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일 목요일

◎기후변화 회의, 추진 동력 약해졌다



LG경제연구원 '기후변화 회의, 추진 동력 약해졌다'

11월 29일부터 12일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회의에서 큰 성과가 도출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각국의 자국이익 우선으로 갈등국면이 계속되는 가운데 선진국의 재정악화, 미국의 의지 약화, 국제유가의 안정 등으로 추진 동력이 더 약해지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 회의의 더딘 행보에 우리 산업의 체질 전환 속도가 적절한 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난 해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린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공조 회의인 기후변화 정상회의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뚜렷한 결론을 맺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비록 각국 모두가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 온난화의 기온 상승 폭을 최대 2℃ 내로 제한해야 한다고는 공감했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나 실천 방안에 대해서는 합의 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년 11월 29일부터 12일간 멕시코 휴양지 칸쿤에서 열릴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남겨진 숙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강도 높은 탄소배출 감축 목표 확정과 함께 이것이 구속력을 갖게 될 경우에는 2012년에 종료되는 교토 체제가 강화되면서 세계경제, 그리고 우리 생활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산업의 경쟁력 개선이 탄력을 받음과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휘발유 등 화석 에너지의 가격 상승과 철강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비용 상승 등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기후변화 회의의 주요 변수들을 살펴보고 칸쿤 기후변화 회의를 전망한다.   
 
기후변화 회의 합의 도출 기반 미흡   
 
칸쿤 기후변화 회의에 앞서 실무진들이 의제를 조율하는 UN 기후변화협약회의가 올해 4, 6, 8월에는 독일 본에서, 10월에는 중국 텐진에서 열렸다.
 
먼저 독일 본 기후변화협약회의에서는 신규 협상 문서와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이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회의에 참여한 개도국은 Margaret 의장이 작성한 신규 협상 문서가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의 당시의 합의문 내용을 기초로 개도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치 상향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 시 주요 변수로 고려되는 토지와 임업(LULUCF; Land Use, Land-Use Changes, and Forestry)에 대한 논쟁이 빚어지는 등 개도국과 선진국 들간에 갈등만 재확인 되었다.
 
이어 10월에 개최된 텐진 회의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위한 개도국 자금지원과 기술이전이 주요 의제였으나 본 회의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진전 없이 폐막됐다. 개도국들은 자신들의 탄소 배출을 사실상 자율로 맡겨달라고 주장하면서 국제해사기구(IMO)가 제안한 선박 탄소 배출 감축 제안에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특히 주최국인 중국은 개도국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선진국의 역할 확대를 촉구했다. 중국 측 실무책임자가 선진국의 지원 규모와 지원 속도가 빠를수록 중국의 탄소배출 감소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자신들의 탄소 배출을 선진국의 책임으로 연계시킨 것이다.  
 
결국 기후변화 방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각국 모두가 공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실무진 회의에서 합의 도출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지 못한 것이다.  
 
자국 이익 우선으로 갈등 국면 지속  
 
이렇듯 기후변화 회의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개별 국가들의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온실가스는 다른 환경오염 문제와는 달리 그 피해가 배출지역에 집중되지 않고 전지구적으로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배출량 감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지구촌에 골고루 분배되기 때문에 비용과 편익 측면에서 국가별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 탄소배출 감축 부담, 개도국이 상대적으로 커  
 
현재 세계 총 에너지 소비량의 절반 이상(2008년 기준 51.3%)을 차지하고 있는 개도국들은 향후 산업화와 도시화 등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2035년까지 세계 총 에너지 소비량 증가분의 80.9%를 차지할 전망이다(<그림 1> 참조). 그리고 개도국의 탄소 배출량 증가는 2030년까지 세계 증가분의 96.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2> 참조). 이에 반해 선진국들의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의 증가분은 개도국과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진국은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또한 의무사항으로 준수되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발전이 성숙된 선진국과는 달리 개도국은 여전히 성장 단계에 있고 제조업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도 많아 온실가스 배출 절감 체제로 이행하는 데 비용 부담이 선진국에 비해 크다. 또한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친환경 기술 및 제품 수준은 개도국이 선뜻 선진국에 상응하는 감축 수준을 받아들이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때문에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설정과 구속적 감축 의무 부과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일치점을 찾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표 1> 참조). 자원 채취나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개도국의 산업 구조가 서비스업 부문으로 발전하거나 선진국 수준으로 친환경 기술이 발전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 선진국의 재정악화로 개도국 지원 난항   
 
이렇듯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초기 조건이 선진국에 비해 나쁜 개도국으로서는 경제 체질 전환 비용 부담을 덜고 체질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선진국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선진국은 개도국의 요구에 상응해 지난 코펜하겐 회의에서 개도국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최빈국을 우선으로 3백억 달러(EU 106억 달러, 일본 110억 달러, 미국 36억 달러 등)를 제공하고, 이후부터 2020년까지는 공공과 민간이 합하여 매년 천억 달러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선진국들 간에 민간 재원의 국별 할당치를 설정하지 못했고 개도국 지원금 마련 방법도 합의하지 못했으며 선진국 모두 장기 자금지원 계획을 발표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또한 2020년 이후에는 녹색펀드를 조성해 개도국 지원금을 마련할 방안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도 없다. 더욱이 당장 올해 제공할 것으로 약속한 금융지원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친환경 기술 이전 문제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이와 같이 개도국 지원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현재 선진국이 겪고 있는 재정악화가 지목되고 있다. 극심한 경기침체 과정에서 민간부채가 정부부채로 이전되고 막대한 경기 부양 조치가 취해지면서 미국 등 선진국의 재정이 급속히 악화되었다. 또한 아일랜드 등 일부 유럽 국가들에서는 여전히 재정위기가 진행 중이다. 악화된 선진국의 재정상황이 빠르게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인사이트는 선진국 재정상황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 앞으로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그림 3> 참조). 따라서 개도국 금융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와 실천이 빠른 시일 내로 나타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선거 공화당 승리로 미국의 의지 약화  
 
개도국과 선진국 간의 갈등이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국과 더불어 기후변화 회의에서 구심점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되어 온 미국의 의지 약화는 기후변화 회의의 추진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중간선거 결과 공화당이 압승함에 따라 미국에서 태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압승을 거뒀다(<그림 4> 참조). 지구온난화 대비에 적극적인 민주당과는 달리 공화당은 현재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기후변화 정책에 부정적이다. 지난 6월에는 탄소 배출 비용을 경제 전반에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기후 및 에너지 타협안이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된 경험이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미국에서 지구 온난화 억제에 대한 의지가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오바마 대통령은 중간선거 직후 ‘배출총량 거래제가 기후변화 해결의 유일한 방안은 아니다’라고 언급하면서 탄소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사실상 철회하였다. 민주당 주도로 진행돼 온 기후변화 관련 각종 법안들도 공화당의 저지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미국 노동조합과 환경단체 연합인 BlueGreen Alliance의 대표인 David Foster는 녹색성장 관련 프로젝트에서 예산이 삭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가 안정세도 기후변화 대응의 저해 요인  
 
한편, 국제유가의 안정세도 각국들의 기후변화 방지 노력을 저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코펜하겐 회의를 세계인들이 주목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국제유가가 2009년 2월에 배럴당 35.4 달러를 기록한 이후 10월에 81.2 달러를 기록하는 등 연초 대비 연말에 78.1%나 급등한 것이다(<그림 5> 참조).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석유 등 화석 에너지의 사용 절감이 필요하다. 때문에 기후변화 회의가 강도 높은 결과를 내 놓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석유수요 감소로 인해 국제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더 이상 유가 움직임을 불안하게 주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대감을 갖고 세계인들이 코펜하겐 회의를 지켜본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 해처럼 국제유가 급등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초에 배럴 당 78.3달러를 기록한 국제유가는 현재 80 달러대 초중반으로 소폭 상승했다. 체감하는 국제유가의 상승 정도가 작았기 때문에 화석 에너지 자원의 희소성에 대한 관심도 지난 해보다는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석유 수입국들의 석유 소비 부담도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더욱이 중기적으로 국제유가의 급등세가 나타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당분간 세계경제가 3%대의 저성장을 이루면서 세계 석유 수요도 연평균 1.3%씩 완만히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15년까지는 세계 석유 여유생산능력이 예전보다 큰 폭으로 확대된 5%대에 머무는 등 석유 수급 상황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유가는 완만히 상승할 전망이며 IEA는 2015년까지 국제유가가 2.3%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그림 6> 참조). 석유 수입 국가들로서는 화석 에너지 사용 의존도를 서둘러 낮출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유의미한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 낮아
 
지금까지 기후변화 회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 결과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갈등이 단기에 대타협으로 봉합될 가능성은 낮을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기후변화에 대한 의지 약화와 국제유가의 안정세 지속은 기후변화 방지 노력을 저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칸쿤 기후변화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와 구속력을 담은 새로운 협약(Post-Tokyo Protocol)이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에 이번 회의가 청정개발체제(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 규정 간소화 등 일부 부분에 한해서 논의의 틀만 마련한 뒤 나머지는 내년 남아공 기후변화 회의의 숙제로 남겨둘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다만 향후에는 국제적 강제의무 부담 없이 개별 국가 차원에서 기후변화 방지에 노력(포트폴리오 접근 방식)하거나 기존 교토 협약 참가국들만의 감축 기준을 연장하는 선에서 합의가 도출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대다수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번 칸쿤 기후변화 회의가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회의가 다음 회의를 위한 기반 다지기에 머물 것이라는 의미이다.
 
회의 진행 속도에 맞춘 유연한 대응 필요
 
기후변화 회의의 진전이 더디게 나타날 전망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산업 체질 변화 속도가 이러한 국제 흐름에 잘 호응하고 있는 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산업의 친환경 체질 변화는 장기적으로 생산원가 절감, 품질 제고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기후변화 회의가 더딘 진행을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세계적인 관심과 의지가 횡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산업의 체질 변화 속도를 단기에 크게 높이는 것이 상대적인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부작용은 없는 지, 그리고 전략적으로는 적절한 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회의 결과를 토대로 산업 체질의 변화 이행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개별적으로 나타날 선진국의 통상제한 조치에 대비해 우리 기업들은 친환경 기술 개발에 대한 노력을, 정부는 자발적 감축 노력을 선진국이 인정하도록 협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 회의가 국제적 협약으로 발전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선진국 중심으로 녹색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 비록 국제적 구속력을 갖추는 데는 실패했지만 여전히 EU, 일본 등 선진국들은 기후변화 방지, 녹색산업의 신성장 동력화, 에너지 자립도 개선 등을 위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나라들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 부담을 느끼는 자국기업의 해외 이전을 억제하고 개도국의 온실가스 배출 노력을 강제하기 위해 수입규제 등 선별적 통상 제한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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