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여섯째, 온라인 유희다. 인터넷 검색이나 인터넷 쇼핑, 블로그 관리, 게임 등에 시간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반면 독서나 장기 등 전통적 취미 활동 시간은 감소하고 있다. 일곱째, 무미건조 3040세대이다. 30대와 40대는 일, 가정관리 등 의무생활 중심의 삶을 살고 있다. 이로 인해 교제나 여가 활동 시간은 감소하고 있다.  
 
위의 라이프스타일 키워드와 생활시간 연구의 상세 결과에 기반하여, 기업의 대응방안을 마케팅 관점에서 살펴보자.
 
첫째, 고객의 시간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2009년 생활시간 조사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정도’에 대한 조사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조사 결과를 분석해본 결과, 10세 이상 국민 중 69.75%가 평소 바쁘거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84.2%), 40대(79.5%), 20대(77.7%), 10대(75.3%)순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고객의 시간 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 개선, 새로운 차원의 생활 솔루션 개발이 필요하다.  
 
둘째, 코쿠닝 마케팅을 업그레이드 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의 교제 활동은 줄어들고 대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있다. 그런데, 집에서 TV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시간은 과거 대비 감소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사람들이 이러한 행위에서 절감한 시간을 반드시 특정 행위에 추가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2009년 데이터를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행위자 시간은 38분이다. 사랑 등 가족 중심의 가치를 더욱 강조하면서, 가정에서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마케팅 활동이 요구된다.
 
셋째, 미디어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 TV, 신문 등 전통 미디어 매체의 이용 시간이 감소하는 반면, 인터넷 정보 검색, 인터넷 교제, 인터넷 게임 등 인터넷 활동 시간은 증가하고 있다. 기업은 기존 매스미디어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에서 벗어나 매스미디어와 뉴미디어 활용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넷째, 성 역할의 변화에 대한 마케팅 차원의 대응도 필요하다. 남성의 가사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남성의 가사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 개선뿐만 아니라 광고 등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의 변화도 필요하다.
 
다섯째, 새롭게 부상하는 가족 형태에 대한 생활시간 연구가 필요하다. 맞벌이 가구, 1~2인 가구, 한부모 가구, 다문화 가구 등 새로운 형태의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아직 이들을 위한 시장은 충분히 조성되지 않고 있다. 기업은 생활시간 연구 등을 통해 새로운 가족 유형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면밀히 파악하고 그들의 미충족 니즈를 발견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세대(Age) 마케팅도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다. 특히 3040 남성들의 삶에 대한 연구가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교제 및 여가 시간이 부족한 3040 남성들에게 어떠한 솔루션을 제공하여,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요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아이폰의 성공 요인을 ‘직장 남성의 고급 장남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사람들의 비유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
 
마지막으로, 고객의 생활시간 정보를 시간(Time) 마케팅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문화행사 관람, 미디어 이용, 교제, 레저, 쇼핑 등 소비와 연관성이 큰 행위에 대한 시간대별 행위자 비율은 기업의 프로모션, 광고, 매장의 서비스 응대 활동 등에 도움이 된다. 특히 최근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는 생활시간 정보에 기반한 실시간 마케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고객 행동연구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고객행동 관찰, 가정방문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행동연구들은 제품 및 서비스의 사용 상황에 국한하여 이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즉, 고객이 자사 또는 타사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불편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가를 짚어내는데 중점을 둔다. 고객 통찰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제품이나 서비스 차원을 넘어 보다 근원적인 행동 연구가 요구된다. 고객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그들의 삶을 총체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고객생활 시간 연구는 이러한 측면에서 기업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끝>

◎공짜 늪에 빠진 디지털 콘텐츠, 디지털적 차별화의 길


LG경제연구원 '공짜 늪에 빠진 디지털 콘텐츠, 디지털적 차별화의 길'

최근 스마트폰, 태블릿PC, e-Book 등 모바일 기기의 확산으로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량이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디지털 콘텐츠가 유료 시장의 기반 없이 광고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소비량의 증가가 시장의 유의미한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문사, 잡지사, 영화사 등에서 유료화를 추진 중이나, 확실한 성공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불법 복제가 그 원인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현재의 디지털 콘텐츠가 아날로그 콘텐츠를 그대로 디지털로 변환한 수준이라는 데에 있다. 소비자가 기꺼이 지갑을 열도록 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콘텐츠 본연의 가치를 높이는 활동, 이른바 디지털과 콘텐츠의 화학적 결합이 선행되어야 한다. 텍스트, 이미지, 사운드, 동영상, 3D 그래픽, 인터랙티브 요소 등 다양한 표현 수단을 컨텐츠의 맥락에 적합하게 활용하는 ‘융합형 콘텐츠’가 디지털 콘텐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화학적 결합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콘텐츠 판매 이후 유무선 인터넷 연결을 활용하여 고객과 접촉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텐츠와 서비스의 결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목 차 > 
 
Ⅰ.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의 필요성과 가능성  
Ⅱ. 디지털 콘텐츠의 성공적인 유료화를 위한 조건
Ⅲ. 디지털과 콘텐츠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방안
 
 
 
우리나라 가구의 컴퓨터 보유율 81%, 개인 인터넷 이용률 77%라는 높은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집집마다 보급된 PC를 통해 뉴스, 영화, UCC 등 각종 디지털 콘텐츠를 즐기는 것은 이미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최근 들어 아이폰, 안드로이드폰과 같은 스마트폰, 아이패드(iPad)로 인해 주목 받고 있는 태블릿PC, 아마존의 킨들(Kindle)로 대표되는 e-Book 등 다양한 유형의 모바일 기기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디지털 콘텐츠 이용에 대한 시간적, 공간적 제약마저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출퇴근 중에나 약속 장소에서 기다릴 때 또는 화장실에 있을 때에도 자유롭게 디지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진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들은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 있어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디지털 콘텐츠 소비량의 증가가 콘텐츠 사업자들이 원하는 시장 규모의 증가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Ⅰ.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의 필요성과 가능성 
 
 
양날의 칼, 광고 비즈니스 모델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량 증가가 시장 규모의 증가로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는 뉴스, 동영상 등 상당수의 디지털 콘텐츠가 그 자체의 유료시장이 거의 없고 대부분 광고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광고 비즈니스 모델이란 한계비용(Marginal Cost)이 0에 가깝다는 디지털 콘텐츠의 특징을 활용하여 기업들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소비자에게는 광고와 함께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 방식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업 방식이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자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아무리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가 늘어난다고 해도 광고 시장의 성장이 없다면 디지털 콘텐츠의 전체 시장 규모 또한 증가할 수 없다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물론, 광고 시장 규모가 고속 성장 중이라면 디지털 콘텐츠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체 광고 시장이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 1% 미만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 중 디지털 콘텐츠와 밀접한 온라인 광고 시장도 매년 성장성이 급격히 둔화되어 2009년에는 4% 성장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광고 수익을 통한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성장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료로 판매되는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가 늘어나야만 하는 것이다.
 
광고 비즈니스 모델은 전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성장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의 수익 측면에서도 한계를 지니고 있다. 국내 기준으로 1,000회 노출당 광고 수익(CPM, Cost Per Millennium)이 2,500원(네이버 초기화면 상단 배너 기준)에서 최대 35,000원(IPTV의 VOD 시청 전의 30초 동영상 광고 기준)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 1개당 얻을 수 있는 최대 광고 수익은 2,500만원~3억5,000만원(1,000만명 이용 가정)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목표 고객이 수만~수십만에 불과한 전문 지식 등의 콘텐츠, 또는 수십~수백억 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영화 등의 콘텐츠에는 유료화 모델이 더욱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 디지털 콘텐츠의 1,000회 노출당 광고 수익도 미국의 대표적인 광고 기반의 무료 동영상 사이트인 훌루(Hulu)가 25~30달러 수준, 광고 단가가 가장 높은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 사이트(WSJ.com) 내 동영상 광고의 경우도 50달러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어, 국내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료화 바람과 냉정한 소비자 
 
최근 광고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인식한 콘텐츠 기업들을 중심으로 무료 디지털 콘텐츠를 유료화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9년 8월,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2008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34억달러에 달하는 뉴스코퍼레이션의 막대한 적자를 이유로, 이미 유료화된 월스트리트저널을 포함하여 더 타임즈, 더 선, 뉴스 오브 더 월드 등 뉴스코퍼레이션 산하의 모든 온라인 뉴스 콘텐츠를 유료화 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파이낸셜 타임즈, 뉴욕 타임즈,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다수의 대형 언론사들도 유료화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훌루(Hulu)도 2009년 400억원 적자 등 실적 악화와 뉴스코퍼레이션 등 주주의 압력으로 인해 부분적인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탈업체가 올해부터 유료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하였으며,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 ‘콘팅’을 오픈하였고, 조선일보 등 신문사도 유료화를 검토하는 등 국내 콘텐츠 기업들도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 바람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기업 입장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가 필수적이지만, ‘디지털 콘텐츠는 무료’라고 인식하고 있는 소비자들로 인해 유료화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각종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뉴스 콘텐츠를 구독하기 위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전혀 없는 소비자가 전체의 7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훌루 역시 유료화 이후 콘텐츠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고객은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유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Ⅱ. 디지털 콘텐츠의 성공적인 유료화를 위한 조건 
 
 
불법 복제만 막으면 유료화는 성공? 
 
유료화가 성공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만연한 불법 복제를 꼽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는 엄연한 사실이며, 2009년 기준으로 연간 2조 2,500억원 가량 발생하고 있는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여러 기술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불법 복제를 완벽히 차단한다고 해도 현재 불법 복제로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의 대부분이 유료 구매자로 전환될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으며, 오히려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지나치게 복잡한 기술적, 제도적 장치를 강요할 경우,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야기시킴으로써 현재 유료 구매하던 소비자들마저 구매를 꺼려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 따라서 불법 복제의 예방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를 유료화 성공의 충분 조건으로 오해해서는 안될 것이다.
 
혁신적인 디지털 기기는 유료화 성공을 보장? 
 
또 하나 경계해야 할 것은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혁신적인 디지털 기기가 디지털 콘텐츠의 성공적인 유료화를 보장해 줄 것이라는 기대이다. 최근 출시된 아이패드는 2개월 만에 200만대가 팔리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관련이 깊은 신문, 잡지, 만화 등 각종 출판물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아이패드용 e-Book 콘텐츠가 9.99달러에서 14.99달러 수준으로 종이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2달여만에 500만권, 약 6,000만 달러 가량이 아이북스 스토어를 통해 판매되었다는 점은 미국의 2009년 e-Book 판매고 3.1억달러와 비교할 때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일련의 성공 사례들을 고려할 때, 혁신적인 디지털 기기가 소비자로 하여금 보다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유도하고, 콘텐츠 제작에 유용한 도구들을 제공해 줌으로써 디지털 콘텐츠의 성공적인 유료화에 기여하는 바는 분명히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좋은 미술 도구가 있다고 뛰어난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듯이, 그리고 구형 브라운관 TV로 봤을 때 재미 없는 방송 콘텐츠는 최신형 3D LED TV로 방송을 시청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재미 없듯이, 혁신적인 디지털 기기가 그 자체만으로 성공적인 유료화를 보장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치는 디지털 기기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기를 통해서 전달되는 디지털 콘텐츠 그 자체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료 모델을 잘 설계하면 성공? 
 
디지털 기기가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의 성공이라는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사례가 애플의 앱스토어(App Store)와 아이튠즈 스토어(iTunes Store)이다. 그런데, 두 가지 사례 모두 애플이라는 플랫폼 사업자 관점에서는 성공적이라 볼 수 있지만, 콘텐츠 사업자 관점에서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애플의 아이튠즈 스토어는 2010년 1분기 기준으로 미국 디지털 음반 시장의 70%, 미국 전체 음반 시장의 28%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 최대의 온라인 콘텐츠 스토어이다. 2000년대초, 이미 냅스터(Napster) 등 개인간 파일공유 서비스를 통한 디지털 음원의 불법 복제가 만연하던 상황에서, 애플은 원클릭 결제 시스템과 검색 기능 등 구매 방식을 최대한 편리하게 함은 물론 앨범 단위가 아닌 곡 단위 판매, 한 곡당 99센트로 통일된 저렴한 가격 등 혁신적인 유료 모델을 포함한 아이튠즈 스토어를 오픈함으로써 디지털 음원의 유료화를 성공시켰다. 2003년 오픈 후, 현재까지 100억회 이상의 누적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는 영화, TV 프로그램 등 동영상 디지털 콘텐츠까지 유료로 판매하기 시작하였고, 2009년에는 약 20억달러의 매출(음악, 영화, TV 프로그램 등 포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성공했다고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오프라인을 포함한 전체 콘텐츠 시장 관점에서 보면, 아이튠즈 스토어의 혁신적인 유료 모델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디지털 음반 시장은 2005년 이후 연평균 42%에 달하는 고속 성장을 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아날로그 음반 시장은 동기간 매년 19%씩 축소되었고, 결국 전체 음반 시장이 판매량 기준으로는 8%, 판매 금액 기준으로는 13%씩 감소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아이튠즈 스토어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PC 및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과 불법 복제 등으로 인해 음반 시장의 침체는 피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날로그 음반 시장의 2000년부터 2004년까지의 연평균 성장률이 -2.6%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필요한 소수의 음원만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렴한 아이튠즈 스토어의 유료 모델이 전체 음반 시장 축소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혁신적인 유료 모델은 플랫폼 사업자의 성공 방정식이 될 수는 있지만, 전체 콘텐츠 시장 관점에서 성공적인 유료화를 이끄는 핵심 요인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반면, 앱스토어의 경우 PC 어플리케이션 등 타 시장을 잠식하지 않으면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콘텐츠 사업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앱스토어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는 어떠한 차이점이 있을까?
 
가치의 차별화만이 살 길 
 
앱스토어는 아이폰, 아이팟 터치 및 최근 출시된 아이패드에서 동작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이다. 지난 2008년 7월 오픈 이후, 최근까지 50억회의 다운로드가 일어났으며, 유료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가 약 6억회(전체 다운로드 수의 약 12% 수준), 판매 금액 기준으로 약 14억달러에 달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앱스토어 성공 요인은 개발자 대상 개방성, 아이폰의 혁신성 및 통일된 개발 환경, 저렴한 무선 접속 환경 등 플랫폼 관련 영역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측면에서도 크게 2가지의 성공 요인을 발견할 수 있다. 첫번째는 제공 가치가 무료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뿐만 아니라 PC 어플리케이션 등 유선 인터넷 기반 어플리케이션과도 확연히 차별화된다는 것이며, 두번째는 구매 과정의 편의성과 같은 부가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목적 그 자체에 부합하는 핵심 가치를 차별화했다는 점이다.
 
유료 콘텐츠라면 무료 콘텐츠 보다 차별적으로 높은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디지털 콘텐츠 관점에서 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앱스토어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PC 등에서 동작하는 어플리케이션과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앱스토어의 유료 어플리케이션 판매량 중 절대적인 비중(유료 판매 랭킹 20위 중 19개, 100위 중 76개 가량이 게임 또는 게임과 유사한 엔터테인먼트)을 차지하는 게임의 경우, 화면을 터치하면서 즐기는 게임, 아이폰 자체를 흔들거나 기울이면서 즐기는 게임 등 PC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를 제공했기에 PC 게임을 구매했던 소비자라고 하더라도 앱스토어의 모바일 게임을 추가로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게임 외의 어플리케이션 중 유일하게 유료 판매 랭킹 20위 안에 들어 있는 레드레이저(Red Laser)라는 어플리케이션 역시 바코드를 사진으로 찍어 인식한 후 해당 물품의 온라인 쇼핑몰 가격을 비교해 주는 기능을 통해 PC 어플리케이션으로 얻을 수 없는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앱스토어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은 부가적인 가치 보다 핵심 가치를 차별화 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이폰과 앱스토어의 성공 요인을 얘기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폰의 직관적이고 편리한 유저 인터페이스(UI, User Interface)는 반드시 꼽을 만큼, 유저 인터페이스의 편의성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의 성공에도 그 영향이 있었음은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유저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에 집중한 나머지, 사용하기 편리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유료화의 유일한 성공 요인이라고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보다 중요한 요인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무선 데이터 통신, GPS, 디지털 카메라  등 각종 모바일 기술을 핵심 가치의 차별화에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게임 어플리케이션의 경우는 게임을 하는 목적인 ‘재미’를 차별화하기 위해 터치스크린, 가속도계 등을 활용하였으며, 레드레이저 어플리케이션의 경우도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하여 바코드를 인식하는 편리한 유저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무선 데이터 통신을 이용하여 온라인 쇼핑몰의 가격 정보를 실시간으로 가져와서 보여줌으로써 유틸리티 어플리케이션의 핵심 가치인 ‘실생활에서의 유용성’을 차별화하였다. 레드레이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다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품을 구매한 후 집에 돌아와서, 동일한 물품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보고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유료 어플리케이션은 아니지만, 유료로 판매해도 충분히 성공했을 만큼 좋은 평가를 받는 서울 버스(Seoul Bus) 어플리케이션 역시, 무선 데이터 통신을 이용하여 버스 도착 시간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출퇴근시간에 버스가 언제 도착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수십 분 동안 기다리다가 지각하는 상황을 막는 등 ‘실생활에서의 유용성’을 차별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우선적인 조건은 핵심 가치의 디지털적 차별화 
 
종합하면,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불법 복제 예방, 혁신적인 디지털 기기, 적절한 유료 모델도 필요하겠지만, 그 무엇보다 우선하여 디지털 콘텐츠 자체가 차별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 때, 차별적인 가치란 무료 디지털 콘텐츠와 아날로그 콘텐츠 모두에 대해 차별적이어야 하며, 부가적인 가치에 앞서 핵심적인 가치가 차별적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무료 콘텐츠에 보다 심층적인 기사, 탄탄한 스토리의 소설, 뛰어난 각본 및 연출의 영화 등 품질이 높은 콘텐츠라면 유료화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디지털로만 제공되는 콘텐츠에 한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며, 아날로그 콘텐츠와 디지털 콘텐츠가 모두 제공되는 경우에는 고품질 콘텐츠라고 해서 유료화 성공 가능성이 반드시 높다고는 할 수 없다.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제공되는 콘텐츠가 동일할 경우, 예를 들어 종이책의 활자를 그대로 디지털화한 e-Book, CD의 음악을 그대로 디지털화한 MP3, 영화 필름을 그대로 디지털화한 동영상 파일과 같은 경우는 자기 잠식 효과(Cannibalization)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소비자가 2가지 콘텐츠를 모두 구매할 확률은 매우 낮으므로, 디지털 콘텐츠의 판매량만큼 아날로그 콘텐츠의 판매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으며, 설혹 디지털 콘텐츠의 가격을 낮춤으로써 신규 고객 유입을 유도한다고 하더라도, 아이튠즈 스토어의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신규 고객 유입으로 인한 매출 증가가 디지털 콘텐츠의 단가 하락과 아날로그 콘텐츠에서 디지털 콘텐츠로의 구매자 이동에 따른 매출 감소 모두를 상쇄하고도 남을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따라서, 아날로그 콘텐츠 대비 차별적인 가치는 유료화를 희망하는 디지털 콘텐츠가 최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적 차별화도 부가적인 가치 관점에서만 이루어진다면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외면 받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각 콘텐츠의 핵심 가치 관점에서 차별점이 있어야만 유료화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영화, TV 드라마, 소설 등을 보는 목적은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이며, 신문이나 전문 잡지를 보는 목적은 ‘정보’를 습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빠르고 편리한 다운로드, 보관과 이동의 간편함, 결제의 편리함 등과 같이 디지털 콘텐츠 이용 상의 부가적인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에 디지털 기술이 집중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디지털과 콘텐츠가 기계적으로만 결합된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기계적 결합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성과는 올릴 수 있다. 전체 소비자의 15% 수준으로 추정되는 혁신적인 소비자는 다르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어서 부가적인 가치의 차별화에도 충분히 대가를 지불할 의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 소비자의 85% 수준으로 추정되는 합리적인 소비자는 지불하는 돈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냉정하게 따지기 때문에, 아날로그 영화 보다 더 재미있는 디지털 영화, 아날로그 신문 보다 더욱 깊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디지털 신문과 같이 핵심 가치를 차별화해야만 대가를 지불할 것이다. 즉, 디지털과 콘텐츠가 완전히 하나로 융합되어, 디지털 기술이 콘텐츠의 핵심 가치를 증대시키는 데 이용되는 화학적 결합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화학적 결합이 가능한 것일까?
 
 
Ⅲ. 디지털과 콘텐츠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방안 
 
 
아날로그 콘텐츠를 디지털 콘텐츠로 변환(Conversion)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기계적 결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지가 없을 것이며, 아날로그 콘텐츠의 기본적인 뼈대만 유지하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재창조(Re-creation)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화학적 결합의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의 뼈대가 되는 스토리는 유지하되 이를 영화에 적합하게 각색하여 각본을 만들고, 배우를 섭외하여 장면을 촬영하고, 촬영된 장면을 편집하는 등 영화의 기법을 활용하여 살을 붙이는 작업을 수행하면, 소설의 스토리와 영화 기술이 화학적으로 결합되어 소설과 차별화된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화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인 해리포터 시리즈가 책으로만 총 4억권 가량 팔리면서 약 30억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영화화를 통해서도 약 54억달러의 추가 수익을 거두었듯이, 디지털과 콘텐츠를 화학적으로 결합시킴으로써 아날로그 콘텐츠와 차별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충분히 아날로그 콘텐츠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계적 결합은 기본 요건 
 
화학적 결합을 논하기에 앞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기본적으로 기계적 결합은 완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라면 각 기기에 대한 최적화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PC,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각 디지털 기기의 디스플레이 크기와 해상도, 조작하는 방식 등이 상이하므로, 하나의 디지털 콘텐츠를 모든 디지털 기기에서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디지털 기기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개별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 무료 콘텐츠로 구성된 웹사이트의 경우도 PC에서 이용되는 웹사이트와 달리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모바일 웹사이트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처럼, 디지털 기기별 최적화는 유료화 여부를 떠나 디지털 콘텐츠라면 무조건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맥락을 고려한 콘텐츠 융합 
 
화학적 결합을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안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패드용 콘텐츠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모든 아이패드용 콘텐츠가 차별화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종이 잡지보다 비싼 가격(4.99달러, 종이 잡지의 정가는 4.99달러, 1년 구독 시는 1권당 0.83달러)에도 불구하고 9일만에 73,000번(1달간 가판대 판매량은 약 82,000부, 정기 구독자는 약 67만명) 다운로드 되며 뉴스 영역에서 유료 판매 1위에 올라 있는 와이어드(Wired)와 13.99달러라는 높은 수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e-Book 영역에서 유료 판매 1위에 올라 있는 더 엘리먼츠(The Elements)의 경우, 공통적으로 2가지 방안을 통해 화학적 결합을 이루었다고 보여진다. 첫번째는 책 또는 잡지가 텍스트와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달리 텍스트, 이미지뿐만 아니라 음성, 동영상, 3D 그래픽, 인터랙티브 요소 등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융합(Mash-up)하였다는 점이며, 두번째는 막무가내로 융합한 것이 아니라 전체 콘텐츠의 맥락(Context)에 비추어 꼭 필요한 유형의 콘텐츠를 적재 적소에 배치하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융합형 콘텐츠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야만 구현할 수 있으며, 디지털 기술을 콘텐츠의 핵심 가치를 차별화하는 데 활용했다는 점에서 화학적 결합이라 부를 수 있다. 아날로그 콘텐츠는 텍스트를 기록할 때 사용하는 매체(종이)와 음악을 기록할 때 사용하는 매체(CD, 카세트 등)가 상이하여 텍스트와 음악을 하나의 매체에 담을 수가 없지만 디지털 콘텐츠는 모든 유형의 콘텐츠를 하나의 매체에 담을 수 있다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으며,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맥락에 맞추어 적절히 융합한다면 저장의 간편함과 같은 부가적인 가치가 아니라 재미, 정보, 학습 등 각 콘텐츠의 핵심적인 가치를 직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와이어드의 커버스토리인 토이스토리3 기사에는 예고편 동영상을 배치하였고, 로드블럭스 기사에서는 자동차 레고 블록이 조립되는 과정을 터치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동영상으로 보여주며, 나인인치네일즈 기사 중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녹음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단순히 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녹음의 단계별 작업된 음악 자체를 들려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기사의 내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더 엘리먼츠의 경우도 종이책을 그대로 옮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원소에 대한 인터랙티브 3D 그래픽(눌러서 회전시켜가며 볼 수 있는 3D 그래픽)과 각종 동영상은 물론 원소 주기율표를 외우는 노래까지 포함하여 제공함으로써 학습 효과를 배가시켰다. 물론 와이어드나 더 엘리먼츠의 아날로그 콘텐츠 자체도 품질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었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유사한 품질의 타 콘텐츠 대비 독보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을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 관점에서 보면, 높은 품질의 기본 콘텐츠에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맥락에 맞추어 융합함으로써, 핵심 가치 측면에서 아날로그 콘텐츠 대비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었던 화학적 결합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이유라 할 수 있다.
 
사례로 언급한 전문 잡지, 교육용 서적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에 융합의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음악 콘텐츠의 경우, 해당 음악에 대한 배경지식, 작곡가, 연주자, 가수 등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 음악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등으로 전달해 준다면, 소비자들은 아날로그 콘텐츠로 음악만 들을 때보다 더욱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마치 해외 여행에서 미술관을 탐방할 때 가이드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의 감동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과 같다. 영화 또는 방송 콘텐츠의 경우도 화면을 클릭하면 각 장면에 대한 설명, 등장하는 배우에 대한 정보, 사물에 대한 정보 등을 팝업으로 볼 수 있는 기능, 촬영에 대한 에피소드, 각종 인터뷰와 같은 추가적인 동영상 등을 제공할 경우 아날로그 영화 또는 방송 콘텐츠만으로는 즐길 수 없던 차별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음악 및 영화 콘텐츠와 관련된 융합형 콘텐츠를 실제 구현한 사례가 애플의 ‘iTunes LP’와 ‘iTunes Extras’라는 디지털 콘텐츠 포맷이다. ‘iTunes LP’는 음악 콘텐츠와 음악에 대한 해설, 뮤직비디오, 각종 사진 등을 함께 담은 디지털 음악 포맷이며, ‘iTunes Extras’는 영화 콘텐츠와 다른 방식의 엔딩, 등장 배우에 대한 정보, 인터뷰 동영상 뿐만 아니라 게임 등 다양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는 디지털 영화 포맷이다. 두 포맷은 2009년 9월 출시된 아이튠즈9(아이튠즈 스토어의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의 가장 핵심적인 업데이트 내용으로 소개되었으며, 현재까지는 데스크탑과 애플TV에서만 이용할 수 있고 아이팟, 아이폰 등에서는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추후 아이패드에서 이용 가능하도록 업데이트 된다면 급속히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결성을 활용한 콘텐츠와 서비스의 결합 
 
융합형 콘텐츠를 통한 디지털과 콘텐츠의 화학적 결합과 함께 연결성(Connectivity)을 활용한 화학적 결합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유선 및 무선 인터넷 등 연결성이 가장 중요한 디지털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이를 디지털 콘텐츠의 핵심 가치의 증대에 활용하기 보다는 디지털 콘텐츠 유통에 활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유료 케이블 방송을 제외하면 디지털 콘텐츠 중 유일하게 유료화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 콘텐츠의 경우와 같이 연결성을 활용하여 핵심적인 가치를 차별화 한다면 화학적 결합의 여지가 충분히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콘텐츠는 2008년 전세계 시장 규모가 약 580억달러로 추산되었는데, 이는 2009년 약 227억달러로 추산된 온라인 광고 시장의 2배 이상 되는 큰 규모의 시장이다. 이와 같이 게임 콘텐츠가 큰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반적인 게임에 연결성을 추가한 온라인 게임이 있다. 온라인 게임 시장은 세계 시장 기준으로 최근 4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한 시장이며, 불법 복제로 인해 콘솔 게임, PC 패키지 게임 등의 시장이 매우 위축되어 있는 국내 시장의 경우에는 전체 게임 시장의 75%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온라인 게임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연결성을 콘텐츠 유통의 수단으로 활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즐거움이라는 핵심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CD, DVD 등 물리적 매체를 통해 배포하는 콘솔 게임, PC 패키지 게임과 달리 온라인 게임은 콘텐츠를 네트워크를 통해 다운로드 받도록 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온라인 게임의 성공과 거의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연결성을 활용하여 사용자와 사용자가 온라인 공간 상에서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 것과 연결성을 통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콘텐츠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이 복제 불가능하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 자체는 복제가 가능하다. 온라인 게임의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는 이미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서버 소프트웨어 또한 여러 해킹 수단을 통하여 복제할 수가 있다. 실제로 다수의 무료로 운영되는 불법 서버가 존재하며, 소비자는 굳이 돈을 내지 않고도 불법 서버에 접속하면 동일한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가 있는 것이다. 다만, 사용자는 복제 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합법 서버가 불법 서버 보다 사용자 규모가 월등히 클 수 밖에 없고, 동일한 온라인 게임이라면 사용자가 더 많은 합법 서버에서 더 큰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한, 최초 배포된 게임은 동일할지라도, 합법 서버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가 진행되기 때문에 끊임 없이 새로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마치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즈(Windows)에 대한 지속적인 패치를 통해 보안 취약성 및 불안정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정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즉, 불법 복제가 불가능해서라기 보다는 디지털 기술인 연결성을 통해 즐거움이라는 핵심 가치를 향상시켰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의 유료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며, 이는 디지털과 콘텐츠가 화학적 결합을 이룬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게임 외의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에도 연결성을 부여함으로써 핵심 가치를 차별화하는 화학적 결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영화, TV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구매한 소비자가 해당 콘텐츠를 감상하는 동안은 SNS를 통해 친구들도 실시간으로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교육 콘텐츠를 판매한 이후에도 새롭게 등장한 사례 또는 환경 변화로 인해 변경되어야 하는 내용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는 서비스는 영화와 TV 드라마의 재미, 교육 콘텐츠의 학습 효과 등 핵심 가치를 차별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와 같이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한 직후 고객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사업 모델에서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업 모델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콘텐츠 사업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사업 모델임에는 분명하지만, 콘텐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고객과의 관계가 유지됨에 따라 광고, 추가 콘텐츠 판매, 관련 기념품 판매 등 다양한 부가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유료화를 위해서는 효과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재창조는 반드시 투자를 수반 
 
앞서 언급한 디지털과 콘텐츠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구체적 방안, 즉 맥락을 고려한 콘텐츠 융합, 연결성을 활용한 콘텐츠와 서비스의 결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뉴스 기사와 동일한 주제라도 발표자의 음성과 각종 도표, 애니메이션, 동영상이 곁들여진 파워포인트 자료가 더 풍부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듯이, 동일한 내용의 교육 콘텐츠라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요소와 동영상 및 3D 그래픽 등 풍부한 시각적 요소가 있는 경우 이해도와 몰입도가 훨씬 높아지듯이, 동일한 영화라도 부가적인 정보를 통해 더 많이 알고 볼 때,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친구와 함께 감정을 공유하면서 볼 때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화학적으로 결합된 디지털 콘텐츠는 기존에 아날로그 콘텐츠를 보유했다고 하더라도 재창조하는 수준으로 새롭게 제작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아날로그 콘텐츠와는 별개로 추가적인 투자비가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즉, 일정 부분 리스크를 감수하고서 투자를 할 각오가 없이, 기존의 아날로그 콘텐츠를 그대로 디지털화하여 판매한다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며, 설혹 아날로그 콘텐츠가 매우 품질이 높아서 디지털 콘텐츠가 유료로 판매된다 하더라도, 이는 자기 잠식 효과(Cannibalization)를 유발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빠른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 대신, 추가적인 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광고 비즈니스 모델에 안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향후 수년간 모바일 기기의 확산 등으로 콘텐츠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그에 따라 과거 어느 때보다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화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광고 비즈니스 모델에 안주하기 보다는 도전적인 개척가 정신을 품고 디지털과 콘텐츠의 화학적 결합으로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끝>

2010년 6월 16일 수요일

◎공간에 맞는 IT, IT로 스마트해지는 공간


LG경제연구원 '공간에 맞는 IT, IT로 스마트해지는 공간'

IT 기기는 전화를 걸거나, 인터넷을 하거나, 혹은 방송을 보기 위한 고유의 기능을 갖는다. 애플의 아이패드는 기능의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IT 기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왜 아이패드에 열광하는 것일까? 사용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아이패드는, 이동 중에 쓰는 휴대폰이나 책상 위에서 쓰는 노트북과 완전히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다른 ‘공간’에서 사용하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음에 주목해 보자. 
 
잡스, 소파에 앉다  
 
지난 1월 아이패드 발표회. 무대에는 소파 한 대가 놓여 있다. 언제나 서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던 스티브 잡스는 특이하게도 무대 중앙의 소파에 앉아서 아이패드를 시연했다. 왜 아이패드 시연에 소파가 필요했던 것일까?  
 
소파는 거실, 즉 집 안의 어떤 공간을 상징한다. 소파는 머무는 공간이지만, 하루 종일 소파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없다. 소파는 소비자가 집안에서 잠시 머무는 불특정 공간에 대한 상징인 것이다. 비록 스티브 잡스는 소파에 앉아 아이패드를 보여주었지만, 이 상징의 의미를 눈치챈 청중들은 이 기기가 소파에서 쓰다가, 침대에 엎드려서도 쓸 수 있고, 또 다시 식당으로 들고 가서 쓸 수 있는 기기임을 깨닫게 된다.
 
휴대전화와 노트북 사이의 공간 
 
아이패드는 휴대전화와 노트북과 어떻게 다른가? 휴대전화는 이동 중에 쓰는 기기로 그 크기가 작을 수밖에 없다. 디스플레이 역시 크기가 작은 것은 당연하다. 꼭 필요해서 잠시 쓴다면 모를까, 상황만 허락된다면 좀 더 편안하면서도 시원한 화면을 가진 기기로 바꾸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반면 노트북은 사용성 측면에서는 우수하지만, 이동성의 문제가 있다. 물론 굳이 들고 다니자면 못 들고 다닐 것은 없다. 하지만 여기저기 움직이며 쓰기는 부담스럽다. 무겁기도 하거니와 ‘ㄱ’자 모양으로 꺾인 모니터 부분이 휘청할 것 같은 불안정성, 업무용 기기인 것 같은 거창한 느낌도 묘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집 안에 있다면 어떤 디바이스를 쓰고 싶을까? 휴대전화보다는 조금 크면서, 집안에서 돌아다니며 쓰기에는 그리 무겁지 않고, 한 손으로 들고 쓸 수 있는  디바이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다른 한 손으로는 스낵도 집어 먹고, 전화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패드는 바로 이런 기기이다. 적당한 크기의 디스플레이, 한 손으로도 들 수 있는 무게, 집 안에서 한 나절은 충분히 쓸 수 있는 배터리 성능까지. 이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웹 브라우징일 수도 있고, 영화감상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상관없다. 애플이 이 기기에서 창조하고자 했던 것은 그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을 넘어, 이 기기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공간'과 그를 배려하는 기기가 만드는 사용자 '경험'이기 때문이다.
 
일과 공간에 대한 선입견 
 
모바일 기기의 가장 큰 혜택은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질문해보자. 지금까지 우리가 IT 기기를 활용해 온 장소는 과연 최적의 장소였을까? 그리고 그 때 우리가 사용했던 IT 기기는 그 장소에서 쓰기에 최적으로 디자인되어 있었던가? 일과 공간에 대한 선입견으로 인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공간의 자유를 간과했던 것은 아닌가?
 
코리안 클릭과 인터넷 포털 Daum이 공동 집계한 “모바일 웹과 일반 웹의 시간대별 페이지 뷰”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브라우징과 일반 웹 브라우징은 이용 패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일반 웹 검색은 밤 11시가 되면 트래픽이 떨어지지만, 모바일 웹은 밤 10시에 비해 밤 11시에 더 높다는 것이다(<그림 1> 참조). 잠들기 직전, 모바일 웹의 트래픽이 높아지는 것은 곧,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 브라우징을 즐기는 소비자가 많다는 뜻이다. 내일 아침 날씨를 검색하고, 시사나 가십거리를 찾으며 잠을 청하는 이들에게 브라우징의 최적 장소는 책상이 아니라 침대인 셈이다. 그런데, 그 곳이 침대라면, 왜 굳이 휴대전화의 작은 화면과 작은 글씨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할까? 좀 더 커져도 사용 상에는 불편이 없다. 일을 위한 공간, 그리고 그를 위한 기기의 조합도 최적은 아닌 것이다.  
 
TV 시청은 어떨까? TV는 보통 거실 벽면 중앙에 자리잡는다. 소비자는 소파에 앉아서 TV를 본다. 그러나 앉으면 눕고 싶다는 속담을 생각해 보자. TV를 보기에 가장 편한 자세는 앉는 것보다 눕는 것이 아닐까? 북유럽의 스칸덱스라는 회사는 최고급 의자를 만드는 회사로 유명하다. 이 회사의 대표 상품인 리클라이너 소파의 광고 문구는 ‘당신의 홈씨어터 시스템을 위한 최고의 투자’이다. 즉 TV를 보기 위한 최고의 의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의자를 보면, 등받이에 깊숙이 등을 기대고, 발을 올려놓을 수 있는 스툴까지 제공된다. 리클라이너 소파가 지향하는 앉은 자세는 흡사 누운 자세에 가깝다. TV를 보는 가장 편안한 방식과 그를 위한 공간은 허리를 90도로 세우고 있어야 하는 거실의 소파가 아니라 침대인지도 모른다.
 
IT 기기가 여는 공간의 컨버전스 
 
IT 기술의 큰 축은 컨버전스다. 기기와 서비스의 컨버전스가 핵심이지만, 공간도 컨버전스 되고 있다.  
 
과거의 소비자들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거실에서 TV를 보고, 서재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공간 제약을 극복하게 해 주는 IT 기기 덕분에 앞으로의 소비자들은 침대에서 일하고, TV를 보며,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뉴스를 검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간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공간 컨버전스의 시나리오와 그를 위한 IT 기기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자.
 
● 업무 : 책상에서 탈출하기 
 
업무는 반드시 책상에서 해야 능률이 오를까?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책상에 있을 때보다 몸과 마음이 편안한 공간에 있을 때 잘 떠오르기 마련이다. 사고를 제약하던 물리적, 사회적 한계들이 사라지면 집중력이 증가하고 생각의 폭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새로운 기획안 작성에 여념이 없는 A씨,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도 남은 작업을 끝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오랜 시간 책상 앞에서 업무에 몰두하고 나니 집에 돌아와서도 똑같은 자세로 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 때 A씨는 가장 편안한 공간으로 책상 대신 침대를 선택할 수 있다. 또는, 가까운 공원으로 나갈 수도 있다. 이 경우 IT 기기는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할 것인가? 침대 머리맡에 기기를 부착할 수 있는 액세서리나, 누운 채 내용을 입력할 수 있는 양손 분리형 키패드는 어떨까? 녹음 기능이나 백지에 낙서하듯 그림과 글을 쓸 수 있는 기능도 좋을 것이다. 야외 사용을 고려해 반사가 적고, 주변의 조도에 따라 디스플레이 밝기를 조절하는 감광 센서도 좋은 배려다.
 
● 욕실을 아이디어 충전소로 
 
몇 시간 동안 머리를 싸매며 고민하던 어려운 문제가 갑자기 샤워 중에 생각난 경험이 있는가? 혹은 피로를 풀기 위해 반신욕을 하는데, 극도로 밀려오는 무료함 때문에 책꽂이에 두고 좀처럼 보지 않았던 아티클이나 mp3에 저장된 음악이 간절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왜 화장실에 신문을 들고 가는가? 변기 옆에 붙어 있는 잡지걸이는 왜 필요한 건가? 너무 무료하기에 오히려 집중력을 발휘하게 되는 공간이 욕실이기 때문이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독립 공간인 만큼 자유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IT 기기와 함께라면 욕실은 몸을 씻는 곳을 넘어 사색과 사고를 즐기는 공간으로 탈바꿈될 수 있다.  
 
욕실을 위한 IT 기기는 어떤 특징을 지녀야 할까? 일단, 방수 키트가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물에 젖은 손으로 페이지를 넘기거나 재생 중인 음악 볼륨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샤워 부스 안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경우를 대비해서, 샤워기 옆에 걸어둘 수 있는 음성 녹음기도 근사할 것이다. 블루투스나 와이파이로 녹음된 내용을 다른 기기로 전송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지겠는가? IT 기기를 통해 창의력, 문화 생활의 공간이 욕실로 옮겨 오는 순간이다.
 
● 소풍가서 영화보기  
 
영화 줄거리에 몰입하다가 나도 모르게 박장대소하거나 화가 나서 앞 좌석을 발로 차 놓고 미안해 했던 적이 있는가? 혹은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에 대해 옆에 앉은 친구와 소곤거리다가 눈총을 받은 적이 있는가?
압도적인 화면 크기와 음향효과를 갖춘 영화관처럼 좋은 영화 감상 공간은 없다. 하지만 공공장소라는 특성 때문에 답답한 공간인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IT 기기를 가지고 내가 속해 있는 공간, 혹은 내가 나가고 싶은 공간으로 영화관이 오게 할 수는 없을까.  
 
예컨대, 자동차의 썬루프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면 어떨까? 자동차 전면 유리에 영화를 쏘아주는 자동차 전용 프로젝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야외 공원에서 전자책을 읽거나 토크쇼를 보는 시나리오도 새로운 방식의 일-공간의 조합이다. 자연과 함께 하는 IT 컨텐츠, 그 신선한 자유와 기쁨은 상상만해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 최고의 광고 공간 : 공중화장실  
 
학창시절, 평소에 무심히 지나치던 동아리 홍보 내용을 화장실에서 발견하고 동아리에 가입한 적이 있는가? 이상하게 화장실 벽 낙서에 눈이 가는 경우도 많다. 왜 일까? 화장실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시선을 문 쪽으로 고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공간 만큼 사람들의 시선을 쉽게 점유할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기업은 늘 광고의 공간을 찾아 헤맨다. 지하철이나 버스는 물론 비어 있는 공간이면 어디든 광고 공간으로 활용할 정도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하지만 바쁘게 이동 중인 소비자, 혹은 딴 생각에 잠겨있는 소비자라면 그 광고에 시선을 주기란 사실상 어렵다.  
 
공중 화장실 문을 광고의 공간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일단 시선을 사로 잡는다. 고속도로 휴게실의 공중 화장실은 여행객의 출입이 잦은 곳이다. 이 공중 화장실 문에 인근 맛집이나 명소를 알리는 소형 디스플레이를 부착한다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보다 적극적인 광고가 가능할 것이다. 거기에 간단한 댓글이나 리뷰를 입력할 수 있는 기능까지 더해지면 공중 화장실은 정보 검색과 공유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IT가 이루는 공간의 스마트화 
 
IT 기기를 통해 공간 구분이 없어지고,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는 것이 공간의 컨버전스라면 IT를 통해 공간 고유의 기능이 강화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까운 예로 주방과 침실의 고유 기능이 IT 기술을 만나면 한층 강화될 수 있다. 요리와 휴식의 기능을 강화하거나 분위기에 생동감을 불어 넣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IT로 스마트해지는 공간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자.  
 
●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형 주방 
 
주방은 주부들의 하루 일과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장소이다. 오늘 저녁은 무엇을 해 먹나, 설거지는 또 언제 하지? 와 같은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고민거리를 안겨다 주는 공간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주부들에게 주방은 보다 특별한 의미를 가진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저마다의 개성이나 스타일을 뽐내고 자부심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점차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찬장 매립형 아이패드라는 독창적인 사용 시나리오가 공개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방에서 장시간 일을 해야 할 때 아이튠즈로 원하는 장르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고 유명 요리사들의 레시피가 담긴 동영상을 틀어놓고 저녁상을 차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바탕화면에 예술작품이나 사진을 띄워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 재충전과 활력을 주는 안방 IT  
 
안방에서 제일 중요한 가구는 뭐니뭐니해도 침대다. 이곳은 잠을 자고, 잠을 깨는 공간으로서 휴식을 취하는 동시에 활력을 얻어야 한다. 지금은 숙면을 위해 안방을 어둡게 꾸미지만 IT 기술을 더해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활력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자.
 
TV는 침대 발치가 아니라 천정에 설치된다. 사용자가 잠드는 순간과 잠이 깨는 순간을 스마트하게 판단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잠들기 직전 보던 영화는 사용자가 잠에 빠져 들면서 서서히 꺼진다. 다음날 아침, 소비자가 눈을 뜰 때쯤 날씨와 뉴스를 보여주는 위젯이 켜진다.  
 
3D TV인 경우 좀 더 생생한 컨텐츠를 즐길 수도 있다. 예컨대, 침대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기 쉽지 않은 주말 아침에는 퍼스널 트레이너가 화면에서 튀어나와 몸을 개운하게 하는 스트레칭을 한 동작씩 가르쳐준다. 
 
● 가족간 소통을 유도하는 거실 IT  
 
거실은 가족 공간이다. 하지만 지금의 거실은 가족 모두가 TV만 쳐다보고 정작 대화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거실에 IT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대화의 공간을 열어볼 수도 있다.
 
중소기업 임원인 B씨는 거실 소파에 앉아 오랜만에 딸과 함께 TV를 보고 있다. TV에서는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소식이 흘러 나온다. 그러자 딸은 며칠 후에 있을 인기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에 가게 해달라며 아빠를 조른다.
 
B씨가 그 아이돌 그룹이 누구냐고 묻자 딸은 탁상 위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로 아이돌 그룹을 검색한다. 그리고 그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를 검색해 B씨에게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 번도 접하지 못한 젊은 가수들의 노래와 춤이 낯설지만 이를 계기로 딸과 대화하는 시간이 즐거운 것도 사실이다. 내친 김에 아이돌 그룹의 이름을 검색하여 그들과 관련된 신문 기사를 읽기 시작한다. 딸은 요새 인기있는 아이돌 그룹을 전부 찾아가며 신나게 설명을 해주고, B씨는 딸이 가려던 콘서트에 같이 가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관련기사가 실린 신문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니 이번 한 주의 신간도서를 소개하는 기사가 있다. 평소에 아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는 글귀를 보고 소설을 다운로드 받아 두었다. 아내가 가져온 과일을 먹으면서 B씨는 방금 다운로드 받은 소설을 열어 아내에게 보여준다. 그리고는 지난 일년 간 아내가 구매해 읽은 책 목록을 보며 내용을 물어보기도 하면서 대화를 이어간다.  
 
휴대전화나 PC를 통한 브라우징은 공간의 특성상 개인적 관심사에 대한 내용이 많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족 모두가 모일 수 있는 공간에서 브라우징이 된다면, 그것을 화제 삼아 대화하고, 우리 가족 개개인의 관심사와 취미를 좀 더 잘 이해하게 되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이제는 공간에 주목할 때 
 
IT 기기가 생산성의 도구를 넘어선 지는 오래되었다. 최근의 IT 기기는 소비자의 생활을 도울 뿐 아니라, 행복과 안락함을 주는 파트너로 발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IT 기기는 고객이 무엇을 하는지 뿐만 아니라, 그 일을 ‘어디서’, ‘왜’, ‘어떻게’ 하려고 하는 지까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간의 의미, 공간 활용 방식의 변화 가능성, 그리고 공간 가치를 새롭게 창조하는 아이디어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간에는 소비자가 기기를 통해 하고자 하는 일 뿐만 아니라 기기를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힌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IT 기기의 소구점 역시, 기능에만 집중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데이터 용량,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웹 브라우징 속도 등은 고객이 기기를 통해 하고자 하는 일을 도와주는 좋은 기능이다. 하지만 고객이 기능에 대해 불편을 느끼는 게 아니라,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아무리 좋은 기능을 홍보한다 해도 마음이 움직여 지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필요한 것은 소비자가 활동하는 공간에 대한 다각적이고 다면적인 관찰이다. 예컨대 IT 기기의 소외 계층이라 치부되었던 주부나 중년 남성, 노인층에게는 그들 나름의 니즈와 기기 활용 방식이 존재할 것이다. 이들이 어떤 공간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생각해 보고, 그 속에 IT 기기를 집어넣어 보아야 한다. 주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태블렛 PC,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TV 시스템 등 다양한 가치와 아이디어들이 도출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용 시나리오를 고객에게 전달한다면, 고객 스스로가 ‘저 IT 기기는 나를 위해 만들어진 기기구나’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끝>

◎젊은 소비 시장 인도, 이제 시작에 불과



LG경제연구원 '젊은 소비 시장 인도, 이제 시작에 불과'

인도 소비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소득과 자산가치가 증가하고 신용카드 등 소비금융시스템의 제도화가 확대됨에 따라 소비가 강하게 추동되고 있다. 농촌구매력이 증가하고 있고 도시 젊은층과 직업여성 등 신흥소비계층도 커지고 있다. 중국보다 유소년 인구가 많은 젊은 나라 인도의 최근 소비팽창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힌디(Hindi) 성장률 제약 돌파의 주역, 소비 
 
그 동안 인도 경제는 소비가 주도하는 내수중심의 성장을 해 왔다. 2000년대 들어 글로벌 IT 서비스 산업의 호황은 오랫동안 소위 힌디 성장률(실질경제성장률 3~5%)이라 불리던 제약에서 벗어나 8~9%대의 고성장기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경제 성장에 힘입어 소득이 늘어난 가계는 다시 소비지출을 늘림으로써 성장의 선순환에 힘을 보탰다.  
 
소 비와 서비스업 중심의 경제성장 구조는 글로벌 금융위기, 세계경기 침체와 같은 외부 충격을 잘 견뎌내면서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에도 일조했다. 세계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2008년 소비가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기여한 정도는 투자가 성장에 기여한 것의 2.1배에 달했다. 경기침체를 겪은 직후인 2009년 말에는 소비지출의 크기 자체는 줄어들었지만, 국내총생산 증가에 대한 기여에 있어서는 투자의 3.7배로 경기회복 주도에 여전히 소비의 기여가 컸음을 보여 줬다(<그림 1> 참조).  
 
씀 씀이가 커진 인도 가계 
 
2008년 실질 구매력 평가기준(PPP)으로 인도 경제는 미국(14.2조 달러), 중국(7.9조 달러), 일본(4.3조 달러)에 이어 세계 4위(3.4조 달러) 규모다. 인도 소비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는 근거들 중 하나다. 이 같은 잠재력은 내수(특히 소비)에 의지하여 세계경기 침체로부터 온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조했다.
 
글 로벌 금융위기는 인도 경제의 고성장에도 제동을 걸었다. 2008년까지 지속 증가하던 가구당 실질총소득은 2009년에는 4.8%, 실질가처분소득은 3.1%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소비지출은 오히려 2.2% 늘었다(<그림 2> 참조). 2009년 4분기만 놓고 볼 때는 전기 대비 17.1%나 증가했다.
 
기간을 조금 넓혀서 보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가계의 연평균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7.8%였음에 비해 같은 기간 소비지출 증가율은 11.4%를 기록, 0.6% 증가에 그친 저축과 대비된다. 세계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인도 가계의 소비지출이 늘어났음이다.  
 
가계 소비의 증가는 물가상승률 또한 빠르게 끌어 올리고 있다. 지난 2월 도매 및 소매물가상승률은 각각 9.9%와 15.8%를 기록했다. 하지만 소비증가세는 급격한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그림 3> 참조). 과열 조짐을 보이는 경기를 안정시키기 위해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 3월과 4월 이례적으로 기준금리(Repo 금리)를 연속으로 올리는 조치를 취했다. 또한 그 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취해졌던 유류 및 식료품 등에 대한 보조금 규모도 줄였다.
 
소비 팽창, 일시적 현상 아닌 구조적 변화다 
 
이처럼 물가가 급등하고 정부가 각종 보조금 축소에 나설 정도로 가계소비가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침체기 동안 억제됐던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지출이 늘어난 기저효과도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도 소비자들의 구매력 자체가 커졌고 소비패턴에서도 재량소비(Discretionary Spending) 비중이 증가하는 등 구조적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소비를 추동하는 주변 여건이 성숙되어 가고 있다. 가계를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 상품들이 다양화 되고, 미래 소득을 앞당겨 쓸 수 있는 신용카드, 직불카드 등 현대화 된 전자방식 지급결제서비스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마이크로 파이낸싱 등 저소득층과 빈곤층을 타겟으로 해 소득계층 별로 지출을 유도하는 금융시스템이 제도화되고 확대 중에 있는 점도 소비를 견인하는 요인들이다. 기타 농촌구매력의 증가, 도시 젊은층과 직업여성 등 신흥 소비계층의 등장도 마찬가지다.
 
우선 소비 증가의 근원적 추동력은 민간(가계)의 근로소득과 금융자산 등 부의 증가에서 나온다. 도시 근로자 기준으로 본 인도 가계의 연 실질 근로소득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1.8배 가까이 크게 증가했다. 이 시기는 IT산업의 급성장 등에 힘입어 경제가 8~9%대의 고성장을 했다. 그 결과 업종 전반에 걸쳐 임금상승률이 크게 증가함으로써 가계의 근로소득도 크게 늘었다.  
 
근로소득의 증가도 컸지만 인도 가계의 부에서 더 크게 늘어난 부분은 자산이다. 인도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00년까지 가계부채증가율은 28.3%였다. 이 수치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234.7%로 크게 증가했다. 2000년 초 금융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외자계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소매금융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계 소비에 불을 지핀 결과 가계 대출 등 부채규모가 빠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전체 가계의 자산 증가 규모는 이보다 더 컸다. 가계부채 규모는 1994년부터 2007년까지 337억 달러 증가했음에 비해 자산은 1,256억 달러가 늘어 부채에 비해 자산이 3.7배 더 크게 늘어났다(<그림 4> 참조).
 
이렇게 볼 때 가계부채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산증가 규모가 더 커져 인도 가계 전체적인 부가 늘어남으로써 소비 증가세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가계가 보유한 전체적인 부의 증가로 실질 가처분 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증하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림 5> 참조).
 
물론 가계의 소비증가에 있어 장애요인이 없지는 않다. 개인별 상환능력에 대한 엄밀한 평가 없이 남발됨에 따라 2008년 7.5%에서 지난 해 13%까지 급증한 신용카드 연체율, 부동산 자산 버블 붕괴 가능성, 성장에 주안점을 둔 정부의 각종 하위 소득계층에 대한 지원 축소 등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요인들도 잔존해 있어 향후 소비증가를 견제하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그림 6> 참조).  
 
소비의 구조적 증가를 뒷받침 하는 두 번째 요인으로는 농촌 구매력 상승을 들 수 있다. 최근 도시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도시 구매력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인도에서 도시와 농촌을 놓고 볼 때 아직까지 구매력에 있어서는 농촌의 구매력이 더 크다. 전체 인구의 70%가 농촌에 거주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에서 농촌이 차지하는 비중도 1982년 41%에서 지난 해 53%까지 꾸준히 늘어온 탓이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 증가에 대한 기여에 있어서도 농촌은 도시의 두 배다. 인도에서 농촌 구매력을 무시하거나 저평가 해서는 안 될 이유다. 이런 농촌 구매력이 세계경기 침체와 농산물 작황 타격으로 침체되어 있다가 최근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소비증가를 더 크게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9~10%의 실질경제성장률을 목표로 하는 인도 정부가 농업 등 1차 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해서든지 강화하려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세 번째 소비 증가의 추동력은 도시 신흥중산층의 성장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신흥중산층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형성해 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 부여를 할 수 있지만 단순히 구매력 크기 자체만으로는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사실 인도에는 중산층 분류 기준이 엄밀하지 않다. 세계은행, 유엔 등 분석기관마다 기준이 달라 일률적으로 말하긴 힘들다. 공신력 있는 정부산하 기관인 인도 국가응용경제연구소(NCAER)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준으로는 연 소득 4,460달러에서 22,300달러 사이에 속한 가구들로 넓게 펼쳐진 상태다(2009년 달러화 환율 표시 기준).  
 
이 기준으로 볼 때 현재 전체 인구의 13~15%정도인 약 1억 5천만 ~ 1억 7천만 명 정도가 중위 소득계층에 해당된다. 구매력에서 보면 전체 민간 소비지출의 25~30% 정도를 차지한다. 따라서 소비지출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고소득층을 제외하면 아직은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하위 저소득 및 빈곤층이 소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봐야 한다.
 
더욱이 인도는 국민건강보험체계 등 사회안전망이 아직 제도적으로 구비 안돼 있기 때문에 가계의 저축률이 38%에 달한다. 현금자산을 보유해 질병 등 미래 위험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8년 전체 의료비 지출에서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비율은 89%였다. 이 때문에 80%가 넘는 하위 저소득계층은 소득의 40~50% 가까이를 저축함으로써 비상시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계의 현금 가처분 자산보유는 최근 다양한 금융상품과 기법들이 소개되면서 투자를 통한 자산소득 증가 욕구를 자극함으로써 인도 소매금융 시장을 급성장 시키고 있다. 2004년 대비 세 배 이상 커진 주식시장과 주택 등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 등으로 늘어난 가계 금융자산 소득은 또 하나의 소비급증 유발 요인이다(<그림 7> 참조).
 
향후 인도 소비시장 변화에서 주목할 포인트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 소비시장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자 할 때 향후 어떤 변화들에 주목해야 할지 살펴 보자. 인도 소비시장의 팽창을 유발할 요인들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유들이 제시되고 있다. 앞서 살펴 본 근로소득 상승, 주가와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 외에도 경제활동인구 증가, 고용 증가, 빈곤층 감소와 중상류층 확대, 도시화 가속, 소비자신뢰지수 상승, 외국자본 유입에 따른 유동성 증가 등 다양하다.
 
모두가 소비를 늘리는 데 기여할 환경변화 요인들이다. 그렇다면 이 같이 다양한 요인들 중에서 기업의 향후 인도 비즈니스 관점에서 인도 소비시장을 바라볼 때 주목해야 할 구조적 변화 요인들은 무엇일까. 첫째는 인구구성비, 연령 변화 등 인구동학적 측면의 구조적 변화다. 둘째는 인도 경제의 성장이 도시와 농촌간 소득격차를 줄이면서 성장하는 과정에 있으며 하위 소득계층과 빈곤층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농촌 구매력 증가 속도가 도시보다 더 빠르다는 것이다.
 
우선 인도는 젊은 나라다. 2007년 중국의 만 14세 미만의 아동 및 유년 인구가 약 2억 7천만 명 수준에 비해 인도는 3억 명이 넘는 연간 인구증가율에 있어서는 중국이 0.5%임에 비해 인도는 1.5%를 보여 젊은 인구의 증가속도가 빠르다. 30세 이하의 인구가 인구의 60%를 차지하며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2025년 경에는 전체 인구가 중국을 추월하게 된다. 또 여성의 사회진출이 2007년 30%로 이제 막 본격화 되가는 중에 있다. 향후 인도의 소비시장을 볼 때 인구구조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신 세대 젊은층(25~35세)은 소비구매력을 구비한 경제활동인구의 본류라는 점과 이들이 향후 인도 소비 트렌드를 주도할 세력이다. 국가응용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회복 과정에서 젊은층은 자동차, 가전 등 내구재 소비에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100%가 넘는 소비증가율을 보였다. 또 헬스케어, 통신, 미용, 교육, 레저 등 서비스 분야의 재량적 소비지출이 크게 증가했다(<그림 8> 참조).
 
2000년에 이미 평균 연령 32세를 넘긴 중국에 비해 현재 평균 연령 25.7세의 젊은 인도는 10년 후 경제활동인구 증가율에 있어서도 중국, 러시아 등 다른 신흥개도국과 비교할 때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유엔은 2025년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비율에 있어 인도는 10% 수준인 반면 중국은 17%, 러시아는 22%로 젊은 세대의 구성비에 있어 인도가 상대적으로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구매력을 갖춘 젊은층의 재량지출 소비증가가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월마트, 까르푸, 메트로, 테스코 등 글로벌 소매유통기업들과 판타룬, 타타, 릴라이언스 등 인도 로컬 유통기업들은 이러한 점에 주목, 이들을 주요 타겟 소비자층으로 삼고 있다.  
 
여 성의 사회진출 본격화에 따른 직업여성층의 구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의 소비성향은 가정주부에 비해 평균 1.5배 높다. 또 최근 릴라이언스 리테일(Reliance Retail)이 분석한 인도 소비시장 10대 트렌드에 따르면 가정 내 구매의사 결정에 있어 미디어 등에 대한 노출도가 커서 각종 정보에 밝은 1,20대 자녀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인도 소비시장을 볼 때 고려해야 할 두 번째 구조적 변화 요인은 농촌의 구매력 증가다. 일반적으로 인도의 상권은 크게 4개 권역으로 나뉘는 데 권역마다 다른 시장으로 봐야 한다. 특히 대도시가 아닌 지방 중소도시들만 해도 각기 특성이 다양하다. 이런 면에서 전체 가계의 가구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한 접근도 중요하지만 지금 인도 소비시장을 보다 입체적으로 보고자 할 때는 도·농간 등 지역적 기준에 기초한 비교가 더 중요하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1980년대 중반 도시 평균소득이 농촌보다 1.8배 컸으나 지금은 3.5배로 격차가 벌어졌다. 이에 비해 인도는 도·농간 소득 격차가 90년 초반 평균 3.9배에서 2007년에는 2.7배로 줄어 들었다. 농촌부문이 인도 경제의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82년 41%에서 2007년 62%까지 늘었다.  
 
농촌 내에서도 어느 정도 산업기반이 갖춰진 중소도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구 500만 명 이상의 8대 도시의 소비지출 비중은 2005년 전체의 40%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25% 정도로 떨어졌다. 오히려 인구 10~30만 명 정도 규모의 농촌 소도시가 지난 해 전체 소비지출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당장의 단기적인 수익관점에서는 도시 중산층이 주요 소비계층이겠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잠재 구매력과 성장 속도를 볼 때는 하위 소득계층과 농촌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다.  
 
타 타 그룹이 초저가 자동차를 내 놓고 저소득층과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조립식 주택개발 등 인도인들의 가격 민감성을 고려한 소위 인도베이션(Indo-vation) 혁신을 추구하는 것도 도시와 더불어 농촌 구매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 때문이다. 릴라이언스와 판타룬(Pantaloon) 등 로컬 대기업들이 소매유통망 거점을 늘리는 데 있어 도시보다 두세 배 많게 농촌 유통망을 늘리고 있는 이유도, 통신사업자 바르티 에어텔(Bharti Airtel)이 초당 최저가 요금제를 택하고 있는 이유도 농촌과 하위 소득층의 구매력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인도의 로컬 기업들은 증가하는 농촌의 하위 소득층 구매력에 주목해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에 비해 각 지역의 세세한 실정까지 파악하기 힘든 외자 기업들에 인도 비즈니스 성공은 매우 어렵다. 로컬 기업들이야 인도인의 소비성향과 지역적 특성에 밝아 무엇을 어디서부터 공략해야 하는지 익숙하지만 외자기업들은 시장 조사에만 수 년의 시간과 비용을 쏟아 부어도 인도 내 거점침투와 안착에 성공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힌두스탄유니레버(HUL), 네슬레, 로레알 등 인도인들에게 국민브랜드라는 말을 받아가면서 성공하는 외자기업들이 있다. 이들 기업들은 인도 시장을 오로지 수익관점의 공략대상만으로 보지 않고 기업과 인도가 상생하는 협력자 관계로 보고 사회책임경영을 펼치는 등 현지화 전략에 매진했음을 알 수 있다.  
 
일례로 썬라이트 비누를 출시하면서 1888년 인도에 진출한 유니레버 계열의 힌두스탄유니레버 같은 경우 현재 인도 소비재 시장의 50% 가까이를 점하고 있다. 인도에 좋은 것은 유니레버에게도 좋다라는 모토하에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맞춤 제품을 통해 인도인들보다도 더 인도인을 걱정해 주는 기업이미지를 구축했다. 그 결과 수 십년 간 영업이익률 두 자리 수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가 주도하는 성장 상당기간 지속될 것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닐슨(Nielson)은 지난 5월 전 세계 55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소비자신뢰지수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인도는 140점 만점에 127점을 받아 1위를 기록했다(세계 평균은 92). 고용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조사 대상의 25%가 매우 낙관적이고 66%가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등 인도 경제의 성장과 소비증가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9> 참조).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에 의한 일시적인 소비지출 하락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인도 경제는 여전히 소비와 투자 중심의 내수주도형 성장 경로를 밟으면서 성장할 것이다. 특히 인도 정부의 재정적자 급증으로 추가적인 정부 지출 증대가 어렵고, 가용한 자원은 수출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부문에 들어가야 할 예산제약을 생각한다면 인도 경제 성장에 있어 민간소비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진다.  
 
또 현재의 젊은 소비층과 더불어 미래 잠재적 젊은 소비계층 인구가 매우 두텁고 농촌 및 소도시 지역의 활성화가 크게 진전될 것이라는 점도 인도 소비시장의 팽창이 이제 시작에 불과함을 시사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