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일 금요일

◎2010년 양회(兩會) 결산 중국 경제 ‘구조개선’ 에 정조준

LG경제연구원 '2010년 양회(兩會) 결산 중국 경제 ‘구조개선’ 에 정조준'

2010년 양회는 중국 경제의 명암을 분명히 드러낸 정치행사였다. 지난해 세계 최고의 경제성장률에서 고무된 중국 당정 지도부의 자신감은 재정 통화정책 등 비상경기대책을 좀더 ‘원상회복’에 가까운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안정노선으로 나타났다. 재정여력은 충분하지만, 부동산 과열, 에너지 낭비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8%란 보수적 성장률 목표를 제시한 것은 성장보다 중요한 것이 체질개선임을 진지하게 성찰한 결과로 해석된다. 
 
위안화 환율에 대해선 중국 안팎의 시각 차가 분명히 드러났다. 미국이나 중국 정부 모두 ‘경제적 근거에서’ 환율정책을 주장했다. 그러나 주문하는 위안화 변화 방향은 상반됐다. 그 결과는 중국 안팎 언론들의 상반된 환율관측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글로벌 위기가 완전 해소되지 않았다며 ‘출구전략 시기상조’를 결정한 만큼 환율 문제에서도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대증적인 위기극복 정책에 매달렸던 중국은 올해 경제구조 개선작업을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내수-수출간 균형, 소비-투자 균형 문제가 인민들의 소득격차 및 지역격차 문제와 뗄 수 없는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11차5개년 계획의 마지막 실행연도에 재점화된 구조개선 이슈는 내년부터 시행될 12차5개년 계획에서도 중심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 목 차 > 
 
1. 달라진 ‘8% 성장’목표의 의미
2. 원상복귀 서두르는 경기대책
3. 낮아진 위안화 조기절상 가능성
4. 추동력 얻은 ‘성장방식의 전환’
 
 
 
중국의 국내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은 것은 올해 중국 경제규모가 일본을 제치고 ‘G2’ 자리에 등극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 개막일(5일)과 폐막일(14일)의 하이라이트였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정부공작보고와 폐막 인터뷰는 중국은 물론 전세계 언론의 국제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양회’는 매년 3월 초에 열리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인대 두 행사를 일컫는다. 전자는 중국 대륙의 모든 정파가 모여 각종 현안을 협의하는 자리이고, 후자는 정파간 협의를 거쳐 넘어온 주요 현안을 집중 논의해 국가의 법률로 승격시키는 의회이다. 물론 모든 정파가 모였다는 정협도 중국 공산당이 사실상 판을 짜고 논의를 진행시킨다.
 
1949년 사회주의 혁명의 성공으로 새 출발한 중국은 마오쩌둥 덩샤오핑 등 혁명원로들이 역사무대에서 퇴장하면서, 점차 법치주의 전통을 세워가고 있다. 서방세계엔 거수기를 뜻하는 ‘고무도장(Rubber Stamp)’으로 각인돼 있지만 13억 인구 중에서 단 2,981명뿐인 전인대 구성원으로 선출되는 것은 중국인들에게 성공의 표식이나 다름없다. 그렇더라도 전인대 멤버의 구성절차와 실제 전인대를 장악하고 있는 상무위원회 면면을 보면 중국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공산당의 그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양회 개막 전해의 늦가을에 열리는 공산당 중앙경제공작회의 등이 언론이나 정책 전문가들의 더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새 4세대 공산당 지도부가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해 전인대의 충분한 토론을 거치도록 하고, 실제 토론과정에 당정 최고위급 인사들이 배석해 질의응답을 가짐으로써 전인대의 위상과 의의는 점증하고 있다. 여기에 해가 다르게 세를 불려가는 중국경제가 내국 행사인 전인대 위상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이끌고 있다. 본 고에서는 이번 전인대 기간 중국정부가 배포한 정부공작보고(업무보고)와 고위 공직자 인터뷰 등을 토대로 올해 중국 거시경제의 운용방향과 그 배경을 분석해본다.  
 
 
1. 달라진 ‘8% 성장’목표의 의미 
 
 
2010년 중국 거시경제 운용방향은 전인대 개막일인 5일 원자바오 총리가 구술했던 2만 자 분량의 정부공작보고에 잘 요약돼 있다. 원 총리가 제시한 중국 정부의 8대 임무(<표> 참조)는 한해 전 같은 자리에서 공개한 임무와 적잖은 차이가 있다.  
 
중국 정부는 정책 중요도에 따라 공개적으로 순서를 달리하는 관행이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지도부의 최우선 정책과제인 ‘삼농정책’이 6년째 공산당 시정 1호 문건으로 지정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지난해 정부공작보고의 첫 머리엔 ‘성장세 유지(保成長)’가 올라갔고, 이어 내수확대(擴內需), 구조개선(調結構), 민생개선(惠民生) 등의 순이었다. 올해엔 ‘보성장’이 ‘적정 성장’으로 대체됐다. 그리고 성장방식의 전환과 구조개선이 바로 뒤를 이었다. 성장보단 강력한 ‘구조조정’에 방점이 찍혀있다.
 
정부공작보고와 비슷한 시기에 발전개혁위원회(NDRC)가 공포한 ‘경제사회발전계획 초안’에서는 이 같은 의지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이 초안은 원 총리가 올해 성장률 목표를 8%로 제시한 데 대해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적정한 수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즉 일자리를 늘리고, 인민소득을 높이는 등 기본적인 사회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적정 성장이 불가피하지만 성장세를 높일 경우 에너지난, 환경훼손 등 경제 체질개선 등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은 중국 관변 경제학자들이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만 없다면 성장률은 높아도 문제될 것이 없다”며 10% 넘는 성장률을 옹호했던 것에서 한발 물러난 입장이다.
 
8% 성장률은 2006년부터 가동된 11차5개년 경제계획(規劃)의 연평균 성장률 수치와 동일하다. 지난해 8%를 제시할 때는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8%를 달성해야 한다는 마지노선의 의미가 강했다. 반면 올해엔 8% 정도만 달성된다면 그 이상의 고속성장을 추진하지 않고 구조개선에 매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중국 관변 경제연구소에서는 이 같은 애매한 점을 반영해 올해 목표치를 7~9%의 ‘범위’로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등에서 아전인수식으로 ‘9% 목표치’에 매달릴 가능성이 적지 않아 폐기했다는 후문이 있다. 물론 글로벌 경제위기가 조속히 물러가면서 중국의 수출여건이 개선된다면 지난해 8.7%에 이어 올해엔 10% 대 성장세 복귀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더라도 8%를 훌쩍 넘는 성장세가 가시권에 들어온다면 중국 경제 지도부는 지체 없이 성장세 감속을 불사하는 구조개선책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2. 원상복귀 서두르는 경기대책 
 
 
8대 시정목표의 첫째를 차지한 ‘거시운용능력 제고’는 재정과 통화란 두 가지 정책수단으로 실현될 수 있다. 원 총리는 재정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통화(화폐)에 대해선 ‘유연하게’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두 가지 정책수단은 중국 거시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 한국산 제품의 수입수요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림 1>은 중국 국가통계국의 매 분기 언론발표를 토대로 소비 투자 순 수출 등 3대 성장요인의 기여도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08년 올림픽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고가 중국 수출부문에 악영향을 주기 시작하자, 4조 위안의 추가 재정투자 방침을 발표하면서, 과감한 내수 진작책도 병행했다. ‘2대 하향’과 ‘2대 환신’ 정책 등 고가 내구재 소비를 독려하는가 하면, 사회적 병폐로 치부했던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취했던 각종 규제까지 대부분 철폐했다.  
 
그러나 <그림 1>을 보면 강도 높은 소비 유인책은 소비심리의 급랭을 막는 정도에 그쳤지, 실제 9%에 가까운 성장세를 견인한 것은 투자부문이었음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민간의 시설투자 등이 수출악화에 따라 움츠러들고, 민간 부동산 부문 역시 지난해 초 극심한 매수 부진으로 투자가 위축됐던 것을 감안하면 투자 중에서도 정부 부문의 공공투자가 지대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부문에서도 정부의 적자예산 편성이 소비심리 급락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예산지출은 중앙 및 지방재정을 합쳐 7조5,900억 위안 규모로, 예산수입보다도 7,500억 위안이나 많았다. 2008년의 예산 적자규모가 1,800억 위안 안팎이었음을 감안하면 초대형 적자예산을 편성, 공공 소비지출을 크게 늘렸던 것이다. 그런데 14일 통과된 2010년 중국 정부 예산규모를 살펴보면, 예산지출은 8조4,530억 위안으로 사상 최대치이지만 그 증가율은 11%로서 전년 증가율 21%보다 크게 낮아졌다. 예산적자 편성규모도 8,500억 위안으로서 전년보다 고작 1,000억 위안 늘어나는 데 그쳤다(<그림 2> 참조).
 
2008년 4분기부터 9개 분기 동안 시행하는 정부 ‘추가’ 재정투자 규모 4조 위안 중 중앙정부 몫은 1조 1,800억 위안이다. 2008년 4분기에 1,040억 위안이, 지난해엔 5,038억 위안이 투입됐다. 올해엔 각종 기금수입, 국유기업 유보이익 등에서 염출해 5,722억 위안을 책정했다. 평년 재정투자 규모에 추가규모를 합산한 전체 재정투자액은 지난해보다 7.4% 증가하는 수준이다. 이 역시 한해 전 증가율 76%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정부공작보고는 올해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재정여력을 주로 ‘계속 사업’ 항목에 투입하되, 신규 투자는 되도록 억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해 정부공작보고에 등장했던 ‘鐵公機(철도·공공도로·공항)’란 용어가 올해 보고에서 삭제된 것은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투자전략까지 감안한다면 중앙정부의 올해 전체 재정투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4조 위안 재정투자 중 지방정부가 맡은 2조8,200억 위안이 지방의 자금난으로 조달이 쉽지 않다는 점이 올해 전인대에서도 공론화됐다. 지방정부의 재정여력이 신통치 않은 데다, 이를 보충해줄 민간투자를 유도하기도 어려워 사실상 은행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 정부공작 보고에서는 물가관리 차원에서 은행권 신규대출 규모를 전년 실행규모보다 2조1,000억 위안이나 삭감한 7조5,000억 위안으로 설정했다. 결국 중앙이 나서지 않는다면, 4조 위안 추가 재정투자 규모를 축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중국 중앙정부의 재정여력은 매우 탄탄한 편이다. 이번 적자 예산규모도 GDP의 3% 이내로 억제돼 있고, 정부 채무도 경제규모의 30% 이내 수준이다. 따라서 이번 예산지출 및 재정투자 규모가 혹여 해외경기 악화와 더불어 더블 딥 우려를 불러올 경우 재정투자를 더 늘릴 수는 있다. 중앙 정부는 이미 2008년 연말 4조 위안 추가 재정대책을 내놓을 때에도 필요하면, 얼마든지 더 재정을 투입할 수 있다고 공언해왔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전인대에서 공개된 중앙정부 재정정책 기조를 단순히 ‘확장적’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인 2008년 예산안보다는 확장적이지만, 지난해 재정규모에 비하면 증가 폭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 공작보고는 ‘확장적’이란 용어 대신에 ‘적극적’이란 용어를 채택하고 지난해 강조했던 투자규모 대신 투자효율 제고를 주문했다. 결론적으로 재정 분야에서 경기 급락기에 내놓은 비상수단을 원상회복시키진 않겠지만, 성장률 목표에 매달려 무리하진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경기회복이 가시화할 경우 비상수단들이 철회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재정정책에 비해 통화정책은 한층 ‘원상회복’을 염두에 둔 느낌을 줬다. 재정지출은 인프라 투자사업의 특성상 ‘이미 첫 삽을 뜬’ 프로젝트를 내칠 수가 없다. 더욱이 지난해 공공투자의 대부분은 서민주택건설 농민민생 개선, 자주창신, 에너지절약 등 저소득층 소득향상이나 경제구조 개선에 쓰였다. 중국 공산당의 전략과제인 조화사회 건설과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선택과 집중형’의 불가피한 투자들이다.
 
반면 돈줄은 경기상황에 맞춰 죄였다 풀기가 용이하지만,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경기회복 조짐이 무성한 지금, 정책기조를 유연하게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금융당국의 행보는 조심스럽다. 중국은 이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11월부터 상승기(전년 동월 대비)로 돌아섰고, 이에 따라 금리인상의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지급준비율 인상조치를 연초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부동산 대출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창구지도’ 역시 지난 연말부터 가동 중이다.  
 
정부공작보고는 신규대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조 위안 삭감한 데다 총통화량(M2) 증가율도 17%로 크게 낮췄다. 연간 CPI 상승 폭도 3% 한도 내에서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2월 CPI 상승률은 2.7%로서(<그림 3> 참조)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금리는 소비 투자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부담스러운 카드이다. 아직 소비 신장세가 뚜렷하지 못한 데다, 투자 부문 역시 정부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민간부문의 낙관심리 확산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중국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원 총리가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출구전략’에 대해 조심스런 반응을 보인 것은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3. 낮아진 위안화 조기절상 가능성 
 
 
양회 기간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을 둘러싼 안팎의 보도는 혼란스러울 만큼 상반됐다. 대부분의 외신들은 원 총리가 현 환율수준이 ‘비상조치의 일환’임을 인정한 만큼, 절상을 수용할 것으로 예상한 반면 중국 언론들은 ‘절상 시기 미성숙’으로 제목을 뽑았다. 원 총리가 폐막 기자회견에서 절상압력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면서 중국 정부의 입장은 좀더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전인대가 열린 동안 고위 당국자들은 위안화 절상에 대한 질의를 받을 때마다 ‘위안화의 정치화를 반대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과도한 대미 무역흑자를 개선하기 위한 경제적 해결방법이라는 게 미국 등 서방세계의 입장이지만, 이를 정치적 의제로 탈바꿈시키려는 시도로 읽힌다. 위안화 절상은 중국 사회에서는 이제 정치적 이슈로도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많은 중국인들에겐 국가주권, 나아가 국가 자존의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향후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선 중국 경제 지도부가 현재의 환율수준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전인대 개막 이틀째인 6일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은 “현 위안화 환율은 ‘비상한 시기의 조치’이지만 G20 등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위기극복에 노력하고 있는 만큼 그 기조에서 이탈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국제적으로 현 경기상황을 여전히 위기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위안화에 변화를 가하면 ‘공조이탈’에 해당한다는 논리이다. 원 총리가 ‘출구전략 시기상조’라고 발언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중국의 위안화 정책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수출입 추이, 물가동향, 미국과의 관계 등 3가지를 들 수 있다. 이중 수출입 추이가 현재로선 가장 걱정거리이다.  
 
중국의 수출은 지난해 글로벌 위기에 따라 급감한 이후 11월에 들어서 플러스대로 돌아섰지만(물량기준, <그림 4> 참조), 중국 내수경기 회복세가 살아나면서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크게 앞서는 추세다. 중국 정부로서는 무역수지 흑자가 전년보다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 환율에 변화를 주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원 총리가 폐막 기자회견에서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크게 줄어들고 있으며, 중국이 일본 한국 등 인접국은 물론 유럽 미국 등의 수출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은 ‘경제적 배경에서’ 위안화 절상을 기대할 수 없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위안화 절상은 수출을 억제시켜 결과적으로 경기과열을 억제하는 수단으로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2월 CPI가 발표(2.7%)된 이후에도 중국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 물가우려는커녕 ‘출구전략 시기상조’라는 언급이 나오는 것을 볼 때 위안화의 조기 절상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절상할 내재적 이유가 없다면 미국의 압력, 나아가 미중 경제관계가 가장 신경 쓰이는 변수가 될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레이건 공화당 정부시절 제정한 ‘무역경쟁법’에 따라 정기적으로 의회에 환율조작행태를 보고해야 하며, 차기 보고시한이 다음달 15일이다. 만약 중국이 환율조작을 행하는 무역상대국으로 지정되면, 미 행정부는 G7 재무장관 회담과 미중 양자회담을 통해 이의 시정을 요구하게 된다. 그래도 진전이 없다면 미국은 WTO 분쟁조정 패널에 제소할 수 있다. 환율의 인위적 저평가가 자국 수출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란 논리에서이다.  
 
과거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오랜 기간 미 정부 및 의회로부터 환율조작 의혹을 받았지만, 1990년대 이후 실제 리스트에 오른 사례는 없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실시했던 2000년대 초반에도 미 재무부는 ‘환율결정 메커니즘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달았을 뿐 조작국 지정을 강행하진 않았다. 압박카드로 활용하는 것이, 실제 조작국으로 지정할 때보다 실익이 크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명실상부한 G2로 부상한 중국을 환율조작국 범주에 넣는다는 것은 전면적인 통상전쟁을 각오하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은 중국의 대외적 위상이 지금에 한참 못 미쳤던 1990년대 중반에도 기껏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수퍼 301조’를 발동한 것이 고작이었다.  따라서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위한 내적 필요가 생기지 않는 한 미국의 입장을 감안해 절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글로벌 수출환경이 개선돼 경기회복 기운이 더욱 강해지고 물가상승 폭이 3%를 넘어설 경우 위안화 절상카드를 빼어들 가능성은 남아있다. 그렇더라도 시기적으로 몇 달은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4. 추동력 얻은 ‘성장방식의 전환’
 
 
이번 전인대는 중국의 강고해진 국제적 위상과 함께 구조적 난제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가장 심각한 것이 각종 불균형의 해소문제였다. 전국 인민대표들 및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은 소득불균형의 차원에서 이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 4세대 지도부의 삼농정책, 즉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도농 소득격차는 3.3대 1로 벌어져 있다. 소득불평등을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사회적 위험수위인 0.45를 넘어섰다는 보도도 나오는 실정이다.  
 
소득불균형의 원인을 추적하다 보면, 중국 경제의 구조적 난제인 소비투자간 불균형, 내수 및 해외수요간 불균형 등에 이르게 된다. 2008년 글로벌 위기가 표면화하고 미국이 엄청난 대중 무역적자의 위험성을 깨달은 이후엔 글로벌 임밸런스의 근원(根源)으로까지 간주되는 이슈이다.
 
중국이 대외부문의 균형과 소비확대를 골간으로 하는 구조개혁에 본격 착수한 것은 2006년부터의 일이다. 이 구조개선이 성과를 이뤘다면, 소비규모가 늘고 소비를 포함한 내수부문의 성장기여가 높아져야 할 것이다. 그 과정은 곧 저축률 감소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림 5>를 보면, 국민총저축률은 오히려 2002년 이후 상승하기 시작, 2008년엔 51%까지 치솟았다. 저축이 이처럼 늘어났다는 점은 순수출이 늘어나 대외균형에서 더욱 멀어짐을 뜻한다.
 
그런데도 중국 국가통계국이 도시가계 부문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는 최근 수년동안 가처분소득의 29~35%만이 저축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저축이 늘고 있는데, 가계부문의 저축여력은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 이 격차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해답은 바로 기업부문, 특히 국유기업 등에 있다. 기업부문이 벌어들인 이익의 상당부분을 내부 유보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분배를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그림 6>은 국민경제 내 임금과 이윤분배 몫의 추이를 나타내는데, 2005년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정부 관리들이 인정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임금과 이윤간 분배 몫을 결정하는 데 있어 기업 근로자보다 경영자의 파워가 월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국유기업 경영자로서는 전반적인 투자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영환경 속에서 투자증대를 통해 기업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유인을 뿌리치기 어렵다. 그 결과 중국 근로소득자들은 경제의 고속성장 속에서도 그 과실을 향유하지 못하고 소외되고 있으며 이는 소득불평등을 키우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아예 기업부문의 성장에서 소외된 농민들은 이 같은 박탈감을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느끼고 있다. 이번 전인대는 특히 도농 인구 수에 따른 전국인민대표의 선출비례를 일치시킴으로써 향후 농민들의 발언권 강화가 예상된다. 이 경우 소득분배 이슈는 향후 더욱 강한 폭발력을 지니게 된다.  
 
정부의 해법은 11차5개년 계획 입안 시 내세웠던 구조개선 정책에서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 다만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경기급락 방지 차원에서 느슨해졌던 구조개선책에 다시 힘이 실리고, 저소득계층의 소득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반강제적인 조치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시간당 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상향조정, 기업소득세에 대한 관리강화 등이 후속조치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이 성장과실을 종업원들에게 골고루 분배하지 않고, 독점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정책들이다. 특히 외자기업들로서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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