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31일 목요일

안티크리스트 (Anti Christ)

 안티크리스트는 외설 영화인가?

 첫번째 시작되는 말이 아마도

적당한 표현이었는지는 보신분들만

 아실듯...

 

 이번의 영화도 몰라서 못보신 분들을

 위한 희귀영화 되겠습니다.

 

 아직 국내에는 개봉을 않하는듯 하고

 포스터가 괴상망측하기 이를데없네요

 

 처음 이영화의 제목을 봤을땐 무슨

 교회(종교)를 싫어하는 감독이 만들었

 나? 하는 의문 때문에 손길이 갔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종교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복잡미묘한 영화이며

 처음 시작부분은 상당히 야한 그림들이

 오고가고 합니다.

 

 물론 마지막 엔딩 장면도 썩~좋지 않은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제목과 영화감상 한 후 이렇게 포스팅을 하면서 생각되는 것이 있다면 본 작품은 포스터에서

 알 수 있듯이 아담과 이브가 태초에 나무아래서 생명의 탄생을 위한 자손번식 행위를 묘사한

 듯한 그림이 연상되는데 나무아래의 줄기들은 보면은 지옥에 빠진 인간이 그곳에서 벗어

나고자 하는 손짓을 표현하기 위함이 아닌가 지금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영화의 시작에서 두 주인공이 쾌락을 느끼는 섹스장면보다 더 인상깊은 것은 이들 부부가

침대에서 서로를 탐닉하고 있을때 이 부부의 갓난 아이는 부모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체

 아이는 아이 특유의 특징인 자신의 관심사인 창문에서 방안으로 들어오는 하얀 흰눈을 보기

위해 창문으로 향하다 창문 밖으로 떨어지는 불운의 사고를 당합니다.

 

포스터를 보고 본 작품을 외설이 가득할 것이라 여긴다면 아마도 헛다리를 짚으실 것입니다.

물론 선정성이 있기는 하지만 내용이 만만치 않기에 생각없이 감상하기엔 조금은 버거운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어쩌면 좀 지루한 영화라 할 수 있지만.... 아마도 국내에선 개봉하기 힘들것 같기에

이렇게 보실 분만 보시라고 포스팅을 올려봅니다.

 

본 작품은 18세 미만 감상불가 이며, 성인일 지라도 별로 딱히 권하고푼 마음이 없습니다.^^

저 역시도 띄엄 띄엄 감상하였기에 포스팅을 마친 후 재대로 감상하려 합니다.

 

본 작품의 출연은 이름은 잘 모를지라도 얼굴을 보면 알만한 분들이 출연했습니다.ㅋㅋㅋ

윌렘 데포 윌렘 데포 (Willem Dafoe) 그 역  

샬롯 갱스부르 샬롯 갱스부르 (Charlotte Gainsbourg) 그녀 역    

본 영화의 감상을 원하시 분들은 시중에 있는 왠만한 웹하드에 검색하면 나올 것입니다.

웹하드 검색 귀찮으신 분들을 위하여 바로가기 해놓습니다.

 

이제 09년도 몇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제 블로그에 방문해 주신 모든 분들께 한마디 드립니다.

 

새해 福많이 받으세요^^

2009년 12월 28일 월요일

◎2010 국내외 금융리스크

LG경제연구원 '2010 국내외 금융리스크'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금융위기의 공포에서 벗어나 비교적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아가고 있다. 이제 리만 사태와 같은 충격이 단기간 내 재발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11월말 발생했던 두바이 사태에서 보듯이 금융위기의 여진은 아직도 간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외 경제상황을 보면 2010년에도 금융 불안을 야기할 요인이 적지 않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부실 문제가 미해결로 남아 있고, 과도한 재정적자와 외채 부담으로 인해 ‘제2의 두바이’로 거론되는 나라가 상당수이며, 주요 선진국 가운데 일부도 막대한 재정적자로 인해 신용등급 하락과 국채시장 불안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의 저금리와 양적완화정책이 야기할 원자재 가격의 버블 형성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달러화를 비롯한 주요국 통화가치의 급변 가능성도 관심사다.  
 
우리나라 역시 주요 선진국의 금리정책이나 미 달러화 가치의 변화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의 흐름이 바뀌면서 주식, 채권, 외환 등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밖에 기업구조조정 지연과 정책지원으로 생존하고 있는 부실기업, 위기의 와중에서도 부채 규모를 늘린 가계 등이 내년 금리인상의 여파나 경기 및 고용부진으로 야기될 부담을 견뎌낼지 걱정되기도 한다. 
 
이상과 같이 국내외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8가지 요인들의 현실화 가능성과 위험성을 점검하고 그 파급효과를 살펴본다. 
 
 
< 목 차 > 
 
1. 주요 통화가치의 급변 가능성
2. 선진국 출구전략 시동과 파급효과
3. 두바이 다음 취약 국가는 어디인가
4. 선진국 국채시장의 불안정성
5.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실 여파의 확대 여부
6.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의 향방
7. 국내기업 부실 현실화 가능성
8. 가계부채 부담 문제되나
 
 
 
1. 주요 통화가치의 급변 가능성 
 
 
2010년 국제환율은 달러화의 완만한 약세와 유로화 및 위안화의 소폭 강세가 이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그렇지만 골 깊은 경제위기를 거쳐 회복 단계에 들어서는 불안정한 시기라는 점에서 국제환율이 급변하고 이에 따라 원화환율이 요동칠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국제환율 아슬아슬한 균형 
 
먼저 지적할 것은 달러화 가치의 급락 가능성이다. 현재의 달러화 가치가 매우 아슬아슬한 균형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큰 폭의 경상수지 적자를 지속하는 가운데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과 중동의 산유국들이 미 국채 등 달러표시 자산을 매입해 달러화의 가치가 그런대로 유지되는 것이 현재의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나 중동 산유국들이 달러표시 자산의 보유비중을 크게 줄이고 대신에 유로 등 다른 통화표시 자산을 늘린다면 달러화 가치는 급락하게 될 것이다. 2000년대 들어 금융위기 이전까지도 달러화의 지위는 줄곧 하락해 왔지만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경제의 체면이 크게 구겨진데다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적자 증가세까지 감안하면 이러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과거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중국이나 중동 산유국 정부 입장에서는 달러화 자산을 내다 팔 경우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실질 가치가 줄어든다는 점도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국제금융시장이 더욱 안정을 찾아나가는 가운데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약화되는 것도 달러화의 가파른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달러화 가치는 금융위기를 계기로 2008년 하반기와 올 1분기에 걸쳐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올해 2분기부터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속가능한 경기회복을 바탕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이 이루어질 경우 달러 약세가 완화되거나 일시적인 강세전환도 가능하겠지만, 경기회복세가 느려 금리 인상이 지연된다면 달러 약세는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의 여진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그간 달러와 더불어 안전자산 역할을 하며 강세를 보여 온 엔화의 약세 전환도 예상된다.   
 
향후 국제환율은 중국 요인에 크게 좌우 
 
2008년 하반기부터 달러에 거의 고정되어 온 위안화 환율의 급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유럽이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 중국 입장에서도 현재와 같은 사실상의 달러화 페그를 지속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환율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은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과 같이 매우 완화적인 금융정책을 지속시키는 효과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 안팎으로 절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로 수출이 감소하는 데다 물가하락을 경험해 온 중국 정부는 절상 시기 선택에 있어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안정적인 증가세로 돌아서고 물가상승이 점차 부담요인이 되면서 2010년 상반기, 빠르면 1분기에 위안화 절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 점진적인 절상이 추가적인 절상기대를 낳아 핫머니가 유입되는 등의 부정적인 효과를 경험한 중국 정부는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일정 정도의 절상을 용인한 후 추가적으로 상당히 완만한 절상을 유도하는 모양을 띨 가능성이 높다.    
 
앞서 본 요인들이 금융시장 흐름상의 변화와 관련 깊었다면 실물경제 차원의 변화가 당사국의 국제수지를 변화시켜 환율의 급변동을 불러올 우려도 있다. 주요국이 출구전략을 실기해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경우 이미 마이너스 수준인 실질금리가 더욱 떨어지면서 저축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한 예이다. 특히 미국 국채의 50% 이상을 흡수하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 화교권의 저축률이 낮아질 경우 달러 표시 채권 수요가 줄면서 달러화 가치 하락폭을 크게 할 수 있다. 글로벌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미국 측 요구를 받아들여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내수를 진작한다 해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커 이 역시 달러화 가치 하락 압력이 될 수 있다.  
 
2010년 원/달러 환율은 완만히 낮아지리라는 것이 기본적인 전망이나, 위에서 언급한 사태가 현실화되어 달러화가 큰 폭 약세를 보일 경우 급격히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2000년대 원/달러 환율의 변화요인을 보면 2007~2008년과 같이 원화 가치 자체의 변동 요인과 달러쪽 요인이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올해의 경우에는 달러 강세에 외화유동성 위기와 같은 원화 자체의 약세요인이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에 비해 16%나 올랐다(<그림 3> 참조). 2010년의 경우 큰 폭의 달러화 약세와 함께 경상수지 흑자 등에 따른 원화 자체의 요인이 모두 원화 강세 방향으로 작용하면서 상당 폭의 원/달러 환율 하락이 나타날 수도 있다. 아울러 주목해야 할 부분은 원/엔 환율의 움직임이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소멸되면서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인다면 원/엔 환율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폭 이상으로 크게 낮아지면서 세계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2. 선진국 출구전략 시동과 파급효과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리를 크게 낮추고 금융기관과 신용시장에 대해 통상적인 경우보다 훨씬 강도 높은 지원책들을 동원해 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러한 ‘비전통적인 신용 또는 양적 완화(Unconventional Credit or Quantitative Easing)’ 정책은 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 지원의 강화, 신용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 장기채권 매입 등 세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2010년에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2008년 하반기와 같은 극심한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고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한다면, 제로 수준에 가까운 정책금리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들 또한 정상화될 필요가 있다. 특히 자산가격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급등하고 물가상승압력이 높아지는 등 유동성 증가의 부작용이 커질 경우 경제가 다시 큰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2010년에는 출구전략 도입의 필요성 자체보다는 이행 시기와 강도, 순서 등에 관한 논의가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금리 인상은 2010년 하반기 이후로 예상 
 
출구전략의 향방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미국 등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상의 시기와 폭이다. 다른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들은 상당수가 경제에 큰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2010년 상반기 중에 시행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그 규모가 크게 축소된 것도 있다. 출구전략의 핵심이랄 수 있는 정책금리의 인상은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과 정부 및 중앙은행의 결단에 맡겨져 있다.
 
금리인상이 조기에, 큰 폭으로 이루어질 경우 경제가 다시 침체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는 반면, 금리 인상이 너무 늦거나 그 강도가 미약하게 되면 강한 인플레이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먼저 금리 인상에 나선 이스라엘, 호주, 노르웨이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현재 미국, EU 등 주요 선진국들은 당분간 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경제가 다시 디플레이션 상태에 빠질 위험을 방지하는 쪽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과 1990년대 일본 장기불황 시기에 너무 이른 금리인상 및 재정긴축 때문에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졌던 역사적 경험에 근거한다. 또 선진국들은 국가별로 출구전략의 이행 시기와 강도가 상이한 데서 비롯되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IMF 또는 G-20 회의 등을 매개로 잘 통제된 상태에서의 집단적 출구전략 이행을 추구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 이루어져 온 유동성 지원책들이 예정대로 2010년 상반기 중에 만료되면, 미국과 EU의 정책금리 인상은 2010년 중반 또는 하반기에, 그리고 일본은 이보다 늦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우리나라의 경우 그보다 약간 이른 시기에 금리인상이 단행될 수 있으며, 세계경제가 다시 침체 국면으로 빠져드는 경우에는 이러한 인상 움직임들이 2011년으로 미루어질 수도 있다.  
 
유동성 확대정책의 효과 줄어들겠지만, 급격한 위축 가능성은 낮아 
 
주요 선진국의 금리인상이 가시화되면, 그동안 저금리 및 유동성 증가로 인해 나타났던 많은 현상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09년 내내 유지되어 온 주식, 원자재 등 자산가격의 상승 추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출구전략 이행이 경제의 개선 추세를 전제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자산가격은 큰 폭의 하락보다는 상승세 둔화 또는 현 수준을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간 금리 인상 시기의 차이는 국제환율 및 국가간 자본이동에도 큰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이 미국보다 상당 기간 늦게 금리를 인상하게 될 경우 현재 나타나고 있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상당 부분이 엔화 조달로 대체되면서 엔화의 약세 전환이 예상된다.  
 
자칫 금리인상의 시점 선택에 있어 적절한 시기를 놓치고 너무 늦게 금리인상이 단행될 때 나타날 위험성도 있다. 세계적인 저금리에 기반한 투자자금의 유입으로 신흥시장의 자산 및 원자재 가격이 버블로 이어질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버블 형성 후 선진국의 금리인상이나 국제환율의 급변을 계기로 신흥경제권과 원자재 시장에 유입된 국제투자자금의 흐름이 바뀌면서 이들 시장이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3. 두바이 다음 취약 국가는 어디인가 
 
 
2009년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 정부 산하 대표적인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가 채무상환 동결을 선언하면서 신흥경제권 국가들의 경제불안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사막의 기적’으로 불리며 전세계로부터 인력과 자본, 설비 등이 몰려들었던 두바이 경제가 어려움에 처하자, 다른 신흥시장국가들의 정부채무와 대외채무의 상환능력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확산되는 것이다.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국가, 여전히 대외채무에 취약 
 
신흥경제권의 국가 리스크는 그동안 금융위기의 극복하기 위해 노력에 온 과정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즉 이번 위기는 극복의 핵심이 민간부문의 신용위험을 정부 또는 중앙은행이 떠안으면서 정부신용과 국제공조가 민간 금융시장의 부족한 신뢰를 보강하는 방식을 통해 극복되어 왔는데, 이제 앞으로는 정부부문이 이러한 과정을 끝까지 감내할만한 충분한 여력을 지니고 있는가가 중요한 변수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국채발행 규모의 증가와 이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는 2010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주요 신흥시장 국가들의 정부부채와 대외부채 수준을 살펴보면, 정부 및 공공부문의 부채 문제에 있어서는 경제성장에 대한 내수의 기여도가 높은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우루과이, 에쿠아도르 등 중남미 국가들이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반면 대외부채 문제에 있어서는 우크라이나, 헝가리, 라트비아 등 2009년 초 어려움을 겪은 바 있는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여전히 취약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자원가격이 다시 상승하면서 일부 국가의 외화획득능력이 높아졌고, 달러화 약세 및 캐리 트레이드의 재개와 함께 외화자금시장의 사정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는 있다. 하지만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외국자본에 대한 높은 의존구조와 경상수지 적자 추세의 빠른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들에게 자금공급원 역할을 해 온 유럽 금융시장의 불안 또한 단기간 내에 말끔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반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제조업과 수출에 특화된 동아시아 국가들은 이러한 부채 문제에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빠른 외채증가와 외환보유액 감소로 외환시장의 심각한 불안양상을 겪었던 우리나라도 재정 상황이 OECD 국가들 가운데서는 가장 건전한 편이고, 또 한미통화스왑(2010년 2월 만기)과 외환보유액 확충(2009년 11월 기준 2,708.9억 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을 통해 대외지급능력을 크게 개선시켰기 때문에 이번 위기설의 대상국가에서는 사실상 제외된 상태이다.  
 
개별국가 위기의 파급력은 제한적 
 
두바이 사태가 채무협상이나 UAE 및 아부다비로부터의 지원 등을 통해 서서히 해결 기미를 나타내고 있듯이, 향후에도 규모가 크지 않은 나라의 국가부채 위기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까지는 인근 국가나 EU 같은 국가연합체, IMF 같은 국제기구의 지원도 상당히 적극적인 편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누적되고 있는 국가부채 문제는 특정한 몇몇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대다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부각될 수 있는 불안 요인이다. 게다가 정부발행 채권에 대한 수요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경우에는 자국 경제사정 뿐만 아니라 대외 환경변화의 영향에도 노출된다. 이러한 나라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국채 및 국영기업에 대한 대출이나 증권 시장이 불안정해지면, 글로벌 자금시장은 다시 한 번 혼란을 맞을 수도 있다.
 
현재 세계경제는 최악의 위기 상황으로부터는 상당 부분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위기극복은 정부부채 문제까지 성공적으로 해결될 수 있어야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2009년 초 외화유동성의 부족으로 한 차례 위기상황을 넘긴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여전히 안정을 낙관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4. 선진국 국채시장의 불안정성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선진국의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로 국채발행물량과 정부부채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선진국 정부의 부채상환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 이후 선진국의 정부부채 급증세 
 
위기 이후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수요가 급증하면서 선진국들은 막대한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OECD 국가들의 경우 지난 2007년 중 재정적자 규모가 GDP 대비 1.3%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3.5%, 2009년에는 8.2%로 늘어난 데 이어 2010년에도 8.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정적자 보전을 위한 선진국들의 국채발행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08년 1~9월 중 1조 4,000억 달러였던 선진국의 국채 순증 물량이 2008년 9월~2009년 6월 중에는 3조 6,000억 달러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다. 국채발행이 늘어나면서 선진국들의 정부부채 규모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정부부채 규모가 2007년말 71%에서 올해 90%를 넘어선 데 이어 내년말까지 100%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일본이 200%로 예상되고, 그 뒤를 이탈리아(127%), 그리스(112%), 벨기에(106%), 미국(98%) 등이 이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선진국의 공공부채에 대한 우려는 국채 신용부도스왑(CDS)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부도위험에 대한 보험이라 할 수 있는 CDS의 거래 잔액이 개도국들의 국채에 대해서는 최근 들어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거나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영국을 비롯하여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국채에 대해서는 100% 이상 늘어난 경우가 많다. CDS를 매입하여 국채부도위험에 대비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프리미엄의 경우 개도국들이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높지만, 위기 직전에 비해서는 최근 하락한 상태이다. 그러나 선진국들에 대한 CDS 프리미엄은 2008년 8월에 비해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선진국의 신용등급 하락이 국채시장 불안 요인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외화부채에 대한 부담이 덜한 선진국들의 경우 자국 통화로 발행된 국채에 대한 부도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사실상 국채의 부도 여부는 정부의 결정이라기보다는 투자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선진국들의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저하될 경우 신규 발행이나 기존 만기물량의 연장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부도 사태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최악의 상황은 피하더라도 투자자들의 대규모 국채 매도로 국채금리가 급등하거나, 또는 신규 발행을 성사시키기 위해 금리상승이 불가피해질 개연성은 충분해 보인다. 정부 발행 국채의 대부분이 국내투자자에 의해 보유되고 해외투자자들의 보유물량은 10% 미만인 일본의 경우 이러한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다. 반면 영국과 미국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채보유물량이 각각 35%와 50%(중앙은행을 제외한 순수 민간 보유물량은 15%)에 달해 국채 투매의 위험에 더 노출되어 있다.
 
2010년에는 위기 이후 정부의 채권을 직접 매입해 왔던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이를 점진적으로 중단할 경우 국채발행 물량을 시장에서 소화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또한 선진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나타날 금리상승세도 국채에 대한 이자상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경기회복세가 더딘 데다,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복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정치불안까지 가세할 경우 정부의 부채 문제 해결의지와 능력에 대한 의심이 확산될 수 있다. 특히 신용평가회사들의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의 변경은 국채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국채매도를 유발하는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S&P사가 부여하는 국가신용등급을 기준으로 하면, 이번 위기의 와중에서 스페인과 아일랜드가 AAA 등급을 상실했고, 그리스는 BBB+로 하락했다. 또한 스페인과 그리스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락이 경고되고 있다. 영국은 2009년 5월에 등급 전망이 부정적(negative)으로 떨어져 AAA 등급을 상실할 위험에 처해 있고 미국도 AAA 등급의 지위가 불변은 아니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현재 AA의 신용등급인 일본에 대해서도 재정상황 악화와 디플레이션 등으로 추가 등급 하락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용평가회사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을 볼 때 내년 중 몇몇 선진국들의 경우 신용등급 변화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전후하여 CDS 프리미엄과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등 해당 선진국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상황이 예상된다. 일부 선진국 국채시장에서 야기된 금융불안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위험기피현상의 재연으로 이어지면서 한동안 회사채 등 신용위험을 지닌 자산과 신흥시장 자산 등에 대한 수요를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5.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실 여파의 확대 여부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주택대출의 연체와 그에 따른 대규모 자본손실로 이미 큰 타격을 받은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규모가 3.4조 달러에 이르러 서브프라임의 1.8조 달러보다 훨씬 크고 가격 하락폭도 주택가격 하락에 버금갈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경기회복 되어야 상업용 부동산 회복 가능 
 
<그림 10>에서 보듯이 주택용과 상업용 부동산 가격 지수는 모두 2002년 이후 급격하게 상승한 뒤 각각 2006년과 2008년을 고점으로 40% 이상 하락하여 2002년 수준으로 회귀하였다. 두 지수의 하락시점이 다른 이유는 주택가격의 경우 서브프라임, 증권화 등 금융부문의 변화, 자가주택 보유율 등과 큰 관련이 있으나, 상업용의 경우 실물부문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11>은 미국의 명목GDP 증가율과 상업용 부동산의 총수익률(자산가격 상승+임대료)을 나타낸 것이다. 전 기간에 걸쳐 상업용 부동산 수익률은 명목 GDP 상승률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은 큰 틀에서는 미국경기 회복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2002년 이후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올랐다는 점과 높은 공실률 등을 감안할 때 향후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 회복은 거시경제의 흐름보다 상당기간 늦춰질 수도 있다.
 
대형금융기관의 보유비중 낮고, 증권화도 덜 된 편 
 
그렇다면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이 미국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2007년 하반기부터 발생한 서브프라임 부실이 2008년 9월 자산규모가 크고 금융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금융기관이었던 리만브라더스의 파산 이후 급격히 금융위기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모기지 대출이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광범위하게 유통되면서 손실과 불확실성을 확대시켰던 점도 고려요인이다.  
 
우선 상업용 모기지 보유현황을 보면 은행부문이 45%, ABS 발행기관이 21%, 생명보험사 6% 등으로 분산되어 있다. 이 가운데 은행권 보유 상업용 모기지의 78%를 자산규모 10억 달러 미만인 중소형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고, 주요 대형은행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 관련 자산이 전체자산의 1% 내외에 그쳐 손실흡수 능력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상업용 모기지의 손실은 중소형 지역은행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이고, 현재 기금 고갈 상태에 처해있는 연방예금보험공사에 재정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전반적인 금융시스템을 훼손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80%가 증권화를 통해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의 형태로 금융시스템 전체로 퍼져나간데 비해, 상업용 모지기의 경우 약 27% 정도만이 이러한 과정을 거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손실 규모와 부담주체가 상대적으로 명확하여 정책대응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내 심리적인 잠재 불안요인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모기지 자산 등에 대한 시가평가를 유예함으로써 가격하락 부분이 금융회사의 장부에 손실로 기록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추후의 손실인식에 따라 금융부문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여지를 남기고 있다.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정도는 아닐 듯 
 
전반적으로 볼 때 금융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형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관련자산의 비중이 낮고, 모기지의 증권화 정도도 낮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업용 부동산이 금융시장의 주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실물부문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1990년대 초반처럼 가격약세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금융부문의 건전성에 타격이 예상된다. 아울러 중소형 은행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이들의 주요대출 고객인 중소기업의 자금애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6.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의 향방 
 
 
2009년 국내 금융시장의 회복에는 외국인 투자의 귀환이 크게 기여했다. 지난해 주식시장을 통해 412억 달러 규모가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 자금은 작년 말 이후 순유입으로 전환되어 올해 들어 10월까지 225억 달러가 순유입되었다. 채권시장을 통한 외국인 투자도 증가하여, 2008년 28억 달러 수준이었던 순유입 규모가 2009년 들어서는 10월까지 247억 달러로 증가하였다. 11월말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전체 시가총액 대비 32.7%(거래소 기준)의 상장 주식을 보유하여 2008년 초 수준을 회복하였고, 채권 역시 전체 상장채권 발행잔액의 5.6%를 보유하여 2008년 말 4.3%보다 높아졌다.  
 
선진국 저금리와 위험기피 경향 완화로 외국인 투자 증가 
 
외국인 투자자금의 대규모 유입은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기피 경향이 완화되고 금리인하 등의 확장정책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증가한 데 기인한 바가 크다. 선진국의 저금리 기조는 선진국 시장에서 자금 조달비용과 투자 수익을 동시에 감소시켜 상대적으로 고수익 투자처인 신흥시장국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었다(<그림 13> 참조).
 
특히 국내 금융시장은 여타 신흥시장과 비교해서도 매력적인 투자처였다. 위기 당시 원화 가치의 하락 폭은 다른 통화에 비해 컸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큰 폭으로 절하된 원화가치가 오히려 투자 자금의 유입을 증가시키는 유인으로 작용했다. 환차익에 대한 기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컸던 데다, 상대적으로 빠른 경기회복과 수출기업의 선전으로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 경제의 회복으로 위험 프리미엄이 감소하고 외국인 채권 투자에 대한 세금 혜택 정책 등도 시행되어 국내 투자에 따르는 비용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채권시장의 경우 무위험 차익거래의 유인이 지속된 것이 외국인 투자 유입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해외 조달금리가 하락하고 국내 시중금리는 상승하여 위험 부담 없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CDS 프리미엄의 하락으로 신용위험이 감소하면서 외국인들의 채권투자가 활발해진 것이다(<그림 14> 참조). 이 밖에도 국내 증시의 FTSE 선진국 지수 편입(9월 21일), 국내 국채 시장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기대 역시 자금 유입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2010년 외국인 투자 내년에도 지속,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 
 
2010년에도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의 유인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회복 및 금리 인상 기대로 시중금리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차익거래의 유인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내년 중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경우 동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채권펀드 내에서의 투자 비중 확대 등으로 유입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정부에 따르면 지수 편입의 효과로 외국인 국채 투자가 10~15조원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 주식에 대한 외국인 투자 여건은 여러 상반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현재 1,100원대 중반으로 하락하여, 환율 효과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과 원화의 추가 강세에 따른 환차익 기대는 줄어든 상황이다. 게다가 FTSE 지수 편입 효과도 상당 부분이 이미 반영되어 추가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내 경제의 회복이 세계경제에 비해 여전히 빠를 것이라는 전망과 내년 중 국내 증시가 MSCI 지수에 추가로 편입될 가능성 등은 외국인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010년 외국인 투자는 2009년보다 규모는 줄어들더라도 유입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국인 투자는 국제 금융시장의 상황 및 투자자의 투자 여력 등 국내경제 여건 이외의 요인에 따라 크게 변동할 가능성이 있다. 먼저 선진국 금리가 크게 상승할 경우 자금유입이 크게 둔화될 수 있다. 외화자금 조달금리가 높아지는 한편 국내 투자의 상대적 수익은 낮아져 국내 투자의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외부 충격의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최근 두바이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할 수 있고, 또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상존해 있다. 국내 부실 기업의 존재도 불안요인이다. 재무 건전성이 좋지 않은 일부 대기업이나 혹은 한계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정책 등으로 버티던 중소기업의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질 경우 채권단인 금융기관을 비롯한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 투자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이 상승하여 외국인 자금 유입이 급감하거나 혹은 빠르게 유출될 위험도 있다.  
 
 
7. 국내기업 부실 현실화 가능성 
 
 
글로벌 경제위기가 고비를 넘기면서 실적이 호전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되고 있다.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08년 4분기 1.1까지 하락했던 국내 상장기업(1,341개 12월 결산 비금융회사 합산 실적 기준)들의 이자보상배율은 2009년 3분기 5.3으로 상승했다.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2009년 1분기 100%를 넘어섰던 부채비율도 3분기에는 95.2%로 하락했다.
 
2010년에도 국내기업들의 전반적인 부채상환능력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경기회복이 완만하게 진행되면서 실적 개선이 전체 기업으로 파급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서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들은 여전히 상당수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계상황에 있는 일부 기업의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일시적으로 급격한 금융시장 불안이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부실화 가능성 높은 기업 상당수 
 
국내 기업의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전반적인 부채상환능력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이 여전히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분기별 실적 기준으로 이자보상배율 1 이하인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아졌다(기업 수 비중: 2008년 4분기 43.0% → 2009년 3분기 34.5%, 차입금 규모 기준: 53.6% → 28.5%). 하지만 여전히 3개 기업 중에서 1개 기업이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금융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자보상배율 1 이하 기업들은 2008년 3분기에도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부채비율(191.7%)도 크게 상승했다.  
 
부채상환능력이 낮은 기업들은 대부분 수익창출능력이 낮고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서 금융비용 부담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실적이 악화된다면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이 경영환경이 악화될 경우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어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기 이전까지는 이들 기업이 지닌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채상환능력 취약한 대기업 증가 
 
중소기업 부실화에 대한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008년 4분기 -0.2로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었다. 중소기업 부실화에 대한 우려는 2010년에도 금융시장의 지속적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연쇄적인 도산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 부실이 금융시장 불안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은 개별 기업 단위의 차입금 규모가 크지 않아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 1,341개 상장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의 수(869개)는 64.8%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 차입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2%에 불과하다.  
 
경기회복에 따라 실현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채상환능력이 낮은 대기업의 부실화가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잠복해 있다. 41개 주채무계열 대기업집단 중에서 1~3분기 동안의 실적을 기준으로 이자보상배율 1 이하는 2008년 7개에서 2009년 12개로 증가했다. 2008년 중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였던 7개 대기업집단 중에서 2009년 3분기까지의 실적을 기준으로 이자보상배율 1 이상으로 높아진 경우는 없었다. 이들 대기업집단의 취약한 재무건전성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대기업집단에 속한 기업들은 지분관계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어 소속 기업 하나의 부실화는 다른 기업의 동반 부실화로 파급될 수 있다. 또한 전체 기업집단의 신인도가 하락하면서 우량기업의 자금조달도 어려워질 수 있다. 대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은 대개 차입금 규모가 커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크다.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일부 대기업의 부실이 현실화된다면 펀드로부터의 자금유출, 신용경색, 금리상승, 금융기관 부실 증가 등이 초래되면서 금융시장이 한동안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8. 가계부채 부담 문제되나 
 
 
2009년 3분기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는 713조원으로 2000년말 226조원 비해 445조원, 3.2배 증가하였다. 반면 같은 기간 중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은 603조원에서 1000조원 남짓으로 1.7배 증가하는데 그쳐 가계의 채무부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가계 이자지급 크게 증가 
 
우리나라 가계의 순이자수입(이자수입-이자지급) 변화는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계는 남는 소득을 저축하여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저축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자수입이 부채에 대한 이자지급보다 큰 것이 일반적이다. 부동산 가격하락과 부채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가계조차 이자수입이 이자지급보다 30% 정도 많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나라 가계는 이자지급과 이자수입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2000년에 18조5천억이던 순이자수입이 2008년에는 1조5천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가계부채가 증가한 반면 가계자산에서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한 데다 CD금리 등에 연동된 대출비중이 90%를 웃돌고 있어 2010년 중 시중금리의 상승으로 이자부담이 늘어날 경우 부채부담이 많은 가계들은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IMF의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금리가 1~3%p 상승할 경우 우리나라의 가계부실비율이 8.5~17%p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계, 부채 많고 대출구조도 취약한 편 
 
우리나라 가계는 소득에 비해서 부채의 규모도 많은 편이다. 가계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수준은 그동안 꾸준히 상승하여 2009년 3분기 현재 1.35이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처분소득 수준은 크게 높은 편이다. 이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소득으로 금융부채를 상환하는 능력이 점차 저하됨으로써 가계의 신용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소득대비부채비율(DTI ; (월별 상환원금+이자상환금+각종수수료)/월 소득)이 40% 이상인 대출자의 비중이 11.5%에 달하고 DTI가 100% 이상인 차주도 1.6%에 달하고 있다.
 
부채구조 측면에서도 가계대출은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30~40% 정도는 만기가 짧고, 이자만 부담하다가 만기에 원금을 일시에 상환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대출을 받은 가계는 원금상환 기일이 도래하면 그 당시 금융상황에 맞게 이자율을 조정하여 새롭게 대출을 받거나 원금을 상환해야하는 자금재조달 위험(refinancing risk)에 노출되어 있다. 2010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일시상환형 주택담보대출만 하더라도 51조 5천억원에 달하고 이중 상당 부분이 가산금리가 현재보다 낮은 시기에 대출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만기 도래시 높은 금리를 감수하거나 자산을 매각하여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의 자산구성 측면에서도 취약성이 나타난다. 2006년 통계청 가계자산 현황에 따르면 가계 총자산의 75% 정도가 부동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가계의 자산 가운데 유동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부채 문제에 대한 대응능력이 떨어지고 자산처분시 가격하락의 위험도 높을 수 있다.  
 
우리나라 가계가 자산 및 부채 측면에서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지만, 지난해 이후 금리인하로 지급이자/가처분소득 비율과 원리금상환부담(DSR: Debt service ratio)이 2008년 10월말에 비해 2/3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점은 가계의 상환능력 제고에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소득이 높은 계층에서 전체 가계부채의 60~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는 요인으로 보인다.  
 
2010년 중 가계부문의 이자 및 상환부담이 증가하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겠지만 경기회복과 함께 소득이 증가하고 고용사정도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어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현재와 같은 만기일시상환 위주의 대출 구조는 자산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가계가 이자만을 부담하면서 원금상환은 최대한 늦추도록 함으로써, 금융부문의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  <끝>

◎2010년 중국 경제 9대 이슈

LG경제연구원 '2010년 중국 경제 9대 이슈'

2010년은 ‘중국의 해’가 될 성 싶다. 중국 정부는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G2로 부상하는 게 내년이다. 유일 강대국으로 떠오른 미국이 아프간 전쟁과 월가의 파산이란 난제와 씨름하는 동안 중국은 세계 경기회복의 버팀목 역할을 자임하면서, 국제사회의 발언권을 높일 것이다.  
 
중국 경제 사회의 미래는 동북아를 넘어 세계적인 이슈로 등장하는 중이다. 당장 위안화 절상문제가 각국 지도자들의 통상 이슈로 부각됐으며, 공산당이 내세운 산업 구조조정의 대원칙들은 인접국에게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중국 정부의 내륙개발 의지와 정책, 새로운 소비자 계층의 출현은 내수시장의 질적 한계를 넓히는 데 일조하고 있으나, 후유증 역시 만만찮다.  
 
개혁개방 30년 동안 중국 공산당은 비교적 효과적인 경제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G2에 어울리는 산업경제와 소비환경을 구축하려면, 기존의 성공 메커니즘에 안주할 수는 없다. 내년엔 11·5계획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국정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LG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이미 슈퍼파워로 부상한 중국경제가 내년 당면하게 될 각종 이슈들을 9가지로 정리했다. 중국의 구조적 고민과 이를 해결하려는 장기전략, 거기에서 파생되는 기업의 기회 등이 9가지 이슈에 녹아있다. 
 
 
< 목 차 > 
 
1. 거시경제 ‘안정적 성장(穩增長)’ 가능한가
2. 가시권에 들어온 위안화 절상(升値)  
3. ‘신흥산업’에 담긴 중국의 선진화 전략
4. 7천만 관람객이 빚어낼 박람회(世博)효과
5. 2020년 중국의 청사진, ‘12·5 계획’
6. ‘2, 3급 시장’의 부상  
7. ‘사이비 시장화(僞市場化)’ 논란
8. 소프트파워(軟實力)에 눈 돌리는 중국기업들
9. 자동차를 타고 오는 ‘전위(前衛)’ 소비자
 
 
 
1. 거시경제‘안정적 성장(穩增長)’가능한가 
 
 
올해 1분기 급강하했던 중국 경제는 하반기부터 상승 전환에 탄력이 붙었다. 중국 공산당이 연말에 내건 2010년 거시경제 관리목표는 안정적 성장, 즉 ‘원쩡장(穩增長)’이다. 금융위기의 충격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했지만, 이제 그 후유증을 줄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배어있다.  
 
중국 당국의 안정성장은 성장유지, 물가관리, 구조조정(또는 구조개혁) 등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가능하다. 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구조조정은 이슈 3, 5를 참조).
 
중국 정부의 내년 성장률 목표는 8%대 유지이다. 중국 경제는 미 투자은행들의 연쇄도산이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주로 공공 SOC 투자를 통해 넘겨왔다. 3분기부터는 부동산 투자가 살아나면서 성장엔진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공공투자는 지방정부의 재정여력이 부족하고, 국진민퇴(國進民退)에 대한 따가운 비판 등이 제기되는 만큼 점차 줄여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도 과열 기미가 뚜렷해지면서 최근 세제혜택 감소 등 규제책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따라서 설비투자나 민간소비가 얼마나 빨리 살아나느냐가 내년 성장률을 좌우하게 된다. 이중 설비투자는 수요부문, 특히 해외수요의 반등신호 없이 탄력 있는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결국 소비가 제 역할을 해줘야 기대했던 성장률이 가시권에 들어오게 된다.
 
이달 9일 국무원이 발표한 소비진작책의 골자는 ▲가전하향(家電下向)은 가격한도를 대폭 높이고, 지역별로 대상 품목을 하나씩 추가해 계속 시행하고 ▲가전제품 이구환신(以舊換新)은 내년 5월 시범사업 만료 후에도 지역을 확대해 연장 실시하며 ▲자동차하향 정책도 내년 말까지 연장하되 이구환신에 따른 보조금 한도를 인상한다는 것이다.  
 
올해 소비 자극책의 효과를 감안할 때 이 같은 부양 연장책은 내년에도 소비 확대를 이끌어 예상되는 투자 둔화세를 보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여기에 선진국 경기가 올해보다 살아나면서 중국 수출도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순(純)수출의 성장기여가 플러스대로 돌아온다면, 내년 연간 9%대 성장은 큰 무리 없이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 우려는 하반기부터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줄곧 그 가능성을 낮춰 잡았지만, 최근 집계된 11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10개월 만에 플러스(전년 동월 대비 0.6% 증가)로 전환되면서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이번 물가급등의 주 원인은 폭설로 인한 채소 가격 급등 같은 계절적 요인과 정부의 에너지 가격 인상 등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의 물가안정 공언에도 불구하고 석유 등 국제상품 가격의 앙등이란 복병이 남아있다.
 
물가 불안은 내년 중국의 정책금리 인상과 위안화 평가절상 등 시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민은행의 내년 물가관리 목표구간은 3~5%로 추정되는데, 5%에 근접할 때 금리나 환율 등 정책변수에 조정을 가할 것이다. 생필품 가격이 들썩거릴 설날 전후가 첫째 고비가 될 것이다.  
 
 
2. 가시권에 들어온 위안화 절상(升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들어 위안화 환율문제로 큰 홍역을 치렀다. 위안화 달러환율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달러화에 사실상 고정되면서(peg) 시장가치를 전혀 반영하지 못해 수출부문의 비대화를 가져왔다는 비난이었다. 수출부문의 비대화는 중국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크게 훼손하는 결과를 낳아 결국 2005년 7월 중국 통화당국은 마치 ‘쫓기듯’ 평가절상을 단행해야 했다. 중국은 당시 2.1%나 위안화 가치를 올리면서, 향후 주요 교역국 통화가치 변동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위안화 환율을 결정하는 ‘바스켓 통화제’로 이행한다고 선포했다.  
 
평가절상 이후 위안화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미 달러화 대비 20% 가까이 추가적으로 절상됐다. 중국시장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해외기업 직접투자액의 증가와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 등을 감안할 때 이는 자연스런 추세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위기가 중국 수출부문에 타격을 가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위안화 절상에 부정적인 여론이 제기되더니, 급기야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혼란을 겪은 뒤부터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82~6.84위안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2,591억 달러)에 비해 적지만 여전히 막대한 규모(1,780억 달러)에 달한 것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이 환시에 개입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방증이 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 등이 중국 지도부와의 전략회의에서 우회적이지만, 여러 차례 환율절상이란 정책수단을 채근하는 것은 위안화 환율을 가격변수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 경제 지도부는 위안화 절상과 관련된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현재 중국의 최우선 거시경제 목표는 내수확대이다. 그러나 내수가 제 구실을 하기까지 수출은 여전히 중요한 성장엔진이다. 전통적으로 중국이 수출진작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환율과 증치세 환급이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현재와 같은 글로벌 수요 침체기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와중에 미 달러화는 미 통화당국의 ‘달러화 남발’ 에 대한 우려 탓에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달러에 위안화 환율을 고정시키면 사실상 평가절하 효과를 거두는 셈이 된다(<그림 1>의 2009년 구간 참조).  
 
문제는 이 같은 인위적인 위안화 저평가가 절상에 대한 기대를 낳고, 국제 투기자본의 유입을 불러와 더욱 절상압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림 2>은 2조2,700억 달러를 넘어선 중국 외환보유액의 월별 증가액을 직접투자액 및 무역수지흑자 규모(FDI+TB)를 더한 부분과 나머지로 나눠 표시했다. 올해 3월 이후 외환보유액의 증가에는 직접투자나 무역수지 흑자로는 설명되지 않는 대목이 점차 늘고 있음이 나타난다. 이미 미국 홍콩 등 선진국 통화당국의 저금리 정책으로 해당 시장의 조달금리는 상해시장보다 크게 낮아져(<그림 3> 참조), 비 합법적인 채널을 통해 중국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는 핫머니는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5년 초 국제적인 평가절상 압력에 대한 중국 당국의 방어 논리는 평가절상이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진행돼온 글로벌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핫머니의 투기이익만 실현시켜준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평가절상을 수년간 미룬 결과 과도한 투기자본 진입과 이를 해소하려는 불태화 정책으로 자국 내 통화량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미 지난 11월 총통화(M2)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29%나 증가했다. 이는 2005년 평가절상 직전 14~15%보다도 훨씬 높은 것이다. 소비자물가도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중국 외환당국이 평가절상을 마냥 미루다간 스스로 함정을 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005년 평가절상 당시 중국 지도부는 미국 등의 요구를 반영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외환개혁의 일환으로서 바스켓제도를 도입한다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 그러나 절상의 시기와 폭을 놓고 베이징과 워싱턴간 긴박한 사전 조율과정이 있었음이 후속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중국 당국에게 위안화의 가치를 결정하는 문제는 경제적 득실뿐 아니라 국내 정치적 파장도 따져봐야 하는 사안이다. 이런 점에서 위안화 절상은 오히려 미국 유럽 등의 공개적인 언급이 잦아지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빠르면 중국 수출회복이 가시화하는 올 연말~내년 설날이 단행시기가 될 수도 있다.  
 
 
3.‘신흥산업’에 담긴 중국의 선진화 전략 
 
 
향후 5, 6년간 중국 산업정책의 두 가지 키워드는 ‘과잉’과 ‘신흥’이 될 것이다. 과도하게 규모를 키운 낙후산업의 비중은 줄이고 잠재력 큰 신흥산업의 비중을 늘려 산업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 한다. 올해 연초 내놓은 ‘10대 산업 진흥계획’이 경기부양의 성격을 띤 지원책이었다면, 내년에 윤곽을 드러낼 두 가지 정책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구조조정 대책이다(<표 1> 참조).
 
글로벌 금융위기는 중국 산업경쟁력의 취약한 기반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 해외수요가 급격히 위축되자 생산능력 과잉이라는 고질병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번 위기가 오기 전 지속된 호경기 속에서 이루어진 몇몇 업종의 투자열기는 통제력을 상실해 ‘자신의 몸집보다 훨씬 큰 옷을 지어 입히는’ 식으로 거품을 만들었다.  
 
중국의 과잉생산 능력은 올 하반기 들어 세계 경제가 예상 외로 빠르게 회복되는 가운데서도 크게 줄지 않았다. 8월 말 중국 정부가 공포한 1분기 생산능력과잉 업종 수는 19개로, 2005년에 지목된 업종 수 10개의 갑절에 가깝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3분기 현재 과잉생산능력 산업은 21개로, 1분기의 19개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다. 고정자산투자가 경제 회복속도보다 빨리 늘어온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그림 4> 참조>). 철강업의 경우 올 10월 현재 과잉 생산능력이 2억 톤(2008년 말 중국의 생산능력은 6.6억 톤)에 달하는데도 5,800만 톤의 생산설비가 추가 건설 중이다.
 
중국 정부는 과잉이란 낙인을 찍은 업종에 대해선 내년부터 단호하게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강철, 코크스, 탄화칼슘, 풍력 발전설비, 전해알루미늄, 조선 등의 과잉업종은 이듬해까지 신규설비는 물론 기존설비 확장도 불허한다. 시멘트, 평판유리, 다결정실리콘, 조선 등에 대해서는 동량도태(同量淘汰) 원칙이 적용된다. 이번 과잉은 산업연관 고리가 긴 중화학공업 부분에 끼어있어 자칫 정리 타이밍을 실기(失機)하면 후유증이 클 것이다.  
 
생산능력이 남아돈다는 사실은 중국에서 중후장대형 중화학공업 만능시대가 완만하게 퇴조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앞으로 ‘장강(長江)의 뒷물이 앞 물을 밀어내듯’ 중화학산업을 밀어내며 부상하는 것은 소위 ‘신흥 전략산업’일 것이다(<표 1> 참조).
 
그런데 이들의 면면을 보면 중국은 물론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시장이 형성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대량투자가 필요한 데도 예상 수익은 불투명한 게 공통된 특징이다. 기술집약적 성격이 강해 중국의 전통적 비교우위 산업들에 비하여 고용효과가 낮을 것이란, 따라서 굳이 육성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중국은 유선전화가 전국에 보급되기 전 무선전화 시대를 열었던 나라이다. 산업 발전단계에서 몇 계단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정부가 시장을 좌지우지할 힘이 있고 13억 시장이란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물론 경쟁국들도 차세대 산업이 성공한다면, 중국시장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월 말 중앙 및 지방정부 연합으로 20여 개의 창업투자기금이 설립됐다. 향후 2~3년 내 200여 개의 창업기금을 마련해 모두 1조 위안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중국의 중장기 산업정책은 국제사회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수 있다. 생산능력 과잉규제는 수입품에 대한 반덤핑조치 등 보호주의 조치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신흥산업 육성이 ‘실험’으로 끝난다면 성장 잠재력을 훼손시키는 데 그치겠지만, 성공한다면 중국에 부가가치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는 한국 기업들의 생존공간은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4. 7천만 관람객이 빚어낼 박람회(世博)효과 
 
 
내년 5월부터 중국 경제의 중핵도시인 상하이에서 세계 엑스포가 열린다. ‘종합’ 엑스포로서는 처음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열리는 데다 역사상 최대 규모라는 점이 남다르다.  
 
사실 중국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 행사에서 느껴지는, 중국인들의 규모에 대한 집착은 역사적으로 소국에 머물러왔던 한국인들에겐 유별스럽다. 그러나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오랫동안 지켜왔으나 근대 들어 수모를 당했던 중국인들에게 ‘최대 최고’란 위상은 자존심을 살리는 특효약이다. 중국 정부는 여기에 더해 베이징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경제,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수준을 높이는 기폭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상하이는 최근 수년 새 거대한 공사장이었다. 지하철 3배 확충, 공항 재건 등 각종 인프라의 직간접 투자규모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450억 달러(대전 엑스포의 26배)에 달한다. 엑스포 부지면적도 여의도의 두 배로 사상 최대다. 현재까지 참가의사를 밝힌 국가 수(242개)와 예상관람객(7,000만 명) 역시 기네스북에 등재될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중국경제엔 어느 정도 파급영향을 미칠까.
 
엑스포는 올림픽처럼 개별 도시에서 열린다. 상하이 엑스포는 상하이 GDP를 2~5%P 상승시킬 것으로 관측되지만, 상하이 GDP가 중국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08년)에 불과해 전국 GDP 상승효과는 0.2%P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흔히 ‘경제올림픽’으로 불리는 엑스포는 내수확대 및 서비스산업에 대한 견인효과 등에서 올림픽보다 더욱 강력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행사가 스포츠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경제 사회 문화를 총망라한다는 점에서 ‘판’이 크다. 또 행사기간도 올림픽보다 훨씬 긴 6개월이며, 참가자 수도 올림픽의 10배에 이른다. 올림픽의 경우 TV 시청자가 많은 반면 엑스포는 현장 관람 중심으로 이뤄진다. 관광, 외식, 교통 등 인근 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 밖에 없다.  
 
관람객 고객층도 올림픽과 차원이 다르다. 기업인, 공무원 등 구매력을 갖춘 계층의 비중이 높아 소비확대 기여도가 높다. 관람객 수를 7,000만 명으로 가정한다면 이들이 구매하는 재화 및 서비스 가치만 1,800억 위안(상하이 GDP의 1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엑스포 사무국 측은 이 같은 효과로 일자리가 20만 개 이상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표 2> 참조).
 
중국 정부가 기대하는 엑스포 효과는 이 같은 경제적 효과뿐 아니다. 중국기업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상하이의 국제적 위상 강화, 중국사회의 국제화 수준 제고 등 소프트파워 확대를 염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내세운 엑스포 슬로건은 ‘Better City, Better Life’이다. 삶의 질 향상은 현 공산당 지도부의 일관된 국정운영 노선이다.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엑스포 행사장 안팎에 태양광 발전기와 풍력 발전기를 설치했다. 행사 개막 전부터 전기자동차와 수소버스를 등장시켜 중국의 환경보호 의지를 각국 참관인들에게 각인시킨다는 의도이다.
 
상하이 엑스포는 장강 삼각주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상하이~항저우 구간 고속철도가 개통되고 방사형 모양의 고속도로가 확충되면, 이 일대는 ‘3시간 생활권역’으로 묶이게 된다. 장강삼각주 지역은 인구가 7,500만 명으로 중국 GDP의 17.8%, 수출입의 34%를 차지하는 핵심 경제권이다(<표 3> 참조). 특히 투자환경이 좋아 중국 전체 외국기업 투자의 거의 절반이 집중돼 왔다. 한국기업 직접투자도 31.6%가 이 지역에 집중됐다.
 
내년엔 상하이 엑스포와 함께 광저우 아시아 게임도 열린다. 총 투자 금액이 2,200억 위안으로 엑스포 투자만 못하지만, 역대 아시안게임 중엔 최대 규모이다. 화동경제와 함께 화남경제도 겹 경사를 맞은 셈이다. 광저우 시 정부는 아시안게임 투자로 광저우 GDP가 3.5%P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중국 수출입의 28%를 차지하는 인근 주강 삼각주 지역이 ‘1시간 생활권’으로 묶이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양대 수출기지의 물류경쟁력은 대형 국제행사를 통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엑스포 아시안게임 등 국제행사는 개최국 국민들의 국제화 수준 제고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한국의 88 서울 올림픽과 93 대전엑스포가 대표적 경우다. 지난해 북경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두 행사는 ‘중국’이란 국가브랜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가브랜드 파워의 향상은 중국 대기업의 글로벌 영업력 제고로 이어질 것이다.  
 
 
5. 2020년 중국의 청사진,‘12·5 계획’ 
 
 
2010년은 중국 제11차 5개년 계획(11·5 규획)을 마무리 짓는 해이다. 과거 경험을 따른다면, 내년 중반쯤엔 ‘12·5 계획’의 윤곽이 드러나 전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할 것이다.
 
12·5 계획 입안절차는 이미 9월 중앙정부 각 부서와 지방정부의 카운터 파트들이 계획안 마련에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부문별 계획은 올해 말 국무원에 제출되며, 국무원은 내년 중 이를 종합해 전국 계획을 마련한다. 국무원 계획안은 2010년 가을 공산당 공식 의결기구인 17기 ‘5중 전회(五中全會)’에서 논의된 뒤, 2011년 3월 헌법기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1953년 시작된 중국의 5개년 계획은 단순히 경제 분야에 국한된 ‘경제개발 계획’이 아니다. 정치, 사회, 외교 등 국정 전 영역의 중장기 이슈들을 포괄하는 ‘국민경제와 사회발전을 위한 종합계획’이다. 따라서 대내외 환경변화나 정치사회 기류에 의해 좌우되며 당내 사상투쟁 결과에 따라 방향과 내용이 급 수정되기도 했다. 중국의 각종 현안들에 대한 공산당 지도자들의 상황인식과 처방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올 여름 이후 중국 지도자들의 발언이나 언론들의 보도내용을 종합해볼 때, 12·5 계획의 초점은 구조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5 계획을 수행하면서 특히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드러난 중국의 갖가지 구조적 문제점들을 해결하는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2020년 샤오캉(小康) 사회건설’은 공염불에 그치게 된다는 게 공산당의 판단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두 가지 키워드가 ‘민부국강(民富國强)’과 ‘지속가능발전’이다. 민부국강은 현대의 중국이 안고 있는 각종 모순을 함축한 말로서, 30년의 눈부신 개혁개방 성과로 국가는 강국이 됐지만 인민들은 그 과실을 누리지 못하고 있음을 반성하는 표현이다. 현재 중국 인민들이 중국 전체 부(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못 미치며, 60~70%는 국가가, 나머지 20% 남짓은 자본가 계층의 수중에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농, 연해내륙, 정부와 인민, 국유와 민영부문간 소득 및 기회의 격차를 좁혀 민생을 개선하고 사회정치적 갈등 소지를 줄인다는 것이 12·5 계획의 중대 과제가 될 것이다.
 
‘민부’는 또 현재 중국의 경제성장 모델이 직면한 구조적인 난관을 타개할 대안이다. 금융위기를 통해 국유기업 투자를 동력으로 한 성장모델이 한계를 드러냈다. 가계소득 수준이 낮고 국내 소비시장 발달이 늦어지다 보니, 해외수요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금융위기처럼 해외시장 여건이 악화되면 대국 경제가 여지없이 휘둘리게 된다. 12·5 계획은 소비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사회보장 강화, 호구제 개혁 등과 같은 민생과제 외에도 공직자 재산등록 등 반부패 개혁 등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부’ 다음의 ‘국강(國强)’은 산업구조 고도화와 관련이 깊다. 산업정책의 중심을 노동 또는 설비 집약적인 과거의 비교우위 산업들에서 R&D 및 기술 집약적인 신흥 전략산업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이슈 3. 참조).  
 
지속가능발전은 현 4세대 공산당 지도부의 문제의식을 그대로 담고 있어 대대적인 수정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CO2 배출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커지는 반면, 현재 에너지 절감 목표의 달성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12·5 계획에선 더욱 강력한 규제가 도입될 수 있다.  
 
‘11·5 계획’의 목표 성장률은 연평균 8%였다. 차기 5개년 계획도 무리한 성장률 수치에 매달리지 않을 것이다. 성장 지상주의의 후유증이 더욱 괴롭기 때문이다.  
 
 
6.‘2, 3급 시장’의 부상  
 
 
‘13억 인구가 콜라 한 병씩만 마셔도…’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기업들은 이미 20여 년 전 이런 허황된 믿음을 버렸다. 13억 명이 대도시에 몰려 있으면 좋으련만, 불행하게도 모자이크처럼 파편화(Fragmented)된 시장에 흩어져 있는 것이다.
 
시골 구석구석까지 판매거점을 세울 수 없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구매력이 탄탄한 일부 계층이나 거래기업이 몰려 있는 동부 연해지역 영업에 힘을 기울였다. 소위 ‘1급 시장’이다. 이 지역은 수출형 제조거점을 세우기도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연해지역 대도시를 벗어나면, 소득수준도 낮고 소비 인프라도 취약할 것이란 선입견이 오랫동안 기업 시장전략의 핵심 전제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소매를 걷고 내수확대에 나선 요즘 전통적인 대도시 시장을 벗어나 시장외연을 확대하려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전략적 타깃시장이 1급 도시 일변도에서 2, 3급 도시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가전기업은 물론, 자동차 등 소비재기업이 이 대열에 올라탔다. 유통기업들도 2, 3급 시장 입지 선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2, 3급 시장이 화두로 부상하는 것은 중국 정부가 경기하강을 막기 위해 의욕적으로 시작한 인프라 확충사업과 관련이 깊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책정된 4조 위안대 정부 투자사업 중 1조8,000억 위안이 인프라 확충에 투입되는 것이다. 교통이 발달하면, 시장의 외연도 그만큼 쉽게 확대된다.  
 
중국 철도부의 철로망 확충계획은 경기대책보다 뿌리가 깊다. 2020년까지 모두 2조5천억 위안을 들여 동부 연해지역과 서부 내륙을 엮는 우물 정(井)자 모양의 노선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각 지방정부도 30여 개의 지하철 노선을 새로 건설한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철도노선의 비약적인 확충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항공운수와 철도운수간 가격전쟁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교통물류 비용의 하락은 해당 지역 구매력 증가로 이어진다.
 
1, 2, 3급 시장을 나누는 통일된 기준은 없다. 중국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1급의 기준은 인구가 500만 명 이상이고, 소비수준이 상당히 높은 대도시나 성회(省會·성급 행정단위의 수도)급 도시를 말한다. 2급 도시는 인구 300만 명 이상, 소비수준이 제법 높은 도시나 성회급 도시이며, 3급 도시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이다. <표 5>는 2급 인구기준에 포함된 도시 중 인당 GDP가 1만 위안을 넘으면서 지역 GDP가 1,000억 위안 이상인 도시를 추려낸 것이다.  
 
다만 이 기준에 따르면 개혁개방을 상징하는 선전을 비롯해 동관 샤먼 등 개혁개방으로 ‘천지개벽을 이룬’ 연해 고소득 도시들이 인구 부족으로 2급 도시에 머물게 된다. 중국의 지역별 인구통계는 호구가 없는 유동인구를 제외해서 발표한다. 선전과 같이 경제규모가 크고 소득은 높지만, 법적 상주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의 소비잠재력이 자칫 저평가될 수 있다.
 
중국의 1급 도시는 이미 한국의 평균과 거의 비슷한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다. 소득증가에 따라 교통통신비 지출이 줄면서 교육비와 보건의료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 엇비슷하게 나타난다. 중국의 대도시 인구 중 주변부 상당 수가 ‘농업 호구’를 지니고 있음을 감안하면, 대도시 도심 인구의 소비패턴은 한국 평균을 넘어설 수도 있다. 선전 광저우 닝보 상하이 수저우 베이징 등 연해 대도시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대도시 매출증가세가 과거보다 둔화될 수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중국 진출 기업들이 2, 3급 도시 진출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 것은 이 때문이다.  
 
 
7.‘사이비 시장화(僞市場化)’논란 
 
 
개방과 시장개혁은 중국 사회주의시장경제의 ‘금과옥조’이다. 공개석상의 지도자들 발언에서 여간 해선 빠지지 않는다. 현 4세대 지도부가 불균형성장의 폐해를 시정하겠다며, 3세대 그룹과 차별화를 시도했을 때에도 시장개혁의 대원칙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 노선은 11·5 계획의 골간을 형성했고, 물권법 및 반농단법 제정과 각종 시장개혁적 입법 조치를 통해 굳건해지는 듯 보였다.  
 
개혁개방 30년이 흘러오는 동안 정부의 통제영역에 머물러있던 원유 석탄 전력 등 기초 원자재 가격도 국제가격과의 연동을 목표로 완만히 상승하기 시작했고, 주식시장에서는 대형 국유주의 소유분산을 도모하는 유통주 개혁조치가 이어졌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위기로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실시하면서, 시장개혁의 취지에 어긋나는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중국 언론이 지적한 수많은  ‘국진민퇴(國進民退)’ 사례가 그 것으로서, 사이비 시장개혁(僞市場化)에 머무르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독과점 석유회사의 하나인 중스요우(中石油)가 하류부문 시장진출을 시도하면서 민영주유소 소유권을 매집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유력 철강회사인 바오강(寶鋼)이 민영 철강사인 닝강(寧鋼)을 인수하는가 하면, 식량 유통을 책임진 국유기업 중량(中粮)은 알짜배기 낙농회사인 멍뉘(蒙牛)를 사들였다. 중화공(中化工)도 부동산 관련 자회사를 동원해 북경의 노른자위 대지를 사들여 눈총을 받았다. 올 상반기 전국 부동산시장에서 낙찰가 기준으로 상위 10위에 오른 거래 건 중 6건의 매수자가 국유기업이었다.  
 
심지어 거대 석유 메이저들은 금융 부문에도 손을 뻗쳐 ‘금산겸업’을 금지하는 국제관행에서 이탈하고 있다. 중화공이 최근 수년 새 금융업 진출의 깃발을 올리자, 올해엔 중스요우가 신장의 소형 은행을 매입해 계열에 편입시켰다. 3위 업체인 중국석유가스도 이에 질세라 주하이 은행 매입협상을 벌이고 있다. 감독기관인 국자위(國資委)는 이들 석유회사들의 행보를 묵인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는 실정이다.  
 
물론 전국 단위 통계(<그림 5> 참조)를 보면 여러 지표에서 국유부문의 비중이 눈에 띠게 늘어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뚜렷하게 하락해온 국유부문의 비중이 지난해부터 큰 변화 없이 정체돼 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시장개혁 중 가장 중요한 소유제 개혁이 지지부진한 것이다.
 
국진민퇴는 일차적으로 국유기업들의 이윤동기가 빚어낸 것이다. 이들의 먹이가 된 민영기업이나 지방 국유기업들도 중앙 국유기업에 인수된다면 ‘대우’가 달라진다. 금융기관의 대출 시 지방정부보다 강력한 중앙정부의 암묵적인 보증을 받을 수 있고, 그 주주는 목돈을 챙길 수 있다.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지방정부로선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연초 중앙정부는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금융권의 신규자금 대출을 독려했다. 은행으로선, 불확실한 경기흐름 속에서 각급 정부의 보증을 담보로 국유기업에 대출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영업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경기대책의 초점을 맞춘 내륙의 교통 인프라 확충사업은 대부분 국유기업들의 사업목적에 부합하는 것들이다.  
 
정부와 금융권의 암묵적 지원을 받고 있는 국유부문은 2010년에도 왕성한 ‘사업다각화’ 의지를 숨기지 않을 것이다. 특히 원자재 기초소재 등 분야의 글로벌 알짜기업이 타깃이 되기 쉽다. 올해 11월 말까지 61건, 151억 달러 규모로 커진 중국과 외국간 인수합병 시장에서 32건, 133억 달러가 중국 기업이 매입자로 등장한 것이었다.  
 
국유부문의 팽창이나 기득권 유지는 소비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는 구조개선 정책에 배치된다. 국유부문이 거두는 수익이 종업원들에게 충분히 배분되지 않고, 덩치 키우기 식 재투자에 투입될 경우 ‘소비 잠재력이 발현되지 않는 성장’이란 현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국유기업의 존재감이 두드러질수록 ‘무늬만’ 시장개혁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것이다.  
 
 
8. 소프트파워(軟實力)에 눈 돌리는 중국기업들 
 
 
2009년 미 시사경제지 포천이 발표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중국 본토 기업이 모두 34개 포함됐다. 위안화 절상 덕택에 ‘공룡기업’ 중국화공총공사(Sinopec)는 랭킹 10위 내에 턱걸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다른 평가기준을 적용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2009 글로벌 500대 브랜드’ (World Brand Lab 선정)에는 고작 18개, ‘2008 글로벌 100대 CSR 기업’(포천 선정)에는 3개만이 포함됐다.
 
중국 기업은 그 동안 주로 토지, 설비, 자금력 등 유형자산, 즉 하드웨어 측면에서 경쟁해왔다. 철강, 조선 등 자본력과 설비경쟁력이 중요한 산업분야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한 것이 좋은 사례이다. 물론 무분별한 사업확장이나 심지어 타 기업의 디자인과 기술을 모방해 이익을 챙기고도 전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경우도 빈발했다. 기업들의 이런 전략적 방향성은 대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 창출을 독려해온 정부 정책과도 관련이 깊다.  
 
그러나 양적 성장이 언제까지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중국 산업발전 단계로 볼 때 고객가치 창조, 브랜드 관리, 기업문화 구축 등 무형자산의 중요성을 더 이상 뒷전에 미뤄둘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 가전업계에서는 2004년 중국 가전업체 TCL이 프랑스 가전업체인 톰슨을 인수한 것을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간주하고 있다. 경영관리 능력이란 소프트 파워가 부족한 데도 덥석 인수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올림픽 폐막과 거의 동시에 터져나온 싼루(三鹿)그룹의 멜라민 분유사건은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에 대한 신뢰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기업경영의 최고 목표가 이윤창출만은 아니라는 반성과 자각이 점차 중국 기업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중국 기업들은 ‘지속가능 발전’이 외형추구를 통해선 보장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닫고 있다. 기업의 외형이 아니라 소프트 파워가 위기국면에서 생존력을 키운다는 교훈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 산업계의 화두는 선진적인 경영관리, 브랜드 이미지, 사회책임(CSR)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베이징 대학 등 주요 교육기관들이 선구적으로 개설한 ‘기업 소프트파워 연수과정’엔 고가의 학비에도 불구하고 신청자가 줄을 잇고 있다. 중국 소프트 경쟁력 연구센터의 덩정홍(鄧正紅) 주임이 쓴 ‘소프트 파워, 중국기업의 돌파구’란 책은 올해 경영분야 베스트 셀러로 선정됐다. 이 같은 열풍에 고무돼 베이징 대학은 인터넷 포털인 인민망(人民網)과 공동으로 ‘중국기업 소프트 경쟁력 100강’을 선발했다. 소프트파워로 랭킹을 매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중국 최초로 기업의 ‘사회책임 관리시스템(www.csr9001.com)’이 도입돼 사회책임국제기구(SAI)의 공식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CSR를 실천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2006년 국유 전력망회사인 국가전력망(國家電網)이 첫 CSR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올해엔 무려 582개 보고서가 앞다퉈 출간됐다. 올해 기업 자선 랭킹에서 1억 위안 이상 기부한 기업은 20개에 달했으며, 그 중 민영기업 기부금이 41.3%를 차지했다(<표 6> 참조).
 
브랜드는 기업실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소프트 경쟁요소이다.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은 수년째 브랜드 파워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두 명의 하이얼 형제가 세계여행을 하면서 부딪히는 여러 위기를 극복하는 줄거리를 가진 212부작 ‘하이얼 형제’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브랜드파워 제고를 열망하는 중국 로컬기업들에게 훌륭한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중국 IT업계의 아이콘인 화웨이(華爲)의 ‘늑대문화’는 중국적 기업문화의 전형으로 간주되고 있다. 늑대 무리 같은 철저한 팀워크,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생존력, 극한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등이 ‘화웨이판’ 늑대의 속성들이다.  
 
중국 소프트파워산업협회가 업종별로 300대 기업을 선정, 조사한 결과 30%의 기업들이 소프트 경쟁력 구축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중국 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진전될수록, 중국 경제의 시장개혁이 강화될수록, 중국 기업들이 더욱 국제경쟁에 노출될수록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은 강조될 것이다.  
 
 
9. 자동차를 타고 오는‘전위(前衛)’소비자 
 
 
중국을 ‘평균’으로 인식하면, 실상을 놓칠 때가 많다. 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지역과 계층이 넓게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1인당 GDP는 강조할 필요가 있다. 내년 도달할 1인당 GDP 4,000달러 수준은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이 사회주의시장경제의 중기목표에 해당하는 샤오캉(小康)사회로 진입하는 기준으로 설정했던 것이다. 소비시장이란 측면에서 샤오캉 사회는 기초 생필품 외 기호품이나 내구재 소비도 늘어나기 시작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2007년 17대 공산당대회는 2000년보다 4배 높은 인당 GDP를 샤오캉 사회로 간주하고, 2020년까지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목표도 내년 조기 달성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도시는 이 평균을 넘어서 인당 GDP 1만 달러 시대를 열고 있다. 2008년 13,000 달러 고지를 밟은 선전과 함께 상하이, 광저우 등 총 10여 개 도시가 ‘만 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내년엔 베이징, 다렌(大連) 등도 1만 달러의 고지에 올라서면서 평균적 한국 소비자들의 2000년대 초반과 엇비슷한 구매력과 소비성향을 갖춘 소비자들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그림 6> 참조). 대도시 주민들 사이에서도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진(2008년 상하이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격차는 4.6배) 상황을 감안하면 대도시 중·고소득 계층의 소비패턴은 웬만한 선진국 수준에 맞먹는다.  
 
이중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자동차 대중화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이다. 베이징 동쪽 4환로를 달리다 공업대학 출구에서 빠져나오면, 자동차 쇼핑객을 겨냥한 대규모 아웃렛 단지들이 막아선다. 종합 패션용품부터 스포츠 용품, 가정용품 매장 등이 줄지어 섰고, 그 사이엔 대형 극장체인이 고객을 끌고 있다.  
상하이 도심과 26km 떨어진 근교에 위치한 명품 아웃렛도 하루 평균 2만 여명의 쇼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도심 곳곳에 들어선 월마트 까르푸 등 유통매장 앞은 주차난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자동차 유람여행을 뜻하는 ‘즈쟈요우(自駕遊)’도 익숙한 용어가 됐다. 통상 인당 GDP가 중소형 자동차 가격의 절반에 이르면 자동차 보급속도가 급격히 빨라진다고 한다. 중국 대도시가 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중국 도시인구 100명 당 자가용 보유 대수는 8.6대(2008년)로, 한국의 1993년(9.2대) 수준이지만, 베이징 같은 대도시는 인구 100명당 20대로 2002년의 한국 수준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중국 정부의 자동차 구매 촉진책도 내년까지 유지된다. 자동차문화가 촉발하는 서구형 소비패턴은 더욱 빨리 정착될 전망이다. 이미 스타벅스 등 서구형 커피 전문점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켜놓고 무선 인터넷으로 자료를 검색하는 젊은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른바, 소비의 첨단을 달리는 ‘첸웨이(前衛)’ 소비자들이다. 상하이 ‘낭만의 거리’로 불리는 헝산루(衡山路) 양쪽엔 고풍스런 유럽식 카페와 와인 바가 즐비하다. 작년 중국의 와인 소비량은 인당 0.53L(08년). 한국의 1.3L보다 적지만, 연평균 30%씩 급성장하는 중이다. 중국인의 식탁에도 어느덧 와인에 걸 맞는 캐비어, 치즈, 스파케티 등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상하이 EXPO를 비롯한 각종 지역 국제행사를 계기로 서구형 소비 패턴은 더욱 빨리 중국 도시사회에 뿌리내릴 것이다.  
 
서구형 소비가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곳이 바로 성형 시술이다. 작고 갸름한 얼굴에 콧날이 선 서구형 미인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중국 시장조사 기관 ‘영점(零點)조사’의 지난해 조사에선 대도시 거주 청년계층의 44%가 ‘성형할 의사가 있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보다 간단한 보톡스 시술은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서구형 소비는 정보화 바람을 타고 자동차보다도 빠르게 확산될 기세다. 중국 네티즌 수는 이미 3.38억 명(올 6월 말 기준)을 넘어섰다. 온라인 쇼핑 경험자만 8,788만 명으로 6개월 전보다 무려 1,388만 명이 늘었다. 내년엔 인터넷 쇼핑객이 1억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아울러 내년이면 중국 내 통용되는 신용카드가 1억 장을 넘게 된다. 자동차, 인터넷, 신용카드 등이 중국의 소비 고도화를 더욱 앞당길 것이다.   <끝>

◎석유화학, 중국에 의존한 성장 더 이상 어렵다

LG경제연구원 '석유화학, 중국에 의존한 성장 더 이상 어렵다'

중국 석유화학 시장을 둘러싼 수출 환경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중국의 자급률 상향, 중국-ASEAN FTA, 중동의 신증설, 대만의 차이완 효과 등 시장 내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수출에 크게 의존해 온 한국 석유화학 기업의 성장 방식이 앞으로도 유효할지 점검해 본다. 
 
 
2009년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성과가 눈부시다. 전세계에 몰아닥친 경기 한파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상 최대의 이익을 향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산업은 1993년부터 무역수지 흑자 행진을 지속하면서 어느덧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산업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세계 속에서의 위상 역시 크게 높아져,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능력은 미국, 중국, 사우디, 일본에 이어 세계 5위인 750만 톤으로 성장하였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이 오늘의 위치에 오르게 된 데에는 해외 수출이 큰 역할을 담당하였다.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에 따르면, 5대 범용수지의 국내 생산량은 1989년의 226만 톤에서 2008년 1,084만 톤으로 20년 간 연평균 8.6% 성장하였다. 같은 기간 수출은 35만 톤에서 626만 톤으로 증가해 연평균 16.4%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동기간 한국의 연간 실질 GDP 성장률 5.5%와 비교해 보면 매우 빠른 성장임을 알 수 있다. 국내 경제 성장을 위한 자급 목적에서 출발한 석유화학산업은, 5대 범용수지의 수출 비중이 1989년 15.4%에서 꾸준히 증가해 2009년 9월 누적 60%를 상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한편 중국은 석유화학 제품 수출 초기부터 우리나라의 수출시장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그림 1> 참조). 5대 범용수지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1991년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50% 내외의 수준을 유지해 왔다. 결국 2009년 현재 대중국 수출이 국내 수요와 비슷한 전체 생산량의 1/3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 수출이 국내 석유화학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올해의 석유화학 호황 역시 중국 수출 호조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최근의 호황을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힘들다. 올해와 같은 호실적이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자생적 경쟁력 강화를 통해 달성한 것으로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로 중국 정부의 강력한 내수 부양 정책에 따른 수요 호재와 원화 약세로 인한 상대적 가격 경쟁력 강화 등과 같은 외부 요인의 영향이 컸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에게 긍정적인 외부 요인이 사라지더라도 석유화학 수출 호조는 지속될 것인가? 이하에서는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 수출 환경을 점검함으로써,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성장 전략이 향후에도 유효할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자급률 상승으로 중국의 수입 시장 성장 둔화 
 
중국 경제는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980년 당시 이미 세계 7대 경제 대국이었음에도 실질 GDP 기준으로 2008년까지 연평균 9.9%씩 성장해 미국, 일본에 이어 3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하였다. 10억 인구의 기본 수요와 함께 TV, 가전, 정보통신 기기 등 전세계 주요 내구재 생산 설비가 집중되며 세계의 공장 역할을 수행한 것이 성장의 주요 동인이었다. 최근에는 경기 부양에 힘입어 소비가 확대됨에 따라 자동차 생산도 일본, 미국을 따돌리며 명실상부한 최대 공업국으로 등극하였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제품 수요도 5대 범용수지 기준으로 세계 최대 수요지로 부상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몇 년 전부터 경제 성장 속도 조절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경제 성장의 내용 면에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수출 중심에서 소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주요 석유화학제품 수요의 GDP 탄성치는 이미 2005년을 전후해 1.0 미만으로 떨어졌다(<그림 2> 참조). 향후 중국 경제의 고성장이 지속되더라도 석유화학 수요가 과거와 같은 성장률을 나타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 석유화학 수요 성장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추가 공급은 매우 활발할 전망이다. 중국은 석유화학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지정, 국영 기업을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자급률 상향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이 2000년대 들어 석유화학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 2009년 에틸렌 생산규모는 약 1,200만 톤으로 2002년 550만 톤의 2.2배로 확대되었고, 2012년까지 약 550만 톤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대규모 설비 투자의 영향으로 석유화학 자급률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신규 설비들은 대부분 정유와 연계한 석유화학 콤플렉스 형태가 많아 원료 수직통합이 이루어져 있어 원가 경쟁력도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을 종합할 때, 향후 중국 석유화학  제품 수입 시장 규모는 정체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PE, PP 중국 부족량이 2005년에 처음으로 둔화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2008년과 2009년은 세계적 경기 침체로 인해 비정상적인 수요가 발생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는 올해 10월 누적 수요가 PE는 1,314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8%, PP는 1,001만 톤으로 20.7% 성장하는 등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부족량도 급상승하였다.  
 
그러나 이는 2008년 말의 수요 급감에 따른 제조업체의 구매 지연분의 재고 축적과 정부 소비 진작책을 통한 수요 창출이라는 인위적 조정으로 발생한 가수요였을 가능성이 있다. 2009년의 비정상적 수요 성장을 감안하더라도 2010년 중국 내 PE공급은 277만 톤, PP는 331만 톤 증가함에 따라 부족량이 줄어들고 이후에는 그 상태에서 횡보상태를 나타낼 전망이다. 만일, 2009년 수요에 일회성 가수요 비중이 크다면, 중국의 부족량은 훨씬 크게 감소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중국의 추가 공급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PE는 510만 톤, PP는 603만 톤이 계획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수입 시장 경쟁 전망 
 
중국 수입 시장 규모의 성장 정체 혹은 축소는 대중국 수출이 많은 한국을 위시해 일본, 대만, ASEAN 국가, 그리고 멀리서는 중동 및 구미 기업 등이 중국 수입 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PE, PP, ABS를 중심으로 중국 석유화학 제품 수입 시장에서의 국가별 경쟁 분석을 통해 향후 대중국 수출 환경을 전망해 보도록 한다.
 
1. 떠오르는 신예, ASEAN의 약진 
 
2010년 이후 중동 이외에 ASEAN이 중국 수입 시장 경쟁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ASEAN은 2009년 에틸렌 규모의 절반 정도인 370만 톤을 2012년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ASEAN에서 예정된 신증설이 이 시점에 집중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중국-ASEAN FTA이다. 2005년에 비준된 FTA는 이미 단계적 관세 철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석유화학 제품은 2012년에 무관세 거래가 시행될 예정이다. 한국과 대만이 6~6.5%의 관세를 물고 있어 ASEAN이 적어도 관세만큼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HDPE와 LDPE는 중국 당국에서도 민감 품목으로 분류해 2012년 이후에도 관세를 유지하기로 하였다. ASEAN의 신증설은 중국 수요가 아직 성장세에 있으면서 무관세 혜택을 받는 LLDPE와 PP를 중심으로 계획되어 있어, 향후 이들 제품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중국 수입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ASEAN의 점유율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ASEAN은 중국 수입 시장에서 2008년까지 PE, PP는 20%, ABS는 10% 수준을 점유해 왔다(<그림 3> 참조). 2009년 들어서는 중국의 수입이 급증함에도 ASEAN은 추가 공급 여력을 확보하지 못해 수출량은 비슷하나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부터 2012년까지 PE는 282만 톤, PP는 165만 톤의 추가 공급이 예정되어 있어 수출 여력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그림 4> 참조). 게다가 ASEAN의 신증설은 신규 에틸렌 설비와 수직계열화를 달성해 원가 경쟁력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태국과 싱가폴의 에틸렌 프로젝트는 각각 2개씩 평균 90만 톤에 달하며, 태국에서는 저가 원료, 싱가폴에서는 석유기업 주도의 정유 연계형 콤플렉스로 진행되고 있다.  
 
ASEAN에서 획기적인 석유화학 제품 수요 성장이 예상되지는 않기 때문에 과잉률이 높은 상황에서 계획된 신규 물량은 대부분 수출로 전환될 것이다. 앞으로 대규모 추가 수요가 발생하는 지역은 중국 정도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높은 비중이 중국 수입 시장으로 향할 것이다. ASEAN의 석유화학 제품은 에틸렌 신규 설비만이 아니라 기존 설비도 가스 등 경쟁력 있는 원료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아 중국 수출 가격이 중동 다음으로 낮게 거래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대규모 물량과 함께 무관세,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향후 ASEAN의 중국 수입 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인 상승이 예상된다.
 
2. 글로벌 포식자, 중동의 기지개 
 
다음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중동의 상승 추세가 다시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영 기업 위주로 진행되는 석유화학 프로젝트는 가동이 소폭 지연될 수 있지만 취소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추가 공급 압력의 피크 시점이 언제냐는 전망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나 공급이 실현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중동지역의 PE 생산 물량은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 수출되고 있기 때문에, 2010년 이후 발생할 추가 공급 물량은 중국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중동의 가스 기반 제품은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원가 경쟁력이 유지될 것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원가 경쟁력은 인정하지만, 얼마나 많은 물량이 출회 될 것인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지적된다. 두바이의 모라토리엄 문제에서 또 한 번 확인했듯이 중동 석유화학 설비의 정상 가동 일정에는 중동이라는 불확실성이 내포되어 있다. 물론 중동 내에서도 국가에 따라 그리고 기업 및 제품에 따라 실현률 편차가 나타난다. 하지만 중동 전체적인 관점에서 2012년까지 계획된 PE 689만 톤, PP 296만 톤의 절반만 실현되더라도 중동이 중국 수입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수 있다.  
 
중동의 중국 수입 시장 점유율은 2009년에 상승세로 전환된 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들어서는 중동의 추가 공급 확대와 함께 중국 수요 폭증이 맞물려 대중국 수출 물량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싱가폴 등을 통해 중국에 유입되는 물량을 고려한다면, 중국 수입 시장의 실질 점유율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우회 수출 물량이 중국 직수출로 전환되고 신규 물량의 중국 수출 비중이 증가하면, 중국 수입 시장 내에서 중동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중동이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에 따라 중동 제품 가격을 설정하나, 앞으로는 중동 설비의 가동률 유지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시장 가격 형성에 개입해 물량을 해소할 가능성도 있다.
 
3. 영원한 라이벌, 대만의 차이완 효과 
 
중국과 대만, 양안관계에 훈풍이 불수록, 중국 시장에서 대만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다. 양국 당국자들은 상호 경제적 이익을 위한 전략적 접근을 활발히 하며, FTA 성격이 짙은 ECFA(양안경제협력체제협정, 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 체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ECFA 체결 시, 대만은 한국과 비슷한 6~6.5%의 석유화학 제품 중국 수출 관세를 중국-ASEAN FTA 수준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석유화학 품목에 대한 EHP(조기수확 프로그램, Early Harvest Program)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아직 중국과의 FTA 진행 상황이 ‘연구 단계’인 한국에 있어서는 ASEAN에 이어 이미 라이벌 관계인 대만보다 경쟁 열위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대만도 2012년에 석유화학제품 무관세가 실현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이미 세계 곳곳에서 수출 시장을 놓고 한국 기업과 부딪히고 있는 대만 석유화학 기업이 최대 격전지인 중국에서 승기를 잡게 될 수도 있다.
 
양안경협이 FTA 수준의 밀월관계로 발전하게 되면 한국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대만은 한국과 비슷한 산업 구조로 2007년 이후 전체 수입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ABS는 한국과 대만의 양강구도이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중국 ABS 수입 수요는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던 중국 가공무역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줄고 있어, 경쟁의 중심이 관세를 물어야 하는 내수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황에 따라 가동률을 조정하는 대만 기업들은 중국과 무관세 교역이 가능해지면, 신증설 없이 생산량을 확대해 중국 수입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갈 가능성이 높다.  
 
4. 썩어도 준치, 선진국의 명품 사냥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 석유화학 기업은 범용 소재 내에서도 특수 그레이드 등의 하이엔드 제품 수요를 지속적으로 공략할 것이다. 기술적 차별성을 보유한 선진국 기업은 적어도 10% 이상의 가격 차이가 존재하는 기저 수요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그림 5> 참조). PE, PP는 유럽을 중심으로, ABS는 일본과 미국 중심으로 하이엔드 수요를 장악하는 등 중국 수입 시장에서 선진국의 시장 점유율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될 것이다.  
 
중국 수입 시장 내 선진국의 점유율을 살펴보면 2008년까지 PE, PP는 20%, ABS는 10%에 못미치는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올해의 경우, 선진국의 대중국 수출량이 급격히 증가해 PE, PP 중국 수입 시장 점유율 1위인 중동과 한국에 버금가는 시장 점유율을 나타냈다. 이는 유럽과 미국의 경기 침체로 중국에 대한 물량 밀어내기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유럽, 미국의 점유율 상승은 미주 지역 경기가 회복되면서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역내 구조조정이 전망됨에 따라 수출 여력 자체가 축소되면서 중국에 대한 수출 역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선진국 기업은 기술적 차별성이 없는 범용 제품의 수출은 전반적으로 축소하고 차별화 제품을 중심으로 하이엔드 영역에서 아성을 지켜, 일정 수준의 중국 수입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석유화학 기업, 새로운 성장 방식 고민해야 할 때 
 
한국 석유화학 기업이 수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 수요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수출 환경은 빠른 속도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자체의 자급률 상향,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ASEAN과 중동의 대규모 신증설, 대만의 상대적 경쟁력 강화, 선진국 기업들의 차별화 제품 영역 장악 등 중국 범용 석유화학 시장 내에서의 경쟁 강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될 것이다. 특히, 중국의 수입 규모 정체 및 축소 가능성이 높아 한국 기업의 입지가 약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은 수출 확대를 통해 성장해 왔다. 수출 중 중국의 비중과 향후 중국 수출 환경 악화를 생각하면, 더 이상 중국 수출 확대를 통한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경기가 호황기로 접어들면 이러한 경고음이 약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한 대비 없이 경기 하락기로 접어들면 엄청난 위기에 봉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내수 성장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한국 석유화학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 사업 강화가 중요하다. 그러나 범용제품 위주의 양적 성장에 중심을 둔 성장 방식은 재고가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사업 고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끝>

2009년 12월 21일 월요일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


오늘은 뉴문이라는 전작의 후광에 힘입어 얼토당토 않게 관객 늘이기하는 영화보다 재대로 된

2009년 12월 감동이 줄~줄~흘러 넘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소개합니다.
역시나 사람 냄새나면서 情 내음이 가득한 영화가 진정한 것인 아닌가 합니다.

본 작품의 출현 전까지 마음 고생이 심했던 산드라 블럭이 이번 작품을 통하여 그녀의 가슴에

꽃피는 춘삼월을 맞이하는 제2의 전성기가 되지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가슴으로 낳은 엄마의 사랑과 가족을 그리워하면서 가족의 형태와 그 구성원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모르는 떠돌이 이자 외톨이 소년에게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깨닫게 해주는 작품 입니다.

대체적으로 이런 휴먼드라마에서 어머니란 이름으로 나오는 배우들은 결혼도 해보고 나이도

어느정도 있는 연륜있는 여배우들의 몫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작품에서는 나이에 맞지

않게 산드라블럭이 젊은 엄마가 되어 인생의 연륜을 약간 뒤짚은한 감은 있지만 따듯하고 情많은

어머니 역을 훌륭히 소화 했다는데 칭찬을 아끼지 않을수 없습니다.



스피드로 일약 스타가된 산드라블럭 그동안 출연료만 높게받고 이렇다한 흥행작이 없었고 또한

그녀의 연기에 대해 본인 역시도 이 여자가 말 뿐인 배우라는 느낌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터에

그녀를 스타가 된 이후 긴 시간을 진정한 배우가 되고자 나름의 노력을 한 것 같습니다.



현재 본 영화는 재미 더럽게 없는 '뉴문'에 밀려 전미 2위를 기록하였고 개봉 3주가 지나 다시

1위로 반격. 국내 개봉은 아직 미정인듯 하고 아무튼 전미 2위고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무 생각없이 보는 편인데, 오~~~월척이며 감동이 재대로 영글다 못해

아주 잘익은 홍시를 맛보는 느낌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참고로 네이버와 다음의 영화평점을 보면은 9.5 이상이며 감상평도 댓글도 좋게 나옵니다.
 
   

2009년 12월 16일 수요일

◎포수(捕手) 리더십

LG경제연구원 '포수(捕手) 리더십'

후끈 달아올랐던 2009년도 프로야구에서는 특히 포수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높았다. 투수나 유격수에 비해 포수는 겉으로 화려해 보이지 않는 포지션이다. 그러나 감독에게 좋은 포수의 존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기업 경영의 시각으로 포수를 들여다 보면 리더십 관점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으로 올 한해는 야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한국시리즈에서 9회말 역전 끝내기 홈런이라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보여주었던 국내 프로야구는 사상 최대의 관중 기록을 경신하기도 하였다.  
 
흔히 ‘야구의 꽃은 투수’라고 한다. 그런데 올해는 ‘포수(捕手)’가 많은 관심을 끌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순위 경쟁이 치열하던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포수가 안정된 팀의 성적이 오르는가 하면 주전 포수들이 부상을 당한 팀은 여지없이 성적이 곤두박질치곤 하였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미네소타 트윈스 팀의 포수 조 마우어가 올해 MVP로 뽑히기도 하였다.  
 
투수나 유격수에 비해 포수는 겉으로 화려해 보이지 않는 포지션이다. 그러나 감독에게 좋은 포수의 존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포수는 전체 야수들을 바라보면서 경기하는 유일한 포지션이다. 투수를 포함한 8명의 야수가 모두 상대 타자의 방망이 끝만 바라보고 있을 때 포수는 그런 동료들의 움직임을 전체적으로 관찰한다. 마치 다수의 구성원들을 동시에 바라봐야 하는 조직의 리더와 같다.  
 
미국의 아버지들이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칠 때 필독하는 「당신의 자녀에게 가르쳐 줄 101가지 야구이야기」라는 책에는 가장 영리하고 책임감과 희생정신이 있어 보이는 아이를 포수로 택하라는 충고가 있다. 포수야말로 리더십이 필요한 포지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리더십 관점에서 배울 점이 많은 포수의 세계를 경영의 시각으로 들여다 보자.   
 
아르고스의 눈 
 
좋은 포수의 제 1 조건은 넓은 시야다. 포수는 최소한 다섯 군데를 동시에 볼 수 있어야 한다. 첫째 투수와 항상 눈빛을 맞추고 있어야 한다. 둘째, 감독의 사인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투수와 수비수들에게 전달하려면 벤치도 바라봐야 한다. 셋째,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의 움직임도 놓쳐서는 안 된다. 작은 몸짓과 표정에서 허점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넷째, 누상에 나가 있는 상대팀 주자의 움직임도 추적하고 있어야 견제 사인을 내거나 도루를 저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라운드에 퍼져 있는 우리 수비수의 위치도 수시로 파악해야 한다. 이 밖에도 상대팀의 벤치와 주루코치, 그리고 심판도 수시로 살펴야 하는 대상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몸 전체에 수백 개의 눈을 가지고 있는 괴물 아르고스가 나온다. 제우스가 이오 공주와 바람을 피우다 헤라에게 들통날 위험에 처하자 공주를 암소로 변신시켰는데 이를 수상히 여긴 헤라는 괴물 아르고스에게 명하여 암소를 감시하도록 한다. 잠을 잘 때에도 두 개의 눈만 감고 자면서 사방 경계를 한 순간도 게을리하지 않는 아르고스의 눈이야말로 좋은 포수의 필수 조건이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전쟁터인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서 야생 동물들이 보여주는 생존 전략을 기업 경영의 시각으로 연구한 책 「세렝게티 전략」에는 넓은 시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동물로 기린이 나온다. 기린의 눈은 포유류 중 가장 크다.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6미터 높이에서 사방을 두루 살필 때 멀리 지평선에 있는 조그마한 움직임도 잡아낼 정도로 시력도 뛰어나다. 우두머리 기린은 아득히 먼 곳에서라도 포식자를 발견하게 되면 무리를 안전한 곳으로 미리미리 이동시킨다. 기린에게 종족 보존의 가장 중요한 전략 중 하나는 넓은 시야인 것이다.   
 
크건 작건 조직을 책임지는 리더라면 넓은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중요한 업무나 우수한 인재에만 시야를 좁혀서는 곤란하다. 코닝의 HR부사장인 리처드 오리어리는 한국에서 열린 2009년 글로벌 HR포럼에서 “1%의 핵심인재에만 집중하다 99%의 더 중요한 역량들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리더는 조직 내부와 외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변화, 모든 팀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필 수 있어야 한다. 포수와 마찬가지로 리더에게도 아르고스의 눈이 필요한 것이다.        
 
탁월한 심리전략가 
 
팀을 승리로 이끄는 포수들은 심리를 잘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포수는 투수의 심리 상태에 따라 가장 편안하게 호흡을 맞추어 주어야 한다. 또한 타석에 들어서는 상대 타자의 작은 숨소리나 습관적 몸짓에서 심리 상태를 간파하고 이를 역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여기에 더하여 등 뒤에 서있는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 성향을 누구보다도 빨리 파악하여 코스를 공략할 줄도 알아야 한다. 심리 활용에 능한 포수가 팀 승리에 숨은 주역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훌륭한 포수는 팀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대개 유명한 포수들을 보면 약간의 쇼맨십과 활달하고 밝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뉴욕양키즈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는 성적이 좋지 않아 심리적으로 위축될 때면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 it’s over)’라는 유명한 말로 팀에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었다.  
 
칭기즈칸의 유럽 정복 시발점이 된 호라즘(지금의 이슬람권) 전쟁 당시의 이야기다. 몇 달에 걸쳐 아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이동하느라 지친 부하들이 낯선 기후와 토양, 적은 숫자의 군대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 때 칭기즈칸은 우호적이던 아라비아 상인들을 통해 ‘항복하면 무사하지만 저항하면 무자비하게 도륙당한다’는 공포심을 군대에 앞서 먼저 보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부하들에게 알리며 ‘이미 적들은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졌다’는 말로 자신감을 회복시켰다. 결국 탁월한 심리 전략으로 싸우기도 전에 승기를 잡은 칭키즈칸은 손쉽게 호라즘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포수의 심리 활용 능력은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뛰어난 포수와 그렇지 못한 포수는 경험과 학습량에서 판가름된다. 국내 프로야구의 경우 포수는 한 팀에 보통 20여 명이나 되는 투수 모두의 강약점, 투구성향과 성격까지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이나 상대 팀 타자, 심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충분한 학습이 있어야 실전에서 적절한 심리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부하들의 심리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평소 끊임없는 관심과 이해 노력 등 많은 학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알 필요가 있다.   
 
묵묵한 이타주의자 
 
포수는 야구에서 가장 힘들고 고단한 포지션이다. 다른 선수와 달리 유일하게 쪼그려 앉아경기를 한다. 그것도 얼굴에 두꺼운 마스크를 쓰고 4kg이 넘는 보호 장구를 몸에 두른 채로 일어섰다 앉기를 수백 번씩 반복한다. 포수라면 무릎 관절에 이상이 오는 것을 숙명으로 여길 정도다. 평균 4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경기에 더운 여름철이면 보호 장구 속에서 한증막을 체험하기 일쑤다. 공격과 수비가 전환될 때면 남들보다 더 빨리 뛰어들어와 장비를 입거나 벗어야 한다. 투수와 달리 휴식을 위한 로테이션도 적용되지 않기에 주전 포수는 매 경기 투입되곤 한다. 홈으로 쇄도하는 상대팀 주자를 태그 아웃시키려면 온몸으로 저지해야 하며 이때가 부상의 위험도 가장 높다. 자동차보다도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공이 배트에 빗맞아 얼굴이나 몸으로 날아들기에 멍이 가실 날이 없다. 그러나 포수가 이런 처지에 불만을 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포수는 앞에 나서기 보다 언제나 뒤에서 없어서는 안될 기여를 하는 ‘그림자 리더십(Shadow Leadership)’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준다. 야구 경기에서 가장 많이 뛰는 선수가 포수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타자가 공을 치게 되면 포수는 반사적으로 마스크를 벗고 타자처럼 1루 뒤 쪽을 향해 뛴다. 1루 송구가 뒤로 빠질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타자가 친 공이 높이 뜨면 누가 잡아야 할지 큰 소리로 알려주고 번트 수비에서는 박차고 뛰어나가 스스로 공을 잡든지 아니면 어디로 던져야 할지를 지시한다. 훈련 시에도 투수의 공을 받아주는 것이 자신의 타격이나 수비 연습보다 더 중요시된다. 또한 여러 명의 투수를 위해 공을 받아주는 일은 자신의 기술만 연마하면 되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가장 힘들고 많이 뛰는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포수는 그 중요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역대 미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야구 선수 중 포수의 숫자가 꼴찌에서 두 번째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표 1> 참조). 미국 메이저리그의 올스타 포수 출신인 폴 로두카는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공을 던져야 할 지 대부분의 경우 투수와 포수는 생각이 일치한다. 그러나 혹시 생각이 다르더라도 투수가 원하는 공을 던지도록 해야 한다” 라고 말한다. 그 결과가 좋지 않게 되어 포수의 볼 배합 능력이 도마 위에 올라도 포수는 묵묵히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는 외롭고 힘든 자리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알아야 할 것과 챙겨야 할 것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다. 반대로 리더의 고민과 어려움을 진심으로 알아주는 이는 점점 줄어든다. 그러나 리더는 포수와 마찬가지로 힘든 역할에 불만을 품어서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조직에 대한 기여와 부하들의 성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보람을 느낄 때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
 
어머니 같은 편안한 품 
 
포수는 야구장의 ‘안방마님’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홈플레이트 뒤에서 경기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투수에게 가장 편안한 품을 제공하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포수는 투수가 강속구와 변화구를 가리지 않고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도록 아무리 까다롭게 날아드는 실투라도 몸을 던져 막아내야 한다. 위기에 몰린 투수가 심리적으로 흔들릴 때면 즉시 마운드에 올라 격려하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수도 있어야 한다.   
 
야구 전문가들에 따르면 볼 배합 능력보다 투수에게 편안함을 제공해 주는 능력이 포수의 핵심 역량이라 한다. 좋은 투구를 이끌어내는 ‘투수 리드’는 천재적 두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인성과 친화력으로 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상급 포수들은 서글서글한 성격과 인간적인 매력으로 동료들에게 인정받는다. 경기나 훈련 시간 이외 일상 생활에서도 포수는 투수와 거리감 없이 친해지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경기 당일 투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할 때 감독이 포수의 의견을 중시하는 것도 이런 ‘감(感)’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쿠바와의 결승전 당시 9회 역전 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있었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진갑용 포수의 의견에 따라 당초 계획과 달리 정대현 투수를 투입하였다고 한다. 결국 우리나라의 금메달 획득에는 포수의 감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세계적인 음악가 정명훈씨는 연주자들이 가장 편안해하는 지휘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연습 시간에는 한 음을 30분 이상 연주시킬 정도로 혹독하지만 실제 연주에서는 지휘대에 올라 지휘봉을 들어 올리기 전에 언제나 연주자들을 향해 애정이 듬뿍 담긴 부드러운 미소를 보낸다. 초긴장 상태에 있는 연주자들에게 시작에 앞서 편안함을 주기 위해서다.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히딩크 감독은 2002년 월드컵 폴란드와의 첫 경기 전날 밤에 선수들을 한 명씩 불렀다. 그간의 체력 측정 결과와 함께 ‘내가 지도했던 레알마드리드 선수들보다 너희들의 체력이 더 우수하다’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던 것이다. 당시 주장 홍명보 선수는 “네 차례의 월드컵 출전 가운데 가장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히딩크 감독은 선수에게 편안함을 주는 리더였다.  
 
편안함은 업무적 관계만으로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최고의 축구 감독으로 칭송받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 상태나 경기 감각은 물론 그라운드 밖에서의 사생활, 정신적인 자세 등에도 꼼꼼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머니가 어린 아이에게 가장 편안한 품이 될 수 있는 것은 아이의 모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편안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누구나 더 많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부하에게 편안함을 주려면 불안한 모습으로 실투성 공을 던지는 부하를 ‘온 몸으로 블로킹’ 해주는 노련한 포수와 같은 리더가 되어야 한다.  
 
준비된 리더 
 
올 한해 한·미·일 3국의 프로야구 감독들을 보면 유난히 포수 출신이 많다(<표 2> 참조).  국내 프로야구 우승을 차지한 조범현 감독이나 베이징 올림픽에서 국민들에게 금메달의 감동을 선사해 준 김경문 감독 모두 포수 출신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챔피언십 시리즈를 치른 4개 팀 가운데 무려 3개 팀 감독이 포수 출신이며 전체의 43%에 해당하는 13명의 감독이 포수 출신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꼽히며 통산 3,731승을 거둬 역대 최다승 1위에 올라 있는 카니 맥 역시 선수 시절 포수로 활약하였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포수 출신인 나시다 마사타카 감독이 이끄는 니혼햄 파이터스가 올해 퍼시픽리그에서 우승을 하였다.  
 
포수는 야구의 모든 포지션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관찰한다. 따라서 팀 전체를 이해하고 이끌어가는 감독 역할에 보다 유리하다. 올해 우승을 차지한 조범현 감독은 “포수 출신이라 자연스럽게 투수와 타자의 움직임을 동시에 파악하는 것이 경기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라고 말한다. 포수는 경기를 통해 게임 전체를 꿰뚫어 보는 감독의 시각을 평소에 자연스럽게 연마하는 것이다.  
 
리더십은 리더가 되고 나서 배워야 하는 역량이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전문성이 높고 업무에 탁월하던 사람이 리더가 되고 나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왕왕 있다.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을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역할이 달라지고 담당 범위가 넓어지는 것에 당황하는 것이다. 리더가 아닌데 어떻게 리더십을 미리 배울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면 포수에게서 힌트를 얻어야 한다. 포수는 다른 모든 포지션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가진다. 조직에서도 평소에 나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람과 업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경험해 보지 않았던 업무나 분야의 지식에 대한 필요성이 더 커지게 된다. 리더나 동료, 부하들과의 관계에서 리더십을 고민하는 포수와 같은 ‘준비된 리더’라면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남보다 한 발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다.  <끝>

2009년 12월 10일 목요일

◎2010년 국내경제 전망

LG경제연구원 '2010년 국내경제 전망'

2010년 우리경제는 수요회복과 기저효과에 힘입어 상반기에는 5.8%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저효과가 줄어드는 2010년 하반기 성장률은 3%대에 머물 것으로 보여 2010년 국내경제 성장률은 4.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에는 수출과 내수의 빠른 회복세가 완화되면서 경제성장의 속도가 전반적으로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리스크 요인이 잔존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경제의 회복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중국의 고성장이 우리 수출에 크게 기여하겠지만 원화강세가 지속되면서 수출의 상승세는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교역조건 개선에 따른 소득증대가 소비확대에 기여하고 설비투자도 2009년 크게 위축되었던 데 따른 반등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부문이 민간수요를 촉진하는 효과가 줄면서 내수회복의 힘도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근로 축소로 성장에 따른 고용창출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원화 환율은 2010년 평균 달러당 1,100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후반에 머물 전망이다. 2010년 4%대 중 후반의 성장을 달성하더라도 GDP 수준이 잠재GDP 수준을 밑돌아 경기과열 우려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금융위기 때의 긴급 조치들을 거둬들이되 급격한 금리인상 등의 출구전략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 목 차 > 
 
Ⅰ.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
Ⅱ. 국내경제 전망
Ⅲ. 맺음말
 
 
 
Ⅰ.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 
 
 
2009년은 세계 및 국내경제의 역사 속에서 의미 있는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리먼쇼크 이후의 금융시장 혼란과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은 상당한 기간의 경기불황을 예고하는 듯 했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각국의 금융안정화 대책과 재정확대정책에 힘입어 국내외 경제는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회복세로 돌아섰다. 국내경제의 입장에서 이번 경제위기는 우리나라가 그동안 경제규모가 상당히 커졌지만 여전히 세계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혹은 더욱 높아졌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세계경기의 변동에 대해 국내경제는 훨씬 더 큰 진폭으로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2010년에도 국내경기의 가장 중요한 결정요인은 세계 경제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시장, 불안요인 잔존 
 
글로벌 금융시장은 금융불안 해소, 위험기피현상 완화 등을 배경으로 신용경색이 풀리고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는 등 점차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시스템 불안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유효했던 만큼 2010년 중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리먼쇼크 시기처럼 급격하게 변동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 금융시장의 불안요인들이 남아 있어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이 말끔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불안요인들을 보면 우선 저금리와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낳을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들 수 있다. 국제적인 저금리와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맞물리면서 원자재 가격과 이머징 마켓 자산 가격의 버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제적인 저금리 기조가 바뀌거나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흐름이 변화될 경우 국제 자본의 흐름이 급변하면서 이머징 마켓의 금융시장과 달러화 환율이 요동을 칠 수 있다. 최근 불거진 두바이 사태에서 보듯이 잠재되어 있는 불안요인이 현재화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부실, 동유럽을 비롯한 과다 채무 국가들의 존재 등은 또 다른 글로벌 금융위기를 야기하지는 않더라도 금융기관의 손실 부담을 가중시켜 자금중개기능을 지연시킬 요인들이다.  
 
세계경제에 잠재되어 있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양적 완화 조치의 회수를 우선시하면서 금리인상을 되도록 늦추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디플레이션에 빠진 일본은 2010년에도 현행 0.1%의 금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미국과 유로 등은 경기회복세가 지속될 경우 2010년도 후반 경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기, 리스크 상존 속에 완만한 회복 
 
세계경제는 2009년 2분기부터 전기대비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된다. 각국 정부의 확장적 금융 및 재정정책에 힘입어 민간 수요의 위축 현상이 멈추고 세계 교역도 다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회복 추세는 2010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민간부문의 수요가 회복되겠지만 정부수요 축소로 회복은 완만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더욱이 금융시장에 남아 있는 리스크 요인들이 간헐적으로 불거지는 상황이 예상되고 있어 위험기피 성향이 크게 줄어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000년대 중반과 같이 경제주체들이 소비나 투자 등 수요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 보면 개도국이 세계경기를 주도하는 경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그림 1> 참조). 중국, 인도 등 거대개도국들이 상대적으로 고성장하면서 세계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이에 따라 아시아 공업국과 원자재 생산국의 경기가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그러나 가계부채 조정 문제가 세계 최대 수요국인 미국의 성장을 제약하면서 선진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저조한 성장에 머물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2010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3% 내외를 기록해 2000년대 초중반에 비해 낮은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과잉공급 압력이 남을 것으로 보여 공업제품 등의 물가는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도 상승기조를 보이겠지만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그림 2> 참조). 선진국으로부터의 수요확대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재고 등 공급능력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고 원유 선물시장에서의 투기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Ⅱ. 국내경제 전망 
 
 
2009년 상반기에는 수출이, 하반기에는 내수가 회복 주도 
 
리먼쇼크 이후 급격하게 둔화되었던 국내 실물경기는 2009년 초반 이후 회복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고환율에 따른 수출회복,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우리 경제는 2009년 2분기와 3분기에 연율 10% 이상 고성장했다. 세계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보더라도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세는 매우 빠른 수준이다. 금융위기로 대부분 국가가 심각한 침체를 겪었던 2009년 1분기 대비 3분기까지의 평균 성장률을 보면 우리나라는 싱가포르, 중국 다음으로 높은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3> 참조). 인도, ASEAN 등이 대부분 빠른 회복을 기록한 반면 미국, 유럽 등은 매우 완만한 회복에 그쳤다.
 
2009년 상반기 중에는 수출이 크게 늘면서 경기회복을 주도했다면 하반기 들어서는 수출회복 속도가 둔화되는 가운데 투자와 소비 등 내수부문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는 경기회복의 주요 요인들이 시차를 두고 실물경기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원화약세는 지난해 9월 이후 본격화된 바 있는데 이는 약 5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 수출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효과를 발생시켰다. 과거 외환위기 중에도 원화환율의 급등이 약 4개월 후에 우리나라의 점유율 확대로 이어진 점을 감안할 때 환율효과가 약 2분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2009년 3월 이후 원화환율이 다시 강세로 돌아서고 하반기에는 환율효과가 줄어들기 시작하여 수출의 빠른 반등 추세도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하반기 중에는 정부정책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내수를 회복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상반기에 집중된 바 있는데 정부지출의 효과가 1~2분기의 시차를 두고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할 때 3분기까지 고성장을 지속하는 데에는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가 컸다고 볼 수 있다.  
 
2010년 4.6% 성장 전망 
 
하반기 경기부양책 규모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할 때 연말부터는 경기의 상승추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 8월 이후 원화절상의 폭이 커지면서 이러한 경기회복의 속도 조절 현상은 2010년 초반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부터 성장세가 크게 위축되었던 기저효과 때문에 올해 말과 내년 초 전년동기비 성장률이 6%대의 높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지만 전기대비 성장의 속도는 크게 둔화될 것으로 판단해볼 수 있다(<그림 4> 참조). 급격한 경기 위축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미루어두었던 대기수요가 발생하면서 회복이 빠르게 이루어졌다면 이러한 대기수요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서 성장의 속도가 둔화되는 것은 예견할 수 있는 현상이다. 이와 같은 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면서 2010년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비해 성장의 활력이 서서히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2009년이 위기로부터 탈출하는 과정에서 수요부문의 회복이 빠르게 이루어졌다면 2010년은 수출과 내수의 성장활력이 낮아지면서 성장의 속도가 전반적으로 완만할 것으로 판단된다. 수출의 경우 세계경기가 회복되는 가운데 지역별로는 우리나라 최대교역국인 중국의 고성장이, 상품별로는 2009년 위축되었던 내구재와 장치산업 수요 회복이 우리에게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전체 세계경제의 성장 속도가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낮아질 것이라는 점과 원화 강세 지속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 효과 등으로 수출의 전기대비 증가속도는 2009년에 비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의 경우에는 교역조건 개선에 따른 실질국민 소득의 증가가 소비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설비투자도 2009년 크게 위축되었던 데 따른 반등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부양규모가 정체되거나 줄어들면서 민간수요를 촉진하는 효과가 크게 줄어들어 내수 상승 속도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특히 정부부문의 직접적인 고용증진책 규모가 줄어들면서 고용사정은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국내 경제성장률은 4.6%를 기록할 전망이다. 최근 잠재성장률이 4% 내외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할 때 높은 성장률이라고 생각될 수 있으나 여기에는 2009년 상반기 GDP가 크게 둔화된 데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이다. 기저효과가 배제된 2010년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3%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득 개선에 따른 소비회복, 가계부채는 제약 요인 
 
수요부문별로 보면 소비는 2010년 중 4% 내외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00년대 위기 이전까지의 평균 소비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소비회복의 가장 큰 요인은 실질 국민소득의 개선이다(<그림 5> 참조). 2000년대 수출단가 하락으로 생산이 늘어나는 데 비해 소득이 그만큼 늘지 못하면서 실질 국민소득(GNI)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평균적으로 1%p 가량 하회하는 현상이 지속된 바 있다. 위기 이후 IT 등 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과잉공급 현상이 해소되고 이에 따라  그동안 지속되었던 우리나라 수출단가 하락현상이 크게 완화되고 있다. 2009년 2분기 이후 실질국민소득 증가율이 성장률을 상회했는데 2010년 중에도 이러한 추세가 어느 정도 이어지면서 소비여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원화의 강세가 지속되면서 수출부문에서 내수부문으로 소득을 분배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원화강세는 소비자물가 하락압력으로 작용함으로써 가계부문의 실질구매력을 높여줄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통한 민간소비 진작효과는 2010년 중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내구재 구입에 대한 세제지원, 공공근로를 통한 민간소득 지원 등이 소비를 회복시키는 힘으로 작용했으나 2010년에는 이러한 혜택이 줄어들 것이다. 2010년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가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부문이 소비에 미치는 기여도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높은 가계부채 수준도 향후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개인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5배에 달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2009년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금리하락으로 가계부채 비중이 높아졌으나, 내년 금리가 상승하면서 부채 상환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이에 따라 가계부채의 조정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계 부채의 85%를 차지하는 소득 3분위 이상 가구의 경우, 부채상환부담 증가로 부채가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한국은행, “가계부채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 2009. 9 참조). 최근 취업자수 증가 역시 예년 대비 소폭 증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고용시장의 회복이 빠르지 않다는 점도 민간소비 회복을 제약할 것이다.
 
설비투자의 높은 성장은 기저효과에 따른 것 
 
2009년 1분기 전년동기대비 -23.5%나 급감하였던 설비투자는 3분기 -8.7%로 감소 추세가 크게 둔화되었다. 최근 3개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78.4%로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산업생산도 늘면서 제조업의 설비투자 조정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그림 6> 참조). 기업들의 설비투자 여력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재무구조 조정으로 부채비율이 크게 낮아져 있는 상황이고 2009년 세계경제의 위기상황에서도 기업들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전체 설비투자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IT 산업 부문은 경영실적이 크게 호전된 상황이다.  
 
다만 설비투자가 2009년 축소된 것 이상으로 증가하는 V자형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평균적인 성장 능력은 1%p 이상 떨어진 것으로 판단되고 있으며 과잉설비 문제도 아직 해소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2010년 중에도 아직 해소되지 못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교란요인들이 간헐적으로 대두되면서 기업들의 투자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2010년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10% 가까운 수준에 이를 전망이지만 이는 2009년 줄어들었던 부분을 만회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GDP에서 설비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에도 9% 이하로 설비투자가 부진했다고 평가되는 2000년대 평균(9.6%)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그림 7> 참조).  
 
산업별 설비투자의 차별화 현상도 심화될 것이다. 한계기업의 탈락 등으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되는 전자부품 등 부문에서는 국내기업들이 비교적 높은 투자 증가를 계획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설비투자 계획 조사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부문에서 LCD 차세대라인, 반도체라인 증설이 계획되어있는 등 전기전자산업의 설비투자는 2009년 대비 17.8% 증가할 것으로 조사되었다. 자동차 산업도 신차라인 증설 및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통해 설비투자를 크게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세계적으로 공급능력의 과잉현상이 해소되지 않은 선박이나 금속 등의 경우 설비투자의 위축이 2010년 중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토목건설 둔화, 주택건설은 소폭 회복 
 
민간 주택건설이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재정지출 확대로 토목건설이 건설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2010년에는 토목건설의 성장률이 다소 둔화되고 주택건설이 소폭 회복되면서 전반적인 건설투자 증가율은 2%대의 낮은 수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그림 8> 참조).  
 
주택건설은 재개발, 재건축 사업,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부문 주택공급 등에 힘입어 2010년에는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재개발, 재건축 관련 규제완화로 3분기 건축건설 수주가 전년동기 대비 7.4% 증가한 바 있다. 2008년 기준 서울시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만 15만호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러한 수주회복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부문의 주택공급 역시 주택건설의 상승요인이다. 최근 발표된 1,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에는 2013년 까지 약 10만호가 공급될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그러나 주택건설의 회복은 상당부분 건설경기 진작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 의한 것으로 아직까지 국내 주택건설 경기의 장기침체를 가져왔던 수급불균형은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분양 주택이 정부의 대책 등으로 최근 빠르게 감소하였지만 여전히 12만호 이상 남아 있어 민간 주택건설의 회복이 빠르게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토목건설은 2010년 중에도 정부의 대형 투자사업을 중심으로 활기를 띨 전망이지만 2009년에 비해서는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둔화될 것이다. 재정지출 확대에 힘입어 토목건설수주는 2009년 3분기까지 전년대비 67.9% 증가하였으며, 4대강 살리기, 녹색교통망 구축, 30대 선도 프로젝트 등 대형투자사업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그러나 예산 측면에서 보면 2010년 토목건설이 2009년에 비해 크게 늘기 어려운 상황이다. SOC예산은 2009년 중 전년대비 30% 가량 늘었지만 2010년에는 오히려 1.6% 감소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토목건설은 공공부문이 대부분 차지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정부예산제약으로 크게 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기업의 SOC 투자 역시 2010년 예산 중 일부를 2009년 하반기에 조기집행한 바 있어 2010년 예산이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 이러한 예산 제약에 비추어 볼 때 계획대로 토목건설투자가 집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강세로 세계시장 점유율 둔화 예상 
 
지난해 말 급격히 축소되었던 수출은 2009년 들어 빠른 반등 추세를 보이면서 2009년 11월 현재 전년 대비 플러스 증가세를 회복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11월에 수출이 급락했던 데 따른 것으로 아직 우리 수출이 위기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한 11월의 수출액 규모는 약 320억달러 규모로 2008년의 월평균 수출액인 350억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원화환율 급등에 따른 이점에도 불구하고 세계경기의 침체폭이 아직은 크기 때문이다.
 
2010년 세계경제가 완만하게 성장하면서 우리 수출의 회복세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10년 중 9% 내외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중국에 대한 수출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중국의 경기진작책으로 내수용 전자제품 및 부품,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쓰이는 중간재 등에 대한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의 수출이 회복되면서 수출상품 제조에 쓰이는 중간재와 자본재에 대한 대중 수출 또한 회복될 전망이다.  
 
수출단가의 회복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예상되면서 이에 연동되어 있는 석유화학, 정제 제품군 등의 단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다. 또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문도 2009년 한계기업들의 생산조정 등으로 공급능력이 줄어들어 있는 상황이어서 수출가격의 강세가 2010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원화는 절상기조를 지속하면서 수출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2004년 이후에는 원화가치 변화와 우리 수출의 세계시장 점유율 간 역(逆)의 상관관계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그림 10> 참조). 주요국 통화에 대한 원화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실질실효환율은 2007년 이후 줄곧 하락세를 나타내었는데 같은 기간 우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시차를 두고 상승세를 나타내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원화가치가 더욱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2009년 5월 현재 우리 수출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2.7%까지 상승한 상태이다. 그러나 2010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120원으로 2009년에 비해 10% 이상 절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계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도 약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산업별로 보면 반도체와 LCD, 휴대폰 등 주력 IT제품군이 수요회복과 함께 해외 경쟁업체 대비 우월한 공급능력과 신제품 출시 능력으로 2010년에도 우리 수출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중국의 수요확대와 미국 등 선진국의 대기수요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2010년 중 초과공급이 예상되는 석유화학의 경우 수요회복보다 중동 물량 진입 등 세계적 공급 확대가 더욱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선박의 경우도 최근 글로벌 선사들의 재정 악화로 선박의 인도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수출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경상수지의 흑자기조는 2010년 중에도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흑자규모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내수회복과 원화강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2010년 중 수입증가율은 20%를 넘어설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침체와 고환율로 크게 줄어들었던 해외여행도 점차 재개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2009년 4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2010년에 200억달러 이내로 줄어들 것이다.
 
성장 대비 고용확대 저조할 전망  
 
2010년 경제성장률이 4%대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취업자수 증가는 15만명 내외를 기록하면서 성장 대비 고용창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 증가폭이 과거에 비해 제한적인 이유는 우선 정부정책에 따른 공공 부문의 취업자수 증가가 2010년 중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9년 취업자수가 크게 줄어들지 않은 것은 희망근로 등 정부의 고용안정 대책에 따른 측면이 크다(<그림 11> 참조). 희망근로 사업계획은 2009년 말 모두 종료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2010년 중에도 정부의 고용안정 대책이 실행되겠지만 2009년보다는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급격한 경기위축 우려가 크지 않은 만큼 희망근로와 같은 일용직 형태의 고용부양책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 일자리의 민간 부문 보완 효과가 줄어드는 반면 민간의 자생적인 일자리 회복은 당분간 시일이 걸리면서 전체 취업자수 확대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기회복기 중에는 잠재적 불확실성에 대비해 생산성을 제고하면서 고용 증대는 가능하면 자제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향후 민간 부문에서 왕성한 일자리 확대보다는 최소한의 필요 인력을 확보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업 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력 약화도 전체 취업자수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서비스업은 그 동안 제조업 부문의 인력 이탈을 꾸준히 흡수해 왔으나 외환위기 이후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 자영업 비중이 높은 부문의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되면서 추가적으로 인력이 유입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번 위기 중에도 자영업자가 2009년 3분기에 36만명 가까이 줄어드는 등 이 부문의 고용 사정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그림 12> 참조).  
 
취업자수 증가가 크지 않아 실업률도 거의 변동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평균 실업률은 3.5%로 2009년 예상 3.6%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취업자가 늘어나는 만큼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면서 구직자가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다.
 
환율 하락, 디플레갭 상존으로 물가 2%대 안정 
 
2009년 주요 국가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원화약세로 물가상승률이 2%대 후반에 이르렀다. 2010년 중에는 원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서면서 우리나라의 물가가 안정될 여지가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 2010년 소비자물가는 비용 측면에서 환율 하락이, 수요 측면에서는 디플레이션 갭이 지속되면서 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2010년 중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은 유가 및 국제원자재 가격과 임금 등 비용 측면에서의 상승요인이다. 임금상승률은 2009년 상반기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크게 위축되었으나 2010년에는 명목GDP 성장률이 7%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임금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09년 하반기 기업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된 점을 감안할 때 기업들의 임금 지급 여력도 호전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임금상승은 공산품 가격 및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자물가에 파급되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는 2009년 대비 34.6%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소비자물가를 1.4%p 높이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그림 13> 참조). 다만 원화가치가 2010년 중 2009년 대비 10% 이상 절상되면서 물가상승 요인의 상당부분을 상쇄시켜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초과유동성으로 인하여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으나, 하반기 물가상승률의 둔화로 기대심리 역시 안정되고 있다. 올 초 4%대를 유지하던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11월 3.3%로 낮아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추이를 감안한다면 원자재가격 급등과 같은 비용 측 충격이 없는 한 2010년에는 인플레 기대심리가 크게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수요 측면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2, 3분기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실제GDP가 잠재GDP를 하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BOX 기사 참조). 2010년에도 수요가 공급을 하회하는 초과공급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 수요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지 않을 것이다. 2010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9년과 비슷한 2%대 후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금리 완만한 상승 예상 
 
2009년 국내금융시장은 2008년 말 발생한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채권시장의 위험 기피도를 나타내는 신용스프레드는 2008년 12월 4.38%p에 이르던 것이 2009년 6월 이후 1%p 내외로 크게 하락하였다. 금융부문의 불안요인으로 지목되던 국내은행의 연체율도 2009년 초 1.67%에서 2009년 10월 1.19%로 하락하였다.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정부 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통화스왑 체결로 외화유동성이 개선되어 대외 충격이 감소하였고 정책금리 인하,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은행자본확충 등으로 경제주체들의 채무부담이 경감되고 불안 심리도 잦아들었다.  
 
이러한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의 회복세를 바탕으로, 한국은행은 2010년 중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라앉고 국내 경기회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한국은행은 현행 2.0%인 정책금리를 연말까지 약 1%p 남짓 인상하여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개선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CD, 국고채 등의 시중금리가 정책금리 인상기대와 경기회복을 이미 반영하고 있어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추가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그림 15> 참조). 경기 회복에 따라 상대적으로 고위험 자산의 신용스프레드 역시 완만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어 이 역시 금융시장 개선의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2010년 중 국고채(3년 만기)의 수익률은 평균 4.9%, 회사채(AA-, 3년 만기)는 평균 5.9%로 예상된다. 그리고 BBB- 등급의 회사채는 경제여건의 개선 등에 따라 금리 수준이 점차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환율 1,100원 
 
2009년 2분기 이후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는 원화환율은 2010년에도 완만한 하향 안정 추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경상수지의 흑자기조가 이어지고 외국인투자자금 또한 포트폴리오투자를 중심으로 순유입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2009년 10월 현재 원화가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도 경상수지가 균형 수준이었던 기준 시점(2002년 7월)에 비해 약 10% 가량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향후 국내외 경제가 정상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원화가치가 좀더 상승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다만 원화의 절상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수출상품에 대한 세계수요는 2009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회복되는 흐름을 나타내겠지만, 원화약세의 수출증대 효과가 이미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데다 국제유가 또한 2009년 초에 비해 크게 오른 배럴당 80달러 중반 수준을 나타냄으로써 경상수지 개선 폭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에는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국가간 격차도 확대될 것으로 보여, 국내 주식시장 이외에 채권시장을 통한 외국인투자자금의 유입이 지속될 전망이다. 국제금융시장의 안정과 함께 신흥경제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 또한 중장기적인 순유입 추세로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2010년 유입 규모가 전년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나기는 어려울 듯하다. 금융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향후에도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상당기간 잠복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도입했던 강력한 금융완화정책의 정상화 과정이 2010년 중에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어, 현재 나타나고 있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 같은 신흥경제권으로의 일방적인 자금흐름의 지속을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원/달러 환율의 등락에 큰 영향을 미쳤던 달러가치에 대한 하락압력이 2010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9 회계연도 기준으로 1조4천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미국의 막대한 연방재정적자가 2010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오바마 정부가 추진 중인 연방재정 건전화 작업의 성패는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국제거래에 있어서나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달러화 및 미 국채에 대한 부분적인 회피 현상도 우려된다. 다만 미국 상업용 부동산 문제나 몇몇 나라들의 과도한 대외 및 정부부채 같은 불안요인들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당분간은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운 데다, 향후 미국이 유럽이나 일본 등 다른 주요 선진국보다 먼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달러 가치의 추이는 등락을 거치면서 아주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요인들을 감안할 때 2010년 원화 환율은 2009년 하반기보다 낮은 달러당 1,100원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의 지위에 대한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고 달러 가치의 하락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는 경우,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0원대 초반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엔 환율은 2010년 원화 강세와 함께 금융위기 이후 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엔화가 약세로 전환되면서 하락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당분간 일본의 해외투자가 크게 활성화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일본과 해외의 금리차가 확대되고 특히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엔화 조달로 대체될 경우, 엔화 약세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평균 100엔당 1,300원 중반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원/엔 환율이 2010년에는 1,100원대로 하락함으로써 우리 수출산업에 있어 대일 가격경쟁력의 잠식이 예상된다.  
 
 
Ⅲ. 맺음말 
 
 
2010년 국내 경제성장률은 4%대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09년초 경기가 크게 침체되었던 기저효과를 제외할 때 성장의 속도는 4%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0년 중에도 경기가 과열되어 인플레이션이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미이다.  
 
경기의 상하향 리스크를 고려해볼 때 경기부양책 등으로 경기가 과열되어 버블이 발생할 리스크보다는 민간수요가 회복되지 못하고 수출증가세도 가속되지 못해 경기가 재추락할 리스크가 훨씬 큰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부양효과로 경기회복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민간부문의 자생적 수요확대는 아직 미진하기 때문이다. 2010년 중에도 총수요가 잠재GDP에 미치지 못하는 디플레이션 갭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물가상승 등 전반적인 과열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부양에 따른 과열우려가 크지 않은 만큼 출구전략을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2010년에도 금융완화와 재정확대 등 경기확장 기조는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부채 누적이 우려되고 있으나 경기정책의 기조는 경기의 안정적인 상승세 지속 여부와 물가압력 지표를 바탕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며 재정적자 문제는 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통화 완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기술적 금리인상이라 하더라도 원화가치 등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주요 선진국과의 정책공조 하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점차 미루어지는 가운데 국내 금리 인상을 조기에 실시할 경우 투기자본의 유출입으로 외환시장의 불안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또한 금리 인상 과정에서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대부분이 변동금리에 연동되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금리 인상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빠를 수 있는 반면, 그 만큼 경제주체의 이자부담이 급속도로 늘어날 우려도 있다. 따라서 통화당국은 경제주체의 이자지급능력을 감안하여, 경기회복 국면을 충분히 확인하면서 금리 인상을 꾀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가격 상승에 대한 대책은 금리정책보다는 미시적인 금융정책을 이용하고 수도권 지역의 주택공급 확대 등 공급 측면에서의 대책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 역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자금조달의 차입금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에게 있어, 최근의 보증한도 확대와 대출 만기연장 조치는 자금사정 개선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따라서 이 조치들이 급격히 정상화될 경우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악화될 우려가 있어, 상시적인 구조조정은 지속하되 그 시기와 속도에 대해서는 충분한 숙고가 요구된다.  
 
2010년도 수출 경쟁력 악화의 가장 큰 요인은 원화절상이다. 환율영향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가파른 원화절상은 수출과 기업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킬 요인이 될 수 있다.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하지만 원화가치의 절상속도가 가파를 경우 속도조절 차원의 스무딩 등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외국은행 지점과 본점간의 거래 규제는 힘들더라도 거래목적이나 거래량 등 정보제공 의무화 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환율 하락에 대한 일방적인 전망이 이루어지고 있음에 따라 작년 KIKO 사태와 같은 유사한 사례가 재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투자 및 고용 지원 등 민간부문에서 수요활력 회복을 위한 제반 정책들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2000년대 소비, 투자 등 우리나라 내수의 장기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일시적인 정책보다는 수요확대를 항구적으로 촉진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R&D 투자세액 공제 등 투자에 대한 지원을 유지하고 최근 논의되고 있는 일자리 창출에 대한 세액공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이슈이지만 양적 확대에 치우쳐서는 안될 것이며 일자리의 질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희망 근로 등 급격한 경기침체에 대비한 고용정책을 장기간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R&D 분야 등 고용흡수력이 높은 부문에 대한 인프라 및 인센티브 확대, 서비스 부문에서의 수요창출에 대한 지원 등을 통해 장기적인 고용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끝>

◎애플이 TV 산업에 진입한다면

LG경제연구원 '애플이 TV 산업에 진입한다면'

다른 IT 기기들과 마찬가지로 TV 산업에 있어서도 컨텐트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컨텐츠 서비스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애플과 같은 기업들의 TV 산업 진입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MP3와 휴대폰에서 성공한 애플의 TV 산업 진출은 기존 기업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출혈 경쟁이 심한 현재의 TV 산업이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 촉진, TV 생산의 EMS 인프라 확대, TV에 대한 소비자들의 근본적 인식 변화 등을 통해 TV 산업의 경쟁이 포지티브섬 게임으로 바뀔 수 있다. 컨텐츠와의 연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해질 미래 TV 산업에서는 개방형 컨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디스플레이 기술을 지속적으로 차별화하며 소비자 감동을 위한 유통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 목 차 > 
 
Ⅰ. 애플이 TV 산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
Ⅱ. 애플이 TV 산업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
Ⅲ. 시사점
 
 
지난 8월 시장조사기관인 파이퍼 제프리(Piper Jaffray)의 한 애널리스트가 애플이 TV 산업에 새롭게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였다. 애플이 2011년에 음악, 영화 뿐만 아니라 게임 및 각종 동영상 등의 구현이 가능한 첨단 엔터테인먼트 TV를 자체브랜드로 출시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 후 ‘애플이 출혈 경쟁이 심한 TV 산업에 들어올까? 들어온다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들어갈까? 아이팟(iPod), 아이폰(iPhone)과의 연계성은 어떻게 될까?’ 등에 대한 많은 의견들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애플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애플은 이미 이러한 기능을 할 수 있는 기기를 팔고 있는데 도대체 뭐가 이슈일까?’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애플은 이미 2007년에 ‘애플TV’라는 것을 출시하여 TV 산업에 일부분 발을 담그고 있다. 애플TV는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아이튠스(iTunes) 서비스와 연계하여 음악, 영화, 게임 및 웹(Web) 상의 각종 콘텐츠를 저장하거나 재생하여 TV로 시청할 수 있게 해주는 편리한 기기이다. 애플이 TV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것은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있는 TV 수상기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에 출시된 애플TV는 디스플레이 화면을 가지고 있지 않은 셋탑박스 형태이다. LG나 삼성, 소니 등이 생산하고 있는 일반 TV가 아니다.  
 
현재 TV 산업은 많은 글로벌 기업과 로컬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고 전후방 산업들과의 교섭력이 약하여 수익성이 박하고 출혈 경쟁이 매우 심한 산업에 속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애플은 높은 투자 수익성(ROIC)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또한 기존에 출시된 애플TV로도 아이튠스나 앱스토어(App Store)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고 아이팟과 아이폰과의 연계 서비스 구현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기존의 애플TV에 만족하지 않고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있는 TV 수상기 산업에 굳이 뛰어든다는 루머가 자꾸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고에서는 애플이 TV 산업에 들어갈 가능성과 그 조건에 대해 살펴보고 미래 TV 산업의 Winning Points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Ⅰ. 애플이 TV 산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 
 
 
TV 산업의 경쟁 패러다임 변화 
 
요즘 TV 산업의 가장 큰 이슈는 LED TV이다. 사실 LED TV는 기존 LCD TV와 같은 것이며 단지 백라이트만을 형광램프(CCFL) 대신 발광다이오우드(LED)를 사용한 것이다. 현재 크게 유행하고 있는 에지형 백색 LED LCD TV는 사실 화질 및 성능 측면에서 고급형 CCFL LCD TV보다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높은 가격을 주고 LED TV를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디자인이다. LED를 사용함으로써 기존의 CCFL로는 달성할 수 없는 현격하게 얇은 TV를 만들 수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LCD TV는 기존의 CRT 기술로 구현할 수 없었던 박형 TV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CRT TV를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했다. 당시 LCD TV의 가장 큰 이슈는 대형화였다. 30인치 이상의 TV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핵심 경쟁력이었고 LCD 패널 기술을 선도했던 일본 기업인 샤프(Sharp)가 시장을 지배하였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LCD TV 산업의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는 화질이었다. LCD TV는 CRT TV에 비해 화질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후발 주자였지만 이 분야에 기술적 강점 가지고 있는 소니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 중반 이후 LCD TV의 화질 차이가 기업간에 거의 비슷해지기 시작했고 경쟁패러다임은 기술에서 디자인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삼성은 ‘보르도’라는 차별화된 디자인의 LCD TV를 출시하면서 업계 선두로 올라섰다. 화질 수준이 일반 소비자가 느끼기에 거의 차이가 없어진 요즘에는 디자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되었고 초박형 에지형 LED TV는 화질의 열위에도 불구하고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그림 1> 참조).
 
그렇다면 디자인 이후에 나타날 중요한 경쟁패러다임은 무엇일까? OLED TV나 3D TV 등의 하드웨어적인 차별화도 중요하겠지만 PC나 휴대폰 등 다른 IT 기기에서 경험했듯이 컨텐츠 서비스도 매우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TV를 통해 다양한 컨테츠를 보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니즈는 매우 빠르게 커지고 있다. 아이팟과 아이폰을 통해 검증되었듯이 애플은 이 분야에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컨텐츠를 아주 쉽고 편리하게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TV 산업의 PC화 
 
얼마 전 소니가 LCD TV 생산 자회사인 소니 바하 캘리포니아의 지분 90%와 멕시코의 티파나 공장의 생산 관련 자산을 대만의 홍하이에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단편적으로 보면 경영실적이 어려운 소니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자산을 매각했나 보다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TV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건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전자통신 제품의 임가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쉽게 말하면 전자제품의 생산을 대신해주는 것을 EMS(Electronic Manufacturing System)라고 하는데 이러한 전문 EMS 기업들은 과거 PC산업의 생산 외주화 현상과 더불어 대만 및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였다. 노동 집약적인 성격의 PC 조립 공정은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브랜드 기업 입장에서는 직접 생산라인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외부 용역으로 생산 부문을 이전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으로 유리하였다. 더구나 이러한 현상이 보편화됨에 따라 EMS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급성장하였고 이는 브랜드 업체들이 생산을 외주화하는 것을 더 촉진하게 되었다. 그 후 EMS는 PC이외에도 MP3, 게임기, 휴대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대표적인 EMS 기업으로는 폭스콘(Foxconn)이란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는 대만의 ‘홍하이(Hon Hai)’를 들 수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율이 40%를 넘으며 2008년 매출은 590억 달러에 이른다(<그림 2> 참조). 한마디로 거대 생산 전문기업인 것이다. 델, HP 등의 PC뿐만 아니라 노키아, 모토로라의 휴대폰, 시스코와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통신 장비, 닌텐도와 소니의 게임기 등 최고 기업들의 최고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더구나 애플의 아이팟과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기업이 이제는 EMS의 영역을 TV 산업까지 본격적으로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LCD TV의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소니의 LCD TV 생산라인을 매입한 것이다.  
 
TV 산업의 EMS가 지금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LCD TV의 기술이 보편화됨에 따라 많은 업체들이 TV 산업에 뛰어들었고 경쟁이 빠르게 격화되면서 판가가 급락했다. 원가 압박이 점점 심해지면서 일부 선두 기업들이 생산을 아웃소싱(Outsourcing)하기 시작했고 아예 생산 자체를 모두 외부에 맡기고 브랜드 사업만을 하는 비지오(Vizio)와 같은 기업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TV 산업에 있어서는 주로 저가 제품 및 저급(Low Tier)용 제품들이 EMS를 통해 생산되어 왔다. 하지만 브랜드 기업들의 외주 생산 비중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EMS 기업들의 LCD TV 생산 기술 역량도 빠르게 빌드업(Buildup)될 것으로 예상된다. TV 산업이 생산과 브랜드가 완전히 분리되는 PC 산업처럼 될지 아닐지를 속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애플이 브랜드만으로 TV 사업을 하더라도 충분히 하드웨어적인 프리미엄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EMS 환경이 조성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새로운 성장의 기회 
 
쓰리스크린(Three Screens)은 최근 IT 업계의 큰 화두 중에 하나이다. 미국의 통신기업인 AT&T가 최초로 주창한 것으로 협의로는 사용자가 동일한 컨텐츠를 모바일 기기의 화면과 PC화면, 그리고 TV의 화면으로 언제 어디서나 끊김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의미하며 조금 더 광의의 개념으로는 유무선 통신과 방송 플랫폼의 컨버전스를 통한 통합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쓰리스크린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무선 통신상의 다양한 컨텐츠 및 방송, 영화 등 저작권이 있는 유용한 컨텐츠의 원활한 소싱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최종 접점이 되는 다양한 형태의 하드웨어 기기, 또 이 하드웨어 기기를 서로 연결하여 동기화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 및 단거리 무선 송수신 기술 등이 종합적으로 갖추어져야 한다. 애플은 이러한 쓰리스크린을 가장 잘 구현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다. 즉, 애플 입장에서 보면 쓰리스크린은 기존의 사업 역량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애플의 핵심 역량은 잘 알려져 있듯이 컨텐츠 서비스의 차별화를 통해 단말기의 차별화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아이튠스를 통해 아이팟의 차별화에 성공하였고 앱스토어를 통해 아이폰의 차별화에 성공하였다. 모바일 기기에서는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다음 애플이 새로운 성장의 축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쓰리스크린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PC와 TV가 될 가능성이 높다. PC는 애플의 근간이 되는 사업이다. 이와 관련해서 나오고 있는 신제품 루머 중 유력해 보이는 것에는 ‘맥 태블릿’이 있다. 7~10인치 정도 크기의 풀터치 스크린 화면을 갖는 일종의 넷북이다. 맥 태블릿은 기존의 아이팟과 아이폰의 컨텐츠 뿐만 아니라 기존 PC에서 다루던 대부분의 컨텐츠와 e-book 리더 및 고급 게임기의 컨텐츠 등도 수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으로는 누구든지 쉽게 TV를 생각할 수 있다. 방송 및 BD급 고해상도 영화 등의 컨텐츠를 담을 수 있는 TV는 애플이 쓰리스크린을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기임에 틀림없다.     
 
애플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또 하나의 핵심 역량은 막강한 소매(Retail) 판매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의 소매 판매망인 'Apple Retail Stores'는 '08년 기준으로 북미 주요 유통 채널 중 가전 매출로 4위를 기록하였다. 실제적으로 도산한 Circuit City를 제외하면 3위에 해당하며 매출 성장 속도도 가장 빠르다.  
 
특히 북미 전자 제품 유통 1위인 베스트바이(Best Buy)와 종합 유통 채널인 월마트(Walmart)는 LG, 삼성, 소니, 파나소닉 등 다양한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심지어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 가전까지)을 파는데 비해 애플의 리테일 스토어는 애플이 생산하는 소수 IT 제품만을 판다고 생각해 볼 때 실로 놀라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핵심 요지에 위치해 있는 애플의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 판매뿐만 아니라 애플의 혁신 기기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어서 마케팅 측면에서 더 큰 효과가 있다. 만약 쓰리스크린과 같이 컨텐츠 연계형 기기가 앞으로 전자 제품의 대세가 된다면 마케팅 및 영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에게 직접 경험하고 느껴보게 하는 것이다. 온라인 혹은 방송 광고로만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베스트바이와 월마트, 그리고 애플 스토어를 모두 가보신 분이라면 쓰리스크린을 소비자들이 쉽게 체험하고 감동하여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데는 애플의 리테일 스토어만한 곳이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Ⅱ. 애플이 TV 산업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 
 
 
제로섬 게임은 하지 않는다 
 
현재 TV 산업은 춘추전국시대이다. 일단 참여기업이 너무 많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과 최근 2위로 올라선 LG, 그리고 명예 회복을 노리며 와신상담(臥薪嘗膽)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또한 글로벌 경제 불황 이후 떠오르고 있는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한 중국 기업들과 저가 유통망을 통해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을 적극 공략하면서 급속이 성장하고 있는 퓨나이(Funai)나 비지오 등의 2nd Tier 로컬 기업들 또한 만만하지 않다.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TV 산업의 성장은 점점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그림 3> 참조). 현재 LCD TV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TV 산업은 매우 유망해 보인다. 하지만 사실 LCD TV의 빠른 성장은 CRT TV의 대체수요 때문이다. 2~3년 내에 CRT TV의 대체가 거의 끝날 것으로 보이며 그 이후에는 LCD TV의 성장 속도가 현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의 경쟁방식과 시장 성장 속도 하에서 TV 산업은 제로섬(Zero-sum)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애플이 이런 제로섬 게임 시장에 들어갈까? TV 시장은 애플이 성공했던 MP3와 휴대폰(특히, 스마트폰) 시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휴대폰과 MP3는 애플의 시장 진입시기에 충분히 빠른 성장을 하고 있었다. 또한 개인용 휴대기기이다. 선진국 시장에서는 개인용 기호품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하면서 1인당 1대 이상을 보유하기 시작했고 신흥국 시장에서는 보급율이 낮아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교체주기도 짧다. 2~3년에 한번씩 새로운 기기로 바꾼다. 반면 TV는 어떠한가? 일단 개인용 기기가 아니고 가족 기기이다. 즉, 한 가구당 1대가 일반적이다. 또한 보급된 지가 오래되어서 웬만한 가정들은 다 보유하고 있다. 교체주기도 길다.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 7년 이상이다. LCD TV가 나오면서 달라진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숫자상으로 TV의 성장율은 2000년 이후 더 감소하였다. 여기에 판매 가격을 고려하면 더 차이가 난다. 휴대폰은 신제품이 나오면 기존의 동급 제품이 처음 출시될 때의 가격과 비슷하게 유지된다. 반면 TV는 신제품의 출시 가격이 계속 낮아진다. 앞으로 이러한 경향이 조금은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디스플레이 패널에 대한 원가 의존도가 높은 이상 가격 경쟁은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다.
 
애플은 제로섬 게임 시장에 들어갈 생각이 없을 것이다. 아이팟도 그랬고 아이폰도 그랬다. 단순히 하드웨어 중심의 MP3 시장에 들어가서 기존 경쟁사의 고객을 뺏어오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아이튠즈라는 음악 서비스를 접목시킴으로써 MP3 산업을 제로섬 게임이 아닌 포지티브섬(Positive-sum) 게임으로 바꾸었다. 휴대폰 산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드웨어가 더 좋은 휴대폰을 만들어서 기존의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의 고객을 뺏어오는 것이 아니고 스마트폰에 앱스토어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연결함으로써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 창출을 해주면서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 애플이 현재 경쟁구도하의 TV 산업에 들어가는 것은 별로 메리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포지티브섬 게임의 준비가 부족하다 
 
현재 애플이 디스플레이가 붙어있는 TV를 만들 수 없어서 사업을 안 하는 것일까? 또는 컨텐츠 연결 서비스를 할 수 없어서 사업을 안 하는 것일까? 둘 다 아닌 듯 하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애플은 이미 애플TV라는 제품을 만들어서 PC상에 있는 각종 컨텐츠들을 TV화면으로 쉽게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튠스 서비스도 받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또한 PC용 모니터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TV 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 전후방에 대한 사업 경험 및 노하우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TV 산업을 본격적으로 하지 않는 이유는 포지티브섬 게임을 할 준비가 안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애플이 2007년 야심차게 출시했던 애플TV는 아이팟과 아이폰처럼 컨텐츠를 통해 하드웨어를 차별화하는 동일한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다. 근데 왜 애플TV는 잘 안 팔리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우선은 이름은 TV인데 화면이 없다는 것이다. 좋게 생각하면 화면 있는 TV를 다시 살 필요 없이 조그마한 박스(Box)만 간단히 연결하면 다양한 컨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애플TV를 사더라도 디스플레이 있는 TV를 또 사야 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애플TV를 셋톱 박스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지 TV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문제는 애플TV가 셋톱 박스는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셋톱 박스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방송을 전달하는 것이다. 애플TV는 방송을 전달하지 못한다. 물론 웹상에 떠도는 녹화 방송의 전송은 가능하나 실시간 방송을 볼 수는 없다. 애플TV가 있더라도 실시간 방송을 보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를 가진 TV 수상기와 케이블 TV (CATV) 혹은 인터넷 TV (IPTV)를 볼 수 있는 셋탑 박스를 더 구입해야만 한다. 아무리 다른 기능이 많더라도 전화가 안 되는 아이폰이나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아이팟을 상상해보라.  
 
LCD TV의 원가 구조는 휴대폰과는 매우 다르다(<그림 4> 참조). LCD TV의 원가는 LCD 패널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크다. 휴대폰용 LCD 패널을 생산하는 기업은 상당히 많으며 휴대폰 생산기업에 대해 낮은 교섭력을 갖는다. 반면 TV용 LCD 패널을 생산하는 기업의 수는 TV를 생산하는 기업들에 대비하여 상대적으로 작으며 교섭력이 높다. 특히 시장 지배력과 기술 측면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것은 국내 기업인 LG와 삼성이다. LG와 삼성은 TV 세트(Set) 산업에 있어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LCD TV와 그 핵심이 되는 LCD 패널을 수직 통합한 사업모델을 가져감으로써 시너지를 내고 있다. 최고의 교섭력을 가지고 있는 애플이라 하더라도 다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Ⅲ. 시사점 
 
 
앞에서 기술한 것처럼 애플 입장에서 보면 TV 산업은 매우 매력적인 사업임에는 틀림없으나 포지티브섬 게임을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들려오는 몇 가지 소식들은 애플이 TV 산업에도 포지티브섬 게임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한가지는 통방융합과 관련된 것이다. 애플이 아이튠스를 통해 내년 초에 월정액 30달러의 인터넷 TV방송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영화사나 방송국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영화사, 방송국 등 컨텐츠 업체들은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기존 광고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기에 분주하다고 한다. 이러한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는 CATV나 IPTV 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이블이나 통신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크겠지만 TV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클 수 있다. 애플TV의 가장 큰 결점이었던 실시간 방송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소식은 홍하이의 자회사인 이노룩스(Innolux)와 대만의 LCD 패널 생산 기업인 CMO가 합병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신문 기사에도 나오는 것처럼 LCD 패널 산업에도 큰 영향을 주겠지만 더 큰 영향을 TV 산업에 미칠 수 있다. 이노룩스는 주로 모니터나 노트북용 LCD 패널을 생산하는 조그만 회사이지만 CMO는 TV용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시장 점유율 세계 4위의 회사이다. 소니의 LCD TV 생산 공장을 인수할 예정인 최고의 EMS 기업, 홍하이가 LCD TV의 핵심 부품인 LCD 패널까지 수직 계열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하이에게 대부분의 제품 생산을 맡기고 있는 애플에게는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미래 TV 산업의 Winning Points  
 
애플의 TV 산업 진출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휴대폰 산업에서도 그랬듯이 TV 산업에서도 TV의 용도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는 것처럼 애플이 추구하는 것은 당연히 컨텐츠 서비스가 차별화되는 TV일 것이다. 아이튠스와 앱스토어의 기존 컨텐츠는 물론이고 쓰리스크린, 실시간 화상 커뮤니케이션 (전화/회의/강의 등), 엔터테인먼트 클라우딩 서비스까지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있다. 미래의 TV는 방송?영화?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통합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기기를 넘어서서 Social Network Platform의 중심 기기가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① 폐쇄형 보다는 개방형 컨텐츠 서비스 
 
애플이 추구하는 컨텐츠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폐쇄성을 가지고 있다. 애플은 각종 컨텐츠 및 어플리케이션을 자사의 OS(Operating System)와 UI(User Interface)에 연결시켜야만 구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애플의 컨텐츠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애플의 하드웨어 기기를 반드시 사야만 한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아이팟과 아이폰의 성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컨텐츠가 다양해지고 소비자가 사용하는 하드웨어기기가 다양해질 경우 이러한 폐쇄형 비즈니스 모델이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애플이 모든 기기에서 최고 스펙의 제품과 최고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소비자들은 컨텐츠 서비스는 그대로 받으면서도 휴대폰은 아이폰은 쓰고 노트북은 소니의 바이오를, TV는 LG의 보더리스를 사고 싶을 수 있다.  
 
현재 TV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MP3와 휴대폰에서 겪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미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 다양한 컨텐츠도 확보하고 브로드밴드(Broadband) TV, 위젯 TV 등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애플이 추구하고 있는 전략을 흉내 내거나 모방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같은 폐쇄형 전략을 추구해서는 애플을 따라잡기가 어렵다. 반대로 개방형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에 반하는 많은 기업들이 있다. 구글, 마이크로 소프트 등의 소프트웨어 관련회사들, CATV나 IPTV 관련 케이블이나 통신사들, 더 나아가 광고 수익 및 저작권 보호에 고민하는 콘텐츠 업계들과의 개방형 협업 모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폐쇄형이 아니라 개방형이기 때문이다.
 
② 지속적 디스플레이 차별화  
 
TV 하드웨어의 핵심은 디스플레이이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TV에서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소비자들은 화면 없는 기기를 TV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컨텐츠 서비스가 아무리 차별화되더라도 디스플레이 화질이 확실히 차별화되는 TV라면 소비자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TV 산업에 있어서 3D, UHD (Ultra High-Definition), OLED 등의 새로운 디스플레이 개발은 시장을 선점하고 제품 리더십(Product Leadership)을 유지하는데 여전히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Key Factors of Success)중에 하나가 될 수 있다.  
 
③ 바이어보다 소비자 감동의 유통 
 
요즘은 온라인 유통이 대세이다. TV도 마찬가지이다. 웹 서핑을 해보면 각 기업별 제품의 기본 정보는 물론 성능 비교, 가격 비교까지 나온다. 인터넷 쇼핑몰 별로 어디가 싼지도 다 나온다. 한마디로 TV는 마치 일반 생필품처럼 유통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도 내외관 디자인과 엔진 및 기어의 성능, 판매 가격 등이 인터넷에 다 나오지만 자동차를 살 때 인터넷으로 사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자동차가 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팔리는 이유는 딜러에 따라 금액 네고(Nego)의 변동성이 매우 큰 것도 있지만 소비자가 실제 한번 시험 운전해 보면서 핸들의 움직임, 소음의 크기, 좌석의 불편함, 시야의 확보성 등을 종합적으로 체험한 후 구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컨텐츠 연계형 TV가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시작하면 애플 리테일 스토어와 같은 오프라인 유통망이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직접 체험(User Experience)이 중요한 구매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면 크기, 휘도, 해상도, 소비전력, 디스플레이 방식 등 하드웨어적인 차별성은 인터넷에 쉽게 나온다. 그것도 숫자로 명확하게. 하지만 쓰리스크린이나 화상 회의의 유용성, 인터랙티브 컨텐츠 사용을 위한 UI의 편리성이나 터치 패널의 감도 등은 직접 사용해 보지 않으면 소비자가 감동하기 어렵다.  
 
현재 TV 선두 기업들은 CES, IFA 등 국제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한다. 주요 바이어(Buyer)를 감동시키고 참관객들에게 좋은 어필을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를 직접 감동시키는 것이다. 베스트바이(Best Buy)나 월마트(Walmart)와 같은 기존의 전자제품 유통 채널과 방식만으로 경쟁사와 차별화된 소비자 감동을 줄 수 있을까?
 
MP3는 10년 된 산업이고 휴대폰은 20년 된 산업이며 TV는 50년 된 산업이다. 오래된 만큼 성장성도 낮고 수익성도 박하다. 애플이 TV 산업에 진출하는 것은 기존 기업들에게 위기이자 기회이다. 애플은 포지티브섬 게임을 하기 위해서 TV 산업에 들어오지 제로섬 게임을 하기 위해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소비자의, 소비자에 의한, 소비자를 위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끝>

2009년 12월 6일 일요일

◎내년도 재정정책, 경기긴축적

LG경제연구원 '내년도 재정정책, 경기긴축적'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적자재정이 편성되었지만 재정충격지수로 본 2010년 예산안의 정책기조는 올해 본예산 및 추경예산 대비 모두 경기긴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한해 동안 재정정책에는 유례없는 글로벌 경기침체로부터의 조속한 회복이라는 비교적 뚜렷한 경기안정화 목표가 존재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과감한 추경 편성, 감세 조치 등을 통해 逆성장으로부터의 탈출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방향이 빠른 수출 회복세, 유리한 환율 여건, 저유가 등과 결합되면서 조기에 경제성장률을 제고시키는 발판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2010년에는 민간 부문의 자생력 회복 지원과 금번 위기로 크게 악화된 재정건전성의 중장기적 확보라는 모순적인 목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재정정책 운용 환경이 올해보다 더 까다롭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고민이 담겨있는 2010년 정부 예산안이 지난 9월 국무회의의 심의와 의결을 거친 후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이다(<그림 1> 참조).
 
일단 재정건전성 문제를 논의에서 제외한다면 2010년 정부예산안을 평가할 때 첫 번째 이슈는 경기팽창적인지, 아니면 긴축적인지 여부일 것이다. 세계 각국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용불안, 가계부실 등 경기회복세를 제약하는 불안요인들이 아직 산재해 있다. 우리나라 또한 민간 부문의 고용부진, 원화 강세전환에 따른 수출둔화 가능성 등으로 내년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내년 중에도 요구되는 가운데 예산안의 기조가 필요 이상으로 확장적이거나 긴축적이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재정수지 적자폭은 감소 
 
재정정책의 목표는 다양하고 복잡하여 그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 어렵지만 경기안정화 기능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재정수지, 재정기조 지표 등을 활용해 경기확장, 긴축 여부를 판단해볼 수 있다. 먼저 재정수지를 통해 2010년 예산안의 기조를 파악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통합재정수지보다는 관리대상 재정수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통합재정수지는 당해연도의 순수한 수입에서 순수한 지출을 차감하기 때문에 재정수지 적자 보전을 위한 보전수입 또는 흑자 처분을 위한 원금상환 등이 제외된다. 그러므로 재정 건전성을 판단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여기에 정부가 미래에 지급해야 하는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의 흑자가 포함되어 있어 연금 적립기에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흑자(적자) 규모가 과대(과소)평가된다는 단점이 있다. 관리대상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 흑자를 차감하므로 당장의 재정기조를 파악하는데 보다 더 적합하다.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관리대상수지 적자 규모는 32조원(명목GDP 대비 -2.9%)으로 올해 본예산(-24.8조원, -2.4%)보다는 더 팽창적으로 편성되었으나 추경예산(-51조원, -4.9%)보다는 적자 규모가 줄어들었다. 재정수지가 균형일 때와 2010년 예산안을 비교한다면 경기부양 효과가 있는 것이지만, 지난 해의 추경 대비 진작 효과보다는 줄어드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그림 2> 참조).  
 
재정충격지수로 본 재정기조 긴축적 
 
재정정책 기조를 판단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재정기조 지표를 활용할 수도 있다. 재정수입과 지출 중에는 경기가 등락함에 따라 자동으로 늘거나 줄어드는 부분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경기가 하강하면 개인 소득의 감소나 기업 실적 악화로 정부의 재정수입인 소득세, 법인세가 줄어드는 반면 실업자수가 증가하고 사회취약계층이 확대되면서 실업급여와 같은 각종 사회보장지출이 늘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의도적으로 재정수입을 줄이거나 지출을 늘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적자재정이 편성되려는 경향이 발생한다. 경기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물론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처럼 경기변동에 따라 세수나 지출이 자동으로 변화하면서 경기 진폭을 완화시켜 주는 것을 자동안정화장치라고 한다(<그림 3> 참조). 따라서 적자재정이 편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경기변동에 따른 결과인지, 아니면 정부가 의도적으로 경기부양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출을 늘리거나 수입을 줄인 재량적 정책의 결과인지 식별하기 어렵다.  
 
실제로 자동안정화장치가 얼마나 경기변동에 잘 대응했는지를 간단히 계산해본 결과, 1990년대에는 자동안정화장치의 명목GDP갭 대비 비율이 -10.0%였으나 2000년대에는 -14.4%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즉 2000년대에는 GDP갭이 1만큼 발생했을 때 자동안정화 장치에 따른 정부부문의 수요가 -0.14만큼 떨어져 그만큼 경기의 진폭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사회보장제도 등이 확충됨에 따라 재정정책의 자동안정화기능이 제고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개발한 재정충격지수(Fiscal Impulse Indicator)는 이러한 자동안정화장치 작동에 따른 경기순환적인 재정수지 증감을 제거함으로써 정부가 의도한, 즉 ‘재량적인’ 정책의 기조가 어떠한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지표 중 하나이다(<박스기사> 참조). 이 재정충격지수를 활용하여 정부정책의 재량적 기조를 평가해보면, 2009년의 본예산은 2008년에 비해 1.5로 팽창적이었으며 추경예산은 경제위기에 대응한 정부의 과감한 재정지출 확대로 3.0을 기록,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었다. 즉 2008년에 비해 늘어난 2009년 추경예산의 재량적 재정수지 규모가 명목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이르렀다는 의미이다. 반면 2010년의 예산안은 올해 추경예산 대비 -1.6, 본예산 대비 -0.3으로 추경뿐 아니라 본예산과 비교했을 경우에도 경기긴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표 1> 참조).  
 
이처럼 2010년 예산안의 기조가 긴축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경제위기 과정에서 크게 증가했던 지출 규모를 정상화시키고 세입 등 총수입 증대를 통해 재정건전화도 함께 고려하려는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만일 올해 추경 대비 경기확장적 효과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최소 18조원 이상, 본예산 대비로는 3조원 이상에 달하는 재원이 더 소요되어야만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재량적 지출의 성장기여도 마이너스 
 
내년도 정부지출의 규모가 2009년 추경예산에 비해 줄어들 뿐 아니라 재량적 관점에서의 재정수지 증가분 또한 마이너스로 돌아서기 때문에 2010년 재정의 성장기여도는 음(-)이 될 전망이다. 재량적 재정지출이 성장률을 얼마나 제고하는지, 혹은 떨어뜨리는지는 정부지출과 수입, GDP로 구성된 벡터자기회귀모형(VAR, Vector Autoregressive Model)을 추정한 후 재정지출 1%p 증가에 따른 GDP의 충격반응함수(Impulse Response Function)를 구해봄으로써 확인할 수 있다(<그림 4> 참조). 그 결과 2009년의 본예산과 추경예산에 따른 재량적 지출 증가분이 성장률을 각각 0.80%p, 1.46%p만큼 늘린 반면, 2010년 예산안에 따른 재량적 지출 증가분은 2009년 본예산 대비로는 -0.27%p, 추경 대비로는 -0.93%p씩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분석되었다(<표 2> 참조).  
 
세계경제 상승세와 우리 민간부문의 회복 추이 유심히 살펴야 
 
2010년 재정운용 목표에는 성급한 긴축정책으로의 선회보다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지속하겠다는 내용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2013년 이후 균형재정 달성을 함께 고민하려는 의지 또한 엿보인다. 어떤 의미에서는 적자 기조로 예산안을 편성하면서도 경기 침체로 인해 발생하는 재정 악화 요인을 감안하여 재정의 출구전략을 일정 부분 반영시키기 시작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재정충격지수로 판단한 내년도 예산안은 그렇게 경기확장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긴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재량적 재정정책의 국민소득 제고 효과도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세수가 증가하고 재정건전화가 진행되면 다행이겠지만 내년도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더뎌지고 우리 경제에서 정부정책의 효과가 민간부문으로 완연히 이전되지 않는다면 추경 예산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