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중국 석유화학 기업, 잠룡(潛龍)에서 비룡(飛龍)으로'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신증설을 지속하면서 양적 팽창을 이뤘지만 아직 보유 역량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이들 기업들이 기업 내부에서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와 공격적인 확장을 추진하고 있어 멀지않아 중국내 로컬기업에서 벗어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세계 경기 불황 이후 국내의 석유 산업과 석유화학 산업은 희비가 엇갈렸다. 경기 침체로 인해 2009년 국내 석유 기업은 실적 악화가 이어졌지만 국내 석유화학 기업은 예상과 달리 높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사실 세계 석유화학 경기가 좋지 않았지만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유별나게 좋은 성과를 냈다. 이렇게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이 좋은 이유로서 기업들의 끝없는 원가 절감 노력 등에 의한 경쟁력 향상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높은 성장을 지속한 중국 석유화학 시장과 위치가 가깝다는 이점이 성과에 기여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 석유화학 시장은 자급률이 낮아 국내 기업이 비교적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고 게다가 중국 시장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중국 기업들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선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상황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중국 기업들이 양적인 성장 외에 질적인 향상을 꾀하면서 시장내 지위가 향상되고 결국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 구조 변화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석유화학을 대표할 수 있는 기업인 Sinopec Group (중국 석유화공 집단공사), CNPC(중국 석유천연기 집단공사, China National Petroleum Corp.), ChemChina(중국 화공 집단공사, China National Chemical Corp.), CNOOC(중국 해양석유 유한공사, China National Offshore Oil Corp.) 그리고 Sinochem Group(중국 중화 집단공사) 등을 중심으로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과거 및 현재를 알아보고 이들의 전략 방향을 분석하여 미래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모습을 전망해 보았다.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중국 석유화학 산업의 시작은 우리나라보다 다소 빨랐다. 국내에서는 1973년에 처음으로 석유화학 설비가 가동된 반면 중국 석유화학은 60년대 초 구 소련으로부터 나프타 분해 기술을 도입하여 나프타 분해 설비를 가동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초기 중국 석유화학 설비는 각 지방정부에서 자체 수요를 위해 필요할 때마다 신증설하다 보니 대규모보다는 소규모가 많았다. 전체 규모도 크지 않아 에틸렌의 경우 중국 전체 생산능력이 1970년 기준 연산 1만 5천톤, 전세계 생산의 약 0.1%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90년대 중국 경제가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였고 정부 주도의 신증설이 확대되었다. 당시에는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나 자본력이 매우 낮아 주로 해외 기업들과의 합작을 통해 신증설이 이루어 졌고 이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던 해외 기업들의 입지가 비교적 높았다. 또한 정부의 지원하에 중국 기업들간 통폐합이 이루어지면서 많은 자회사를 거느린 Sinopec과 같은 대형 국영 석유화학 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Chemical & Engineering News에서 선정한 석유화학 기업 순위를 보면 Sinopec은 1999년까지 50위 밖에 있다가 2000년 25위로 상승하더니 2005년 7위, 2009년 3위로 급상승하였다. 또한 에틸렌, 벤젠, PP 등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 능력을 보더라도 중국 기업이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표 1> 참조).
하지만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이 규모가 성장하였더라도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수준의 경쟁력까지 확보하였다고 보긴 어렵다. 사실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1993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 기능외에 행정 기능까지 수행하는 등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라기 보다는 국가 정책을 수행하는 정부기관 성격이 강했다. 또한 <표 2>에서 볼 수 있듯이 가격, 품질 경쟁력 그리고 서비스 수준 등이 국내 기업과 비교해 봤을 때 열세로 평가되는 등 보유 역량이 높지 않다.
그러나 최근 중국 기업들은 경쟁력을 글로벌 기업 수준까지 향상시키기 위해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1. 공격적인 확장 전략
우선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기존의 확장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단순히 생산 능력을 늘리는 데에 치중했지만 최근에는 지방의 소규모 석유화학 설비에 대해 정제 설비와 연결하고 단위 생산 규모를 늘리는 등 기존 설비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 노력하는 한편 신규 설비에 대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만 진행함으로써 규모의 경쟁력을 갖춘 설비 위주로 확대하고 있다.
Sinopec의 ‘구조 개선, 정유와 화학 설비 최적화(Fine-tune the structure, Optimise the layout of refinery and chemical plant)’이라는 전략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앞으로 오래된 정유 및 석유화학 설비들을 재정비하면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작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표 3> 참조)를 보면 에틸렌 생산 기준 600천톤/년이 넘는 대규모 설비 위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2009년 기준 중국 에틸렌 생산 단위 설비 규모가 약 440천톤/년으로 국내(670천톤/년)보다 작지만 대규모 증설로 인해 조만간 유사해지거나 더 커질 전망이다.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이 신증설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려면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원료 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중동 기업 등 원료를 가진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동 기업들의 입장에선 원료를 제공하는 대신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중국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이러한 협력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Sinopec은 사우디 아람코, 엑슨모빌과의 합작을 통해 ‘복건 연합 석유화공 유한 공사(Fujian Refining & Petrochemical)’를 설립하였고 정유 설비 외에 에틸린 생산 설비 800천톤/년, PE 800천톤년, PP 400천톤/년, 방향족 제품 700천톤/년을 건설하여 2009년부터 운영 중에 있다. 물론 이 설비에 공급하는 원료는 사우디 아라비아산 원유이다. 또한 Sinopec은 2013년까지 쿠웨이트 국영 석유 회사와 함께 1,000천톤/년 규모의 에틸렌 생산 설비를 건설하기로 합의하였다. CNPC는 2007년 러시아 에너지 회사인 Rosneft와 공동으로 석유화학 단지를 건설하기로 하였으며 자회사인 PetroChina를 통해 2009년 카타르 국영 석유 회사, 쉘과 합작으로 에틸렌 생산 설비 1,200천톤/년을 건설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와 같이 중동 기업 등 원료를 확보한 기업과 중국 기업들의 협력 사례는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 원천 기술의 자체 개발에 많은 투자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기술 개발 전략 중 특이한 점은 원천 기술을 자체 개발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경우 개발 기간이 길고 성공 확률도 높지 않은 원천 기술보다는 응용 기술 등 바로 적용 가능한 기술 위주로 개발하다 보니 석유화학을 시작한지 30년이 넘었어도 보유한 원천 기술 수준은 높지 않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의 경우 초기에는 주로 해외 기술을 이용하여 신증설했지만 자체 기술력 확보에도 꾸준히 투자하여 결국 최근 나프타 분해와 같은 기초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원천 기술 개발 노력이 더욱 확대되면서 다양한 범용 제품에 대한 자체 기술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Sinopec은 최근 50천톤 규모의 Hexene-1 생산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였고 기상(氣狀) PE 생산에 필요한 기술도 자체 개발하였다.
또한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친환경 신제품이나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신제품의 원천 기술 확보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일반적으로 중국 기업들은 신제품 기술을 개발할 경우 특정 제품이나 특정 기술에 특화된 자회사를 설립하여 연구소 등과 공동으로 개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에 더욱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ChemChina의 경우 총 24개의 연구소에서 고성능 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24개 연구소 중 하나인 신광 화공 연구원(Chenguang Research Institute of Chemical Industry) 에서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불소 폴리머를 자체 개발하여 생산하고 있다. 또한 ChemChina의 자회사인 서남 화공 연구 설계원(Southwest Research & Design Institute of Chemical Industry)에서는 메탄올을 사용해서 차세대 연료로 주목 받고 있는 디메틸에테르 생산 기술을 개발하였다. 한편 CNOOC는 중국 과학원 장춘 응용화학 연구원(Changchun Institute of Applied Chemistry Chinese Academy of Science)에서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여 2009년 3천톤/년 규모의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생산 설비를 건설했다.
3. 선진 경영 시스템 도입에 적극적
최근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관료적인 회사 경영 체계를 근본부터 바꾸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즉 과거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체계를 효율적인 체계로 바꾸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ChemChina의 경우 조직 구조 개선과 경영 방식 변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조직 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상하 관계를 대폭 줄여 수직적인 조직을 수평적인 조직으로 바꾸고 자회사 수를 줄이는 등 조직을 Slim화하고 있다. 또한 경영방식 변화를 위해 2010년 EVA (Economic Value Added) 방식의 성과 평가 체계를 수립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각 분야별로 세계 전문 컨설팅 회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경영 시스템 변화를 위해 맥켄지(McKinsey)와 넥산트(Nexant) 등과 같은 최고의 컨설팅 회사와 작업 중이며 인사 시스템 변화를 위해 IBM, 휴잇(Hewitt)과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그리고 위험 관리 체계 확립을 위해 딜로이트(Deloitte)와 작업 중이다. 그 밖에 ERP, 6 시그마 등을 도입하여 비용 절감 및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ChemChina는 이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향후 5년 후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inochem도 최근 회사 경영 방식을 과학적인 방식으로 대폭 개선하는 등 전사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최근 Sinochem은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위해 ‘린 경영(Lean Management)’ 방식을 도입하였다. 2009년 동안 270개의 그룹 차원의 린 경영 프로젝트를 완료했으며 자회사에선 약 2,600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 결과 한 해에 274백만 위안, 한화로 약 46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였다. Sinopec은 투명하고 빠른 경영 방식 도입을 위해 사업 정보 공유 시스템 (Business Information Sharing System), 중앙 집중식 자금 관리 방식(Centralized Capital Management) 등을 도입하였고 생산 공정 효율화 및 표준화를 위해 공장에 PIMS라는 최적화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4. 마케팅, 물류 등 하류 부문의 경쟁력 확보에 주력
중국 석유화학 기업이 선진 경영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문은 바로 마케팅, 물류 부문이다. 석유화학 사업은 범용 제품일수록 생산 원가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물류 비용 등에 더욱 민감하다. 특히 중국의 경우 철도 등 물류 체계가 잘 발달되지 않아 중국 기업들이 이러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은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이 서구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면서 고객 서비스가 중요한 제품들에 대한 경쟁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Sinopec의 경우 2005년 Sinopec의 마케팅, 판매, 유통에 특화된 ‘Sinopec 화공 판매 자회사(Sinopec Chemical Products Sales Company)’를 설립한 후 중국 북부, 동부, 남부, 중부 지역에 각각 사무소를 설치하고 중요 지역에 물류 창고를 건설하였다. 최근에는 CRM 시스템과 물류 정보 시스템(LIS, Logistics Information System), 재고 정보 시스템(BW, Business Information Warehouse System), IC 기반 주문 시스템 (IC Delivery Order System)을 결합한 ERP 기반의 e 플랫폼으로 개발하여 실시간으로 고객의 불만 사항을 처리하고 있고 고객들에게 주문 제품이 현재 어디 있는지 자세하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 서비스 센터도 2003년에는 석유 제품 판매에 대한 불만을 접수하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2009년 취급 제품을 석유화학 제품까지 확대함과 동시에 고객들에게 제품에 대한 컨설팅, 물류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CNOOC도 시장 중심 성장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면서 마케팅 강화를 위해 2008년 ‘CNOOC 판매 자회사(CNOOC Marketing Company)’를 설립하고 주강 삼각주, 장강 삼각주, 환발해만 지역의 마케팅 역량 강화, 물류 시스템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Sinochem의 경우 화학제품 수송을 주요 업무로 출발한 회사답게 최근 주요 항구와 산업단지간 물류 시스템 및 재고 시스템 등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로컬 기업 한계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
중국 기업들의 체질 강화 노력에 힘입어 조만간 중국 석유화학 기업의 중국 시장내 위상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범용 제품에 대해서는 중국 시장을 이끌어 가는 리더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범용 제품을 넘어 기능성 제품 영역까지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중국 기업들은 범용 제품에서의 성공 경험을 기능성 제품까지 확대, 적용할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최근 기능성 제품 중심으로 해외 기업과의 관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Sinopec은 2009년 자동차용 고기능 수지 생산을 위해 일본 미쯔비시 화학과 제휴하기로 합의하였고 2007년 기능성 수지인 에틸렌 초산 비닐 수지 생산을 위해 미국 듀퐁과 합작하기로 합의하였다. ChemChina의 경우 자회사인 BlueStar 화공 신소재 유한 공사(BlueStar New Chemical Materials Company)를 통해 PC/PBT/POM 같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페놀/아세톤/에폭시수지 등 여러 기능성 제품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러한 성장을 바탕으로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멀지 않아 중국내의 로컬 기업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해외 기업들이 중국 석유화학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차별화된 역량 확보가 필요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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