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글로벌 금융규제 강화와 금융환경 변화'
개별 금융회사의 자본건전성을 강화하고 시스템 리스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글로벌한 차원에서 국제공조를 통해 금융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금융규제 강화는 금융회사의 자기자본비율 강화, 거시 건전성 강화, 대형 금융회사 규제, 위험자산이나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제한, 지배구조와 공시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개도국을 중심으로 자본 유출입 통제를 위한 정책들이 각국의 상황에 맞게 선별적으로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규제 강화는 향후 금융환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본건전성 강화로 인해 금융회사의 자금운용이 보수화되면서 신용공급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금융회사가 신용위험에 민감해지면서 신용도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의 차별화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회사의 신용공급이 위축되는 반면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증권발행을 통한 직접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금융회사의 자산운용 보수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위험 등 금융위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고, 재무건전성 개선을 통해 높은 신용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회사는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는 한편 위험관리 및 상품개발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규제 강화의 부작용을 줄이고 기업에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외화 자금 유출입을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고, 시스템 리스크가 커지는 것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대책도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목 차 >
Ⅰ. 금융규제 강화의 배경과 특징
Ⅱ. 주요 금융규제의 내용
Ⅲ. 금융규제 강화에 따른 금융환경 변화
Ⅳ. 시사점
글로벌 경제위기 과정에서 나타난 금융시장의 문제점을 치유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각국이 금융위험의 확산을 예방하고 금융산업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규제를 크게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진행된 금융자유화의 부작용이 경제위기를 초래한 원인이 되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금융규제의 역풍이 전세계적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논의되었던 금융규제 개혁들이 G20의 국제공조를 통한 합의과정을 거치면서 글로벌한 범위에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논의되고 있거나 도입이 예정된 금융규제는 금융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의 영업활동이나 대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들이 상당수 도입되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개선이나 공시 강화 등도 금융회사의 영업행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들이다. 대공황 이후 금융규제가 크게 강화되었던 것처럼 2010년대는 금융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지난 30년 동안 진행되었던 금융자유화 시대가 마감하고 금융규제 시대가 도래하는 변곡점에 놓이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도입이 예정되었거나 논의되고 있는 금융규제의 내용을 알아보고 향후 금융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살펴본다.
Ⅰ. 금융규제 강화의 배경과 특징
금융자유화의 부작용에 대한 반작용
금융규제가 강화되는 것은 1980년대 이후 지속된 금융자유화로 인한 부작용이 누적되면서 금융위기가 초래되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금융회사별로 은행, 보험, 증권 등의 영업활동 범위가 엄격하게 분리되었다. 이러한 규제가 완화되고 겸업을 허용하는 금융자유화가 진행되면서 금융회사들은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를 추진하였다. 금융회사의 대형화는 특정 대형 금융회사가 부실화되면 전체 금융시장으로 부실위험이 급격하게 전파되는 시스템 리스크가 커지는 요인이 되었다.
영업활동에 대한 규제완화로 다양한 금융상품이 개발되었다. 증권화가 진행되면서 여러가지 금융상품을 결합한 자산유동화증권이 크게 늘었다. 또한 다른 금융상품을 기초로 하는 파생금융상품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했다. 자산유동화증권은 신용보증기관의 신용보강을 통해 높은 신용등급을 받았다. 신용이 보강된 자산유동화증권과 파생상품을 결합하여 금융상품에 내재된 위험을 제거했다는 착각에 빠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엄격한 규제를 받는 상업은행과 달리 헤지펀드, 사모펀드, 투자회사 등 규제를 거의 받지 않으면서 자금 조달과 투자 업무를 하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의 규모가 급격하게 팽창했다. 그림자 금융은 자산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켰고 파생금융상품을 통해 위험을 헤지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부실로 기초상품의 부실규모가 확대되면서 연쇄적인 부실의 확산을 초래하는 도화선의 역할을 했다.
금융회사의 위험을 경시하는 공격적인 경영도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금융회사 경영진들의 보수가 단기성과에 연동되어 있어 경영진들이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과도한 수익성을 추구하는 경영행태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경영진의 과도한 수익추구 활동을 적절하게 견제할 수 있는 지배구조도 갖추지 못했다. 경영활동에 대한 정보 공개도 미흡하여 금융시장에서 경영진들의 활동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들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금융회사가 위기에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본건전성 강화가 우선적으로 추진된다. 과도한 위험상품이나 파생상품의 취급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영업활동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각국은 그림자 금융 기능을 수행했던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연쇄부실 확산의 연결고리가 되었던 파생금융상품 등에 대한 규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시스템 리스크 확대를 예방하기 위해 과도한 대형화를 억제하기 위한 규제도 강화된다. 금융회사의 보상체계 및 지배구조 개선과 정보 공개 확대를 위한 제도 도입도 추진된다.
금융규제의 특징
최근 나타나고 있는 금융규제는 과거와 다른 특징을 갖는다. 먼저 규제의 범위가 대폭 확대된다. 과거의 금융규제는 주로 개별 금융회사의 건전성 강화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다.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건전하더라도 대형 금융회사의 부실이 불안심리 확산의 기폭제로 작용할 경우 건전하다고 판단되는 금융회사도 부실화되거나 파산하는 것을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별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대형 금융회사의 업무활동에 대한 규제를 통한 시스템 리스크의 확산을 차단하여 거시 건전성도 강화할 수 있는 금융규제 방안들이 추진되고 있다.
다음으로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규제가 추진된다는 점이다. 은행, 보험, 증권과 관련된 다양한 국제기구와 규제당국의 협조를 통해 글로벌한 차원에서 규제 강화가 추진된다. 이러한 통합적인 규제 강화의 배경에는 유럽의 은행들은 다양한 영업활동을 동시에 수행하는 유니버설뱅크의 형태를 갖고 있고 미국의 금융회사들도 겸업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특정 업무영역에 대한 규제만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는 금융규제의 경우 국제공조가 강화된다. 일부 국가에서만 규제가 추진되면 규제가 실시되지 않은 지역으로 자금이 집중되거나 금융회사가 영업기반을 옮겨 규제를 회피함으로써 규제의 효과가 약화되는 문제가 나타난다. 각국별 금융제도의 차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규제차익을 없애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국제공조 강화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규제가 유사한 시기에 도입된다.
전반적인 금융규제는 전세계에 공통적으로 도입되는 반면 일부 규제는 각국의 상황에 맞게 도입되는 이원적인 방법으로 금융규제가 강화된다는 점을 또 다른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은행에 대한 자본건전성 규제는 전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추진되는 반면 은행의 영업활동이나 자본이동에 대한 규제는 각국의 상황에 맞게 실시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이미 금융회사의 영업활동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개혁법을 제정했다. 반면 유럽의 선진국이나 신흥국 등 다른 나라들은 자국의 금융 환경에 맞게 선택적으로 은행의 영업활동 규제의 도입 시기를 조절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의 상황에 따라 도입 시기와 세부적인 방법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은 분명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스템 강화를 위해 국제사회에서 논의되었던 금융규제들의 상당 부분이 비슷한 시기에 많은 국가에 도입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Ⅱ. 주요 금융규제의 내용
앞으로 추진될 금융규제는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강화하여 부실 위험을 예방하고, 개별 금융회사의 부실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강한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은행을 중심으로 자본건전성이 강화되고 영업활동과 대형화가 제한된다. 기업지배구조와 공시제도 등과 같은 금융시장의 인프라에 대한 개선도 추진된다. 국가별로 도입에 대한 입장이 다르지만,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자본유출입에 대한 통제도 강화된다(<표 1> 참조).
금융회사의 건전성 규제 강화
금융회사의 부실을 예방하고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빠르게 회복되도록 하기 위한 규제가 도입된다. 은행들은 현재 부실에 따른 손실에 대비하여 적정한 규모의 자기자본을 보유하도록 자기자본비율 규제(바젤II)를 받고 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세분화되고 최저 자본비율 수준이 높아진 바젤III의 적용을 받게 된다. 새로운 규제는 2019년까지 점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은행들은 자본의 질을 높이고 양을 확충하기 위해 자본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증권화 상품이나 장외파생상품 등을 포함하여 위험을 측정·평가하는 범위가 확대되고 위험자산에 대해서는 가중치가 상향 조정된다. 전체적으로 이전에 적용되던 바젤II(자기자본비율 8% 기준)에 비해 바젤III(자기자본비율 10.5~13.0% 기준)가 적용되면 위험자산에 대해 적게는 2.5%, 많게는 5%를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지난 금융위기 시에 문제되었던 대출의 경기순응성을 완화하고 손실 흡수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완충자본을 추가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자기자본비율 규제에 더해 과도한 레버리지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전체 명목 총자산에 대해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을 보유해야 하는 의무가 2018년부터 부과된다. 은행들은 총자산 대비 기본자본 비율을 최소 3% 이상 유지해야 한다. 단기간의 자금유출입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자금 조달과 운용의 만기 불일치로 유동성 부족에 빠지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유동성 비율 규제도 도입된다.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가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엄격하게 강화된다. 미국의 대형 금융기관인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이 전세계로 전파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대형 금융회사의 부실이 전체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급격하게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의 도입이 긴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부정적인 충격이 발생했을 때에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금융회사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 SIFI)로 지정된다. SIFI는 일반 금융회사에 비해 추가로 자기자본을 적립해야 하고, 유동성이나 레버리지 비율 규제도 강화된다. 규모 확대를 제한하는 규제가 실시되고 영업활동의 범위도 제한된다. G20에서 SIFI 지정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금융개혁법을 통해 금융시스템과 경제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총자산 500억 달러 이상의 은행지주회사 및 다른 업종의 금융회사를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가 SIFI로 지정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되었다.
그림자 금융 억제를 위한 영업활동 규제 강화
금융회사의 영업활동에 대한 제약이 한층 강화된다. 영업활동에 대한 규제는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파생상품 등에 자금이 과도하게 흘러 들어가는 것을 억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단기차익 목적의 자기매매가 제한되고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목적 이외의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가 제한되고 거래한 내역에 대한 공개의무도 강화된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도 강화된다. 미국의 경우 금융개혁법을 통해 운용자산 규모 기준 1억 달러 이상의 헤지펀드와 1.5억 달러 이상의 사모펀드는 증권거래위원회 등록과 주요 정보의 보고가 의무화되었다. 유럽에서도 헤지펀드의 정보 보고를 의무화하고 레버리지 규제를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금융회사의 영업활동과 업무영역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제도가 이미 도입되었다. 예금은행의 자기매매가 금지되고 펀드 지분과 은행 전체 자기자본의 3%를 넘어서는 헤지펀드 및 사모펀드 등에 대한 투자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다. 하지만 유니버설뱅킹(universal banking) 제도가 자리잡은 유럽이나 업무영역 확대를 통한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신흥국들은 영업활동 규제에 대해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스템 리스크 예방을 위한 대형화 억제
대형 금융기관의 부실화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대형화가 제한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인수합병이 금지되거나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가 추진된다. 미국에서는 시장점유율 10%를 초과하는 인수합병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금융지주회사가 총자산 100억 달러를 초과하는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 연준의 사전 승인이 의무화되었다.
금융회사의 대형화를 억제하는 규제는 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도적인 도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경우 대형 금융기관이 많고 리먼브라더스 파산을 계기로 부실화된 대형 금융기관이 시스템 리스크에 미치는 충격이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신흥국은 금융기관의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어 제도화를 통한 규제 강화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인프라 개선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정보공개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도 도입된다. 투자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고 금융시장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금융시장에서 생산 및 유통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보상체계에 대한 개선과 공시 강화가 최우선적으로 추진된다. G20를 통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자 보상에 대한 공시를 강화는 규제 도입에 합의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금융개혁법을 통해 G20에서 합의되거나 논의되고 있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미국 금융회사는 이사회 내에 독립적인 이사들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설립하여 경영진의 보상을 독립적으로 결정하도록 지배구조가 개선된다. 경영진의 보상은 장기성과와 연동되어 결정하도록 하고, 손실이 발생하거나 혹은 부정확하게 측정된 성과를 기초로 보너스가 지급된 경우 이를 회수하는 조치도 실시될 예정이다. 경영진의 보상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을 공시해야 하는 의무도 강화된다.
신용평가회사의 부적절한 신용평가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확산시켰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신용평가 방법, 신용등급 산정 내용에 대한 공시가 의무화되고 공정한 신용평가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신용평가 대상 고객에 대한 경영자문과 같은 이해상충 업무는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시장에서 신용평가등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도 추진된다.
자본 유출입 통제 강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유동성 공급이 크게 늘면서, 상대적으로 경제성장세가 양호한 신흥시장으로 유입되는 해외자금이 크게 증가했다. 자본유출입이 급격하게 나타났던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제의 안정 성장과 금융시장 불안을 억제하기 위해 국가간 자본이동에 대한 규제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자본유출입이 심했던 일부 신흥국들은 이미 자본통제 정책을 시행하였다. 브라질이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에 대해 6%의 거래세를 태국은 외국인 채권투자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15%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하는 등 상당수 신흥국이 단기성 투기자본의 유입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이미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선물환 포지션 한도 축소를 통한 외환건전성 강화에 이어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에서 발생하는 이자소득에 대해 원천징수하기로 결정했다.
자본통제에 대한 선진국과 신흥국의 입장이 달라 국제공조를 통해 외화자금 유출입을 규제하는 정책이 글로벌한 차원에서 실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외화자금 유출입에 따른 부정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각국의 상황에 맞게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기성 투기자금의 유입을 통제하기 위한 움직임에는 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상당수 신흥국이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G20 정상회의에서 이에 대한 선진국의 양해가 이미 이루어진 바 있다. 외환거래에 대한 과세를 통한 직접적인 통제보다는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강화나 외화차입에 대한 세금부과 등을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 선호될 것으로 보인다.
Ⅲ. 금융규제 강화에 따른 금융환경 변화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는 금융회사의 영업전략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건전성 규제에 따라 금융회사의 자금 조달과 운용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영업활동에 대한 규제에 따라 금융회사는 기존의 성장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금융회사의 행태 변화는 개인이나 기업과 같은 금융소비자들의 금융환경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건전성 규제 강화에 따라 금융회사가 신용위험에 민감해지면서 과거에 비해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규제에도 불구하고 포트폴리오 투자 자금을 중심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국제적으로 수익성을 쫓아 빠르게 이동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여전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전반적으로 은행들의 자금운용이 보수화되면서 기업들의 증권 발행을 통한 직접금융조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금융비용 부담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의 신용공급 축소
금융규제는 전반적으로 금융회사의 신용공급이 줄어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자기자본비율 규제로 인해 금융회사는 자본을 확충하거나 위험자산을 축소해야 하기 때문에 신용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든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고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이전에는 금융회사는 위험관리를 중시하는 경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대출 여력이 증가하더라도 대출을 크게 늘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 규제는 2019년까지 계속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바젤III를 중심으로 하는 규제 도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신용공급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는 단기적으로 자본 확충보다는 대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자본규제에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유동성비율 규제로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해야 할 가능성이 크고, 자기자본을 늘리는 것보다 위험을 축소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는 강화된 자기자본규제의 도입이 완료되는 2019년까지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신용공급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에서 자기자본규제가 도입되었던 1980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상업은행의 대출이 크게 둔화되었다. 자기자본규제(바젤I)의 도입이 확정(1988년)되고 실시(1992년)되는 과정에서 상업은행들은 대출을 점진적으로 줄여 나갔다. 당시 남미의 금융위기와 미국 저축대부조합 파산 사태 등으로 경기가 위축되었던 점도 대출둔화의 원인이 되었지만, 자기자본규제의 영향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은행들의 자본건전성 강화는 대출금리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서비스에 대한 부대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위험관리 비용을 예로 들 수 있다. 지금까지 기업들의 유동성위험이나 환위험 관리는 주로 금융기관을 통해 이루어졌다. 유동성이 부족해졌을 때를 대비한 완충장치로 기업들은 약정한 금액을 상시 인출할 수 있는 한도대출을 이용하였고, 환위험 관리도 금융기관이 취급하는 파생상품을 통해 많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앞으로 금융회사는 한도대출 이용이나 파생상품 취급에 대한 수수료를 높이거나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도대출이나 파생상품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가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위험관리에 필요한 비용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신용도에 따른 기업 자금조달 여건 차별화
금융규제는 기업들의 자금조달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에 대응하여 금융회사는 예대마진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자금조달 자체가 어려질 뿐만 아니라 자금을 빌리더라도 금융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다. 금융규제 강화에 따라 금융기관들의 신용위험에 대한 민감도가 커지면서 기업의 신용위험에 대해 과거에 비해서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는 기업이나 개인들의 신용도를 더욱 정밀하게 측정하여 위험도가 높은 자산에 대해서는 더 많은 자본금을 확충하여야 한다는 점도 위험 프리미엄을 높이는 요인이다.
금융규제와 더불어 단기간 내에 경기가 크게 좋아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신용도에 따른 자금조달 여건의 차별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과거 경기가 하락하고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일 때에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질수록 위험에 대해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기 때문에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자금조달금리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승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고비에 이르렀던 2008년 말과 2009년 초 비우량회사채(Baa등급)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우량회사채(Aaa등급) 금리와의 격차가 3%p 이상 벌어졌다.
향후 상당 기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본규제 강화에 따라 위험도에 따라 확보해야 할 자기자본의 규모가 커지면 신용도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의 차별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용도가 낮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의 차입조건과 대출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직접금융조달 의존도 심화
은행들의 기업대출 여력이 줄면서 신용도가 높은 기업들은 주식이나 회사채 발행 등의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금융회사는 전통적인 예대업무를 통한 수익성이 하락함에 따라 이자수입 이외의 수입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예대업무의 수익성 하락을 보완하기 위해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증권관련 업무의 비중을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금융회사의 대출금은 크게 위축되었지만 주식이나 채권 등과 같이 증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2008년 이후 금융회사는 수익성 악화에 따른 대출여력 감소로 대출규모가 크게 줄었다. 반면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국채에 비해 높은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늘었다.
기업들의 증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질 것이다. 금융기관 차입의 경우 경영활동에 대해 감시를 받는 데다 차입 기간이 길지 않고 금리에 있어서도 메리트가 높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낮은 자본비용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해 직접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조달 기간이 길다는 것도 장점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낮은 신용도로 인해 금융기관 차입에 대한 비중은 여전히 높을 가능성이 있지만 재무건전성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증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를 늘려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자본이동 지속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본유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들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본이동에 대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자본이동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단기간 내에 쉽게 해소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늘어난 유동성과 신흥국간 경제 상황의 차이로 말미암아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한 투자자금 이동이 단기간에 줄어들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자본통제에 대한 각국의 입장이 달라 자본통제가 일부 국가에서 제한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흘러 다니는 유동성을 일부 국가의 정책만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IMF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급격하게 위축되었던 신흥국으로의 자금유입이 올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11년에도 유입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은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상품이나 지역을 따라 이동하면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자본통제 정책의 실시로 변동성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과 일부 국가에 한정된 해외자금 유출입 통제 정책으로 인해 변동성 축소 효과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경제의 기초적 요인 변화에 따라 해외자금 흐름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환율이나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현상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에 따른 해외자금 흐름은 기업의 경쟁구조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본유출입에 따라 환율이 급등락하면서 기업들의 환위험 노출도가 늘어남에 따라 환위험 관리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환위험 관리 역량은 기업의 수익성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해외자본이 많이 유입되는 국가는 통화가치가 빠르게 절상될 수 있다. 통화가치 상승은 기업들의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로 연결되면서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해외자본 유입에 의한 급격한 원화가치 상승은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실물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 유동성은 성장성이 유망한 지역으로 흘러가면서 기초적 경제여건에 비해 주식시장을 더욱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주식시장 상승은 기업의 자금조달을 늘리고 기업간 인수합병을 활성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자본유입이 많아지면서 자금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신흥국 기업들이 M&A를 통해 경쟁력을 빠르게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기업간 M&A는 글로벌 기업의 경쟁판도를 급격하게 뒤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Ⅳ. 시사점
앞으로 당분간 강도 높은 금융규제가 전세계적으로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노출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 강화와 영업활동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은행을 중심으로 자본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가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되며, 시스템 리스크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대형화 억제, 위험자산 제한 등과 같은 강력한 규제들이 속속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최근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규제강화가 적용된다. 바젤III가 도입되고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자본 유입을 억제하는 정책들도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G20을 중심으로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금융규제들의 상당수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되나, 다만 영업활동이나 대형화에 대한 규제 등은 선별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규제는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낮추고 성장성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회사는 예대부문의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 부대서비스 개발 등을 통한 수익원 발굴과 영업비용을 줄이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험관리가 중요해짐에 따라 위험을 분석·평가하고 위험도에 따라 금융상품의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상품개발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금융규제 강화는 기업들의 금융환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융규제로 인해 금융회사 차입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은 상당 기간 개선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은 금융규제 강화에 따라 금융회사의 자산운용이 보수화될 것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금융위험에 대비도 필요하다. 직접금융시장에서 필요한 시기에 원활하게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규제 강화에 따른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재무건전성 개선을 통해 높은 신용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자본의 유입과 유출에 따라 환율이 급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여 환율 변동에 대비한 환위험 관리도 필요하다.
최근 금융규제에서는 기업경영에 대한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규제로 기업의 자본조달 여건이 악화될 경우 기업경영에 대한 투명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외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지배구조를 갖출 필요가 있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와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시장친화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투자자활동(IR)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금융회사의 규제 강화와 더불어 규제 강화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동시에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급격한 대출위축의 충격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고 금융회사가 자금공급을 기피할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 등을 위한 자금공급 대책도 마련해야 것으로 보인다. 해외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지 않는 범위에서 급격한 외화 자금유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은행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은행산업 내에서도 대형 은행의 비중이 높다는 것을 감안할 때 금융회사가 지나치게 대형화되어 시스템 리스크가 커지는 것을 적절한 수준에서 제어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끝>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