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5일 수요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헤쳐가려면

LG경제연구원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헤쳐가려면'

 

 

세계경제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면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앞으로 세계경제가 순조롭게 회복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한 요소도 많다. 불확실하다고 느껴지는 현상에도 인과관계가 있다. 단지 이제까지 주류로 인식되고 있는 논리나 인과관계에 가려져 부각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메인스트림으로 등장할 때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은 충격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수습되면서 세계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 이 과정에서 미국의 저축률 상승 및 소비 부진을 만회하는 개도국의 내수 기반 성장 패턴이 정착될 것인지, 그린 이노베이션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등이 기업이 주목해야 할 중요한 불확실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거시적 환경 변화를 점검하면서 전문가의 통찰력에 의거한 정성적인 분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미래 사업 환경에 대해서 확률이 높은 단일의 예측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에 따라서 나타날 수 있는 복수의 미래 모습에 대비하는 시나리오경영이 중요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신흥국의 내수 성장이나 신흥국 출신 기업의 부상 여부, 그린 기술혁신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 가능성 등 위험이자 기회이기도 하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새로운 성장의 동력으로 만들 수 있는 경영의 지혜가 요구되는 때이다. 
 
< 목 차 > 
 
1. 불확실성과 기업의 사업 환경
2. 세계경제의 구조변화와 불확실성
3. 불확실성 대비하기 위한 경영과 사례
4. 시사점
 
 
 
1. 불확실성과 기업의 사업 환경 
 
 
불확실성의 의미와 글로벌경제위기 사례  
 
불확실성(Uncertainty)은 리스크(Risk)와 함께 막연한 불안감을 의미하는 일반명사처럼 쓰이기도 하지만 경제학적으로는 엄밀하게 구별되고 있다. 케인즈와 동시대의 경제학자인 나이트(Frank Hyneman Knight)에 의해 처음으로 정의된 불확실성은 발생확률분포(發生確率分布)를 알 수 없는 위험을 가리킨다. 반면, 리스크는 교통사고나 질병 등 그 발생확률분포를 일정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 보험을 설계하는 등의 방법으로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하다. 불확실성이 인식될 경우 기업은 최악의 사태를 예상해서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면, 작년에 리먼브러더즈가 파산하자 글로벌 은행 간 자금 거래 시장에서는 거래 상대의 부도를 우려하여 아무도 자금을 공급하지 않는 자금경색이 발생하였고 기업들도 재고나 고용을 선행적으로 감축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은 수요를 더욱 위축시키고 자산 가격의 하락을 부채질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이 고조될 경우 최근의 경우와 같이 정부가 나서서 시장을 안정화시킬 필요성이 발생한다.  
 
이와 같이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감이 심화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예상하지 못한 충격이 발생한 직후에는 마치 이러한 충격이 연속적으로 발생할 것처럼 공포심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글로벌경제 위기가 ‘100년에 한 번의 일이다’고 확률을 설정하는 표현을 쓰면서도(그것이 맞는지는 불확실함) 마치 100년만의 사건이 수시로 도래할 것처럼 생각하는 경제주체도 있다. 그러나 일상적으로는 각 경제주체들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합리적인 기대를 근거로 하여 경제활동을 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이 예측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는 상황에서 돌발적인 위기나 기회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 경제주체들은 일상적으로는 예측 가능한 논리로 경제활동을 영위하면서도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하면 큰 낭패를 본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의 계기가 된 서브프라임 대출 부실 문제는 예측 가능한 세계의 논리나 리스크 관리 능력을 지나치게 과신한 결과 위기가 증폭된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금융공학이라는 리스크 관리 기법은 확률분포를 알 수 없는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이것이 만능통치약처럼 사용돼 부동산 투자의 모든 리스크도 관리 가능하다고 믿게 된 투자가들에 의해 투자가 과열되고 자산 버블의 형성과 붕괴를 가져 온 것이다.  
 
새로운 인과관계의 대두와 기업의 대응 
 
그러면,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는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이 갑자기 나타나서 발생한 것인가? 이번 서브프라임 위기에 즈음하여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은 ‘블랙 스완’의 저자(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일상적으로 생각되는 영역 밖에서 오는 커다란 충격(상식을 깨는 검은 백조의 존재와 같은 것)을 중시하고 있다. 그는 서브프라임을 예언한 사람처럼 지적되기도 하지만 그의 주장은 ‘현실을 분석해서 불확실성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며, 저자 자신은 예언자처럼 거론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일부 경제학자들은 서브프라임 위기의 가능성을 일찍 경고해 왔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잘 거론되는 루비니 뉴욕대학교 교수 이외에도 하버드대학교의 로고프(Kenneth Rogoff) 교수는 그린스펀 FRB 의장의 정책 기조를 오래전부터 비판하여 2003년의 IMF 세계경제보고(당시 로고프가 조사부장 역임)에서 부동산 버블 붕괴의 후유증을 분석하면서 미국 주택 버블을 우려한 바 있다. 2005년 8월에 미국에서 개최된 FRB 세미나에서는 시카고대학교의 라쟌(Raghuram G. Rajan)교수가 금융의 자유화 및 금융의 첨단화 현상으로 인해 엄청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경계하면서 미국 주택 버블의 붕괴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금융 감독 기능의 강화, 금융기관의 임직원 인센티브 시스템에 대한 규제 등을 권고하기까지 했다.   
 
사실, 이러한 분석들도 있어서 미국의 주택 버블 붕괴 이후 주요 선진국들은 과감한 유동성 공급 정책과 금융기관 구제 정책을 신속하게 실시해 왔다고도 볼 수 있다.
 
서브프라임 문제는 구미 금융업계가 경제학자들의 경고도 무시하고 금융공학 등을 오용하면서 마치 고리스크 부동산 투자 상품을 저리스크 고수익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논리를 만들어서 일시적으로 수많은 투자가를 끌어 모은데 성공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의미로 볼 때 부동산 버블이 붕괴된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라 당연히 붕괴되어야 할 버블이 붕괴된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업계도 서브프라임의 문제점이나 위험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면서도 이를 활용한 수익 기회를 포기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며, 이들이 뜻하지 않았던 불확실성으로 인한 선의에 피해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즉, 불확실하다고 느껴지는 현상에도 인과관계가 있는 것이며, 단지 현 시점에서 주류로 인식되고 있는 논리나 인과관계에 가려져 부각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메인스트림으로 등장할 때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은 충격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제1차 유가파동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사전에 고려한 국제석유회사인 셸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기업은 당시 메이저 석유회사가 국제석유시장과 산유국의 GDP까지 좌우할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했던 시절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산유국 정부의 정책 변화(국유화)나 이들 간의 결속(카르텔)이 국제유가를 급등시킬 수도 있다는 새로운 인과관계를 발견하여 그러한 인과관계가 대두되는 징후를 포착해서 발 빠르게 대응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시켰다.
 
또한 불확실성은 이노베이션을 일으키는 유인을 제공할 수도 있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술을 고집하는 선행 기업이 새로운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로 부상하는 신진기업에 의해 압도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일본 전자업체들이 1960~70년대에 미국기업을 추월하는 과정에서는 진공관에서 IC(집적회로)로의 기술전환에 보다 과감하게 투자했다. 미일 산업 주도권 역전 과정에서 미국은 일본기업들이 저수익을 감수하면서 과잉투자를 하고 있다고 계속 비판했지만 당시 일본기업들은 새로운 인과관계를 믿고 불확실성에 보다 과감하게 투자했던 것이다. 최근에도 차세대 기술인 하이브리드자동차를 선행적으로 채택한 도요타자동차가 글로벌 1등 기업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미국계 기업이 석유소비가 많은 레저용 대형 차량에 주력할 때 도요타는 자원위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는 거시적인 환경 변화를 염두에 두고 차세대 자동차 기술로서는 불완전하지만 어느 정도 고연비 효과가 기대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보다 많은 투자를 실시해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신기술이나 새로운 사업 모델의 경우 처음에는 성공할 것인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기존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하고 있는 기업일수록 소극적으로 대처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에 도전하여 남들과 달리 새로운 성공의 인과관계에 주목한 기업이 이노베이션을 이끌고 도약해 왔다고도 할 수 있다.  
 
2. 세계경제의 구조변화와 불확실성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  
 
이상과 같이 불확실성이 갖는 성격으로 볼 때 이번 글로벌 경제 위기를 계기로 어떤 위기와 기회가 발생할 것인지를 파악하면서 불확실성에 도전하여 성공한 기업이 도약 할 것이다. 국제정치, 신흥국의 부상, 자산가격의 급등락, 자원문제, 기술혁신 등 세계경제의 거시적인 환경 변화가 기업의 사업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환경에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전략적으로 실패할 경우 기업에게는 치명적인 충격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세계경제 환경은 미래에도 불확실한 요인들에 의해 급격한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 시점에서 보면 글로벌경제 위기가 어떻게 마무리되고 세계경제가 어떤 형태로 회복될 것인지가 초점이 될 수 있다. 세계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키거나 좌절시킬지도 모르는 여러 불확실한 요소들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는 OECD 경기선행 지수의 반등세, 세계 각국 주가지수의 회복 등 여러 가지 지표로 봐서 서서히 바닥을 다지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중국경제는 금년도에 당초 예상보다 건실한 7% 이상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어 글로벌 경기 추락의 일정한 버팀목이 되고 있으며, 일본경제도 지난 2/4분기에 플러스 성장을 회복하고 미국경제도 3/4분기에는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유럽경제의 경우 미국, 일본보다 사정이 좋지 않지만 최근에는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는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만, 이러한 회복은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할 수 있으며, 각국에서 아직 기업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실업률이 상승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의 세계경제 향방을 볼 때 각국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급락한 국제무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의 여부도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이 경기부양책을 통해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킨 효과가 서로 수출과 수입을 확대시키는 효과로서 나타나 세계교역이 활성화되어야 세계경제의 구조적 위기 극복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동안 막대한 대외수지 적자를 기록하며 세계의 소비 시장으로서 글로벌화에 기여해 왔던 미국은 부동산 버블의 붕괴 극복 과정에서 저축률의 상승이 불가피하여 수입 수요의 확대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림 1>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에 미국의 저축률이 0%대까지 떨어지는 하락세와 함께 세계경제에서 국제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글로벌화 현상이 가속화되었지만 지난 5월 기준으로 6.9%로 급등함으로써 이러한 효과는 약화되고 있다.  
 
미국 저축률이 앞으로 얼마나 상승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불확실한 요소가 많으나 IT버블 이전의 평균치가 8%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미국 저축률의 상승 조정은 이미 상당히 진행돼, 서서히 완료 단계에 접어든 것일 수는 있다. 하반기 이후 내년에 걸쳐서 미국 저축률의 상승세가 둔화되는 한편 미국 주택시장의 조정도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보여 미국발 수요 감소 충격도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러한 예상과 달리 미국의 저축률이 보다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거나 낮은 수준에 그칠 불확실성도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 미국 저축률의 지속적인 상승은 세계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킬 것이다. 반대로 또 다른 자산 버블이 발생하면서 예상보다 낮은 수준의 저축률에 그칠 경우 미국의 글로벌 임밸런스 문제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과거 미국이 IT버블 붕괴 직후 일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저축률이 부동산 버블과 함께 다시 떨어진 사례도 있다.  
 
또한 미국이나 중국 등 각국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이 보호주의적인 성격을 강화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의 건전한 확대, 무역의 활성화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인지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러한 보호주의적 정책은 세계경기의 둔화와 함께 각국에서 심화되고 있는 재정적자 문제로 인해 강화될 수도 있다. 물론, 주요국간에서 다양한 협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노골적인 보호주의가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으나 보호주의적 정책이 수면 아래에서 완만하게 진행되는 효과가 계속 축적된다면,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될 경우 정치적 불만과 함께 보호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트렌드로서 형성되어 버릴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와 같이 세계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해 나가고 있지만 기업으로서는 앞으로 세계경제가 일반적으로 예상되고 있는 완만한 회복세를 이루지 못하고 장기부진에 빠질 불확실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회복 패턴의 변질 여부에 따라서는 1990년대 이후의 글로벌화가 후퇴하고 보호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전략의 중요성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신흥국의 성장 패턴 변화의 불확실성과 기회  
 
미국의 세계경제 성장 기여도가 떨어지는 가운데 미국을 보완하는 세계경제의 견인차를 찾지 못할 경우 세계경제의 둔화는 불가피하다. 이러한 견인차로서 일본이나 유럽 등의 선진권에 크게 기대를 걸 수 없는 가운데 중국,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의 내수를 기반으로 한 성장 패턴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이것 또한 불확실하다.  
 
개도국의 적자 동반 성장 정책 어려울 듯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경우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하면서 각종 원자재의 최대 시장이 되었으나 최종소비재에 관해서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의존해 왔다. 특히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각국은 투기자본의 공격이나 글로벌 금융기관의 대출 회수 위협을 경계하고 투자를 억제하여 대외수지 흑자를 늘리면서 위기에 대비한 결과 내수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글로벌 임밸런스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 과정에서는 그동안 대외수지의 악화를 감수하면서도 중장기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성장 전략을 추구해 온 동구권 경제가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개도국들이 앞으로 대외수지 흑자를 희생시키면서까지 내수 부양을 결정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글로벌 투자자금의 자국회귀 가능성 
 
또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국제자금의 불안정성과 투자자금의 자국 회귀 현상도 개도국의 내수 기반 성장을 어렵게 할 요인이 될 것이다. <그림 2>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글로벌화와 함께 약화되어 온 선진 각국 투자자금의 자국 선호 성향이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다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총저축률과 총투자율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는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자금의 부분적인 자국 회귀를 확인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 지속될 것인지 불확실하지만 그 경우에는 세계경제의 회복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요인들을 고려하면 아시아를 비롯한 개도국이 내수 기반 성장 패턴으로 전환하는 데는 시일이 소요될 것이며, 대외수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글로벌 자금의 활용이 용이한 중국을 비롯한 BRICs 등, 어느 정도 검증된 거대 신흥국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4조 위안에 달하는 막대한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면서 내수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신흥국의 도시화에 따른 인프라 및 소비수요가 내수를 부양 
 
사실, 최근의 중국경제를 보면 그동안 외자기업의 수출기지로서 성장해 왔던 광동성 등의 연해 지역이 부진한 반면 사천성 등의 내륙부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들 내륙지의 경우 도시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효과도 겹쳐서 경제성장이 촉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시점에서 인구 100~500만명에 달하는 중국의 중견도시는 115개로 늘어날 전망이며, 전체 도시 인구는 2005~2020년 사이에 2억 2,500만명 정도 확대될 전망이다. 선진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급속한 도시화가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소비시장도 형성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이외에서도 2005~2020년 기준으로 브라질의 도시 인구가 3,900만명, 인도 1억 4,000만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신흥국의 전반적인 도시화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정비가 중요한 시점이며, 이러한 투자가 당장 최종 소비재 등에 대한 수요를 확대시키지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보면 소비확대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 이미 중국의 경우 자동차 판매대수가 미국을 능가하여 세계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도약했으며, 인도의 경우도 신규 이동통신 가입 건수가 중국, 미국을 능가하여 세계최대의 실적치를 거두고 있는 등 신흥국의 확대되는 내수시장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일부 글로벌 기업들도 이번 경제위기 이후의 세계 경제의 구조변화에 맞추어 신흥시장에 대한 대응책을 강화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필립스는 인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인도의 중산층 니즈에 맞춘 정수기를 개발하거나 태양전지나 손의 힘으로 충전할 수 있는 조명기구를 개발하는 등, 현지 범용시장의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기업의 대인도 직접투자 규모는 2008회계연도(2008.4~2009.3)에 8,090억엔으로 전년도의 1,890억엔에서 크게 확대함으로써 대중투자의 6,793억엔을 능가하였다. Panasonic은 인도의 백색가전, TV 등 주요시장에서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올리기 위한 현지 거점 확충 투자와 함께 마케팅 투자에 거액의 자금을 투자할 계획으로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신흥시장의 잠재력을 평가하면서 선진시장과 개도국시장이라는 전통적인 시장 구분을 지양하고 전세계시장을 하나로 보고 소득 수준 등의 세그먼트 별로 시장을 공략할 전략으로 있다.
 
이와 같이 단기적으로 신흥국의 내수성장에는 한계가 있고 그나마 현재의 재정확대 투자가 위축될 경우 내수경기가 둔화될 우려까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거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개도국의 내수성장기반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거대 신흥국의 내수활성화가 개방적인 시장 환경 속에서 이루어질 경우 기타 신흥국의 경제 활성화와 함께 미국 등 선진국 경제에도 점차 긍정적인 영향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의 장기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수출 확대가 큰 힘이 되었는데, 미국의 경우도 거대 신흥시장의 경제 활성화와 세계무역의 확대 속에서 대외무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인지가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무시하지 못하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물론, 개도국의 내수기반 성장은 초기에는 효과가 한정되고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선진국경제의 부진 장기화와 함께 세계경제가 저성장 기조에서 쉽게 탈출하지 못할 불확실성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신흥시장의 내수 잠재력을 과소평가할 경우 기업으로서는 성장기회를 상실할 위험성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국제금융질서의 불확실성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미국의 상대적 힘의 약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영향력 확대와 함께 향후 국제금융질서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될 것인지도 기업에게 영향을 주는 중요한 불확실성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와 같은 국제금융질서의 혼란은 국제유동성의 축소 압력으로서 나타나 각국 정부와 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제고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의존한 달러 기축통화체제의 불확실성 
 
<그림 3>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1971년에 달러화-금 교환을 근간으로 한 브래튼우즈체제가 사실상 와해된 이후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금에 대해서 계속 하락해 왔다. 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달러화를 각국 정부나 기업이 금융자산이나 거래결제 통화로서 인정해 온 것은 마땅한 대체수단이 없고 미국계 금융기관들이 국제 자금순환을 주도해 온 데다 일본 등이 미국에 협조해 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미국계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경영이 악화된 데다 이들을 믿었던 유럽 등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부실화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 상황이다. 1990년대까지는 미국의 절대적인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받고 있는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중국, 러시아, 중동석유수출국 등의 흑자가 커진 상황이다. 미국으로서는 정치 및 군사적으로 경쟁자이기도 한 중국 등에 의존하면서 달러화 기축통화체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사실, 현재의 달러화 기축통화체제는 실질적 가치가 떨어져 가는 달러화를 모두가 수용하기 때문에 유지되는 일종의 자산 버블의 형성 및 유지 메커니즘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메커니즘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은 국제적 협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느 영향력이 있는 경제주체가 이러한 협조에서 이탈하게 되면 무너질 수도 있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중국은 최근 외환보유고가 2조 달러를 돌파하는 등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유럽의 대미 투자 위축을 만회하는 형태로 미국 국채를 매입하면서 대미 금융협조에 나서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와 같이 대미 협조에 주력하다가 경제가 쇠퇴하게 되는 사태를 경계하기도 한다. 중국정부로서는 세계경제 및 중국경제의 단기적 회복을 위해서는 달러화를 매입해서 국제금융질서를 안정시켜야 하지만 ‘보유한 달러화 자산의 가치 하락을 우려해 계속 달러화를 매입해야 하는’ 일본식 딜레마에 빠지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달러화를 보완하는 국제유동성의 단계적 확대 노력 
 
지난 3월 23일 중국인민은행 총재가 발표한 논문 ‘국제금융시스템의 개혁’은 미국 달러화를 대체하는 기축통화로서 SDR(Special Drawing Rights : IMF의 특별인출권) 등 초국가적 기관에 의한 준비통화의 활성화를 제안했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도 반영돼 지난 4월의 G20회의에서는 SDR의 신규배분이 결정되고 IMF는 2,500억 달러 정도의 신규 SDR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달러화의 국제적 순환 부진 때문에 수많은 개도국들이 외환 불안을 겪으면서 국제무역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IMF는 발행될 SDR 중 1,000억 달러 정도를 개도국으로 할당할 방침이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볼 때 중국인민은행총재의 논문이 앞으로 국제금융질서가 혁신되는 과정에서 역사적 전환점으로서 의미를 갖게 될 것인지 불확실하지만 기업들은 앞으로 미국 달러화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약화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각종 상거래의 결제 통화로서 미국 달러화가 당분간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경제적 성과의 결과인 준비 자산을 엔화, 위안화, 유로 등으로 다양화시켜서 기업 가치를 보존하려는 글로벌 기업의 행동도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부실의 정부 부실 전환과 달러화 불안 
 
또한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의 재정적자가 2009회계연도에 2조 달러 정도까지 확대되는 한편 글로벌 금융기관의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나 FRB의 부실채권 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데 따른 영향도 불확실한 부분이다. 일본 장기불황의 경우와 같이 민간부실이 정부의 부담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정치·경제 마찰과 함께 발생할지도 모르는 미국의 국채와 달러화의 폭락이라는 불확실성에 대한 마음의 준비 자세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 때문에 미국정부가 혹시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는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에 인색한 태도로 돌변하여 세계경기의 회복세에도 악영향을 줄 우려도 있다.  
 
물론, 미국이 과거 1990년대에 일본과의 경제적 경합에서 역전에 성공한 바와 같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력의 회복에 성공하여 강한 달러화의 위상을 회복할 가능성도 또 다른 불확실성으로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린 혁명의 불확실성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 탈출을 위해 각국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경기를 부양하고 중장기적 성장잠재력도 높이기 위해 친환경 분야의 기술혁신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권의 경우 향후 10년간 1,500억 달러를 투입하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그린 뉴딜 정책에 주력해 친환경 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IT혁명을 주도한 바와 같이 차세대 그린 기술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함으로써 글로벌한 주도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고성장 추세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희소해지는 에너지 문제의 해결이 선결 과제가 되고 있으며, 미국이 새로운 에너지 등에서 주도력을 발휘한다면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대한 영향력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각국이 미국 달러화의 패권을 수용할 당시에는 미국의 풍부한 석유자원과 미국계 석유메이저가 지배한 해외유전을 바탕으로 달러화가 있으면 자원 확보에 문제가 없다는 믿음이 크게 작용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린 뉴딜을 통해 에너지 문제 해결과 국력 회복 모색하는 미국 
 
물론, 미국이 그린 뉴딜을 성공시켜서 IT의 경우와 같이 신에너지 분야 등에서 글로벌한 지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미국 이외에도 유럽, 일본 뿐만 아니라 중국 등의 개도국에서도 태양전지나 차세대 자동차 산업의 육성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그린 산업은 IT의 경우에 비해 미국이 강점을 가진 소프트웨어적 분야뿐만 아니라 각종 부품, 소재 등의 기술력이나 제조 능력이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태양전지의 보급에 필요한 발광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종 소재 기술의 혁신이 중요한 요소가 되며, 풍력 발전기의 경우 발전에 유리한 지역에 거대한 금속 소재 풍차를 강력하게 회전시키면서 내구성도 확보할 수 있는 기계기술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새로운 이노베이션을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거액의 자금이 유입되는 한편 기술개발과 수요 확대의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며, 부품 및 소재 등 관련 산업의 성장과 함께 기존 산업 분야를 혁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IT혁명의 경우 정부 지원도 있었으나 당시 주식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대규모의 자금 확보가 용이했던 데다 기존 제조업,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혁신하는 효과도 있었다. IT업계뿐만 아니라 서적 판매 등 유통업에서 넷 거래가 활성화된 것은 대표적인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린 혁명은 IT혁명과 비교해도 관련 산업뿐 아니라 전체 산업에 미칠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이나 정부의 지원 없이 자체적 힘으로만 성장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이며, 주식시장 등 민간자금의 유입도 아직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그린 혁명이 가속화되고 막대한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지만 단기적으로는 부침을 거듭하는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각종 그린 관련 기술의 발전도 불확실한 가운데 향후 주류가 되는 기술 분야에 일찍 투자하여 경험을 축적한 기업이 새로운 우량기업으로 등장할 것이다. 2차 전지업체이면서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여 작년 말에 세계최초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정 등에서의 충전기능을 갖춘 전기·휘발유 겸용 자동차)를 2.2만 달러라는 상대적 저가격으로 출시한 중국의 BYD와 같은 신진기업의 등장으로 자동차 산업의 구도가 크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며, 이러한 기존 산업의 혁신이 여러 분야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3. 불확실성 대비하기 위한 경영과 사례 
 
 
거시적 환경 변화를 감지하면서 불확실성에 대응  
 
세계 경제를 비롯한 불확실한 사업 환경 속에서 소규모 기업은 물론 거대 기업도 연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장수 기업이 주목을 받는 것도 그만큼 사업 환경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 노하우를 축적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리스크와 별개의 문제로 생각하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의 경우처럼 금융공학과 같은 일상적인 리스크 관리 기법을 과신하여 이것이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불확실성의 세계에서도 적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장수기업의 특징인 재무적 보수성이 중요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달러화 불안이나 미성숙한 신흥국의 고성장에 따른 불확실성 등 갖가지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어서 기업의 활동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대비한다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결정이 합리적인 수익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다만, 장수한 기업들의 수많은 사례와 같이 재무적인 보수성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며, 각종 자산 가격의 상승 및 하락세에 가속도가 붙을 때에는 버블의 가능성이나 과잉 하락을 의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요한 불확실성에 대한 전문가의 통찰력에 의거한 정성적인 분석을 활용하면서 위기나 기회에 대비하는 자세도 중요할 것이다.  
 
거시적 트렌드에 적합한 비즈니스 가설의 활용 
 
과거의 데이터나 경험에서 확인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이나 트렌드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가설을 세워서 작은 실험을 거듭하여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일본 최대의 유통업체인 세븐 & 아이의 이토회장은 겨울에 주로 판매되어 왔던 오덴을 1년 내내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실천에 옮겼다. 여름에도 에어컨이 있기 때문에 따뜻한 국물이 선호될 것이라는 새로운 인과관계에 주목한 것이다. 이러한 가설을 세우는 데 있어서는 에어컨 보급대수 등 소비자에 관한 거시적인 환경 데이터는 활용했지만 소비자에 대한 인터뷰 조사나 여름철의 오덴 판매량과 같은 조사는 생략되었다. 소비자가 처음에 접하는 소비행태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의식이나 기존 판매 데이터는 전혀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때로는 기존의 업계 관행이나 규칙을 무시하여 거시적인 트렌드에서 곧바로 새로운 아이디어에 기초한 비즈니스 가설을 실험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흥시장에 대응한 Tetra사의 사례 
 
또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불확실성은 새로운 인과관계의 대두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비연속적인 변화의 동인을 찾아내 위협 요인과 함께 성장 기회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스웨덴의 대표적인 다국적기업인 테트라(Tetra)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개발한 식품 진공포장 기술을 가지고 소규모로 사업을 전개해 오다가 개도국의 경제성장 가속화와 함께 글로벌하게 사업을 확장해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동사의 진공포장 기술은 유통구조가 잘 완비된 선진국에서는 크게 각광을 받지 못했지만 개도국에서 우유나 주스 등의 가공 식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보존이 용이한 동사 제품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Tetra Pack로 잘 알려진 동사의 진공보장 기술은 냉장 시설 등이 정비 안 된 개도국에서도 음료 유통 비즈니스를 가능케 함으로써 급속하게 성장, 2008년 판매 개수는 1,413억 개를 넘었다. 지난 1999년과 비교해도 50%를 넘는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진공포장 패키지는 선진국의 틈새시장에 불과하다는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이 개도국의 고성장과 식생활의 변화라는 동인을 활용해서 글로벌 비즈니스로 확장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인과관계에 주목한 테트라사는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생산, 판매 기반을 대대적으로 확장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은 일상적인 업무와 달리 기업 CEO가 집약된 정보를 기초로 책임을 지고 결단해야 하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일상적인 결정은 현장 중심의 조직에서 담당할 수 있지만 전략적이고 불확실성이 높은 사안에 대한 결정과 리더십의 발휘야말로 CEO의 역할이자 부가가치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불확실성을 피하고 어떤 불확실성에 도전하고 또한 어떤 불확실성에 대한 판단을 보류할 것인가의 결정은 기업이 차별화된 경쟁력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시나리오 경영과 활용 사례  
 
통찰력을 가지고 미래 사업 환경에서 새로 부각되는 인과관계를 비즈니스로 연결시킬 수 있는 CEO를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지가 기업에게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가 되겠지만 CEO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CEO의 결단을 돕기 위한 경영기법의 개발이 중요하며, 그 중의 하나로서 시나리오 분석이 중요시 되어 왔다.  
 
셸의 사인포스트를 활용한 시나리오 경영 
 
시나리오 분석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사업 환경에서 불확실성을 고려하면서 미래 모습을 분석하고 전략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하나의 미래 환경을 전망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에 따라서 나타날 수 있는 복수의 미래 모습을 시나리오 스토리로서 제시하여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위기와 기회를 사전에 경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 시나리오 중에서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사인포스트(Signpost)를 설정하여 그러한 사인포스트가 감지될 때 기업이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면 앞에서 언급한 셸의 제1차 석유위기 시나리오에서는 산유국 정부의 동향을 사인포스트로 지목, 실제로 중동 정치 정세의 변화에 따라 석유위기 시나리오가 감지되자 셸은 기존의 투자전략을 수정하여 원유 정제 시설 투자 등을 억제함으로써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시나리오 경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인포스트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대지진과 같이 돌발 사태 발생 이전에 뚜렷한 신호를 포착하기가 어려운 분야에서는 효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고도 할 수 있다.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가진 사고의 한계 극복 
 
다만, 신일본석유사의 경우 이러한 시나리오 분석을 자사가 지향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데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동사는 2020년까지의 시나리오 분석의 결과를 기업 비전에 반영하여 중장기 경영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시나리오 분석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사고방식에 기초한 고정관념을 타파하여 미래의 불확실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사고의 틀로서도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주주를 포함한 각 이해당사자들에게 자사의 전략을 전달하기 위한 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몇몇 기업은 자사가 분석한 시나리오를 공개하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미래에 대한 복선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하지 못할 경우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우량기업도 시대의 변화에 뒤쳐질 수가 있다. 예를 들면 한 때 복사기 시장을 독점하였던 미국의 제록스사의 경우 기존의 비즈니스 방식을 고집한 결과 복사기 시장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도전한 캐논의 추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복사실 등에 고가격의 대형 복사기를 설치하여 24시간 전문 서비스를 제공했던 제록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관련 특허의 독점, 방대한 서비스망 때문에 난공불락의 아성으로 여겨져, IBM조차도 파고들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캐논은 1960년대 후반에 CdS(硫化카드미움) 등 다양한 소재를 혼합하면서 독자적인 감광체(感光體) 등 제록스의 특허를 피하는 신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제품의 구조를 모듈화·단순화하고 고객이 직접 토너 등을 교체할 수 있게 해 서비스망 투자 부담을 줄였다. 이러한 캐논의 제품은 저가격이면서 고장이 적기 때문에 중소기업도 사용하게 되고 대기업의 경우도 각 층, 각 부서에서 직접 복사기를 설치·운영하는 형태의 소비 패턴을 유도했다.  
 
당시 제록스는 부상하는 일본 제조업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는 등 거시적인 산업 트렌드에 둔감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문제를 우려해서 캐논의 전략을 모방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만약 제록스가 일본 산업의 부상이라는 환경 변화를 중시하면서 자사의 기존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이라는 미래 시나리오를 작성하여 캐논의 등장에 신속히 대처하고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노베이션의 불확실성 대응의 어려움  
 
물론, 기업이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불확실한 미래에 과감하게 도전하여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발생확률을 알 수 없는 것이 불확실성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는 캐논의 경우처럼 성공하는 것보다도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으로서는 어느 정도 실패를 고려하면서 다양한 시도나 도전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각종 신제품의 경우도 히트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사전적으로 계산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불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CD음악이나 서적 등 완전경쟁에 가까운 제품의 경우를 봐도 일부 제품에 판매량이 집중되고 나머지 수많은 제품은 소규모 판매에 그치기 때문에 정규분포와 같이 평균치나 분산이 의미를 갖지 못하고 일반적인 분석이나 예측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거시적인 트렌드에 맞는 방향에서 다양한 제품들을 시도하면서 시장의 호응을 확보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일종의 벤처기업형 접근이 유리할 수도 있다.
 
일본전자 산업의 쇠퇴와 기술의 선택 문제 
 
기술 발전의 구체적인 방향을 예측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지만 기업은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연구개발에 수많은 자금을 투자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연구개발 투자에 실패할 경우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1980년대까지 미국을 추격하여 잘 나가던 일본 전자산업이 1990년대 이후 서서히 쇠퇴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연구개발 주제의 선택에 실패한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기업은 1980년대 초반까지 미국기업 등 선행기업의 기술을 추격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해 성공했으나 그 이후에는 일본기업 스스로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하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일본 전자업체들이 주력했던 것은 인공지능 기술이나 초전도 기술 등이었지만 이들은 커다란 시장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만약 이들 기술이 거대시장으로 성장했었더라면 일본 전자산업의 경쟁우위는 막강해졌을 것이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일본기업들이 기초기술을 강화하면서도 기술 선택에 실패하는 과정에서는 연구진이 학문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를 지나치게 중시했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노베이션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하면서 미래 사회에 대한 가설이나 시나리오도 그려보고 탐색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기초기술을 강화할 때에는 마케팅 현장이나 제품 개발 부문에서 필요로 하는 기초기술을 강화하는 Bottom up식의 기술적 주제 선정 방식도 병행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4. 시사점  
 
 
우리기업도 이상 본 바와 같은 불확실성의 일반적 성격, 현재 세계경제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불확실성 문제, 그리고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기업의 경영 스킬 등을 검토하면서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매출 기회의 기민한 포착으로 세계경기의 불확실성 대응  
 
우선, 세계경제는 불확실성을 내포하면서도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세가 보다 뚜렷해질 것이며, 일부 우려되고 있는 바와 같은 단시일 내의 경기 재추락(더블 딥)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각국 경기부양책의 효과로 적어도 내년 정도까지는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과거 일본 장기불황기의 경우도 2~3년 정도의 확장기와 1~2년 정도의 후퇴기를 되풀이하는 패턴을 보인 바 있다.  
 
이러한 거시적 환경을 고려하면서 기업으로서는 세계경제 환경을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겠지만 자산시장의 급등락을 경계하는 등 신중한 재무전략과 함께 짧을 수도 있는 세계경제의 성장 사이클에서도 매출확대, 시장 입지 확대 기회 등을 놓치지 않는 기민한 대응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정부지원을 받고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고리스크·고수익을 지향하는 임직원 인센티브 제도를 고수하고 있어서 정부 지원을 믿고 고리스크 경영을 더욱 강화해 신흥국 증시, 원자재 등 각종 시장의 급등락이 심화될 불확실성도 경계해야 한다. 또한 신흥국의 성장이 어느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로 축소된 제조업의 수요 수준이 수년 이내에 회복되지 않고 과잉설비 문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 보호주의가 강화될 경우에도 대비하면서 각국 정부 및 시민사회와의 공생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00년대 초와 달라지기 시작한 새로운 글로벌화의 게임의 룰이 무엇인지를 탐색하면서 국내외에서 현지 경제, 고용, 환경 보존 등에 대한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도 중시할 필요가 있다.
 
신흥시장의 신중간층 겨냥한 새로운 제품컨셉의 시도 
 
이번 글로벌경제 위기를 계기로 신흥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 BRICs의 기존 고소득층과 함께 도시 인구의 확대에 맞추어서 신중간층을 겨냥한 제품 시장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신흥시장을 겨냥해서 저가격이면서 기능을 선택한 고품질 제품이 선진국의 중하위권 시장에도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인도의 타타 재벌이 판매하기 시작한 초소형 저가격 자동차 ‘나노’와 같은 제품 컨셉으로 성공을 거두게 될 신흥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도약하여 우리기업과도 경합할 수 있는 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신흥시장의 신중간층에 맞는 제품개발을 위한 가설의 설정과 다양한 시도가 중요할 것이다.
 
그린 기술과 IT기술의 융합에 대응한 기술 선택 
 
신흥시장의 고성장세 회복은 또 다시 자원 및 환경 제약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띠고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그린 이노베이션의 방향에 적응하는 것도 과제가 될 것이다. 우리 기업도 부분적으로는 글로벌 기업의 추격 단계에서 이들과 함께 첨단기술을 개발해 나가야 할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그린 이노베이션이 IT 기술혁신과도 연계되면서 다양한 사업 분야에 영향을 주는 방향에도 대응하고 유망기술이나 사업을 선점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린 기술 자체의 이노베이션의 전개 불확실성과 함께 이것이 IT기술과 결합되거나 기존의 제조업 기술과도 융합되는 과정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술혁신이 전개될 것이며,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IT혁명의 경우와 같이 새로운 기술이 고객이나 사회의 변화에 어떤 형태로 작용할 것인지를 검토하면서 기술이나 사업의 방향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린 기술은 에너지 빈곤으로 산업·기술 발전이 어려웠던 개발도상국의 성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글로벌한 산업 입지 변화 및 기술혁신의 연쇄효과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세계경기의 불확실성 대응 및 기술 선택에 실패하거나 신흥국 유망시장의 부상 기회를 놓치고 대두하는 신흥국 기업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실패뿐만 아니라 성공 모델도 비판적으로 반성하는 유연한 자세를 가지고 시나리오 분석 기법 등도 활용하면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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