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5일 일요일

◎2010-2015 글로벌 경제환경 전망

LG경제연구원 '2010-2015 글로벌 경제환경 전망'

 

최근 전해지는 각국의 경기 호전 소식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세계경제는 올해와 내년에 걸쳐 높은 성장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회복은 경제위기 직후의 기저 효과와 미뤄두었던 소비와 투자 실현에 따른 반등의 성격이 강하며, 위기 이전 수준의 고성장세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성장기의 종료와 더불어 나타날 세계경제 트렌드의 두드러진 변화는 세계경제 지형도의 변화(Continental Shift)를 꼽을 수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 경제권의 역할이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의 뒤를 이어 인도와 아세안이 새롭게 부상할 전망이다. 투자와 소비의 허브 역할을 담당할 거대도시(Mega City)의 부상도 눈 여겨 봐야 한다. 원자재가와 환율의 움직임은 과거에 비해 변동폭이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낮은 원화가치의 덕을 톡톡히 봤던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힘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개방 및 자유화 중심의 세계화 패러다임도 금융규제가 확대되고 정부 역할이 커지는 등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를 모색할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의 충격은 일견, 매우 쉽게 지나간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저성장이라는 만성적인 위협,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시장과 경쟁 환경의 부상, 수익성에 직접 타격을 줄 원화가치 절상 등의 위협 요인이 다가오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목 차 > 
 
Ⅰ. 세계경제의 고성장 시대 종료
Ⅱ. 경제적 지형도 변화 가속화
Ⅲ. 유가 및 환율, 완만한 변화 예상
Ⅳ. 뉴노멀(New Normal)기의 세계화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를 전하는 소식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리스 등 일부 국가에서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EU, 중국, 브라질 등 세계 주요국의 경제 활력이 조금씩 살아나는 추세이다. 소비와 투자가 늘면서 고용 사정이 개선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연 세계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겨울을 지나 본격적인 봄날을 맞이한 것일까?  
 
이 글에서는 향후 5~10년 간 세계경제의 성장 경로와 그 과정에 나타날 구조적 변화들을 세계경제의 네 가지 중요한 트렌드를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먼저, 세계경제의 흐름에 대한 진단이다. 최근 나타나는 회복 신호의 진정한 의미와 그 뒤를 이어 나타날 고성장 시대의 종언 가능성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변화의 모습을 소개한다. 다음으로는 컨티넨털쉬프트(Continental Shift), 즉 세계경제 지형도의 재편 방향과 속도를 이야기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개도권의 부상과 중국의 굴기(떨쳐 일어남) 가능성 및 그 파장에 대해 살펴본다. 세 번째로, 지난 5년 여 간 세계경제를 긴장시켰던 유가와 주요 통화 환율의 움직임 및 그 배경을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위기를 통해 드러난 세계화 패러다임의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세계화의 새로운 특징들에 대해 조망하고, 우리 기업들이 기억해야 할 주요 포인트를 소개한다.  
 
 
Ⅰ. 세계경제의 고성장 시대 종료 
 
 
세계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충격에서 벗어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인도 등 거대 개도국이 수요의 버팀목이 된 가운데 각국의 금융시장 안정 대책, 대규모 경기부양이 수요위축의 악순환을 끊고 경기를 회복국면으로 돌려놓았다. 경기대책 규모나 환율여건 등에 따라 각국별 경기사이클은 다르게 나타나지만 세계경제 전체적으로는 전 분기 대비 1% 내외의 빠른 성장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점차 축소될 것이지만 위기 상황에서 미루어두었던 내구재 소비가 재개되고 이에 따라 세계교역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민간부문의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0.7%로 마이너스 성장했던 세계경제는 올해 3% 대 중반으로 성장세가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올해의 높은 성장은 세계적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지난해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던 데 따른 영향이 크다. 각국의 저금리 정책 지속과 경기부양의 효과로 경제 불안심리가 줄어들면서 그 동안 미뤄두었던 소비를 재개하고 기업들이 다시 재고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성장의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세계경제는 2000년대 중반 평균 4% 이상의 고성장세로 다시 복귀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의 고성장 메커니즘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세계경제의 고성장은 저금리와 금융시장 과열 등에 따른 유동성 급증으로 자산가격에 거품이 발생하고 고평가된 자산가격에 기반해 선진국, 특히 미국의 소비가 과도하게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선진국의 소비수요 확대로 세계교역이 활발해지면서 개도국들은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충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선진국 소비 고성장의 전제조건은 자산가격의 빠른 상승, 금융기관의 기민한 유동성 창출, 달러화에 대한 강한 선호 등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향후 수년간은 이러한 추세가 재개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산가격의 회복 및 미국 은행들의 대출기능 정상화에는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최근 미국에서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이에 따라 저축률이 떨어지는 등 소비 중심의 성장이 재현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저금리 기조와 경기회복 기대심리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출구전략 시행으로 금리가 정상 수준으로 높아질 경우 저축을 통해 부채를 줄이려는 유인이 확대되면서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또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약화되면서 달러화가 중장기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이는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선진권의 디레버리지, 즉 부채를 갚기 위한 절약과 이에 따른 유동성 창출 능력 감소는 개도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차적으로 소비 수요가 줄어드는데 이어, 투자은행(IB) 중심의 프로젝트파이낸싱이 까다로워지고,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관련 의사 결정이 신중해지면서 개도권에 대한 투자 둔화도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적극적인 정부 지출을 통해 그 갭을 메워나가고 있고 선진권에 비해서는 훨씬 나은 형편이지만, 지난 10여 년 간 선진권으로부터의 투자 유입에 의존해 고성장세를 유지해 왔던 개도권 국가들 역시 자금 조달 비용 상승에 대비해 새로운 방향 모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선진권, 민간소비 위축과 재정적자 부담으로 수요 견인력 감소 
 
향후 수년간 미국 등 선진국은 디레버리지(Deleverage) 과정을 겪으면서 수요를 견인할 능력이 과거보다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다. 개도국이 상대적으로 고성장 하겠지만 소비 견인력에 있어서는 선진국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GDP 규모는 개도국과 선진국이 엇비슷해졌지만 소비 측면에서는 아직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소비 조정과 함께 산업에 따라서는 과잉 부문의 설비 조정도 진행될 전망이다. 철강, 조선, 정유, 자동차 등 2000년대 개도국을 중심으로 설비가 빠르게 확장된 제조업 부문에서 과잉설비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 부문은 그 동안 전세계 설비투자 확대를 주도해 왔으나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 한계 기업을 중심으로 과잉설비의 도태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전반적인 설비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부채 문제도 선진국 경기회복의 중요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위기 극복 과정에서 주요 선진국들은 재정적자를 GDP 대비 10% 가까운 수준으로 급격히 늘렸고 이에 따라 국가부채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민간부문 부채가 정부부문으로 이전된 것으로 해석되는데 결국 정부의 부채문제 해결이 향후 세계경제의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IMF 분석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들은 매년 재정적자를 줄여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GDP 1% 규모의 정부수요 감소 효과가 나타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부문의 수요 위축에 따른 성장 저하 효과는 재정적자나 국가부채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개도국보다는 선진국에 집중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자재 공급 제약 문제는 성장률을 제한하는 상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2007년 이후 유가의 빠른 상승은 세계경제가 매년 4% 이상의 고성장을 감당할 만큼 자원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신재생에너지, 녹색자원 등 대체 노력이 이루어지겠지만 당분간 자원공급 측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수요의 둔화로 원자재 문제가 성장을 크게 제약하는 요인으로 직접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일시적인 수요팽창 시기마다 상승 움직임을 보이면서 성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할 때 세계경제 성장률은 중기적으로 3%대 초반 수준에 머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세계경제가 2000년대 이전의 성장세로 회귀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플레 요인 해소, 인플레 요인 증가로 물가 불안 가능성 대두 
 
물가는 과거의 안정세를 찾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대 중반,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유가가 30달러 대까지 내려가는 등 자원가격이 낮았던 데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급이 세계물가와 임금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자원가격은 전통 에너지 부문의 공급 능력 축소로 말미암아 상승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발 디플레 압력도 점차 약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고성장으로 일인당 소득이 높아지면서 이것이 임금을 통해 제품가격에 반영될 것이다. 또한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 과정에서 위안화가 꾸준히 절상되면서 중국산 제품의 수입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정책적으로 높은 인플레를 용인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도 있다. 최근 IMF 보고서에서 나타났듯이 물가와 명목금리를 높게 가져가는 것이 경제위기 발생시 정책여건을 유리하게 할 수 있다. 더욱이 국가부채 문제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인플레를 통한 부채부담 축소 유인도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국가부채 부담으로 재정정책의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경기 위축시 통화확장 정책을 사용할 유인이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경제 성장세의 둔화로 인플레 압력이 크지는 않지만 과거 고성장 저물가 시기보다 다소 높은 물가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의 변동성 확대 
 
2000년대 세계경제는 고성장과 함께 경기변동의 폭이 크게 줄어들면서 大안정기(Great Moderation)라고 명명된 바 있다. 경제안정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지적되는데 중국의 빠른 생산성 상승에 따른 글로벌 물가안정 효과가 컸다는 점, IT 버블 붕괴 이후 외부 충격이 크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정부의 경제안정화 정책이 효과를 거두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 발 물가안정 효과가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금융 및 재정 부문의 취약성으로 세계경제에 충격을 줄 리스크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당분간은 국가 재정 부문의 리스크가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주요 선진국들이 재정적자 축소에 나서고 국제기구 설립 및 국가간 공조 확대 등의 재정위기 대응책을 마련해가겠지만 국가에 따라서는 적자문제 해소가 지연되는 경우도 존재하게 될 것이다.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는 국가들이 성장률 저하를 우려해 인위적 경기부양을 실시하는 등 파퓰리즘 정책을 지속할 경우 해당 국가에 대한 신뢰 저하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해질 수 있다. 이들 국가들이 국채발행 실패로 디폴트 선언에 이르면 글로벌 은행 부실 확대에 따른 신용경색과 함께 부도위기가 확산될 우려도 배제하지 못할 것이다. 민간부문의 부채는 정부부문이 떠안으면서 해결이 가능했지만 정부부문의 부실은 이를 해결할 주체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전반적인 리스크 요인의 상존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경기조절 능력은 과거보다 저하될 것으로 판단된다. 서브프라임 위기를 통해 통화정책만으로는 부양효과가 충분치 않으며 재정정책이 중요하다는 점이 부각되었지만 국가부채가 누적되어 있는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충분한 정도의 재정확대를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분간 세계경제는 리스크 요인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하는 가운데 경기의 변동성도 과거에 비해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금융 부문 회복세 나타나겠으나 과거 호황기에는 못 미치는 수준 
 
실물경제의 저성장 추세는 향후 국제금융시장의 안정과 기능회복에도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 등 선진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 장기화라든지 몇몇 나라에서 나타날 지 모를 가계 및 기업의 부실증가, 정부부채 부담 등의 불안요인들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경제주체들의 위험회피성향이 위기 이전 세계경제의 고성장기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금융활동에 대한 규제와 감독 또한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1930년대 대공황을 겪은 미국에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사업영역의 엄격한 분리원칙이 나타났었던 것처럼, 최근 미국 오바마 정부가 제안한 금융기관의 사업영역 및 시장점유에 대한 제한도 향후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간 공조의 틀을 통해 확산,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제금융시장은 위기로부터의 완만한 회복과정을 지속하면서도, 유동성 창출과 국가간의 자본이동에 있어서는 2000년대 중반과 같은 활발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금융산업을 선진국 경제에서 자리해 온 주요 성장산업으로서의 위상 또한 상당부분 위축될 것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규제와 감독이 강화되고, 여기에 재정건전화 과정에서 전반적인 조세부담까지 늘어나면 선진국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상당수 금융회사들로서는 투자활동의 근거지를 홍콩 같은 신흥경제권으로 옮길 유인마저 가지게 될 것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선진국 대비 개도국 및 신흥경제국가의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 그리고 이들 국가에서 소비, 인프라투자 등 내수경제 기반의 확충은 해외투자 유치를 위한 매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으나 글로벌 유동성 위축에 따른 전반적인 둔화 추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일 전망이다.
 
 
Ⅱ. 경제적 지형도 변화 가속화 
 
 
이와 같은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 속에서 경제력의 중심이 태평양 동쪽에서 서쪽으로 옮겨가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2015년에는 개도권의 소득 2만 달러 이상 인구가 8억5천만 명으로 늘어나 선진권의 8억 명을 추월하고, 특히 소득 수준이 연간 4만 달러를 넘어서는 고소득층 인구가 9천만 명에서 2억1천만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시장의 중요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개도권의 역할이 생산기지 중심으로 제한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앞으로는 소비시장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전세계 소비시장의 국별 점유율 변화를 추정한 결과, 미국과 유로존, 브라질 등 태평양 동쪽 지역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43.5%에서 2015년 42.3%로 줄어드는 반면, 서쪽 지역 국가들의 비중은 24.3%에서 30.3%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개도권에서 이런 변화가 두드러져 태평양 서쪽의 아시아 국가들이 중남미나 동유럽 국가들에 비해 더 빠르게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티넨탈쉬프트의 주축은 중국 
 
중국 내부에서는 인정을 미루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중국이 G2 국가로 성장했음을 인정하고 있다. 중국 역시 과거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자신의 실력을 숨기며 때를 기다리는 전략에서 세계 각국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강조하는 ‘화평굴기’로의 노선 전환을 선언한데 이어, 2010년대 중반부터는 ‘화해세계’ 등 조금 더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며 ‘환골탈태’ 하는 신중화주의 시대로의 ‘굴기’ 움직임을 본격화 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 측면만을 놓고 보면, 중국은 이미 여러 부문에서 선진권에 대한 ‘따라잡기(catch-up)’ 단계를 넘어선 상태이다. 광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정부 주도의 미래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 중이며,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15%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저임 전통 산업의 경쟁력 약화에 대비하고 자원 및 차세대 산업 분야에서의 경쟁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해외직접투자 확대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 통신 시장에서 독자적 3G 표준을 제정해 성공한 것이나, PDP TV를 누르고 LCD TV 분야에서 완승을 거둔 사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세계 500대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 있는 상황에서는 각 산업 분야의 글로벌 표준 경쟁 역시 중국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될 여지가 크다.  
 
중국의 G2 전략은 비경제적인 분야에서도 두드러질 전망이다. 미국에 대해서도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을 만들기 위해 규모의 경쟁력에 기반한 평화적 팽창주의 전략을 앞세워 대양해군 육성, 우주전 능력 배양 등 다양한 형태의 군사작전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주변국과의 경쟁에서 자국의 이익을 강하게 관철시키기 위해 아세안, 인도, 러시아 등의 인접국 외에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 세계 각국과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각종 국제기구 내 지위 향상을 위해서도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물론 G2로의 굴기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시장경제와 체제 간 모순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내륙개발 수요가 막대해 상당 기간 고성장이 가능하겠지만 그 과실은 대도시에 편중될 것이라거나, 도농 간, 도시 내 빈부 격차 심화로 2013년 이후의 차세대 지도부 통치기간 중에 사회적 안정성이 흔들릴 것이라는 등의 우려가 적지 않다.  
 
미국과의 갈등 역시 쉽지 않은 과제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 정부의 개입주의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환율, 무역수지 등 여러 분야에서 두 나라의 이해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두 나라 모두 상호 간의 경제적 영향력과 의존도가 워낙 커 섣불리 강경책을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위안화 절상, 시장 개방 등 양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분야의 조정 과정에서 크고 작은 파열음이 예상된다.  
 
포스트 중국은 인도와 아세안 
 
향후 중국의 뒤를 이어 고성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나라로는 인도와 아세안(ASEAN)이 꼽힌다. 인도와 아세안은 2015년까지 매년 5~8%의 고성장을 기록해 두 나라의 소득 1만 달러 이상 인구가 1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브라질, 러시아, 멕시코, 터키 등도 구매력을 갖춘 인구가 꾸준히 늘면서 그 뒤를 이을 국가들로 꼽힌다.  
 
특히 인도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초반 외국자본이 급격히 이탈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600억 달러에 달하는 신속한 경기부양 정책 실시로 침체를 막아냈다. 지난 3월에는 정책 금리를 전격 인상, 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먼저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자산버블 위험성과 농업 등 1차 산업의 기후변화 리스크,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리스크, 루피화 강세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확대 가능성 등의 위험요인이 숨어 있긴 하지만 지난해 출범한 신정부가 위 변수들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뭄바이, 델리, 자카르타 등 인도와 아세안 지역 도시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도권 내수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메가 씨티(Mega City)’, 즉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서는 거대도시의 경제적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거대도시의 성장을 통해 도시 건설 인프라 투자가 늘어나고 도시형 소비 수요가 주변 지역으로 신속히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경이 인접해 있는 인도와 아세안 주요 도시의 성장은 특히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진권 내에서도 회복 속도 차 확대  
 
전반적으로 개도권에 비해 선진권의 회복이 더딘 가운데, 선진권 내에서도 각국이 처한 거시경제적 제약에 따라 그 속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유럽과 일본의 부진이 특히 두드러진다. 적극적인 경기 부양과 내수 확대 추진을 통해 성장 활력을 이어가는 개도권과 달리 국가 채무 부담이 이미 상당히 커져 있던 이 지역 국가들은 이번 위기 극복 과정에서 집행한 추가 지출로 국가 채무가 한계 상황에 도달해 경기를 부양할만한 별다른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유로존은 올해 0.7% 성장에 이어 2011년 성장률이 0.4%에 그치는 등 선진권에서 가장 부진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일본의 성장률 역시 2010~2015년 평균 0.8%에 불과할 전망이다.
 
유로존이 이처럼 어려워지는 것은 그리스를 비롯한 PIGS 4개국의 재정적자 부담이 워낙 커 유로존 주요국에게까지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유로존 내 의견 조율 실패로 자칫 어느 한 나라의 재정위기가 최고조에 이르기라도 한다면 그 파장이 서유럽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에 반해 미국은 다소 형편이 나아 2010년에 2.7%에 이어 2010~2015년 평균 2.1%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호주, 한국 등 상대적으로 국채부담이 적은 후발 선진국들 역시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훨씬 나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Ⅲ. 유가 및 환율, 완만한 변화 예상 
 
 
성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완만한 유가 상승  
 
국제유가는 개도국 중심의 세계 석유 수요 증가, 비OPEC 중심의 원유 공급 능력 확대 둔화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다만 석유 수요가 느리게 증가하면서 원유 공급 상황에 여유가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유가 상승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석유 수요는 선진국의 수요가 정체되는 가운데 중국 등 개도국과 중동 등 산유국의 수요 확대로 인해 연평균 1.1%씩 증가할 전망이다. EU,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에너지 사용의 효율화, 비화석 에너지 사용 확대 등을 추구하는 저탄소 녹색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경기 회복세도 더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석유 수요는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개도국의 석유 수요는 녹색성장 정책 추구에도 불구하고 산업화, 도시화 등 경제 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석유 공급 능력의 확대는 유전 개발 투자 위축으로 인해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저유가, 신용경색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 유동성 부족으로 유전 개발 투자가 감소하였는데 그 여파가 2012년경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극지, 심해 유전 개발로 인해 OPEC보다 더 많은 개발비용을 필요로 하는 비OPEC 지역에서 투자 위축이 크게 발생했기 때문에 원유 공급 능력 확대의 둔화는 비OPEC을 중심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공급량 조절을 통해 고유가를 추구하는 OPEC의 공급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요 증가, 공급 능력 확대 둔화로 유가가 상승할 것이지만 저성장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느려진 수요 증가세(과거 5년 연평균 증가율 대비 1.1%p 감소)와 높아진 세계 수요 대비 원유의 여유생산능력(과거 5년간 평균 대비 4.5%p 증가)으로 인해 그 상승세도 과거에 비해 둔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연평균 5.7%씩 완만히 증가하면서 2015년에는 평균 배럴당 110달러(WTI 기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9> 참조). 이 수준의 유가는 과거 2차 오일쇼크와 2008년 유가급등 시기와 비교해 보면 세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그림 10> 참조).  
 
달러, 완만한 약세 예상 
 
미 달러화는 단기적으로 강세가 예상되지만, 내년 이후 중장기적으로는 약세 국면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는 금융시장의 불안요인들이 아직 남아있는 데다, 하반기 또는 내년 FRB의 금리인상이 유로지역이나 일본보다 빠르게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달러 강세 요인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해소되고 실물경제가 회복되어감에 따라 안전자산으로서 달러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것이다.
 
가치저장수단으로서 달러의 매력도 반감되고 있다. 미국의 국영 모기지 업체가 발행한 채권은 이번 위기의 진원과 맞닿아 있는 위험자산으로 탈바꿈했으며, 실제로 중국 등 일부 개도국과 신흥시장 국가에서는 금융위기를 경과하면서 자신들의 외환보유액으로 달러표시 자산의 비중을 더 이상 늘리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당분간은 미국정부가 암묵적인 약 달러 정책을 펼 유인도 있다. 소비와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미국경제의 성장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겠지만, 재정지출의 지속적 증가가 불가능한데다 부채조정으로 인해 민간소비의 침체국면이 지속되는 동안은 달러약세를 통한 수출의 확대가 경제의 성장세를 유지시켜 주는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다.  
 
위기극복 과정에서 연간 GDP의 10% 수준을 상회하고 있는 연방재정적자의 누증도 향후 달러 약세 요인이다. 물론 미국경제가 재정위기에 빠져들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채무 및 재정지출에 대한 연방정부의 조절능력이 전세계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경제의 성장률이 크게 높아지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적자의 증가는 경제의 성장세를 제약하고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향후 달러 가치에 대해 잠재적인 약세요인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중장기 약세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달러화가 지닌 기축통화 지위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하반기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유로화와 엔화가 지닌 취약성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이러한 점에서 대미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막대한 달러표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개도국 및 신흥시장국가의 미 국채 투매 시나리오 또한 현재로서는 그 실현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유로 강세 전환은 유로 체제 보완 이후에나 가능 
 
금융위기 국면에서 달러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통화로 인식되며 약세를 나타냈던 유로화는 최근 불거진 재정위험에 대해서도 취약한 모습을 나타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이루어진 경제통합과, 그 결과로서 가능했던 남유럽 경제 고성장의 이면에 잠재해 있던 구조적 위험요인이 현실화된 것이기도 하다. 그리스, 스페인 등의 국가들은 실질실효환율의 고평가 상태가 지속됨으로써 무역적자가 누적되어 왔으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극복과정에서 정부부채도 크게 늘어났다. EMU에 기반한 단일통화정책과 국가별 재정정책간의 불일치 문제는 다소 느슨하게 운영되어 온 ‘안정성장협약(SGP)’에 의해 보완될 뿐, 문제발생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상대책 또한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못한 상황이다.  
 
역설적으로 최근 불거진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향후 유로화가 지닌 이러한 제도적 취약점들이 보완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역내 회원국이나 IMF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이 성공을 거두더라도, 그 후의 재정건전화 과정이 경기부진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ECB의 금리인상을 더디게 만들고 이는 한동안 유로화에 대해 약세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EMU의 보완과 더불어 유럽국가들의 재정건전화가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유럽경제의 회복세가 좀더 본격화되면 유로화는 달러 대비 강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저금리 지속, 엔 캐리 트레이드 확대 시, 엔화 약세  
 
2009년 초 하토야마 정부 출범 이후 달러당 80엔대 후반~90엔대 중반 사이에서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엔화환율은 일본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임으로써 내수부문의 회복에 기여한 반면, 수출부문의 경쟁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일본경제에서 수출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환율정책 기조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시기도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상당기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며, 인상폭 또한 크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캐리 트레이드의 조달통화가 달러에서 엔화로 전환되면서 엔화에 대한 약세압력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정부부채비율(GDP 대비 172%, 2008년)에도 불구하고 당장 일본의 재정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채무의 대부분이 자국통화표시 형태인 데다 민간순저축이 재정적자 규모를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건전화룰 위한 일본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경주되지 않는 상황에서 고령화로 인한 저성장 추세의 지속으로 재정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현재 AA 신용등급인 일본국채가격이 중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위안화 절상 통해 글로벌 불균형 완화에 기여 
 
최근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포기하지 않는 등 미국의 대중 간섭주의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불균형 완화를 위해서는 위안화 절상이 불가피하다는 국제사회로부터의 압력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무역불균형을 둘러싼 이러한 갈등 양상은 당장은 다소간의 진통과정을 거치겠지만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부의 기본적인 외교노선 또한 팽창주의, 패권주의를 지양하기 때문에 이러한 미·중간 긴장의 고조가 향후 파국으로까지 치달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논란 또한 오히려 양국간 본격적인 협상과 타협의 개시를 의미하는 측면도 있다. 중국정부도 수출을 통한 일방적인 성장보다는 중장기 대외균형을 이룬 경제모델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구매력 확대를 통한 국내소비의 증가와 더불어 위안화의 점진적 절상을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 위안화 환율은 2015년까지 현 수준으로부터 약 20% 내외의 폭으로 절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Ⅳ. 뉴노멀(New Normal)기의 세계화 
 
 
개방과 자유화를 강조해 오던 세계화의 규범(Normal)도 달라질 전망이다. 지난 1980년대 후반 이후 신자유주의 확산 움직임과 맞물려 정착된 세계화에 대한 전통적 규범(Old Normal)은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추구하고, 자유무역과 글로벌 생산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단일화된 글로벌 시장의 출현을 확신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전통적인 세계화 규범이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금융시장의 리스크에 둔감하고 시장자율의 폐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는 등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세계화에 대한 새로운 규범의 탄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향후 세계화의 뉴노멀은 국제공조, 금융규제, 보호주의 등 세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개도국의 발언권이 증대될 가능성이 높다. 위기 이후 개도권의 경제적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국제공조와 관련한 개도권 국가들의 발언권이 커질 전망이다. WTO/DDA, 포괄적 FTA 확대 등 선진국이 주창해오던 무역자유화는 점점 더 진척이 어려워지는 반면, 아시아, 중남미 등 일부 지역 국가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느슨한 형태의 경제통합체 구성 논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며, 글로벌 리더십 분야에서도 선진권 중심의 G8 보다는 개도권 참여가 확대된 G20의 위상과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형태의 보호주의 출현도 염두에 둬야 한다. 위기 직후 일부에서 우려했던 보호주의로의 회귀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각국 정부가 시장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환경규제, 기술표준, 선별적 사업 허가 등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보호주의 움직임은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나 대만 전자산업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가 한계 상황에 처하거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특정 기업이나 산업을 살리기로 결정할 경우 해당 시장에 대한 적극적 개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즉, 과거에는 정부의 역할이 시장의 룰이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감시하는 ‘심판’이었지만, 앞으로는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즉 작전을 짜고 경기에 직접 참여하는 ‘선수 겸 코치(playing coach)’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 동안 무소불위의 자유를 누렸던 금융산업 역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상당한 반발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번 금융위기의 피해가 워낙 컸던 탓에 규제는 불가피할 전망이며, 그 형태는 글로벌 자본이동에 대한 규제 장치를 신설하거나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는 등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사모 펀드의 레버리지 제약이나 글로벌 유동성 유입 감소 등으로 M&A 시장이 위축되고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과, 이를 계기로 금융시장의 건전성과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세계경제는 올해와 내년에 걸쳐 단기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는 경제위기 직후의 기저 효과와 미뤄두었던 소비와 투자 실현에 따른 반등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오히려 중장기적으로는 2000년대의 평균 성장률 4.0%보다 낮은, 즉 8, 90년대와 비슷한 3%대 초반 수준으로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높은 성장률과 빠른 시장 확대만을 경험해 온 우리 기업들로서는 구조적 저성장이라는 익숙지 않은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마음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성장기의 종료와 더불어 나타날 또 한 가지 두드러진 변화는 많은 전망 기관들이 지적하듯 중국을 비롯한 신흥 경제권의 역할 확대라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눈 여겨 볼 부분은 거대도시(Mega City)의 부상이다. 아시아, 중남미 등 개도권의 거대도시들이 투자와 소비의 허브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적 포커스 역시 전통적인 ‘국가’ 단위 대응에서 ‘도시’ 및 ‘도시 간 연결 네트워크’로 발 빠르게 옮겨가야 한다.  
 
지난 5년 간 세계경제의 변동성을 심화시켰던 원자재가격과 환율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더딜 전망이라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달러와 유로는 구조적인 한계로 말미암아 단기간에 절상 기조로의 전환이 어려운 형편이고, 중국 등 개도권 경제 역시 섣불리 자국 화폐의 평가 절상을 용인할 정도로 녹녹한 상황이 아니지만, 그 동안 낮은 원화가치의 덕을 톡톡히 봤던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힘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변화는 세계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등장이다. 지금까지 강조되어 오던 개방과 자유화 중심의 세계화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허들을 만나 새로운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선진권 기업과 시장 중심의 권력이 줄어들고 그 틈을 개도권 기업들과 각국 정부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 기업 대 기업의 경쟁에 익숙했던 우리 기업들로서는 심판에서 플레잉코치로 변신한 각국 정부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당혹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진출국 정부를 기업의 또 다른 사업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변화와 함께, 해당 정부와 산업 정책에 대한 조언을 주고 받고 이를 기업 전략에 반영함으로써 새로운 성장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방안도 생각해 볼만하다.
 
이번 금융위기의 충격은 일견, 매우 쉽게 지나간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저성장이라는 만성적인 위협,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시장과 경쟁 환경의 부상, 수익성에 직접 타격을 줄 원화가치 절상 등의 위협 요인이 다가오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변화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하는 기업은 머지 않아 진짜 위기의 실체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끝>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현 주소

LG경제연구원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현 주소'

차세대 디스플레이들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는 OLED, 3D, 터치, e-Paper,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이 있다. 3D TV는 컨텐츠와 인프라의 부족이 단기적으로 성장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으나 OLED는 기술구현을 위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제품의 상용화 시기가 점차 당겨지는 추세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는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숨어있는 필요를 발굴하여 충족시켜 주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현재 제품 개발 단계에 있거나 일부 제품화가 진행되고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들이 있다. 우선 올해 영화 ‘아바타’가 소개되면서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장하고 있는 3D TV와 모바일을 통해 제품화 되면서 대형 사이즈로 옮겨 가고 있는 OLED가 있다. 그리고 애플社의 아이폰을 통해 본격적으로 제품화 되면서 노트북 등에 대면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터치(Touch), 킨들 등의 e-Book을 통해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e-Paper가 있다. 이 이외에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중 OLED/e-Paper는 새로운 디스플레이 형태이고 3D/터치/플렉서블 등은 디스플레이 형태에 관련 없이 부가될 수 있는 기능들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시장에서 제품화 되기 위해서는 수요자 측면에서는 가치가 있어야 하겠고 공급자 측면에서는 제품/재료 기술, 장비 기술, 관련 인프라 등이 성숙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기술이 사장되거나 성장세가 꺾여서 시장에서 큰 빛을 보지 못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경우의 예로서 한 때 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던 FED를 들 수 있다. 과거 일본 Canon社가 제품화 하려고 하였으나 기술과 제조 원가 측면에서 LCD 제품 대비 경쟁력 확보가 요원하였기 때문에 차세대 디스플레이라고 불리기는 어려운 기술이 되어 버렸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성장 가능성에 대하여 제품 기술 차원뿐만 아니라 수요자 관점, 전후방 산업 인프라 측면을 포함하여 살펴 본다.  
 
3D TV 성장은 컨텐츠 확보가 관건 
 
● 3D 산업은 성장 중 
 
3D 입체 영상은 이미 180년 전 개발된 기술로 3D 산업은 1890년대와 1950년대에 크게 두 차례 Boom이 있었고 이번이 세 번째이다. 이번 Boom의 특징은 과거와는 달리, 영화 및 영화관 중심이 아니라 방송 및 TV 중심이라는 데에 있다. 과거의 Boom에서는 3D 시청으로 인한 소비자 피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산업 성장이 지속되지 못했다. 최근 3D 피로도가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한국/일본 TV 제조업체의 3D TV 제품화 노력과 ‘아바타’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3D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09년 FPD International에서는 패널 업체들이 다양한 3D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보이면서 관람객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어서 열린 ’10년 초 CES에서 대부분의 TV 세트 업체들은 안경 방식 3D TV를 전시하면서 제품화를 예견하였다. 특징이라고 하면 기술 선도를 하고 있는 한국/일본 업체 뿐만 아니라 중국 업체들까지 3D TV 개발과 전시에 가세를 했다는 점과 3D 기능이 LCD 뿐만 아니라 PDP, OLED 등의 다양한 디스플레이에도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현재 3D 기능을 추가하기 위한 부가 비용은 원가 기준으로 안경을 포함하여 100~200달러 수준으로 보여지며 향후 지속적인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 이슈는 컨텐츠와 관련 인프라 부족 
 
과거 두 차례 3D Boom의 사례에서 볼 때에 3D 산업 형성의 원동력은 3D 피로도 해결, 구매 가능한 수준의 3D TV 세트 가격, 컨텐츠 그리고 3D 방송/표준화 등의 관련 인프라로 볼 수 있다. 현재 피로도 해결과 TV 가격 문제는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컨텐츠 부족은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소비자들이 당장 3D TV를 산다고 해도 볼 수 있는 3D 영화나 방송 등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부 업체에서는 3D 블루레이 디스크 영화 등을 번들로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수량이 2~3편에 불과하다. 미국 헐리우드 영화사들이 지속적으로 3D 영화를 제작한다고는 하지만 당분간은 연간 30여 편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부 TV 세트 업체들은 기존 2D 컨텐츠를 3D로 실시간 바꾸어 주는 2D/3D 변환 칩을 내장하여 3D TV를 판매하고 있지만 이 기능이 제공해 주는 3D 화질은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평이다. 일본의 파나소닉(Panasonic) 社의 경우 변환 칩이 생성하는 3D 컨텐츠의 화질 저하로 인한 산업 성장 저하를 우려하여 제품에 관련 기능을 내장하지 않았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관련 인프라 구축도 해결 과제이다. 표준화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고 TV에서 3D를 보려고 해도 관련 3D 카메라, 송수신 장비 등의 방송 인프라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중장기적으로는 3D 디스플레이 성장  
 
3D 디스플레이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LED LCD TV 등과 같이 세트 제품 개발만으로 부족하다. 전후방 연관 산업 자체가 무르익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에 당장은 컨텐츠의 부족과 인프라 미약으로 3D TV가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장애 요인들이 서서히 극복되면서 산업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적으로 3D 컨텐츠와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 지고 있어 관련 사항에 대한 빠른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TV에 3D 기능 자체를 추가하는 데 소요되는 원가의 하락으로 소비자들은 큰 돈을 들이지 않고 3D 디스플레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OLED 대면적 제품의 조기 상용화 가능성 
 
●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대명사 
 
LCD가 차별성을 잃어 가는 현실에서 선도 기업들을 중심으로 OLED 제품 개발이 한창이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제품 개발이 일본 업체 중심에서 한국과 대만의 패널 업체 중심으로 바뀐 것 뿐이다. 모바일 군에서는 이미 OLED를 통한 제품 차별화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나타난 상황으로 현재 초미의 관심사는 대면적 OLED TV의 등장 시기이다.  
 
’09년 FPD International에서는 한국/대만 기업들을 중심으로 OLED TV를 선보였다. 현재 최대 장비 사이즈는 3.5세대로 이를 활용 가능한 최대 사이즈인 30” 수준 TV 제품이 전시되었다. 하지만 패널 내에 불량 화소(Pixel) 등이 육안으로 확인되는 것을 보아서는 아직 제품 기술 구현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후 CES 2010에서는 OLED TV가 전시되어 우수한 화질을 선보임과 동시에 3D 기능을 접목 시켰다.  
 
● 대형화를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가 이슈 
 
OLED에서의 이슈를 단적으로 이야기하라고 하면 ‘대형화를 통한 원가에서의 경쟁력 확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발광층인 유기 재료 증착, LTPS 등에서의 대면적 장비 기술력이 관건이다. 대형화, 특히 일반적으로 50” 대까지 통용되는 대화면 TV 개념에서 대면적 장비 개발은 넘어야 할 큰 산이다. 현재 개발 가능한 대면적 장비 크기는 5세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5세대를 넘어선 장비 기술이 아직 확보되지 않아 대면적 TV에서의 원가경쟁력 확보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빛을 내는 유기 물질을 입히는 공정의 재료 이용 효율 또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10% 미만의 재료 이용 효율을 보이고 있는 상황으로 유기 물질이 아직 고가임을 감안한다면 빠른 신 공정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신뢰성이 확보된 고효율 유기 발광 재료 개발 또한 숙제이다. 일반적으로 유기 발광 재료로는 Red/Green/Blue 재료가 있는데, Red 재료는 요구 수준까지 도달해 있는 상황으로 Green 재료 또한 빠르게 개선 중이다. 하지만 TV 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Blue 재료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이다.  
 
한가지 덧붙일 것은 제품화 초기에 높은 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데, 이러한 높은 가격을 희석하기 위한 제품 차별화가 확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OLED의 슬림화나 플렉서블 장점에 기반한 새로운 형태나 구조(Form Factor)를 제품에 적용하여 차별화를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 시행착오를 통한 OLED TV 상용화  
 
’12년 대형 OLED TV의 제품화를 위해 일부 패널 업체들은 대면적 장비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물론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관련 문제들을 해결하는 해법으로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과거 TV 사업에서 보았던 제품 차별화를 통한 시장 선도로 매출 확대 및 수익성 확대를 달성하고자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패널 업체에서 목표하는 대로 정확히 ’12년에 대형 OLED TV가 제품으로 나올 수 있을 지는 의문이기는 하다. 하지만 기업들이 R&D 단계에서 벗어나 양산 학습을 반복하면서 그 가능성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정확한 양산 출시 시점이 ’12년이 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이제는 TV용 OLED의 제품화가 과거처럼 요원하지만은 않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터치는 킬러 어플리케이션을 찾아 이동 중 
 
과거 애플社의 아이폰(iPhone)에서 시작된 모바일에서의 터치 열풍은 노트북까지 확대되었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생각된다. 인터넷, 동영상 구현 등 수많은 기능들이 모바일에 들어오면서 기존 버튼 형식의 하드웨어 UI(User Interface)로는 표현 불가능한 것들이 터치화를 통해 가능해졌다. ’09년 말 출시되는 Windows 7이 멀티 터치 기능을 지원하면서 노트북에까지 터치가 확대될 조짐을 보였고 이후 터치 지원 노트북 제품도 출시되었다. ’10년 CES에서는 대부분의 노트북 전문 업체들이 터치 노트북을 출시하면서 제품화의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시장에서는 기존 노트북에 터치 기능이 추가된 플랫폼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느껴진다. 키보드가 있는 상황에서 터치까지 있는 제품이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반응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플社의 아이패드에 터치가 적용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스마트화가 모바일, PC, TV에 확대 적용되면서 터치 기능 자체를 반드시 필요한 기능으로 자리잡을 것이지만 그 형태 및 플랫폼은 지속적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e-Paper 시장은 작고 대체재도 있고... 
 
아마존社의 킨들로부터 시작된 e-Paper는 저 소비전력에 눈이 피로하지 않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e-Book이라는 니치 마켓을 목표로 하여 제품화되면서 시장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FPD International, CES를 통해 볼 때 대만/한국 업체의 전시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대만의 패널업체인 PVI社, AUO社 들은 e-Paper 핵심 재료 업체들을 M&A하면서 제품 개발에 서두르는 상황이다.  
 
e-Paper의 이슈는 강력한 대체재가 있다는 점, 특허 이슈 등으로 인해 e-Paper 재료 생산 업체가 제한적이라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e-Paper는 특유의 장점을 가지고 e-Book이라는 특화된 시장을 선점하고는 있지만 LCD라는 강력한 대체 디스플레이가 존재한다. 최근 아이패드(iPad)의 출시는 가장 큰 위협이라고 할 수 있다. 최대 10시간까지 장시간 사용이 가능하면서 e-Paper가 구현하기 어려운 칼라 표현, 동영상 등에서도 자유로울 뿐 아니라 e-Book이라는 기능 이외에도 인터넷, 앱 스토어 등 여러 가지 기능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원가경쟁력을 가진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 가시권 안에 들어오는 e-Paper 재료 생산 업체는 PVI社가 인수한 E-ink社와 AUO社가 인수한 SiPix社의 두 회사 뿐이라고 알려져 있다. E-ink社의 e-Paper 화면 표시 부품 재료비 비중은 패널 전체 재료비의 6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Player들이 진입하여 가격 하락이 이루어져야 하나 특허 장벽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아이패드와 킨들을 비교해 볼 때 사용 기능 측면에서는 아이패드가 우월하지만 가격 면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볼 때에 e-Paper는 일정 마니아 층을 중심으로 니치 마켓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경우에는 시장 규모를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기판 재료 개발이 우선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부가 기능은 금속과 플라스틱 기판 적용을 통한 구현이 예상되고 있다. 이 중에서 현재 제품화가 되고 있는 기술로 얇은 금속 재질 기판이 적용된 e-Paper 수준이다.  
 
향후 투명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Roll-to-Roll 공정을 통한 원가 혁신 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 기판의 특성 개선이 급선무이다. 기존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은 온도가 너무 높아서 유리전이온도가 높은 플라스틱 기판 재질을 사용해야 하는데 지금의 플라스틱 재질 특성으로는 적용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현재 기준으로 플랙서블 디스플레이의 플라스틱 기판 재질로 이용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는 Polyimide를 들 수 있다. Polyimide는 유리전이온도가 300도 수준으로 고온 공정에서도 적용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당분간은 금속 재질 기판이 적용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특성이 개선된 플라스틱 재료가 빠른 시일 안에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혁신적인 플렉서블 제품은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할 것이다.  
 
소비자가 알지 못하는 필요를 충족시켜야 
 
과거에는 시장에 존재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잘 파악하여 그 점을 해소해 주는 방식이 주요했다. 이 점은 아직도 유효해 보인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 특히 디스플레이 산업 상황을 보면 공급자가 소비자의 숨은 요구 사항을 파악하여 이를 제품화하여 성공한 사례가 늘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자체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 기술만이 목표가 되어서는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기는 어렵다. 소비자가 알지 못하는 필요를 충족시켜 주며 시장을 선도하며 만들어 나가는 기업들이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끝>

2010년 4월 15일 목요일

◎텔레케어, 황혼기 삶의 질 높인다

LG경제연구원 '텔레케어, 황혼기 삶의 질 높인다'

노인인구 급증과 더불어, 핵가족화 및 고령자의 의식 변화 등에 의해 자녀와 떨어져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고령자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신의 기능이 허약해지는 고령자가 안전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텔레케어 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고령자 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다. 
 
텔레케어는 응급호출기기, 동작 감지센서, 환경 감지센서 등을 활용한 모니터링을 통해 고령자가 일상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응급 상황 발생 시 보호자, 병원, 응급업체로 연락 및 후속 조치를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텔레케어는 방문간호 등의 대면서비스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24시간 보호받는다는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위급 상황 시 빠른 대처를 통해 사망 또는 질병 악화를 예방함으로써 장기적인 관점의 의료비용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여준다. 
 
국내에서는 아직 텔레케어 서비스가 상용화되지 않았고, 정부가 주도하는 국책사업만 존재하는 실정이다. 기술 발전 및 정책 변화 등에 의해 국내에서도 민간기업의 텔레케어 서비스가 발전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국내 텔레케어 서비스의 양적, 질적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기업의 역할이 모두 중요하다. 
 
 
< 목 차 > 
 
Ⅰ. 국내 고령자 가구 현황
Ⅱ. 텔레케어의 유형 및 기업 사례
Ⅲ. 국내 텔레케어 현황
Ⅳ. 안전하고 독립적인 황혼기를 위하여
 
 
 
Ⅰ. 국내 고령자 가구 현황 
 
 
고령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고령화는 전세계적인 이슈이지만 특히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매우 빠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0년에 미국, 일본 등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던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2030년이 되면 미국, 영국보다 고령인구 비중이 높아지고 고령자가 인구의 1/4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표 1> 참조).
 
고령화와 함께 핵가족화 및 자녀들의 사회활동 등으로 인해 가족과 떨어져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고령자의 수 또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0년에 혼자 사는 65세 이상 고령자 수는 54만 명이었으나, 2010년에 이는 102만 명으로 증가하고, 2020년에는 151만 명, 2030년에는 234만 명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노인부부 가구수 역시 큰 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따라서 고령자가 포함된 전체 가구수 중 고령자 독거가구 또는 노인부부 가구수의 비중은 2010년 58%에서 2030년에는 66%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표 2> 참조). 자녀, 손자녀 등의 가족과 동거하는 고령자의 경우에도 주간에는 독거노인과 유사한 상황에 놓이기 십상이다.  
 
고령자 스스로도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는 독립적인 삶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노인의 71%는 자녀와 동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통계청의 ‘2008년 고령자통계’에서도 고령자의 57%가 향후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또한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대답한 고령자 중 84%가 요양시설이 아닌 자기 집에서 살기를 원했다(<그림 1> 참조). 자신의 건강이나 기운이 허락하는 한, 가능한 오랫동안 요양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며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한 것이다.
 
그러나 고령자가 자신의 집에서 독립적인 삶을 꾸려 가기에는 여러 가지 애로점이 따른다. 먼저, 상당수의 고령자는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60세 이상 인구의 고혈압/ 당뇨/ 관절염 유병률은 각각 46%/ 20%/ 42%이고, 고령자의 90%가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지니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치매 유병률 또한 8.6%로, 45만 명의 고령자가 치매를 앓고 있다.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지 않더라도, 노년기에는 심신의 기능이 약화되기 마련이다. 활동력이 떨어져 일상생활 수행에도 쉽게 어려움을 느끼고, 심신 상의 의존성이 높아져 고립감, 우울증 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홀로 있을 때 병이 나거나 쓰러져서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시달리곤 한다.
 
따라서, 고령자의 안전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령자 및 가족들의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방안으로는 먼저 고령자의 집에 직접 방문하여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문간호, 목욕·식사·청소 등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방문요양 또는 가사지원 서비스를 들 수 있다. 또한 낮 시간 동안 문화활동을 즐기고 식사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고령자 주간보호 센터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오프라인 서비스는 대면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령자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 또 외로움을 달래는 데에도 한몫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면서비스는 가격 부담이 크고, 24시간 서비스가 제공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상당 부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텔레케어 서비스이다. 이는 u-헬스케어의 일종으로 분류될 수 있는 온라인 기반의 서비스이다. 텔레케어는 응급호출기기, 동작 감지센서, 환경 감지센서 등을 활용한 모니터링을 통해 사용자가 일상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응급 상황 발생 시 보호자, 병원, 응급업체로 연락 및 후속 조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PERS(Personal Emergency Response System, 개인 응급 응답 시스템)로도 불린다. 텔레케어는 대면서비스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24시간 보호받는다는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위급 상황 시 빠른 대처를 통해 사망 또는 질병 악화를 예방함으로써 장기적인 관점의 의료비용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여준다. 본고에서는 국내 및 해외의 텔레케어 서비스 시장 현황을 살펴보고 국내에서의 텔레케어 서비스 발전을 위한 시사점에 대해 살펴 보고자 한다.
 
 
Ⅱ. 텔레케어의 유형 및 기업 사례 
 
 
텔레케어 서비스는 사용 장소에 따라 가정용과 모바일로 나눌 수 있고, 응급 호출이 이루어지는 방식에 따라 수동 알람과 자동 알람으로 나눌 수 있다.  
 
가정용 수동 알람 
 
가정용 수동 알람은 1970년대에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가장 오래된 텔레케어 서비스로, 1세대 텔레케어로 불리기도 한다. 가정용 수동 알람은 2가지의 기기를 기본적으로 사용한다. 하나는 응급호출기기로, 손목시계나 펜던트(목걸이) 형태로 이루어져 사용자가 쉽게 휴대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단말기(Base Station)로, 전화와 연결된 스피커폰 형태이다. 사용자가 집 안에서 갑자기 넘어지거나 몸이 안 좋을 경우 응급호출기기에 달린 버튼을 눌러 응급구조기관 또는 텔레케어 모니터링 센터에 알릴 수 있다. 또는 보호자나 이웃 주민, 주치의에게 연락이 되도록 지정할 수도 있다. 연락을 받은 모니터링 센터의 직원이나 보호자는 단말기의 스피커폰을 통해 사용자에게 말을 걸고, 통화 결과에 따라 구급차를 보내거나 직접 방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대부분의 호출기기는 방수 기능을 갖춰 목욕을 할 때도 몸에 지닐 수 있고, 단순히 버튼만 누르면 되기 때문에 휴대전화 등의 다른 통신 수단에 비해 응급 시 사용 편의성이 높다.  
 
가정용 수동 알람의 장점으로는 사용의 단순함 및 적정한 가격을 들 수 있다. 응급 상황에서 사용하는 호출기기 및 단말기는 고령자가 사용하기에 편리하고 단순하다. 또한 월 25~40달러의 비용(미국 기준)은 장기적으로 사용하기에 부담이 적은 편이다.
 
가정용 수동 알람을 제공하는 기업으로는 필립스(Philips)를 들 수 있다. 필립스는 텔레케어의 선두기업인 라이프라인(Lifeline)과 헬스와치(Health Watch)를 2005년과 2006년에 잇달아 인수하며 단숨에 이 분야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필립스는 텔레케어 서비스 이외에도 만성질환 및 심장질환 관련 원격건강관리서비스, 수면장애 환자를 위한 재택 보조 장비, 호흡장애 환자를 위한 재택 보조 장비 등 다양한 가정용 헬스케어 관련 서비스 및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필립스 이외에 리스판스링크(ResponseLINK), AMAC(American Medical Alert Corporation) 등의 회사가 가정용 수동 알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정용 자동 알람 
 
가정용 수동 알람은 사용이 편리하지만 사용자 스스로 응급호출기기의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작동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몸에 휴대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휴대했다 하더라도 응급버튼을 누르지 못한 채 쓰러질 수도 있다. 또한 고령자의 경우(인지장애가 시작되면 더욱), 가스 레인지를 안 끌 수도 있고 수도꼭지 잠그는 것을 잊어버릴 수도 있는데, 수동 알람의 경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센서 기술을 활용한 가정용 자동 알람 서비스가 소개되었다. 가정용 자동 알람은 2세대 텔레케어 서비스로도 불리는데, 동작 감지 센서 및 화재·가스누출·물넘침 감지센서 등의 환경 감지센서를 이용하여 응급 상황을 감지한다.  
 
가정용 자동 알람 서비스를 제공하는 예로는 GE의 콰이어트케어(Quietcare)를 들 수 있다. 이 서비스는 Living Independently라는 고령자 케어 전문회사에 의해 2003년에 출시되었는데, 2009년 GE 헬스케어에 인수되었다. 콰이어트케어는 동작 감지센서를 사용하고, 사용자의 일상생활 패턴을 분석한다는 것을 특장점으로 내세운다. 침실, 욕실, 부엌 등에 설치된 동작 감지센서를 통해 사용자가 아침에 침실에서 나왔는지, 식사를 하러 부엌에 갔는지, 화장실에는 얼마나 자주 갔는지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평상시의 패턴과 다른 행동을 보이면 이를 감지하여 사용자 본인이나 가족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또한 수집된 정보는 웹페이지를 통해 사용자의 보호자들도 확인할 수 있어, 고령자와 같이 살지 않거나, 아니면 직장생활 때문에 낮 시간 동안 떨어져 지내야 하는 보호자 입장에서는 부모님에 대한 걱정을 상당 부분 덜고 안심할 수 있다.  
 
일본의 세콤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콤의 방범·방재 서비스 중 하나인 ‘세콤 홈 시큐리티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보안 업체가 제공하는 방범, 화재감시 서비스 등에 더하여 ‘긴급통보’ 및 ‘라이프감시’라는 텔레케어 서비스를 부가적으로 제공한다. 긴급통보는 라이프라인과 같은 가정용 수동 알람 형태이고, 라이프감시의 경우 실내의 사람의 움직임을 센서로 확인하여 일정 시간 동안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세콤에서 연락을 취하는 자동 알람 서비스이다.  
 
필립스는 최근에 조금 다른 형태의 가정용 자동 알람 서비스를 출시하였다. 휴대용 응급호출기기에 낙상 감지센서를 달아 사용자가 갑자기 쓰러질 경우 응급버튼을 누르지 않더라도 모니터링 센터로 연락이 취해지도록 하는 형태이다.
 
모바일 알람 
 
가정용 알람 서비스는 집 안에서만 사용 가능하므로 외출 시 사용할 수 없고, 집 안에서도 단말기와 거리가 먼 방이나 마당에서는 작동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모바일 알람은 응급호출기기가 실외에서도 작동되게 한 것으로서, 사용자가 모바일 응급호출기기의 버튼을 누르면 무선통신을 통해 모니터링 센터로 전달이 되고, 모니터링 센터에서는 GPS를 이용하여 사용자의 위치를 추적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모바일 알람의 예로는 세콤의 ‘코코세콤’을 들 수 있다. 이 서비스에서는 GPS 위성과 휴대전화 기지국을 이용한 위치검색 시스템을 활용하여 코코세콤 소지자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파악된 위치정보는 웹페이지 또는 휴대전화를 통해 보호자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치매 증세가 있으신 부모님이나 혼자 등·하교하는 어린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원하는 때마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코코세콤 소지자가 일상 경로에서 벗어나 있으면 보호자가 소지자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거나 세콤의 긴급출동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위험에 처했을 때 코코세콤 소지자 스스로 버튼을 눌러 세콤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어, 환자, 고령자뿐만 아니라 어린이, 여성의 호신용으로도 사용된다.  
 
가장 진보된 형태는 모바일 응급호출기기에 낙상 감지센서가 더해진 것으로서, 외출 중에 쓰러질 경우에 이를 자동으로 감지하여 모니터링 센터로 연락이 취해지는 형태이다. 이 서비스는 최근 웰코어 등에 의해 상용화되기 시작하였다.
 
텔레케어의 확장 영역 및 발전 방향 
 
텔레케어의 경우 고령자의 안전과 독립적인 삶에 집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고령자의 대다수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만큼, 질환관리와 관련된 영역으로 텔레케어의 서비스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텔레케어에 부가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서비스로는 약 복용 알림 서비스를 들 수 있다. 만성질환을 앓는 고령자는 한번에 여러 가지의 약을 먹어야 하고, 또 약에 따라 먹는 시간이 각각 달라 정확하게 복용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기 쉽다. 필립스 투약기의 경우 60개의 플라스틱 컵이 들어가는데, 각각의 컵에 한번에 먹을 양의 약을 담아 순서대로 투약기에 넣은 다음 약 먹는 시간을 입력해 놓는다. 약 먹을 시간이 되면 투약기에서 “약 먹을 시간입니다. 버튼을 눌러 약을 받으세요.” 하는 알람 메시지가 흘러나오고, 일정 시간이 지나도 버튼을 눌러 약을 받지 않으면 모니터링 센터에서 사용자 또는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한다.
 
건강관리서비스도 텔레케어와 상호 보완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서비스이다. 건강관리서비스는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만성질환을 예방·관리하여 소비자들의 건강상태를 개선하도록 돕는 서비스를 말한다. 혈당계, 혈압계 등 가정용 의료 기기를 이용하여 정기적으로 측정한 데이터는 모니터링 센터로 전송되고, 모니터링 센터에서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질환의 발생이나 악화를 조기에 발견하도록 돕는다. 또한 각 개인의 상태에 맞는 건강교육 및 운동·식단 처방을 제공하고 필요 시 병원 방문 및 건강검진을 제안한다. 텔레케어와 건강관리서비스의 결합을 통해 고령자들은 신체적 안전뿐 아니라 건강관리까지 망라하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센서기술의 발달과 통신기술의 발달, 그리고 그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등의 발달은 예전에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텔레케어 서비스를 가능케 하였다. 앞으로의 기술 발전의 방향은 센서의 정확성 및 편의성 향상, 예측 기술의 발달 등이 될 것이다. 환기가 잘 안되거나 먼지가 많은 환경에서도 잘 작동하도록 정확성이 향상된 센서, 속옷이나 티셔츠 등의 형태로 제작되어 나의 활동과 건강상태를 상시적으로 편리하게 모니터링 해주는 센서 등이 상용화 될 것이다. 또한 단순하게 현 상황만을 분석하여 위급 여부를 판단하거나 일상생활과 달라진 패턴을 감지하는 수준에서 더 발전하여, 앞으로 일어날 위급상황을 예측하는 기술도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Ⅲ. 국내 텔레케어 현황 
 
 
국내의 텔레케어 서비스는 미국, 영국 등에 비해 상당히 뒤쳐져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약 140만 가구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미국 고령자 가구 중 약 6%가 이용하는 셈이다(<표 4> 참조). 이는 미국 텔레케어 산업의 긴 역사에 비해 높지 않은 숫자로 생각될 수도 있는데, 가정용 자동 알람이나 모바일 알람이 상용화되고 가격이 인하됨에 따라 보급율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미국의 텔레케어 산업은 민간 주도로, 대부분 고령자 스스로 비용을 부담하는 형태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뉴욕, 오하이오, 플로리다 등의 공보험에서 일부 저소득 고령층을 대상으로 텔레케어 서비스의 비용을 부담하기 시작하는 등 정부에서도 텔레케어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여 시장 규모 확대에 더욱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영국은 미국과 달리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텔레케어의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영국은 텔레케어가 필요한 모든 고령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천명하고 2006년부터 2년간 8천만 파운드를 ‘예방 기술 보조금’으로 투자하는 등 텔레케어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현재 영국에서는 약 160만 가구가 텔레케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고령자 가구의 약 29%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텔레케어 서비스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고, 소비자 사이에 인지도도 상당히 낮은 편이다. 지식경제부 주관 하에 낙상감지폰을 이용한 서비스가 제공되었지만 소규모 시범사업 형태이고, 가장 본격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텔레케어 서비스로는 ‘독거노인 u-케어 시스템 구축사업’을 들 수 있다. 이는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하는 국책사업으로서, 정부의 노인 지원정책 중 하나로 시행되고 있다.  
 
정부의 노인 지원사업은 크게 보건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하는 건강증진·건강검진 등 보건의료 사업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돌봄서비스 등의 사회복지 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표 5> 참조).
 
독거노인 u-케어 시스템 구축사업이 맨 처음 시작된 것은 2007년이다. 독거노인 안전관리를 위해 ‘출입·활동 감지센서 등을 활용한 안전관리 서비스’ 시범사업이 마산에서 실시되었다. 독거노인 가정에 활동·출입·전기사용 감지를 위한 센서를 설치하고, 감지결과를 하루에 6번 u-헬스 센터로 전송하였다. 이를 통해 독거노인의 활동량 및 생사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하기로 하였다. 2008년에는 먼저 경기도 성남, 전북 순창, 충남 부여가 사업 지역으로 선정되어, 28억 5천만 원의 예산으로 5,550명의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였다(15억 원은 지방정부 예산). 독거노인의 가정에는 전화기형 단말기, 출입·활동량 감지센서, 화재·가스 감지센서를 설치하고, 독거노인의 활동량이 없거나 평소에 비해 현저하게 낮을 경우 생활관리사가 전화로 확인하거나 직접 방문해 안전을 판단하도록 하였다. 독거노인이 응급호출을 요청하거나 집안에 설치된 화재·가스 감지센서가 작동하면 관할 소방서(119)로 자동으로 신고되어 소방서에서 응급구조 서비스를 제공한다(<그림 2> 참조).  
 
2009년에는 충남 서산, 경북 문경, 전북 김제 등 6개 지역 9천명으로 서비스를 확대하여 총 43억 원을 투입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중 17억 원은 중앙정부 예산이고, 26억 원은 지방정부 예산이다. 본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정보화담당관실에 따르면 2012년까지 서비스대상을 12만 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Ⅳ. 안전하고 독립적인 황혼기를 위하여 
 
 
노인인구 급증과 더불어, 자녀들의 생활 여건, 고령자의 의식 변화 등에 의해 자녀와 떨어져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고령자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신의 기능이 허약해지는 고령자가 안전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텔레케어 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고령자 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는 텔레케어 서비스가 상용화되지 않았고, 정부가 주도하는 국책사업만 존재하는 실정이다. 독거노인 u-케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가정용 수동 알람과 자동 알람이 복합된 형태인데, 정부의 복지 서비스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해외의 최근 서비스 트렌드에 비해 제한적인 범위의 서비스만 제공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정에 설치되는 센서의 종류와 수가 제한적이고, 모바일 기기도 사용되지 않으며, 약 복용 알림 서비스와 같은 부가적인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는다.
 
국내 텔레케어 서비스의 발전 방향은 서비스의 양적 확대와 질적 확대를 동시에 도모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는 2012년까지 12만 명의 고령자에게 텔레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계획에서와 같이 우선 양적 확대에 주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지방정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독거노인 u-케어 시스템 사용에 따른 건강증진 효과, 위험 제거 효과 등에 대해 정확히 분석하고 또 사용자의 정서적인 만족감에 대해서도 평가하여, u-케어 시스템 구축사업과 그 효과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에서는 u-케어 시스템 구축을 통해 지역 내 안전망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지자체의 이미지 제고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의 질적 확대를 위해서는 민간 기업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12만 명의 고령자 중 프리미엄 서비스를 원하는 고령자에게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고, 12만 명 이외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필요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 민간기업에 의해 텔레케어 서비스가 상용화되지 않은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국내에서 텔레케어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아 소비자 욕구가 창출되지 않았고, 둘째, 텔레케어가 이미 상용화된 해외에서도 가정용 수동 알람 위주로 서비스가 제공되어 소비자들의 미충족 욕구가 여전히 높아 텔레케어 보급율이 충분이 높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셋째, 텔레케어 서비스와 결합하여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원격건강관리서비스가 아직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등 다양한 사업모델을 추구할 수 있는 여지가 적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슈들은 점차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의 독거노인 u-케어 시스템 구축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활동 및 민간기업의 홍보활동이 결합되면 소비자의 인지도는 빠른 시간 내에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들의 미충족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은 이미 상당 부분 상용화되었으므로 국내기업 자체의 연구개발 또는 해외 업체로부터의 기술 이전 등을 통해 서비스 제공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격건강관리서비스의 경우 2009년 5월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추진과제에 포함되면서 머지 않아 법적으로 허용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에서도 필립스와 같이 텔레케어 및 원격건강관리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한 사업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민간기업이 텔레케어 사업에 진출할 여건은 충분히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령자의 안전하고 독립적인 황혼기를 위하여, 텔레케어 서비스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끝>

◎변동금리 위주 대출로 통화정책 영향 확대

LG경제연구원 '변동금리 위주 대출로 통화정책 영향 확대'

국내은행 대출 중 변동금리부 대출비중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높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정책금리 변경시 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을 큰 폭으로 변화시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은행대출은 이자 지급이 고정되어 있는 것보다는 시장금리에 연동되어 자주 바뀌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2009년 말 현재 국내 예금은행의 총 대출 규모 중 변동금리부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7%에 달한다. 이는 2004년 초 전체 대출의 약 50%가 변동금리부였던 것에 비해 크게 상승한 것이다. 예금은행의 대출 중 약 57%를 차지하는 기업대출의 69%가 변동금리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예금은행 대출의 약 43%인 가계대출은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이 88%나 된다(<그림 1> 참조).  
 
이와 같이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이 높을 경우 정책금리 또는 시장금리에 따라 은행 대출금리가 크게 변동하여 가계 및 기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곧 통화정책 변화의 파급효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책금리의 변경이 빠르게 그리고 크게 대출금리 변동으로 이어질 경우 통화정책의 효과가 그만큼 커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총 대출 규모에서 변동금리부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정책금리와 대출금리의 관계, 통화정책의 파급효과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본다.
 
저금리 및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변동금리부 비중 상승의 배경 
 
2000년대에 들어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이 꾸준히 증가한 것은 기본적으로 대출 수요자의 변동금리 선호에 기인한다. 장기간 동안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금리 상승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대출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부를 선택한 것이다.   
 
가계의 높은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은 2002년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과 더불어 급증한 주택담보대출이 주로 변동금리였던 것과 관련이 깊다. 가계가 변동금리 대출을 선호했을 뿐만 아니라 은행 역시 위험 관리 차원에서 변동금리부 대출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체 가계대출 중 65% 가량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영향으로 대출의 평균 만기가 예전보다 길어진 것에 비해 자금의 조달은 상대적으로 단기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출을 고정금리부로 취급할 경우 단기로 조달한 자금을 장기고정금리로 운용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금리변동위험에 노출된다. 자산유동화 증권(ABS)나 금리스왑(IRS) 등 파생상품 시장의 활성화가 늦어 금융기관이 금리 위험 및 유동성 위험을 관리할 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변동금리부 대출이 손쉬운 위험관리 방안이었던 것이다.
 
정책금리 변화에 대한 대출금리의 높은 반응도
 
변동금리부 대출의 비중이 높으면 정책금리 또는 시장금리가 변할 때 기존 대출금에 대한 평균적인 대출금리가 크게 변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우리나라는 변동금리부 대출 중 많은 부분이 CD 금리 및 단기 은행채 금리 등 단기시장금리에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대출금리는 정책금리의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변하게 된다.  
 
<그림 2>는 국내 예금은행의 대출금리와 정책금리의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정책금리 변화에 따라 신규로 이루어지는 대출에 대한 금리는 거의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총 대출금인 잔액 기준 대출에 대한 금리도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와 비교하여 비슷한 변동폭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차 역시 신규 대출금리와 비교하여 동시차 혹은 약 1개월 후행으로 정책금리 변화에 따른 잔액 기준 대출금리 변화도 크고 빠름을 알 수 있다.   
 
독일과 스페인의 예를 살펴보면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의 차이에 따른 금리 변화의 특징을 더욱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독일과 스페인은 모두 유로존 국가로서 동일하게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독일은 변동금리부 대출의 비중이 작고 스페인의 경우는 변동금리부 대출의 비중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각국 총 대출의 변동금리부 비중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으나,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모기지 대출 자료를 통해 총 대출의 변동금리부 비중을 유추해볼 수 있다. 독일은 모기지 금리가 일부 혼합금리부를 제외하면 거의 고정금리부로 운용되고 있고, 스페인은 반대로 일부 혼합금리부를 제외하면 변동금리부가 대부분이다. 두 나라의 GDP 대비 모기지 부채 비율은 약 40% 내외로 비슷한 수준이다).
 
스페인의 경우 신규대출 금리에 비해 시차가 있고 변화 폭이 적기는 하지만 ECB의 정책금리 변화에 대해 대출잔액 기준 대출금리가 거의 비슷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ECB의 정책금리가 변화할 때 독일의 대출잔액 금리는 신규대출 금리에 비해 매우 작은 폭으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의 차이로 인해 정책금리의 변화에 대한 기존 대출 금리의 반영도가 큰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대출금리 반응도가 큰 편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정책금리 변화에 따른 대출금리 변화 정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표 1>은 주요 국가의 정책금리 변화에 따른 잔액 기준 가중평균 대출금리의 변화를 여러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분석 방법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변동금리 대출 비중과 정책금리 변화에 대한 대출금리의 반응 간에는 뚜렷한 관계가 나타난다. 모기지 대출의 변동금리부 비중을 통해 전체 대출 중에서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해 볼 때,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을수록 정책금리 변화에 따른 대출금리 변화가 전반적으로 크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변동금리부 비중이 작은 독일의 경우 대출금리가 정책금리 변화폭의 약 20% 정도를 반영하여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변동금리부 비중이 높은 영국이나 스페인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정책금리 변화폭의 약 70~80%만큼 대출금리가 변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와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자부담에 대한 대출금리의 영향력 확대 
 
정책금리에 따른 대출금리의 변화는 경제주체들의 이자부담의 변화로 이어진다. 경제주체의 대출이자 부담이 기본적으로 대출규모와 대출금리에 따라 결정되는 상황에서, 변동금리부 비중의 높을 경우 대출규모 변화에 비해 대출금리의 변화가 이자부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게 된다.  
 
<그림 4>는 대출 평균잔액, 평균 대출금리, 그리고 국내 일반은행의 분기별 대출이자 수입, 즉 가계와 기업이 일반은행에 지불한 대출이자 부담을 나타낸 것이다. 이자부담 규모는 기본적으로 총 대출 잔액과 대출금리의 곱의 개념인 만큼, 이자부담 규모의 증가율은 총 대출 잔액 증가율과 대출금리 증가율의 합에 의해 결정된다.  
 
<그림 4>를 보면 은행 이자수입 증가율이 2005년 이전까지는 총 대출 잔액 증가율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2005년 이후부터는 대출금리 증가율과 보다 비슷하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2005년에 접어들면서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이 크게 상승함에 따라 이자부담에 있어서 대출 규모에 비해 대출금리의 기여도가 높아진 결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향후 정책금리가 인상될 경우 비록 총 대출 잔액 증가율이 최근 추세에 따라 다소 감소하더라도 경제주체의 이자부담 증가율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변동금리 대출, 통화정책의 유효성 높이는 요인 
 
물론 정책금리 인상의 영향은 금융부채뿐만 아니라 금융자산 측면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따라 경제주체가 지급해야 하는 이자부담 뿐만 아니라 이자수입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금융자산이 금융부채에 비해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경제주체의 이자부담이 경감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대출의 경우 변동금리부 비중이 높아 대출금리가 전반적으로 빠르게 변동하는 것에 비해 예금의 경우는 금리 상승기와 인하락에 비대칭적으로 조정되는 양상을 나타낸다. 즉, 금리 인하기에는 예금금리 역시 즉각적으로 낮아지지만, 금리 하락기에는 시차를 두고 천천히 조정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2009년 이후 CD금리 등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동안 대출금리는 동반 상승한 반면 예금금리는 계속 하락하다 최근 들어 다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림 5> 참조). 정책금리를 인상할 경우 이와 같이 대출잔액 금리는 빠르게 오르는 반면 예금금리는 느리게 상승하는 비대칭적인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개인 부문에서 최근 증가한 금융자산의 이자수입으로 이자 부담을 줄이는 효과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금융자산 증가분은 대체로 ‘통화 및 예금’과 주식 항목에서 발생하였는데, ‘통화 및 예금’ 항목의 증가는 앞서 언급한 예금금리의 비대칭적 조정으로 정책금리가 인상되어도 경제주체의 이자수입은 크게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 주식 항목의 자산 증가도 마찬가지이다. 주식이 이자부 자산이 아닌데다 금리 상승이 대체로 주식시장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것이 차후 금리 인상기에 이자부담을 경감시키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기업의 경우 은행 차입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부채 대비 금융자산의 비율이 높아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으나, 중소기업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중소기업은 자금의 많은 부분을 은행 차입을 통해 조달하여, 2009년 말 현재 시중 은행의 기업 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의 비중은 85%에 달한다. 이는 중소기업이 은행 대출금리를 상승을 통한 이자부담 증가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최근 기업(비영리 법인 기준)의 금융자산 역시 ‘통화 및 예금’과 주식 항목을 중심으로 증가하여 개인 부문과 마찬가지로 향후 이자부담 경감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변동금리부 대출에 대한 지나친 쏠림은 장기적으로 완화될 필요  
 
높은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과 그에 따른 대출금리의 정책금리 변화에 대한 높은 반응도는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통화정책 효과의 파급 경로 중 대표적인 것으로 금리경로를 들 수 있다. 정책금리 인상에 따라 단기시장금리가 변동하고, 이것이 다시 장기시장금리 및 은행 여수신 금리를 변화시켜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다. 그러나 장기시장금리에는 정책금리의 변화 이외에도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책금리의 변화를 덜 반영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높은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은 통화정책의 파급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책금리를 인상할 때 장기시장금리가 덜 변화한다고 하더라도 은행 대출금리가 크게 변화하여 정책 효과를 제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CB의 연구에서도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이 높을수록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확대된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높은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이 통화정책의 파급효과를 확대시키는 주된 경로가 경제주체의 이자부담이라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도 존재한다.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이 높아 금리 변동에 따른 금융기관 및 금융소비자의 이자부담 변동이 지나치게 클 경우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주택대출 자료에 따르면 변동금리부 주택대출의 연체율이 고정금리부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7> 참조). 페니메이(Fannie Mae)는 이를 변동금리부 차입자들이 금리 변동의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고정금리부 대출이 경제주체의 이자부담을 고르게 분산하는 효과를 가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국내 대출 시장에 도입된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 연동 대출은 기존 CD금리 연동 대출에 비해 대출금리의 변동폭이 적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과거에 비해 자산유동화증권이나 금리스왑 등 금리 변동 위험의 관리를 위한 금융 여건이 성숙했다는 점도 대출시장에서 비롯되는 금융 불안정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요인으로 판단된다.  
 
변동금리 위주의 대출 관행이 시장에서 선택된 결과이며 금융시장의 발달 양상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급격히 혹은 강제로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변동금리 대출 확대를 억제하고 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유도하여 금융 안정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끝>

◎스마트 홈, 정보 + 헬스 + 그린

LG경제연구원 '스마트 홈, 정보 + 헬스 + 그린'

집 안의 다양한 기기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컨텐츠 소비의 증가, 인구 고령화 및 삶의 질에 대한 관심 증대, 환경에 대한 소비자 의식 수준 제고에 따라 스마트 홈의 진화방향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집 안의 조명, 냉/난방, 가스밸브 등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홈 오토메이션 기능을 갖춘 아파트가 늘고 있다. 아파트 공동현관에는 비디오 폰이 설치되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거나, 부재 중에는 방문자 녹화가 가능하다. 엘리베이터는 사람들이 집을 나서거나, 귀가에 맞춰 스스로 대기하고 있으며, 스마트 키와 비디오 인식기술을 활용한 주차관제시스템은 차량 출입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주민들의 안전한 주차를 가능케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에 불과했던 스마트 홈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 홈이란  
 
스마트 홈이란 TV, 냉장고, 세탁기 등 집 안의 다양한 기기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집을 의미한다. 이제는 집 안에서 각종 기기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은 95%에 이르고, TV 옆에는 VOD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셋탑박스가 일상화되고 있다. 휴대폰과 노트북은 블루투스로 데이터를 주고 받으며, 홈 오토메이션이 가능한 집에서는 웹을 통해 방 안의 조명을 켜고 끌 수 있다. 과거 프린트와 컴퓨터가 연결되고, 두 대의 컴퓨터가 하나의 인터넷 선을 공유하던 시대를 지나 개별 기기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 홈에서는 개별 기기가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것뿐만 아니라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능형 서비스란 집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의미한다. 즉, 네트워크에 연결된 개별 기기를 하나의 서비스로 엮어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실현시킬 수 있어야만 진정한 스마트 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가족의 안전을 보장하고, 생활의 편리함을 높여주는 홈 시큐리티, 홈 오토메이션, 주차관제시스템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근 이들 서비스는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기존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때도 한 번쯤 고려되는 기능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금 스마트 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처럼 스마트 홈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 중 하나는 기기간 연결, 웹과의 연결을 보장하는 통신 인프라가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속 인터넷, PLC, Wifi, Zigbee, Z-wave 등 다양한 통신 서비스와 기술의 가격이 하락하고, 성능이 개선되면서 집 안에서 통신이 가능한 기기가 늘고 있다. 또한 개별 기기들이 다양한 통신방식을 채용하면서 기기간 연결이 유연해지고 있다. 컴퓨터에서는 초고속 인터넷을 위한 이더넷, 근거리 무선통신이 가능한 Wifi와 블루투스가 모두 가능하며, 스마트폰에서는 무선통신망인 3G와 Wifi가 가능하다. 소비자가 필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기기를 연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생활가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대체되고, 통신까지 가능해지면서 스마트 홈의 구현이 용이해지고 있다. 일례로 카메라 기능이 있는 도어락이 집 열쇠를 대체하면서 부재중 방문자 확인이 가능해졌고, 온도 조절기가 디지털화를 거쳐 홈 오토메이션과 연동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전통적인 생활가전인 TV, 세탁기, 냉장고에서도 통신이 가능한 제품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조만간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기기보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기기가 더 많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사람들의 가치관, 소득수준, 라이프 스타일, 인구구조 등이 달라지면서 스마트 홈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변하고 있다. 특히 타인과의 연결을 지향하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소비하는 사람이 늘면서 스마트 홈에서는 컨텐츠 중심의 라이프 스타일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고령인구가 증가하고,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스마트 홈이 사람들의 물리적, 심리적 건강을 책임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최근 친환경 트렌드가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바꿔놓기 시작하면서 스마트 홈에서도 에너지 절감이 강조될 전망이다.
 
여기서는 사람들의 니즈가 뚜렷해지고 있는 정보, 건강, 친환경 등 세가지 트렌드를 중심으로 미래 스마트 홈의 진화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1. 정보의 연결을 지원하는 스마트 홈 
 
#1 간만에 쉬게 된 김대리는 그 동안 못 봤던 영화를 볼 생각이다. 스마트폰으로 TV 리모콘 기능을 실행하니 표준형인지 맞춤형인지 선택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김대리가 맞춤형을 선택하자 미리 등록했던 채널과 최신뉴스, 이메일, 미니게임, 유튜브, 친구들의 Facebook 등 다양한 위젯이 TV와 스마트폰에 동시에 나타난다. 영화 채널을 살펴보니 지난 주에 개봉한 영화가 업데이트되어 있다. 극장에서 보고 싶었던 영화지만 오늘은 집에서 편하게 보고 싶은 생각에 김대리는 잠깐 고민하다가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하고, 영화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한참 영화를 보고 있는데 부모님이 아파트 현관을 지나고 있다는 알림 메시지가 뜬다. 거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노트북을 켜고 영화 이어보기를 선택하니 TV로 보던 영화가 노트북 화면에 옮겨온다. 스마트폰에서 홈 오토메이션 기능을 켜고 홈 시어터 모드를 해제하니 거실에 조명이 켜지고, 블라인드가 자동으로 걷힌다. 주방에서는 드럼 세탁기가 무음모드에서 표준모드로 전환되면서 빠르게 돌기 시작한다.  
 
기존의 홈 네트워크가 기기간 연결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컨텐츠의 연결이 중요해질 것이다. 연결을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확산되면서 사람들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컨텐츠를 실시간으로 소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집에서 컴퓨터, TV, 휴대폰이 동일한 컨텐츠를 공유하는 쓰리스크린 서비스가 부각되고 있다. 자신의 일상을 디지털 매체로 기록하는 라이프 로깅 역시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어떤 통신망을 사용하는지, 어떤 단말기를 사용하는지에 관계없이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컨텐츠를 소비하게 된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기기간 컨텐츠 호환도 쉬워지고 있다. 소니, 노키아, 인텔, 필립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컨텐츠 상호호환에 관한 국제 인증인 DLNA(Digital Living Network Alliance) 인증을 받은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DLNA란 브랜드간, 기기간 원활한 호환을 위해 2003년 6월 발족했던 DHWG(Digital Home Working Group)가 명칭을 바꾼 것으로 현재 245개 이상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인 ABI Research에 따르면 2008년 기준 DLNA 인증 제품이 2억 개 이상 이 판매되었으며 2012년에는 3억 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에는 DLNA 인증기기간 컨텐츠 공유가 쉬워지도록 파일을 변환시켜주는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스마트 홈에서 컨텐츠의 연결이 필수가 된 것이다.  
 
통합 플랫폼을 통한 소비자 편의성 제고  
 
스마트 홈에서 컨텐츠의 연결은 통합 플랫폼의 등장, 제품 디자인의 변화, 컨텐츠 조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조로 이어질 전망이다. 먼저 스마트 홈에서 사람들이 보다 쉽고 다양하게 컨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통합 플랫폼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애플의 앱스토어처럼 도서, 영화, 음악 등 풍부한 컨텐츠를 바탕으로 컴퓨터, 휴대폰, MP3와 같은 다양한 단말기기의 컨텐츠 사용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통합 플랫폼은 단순한 컨텐츠 호환을 넘어 소비자가 겪을 수 있는 불편을 미연에 방지하고, 구매한 컨텐츠를 여러 기기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컨텐츠 소비 방식을 단순화시켜줄 수 있다. 즉,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통해 소비자를 중독시키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컨텐츠 공유를 가능케 하는 통합 플랫폼이 기존 가전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가전회사의 사업모델은 제품을 팔고 나면 다음 교체 시기까지 마냥 기다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통합 플랫폼이 도입될 경우 컨텐츠 판매를 통해 추가 수익을 얻거나, 제품 수명 동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인 고객접점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통합 플랫폼에 연결된 또 다른 기기의 추가 판매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난해 아이폰의 선풍적인 인기 속에서 애플 컴퓨터의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한 사례가 가전사업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컨텐츠 중심의 제품 디자인 
 
기존 제품이 컨텐츠를 중심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재해석되기 시작하면서 제품 디자인이 달라질 수 있다. 일례로 디지털 카메라가 컨텐츠 생산 도구로 인식되면서 직접 웹에 사진을 업로드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제품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사용자의 스토리텔링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GPS도 탑재되고 있다. 사진에 촬영위치의 GPS 정보를 덧붙이는 지오태깅(Geotagging)을 통해 사람들이 손쉽게 웹 상의 지도에 사진을 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마트폰은 사용자가 어떤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느냐에 따라 MP3, 게임기, 네비게이션, PMP 등으로 변신한다. 조만간 애플의 아이폰은 조명, 냉난방, 감시카메라, 가전의 전원을 제어하는 홈 오토메이션 리모콘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이미 iPhone Home Controller, SmartHome 등 웹 사이트에서는 아이폰으로 제어 가능한 홈 오토메이션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제품에 구애받지 않고, 소비자가 필요할 때 컨텐츠를 직접 선택하고, 조합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컨텐츠는 생활가전의 기능을 확장시킬 수 있다. 컴퓨터, 스마트폰처럼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에서도 기본 OS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추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소비자는 필요에 따라 사용 매뉴얼, 고장 진단 및 해결 방법뿐만 아니라 음식 조리법, 날씨 정보, 세탁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웹에서 다운받게 될 것이다. 이처럼 생활가전의 기능과 정보의 확장을 위해 일부 가전 업체는 터치스크린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리모콘의 제한된 버튼수를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CES 2010에서 신생기업 Touch Revolution사는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Wifi가 가능한 생활가전용 터치스크린 Nimble을 선보였다.
 
컨텐츠 조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조
 
서로 다른 컨텐츠를 조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여러 웹사이트의 정보를 연결하여 하나의 서비스로 제공했던 매쉬업(Mesh up)처럼 스마트 홈에서도 컨텐츠의 조합이 시작되고 있다. 소니가 야후와 함께 CES 2009에서 선보인 커넥티드 TV는 스크린 한 켠에 뉴스, 날씨, RSS, SNS 등을 알려주는 위젯이 제공되고 있다. 특히 조합되는 컨텐츠가 과거에는 드라마와 연결된 광고, 제품 검색 등 공급자 위주였다면 향후에는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위젯으로 대체될 것이다. 조만간 하나의 TV화면에서 VOD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시점에 상영되는 컨텐츠와 트위터처럼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기를 원하는 컨텐츠가 공존하게 될 것이다.  
 
웹 상의 정보와 개별기기의 정보를 조합하여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세탁기가 스마트폰과 연동된다면 스마트폰은 의류에 부착된 바코드를 검색해서 얻은 세탁정보를 세탁기에 알려줄 수 있다. 세탁량, 날씨정보, 퇴근시간을 조합하여 퇴근 직전 탈수를 끝내도록 세탁추천 알림문자를 보낼 수도 있다. 냉장고와 스마트폰이 연결된다면 바코드를 인식하여 생산, 육류 등 일부 장기보존 식품에 한해 유통기한을 알려주거나, 생산이력시스템을 검색하여 원산지 정보를 알려줄 수도 있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알림 메모를 입력하면 안방의 컴퓨터, 거실의 TV, 화장실의 세탁기, 주방의 냉장고에서 동시 알림 메시지가 뜨면서 사용자가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2. 건강한 삶을 지원하는 스마트 홈 
 
#2 얼마 전 HomeHealth사의 의료 멤버쉽 서비스에 가입한 김사장은 오후에 가정용 의료기기라고 표시된 택배를 받았다. 상자를 열어보니 고화질 웹 캠과 몸에 붙일 수 있는 조그만 패치가 담겨있다. 웹 캠을 인터넷이 가능한 TV에 연결했더니 HomeHealth사 애플리케이션이 TV와 휴대폰에 동시에 설치되면서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유쾌하게 자신이 담당 스탭이라 소개한 남자가 나타나서 몇 가지 질문을 한 뒤, 패치를 몸에 붙여보라고 한다. 김사장이 패치를 몸에 붙이자 심박수, 심전도, 폐활량, 혈압, 혈당량 등 다양한 정보가 담긴 그래프가 실시간으로 화면에 뜬다. 잠시 후 남자가 그래프 패턴 분석 결과 큰 문제가 없지만 정부의 의료시스템 검색결과 당뇨 병력이 있는 만큼 의사와 상담할 것을 권한다. 전문의와의 짧은 원격 상담이 끝나자 딸에게서 검사받느라 고생했다는 문자가 와있다. 문득 지금까지 병원을 찾을 때면 한 시간도 넘게 기다린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 멤버쉽으로 기기를 렌탈한 덕에 비용 측면에서도 훨씬 경제적이다.  
 
전세계적인 고령화로 가족의 건강과 안전 역시 스마트홈에서 주목받는 영역이다. UN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총 인구 중 11%가 65세 이상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며, 10년 후에는 총 인구의 15.4%가 65세 이상일 전망이다. 일본, 유럽, 미국 등에서는 이미 고령인구 비중이 각각 22.6%, 16.5%, 13%에 이르며 2020년에는 28.5%, 19%, 16.1%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게다가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과거 대가족처럼 가족의 보살핌을 기대하기 힘들어 졌다. 국가 역시 고령화로 인해 늘어가는 의료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령인구 중에서도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지킬 만한 경제력을 갖춘 사람이 늘고 있다.  
 
또한 소득이 증가하고, 삶의 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쾌적한 삶을 지원하는 스마트 홈에 대한 수요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일례로 과거 소소한 불편으로 인식되던 불면증이 이제는 치료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은 미세먼지,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에도 주목하고 있다. 겨울의 밀폐된 아파트나 사무실에서 환기가 제때 되지 않으면 두통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 홈에서도 다양한 신호를 감지하여 대응할 수 있는 각종 센서 및 시스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집에서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홈 헬스케어
 
이에 따라 스마트 홈에서는 홈 헬스케어,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센서와 시스템, 고령인구 서비스 등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우선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홈 헬스케어가 주목받고 있다. 홈 헬스케어란 사람들이 집에서 가정용 의료기기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 하고, 웹으로 의사와 상담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뜻한다. 따라서 홈 헬스케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가정용 의료장비와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히 가정용 의료장비는 비전문가가 사용할 수 있도록 다루기 쉽고, 오류가 적어야 하며, 실제 생활에서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 이에 따라 손목시계, 티셔츠, 몸에 부착할 수 있는 패치 등 다양한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아울러 USB, 무선 통신을 통해 가정용 의료장비와 의료 시스템 간의 연동이 가능해지면서 편의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개별 의료기기가 수집한 정보를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도 등장하고 있다. 홈 헬스케어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건강상태를 꾸준히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주목한 Microsoft사는 2007년 개인의료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인 HealthValut를 출시했다. 지난해 1월부터는 신생기업 American Well, 하와이의료서비스협회(Hawaii Medical Service Association)와 함께 하와이에서 홈 헬스케어 서비스인 Online Care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웹 캠, 전화를 통해 의사와 상담하고, 필요한 경우 처방전도 발급도 가능하다. 또한 의료기관 Cleveland Clinic과 함께 진행한 시범사업에서는 당뇨, 고혈압 환자의 병원 방문을 줄이고, 심장병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시점을 알려주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삶의 질 제고를 위한 다양한 센서와 시스템
 
의료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쾌적하고 안전한 삶을 위해 다양한 센서와 시스템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최근 시몬스와 파나소닉이 개발한 Restino는 편안한 수면을 위해 센서로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수면상태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 조명, 음악, 공조가 자동으로 제어되는 토탈 수면 솔루션이다. 수면을 유도할 때는 점차 조명이 어두워지고 조용한 음악이 나오지만 아침에는 시간에 맞춰 점차 밝아지는 방식이다. 또한 필립스는 갓난아기를 지켜줄 수 있는 베이비 모니터를 출시했다. 부모가 잠시 떨어져 있더라도 아기 숨소리를 듣거나, 음성을 전할 수 있는 기기로 방 안의 온도, 습도도 측정할 수 있다.  
 
향후 독립적인 삶을 원하는 고령인구가 늘면서 스마트 홈에서는 이들을 위한 서비스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사람들은 고령인구의 안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사용자 행동이나 주변 상황을 파악하여 스스로 위기상황을 판단하는 시스템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 Missouri 대학은 고령인구의 생활 공동체인 TigerPlace와 함께 위험감지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베게, 출입문, 주방, 냉장고 등에 붙여둔 센서를 통해 낙상과 같은 문제를 파악하고, 신속하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생활 보안이 중요  
 
다만 센서나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시스템 보안 및 사생활 보호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실제로 센서 오작동을 파악하기 위해 집에 카메라를 함께 설치한 경우, 어떤 응답자는 안전한 삶을 보장받는 것은 맞지만 생활이 감시당하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에 따라 카메라로 찍은 정보에서 사용자 동작 정보를 따로 추출하여 자동으로 이상행동을 파악하는 등 새로운 방안도 등장했다.  
 
3. 환경 친화적 삶을 도와주는 스마트 홈 
 
#3. 이차장은 실시간 요금제로 바꾸면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프리미엄형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쓰던 실속형은 실시간 모니터링만 가능했지만 프리미엄형은 홈 오토메이션과 연계되어 요금이 상승하면 전기 사용량을 조절해주기 때문이다. 이차장이 프리미엄형을 설치하고 웹에 저장되어 있는 과거 에너지 사용량 자료를 다운받자, 냉난방에 크게 민감하지 않는 편이란 분석과 함께 향후 온도조정 폭을 5도로 설정하겠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이차장이 최근 구입한 전기차를 전용 플러그에 꼽자 현재 전기차 배터리 충전 수준 80%, 현재 전기 요금이 kW당 구매요금 390원, 판매요금 370원이란 메시지와 함께 요금 그래프가 나타난다. 과거 추이를 보니 대략 2시간 후에는 전기 요금이 kW당 70원 이하로 내려갈 것 같다. 표준 옵션에서 구매요금 100원, 판매요금 250원으로 설정했더니 자동으로 전기 사용원이 전력회사에서 전기차로 바뀌었다. 세부 옵션으로 최소 전기차 배터리 충전량을 50%로 설정하고 옵션창을 닫았다. 이제 이차장네 집에서도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 스스로 전기요금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스마트 홈에서는 에너지 절감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형성되고,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무분별한 에너지 사용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 에너지의 1/3을 소비하고 있는 가정에서도 에너지 절감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Economist는 소비자 사용행태에 따라 동일한 집에서도 에너지 사용량이 3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음을 언급했다. 게다가 가정에서의 에너지 절감은 소비자 입장에서 반갑다.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스마트 그리드의 등장은 에너지 관리 시스템의 시장 창출을 앞당기는 요인이 될 것이다. 개별 기기의 전기 사용량을 확인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에너지 절감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시간 수요에 따라 전기 요금이 달라질 경우, 소비자가 터무니없는 가격에 전기를 사용하는 것을 막거나, 다른 사람이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저렴하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전기차 도입, 신재생 에너지 매매에 개별 소비자가 참여하게 될 경우 복잡한 시스템을 관리할 수 있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전망이다.   
 
실시간 검침을 통한 에너지 절감  
 
스마트 홈에서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 실시간 검침, 홈 오토메이션과 연계된 에너지 관리 시스템,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에너지 절감방안 도출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첫째, 휴대폰, 인터넷 등을 사용해서 실시간으로 기기별 전기 사용량을 점검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최근 구글의 Power Meter은 15분 마다 전기 사용량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고 있다. 인텔은 유사한 개념의 홈 대시보드 컨셉(Home Dashboard Concept)을 선보였다. 더 나아가 마이크로소프트의 Hohm은 사용자가 우편번호, 집의 크기, 건축년도를 입력하면 평균 에너지 사용량을 비교하여 절감방안을 제시한다.
 
더 나아가 홈 오토메이션과 연계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 등장할 전망이다. 실시간으로 사용량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직접 사용량을 제어하려는 것이다. 이미 발빠른 기업은 홈네트워크 업체에서 스마트 그리드로 업체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Control 4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네덜란드에서는 전력회사 Nuon과 함께 IBM, CISCO 등이 500가구를 대상으로 인터넷과 핸드폰으로 냉난방을 조절하는 등 홈 오토메이션과 연계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실증하고 있다. 이미 Arnhem에서 진행된 테스트에서 전기 9%, 가스 14%를 절감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지난 12월부터 파나소닉은 덴마크 전력회사인 SEAS-NVE와 함께 Lifinity Home Energy Management System를 검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사용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에너지 절감이 가능해질 것이다. 단순히 전원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행동을 파악해서 편리한 에너지 절감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주목한 일본의 NEDO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2007년에서 2009년까지 추진한 BeHomeS(Behavior-Based Home Monitoring and Energy-saving System) 프로젝트는 사람들의 행동을 추정하여 불필요한 조명과 냉난방을 끄고, 필요한 온수의 양을 예측하여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사람이 에너지 절감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알아서 에너지를 절감해 주는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의 가치기준이 달라지고, 라이프 스타일이 변하면서 스마트 홈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연결을 지향하는 삶의 방식, 고령화, 삶의 질에 대한 기대,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제고에 따라 스마트 홈에서는 이를 반영한 새로운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소비자의 니즈가 구체화 되면서 먼 미래에나 필요할 것으로 여겨졌던 서비스가 주목받게 된 것이다.  
 
다만 아직은 기술 구현이 어려워서, 가격이 비싸서, 법제도 미비 등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상용화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 홈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분명해지고  기술적 문제들도 해소되어 가고 있는 만큼 스마트 홈은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의 삶의 모습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끝>

2010년 4월 14일 수요일

◎수처리 기술 변화가 물 산업 판도 바꾼다

LG경제연구원 '수처리 기술 변화가 물 산업 판도 바꾼다'

 

미래에 예상되는 물 부족 현상과 수질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멤브레인 방식의 수처리가 부상하고 있다. 멤브레인 수처리는 이제까지 지역 산업, 국가내 산업으로 인식되던 물 산업을 글로벌 경쟁, 기술 혁신 경쟁, 역동적 경쟁 패러다임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지금 중국은 100년에 한 번 있을 심각한 가뭄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운남성의 경우 강수량이 평년의 30% 수준으로 떨어져 주민들의 생활에도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금년의 가뭄 피해 규모를 약 190억 위안, 한화 약 3조 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가뭄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을 둘러싼 환경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물 환경 
 
● 부족한 물 
 
물은 더 이상 풍부한 자원이 아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14억 입방킬로미터(km3)로 지구 전체 표면을 3,000 미터 깊이로 덮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을 희소 자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담수량이 전체의 단 2.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빙하를 제외하고 강, 호수, 지하수 등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담수의 양은 0.8%로 줄어든다. 더 큰 문제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가뭄 현상이 심화되고, 지하수의 고갈 및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풍부하지 못한 물이 이마저도 줄어들고 있다.  
 
물 공급량이 제한된 상황인 반면, 미래의 물 수요는 인구의 증가, 식생활의 변화, 산업화의 진전으로 인해 꾸준히 증가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인당 연평균 2,000 리터를 소비하는 인류는 매년 8,000만 명씩 증가하여 2025년에는 2000년 대비 30%가 증가한 8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경제 발전에 따른 육식 증가 등 생활 양식의 변화는 인구 증가로 인한 물 소비를 배증시키고 있다. 밀 1kg을 얻기 위해서는 900 리터의 물이 필요하지만, 닭고기 1kg 생산에는 4,500 리터, 쇠고기 1kg은 20,000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산업화도 물의 사용량을 배가 시킨다. 전지구적인 산업화가 추가적인 물 사용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30년간 물 사용량이 300% 이상 늘어났는데, 그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산업용 물 수요의 증가였다.  
 
이용 가능한 담수의 감소와 물 수요의 증가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현재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수준인 연평균 천 리터 이하의 물 사용 인구가 2000년 5억 명에서 2025년에는 약 40억 명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도시화로 인해 지역별 물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1950년 전 세계 도시화율은 29%였지만, 2025년에는 5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물은 산재되어 존재하는 반면, 물 수요는 지역 단위로 집중되는 현상이 심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물은 액체 상태로 지역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지역간 물 수급의 불균형은 쉽게 해소되지 못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지역 단위의 물 부족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유엔은 전 세계 국가의 1/5이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 더러워 지는 물 
 
물 부족 문제와 더불어 물의 오염 문제도 걱정스럽다. 2004년 기준으로 전 세계 하수 처리율은 42%에 불과하다. 과반 이상의 하수가 그대로 방류되어 지표수 및 지하수를 오염 시키고 있다. 세계 물 포럼(World Water Forum)에 따르면 현재 11억 명이 안전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으며,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의 10배에 해당하는 매년 500만 명 이상이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처리 시설 미비로 인한 오염은 새로운 인프라 건설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보다 걱정되는 점은 물을 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 문제와 기존 처리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오염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물을 정화하는 과정에서 슬러지라는 일종의 찌꺼기가 발생한다. 슬러지는 고체화된 불순물로 주로 매립의 형태로 처리되고 있다. 하지만 슬러지 매립은 토양의 오염을 유발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지하수의 오염도를 심화시킨다.  
 
새로운 오염원의 발생 문제는 1993년 미국 밀워키 지역의 수질 오염 사고가 대표적 사례이다. 밀워키 오염 사고는 염소 처리 방식으로 걸러내기 어려운 크립토스포리디움(Cryptosporidium)이라는 미세한 병원성 물질로 인해 수돗물이 오염되어 40만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100여 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백 년 전에는 물 속의 콜레라균, 대장균 처리가 주요 이슈였다면 지금은 산업화의 영향으로 인공 화학 물질이나 크립토 같은 우리가 몰랐던 미세 물질의 처리가 새로운 화두가 된 것이다.  
 
멤브레인 처리 방식의 부상 
 
●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 방향 
 
시장은 물의 새로운 공급 방안으로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담수 시설과 사용한 물을 다시 쓰는 재이용 시설에 주목하고 있다. 바다에 인접한 물 부족 지역인 중동, 미국 서부, 호주, 지중해 연안의 스페인 등에서 담수 시설이 늘어나고 있으며, 대도시 및 산업 단지를 중심으로 재이용 시설이 적용되고 있다.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한 싱가포르의 경우는 약 4조원의 재원을 들여 싱가폴 도시 전체의 물을 재이용 할 수 있는 DTSS(Deep Tunnel Sewerage System)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싱가폴을 관통하는 거대한 지하 하수 터널을 만들어 도시 양 끝 단에 위치한 대규모 재이용 처리 시설로 물을 보내는 시스템이다.   
 
처리 시설의 컴팩트화도 진행되고 있다. 처리 용량 대비 시설 규모를 줄이게 될 경우 수요처에 가깝게 시설을 만들 수 있고, 이는 송·배수 과정에서의 누수를 줄이고, 오염원 처리를 효과적으로 하는 장점을 가진다. 특히 하수 처리장 시설의 경우 혐오 시설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피하기 위해 시설물 지하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기존에 인지하지 못했던 오염원을 미연에 제거할 수 있는 미세 처리 방식과 슬러지 발생 최소화 및 재이용 방안도 모색 중이다. 즉 기존 처리 방식에서 제거하지 못하는 미생물들을 최대한 걸러냄과 동시에, 슬러지 발생량 자체를 줄이고, 슬러지를 바이오매스 발전의 원료화하여 처리 시설의 전력 공급원으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규제의 강화를 통해 시장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하수 처리 기준 및 상수 처리 기준을 강화하여 기존 처리 방식의 개선을 독려하는 것이다. 새로운 시설은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지만, 국민 건강 증진과 환경 보전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인 규제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프랑스 등 수처리 선진국들이 중심이 되어 글로벌 단일 규제의 움직임으로 확산되고 있다.  
 
● 멤브레인 수처리의 확산 
 
멤브레인 방식의 수처리는 실온에서 물리적인 막을 사용하여 물을 걸러내는 것으로, 막의 포어 (Pore) 사이즈에 따라 마이크로 필터(MF), 울트라 필터(UF), 나노 필터(NF), 역삼투압 필터(RO)로 나뉜다. 이러한 멤브레인 수처리는 물을 끓이는 방식보다 효율적인 비용으로 담수 처리를 할 수 있으며, 하수 재이용이나 오염원 제거 측면에서도 기존 방식 대비 효과적이다. 또한 정수 처리의 모래여과를 대체할 수 있고, 하수 처리의 미생물 농도를 높일 수 있어 처리 용량 대비 시설 사이즈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담수 시설 및 재이용 시설의 확산, 처리 시설의 컴팩트화, 새로운 오염원 제거, 슬러지 발생량 최소화, 규제의 강화라는 시장의 대응에 최적화한 방법으로 멤브레인 방식의 수처리가 부상하고 있다. GWI(Global Water Intelligence) 예측에 의하면 2007년 멤브레인 시스템 시장은 61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연평균 19.5%로 성장하여 2016년에는 303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 산업 전체의 시장 성장률이 같은 기간 연평균 4.7%임을 놓고 본다면 4배 이상 빠른 성장률이다. 반면, 기존의 수처리 방식에서 자주 사용되었던 화학 처리제 관련 시장은 2007년에는 멤브레인의 3배 규모인 180억 달러 규모였으나, 연평균 3%의 낮은 성장으로 2016년에는 250억 달러 수준으로 멤브레인 시스템 시장보다 작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4> 참조).  
 
사실 멤브레인 기술은 이미 20여 년 전에 개발된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제품 가격과 과도한 전기 소모량 등으로 경제적 효용이 낮아 시장 확산이 더디었다. 하지만 제조 기술의 발달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담수 분야의 역삼투압 방식(RO) 필터 가격은 10년간 75% 하락 했고, 전기 소모량도 5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가격 경쟁력 확보는 시장 확산으로 이어져, 2015년에는 역삼투압 멤브레인을 활용한 담수 방식이 전체 시장의 57%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멤브레인 가격 경쟁력이 높아짐에 따라 시장 확산은 예상보다 더욱 빨라 질 수도 있다.
 
물 산업 지도의 변화 
 
멤브레인의 확산은 새로운 수처리 아이템의 부상을 넘어서는 의미가 숨어있다. 바로 100여 년간 지속된 물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파편화된 시장 (Fragmented Market), 저기술 시장 (Low Tech Market), 안정적 시장 (Stable Market)인 물 산업이 글로벌 경쟁, 기술 혁신 경쟁, 역동적 경쟁으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글로벌 경쟁으로 전환 
 
지금까지 100여 년 간 물 산업은 지역(Local) 단위로 발전되어 왔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 도상국에서도 자국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처리 시설을 건립하고 필요한 자재를 조달하고, 직접 운영을 하였다. 이는 토목 시설 기반의 자연 여과 방식, 염소 처리 등의 화학 처리 방식, 생물학적 처리 방식 등이 그 지역에 맞게 개발되고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즉,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은 많으나 영세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멤브레인 방식의 수처리는 다르다. 멤브레인을 만드는 기술 자체가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선진 업체들보다 더 성능이 뛰어나고 가격 경쟁력을 가지는 멤브레인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멤브레인 부품 제조 영역은 국지적 경쟁에서 글로벌 경쟁으로 양상이 바뀌고 있다. 실제로 멤브레인 종류별로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들은 다르지만 각 영역에서 글로벌 Top 5의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한다. 이들 영역의 대표적인 Top 5 업체들은 DOW, Nitto Denko, Toray, GE, Siemens, Asahi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다.  
 
이러한 선진 업체들은 오랫동안 쌓아온 관련 분야의 기술력과 실제 시설에 적용한 사업 실적(Reference)을 가지고 자신의 영역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인프라 분야에서 사업 실적은 해당 제품 및 시설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평가 기준이기 때문에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어떤 기업이 자사 제품을 10년 보장한다고 주장할 경우에, 실제로 그 제품을 10년 이상 시설에 적용한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새롭게 멤브레인을 개발하고 있지만, 선진 기업 수준의 제품 효율과 축적된 사업 실적을 갖추지 못하여 글로벌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 기술 혁신 경쟁으로 전환 
 
멤브레인 기반의 수처리 방식의 확산은 기술 혁신에 의한 시장 침투를 가능하게 한다. 멤브레인 자체에 기술 진입 장벽이 존재하지만, 이를 근원적으로 뛰어 넘는 기술 혁신을 통해 시장을 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기술 혁신을 만들어 낸다면, 멤브레인 전환의 과도기 시장에서 헤게모니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에너지 비용 문제다. 멤브레인 방식은 막에 물을 통과 시켜 정화를 하는 작업으로 물을 통과 시키기 위한 압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압력에 사용되는 에너지 비용이 높다는 것이다. 이 점에 착안하여 다양한 기술적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 예로 2008년 GWI에서 주관한 물 분야 혁신 상을 수상한 미국 기술 벤처 기업 NanoH2O는 나노 기술을 역삼투압 멤브레인에 적용하여 기존 멤브레인 대비 성능(시간당 처리 용량)을 2배로 향상시키는 혁신을 만들어냈다. 역삼투압 멤브레인 성능이 20여 년간 30% 밖에 향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인 진보다.  
 
인위적인 역삼투압이 아닌 자연 삼투압을 적용하여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혁신도 나타나고 있다. 즉 반투과막 멤브레인을 활용하여 자연 현상인 정삼투압을 응용해 담수 작업을 하는 것으로 역삼투압 방식 대비 에너지 소모량을 10%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멤브레인 방식을 뛰어넘는 기술 혁신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들이 나타남에 따라 점차 물 산업은 하이테크 기술 혁신 시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글로벌 고객들에게 보다 더 효율적으로, 보다 더 경제적으로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수처리 장치 분야의 기술 혁신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 역동적 경쟁으로 전환 
 
멤브레인 수처리 방식의 확산으로 인해 글로벌 경쟁, 기술 혁신 경쟁이 나타남으로써 시장의 기존 강자들이 위협 받고, 새로운 강자들이 또한 등장하고 있다. 과거 전통적인 수처리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만들어온 기업들이 새로운 멤브레인 방식의 적용에 주저하는 반면, 멤브레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신흥 업체들이 사업 실적을 쌓아가면서 도약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수처리 기업들의 사업 확장이 쉽지 않은 이유는 멤브레인 방식에 특화한 새로운 수처리 프로세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대변하는 사례가 담수 시장의 경쟁 양상이다. 2007년 전통적 담수 처리 방식인 증발 방식(Thermal)의 상위 10 개 기업과 멤브레인 방식(RO)의 상위 10 개 기업에 동시에 속한 기업으로는 프랑스 수처리 전문 업체 베올리아(Veoila)와 스페인의 건설 기업 OHL 두 기업뿐이었고, 시장 1위 업체도 증발 방식은 두산중공업인 반면, 멤브레인 방식은 GE였다.   
 
특히 멤브레인 담수 분야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싱가폴 기업, 하이플럭스(Hyflux)의 성장은 시장의 역동성을 잘 보여준다. 하이플럭스는 10여 년 전만 해도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벤처 기업 수준이었다. 하지만 UF 멤브레인 개발을 통해 멤브레인 수처리 프로세스를 익히고, 2003년 싱가포르 정부가 발주한 투아스 플랜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싱가폴 정부는 물 부족 해소와 물 산업 육성을 위해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던 담수 플랜트 사업인 ‘투아스 플랜트(Tuas Plant)’ 사업을 기획하고 자국 업체인 하이플럭스를 참여시킨 것이다. 이 사업에 참여한 하이플럭스는 자사의 멤브레인을 적용, 전처리(pre-treatment) 시스템을 설치했다. 이 사업을 통해 멤브레인 기반의 담수 플랜트 사업 경험을 획득한 하이플럭스는 중동과 중국에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2009년에는 GE 컨소시엄을 누르고 세계 최대 담수 시설인 알제리 막타 담수 플랜트(50만톤/일)를 수주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미래를 위한 준비 
 
기술 기반의 글로벌 경쟁 시장이 된 물 산업에서 신흥 기업들은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제 기업 스스로 물 산업의 변화의 바람을 읽고 수처리 방식의 기술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물론 지금의 멤브레인 선도 기업들은 수 십 년 이상의 기술 개발 역사를 가지고 있어, 이들을 뛰어 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 쌓아온 기반 기술 역량을 효과적으로 응용하는 내부 혁신과 외부의 뛰어난 역량을 결합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수처리 시장에서는 기술력 뿐 아니라 실제 장기간 수처리 시설에 적용해온 사업실적(Reference)도 매우 중요하다. 싱가포르의 예에서 처럼 기술력있는 기업이 사업실적을 쌓을 수 있는 국가적 프로젝트의 추진도 국내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끝>

◎TV 對 모바일기기 스마트 경쟁

LG경제연구원 'TV 對 모바일기기 스마트 경쟁'

스마트 TV 시대에는 콘텐츠 플랫폼화가 확산되어 TV와 모바일 기기 간 중복 콘텐츠가 많아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굳이 TV를 구입하지 않아도 모바일 기기를 통해 TV용 콘텐츠의 많은 부분을 이용할 수 있다. 중복 콘텐츠를 두고 벌어지는 TV와 모바일 기기 간 경쟁 및 파급 효과에 대해 살펴본다. 
 
스마트 TV 시대 임박 
 
최근까지 TV는 제한된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국, 통신사 등에서 제공하는 영상물을 수동적으로 시청하기 위한 전자제품이었다. 그러나, 휴대 단말기 시장에서 OS 및 콘텐츠 플랫폼 기반의 스마트화가 확산된 이후 TV도 유사한 형태로 스마트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주요 TV 제조사들은 스마트화를 대비하여 다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0년 3월, 소니는 인텔, 구글과의 제휴를 통해 스마트 TV를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강자 애플은 공식적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아이튠스 및 앱스토어 역량과 혼하이의 LCD 생산라인 인수 등 주변 여건을 고려할 경우 스마트 TV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스마트 TV란 
 
일반적으로 스마트 TV는 콘텐츠 플랫폼을 기반으로 영상물 및 애플리케이션 등 각종 콘텐츠를 제공하는 TV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플레이스테이션, XBOX 등 게임기를 별도로 구입하지 않고도 TV용 앱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게임을 이용할 수 있고, 해외 명문대의 강의를 실시간 통/번역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여 거실 소파에서 볼 수 있다.  
 
물론 기존에 주로 시청하던 지역 기반의 지상파 및 케이블 영상물도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영상물의 경우에도 지역 및 생산자 범위가 대폭 확대된다.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브로드밴드 TV와 일부 유사할 수 있지만, 콘텐츠 플랫폼 개념이 적용됨으로써 사용자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지속적으로 업로드하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TV와 모바일 기기 간 중복 콘텐츠 수 증가 
 
스마트 TV는 N Screen과도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마트 TV 시대에는 아이튠스 및 앱스토어와 같은 하나의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해 놓으면, TV 뿐만 아니라 휴대폰, 태블릿 PC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를 통해 사용자는 원하는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그림>과 같이 TV에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의 양 자체도 대폭 확대되지만, 모바일 기기와 중복되는 콘텐츠 양도 많아진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복되는 콘텐츠에 대해 사용자들은 어떤 전자제품을 선호하게 될까? 최근 구글의 조사 자료를 참고해 보면, TV 시청 시간은 감소하고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는 시간은 오히려 늘고 있다. 즉, 영상물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들은 굳이 거치형 TV를 통해서만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PC, 스마트폰 등 인터넷이 가능한 다양한 기기를 이용하고 있으며, 그 비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사용자들의 유비쿼터스 기기에 대한 잠재니즈와도 관련성이 높다.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전, 사용자들은 이메일 확인 및 인터넷 서핑을 위해서 노트북 컴퓨터가 놓여진 책상 앞으로 가서 수십 초가 걸리는 부팅 시간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보유한 사용자라면 원하는 바로 그 시점에 침대에 편안하게 누워서도 인터넷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과거 영상물을 TV로만 볼 수 있었던 시절에는 반드시 TV가 놓여진 지점에 가야 했지만, 지금은 노트북, 휴대폰, PMP 등을 통해서 오히려 더 많은 영상물(예: 유투브 등)을 접할 수 있게 되다 보니 TV 시청시간은 줄어들지만, 타 기기를 통한 영상물 시청 시간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콘텐츠 플랫폼이 TV에까지 본격적으로 적용이 된다면 모바일 기기를 통해 TV 콘텐츠를 이용하는 비율은 향후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 TV 시대, TV와 모바일 기기 간 경쟁 
 
TV와 모바일 기기가 공통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다는 것은 다시 말해 TV와 모바일 기기가 상호 보완의 역할도 할 수 있지만, 기기 간 경쟁을 촉발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의 성능 및 향후 진화 방향을 바탕으로 양 기기 간의 경쟁 구도를 예상해 보자.  
 
우선, 지금 현 시점에서 TV와 모바일 기기의 성능을 먼저 비교해 보자. TV는 모바일 기기 대비 대화면이고, 거치형의 특성 상 유선 라인을 통한 안정적인 네트워킹이 가능하며 배터리 이슈가 없다. 반면, 스마트폰, 테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는 이동성(Mobility), 처리 역량(Processing), 제어(Control) 측면에서 TV 대비 장점을 보이고 있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자세로 다양한 영상물 및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TV와 모바일 기기 모두 향후 스마트 시대에 대비하여 계속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화 방향성은 TV, 모바일 기기 모두 각각의 장점을 강화하면서도 약점을 보완하는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TV와 모바일 기기 간 경쟁은 이러한 각 진영 간 진화와 더불어 본격화될 것이다.
 
① TV의 진화 및 향후 경쟁력 
 
TV는 대화면으로 영상물 시청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사용자와 TV 간 거리가 떨어져 있으므로 컨트롤하기가 어려워 애플리케이션 이용에는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스마트 TV 시대에 애플리케이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의 리모콘보다 훨씬 진보된 컨트롤러가 필요하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리모콘 기능에 자이로 센서, 쿼티 자판, 마우스 기능을 추가한 형태의 컨트롤러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음성 및 동작 인식이 안정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컨트롤러가 개발되어 상용화될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이러한 종류의 컨트롤러가 지속적으로 개발되었고 일부 상용화된 것도 있었다. 그러나, 과거 PDA에 사용된 터치 스크린과 현재 아이폰에서의 터치 스크린 기능 간 UX(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시장성 관점에서도 PDA와 아이폰은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처럼, TV에 적용되는 컨트롤러 기능도 과거와는 UX 측면에서 명확하게 진보된 형태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향후 콘텐츠 플랫폼에는 3D 영상물 뿐만 아니라 다양한 3D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하게 될 전망인데, 미세한 동작 인식까지도 인지 및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세싱 관점에서의 진화도 지속될 것이다. 구글과 소니의 제휴로 개발될 스마트 TV에는 인텔의 아톰 프로세서가 장착될 것으로 보도되었다. 즉, 이제 TV에서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처리를 위한 고성능 프로세서 탑재가 점차 보편화될 것이고, 벌써 이러한 동향이 관측되고 있다. 더 이상 모바일 기기 대비 프로세싱 역량 열위를 지켜보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제어 및 프로세싱 관점에서는 이러한 진화가 지속되겠지만, 거치형 TV의 특성 상 모바일 기기 대비 이동성 및 개인화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굳이 무리수를 주면서까지 이동성 등 모바일 기기 기능을 전부 좇는 것보다 OLED TV, Wall TV 등 TV가 보유하고 있는 특장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 모바일 기기와의 경쟁 구도에서 TV만의 영역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② 모바일 기기의 진화 및 향후 경쟁력 
 
모바일 기기의 경우, 이동성 및 제어 용이성이라는 고유의 장점을 강화하면서도 대화면의 약점을 극복하고, 더불어 유선 네트워크 수준의 안정적인 무선 네트워크 역량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기존 테블릿 PC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거나, 스마트폰에 빔 프로젝터 기능의 추가, 그리고 HMD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기기가 등장하여 모바일 기기의 소화면 약점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화면 기술 진보에 선결되어야 할 과제는 네트워크 이슈의 해결이다. 화면이 커질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신속하게 전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휴대 단말기를 이용해서 지상파 DMB 방송, 유투브 동영상 등을 시청할 수 있지만 유선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있는 TV 대비 화질이 현저히 미흡하다. LG전자, 삼성전자를 비롯하여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IT업체들이 전자제품 간 호환성을 높여 홈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DLNA를 채택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관련 네트워크 기술 개발에 지속적 박차를 가한다면 향후 모바일 기기에서도 선명한 화질의 영상물 및 게임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모바일 기기의 진화는 분명히 TV에게 위협이 될 수 있겠지만, 여전히 거치형 TV 수준의 대화면 구현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대체재로 거론되기에는 아직 성급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대결 구도가 다양한 컨셉의 모바일 기기 등장을 가속화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TV와 모바일 기기 간 경쟁 전개 양상 
 
향후 거치형 TV 시장은 모바일 기기와의 경쟁을 통해 어떻게 전개될까? 우선, 영상물 관점에서는 TV의 대화면 특성으로 인해 모바일 기기 대비 차별화 여지가 분명히 존재한다. 마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가정 내에서 DVD를 통해서도 충분히 볼 수 있지만 더 많은 금액(관람료, 교통비 등)을 지출하고도 영화관에 가서 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특히, OLED 기술의 발전, 3D 영상물의 확산 등을 고려해 보았을 때 대화면의 영상물 시청이 사용자에게 주는 장점은 향후 더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애플리케이션 관점에서는 모바일 기기의 잠식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현재 일부 High-end TV에도 게임, 인터넷 검색 등 일부 애플리케이션이 내장되어 있지만, TV 리모콘을 통해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기에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대비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TV 입장에서는 원거리 제어가 용이하도록 대폭 개선된 동작 및 음성 인식 기능을 컨트롤러 등에 탑재하는 것과 더불어 OLED, 3D 등 기술 혁신 및 조기 상용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한편, HMD, 모바일 빔 프로젝터,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신개념 모바일 기기가 등장함으로써 신규 시장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 콘텐츠 플랫폼화가 대중화될 경우, 모바일 기기는 기존과 같이 패널 기반의 디스플레이에 국한될 필요가 없다. TV에 내장되어 있거나 별도의 셋톱박스 형태로 된 플랫폼과 DLNA 등을 이용하여 근거리 통신만 가능하다면 디스플레이 형태 및 모바일 기기 유형은 매우 다양해질 수 있다.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가능성을 살펴 보자.
 
HMD의 예를 들어 보면, 현재는 Mobintech 등 일부 업체에서 상용화하고 있고 기술적으로 상당한 진보가 필요한 수준이지만, 작은 안경 착용만으로도 30인치 이상의 화면을 3~4m 거리에서 시청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주요 3D TV 제조사들의 경우에도 무안경 방식의 3D를 구현하려면 중장기적인 R&D가 필요한 상황임을 감안해 볼 때, 어차피 3D 시청을 위해 안경 착용이 필요하다면 굳이 고가의 3D TV 대신 HMD를 선호하는 고객층도 생길 것이다.  
 
모바일 빔 프로젝터의 경우에도 향후 신규 시장을 창출할 여지는 있다. 이미 MWC 2010에서도 주요 전자업체에서 휴대 단말기에 탑재된 형태로 모바일 빔 프로젝터를 출품하였으며 상용화 단계에 있다. 패널 기반 디스플레이 대비 초대형 화면 구현이 용이하다. 현재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화질, 휘도, 내구성 및 가격 등을 단계적으로 극복한다면 스마트 TV 시대에 신규 시장으로 자리 매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TV와 모바일 기기의 동반 발전 
 
바보상자라고 불리던 TV가 스마트해 질수록, 반어적으로 TV는 모바일 기기와 더 큰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것은 선의의 경쟁으로 승패가 존재한다기 보다 TV와 모바일 기기 모두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오히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S/W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H/W 및 제조력의 중요도는 덜 언급되는 경향이 있다. 향후 창의적 컨셉의 H/W 기기를 기획하고 제조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은 또 하나의 경쟁 포인트가 될지 모른다. 향후 도래할 TV와 모바일 기기의 스마트 대결을 또 하나의 성장 기회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하겠다.  <끝>

2010년 4월 2일 금요일

◎중국 신에너지 산업의 꿈과 현실

LG경제연구원 '중국 신에너지 산업의 꿈과 현실'

중국 신에너지 산업의 눈부신 성장세가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태양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대 생산국 지위에 오르는가 하면, 풍력발전 설비용량 증가세는 세계 평균보다 5배나 빠르다. 최근 막을 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신에너지 산업 육성이 ‘저탄소 경제’와 함께 경제 구조개선의 뼈대를 이루는 정책방향으로 확정되면서 이 분야 낙관론은 더욱 세를 얻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책방향일 뿐 신 에너지산업의 실상은 마냥 낙관하기 어렵다. 일부 산업분야에서 화려하게 고성장세를 누리고 있지만, 과잉투자와 이에 따른 시장질서의 혼란은 극심한 비효율을 낳고 있다. 관련 인프라가 미비해 산업간, 산업 내 불균형 역시 심각하며 핵심 부품의 해외의존도도 매우 높다. 결과적으로 높은 발전원가를 정부 보조금을 통해 수익으로 만회해야 하는, 자생력이 취약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 분야 상장기업들의 수익성이 몇몇 선두기업을 제외하곤,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은 중국 안팎의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풍력, 태양광, 바이오 등 주요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 신에너지 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중국 신에너지 산업의 실태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불확실성을 충분히 감안해 긴 안목으로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목 차 > 
 
Ⅰ. 중국 신에너지 산업을 낙관적으로 보는 배경
Ⅱ. 풍력산업의 주요 이슈와 과제
Ⅲ. 태양광 에너지 산업의 문제점
Ⅳ. 바이오 에너지 산업의 실태
Ⅴ. 시사점
 
 
 
Ⅰ. 중국 신에너지 산업을 낙관적으로 보는 배경 
 
 
최근 중국 신에너지 산업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산업 전반의 성장세가 매우 눈부신 데다 SUNTECH 등 일부 선두기업들의 활약도 돋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인당 GDP가 아직 4천 달러 미만인 개발도상국이자 뒤늦게 ‘녹색경주(Green Race)’에 동참하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2007년 태양전지 생산량 세계 1위, 2008년에 풍력 신규 설비용량 세계 2위란 알찬 성적표를 거뒀다. 특히 중국정부가 기술습득 등을 목적으로 신에너지를 외국인 투자 장려산업으로 지정하여 시장을 적극 열어주면서 중국의 신에너지 분야가 무한 잠재력을 가진 미래의 ‘황금 시장’으로 평가되고, ‘新 골드러시’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한전 등 대기업을 비롯해 많은 한국기업이 중국 신에너지 시장에 발을 들여 놓거나 관련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과연 중국의 신에너지 산업은 장밋빛으로만 볼 수 있을까?  
 
신에너지, 푸른 미래를 꿈꾼다 
 
중국 성장 패러다임 전환의 큰 흐름과 중국정부의 육성 의지 등을 고려할 때 중국 신에너지 산업의 앞날은 밝아 보인다. 에너지 부족 등 병목 문제에 봉착한 중국의 입장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신에너지 산업 육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
 
급격한 도시화와 중공업화로 중국의 에너지 소비량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2007년의 에너지 소비량은 2000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했고 2020년에 다시 2.2배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중국의 1인당 석탄자원은 세계 평균치의 55.4%, 1인당 석유 채굴 가능량은 11.1%에 불과해 경제 고성장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우려가 크다. 특히 석유의 경우 1995년에 8%에 불과했던 대외의존도가 2009년에 52%로 치솟았고, 2020년에는 65%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에너지 부족문제가 중국 지속가능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화력발전에 편중된 불합리한 에너지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통한 에너지원의 다양화가 시급하다. 또한 연계산업으로의 파급효과 및 고용효과가 큰 신에너지 산업은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저탄소 경제’가 처음으로 올해 열린 중국 ‘전인대’의 핵심 화두로 등장했다. 특히 저탄소 관련 내용이 12차 5개년 (2011~2015년) 계획에 편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의 신에너지 산업도 큰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신에너지 산업이 7대 전략진흥산업으로 지정된 것도 이를 미래산업의 주력군으로 키우겠다는 중국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2007년에 발표한 ‘신재생 에너지 중장기 발전 계획’과 2008년에 내놓은 ‘신재생에너지 11차 5개년 계획’에 이어 지난해에 공개한 ‘신에너지 산업 진흥계획초안’을 통해 2020년 발전목표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생산전력의 의무구매, 세제 우대는 물론 신에너지를 통한 전력생산을 2020년까지 풍력발전용량은 1.5억 KW, 태양광 발전용량은 2,000만 KW, 바이오매스 발전용량은 3,000만 KW로 늘리면서 그 비중을 중국 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15%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 중국 신에너지 산업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를 더욱 크게 하고 있다(<그림 1> 참조).
        
피할 수 없는 성장통  
 
그러나 중국 신에너지 산업의 미래가 화려한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갓 등장한 신생 산업인 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양적인 성과에 비해 질적인 경쟁력은 여전히 취약한 실정이다. 화려한 겉모습의 이면에 아직 수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그 동안 방향 제시 정도의 내용을 담은 관련 정책이 많이 발표됐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세부조항이 미흡해 정책 실효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통일된 관리체계 부재로 중복투자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 산업에서 무질서한 투자로 과열 문제가 대두되고, 관련 핵심기술의 부재로 단순한 생산기지로 전락할 상황에 처해 있다. 한편, 중국의 신에너지산업은 아직 민간보다 정부에 의해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기술연구 분야에 대한 투자는 다른 선진국에 크게 뒤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정부가 전력가격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 신에너지 산업 발전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력가격이 발전업체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장진입을 위해 정부와의 협상력이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정부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불확실성도 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 신에너지 산업의 실상을 살펴보기 위해 주요 분야의 현황과 문제점을 해부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수력, 풍력, 태양광, 바이오에너지, 원자력을 모두 재생에너지의 개념에 포함시켰지만 여기에서는 정부의 육성의지가 강하고 성장성이 높은 대표적 분야인 풍력, 태양광, 바이오 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Ⅱ. 풍력산업의 주요 이슈와 과제 
 
 
산업규모 등 양적인 성장 두드러짐  
 
중국은 산업규모 측면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광활한 국토와 자원, 신흥국가 특유의 고성장성, 그리고 과거 대약진(大躍進) 시대부터 내려오는 지방정부의 관행과 무관하지 않다. 신에너지 중 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풍력발전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풍력 에너지 부존량 (43.5억 KW)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개발 가능 에너지가 약 10억 KW로 인도의 30배, 독일의 5배로 추정된다. 2003년 풍력산업에 대한 허가권 입찰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최근 3년간 발전설비용량 평균 증가율이 112.8%로 세계 평균증가율을 훨씬 웃돌았다(<그림 2> 참조). 2008년 중국의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2000년보다 35배 증가한 12,210MW (한국은 232MW)로 세계 4위를 차지했고, 신규 설비용량은 6,300MW (세계의 23%)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섰다. 한편 풍력이 중국 전체 발전량 중 차지하는 비중은 0.37%에 불과해 향후 발전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비약적인 성장은 정부의 강력한 산업지원 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풍력이 비교적 낮은 발전 단가로 좋은 경제성을 지니고 있어 정부가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에 풍력 발전량을 전체의 3~4%까지 확대할 것을 목표로 하면서 송전망 기업으로 하여금 풍력발전업체가 생산한 전력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하고, 송전망 지원, 부가가치세 50% 감면 등 지원책을 펴고 있다. 또한 풍력발전 설비의 대형화를 추진하기 위해 용량 1.5 MW 이상의 풍력발전기 생산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발전 분야 수익성 악화  
 
그러나 총규모의 급팽창과는 달리 풍력발전 부문 상장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2006년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는 매출까지 동반 하락하면서 -48%의 초라한 성적표를 기록했다(<그림 3> 참조). 국가전력감독 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2008년에 중국 최대의 풍력발전 업체인 롱위안(龍源)을 제외한 모든 발전업체가 적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현재 풍력 에너지 구매가격이 0.51~0.61위안으로 과거보다 높아졌으나 여전히 이익을 내기 힘든 수준이다. 그러나 전력가격 외에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적인 이유가 따로 있다.  
 
첫째, 전력망의 건설 속도가 급속히 확대되는 풍력발전용량에 따라가지 못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중국의 풍력 수요시장은 동부연해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풍력자원이 대부분 전력 인프라가 낙후된 서북부 내륙에 분포되어 있어 원거리 송배전 시설의 확보가 관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경제수익성 측면에서 전력망 업체는 원거리, 소규모 풍력발전소에 대한 투자 의욕이 그리 높지 않는데다 건설속도가 풍력발전만큼 되지 못하고 있다. 2010년까지의 풍력발전용량 목표가 1,000만KW로 기존 목표보다 2배로 상향 조정되었지만 풍력발전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실제로 2008년 말에 이미 2년 앞당겨 목표를 달성했고, 2010년 발전용량이 목표치의 2배인 2,000만 KW에 달할 전망이다. 이처럼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발전소에 비해 전력망이 턱없이 부족해, 허가만 받은 채 착공하지 않거나 지어 놓고도 가동하지 못하는 풍력발전소가 비일비재하다. 2008년 한 해 동안 전국 1/3의 발전기가 이런 이유로 방치되었다. 
 
둘째, 풍력발전 산업의 불합리한 입찰경쟁이 ‘승자의 저주’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의 풍력 발전산업의 성장성을 보고 무작정 뛰어드는 업체들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업체가 건설허가권을 미리 확보하고 풍력자원이 풍부한 입지를 선점하기 위해 특별 허가권 입찰 과정에서 손익분기점 이하의 전력가격을 제시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2009년에 실시한 입찰에서도 입찰가격이 전년보다 20% 가까이 하락했다. 특히 자본력이 강한 국유기업들이 이러한 ‘덤핑 입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민영기업들이 시장 진입의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급기야 2008년부터 입찰가격의 ‘중위수’로 결정한다는 게임룰을 정하고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실효성은 아직 지켜봐야 할 것이다.
 
설비 제조부문 과열문제 심각 
 
발전업체가 송배전 연결문제로 한숨을 쉬는 동안, 설비 제조부문도 빠르게 레드오션화되고 있다. 2010년~2020년 동안 매년 신규 설비용량이 800만 KW만 있으면 정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만 현재 중국 4대 풍력발전기 제조업체인 Gold Wind(金風), 화뤠(華銳), 동치(東汽), 상치(上汽)의 생산 CAPA가 이미 연간 800만 KW를 넘은 상태다. 문제는 신규 시장 진입하는 업체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2009년 9월 현재 중국의 발전기 제조업체가 이미 90 여 개(’07년보다 2배 증가), 날개, 풍력타워의 제조업체도 각각 50개와 100개에 육박했다. 양떼효과 (herding effect)로 투자에 열을 올리는 지방정부들도 중복건설을 부추기고 있다. 일례로 동부 장쑤성의 13개 시가 모두 풍력 발전설비 산업단지 조성에 나서고 있어 과열이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발전설비 국산화율 70% 달성’ 정책에 힘입어 국유기업의 시장점유율이 2006의 41%에서 2008년의 68.4%로 상승일로였지만 지난해 말 국산화 관련 정책이 철회됨에 따라 향후 외자기업 진입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술력과 품질이 걸림돌
 
이러한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수준 향상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중국 풍력 발전설비 시장점유율 1위(’08년 21.4%)인 Gold Wind사는 현재 특허 14개를 받은 상태이며 최초로 해상 풍력 발전기 프로젝트를 개시하는 등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 90여 개 발전기 제조기업 중 80% 이상이 단순 조립 공장에 불과할 정도로 산업전체의 기술수준이 선진국과의 격차가 여전히 크고, R&D 투입과 핵심인재 부족이 산업의 질적인 발전을 제약하고 있다. 중국 풍력발전기 대형화가 미래의 대세이지만 현재 2MW 이상 발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2개에 불과하고 3MW이상의 발전기 및 부품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베어링과 제어시스템 등 핵심부품도 주로 해외로부터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공급부족 문제가 당분간 완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 풍력발전소의 발전효율이 국제수준보다 5~10%p 낮다는 것도 국산 부품의 낮은 품질과 잦은 고장률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010년 이후 본격적인 생산과잉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2008년 Gold Wind, 화뤠, 동치 등 3대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이미 57.4%에 달해,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업체들이 도태되면서 시장집중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풍력발전산업의 현주소는 <그림 4>와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급성장에 따른 부작용 중 일부가 향후 중국정부의 추가조치 등으로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송전망 부족과 기술저하 문제의 해결여부가 산업의 앞날을 좌우할 수 있다.  
 
 
Ⅲ. 태양광 에너지 산업의 문제점 
 
 
탈피하기 힘든 ‘세계 공장’의 한계  
 
유망미래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중국의 태양광 산업도 최근 10년간 무려 35배나 성장해 빛의 속도로 부상하고 있다. 2007년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태양전지 생산국으로 자리잡았고, 2008년에는 태양전지 생산량이 1.78GW로 세계의 26%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 국내의 태양광발전은 아직 태동단계에 머물고 있다. 2007년 기준 발전 설비총량은 세계의 1.2%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제조업체들은 생산한 태양전지의 98% 이상을 해외시장으로 수출하고 있다.  
 
중국 업계에서 중국의 태양광 산업을 ‘삼두재외(三頭在外)’로 평가하고 있다. 시장이 해외에 있을 뿐만 아니라, 원자재도 해외로부터 조달해야 하고, 핵심기술도 해외로부터 도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태양전지 부문이 사실상 일종의 노동집약적인 부품 가공 기지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저렴한 노동원가에 의한 가격경쟁력 확보를 통해 성장해왔다. 그러나 국제시장이 점차 포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수익성도 갈수록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 때문에 해외 수요 변화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유럽 미국 등 주요 수출대상국의 변화가 산업전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선진국들의 시장위축으로 이어지면서 무려 350개 중국 태양광 제조업체가 도산의 운명을 맞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로 대두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의 타깃이 되면서 중국산 태양전지에 대해 EU를 비롯한 일부 국가가 반덤핑 등 통상 분쟁을 제기했다.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독일 시장에서 최근 태양광 발전 관련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한층 커지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내수중심’의 성장으로 구조전환을 하거나 수출다변화, 브랜드 파워제고 등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중국의 태양전지 부문이 외부환경 변화에 휩쓸려 ‘반짝 성장’에 그칠지도 모른다.  
 
폴리실리콘 부문 이미 과열 상태 진입  
 
중국 태양에너지 산업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불균형한 산업구조를 꼽을 수 있다. 산업 체인을 보면 중국 로컬 업체들이 거의 모듈과 전지 생산 등 중간 부문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생산원가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 부문에서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위로 갈수록 업체수가 적어지는 ‘피라미드’식 구조이다. 폴리실리콘을 대부분 해외로부터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공급부족으로 중국 태양전지 생산업체들이 전체 생산능력의 1/3 밖에 가동하지 못할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중국 내 폴리실리콘 가격이 한 때 kg당 500달러까지 치솟아 폭리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에 따라 각 지방정부가 폴리실리콘 산업을 ‘1호 공정’으로 지정하면서 대규모 투자에 나섰고, LDK, Solarfun 등 기존의 잉곳 생산기업들도 폴리실리콘 제조 분야로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방직, 유리 등 전혀 다른 분야의 기업도 폭리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무질서한 투자가 과열로 이어져 폴리실리콘 부문의 수급관계가 빠르게 역전되고 가격이 kg당 50달러로 폭락하였다. 2009년 중국 국내 신규 생산량이 1만 톤을 돌파한 반면 실제 필요로 하는 폴리실리콘 7천 톤으로 추정되고 있다(<그림 5> 참조). 현재 건설 중이거나 건설 계획 중인 프로젝트까지 합산할 경우 생산능력이 무려 14만 톤으로 2010년 글로벌 수요인 8만 톤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특히 기존의 태양전지 생산업체들이 대부분 공급부족 시절에 글로벌 폴리실리콘 공급업체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이므로 향후 태양광 산업이 빠르게 성장을 하더라도 로컬 폴리실리콘 업체들은 ‘경영난’과 구조조정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고부가가치 영역 역량 부족  
 
줄이어 폴리실리콘 분야에 뛰어든 로컬업체들에게 가격폭락 문제 외에 기술수준도 넘기 힘든 벽이다. 폴리실리콘을 추출하는 첨단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산된 제품의 순도가 낮은 반면 생산원가가 높은 편이다. 특히 폴리실리콘의 생산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배출되는데 전통적인 생산기술에만 의존하고 있는 중국기업들이 이러한 유독 배출물을 회수 처리하지 못해 ‘청결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오히려 심각한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가장 자신을 가지고 있는 전지제조 부문은 어떨까? 중국 태양광 대표 기업 SUNTECH가 현재 대량 생산하고 있는 단결정과 다결정 실리콘 전지의 에너지 전환효율이 각각 19%와 17%에 달할 정도로 세계 정상 수준의 결정질 전지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술수준이 높은 CdTe 박막 전지의 경우 중국 기업의 평균 전환효율이 6%로 글로벌 기업의 11%와 아직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다. 독자적인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핵심기술과 혁신능력의 부족으로 산업의 표준제정도 난항을 겪고 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정부의 지원 강도 
 
아직 발전초기단계에 있는 태양광 산업에게 정부의 지원은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태양광 발전 보급은 주로 내륙 오지와 농촌지역의 전력난 해소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지원 정책도 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09년 6월에 ‘금태양’ 정책이 발표 된 후 500MW 이상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대해 총 투자액의 50%, 외딴 지역의 독립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의 경우 최고 70%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 외에도 국내 태양 에너지 시장을 만들기 위해 BIPV 지원에 중점을 둔 ‘태양 에너지 옥상(Solar roof)’ 계획을 마련했다. 상용빌딩 및 고급 아파트 BIPV 시장 확대를 통해 태양전지 부문의 내수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대체로 발전원가가 높은 태양에너지 산업의 정책 우선순위는 풍력 등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인데다, 중복 건설 등 산업 과열에 대한 우려로 지원 강도를 높이는 데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금태양 프로젝트가 발표되자 지방정부와 기업들의 신규 프로젝트 신청이 쇄도하고 순식간에 정책 목표치를 초과하는 광경이 벌어졌다. 올해부터 금태양 정책과 다소 겹치는 부분이 있는 ‘Solar Roof’ 계획을 철회하기로 한 것도 산업 발전의 속도조절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태양광 발전소 급증에 따라 송배전 인프라의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 등 풍력산업의 전철을 밟고 있다. 또한 전국적으로 확정된 전력망 접속 가격(上網電價) 및 관련 보조금 제도의 미비가 중국 태양광 산업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로 지적되고 있다. 설치 보조금은 물론 생산 전력 매입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중국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림 6>은 중국 태양광 산업의 현 위치와 전반적인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강·약점을 정리한 것이다. 비좁은 국내시장의 성장, 산업체질 개선, 합리적인 전력가격 보조금 제도 마련 등이 산업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관건이라 할 수 있다.   
 
 
Ⅳ. 바이오 에너지 산업의 실태 
 
 
풍부한 자원, 굶주리는 기업  
 
‘농업대국’으로서 중국은 농업 폐기물, 곡식 등을 주원료로 한 바이오 에너지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매년 생성되는 유기 폐기물은 약 13억 톤, 개발 가능한 바이오 매스 총량은 5억 톤 석탄 (’08년 석탄 소비량의 18%)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바이오 에너지 개발을 통해 농촌지역의 고용확대, 소득 향상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 파생효과가 있어 중국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삼농(三農)’ 정책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최근 정부가 2010년까지 바이오 매스를 이용한 발전 설비용량을 550만 KW로 1차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확정하고, 원료기지 구축 지원금 제공, 세금 감면 등 지원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하이난(海南)성을 비롯해 각 지방정부들이 ‘바이오 에너지 원료 기지’ 건설에 발벗고 나섰고, M&A 등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국유기업들의 열기도 뜨겁다. 중량(中粮)그룹이 에탄올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펑위안(豊原)생물화학을 매입했으며, 현재 중국 바이오 매스 발전 시장 점유율의 70% 이상을 확보한 궈능(國能)은 15개 바이오 발전소를 연달아 건설했다.
 
그러나 정부의 밝은 전망과는 달리 신생 녹색산업에 대한 동경을 품고 뛰어든 바이오 매스 발전 업체들은 대부분 현실의 벽과 부딪치며 쓴 맛을 보고 있다. 현재까지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바이오 매스발전 프로젝트가 약 70개, 건설 중이거나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프로젝트는 약 60여 개로 알려져 있다. 수익이 난 발전소가 전체의 30%에 불과하며, 연중 3개월밖에 정상 운영을 못하는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 것은 뜻밖에도 ‘원료부족’이다.  
 
중국의 바이오 매스 원료인 볏짚, 쌀겨 등의 경우 총량은 풍부하지만 분포가 매우 분산적이고 대규모 수집이 어려운 특징을 지니고 있다. 특히 농사철이 아닌 겨울철의 원자재 확보가 쉽지 않다. 시장이 아직 초기단계이다 보니 전문 원료 수집 및 운송업체가 형성되지 않고, 발전소는 대부분 농민들의 자발적인 원료 판매 등에 의존하고 있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힘든 실정이다. 물류의 낙후성으로 원료의 저장, 운송 비용이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또한 불합리한 분포로 발전소 간의 바이오 매스 자원 쟁탈전이 벌어져 원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충분한 원료를 조달하기 위해 반경 80km 범위 내 발전소 한 개를 짓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지방정부의 맹목적인 투자 열풍으로 현재 장쑤(江蘇)성 북부지역 반경 200km 내에 무려 10개의 바이오 매스 발전소가 자리잡고 있다. 한편 원료의 매입 과정에서 품질관리 시스템의 부재로 원료 품질 저하 문제 또한 심각한 상태이다.
 
상업화로 가는 머나먼 길 
 
이처럼 높은 발전원가가 바이오 매스 발전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중국의 바이오 발전소의 설비투자 비용이 화력발전소보다 2배 이상 많으며, 평균 발전원가가 0.7위안/KWH으로 정부가 정한 표준 판매가격 (上網電價)보다 0.2위안 높다. 정부의 보조금이 없으면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06년 이후 물가와 원료 가격이 크게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오 매스 전력가격에 대한 보조금은 여전히 2005년도에 정해진 0.25위안/KWH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술력 제약으로 설비의 국산화율이 매우 낮은 것도 투자비용이 하락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 풍력발전 등과는 달리 바이오 발전의 송전망 건설 및 유지비용을 모두 발전업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발전업체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오 에너지 프로젝트 자체를 통해 이익을 취하기보다 해당 산업의 특혜우대 융자, 정책 자금 등을 노리는 ‘껍데기 회사’가 종종 생겨나고 있다.
 
시장 진입 문턱이 높은 바이오 연료분야  
 
발전분야와는 달리 바이오 에탄올의 생산확대에 대해 정부는 다소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10년까지 에탄올 생산량을 2배 이상 높인다는 계획도 결국 보류되었다. 지금까지 바이오 에탄올의 주요 생산 원료가 옥수수 등 식량이지만 지구상 5%의 경작지로 20%의 인구를 먹여 살리는 중국에게 식량 수급은 목숨을 걸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현재의 기술수준으로 에탄올 1톤을 생산하기 위해 3.5톤의 식량작물이 필요할 만큼 바이오 연료 생산과 식량 소비가 사실상 경합관계에 있다. 옥수수 등 식량 수요증가에 따른 가격급등이 자칫하면 사회불안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중국은 선뜻 바이오 연료 생산확대에 전력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텐관(天冠), 화뤈(華潤) 등 기존의 4개 회사를 중심으로 바이오 에탄올 생산허가를 제한적으로 부여하는 한편, 방치된 ‘非경작지’를 충분히 활용하고 사탕수수 카사바 등 ‘비식량 작물’을 통한 바이오 에탄올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바이오 에탄올의 원가가 브라질 등 주요 생산국보다 2배 정도 비싼 톤당 4000위안에 달하며, 원료비 비중이 70% 이상으로 경제성이 낮고, 원료의 희소성으로 대규모 생산이 제약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매년 생산되는 약 100만 톤의 바이오 에탄올에 대한 재정 보조금을 15억 위안씩 지급하고 있다. 한편 바이오 연료의 유통채널은 대형국유기업에 의해 독점되고 있어 공정한 시장경쟁 체계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생산업체들은 제품을 반드시 SINOPEC 혹은 Petro China에게 매각해야 하며, 이들 두 기업은 다시 매입한 연료를 사용자에게 공급하고 정해진 사용료를 받는 구조이다.
 
산업의 선순환 구조 아직 미정착  
 
바이오 에탄올 이외에도 중국은 300만 톤 이상의 바이오디젤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생산되는 부분은 이의 10%인 연간 30만 톤에 그치고 있다. 체계적인 재배 계획, 완결한 산업 체인의 부재로 안정적인 원료확보 및 생산활동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주원인이다. 바이오디젤은 주로 황련목(黃蓮木), 단풍나무 등으로부터 추출된다. 그러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일부 지방은 맹목적으로 단일 품종의 나무를 대량 재배함으로써 생태파괴의 우려까지 일고 있다. 또한 나무의 성장주기가 5년 이상으로 매우 긴데다 은행대출을 받기 힘들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
 
대체로 중국의 바이오 에너지 산업은 아직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미숙아’라고 할 수 있다. 원료제약과 낮은 경제성 등으로 단기 수익을 얻기 힘들며, 특히 바이오 연료 분야는 중소기업보다 대형 국유기업이 주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어 시장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림 7> 참조)  
 
 
Ⅴ. 시사점 
 
 
중국은 코펜하겐 회의를 계기로 2020년까지 GDP 한 단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45% 감축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공식 발표했다. 경제 고성장에 따른 에너지난(難)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의 사용비중 확대는 필연적인 대세이다. 즉, 중국정부의 정책 의지와 당위성 측면에서 신에너지 산업의 고성장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중국 신에너지 분야의 시장 성숙도가 아직 낮은 편이고 급성장에 따른 부작용이 심상찮게 나타나고 있다. 대체로 커진 덩치에 비해 내실이 허약하고, 양적인 성장에 치중한 나머지 질적인 성장은 미흡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과잉투자, 국내 시장 미형성, 인프라 부족, 기술력 저하 등 헤쳐나가야 할 난제도 아직 산재해 있다.
 
따라서 단지 ‘녹색 성장’의 열풍을 타고 유망성을 근거로 한 섣부른 진출보다 중국 신에너지 산업의 발전단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례로 중국 태양광 발전의 경우, 국내시장 수요가 아직 미미하고 정책 불확실성이 크므로 단기이익 실현이 쉽지 않다. 최근 미국의 First Solar는 발전 차액을 중국정부로부터 지원받기로 한 협의를 전제로 2020년까지 3단계로 나눠서 서부 내몽고 지역 내에 2G규모의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총규모가 크지만 실제로 2010년까지 30Mw만 건설해 시장 분위기를 살펴본 후 2015년 이후 본 게임을 시작할 예정이다. 풍력의 경우, 현재 발전과 설비부품 부문의 과열로 외자의 유망분야는 베어링 등 일부 고부가가치 부품에 국한되어 있다. 바이오 에너지의 경우, 연료 분야의 진입규제로 외자는 발전분야에서 규모의 경제 확보를 통해 승부를 걸어야 한다.  
 
물론 다른 시각으로 보면 중국 신에너지 산업에서 존재하는 일부 문제가 외자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폴리실리콘 등 부문의 단기과열도 정책수단 및 시장 기능에 의해 몇 년 이내에 해소될 전망이며, 장기적인 비즈니스 사이클의 관점에서 현재 과열로 인한 일시적인 단가하락이 오히려 시장 진입의 좋은 시기로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향후 정책적 보완 등을 통해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가 점차 개선될 것이며 시장 질서도 차츰 확립되고 국내수요 또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태양광 전지 대표기업인 SUNTECH가 2006년 일본 최대 태양에너지 제조업체인 MSK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풍력발전의 선두주자인 Gold Wind도 독일의 VENSYS에너지를 사들이는 등 Leapfrog식 기술도약을 위해 중국 우량 기업들의 해외 M&A 움직임도 대두되고 있다. 이들이 한국기업의 경쟁 상대로 부상하면서 신에너지 분야의 경쟁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지피지기’의 자세로 차별화할 수 있는 분야로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단기 이익에 집착하기보다 멀리 내다보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끝>

◎북한의 화폐 개혁, 물가 잣대만으로는 평가 어렵다

LG경제연구원 '북한의 화폐 개혁, 물가 잣대만으로는 평가 어렵다'

지난해 11월 북한이 화폐개혁을 전격 실시한 이후 북한의 물가는 화폐개혁의 효과가 무효화될 정도로 폭등세를 보였다. 북한의 화폐개혁은 과잉화폐를 흡수하여 시장가격을 안정화시킨다는 측면에서는 실패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사회주의국가에서의 화폐개혁의 목적이 인플레이션 억제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조치를 실패로만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사적 영역의 부를 국유 부문으로 이전시키고 주민과 경제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데에는 어느정도 효과를 거뒀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당국도 국가의 통제력 강화가 북한경제의 회생을 가져올 수 없으며, 주민들이 이미 시장활동에 어느정도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통제조치를 장기간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조치로 일시적이나마 강화된 경제와 주민에 대한 통제력을 기반으로 단기간에 북한경제에 숨통을 틔게 해 줄 수 있는 대외관계에서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 목 차 > 
 
Ⅰ. 화폐과잉과 인플레이션의 원인  
Ⅱ. 화폐과잉과 인플레이션의 조절방식
Ⅲ. 화폐 과잉에 대한 강제적 흡수방식 : 몰수형 화폐개혁
Ⅳ. 북한, 강화된 통제력으로 대외관계 활로 모색할 듯
 
 
 
북한당국은 지난 2009년 11월 30일부터 1 주일에 걸쳐 주민들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축적한 화폐 자산을 국가로 귀속시키는 몰수형 화폐개혁을 단행하는 동시에, 2002년 이후 급속하게 확대되던 사적 시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번 화폐개혁과 시장통제는 주민들이 보유한 통화량을 흡수하여 사적인 소비재 시장의 인플레이션을 잡고, 시장 거래를 통제하여 국영유통망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하지만 이 조치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조치 이후 사적 시장의 인플레이션은 더욱 가속화되었고, 국영유통망의 공급능력은 확대되지 않은 채 시장거래가 위축되어 주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북한당국이 역량을 총동원하여 실시한 정책이 실패함으로써 북한이 급변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조치가 국가가 개인의 부를 강제로 파괴하는 조치인데다, 이미 시장관계에 익숙해진 주민들의 경제활동을 옥죌 경우, 주민들의 체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어 체제 이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Ⅰ. 화폐과잉과 인플레이션의 원인  
 
 
북한이 단행한 이번 화폐개혁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번 조치가 북한에서 처음 시행된 예외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화폐개혁은 1992년 4차 화폐개혁 이후 17년만에 단행된 5차 개혁인데, 4차 개혁 역시 몰수형 화폐개혁이었다. 그리고 구 소련(1947년, 1961년), 베트남(1985년) 등 ‘전형적인 사회주의체제(classical socialist system)’에서 화폐과잉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해소하기 위해 실시한 강경정책의 한 유형이다.
 
북한 당국은 대외관계 단절로 인한 에너지원과 자원 공급의 부족으로 국가 부분의 생산활동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 가운데에서도, ‘중앙계획을 통해 산업의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 자원을 배분하는 전형적인 사회주의 체제’의 기본 틀을 유지해 왔다. 이에 따라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갖는 전형적인 문제들이 현시점에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1. 사회주의체제의 전형적 특징 
 
현실 사회주의체제는 ‘부족의 현상(shortage phenomenon)’과 ‘화폐과잉(monetary overhang)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일반적인 특징으로 한다.  
 
여기서 부족이란 특정 상품이 전체 경제의 필요에 비해 공급량이 적은 경우뿐만 아니라, 전체 경제의 필요를 충족시킬 만큼 생산이 이뤄져도 경제주체들은 공급의 부족에 직면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J. 코르나이는 사회주의경제를 소비재뿐만 아니라 생산수단, 수출입 상품, 외환 등 모든 부문에서 부족의 현상이 ‘빈번하게 만성적으로’ 일어나 경제주체들의 경제행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에서 ‘부족의 경제(shortage economy)’라 정의했다.   
 
부족 현상의 만연은 모든 거래에서 초과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인데, 계획당국이 가격을 통제하는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억압되지만 그 압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또한 자원이 국방 등 중공업 분야로 우선적으로 배분되기 때문에 소비재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가계에는 사용하지 못한 화폐가 쌓인다. 이 잉여 화폐는 강제된 저축(forced savings)이 되거나, 농민시장이나 암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   
 
한편, 사회주의체제에는 국가가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발행한 화폐가 가계로 지속적으로 누출되는 화폐과잉의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이 메커니즘을 통해 과잉 공급된 화폐는 소비재 시장의 인플레이션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부족 현상의 원인으로서의 판매보장 
 
사회주의에서 국가는 중앙계획에 따라 국유기업에 생산지표를 하달하며, 생산지표에 따라 생산된 제품을 모두 구매한다. 부족현상과 화폐과잉은 이처럼 국가가 ‘기업 생산물의 판매를 보장’하는 체제의 본질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먼저 ‘판매의 보장’이 부족의 현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보자. 계획당국은 국가계획에 따라 생산된 제품을 모두 구매한다. 국가가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이윤은 개별기업의 경영활동이 아니라 국가의 가격정책에 의해 결정된다. 생산부문간 이윤율의 차이가 발생해도 국유기업의 경제활동은 국가계획을 따라야 하므로 높은 이윤이 보장되는 부문으로 진입할 수 없다. 이로써 이윤은 자본의 흐름을 인도하는 기능을 상실한다. 그리고 생산물의 판매가 보장되는 상황에서 국유기업의 이윤극대화는 생산지표의 달성을 통해 이뤄진다.  
 
생산지표 달성이 경영의 목적이 되면, 기업의 투입요소에 대한 수요는 무한정 증가하며, 투입요소의 공급은 늘 수요에 비해 부족하게 된다. 공급부족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면 계획당국은 해당 품목의 생산 능력이 낮다고 판단하고 투자수요를 증가시킨다. 이러한 현상은 모든 경제영역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부족현상은 사회주의의 고유한 특징이 된다.  
 
화폐 과잉의 원인으로서의 판매보장 
 
화폐과잉도 국가에 의한 기업 생산물의 판매 보장에서 기인한다. 사회주의에서 국가는 기업 생산물의 판매자인 동시에 구매자이다. 그러나 국가가 구매한 생산품들의 구성과 질과 양은 ‘실질적인 수요’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국가가 이미 기업에 대금을 지불하고 구매한 제품 중에서 다른 기업이나 국영상점이 구매를 하지 않는 상품’이 존재하게 된다. 국가가 구매한 생산물 중 경제적 가치를 갖지 못하는 생산물은 그것에 지불된 금액에 해당하는 만큼 재정 적자를 발생시킨다. 현실 사회주의가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렸던 원인은 여기에 있다.   
 
계획당국은 통화발행을 통해 재정적자를 보전한다. 소비에트 연방의 경우, 페레스트로이카(개혁)가 진행되기 전까지, ‘화폐의 구매력이 안정적으로 증가하며, 인플레이션은 사회주의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도그마가 지배적이었고, 이 도그마는 재정 적자를 중앙은행의 화폐발행과 주민들의 저축예금을 통해 보전하는 정책을 정당화시켜 주었다.
 
산업부문별 성장속도의 불균형, 계획당국과 기업간의 정보 왜곡과 단절 등은 경제가 복잡해질수록 심화되어 재정적자는 늘어나고 통화발행은 지속된다. 그리고 과다하게 발행된 통화는 결국 여러 경로를 통해 가계로 흘러가서 소비재 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
 
2. 북한에서의 부족 현상과 화폐과잉  
 
1998년 공식적으로 출범한 김정일 체제는 2002년 새로운 경제노선으로 ‘선군(先軍)시대의 경제건설노선’을 제시했다. 이 노선의 기본 내용은 ‘군수생산지표 달성을 위해 우선적으로 자원을 보장해주고, 나머지 자원으로 민수생산지표의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이 방침을 김정일이 새롭게 제시한 ‘배제를 통한 선택과 집중’전략이라 평가하는 이도 있지만, 이것은 ‘국가전략에 의해 결정된 우선순위에 따라 자원을 계획적으로 배분하는 사회주의체제’의 기본 성격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표현에 다름 아니다.
 
북한이 중앙에 의한 ‘계획의 일원화와 세부화’를 공식적인 방침으로 삼았던 시기에도 계획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고, 전략적인 우선 부문에 대해서는 자원배분을 엄격히 관리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같은 우선순위에 따른 자원배분체계는 중국이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1964년 제3세계 국가 중 처음으로 핵개발에 성공하고, 북한이 고난의 행군기를 거치는 동안에도 핵개발을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한편, 북한은 2002년 7·1 조치로 기업소의 경영지표로서 ‘번수입지표’(벌어들인 수입: 이윤+임금)를 도입했다. 이 지표의 도입으로 기업의 목표가 ‘생산량 극대화’가 아닌 ‘이윤 극대화’로 전환되었다는 과장된 평가를 내리기도 하는데, 번수입지표의 도입은 현물지표, 총생산액지표 등 기존 지표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생산비 절감을 유도할 수 있는 지표를 하나 더 추가한 것이다. 북한 학자의 설명에 따르면, ‘현물지표가 달성되었을 때에는 번수입계획수행률을 그대로 인정하지만, 현물지표가 달성되지 못하면 번수입계획수행률에서 범칙금을 뺀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현물의 생산량 지표는 기업활동을 감독하는 데 있어서 핵심지표이다.
 
따라서 북한 경제체제는 ‘국유기업의 생산물에 대한 판매보장’이라는 사회주의체제의 본질적 특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부족 현상이 일반화되어 있는데, 기업소의 과도한 자재비축 현상(기관본위주의)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이 심각한 재정적자를 겪고 있다는 점은 국정가격 보전금의 폐지와 같은 사례를 통해 확인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과도한 통화 공급이 이번 화폐개혁의 원인을 제공했다.  
 
 
Ⅱ. 화폐과잉과 인플레이션의 조절방식 
 
 
북한은 여타 사회주의체제와 마찬가지로 화폐과잉과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한 제도적, 정책적 수단을 동원한다. 그러나 근본 원인이 ‘국가에 의한 기업 생산물의 판매 보장’에 있는 만큼, 그 방안은 효과가 제한적이며 일시적이다.
 
1. 화폐유통의 이원화  
 
북한의 공식적인 경제운영원리에 따르면 화폐유통체계는 서로 엄격히 분리된 ‘현금유통’과 ‘무현금유통’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금유통은 중앙은행에서 월급의 형태로 주민들에게 공급된 현금의 유통체계이며, 무현금유통은 기관·기업소들이 원부자재와 기계 등을 거래할 때 계좌이체를 통해 대금결제가 이뤄지는 자금의 순환을 말한다.  
 
화폐유통의 이원화는 사회주의국가의 공통된 정책인데, 계획당국은 실물의 흐름과 정확히 역의 방향으로 순환하는 무현금유통을 통해 전체 경제의 활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통제 방식을 북한에서는 ‘원에 의한 통제’, 소련에서 ‘루블에 의한 통제’라 일컫는다.   
 
계획당국이 두 화폐유통체계를 단절하려는 이유는 국가재정에서 국유기업의 투자자금 등으로 지출된 ‘무현금 화폐(scriptural money)’가 ‘현금화폐(fiduciary money)’로 전환되어 가계부문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화폐 유통 이원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 
 
현실 사회주의경제에서 두 유통체계는 완전히 단절되지 않는다. 기관·기업소는 중앙은행으로부터 무현금화폐로 자금을 할당 받는다. 만약 기업소가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사적인 소비재 시장에서 물품을 구입하면 무현금통화를 통해 현금통화를 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주민들이 국영 상점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현금화폐가 국가로 환수되어 무현금화폐로 전환된다. 그리고 기관·기업소는 중앙은행에 하나의 구좌를 가지고 있으므로 구좌에 기입된 금액이 다른 기관·기업소에서 이체된 무현금인지, 주민들로부터 흡수한 현금인지는 구별되지 않는다.   
 
만약 기업이 중앙은행에 무현금 화폐를 다른 명목으로 할당 받아, 가계로부터 노동력이나 원자재를 구입하게 된다면 무현금화폐는 현금화폐로 전환된다. 현실 사회주의에서 국유기업들은 투자재의 부족에 자주 직면하기 때문에 생산지표의 달성을 위해 자본을 노동으로 대체하여 생산하는 경우가 잦다. 이 경우 투자재 구입을 위해 할당 받은 무현금 화폐는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지불하기 위한 현금화폐로 전환되어 가계의 수입이 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두 화폐유통체계를 차단하고 있던 장벽은 허물어지고 국가재정이 기업소에 제공한 무현금형태의 자금은 현금으로 전환되어 사적 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   
 
북한의 경우, 7·1 조치를 통해 기업소가 원자재를 사적 소비재시장에서 조달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 조치는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활동을 합법화한 것이지만, 당국 스스로 화폐유통의 이원화 원칙을 후퇴시킨 것으로 이 조치는 7·1 조치 이후 사적 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킨 하나의 원인을 제공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유기업들간의 거래도 사회주의 운영원리와는 달리 현금거래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중앙계획경제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중앙이 모든 경제단위의 상호·복합적인 거래과정을 단일의 계획안에 최적으로 짜맞추어 이 계획에 따라 기업소간의 자재공급이 정확히 이뤄져야 한다. 북한은 ‘계획의 일원화와 세부화’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자재공급의 난맥상은 전시기에 걸쳐 일상적인 것이었다. 오히려 국유기업의 주된 경제활동은 세부계획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자재공급의 불확실성에 예비적으로 그리고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국유기업들은 계획에 의해 보장된 자재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할 경우 스스로 자재를 확보해야 한다. 자재를 확보하는 방법으로는 필요물자를 공장끼리 물물교환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하지만, 기업소간의 뒷거래는 현금을 매개로 한 준시장적인 거래로 발전했다. 2001년 10월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로 국가의 중재 하에 기업간 필요자재를 물물교환하는 ‘사회주의 물자교류시장’을 도입했지만 현금거래는 오히려 확대되었고, 마침내 북한당국은 7·1 조치를 통해 기업소간 생산재 거래에서 현금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제까지 ‘원에 의한 통제의 강화’라는 방침에 따라 금지했던 기업간 현금거래가 합법화된 것은 기업의 자율성을 높인다는 면에서 전향적 조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동안 국정 가격에 의해 억압되어 있던 생산재 시장에서의 인플레이션을 현실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2. 부분적인 사적 경제영역의 허용 
 
보완적 관계로서의 국가부문과 사적 부문 
 
북한을 포함한 모든 사회주의에서 사적 경제부문(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은 화폐과잉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완화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사적 부문은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화폐가 늘어나는 데 맞춰 탄력적으로 공급을 증가시킬 수 있는 유일한 경제영역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암시장은 1980년대부터 늘어나기 시작했고, 1990년대 들어서는 경제위기로 인해 국가경제부문이 무력해지면서 급속히 확대되었다. 이 현상에 주목하여 북한은 계획경제에서 계획과 시장이 공존하는 체제로 전환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 역사 속에 존재한 사회주의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국가 영역/사적 영역의 이중구조였다.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는 초기단계에 농업을 집단화하였지만, 농민과의 정치적 타협의 하나로서 농민들이 자유경작을 할 수 있는 텃밭을 허용하였고, 텃밭의 산물을 거래할 수 있는 농민 시장’(kolkhoz market)을 합법적으로 보장했다. 북한도 이 부분에서 예외는 아니다. 정권 초기부터 합법성을 인정받은 농민시장은 정치적 분위기에 따라 부침을 겪었지만 단절 없이 사적 생산물의 시장으로 기능해 왔다.  
 
또한 구 소련의 경우, 스탈린의 철권통치가 이뤄지던 시기에도 비합법적인 암시장과 불법적 생산 단위는 존재했다. 북한의 경우에도 ‘개인 상공업의 사회주의적 개조’가 완료되었다고 선언한 1958년 이후에도 2차 경제라 불리는 사적 영역은 존재해 왔다.
 
현실 사회주의에서 ‘사적 경제영역’이 사라진 국가나 시기는 없었으며, 오히려 국가 부문과 사적 부문은 상호보완적 관계 속에서 사회주의 경제의 재생산을 뒷받침하는 두 축으로 기능했다.    
 
북한 당국은 경제가 침체로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하자 사적 경제영역을 점차적으로 양성화해 왔다. 2003년에는 농민시장을 종합시장으로 명칭을 바꾸고 공업제품의 유통까지 보장하는 파격적인 개혁 조치를 취했다.  
 
갈등적 관계로서의 국가 부문과 사적 부문 
 
그러나 국가 부문과 사적 부문 사이에는 갈등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 간부나 행정의 책임자들은 사적 영역의 확대를 통제능력의 약화로 인식하며, 특히 중앙 권력이 체제 안정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되면 사적 영역에 대한 통제는 강화된다.  
 
북한 당국도 7·1조치 직후인 2002년 7월 농민시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하고 사적 거래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으며, 2005년부터 시장 억제책이 점차 강화되었고 2008년 말에는 2009년부터 종합시장을 농민시장으로 다시 되돌린다는 정책이 발표되기도 했다. 그리고 2009년 말, 화폐개혁 조치와 함께 종합시장을 폐쇄하고 개인영리기업을 몰수하는 조치를 취했다.  
 
모든 사회주의에서 집권세력들은 사적 부문에 대해 통제와 완화를 주기적으로 반복해왔다. 북한이 취한 2009년 말의 조치도 2003년 이후 사적 경제의 양성화 정책이 중앙권력의 통제력을 약화시켰다는 집권층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3. 국정가격의 현실화
 
국정가격을 농민시장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것도 과잉화폐를 흡수하는 한 방식이다. 소련은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실시된 배급제가 아직 폐지되지 않았던 1944년, 배급대상 외의 소비재를 시장가격에 준하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국영영리상점을 개설했다. 이 영리상점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과잉화폐를 흡수하여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했을 뿐만 아니라 국정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이를 줄여 국영유통망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 정책의 성공은 제2차대전의 종식으로 소련의 소비재 공급능력이 향상되었던 데 힘입었다.
     
북한은 2002년 7·1조치를 통해 전품목에 대한 국정가격을 평균 25배 인상하여 농민시장 가격수준에 접근하게 만들었다. 이 조치는 ‘사회적 공짜’를 없앤다는 명분하에 국정가격 보전금을 폐지하여 재정부담을 감소시키고, 국정가격과 시장가격과의 차이를 줄여 국영유통망을 강화하는 한편 과잉화폐를 흡수하려는 데 목적을 두고 있었다.  그렇지만, 국영상점은 공급능력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 이후 종합시장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종합시장의 공급능력도 단기간에 큰 폭으로 향상될 수 없는데다, 7·1 조치 이후 화폐유통에 대한 통제가 완화되면서 시장으로 과도하게 많은 화폐가 유입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그림 2> 참조).
 
 
Ⅲ. 화폐 과잉에 대한 강제적 흡수방식 : 몰수형 화폐개혁  
 
 
화폐순환의 이원화, 사적 경제의 양성화, 국정가격의 현실화 등의 조절방식들은 화폐과잉 현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앞서 보았듯이, 경제체제의 고유한 특성에서 기인하는 화폐과잉 현상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다.  
 
7·1 조치 이후 북한의 종합시장의 상황처럼 과도하게 발행된 화폐가 사적 시장을 하이퍼 인플레이션 상황으로 몰아넣으면 정책당국은 강압적인 방식으로 사적 영역을 통제하고, 화폐 유통의 공간을 축소한다. 지난 2009년 말에 북한 당국이 단행한 몰수형 화폐개혁과 시장통제 조치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같은 정책은 북한에서 1992년에 실시된 적이 있고, 소련의 1947년과 1961년 화폐개혁, 그리고 베트남의 1985년 화폐개혁도 동일한 성격의 조치였다.     
 
북한의 2009년 개혁을 과거 사례와 타국의 사례와 비교하면서 몰수형 화폐개혁의 내용과 성격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교환한도의 제한 : 유동성 억제와 정치적 선전효과 
 
화폐개혁의 최우선 목표가 어디에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것은 주민 보유 현금의 교환기간과 교환한도의 설정이다. 교환기간을 짧게 설정하여 회피수단을 마련할 여유를 주지 않고, 교환 한도 내에서만 신권으로 교환해줌으로써 주민들의 유동성을 대폭적으로 줄여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거하는 것이다.   
 
한도액을 설정하지 않아도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소련은 1961년 개혁에서 현금의 교환한도를 정하지 않았지만, 화폐 수입의 출처를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은 교환을 포기했다. 교환한도를 설정한 경우에도 출처를 밝힐 수 없는 사람들은 한도 내의 금액도 교환을 포기할 것이다. 화폐개혁은 투기세력의 근절이라는 정치적 선전과 함께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번 북한의 화폐개혁은 사적 경제영역에서 대량의 화폐를 축적하여 경제적 영향력을 높인 비공식적인 상인계층, 혹은 지하경제 종사자들에 가장 큰 타격을 입혔을 것이다.    
 
2. 교환비율 차등화 : 자산의 재분배 효과 
 
북한의 1992년 개혁은 현금의 교환방식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구권 399원까지는 1대1의 교환비율로 신권으로 교환해주었고, 30,000원 이상은 무효화한 반면, 400원-30,000원까지는 1대1의 같은 교환비율을 적용했으나 신권을 강제로 은행에 예치시키고 일정기간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1947년 소련개혁에서는 예금에 대해서는 현금보다 훨씬 유리한 교환비율을 적용했지만, 예금액수가 클수록 불리하도록 교환비율을 차등화했다. 예금에 대한 우대 비율은 현금보다 소비재가격에 영향을 덜 미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소련의 1947년 개혁에서 협동농장이 보유하고 있던 현금에 대해서는 개인보다 8배나 유리한 교환비율을 적용했다. 관련 문헌에서는 협동농장의 현금은 소비재만이 아니라 생산재 구입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소비재의 물가상승을 자극할 여지가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화폐보유주체에 따라 교환비율을 달리한 것은 자산을 재분배하는 효과를 낳는다. 
 
따라서, 북한이 최근 실시한 화폐개혁의 효과를 좀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협동농장과 기업소가 보유한 현금과 그들의 자산/부채 등의 교환비율은 어떻게 정해졌는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3. 추가적인 임금 및 가격 조정 : 국가부문 강화 
 
개혁 이후 임금과 가격체계의 변화가 뒤따르기도 한다. 북한의 지난해 개혁에서는 현금 교환비율이 100대 1이었지만, 국가부문 노동자의 임금은 신권으로 종전 금액을 인정해줌으로써 사실상 임금을 100배 인상했다. 최근 러시아 출신의 학자는 북한의 이 조치는 다른 사회주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것으로 지적했지만, 소련도 1947년 현금은 10대1로 교환해주었지만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여 결과적으로 임금을 10배 인상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화폐개혁을 통해 비국가부문 종사자의 구매력을 약화시키는 한편 국가부문 종사자들의 임금을 향상시킴으로써 국가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Ⅳ. 북한, 강화된 통제력으로 대외관계 활로 모색할 듯 
 
 
북한의 화폐 개혁은 과잉화폐를 흡수하여 시장 가격을 안정화시킨다는 측면에서는 분명 실패했다. 사회주의 경제에서 사적 시장의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상품의 국정가격과 시장가격이 크게 괴리되면 상품이 국영상점으로 공급되지 않고 시장으로 몰리게 되어 국가의 공식적인 상업망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화폐개혁 이후 일반 주민들의 구매력은 약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가격이 폭등한 것은 상품 공급이 크게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우선 북한 당국의 통제로 인해 이제까지 불법이나 편법으로 국가부문에서 종합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던 상품들의 양이 크게 줄었을 것이며, 주민들도 자체적으로 생산한 물품을 예전같이 선뜻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공식적인 상인계층들이 자금력 저하와 활동의 제약으로 인해 상품 유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도 중요한 원인일 것이다. 수요측면을 살펴보면 일반 주민들은 구매력이 약화되었지만, 국영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은 100배나 인상되어 시장 전체의 수요는 공급만큼 크게 위축되지 않아 물가폭등의 또 다른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보면, 화폐개혁 이후 시장가격의 폭등이 일반 주민의 생계에 어려움을 가중시켰지만, 국가 상업망은 당국이 행정적, 정치적 수단을 통해 상품들의 불법적 유출을 줄여 어느 정도 기능을 회복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물가폭등만으로 화폐개혁이 실패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화폐개혁은 인플레이션 억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적 영역의 부를 국가 부문으로 이전시켜 국가부분을 강화하고 경제에 대한 국가 통제력을 강화하는 데 궁극적 목적이 있다.  
 
이 점에서 북한당국은 일정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몰수형 화폐개혁의 가장 큰 난제는 주민들의 저항이다. 주민들은 당황하고 혼란상을 보이고 있지만 조직적으로 당국의 조치에 저항하려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년간의 경제위기 과정에서도 북한 주민들은 탈북과 같은 소극적 저항의 형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장기적으로는 정권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체제이반의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주민들은 북한당국의 조치를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물론, 북한 당국도 국가부분의 강화를 통해 경제를 회생시킬 수 없으며, 이미 주민들은 시장활동에 익숙해진지라 현재의 통제조치를 장기간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조치로 일시적이나마 강화된 경제와 주민에 대한 통제력을 기반으로 단기간에 북한경제에 숨통을 틔게 해줄 수 있는 대외관계에서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북한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그리고 핵 문제 등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