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0일 금요일

◎게임이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게임이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

게임이라고 하면 게임 중독이 쉽게 연상되는 것처럼, 게임은 과몰입 되기 쉬운 콘텐츠이다. 그만큼 게임이 주는 재미의 강도가 타 콘텐츠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게임의 재미 요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게임에 건강, 지식, 홍보 등의 다양한 기능적 요소를 결합함으로써 재미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 유용한 가치까지 제공하는 기능성 게임이다. 최근에는 게임이 독립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하나의 구성 요소로 일반 어플리케이션에 융합됨으로써, 기능성 게임의 수준을 넘어 게임의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단순히 놀이로 활용되던 게임이 스마트 기기의 확산 추세와 맞물려 점차 우리의 일상 생활에도 도움이 되는 요소로 거듭나고 있다. 마치 IT가 세상 전반에 융합되면서 세상을 효율적으로 바꾸어 놓았던 것처럼, 게임도 일상 생활의 많은 부분에 융합되어 들어옴으로써 인간의 스트레스를 줄이며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 목 차 > 
 
Ⅰ.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4가지 요소
Ⅱ. 게임의 재발견, 기능성 게임
Ⅲ. 스마트 시대, 게임화되는 세상
 
 

30대 중반의 직장인 K씨, 알람 소리에 간신히 눈을 뜨니 아침 7시, 피곤함을 간신히 참으며 집을 나선다. 지하철을 타서 회사 승진에 필요한 영어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이어폰을 꼽아보지만,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이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출근하니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이 지겨워서 결국 대강 처리하고 만다. 퇴근 후에는 최근 늘어난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운동하기로 결심했었지만, 어제도, 오늘도 피곤해서 그냥 잠자리에 들고 만다.

이렇게 돈은 벌어야 하지만 일은 하기 싫고, 성적은 올려야 하지만 공부는 하기 싫고, 다이어트는 해야 하지만 운동은 하기 싫은 것이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물론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즐겁게 일하고 공부하고 운동할 수 있다면 스트레스는 낮추면서도 생산성은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감정적으로 힘들고 귀찮게 느껴지는 일을 단순히 마인드컨트롤 만으로 즐겁게 느껴지도록 만들기는 어렵다.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가 그의 저서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유희하는 인간이라는 뜻)에서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놀이’라는 동기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듯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몰입하고 즐기는 과정에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려면 반드시 ‘재미있는 요소’가 추가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요소에 가장 적합한 후보는 재미와 몰입의 강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되는 ‘게임’일 것이다.
 

Ⅰ.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4가지 요소 
 

전세계 게임 시장은 이미 2008년 1,000억불을 넘어서 전세계 영화 시장보다 더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현재도 온라인, 모바일 게임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또한 게임은 SW 프로그래밍 기술과 시나리오, 그래픽, 영상, 음악 등이 결합되어 있는 종합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시장성뿐만 아니라 기술적,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은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게임은 유치하고 저급한 놀이, 중독자를 양산하는 콘텐츠, 심지어는 범죄와 사행성을 조장하는 부정적인 문화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임을 하다가 전교 1등에서 꼴찌로 성적이 추락한 중학생, 5일간 연속하여 게임을 하다가 사망한 30대,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살한 중학생 등 각종 사건 사고를 보면, 그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청소년의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 제도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을 보면, 게임이 운동, 독서, 영화/뮤지컬 관람 등 타 여가 활동에 비해 과몰입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관점을 전환하여 해석하자면, 과몰입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은 타 여가 활동에 비해 재미의 강도가 현저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자발적 행동을 유도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의 어떠한 특성이 타 여가 활동에 비해 더 큰 재미와 몰입을 가져오는 것일까?

게임이 사람들을 재미있게 하고 사람들을 게임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요소는 크게 가상 역할과의 자발적 상호작용, 목표에 대한 도전과 보상, 규칙에 따른 경쟁, 공평한 우연성의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가상 역할과의 자발적 상호작용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라는 점과 게임 속의 캐릭터를 현실의 사람이 자유롭게 제어하며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의 이러한 특성은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독서, 영화 및 음악 감상 등 여타의 여가 활동 보다 이용자가 게임에 쉽게 몰입될 수 있게 하며, 특히 게임을 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현실의 신체적, 경제적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실패에 대한 염려 없이 마음껏 게임을 즐기며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단, 사용자가 게임 속의 가상 공간과 캐릭터에 몰입하여 자발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가 필수적으로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2. 목표에 대한 도전과 보상 

게임이 갖고 있는 또 다른 특징은 목표가 주어져 있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보상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레이싱 게임의 경우 일정 시간 내에 트랙을 완주하는 목표가 있고, 롤플레잉 게임(RPG, Role Playing Game)의 경우 특정 몬스터를 사냥해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주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를 이용자가 달성하게 되면, 다음 단계에서 사용하게 될 콘텐츠, 희귀한 아이템 등이 각종 보상으로 뒤따르게 된다. 게임이 주는 이러한 보상은 이용자가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느꼈던 두려움, 긴장, 흥분의 깊이만큼 강한 희열을 경험하게 해 준다.

3. 규칙에 따른 경쟁 

게임을 더욱 재미있게 하는 요소는 혼자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규칙에 따라 컴퓨터 또는 타인과 경쟁을 하면서 목표를 달성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경쟁심을 자극하게 되면, 경쟁이 없는 경우에 비하여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 우월감 등이 현저히 높아지게 된다. 온라인 게임이 단시간 내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혼자 보다는 더 많은 타인과, 더 다양한 타인과 경쟁하고, 그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게임이 효과적으로 충족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단, 경쟁의 재미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해진 규칙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레이싱 게임에서는 차량 속도, 레이싱 트랙 등이, 롤플레잉 게임에서는 직업별 공격력과 방어력, 데미지, 스킬 트리 등이,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는 자원, 병력의 생산 속도 등이 게임의 규칙에 해당되는데, 이러한 규칙을 어기고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행위, 즉 치팅(Cheating)을 할 경우에는 경쟁의 공정성을 해쳐 성취감과 같은 심리적 보상을 반감시킬뿐더러 함께 경쟁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심각한 불쾌감을 야기시키기 때문이다.

4. 공평한 우연성 

마지막으로 게임 전반에 걸쳐 깔리는 공평한 우연성도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요소이다. 물론 게임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공정하게 경쟁을 하고 보상을 받도록 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게임의 규칙과 보상에는 상식적인 수준의 불확실성이 가미되어 있다. 동일한 공격력의 캐릭터가 동일한 몬스터를 가격할 때, 100의 데미지를 줄 수도 150의 데미지를 줄 수도 있으며, 동일한 몬스터를 사냥했을 때, 매우 귀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도 흔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연성은 모든 사용자에게 동일한 확률로 적용되며, 사용자가 행운에 대한 기대 심리를 갖게 함으로써 게임에 효과적으로 몰입하도록 만들어 준다.

이러한 4가지의 요소가 게임 속에서 적재 적소에 배치되었을 때, 게임이 강력한 재미와 몰입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재미 요소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기능성 게임(Serious Game)이다.
 

Ⅱ. 게임의 재발견, 기능성 게임 
 

기능성 게임은 게임에 교육, 운동, 홍보 등 여러 기능적 요소를 결합시킴으로써 이용자가 몰입하여 즐기는 과정에서 단순한 재미 뿐만이 아니라 실질적 가치까지 함께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임이다. 이미 1970년대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군사용 게임과 교육용 게임의 개발이 추진되어 왔지만, 시장성이 낮아 한 동안 주목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수년 전 닌텐도 Wii와 DS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하여, 현재는 교육훈련용 게임, 건강관리용 게임, 체험홍보용 게임 등 다양한 용도의 기능성 게임들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1. 교육훈련용 게임 

군사용 게임이 기능성 게임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훈련은 게임과 결합하여 가장 크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이다. 현재 미 육군에서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실제 훈련을 ‘VBS2(Virtual Battle Space 2)’, ‘아메리카 아미(America’s Army)’와 같은 3D 게임으로 대체하고 있으며, 특히 이러한 훈련용 게임은 신병들이 다양한 작전 환경과 각종 무기 등을 단시간 내에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는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능성 게임은 학생 대상의 교육에도 효과적이어서, 원형, 사각형 등의 물체를 배치하여 공을 바구니에 넣으면서 자연스럽게 물리학 원리를 배우는 ‘Slinky Ball’, 3차원 구조로 된 혈관 내부를 탐험하며 박테리아를 퇴치하는 생물학 교육용 게임 ‘Immune Attack’, 온라인 한자 학습용 게임 ‘한자마루’, 영어 학습용 게임 ‘오디션 잉글리시’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교육용 게임이 개발되고 있다. 실제로 고등학교 한 학급을 대상으로 약 2주간 교육용 게임 기반의 영어 수업을 진행한 결과를 보면, 교육용 게임이 결합된 영어 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의사소통에서 +1.5점, 어휘 +4.3점, 읽기 +4.6점 등 모든 영역에서 수업 전에 비해 시험 점수가 향상되었지만, 교과서로만 수업을 진행한 학생들은 수업 전 성적이 비슷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이 -8.3점, 어휘 -7.3점, 읽기 -5점 등 모든 면에서 점수가 하락하였다. 이러한 실험 결과로부터 알 수 있듯이, 교육용 게임은 공부의 스트레스를 줄여줄 뿐만 아니라 자발적인 몰입을 통해 학습 효과를 높이는 효과도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업체에서도 기능성 게임의 교육 효과에 대해 인식하고 직무 교육에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호텔 체인인 힐튼은 ‘얼티미트 팀플레이’라는 교육용 게임을 통해 손님의 요청에 응대하는 방법을 효과적으로 교육시키고 있고, 아이스크림 업체인 콜드스톤은 적정량의 아이스크림을 덜어 콘에 담는 법과 같은 기본 업무 스킬을 교육시키는 데 게임을 활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IBM, 시스코, 에어버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과 국내의 하나은행 등 다양한 기업에서 게임을 직무 교육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직무 교육용 게임은 재미라는 동기 부여를 통해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때문에 단순한 정보 전달식의 교육에 비해 높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2. 건강관리용 게임 

기능성 게임 최초의 상업적 성공 사례로 익히 알려진 닌텐도의 Wii와 DS는 대표적인 건강관리용 게임이다. Wii 스포츠 게임은 사용자가 테니스, 탁구, 복싱 등의 실제 스포츠 경기와 똑같이 몸을 움직이도록 함으로써 게임을 즐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게 하였다. Wii가 운동과 같은 육체적인 건강관리에 중점을 두었다면,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 DS는 두뇌 트레이닝을 통한 지능 개발 및 치매 예방 등 정신적인 건강관리와 각종 교육용 게임에 중점을 두고 있다.

건강 관리를 넘어 실제 질병 관리 및 치료에 이용되는 의료용 게임도 상당수 존재하고 있는데, 호프랩(HopeLab)의 ‘Re-Mission’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게임은 소아종양학 의사, 세포생물학자, 심리학자와 소아청소년 암환자들까지 직접 참여하여 제작한 게임으로, 나노 로봇을 조종하여 환자 몸 속에 자라고 있는 암세포를 제거하는 미션을 통해서 소아청소년 암환자들이 치료 과정을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불안과 통증을 이겨내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로 미국의 13~29세의 암환자 375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Re-Mission’ 게임을 이용한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암 관련 지식과 치료 효과 등에 대해 70%이상 빠르게 습득하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했을 뿐만 아니라, 암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3배 이상 강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이 어린 암환자들의 경우, 특히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자세와 장기간의 치료를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Re-Mission’은 치료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3. 체험홍보용 게임 

최근에는 게임이 기업의 제품 또는 브랜드, 정부의 정책, NGO의 활동 등에 대한 홍보용으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그 동안의 기업, 정부, NGO 등의 홍보는 문자와 이미지 또는 동영상을 이용한 방식이 대부분이었으나, 이는 제품의 기능, 정부 정책의 정확한 의도, NGO의 상세한 활동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게임을 활용한다면 사용자가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것처럼, 사용자가 정부 정책의 실행자 또는 NGO의 일원이 된 것처럼, 현실에 가까운 체험을 함으로써 기업, 정부, NGO 등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왜곡 없이 전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정이 즐거운 상태에서 제품, 브랜드, 정부 정책, NGO 활동 등을 접하기 때문에 보다 더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도 있다. 특히, 기업에서 제품 또는 브랜드 홍보용으로 개발하는 게임은 애드버게임(Adver-game)이라는 별도 용어로 부를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 홍보용 게임은 자동차 회사들의 레이싱 게임이다. 폭스바겐이 골프(Golf), 시로코(Scirocco) 등의 속도, 코너링 등 주행 성능 뿐만 아니라 차량 내부의 일부도 경험할 수 있는 레이싱 게임 어플리케이션을 무료 배포하였고, 벤츠, BMW, 아우디, 닛산 등에서도 유사한 게임 어플리케이션을 배포하고 있다. 그 외에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L’Oreal)에서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인 ‘REVEAL’을 제작하여 로레알 그룹의 홍보에도 활용하는 한편, 신입 사원 및 인턴 지원자의 직무분야 적합도 평가 도구로 사용하는 등 인재 채용에도 활용하고 있다.

정부, NGO 및 각종 단체들은 게임 상에서 사용자가 실제 자신들의 활동에 참여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도록 함으로써,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이해를 향상시킴으로써 사용자들의 자연스러운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유엔 산하의 세계 식량 계획(WFP, World Food Program)에서 개발한 기능성 게임인 ‘푸드포스’(Food Force)는 헬기로 구호가 필요한 집단을 조사하고, 예산과 영양 균형을 감안해 구호 식량을 구성하며, 기부금을 모집하여 효율적으로 식량을 구입하고, 구호 물자를 배분하는 등 사용자가 세계 식량 계획의 활동을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세계 식량 계획은 구호 활동에 대한 사용자들의 관심을 유발시킴은 물론, 구호 활동에 대한 참여도 확대시킬 수 있었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미 육군의 ‘아메리카 아미’는 신병 훈련용 외에 홍보용으로도 적극 활용되었다. 신규 입대자가 점차 줄어드는 것이 고민이었던 미 육군은 2002년에 ‘아메리카 아미’를 제작하여 일반인 대상으로 배포하고, 미 육군의 훈련과 실전을 실감나게 체험하도록 하였다. 이 게임은 6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할 정도로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군대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시킴은 물론 신규 입대자 증가에 있어 과거 그 어떤 수단보다 높은 효과를 거두었다.

이와 같이 게임은 지난 수년간,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교육훈련, 건강관리, 체험홍보 등 다양한 실질적 가치까지 함께 제공함으로써 재미 요소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으며, 이러한 진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 기기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기능성 게임의 한계를 극복하며 다양한 실질적 가치를 제공하는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다.
 

Ⅲ. 스마트 시대, 게임화되는 세상 
 

불과 1년 전인 2009년 말을 돌아보면, 당시에는 스마트폰의 대중화조차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이 많았지만, 2010년을 마무리하는 현 시점에서는 이에 대해 반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스마트폰이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 이미 지난 11월 기준으로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약 13% 수준인 600만명을 넘어섰고,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 역시 전체의 13% 수준에 달하고 있으며, 미국, 유럽 등 일부 선진국들은 30~40%를 상회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외에도 태블릿PC, 스마트TV, 스마트카까지 다양한 스마트 기기가 등장하여 급속히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 기기가 널리 보급되어 누구나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스마트 시대는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고 할 수 있다.  

1. 기능성 게임의 한계를 넘는다 

스마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게임을 활용하여 실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방법에도 상당한 변화가 오고 있다. 물론 현재와 같은 모습의 기능성 게임도 그 자체로 높은 가치를 인정 받고 있지만, 게임이라는 독립적인 콘텐츠의 틀 안에 기능적 요소를 추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또한, 사용자들이 기능성 게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게임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게임기, 모션 인식 인터페이스 등과 같은 하드웨어도 함께 구매해야 하는데, 이러한 경제적인 부담은 장소적인 제약과 함께 지금까지 기능성 게임의 확산을 가로막는 주요한 한계점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스마트 기기의 등장은 이러한 기존 기능성 게임의 한계를 벗어나 게임의 가치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스마트 기기는 범용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어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설치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PC 또는 게임기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터치, 음성 인식, 모션 인식, 위치 인식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스마트 기기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게임을 위해 별도의 장비를 구매해야 하는 필요성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 태블릿PC와 같은 모바일 스마트 기기 및 이와 연계된 앱스토어 그리고 고속의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언제 어디서나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야외에서 조깅을 할 때도, 자동차 안에서도, 학교나 직장에서 분주하게 이동할 때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이 스마트 기기는 기존에 기능성 게임이 갖고 있던 경제적 부담, 이용 장소의 제약과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변화는 스마트 시대에 접어들면서 게임이 독립적인 콘텐츠의 틀을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 요소화되는 게임, 어플리케이션과의 융합 

기능성 게임은 게임에 교육, 운동, 홍보 등의 기능적 요소들을 추가함으로써 실질적 가치를 주는 방향, 즉 게임이 기능화되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 시대에는 게임이 독립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 즉 가상 역할과의 자발적 상호작용, 목표에 대한 도전과 보상, 규칙에 따른 경쟁, 공평한 우연성의 4가지 요소로 분해되어, 일반 어플리케이션에 융합되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루어 지고 있다.  

예를 들어, 달리기 게임을 개발한다고 할 때, 일반적인 게임이 손으로 조작하여 게임 화면 안의 캐릭터를 앞으로 달려가도록 만든다면, 기능성 게임은 실내에서 전자식 발판을 놓고 그 위에서 제자리 뛰기를 하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달리게 만든다. 그러나 스마트 시대에는 게임이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조깅 이력을 관리해주는 휘트니스 어플리케이션의 하나의 요소로 포함된다. 스마트폰을 들고 실제 야외에 나가서 조깅을 하면서 거리, 속도 또는 소모된 칼로리 등 일정한 규칙을 설정하고 친구들과 경쟁하는 형태의 게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위한 게임 역시, 기능성 게임이라면 게임을 즐기는 과정에서 에너지 절약하는 방법을 배우는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개발되겠지만, 스마트 시대에는 실제 사용되고 있는 스마트 가전의 소비 전력을 비교하여 절전 목표를 달성한 가정에게 보상으로 경품을 제공하거나, 실제 운행되는 스마트카의 연비를 동종의 타 차량들과 비교하여 상위 랭크 차량에게 연비 A+ 마크를 보상으로 제공하는 형태의 게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일부 PC 어플리케이션 또는 웹에서 게임 요소를 활용한 사례가 있었지만, PC의 인터페이스로는 게임 요소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제품 및 서비스 홍보, 경품 이벤트와 같은 부수적 용도로 활용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스마트 시대에 접어들면서, 애플 앱스토어에서만 30만개 이상의 어플리케이션이 등록되고 30억건 이상의 다운로드가 이루어질 정도로 어플리케이션의 이용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유형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이처럼 게임 요소가 융합될 수 있는 대상이 비약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게임이 요소화 되어 일반 어플리케이션에 융합되는 현상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포스퀘어(Foursquare)의 메이어(Mayer) 시스템과 뱃지(Badge) 시스템은 게임과 어플리케이션이 융합된 대표적 사례이다. 포스퀘어는 위치 기반 서비스(LBS)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결합된 서비스로 사용자가 작성한 메시지에 위치 정보를 결합하여 공유하는 서비스인데, 특히 주변 맛집의 맛있는 메뉴, 할인 혜택 등 일반적인 위치 기반 서비스에서 얻기 어려운 구체적이고 상세한 정보를 얻기에 효과적이다. 포스퀘어는 지난 2009년 3월 설립되어 1년여 만에 약 4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였으며, 기업 가치는 약 10억달러로 추정될 만큼 급속히 성장하였는데, 이와 같은 성공의 배경에는 가입자들이 직접 입력한 유용한 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방대한 정보를 27명에 불과한 포스퀘어의 직원들이 직접 입력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가입자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함으로써 정보를 입력하도록 유도했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포스퀘어의 가입자들이 자발적으로 유용한 정보를 입력하도록 동기를 부여한 것은 바로 메이어 시스템과 뱃지 시스템과 같은 재미 요소이다. 특정 위치에서 체크인(Check-in) 등으로 포인트를 가장 많이 쌓은 한 사람에게 메이어라는 호칭을 부여한 메이어 시스템은 규칙에 따른 경쟁이라는 게임 요소를 활용한 것이며,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그에 해당하는 뱃지를 획득할 수 있는 뱃지 시스템은 목표에 대한 도전과 보상이라는 게임 요소를 활용한 것이다.

나이키에서 배포한 나이키플러스 GPS라는 어플리케이션도 유사한 사례이다. 이 어플리케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속도계와 GPS기술을 이용하여 사용자에게 페이스, 달린 거리, 시간, 소모 칼로리 등의 정보를 제공하며, 지도 상에 달린 경로를 표시해주는 등 육상 선수들을 위한 유용한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게임의 재미 요소를 융합하여 육상 선수의 훈련 효과를 배가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데, 자신에게 도전하기, 연결되기, 동기유발 등이 그것이다. 자신에게 도전하기는 이전에 달렸던 기록을 저장하여 현재의 기록과 비교해 줌으로써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해 주는 것이며, 연결되기는 기록을 친구들과 공유함으로써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며, 동기유발은 개인별 맞춤형 목표를 달성하면 최고의 육상 선수 또는 명사들로부터 격려의 메시지를 보상으로 제공받는 것이다.

이와 같이 어플리케이션에 게임의 재미 요소가 융합되는 사례는 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플리케이션의 유형 측면에서도 다양화 되고 있다. 게임의 재미 요소가 활용되는 영역이 과거 기능성 게임의 주요 유형인 교육훈련, 건강관리, 체험홍보 등으로부터 일상 생활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되는, 세상의 게임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3. 게임의 활용 영역 확대 

지난 수년간 기능성 게임이 활발하게 개발되었지만, 크게 교육훈련, 건강관리, 체험홍보 등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기능성 게임이 독립적인 콘텐츠라는 점, 이용 가능한 장소에 제약이 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 시대에 이러한 한계가 극복되면서, 게임이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이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관계관리에 게임을 활용한 소셜 게임(Social Game)이다.

소셜 게임은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용자간의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 혼자 즐기는 기능보다 함께 참여하여 즐기는 기능을 강화한 게임이며, 특히 ngmoco에서 개발한 ‘We Rule’, 징가(Zynga)의 ‘Farmville’ 등의 성공으로 인해 게임업체의 신규 수익원으로 주목 받고 있다. ngmoco는 최근 일본 최대의 모바일 소셜 게임업체인 DeNA에 인수되었는데, 인수 금액이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관련 기업 중 사상 최대에 가까운 총 4억달러에 달하였으며, 액티브 회원 수만 6,200만명에 달하는 ‘Farmville’을 개발한 징가는 기업 가치가 게임 업체 중 세계 2위 수준인 총 5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소셜 게임이 수익 창출을 위한 도구로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겠지만, 이보다는 세상이 게임화되기 시작하면서 게임의 활용 영역이 교육훈련, 건강관리, 체험홍보 외의 영역으로 확장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기능성 게임과 같은 독립적인 콘텐츠의 형태로는 관계관리에 활용되기 어려웠다. 이미 관계관리를 위해 주로 이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따로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기존의 소셜 네트워크를 포기하고 새롭게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기능성 게임을 이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마트 시대에는 게임이 요소화되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플랫폼의 일부로 융합되면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관계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이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결국 게임이 관계관리에도 활용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까지 가시적으로 나타난 게임의 활용 영역 확장 사례는 소셜 게임이지만, 앞으로는 관계관리를 시작으로 다양한 영역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을 즐기는 과정을 통해 재미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가치까지 함께 얻을 수 있도록 하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 스마트 시대에는, 지금까지의 기능성 게임의 형태와 달리, 게임이 독립적인 콘텐츠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요소가 되어 다른 어플리케이션들에 유연하게 융합되는 흐름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 하에서, 마치 IT가 그 자체로 의식주를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세상을 효율화시켜 더욱 풍족한 삶을 살 수 있게 했던 것처럼, 게임도 본연의 재미 요소를 일상 생활에 적용함으로써 인간의 스트레스가 줄어든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게임을 하나의 독립적인 콘텐츠, 판매하기 위한 상품으로 간주하였기 때문에, 직접 게임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주로 게임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게임이 삶의 광범위한 영역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정부, 민간 단체 등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게임이 단지 하나의 놀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게임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끝>

◎중국은 평평하지 않다, 차이와 격차 알아야 중국 사업 성공한다



LG경제연구원 '중국은 평평하지 않다, 차이와 격차 알아야 중국 사업 성공한다'

중국시장 마케팅 문제를 둘러싸고 프리미엄 전략이 맞느니, 매스 전략이 맞느니 하는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중국의 임금이 많이 올랐으니, 이제 베트남이나 인도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과연 옳은 접근일까?  
중국 시장이 모두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하나의 시장이라면 마케팅 전략에 대한 답은 하나일 것이다. 중국 여러 지역의 비용여건이 동시에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즉 동시에 악화하거나 동시에 개선된다면, ‘중국이냐, 베트남이냐’ 하는 접근에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중국의 시장은 단일하지 않고, 지역별, 세대별, 계층별로 나뉘어져 있다. 중국은 결코 평평하지 않으며, 비즈니스 환경은 지역별로 다 다르다. 중국의 다양성과 차이, 격차에 주목한다면, 적어도 비즈니스나 시장 관점에서 중국을 또 하나의 EU, 말하자면 ‘CU(Chinese Union)’으로 간주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중국 시장이 이질적인 시장들의 조합이라면, 중국 비즈니스의 승부는 속도보다는 정확성에 있다. 즉, 어느 시장이 뜬다고 해서 시장선점 욕심에 서둘러 진입했다가는 돈만 허비할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는 자사 제품에 대한 자신감과 시장을 정확히 보는 눈을 바탕으로 제한된 마케팅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목 차 > 
 
1. 중국의 다양성에 주목하는 이유
2. 중국의 다양성과 중국 비즈니스 전략
3. 중국은 결코 평평하지 않다
 
 
 
1. 중국의 다양성에 주목하는 이유 
 
 
중국 사람들이 평생 할 수 없는 세 가지 
 
퀴즈 하나. 중국 사람들이 평생 할 수 없는 게 세 가지 있다고 한다. 무엇일까? 정답은 ‘중국을 다 가보는 것, 중국 말을 다 해보는 것, 중국 음식을 다 먹어보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중국은 러시아,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넓은 나라다. 기후대로 볼 때, 열대 계절풍 기후, 아열대 계절풍 기후, 온대 계절풍 기후, 온대 대륙성 기후, 고원 산지 기후 등 5개 기후대가 걸쳐 있다. 몸으로 겪는 기후대는 이보다 많은 느낌이다. 예컨대 같은 아열대 계절풍 기후대로 분류되는 광저우(廣州), 상하이(上海), 충칭(重慶)의 겨울은 전혀 딴 판이다. 상하이의 겨울은 건조하고 서늘한 반면, 광저우의 겨울은 건조하지만 따뜻한 편이다. 충칭이나 청뚜(成都)는 온난다습하다.
 
중국의 지형 역시 복합적이다. 산지가 전체의 1/3을 차지하고, 고원이 26%, 분지 18%, 평원 12%, 구릉 10% 등이다. 도로, 철도 등 교통 인프라가 내륙 깊숙이 뻗어가고 있지만, 중부 산간이나 광대한 서부에는 외지인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지가 아직 많다. 이러니 아무리 중국 사람이라도 중국을 다 다녀본다는 게 쉽지 않다.
 
기후, 지형 등 자연지리적 다양성은 민족, 언어, 식생 등 인문지리적 다양성으로 연결된다. 중국은 한족과 55개 소수민족 등 모두 56개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舊) 소련권의 몇몇 나라들과 더불어 대표적인 다민족 국가에 속한다. 소수민족 중 인구 100만명 이상이 18개나 되며, 500만명 이상이 9개, 1,000만명 이상도 2개(장족과 만주족) 있다.
 
민족보다 갈래를 더 많이 친 게 언어다. 중국의 언어는 5개 어계(語系)로 분류되며, 한어(漢語), 즉 현대 중국어는 그 중 하나인 중국-티벳어계에 속한다. 한어엔 7대 방언이 있으며, 같은 방언에도 하위방언이 여럿 존재한다. 예컨대 산악 지형이 많은 푸젠(福建)성의 경우 10리 이내에 사는 주민들끼리도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후난(湖南)성에선 다른 현(縣) 주민들 간에 의사소통이 어렵다고 전해진다. 중국에서 나고 자랐어도 중국말을 다 해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겠다.
 
기후와 풍토가 다름에 따라 음식도 그 재료와 맛이 지역에 따라 제각각이다. ‘먹는 것을 하늘로 안다’는 중국인들은 지역마다 특색있는 음식문화를 자랑해왔다. 흔히 ‘남쪽은 담백하고 북쪽은 짜며, 동쪽은 새콤달콤하고, 서쪽은 맵다(南淡北鹹 東酸西辣)’고들 한다. 식재광주(食在廣州·‘먹는 것은 광저우가 최고’)라는 말이 있듯 광둥(廣東) 요리를 으뜸으로 치는데, 광둥요리 가짓 수만도 5,500여종에 이른다. 딤섬 종류만 800종 이상, 닭고기를 이용한 요리만도 210종이란다. 이러니 아무리 중국 사람이라도 살아생전 중국 음식을 다 맛볼 수가 있겠는가?
 
중국 사람들의 지역별 성격지도 
 
자연환경과 섭생, 그리고 문화와 역사가 다르다 보니 사람들 성격도 지역별로 판이하다. 그 성격의 스펙트럼이 하도 넓다보니, 어떤 사람은 화베이(華北), 시베이(西北), 시난(西南), 화둥(華東), 화중(華中), 화난(華南), 둥베이(東北) 등 예닐곱으로 나눠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성(省)의 갯수에 맞춰 30여개로 쪼개보기도 한다. 남북으로 양단을 쳐 ‘북방 사람들은 보수적이고 남방 사람들은 유연하다’, ‘남쪽 사람은 돌려말하고 북쪽 사람들은 대놓고 말한다’고 대담하게 평하는 이들도 있다. 아무튼 타 지역 사람과 연애를 하든, 비즈니스를 하든 상대방의 문화나 사고 스타일을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자칫 큰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지역 색깔을 다룬 책들이 대형서점의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그 중 하나를 뽑아 목차를 살펴보니 이렇다. 베이징에 대해서는 ‘황제의 도시 콤플렉스’가 주제어로 제시되어 있고, ‘얼음처럼 차가운 독설가’, ‘그녀의 격조를 지켜줘라’ 등이 소절 제목으로 나와있다. 상하이는 ‘서구화된 도시’가 표제어이며, ‘우월감에 젖어있는 유행에 민감한 도시’, ‘공인된 소시민 근성’,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가냘픈 남자’, ‘지혜롭고 눈치 빠른 센스쟁이’라는 구절들이 뒤따르고 있다. 광둥은 어떨까? ‘실리주의자’, ‘낭만 현실주의를 표방한 물질주의’ 등이 키워드로 제시된다. 둥베이지방의 경우 ‘강자만이 살아남는 ‘둥베이 호랑이’의 세계’, ‘모두를 가족으로 만드는 우리’ 라고 소개되어 있다.
 
줄어드는 차이와 다양성, 늘어나는 차이와 다양성 
 
기후, 지형 등 지연지리나 여기에 역사와 문화가 중첩되어 형성된 인문지리 측면의 다양성은 중국 경제의 발전이나 중국 사회의 현대화에 따라 점차 약화하고 있다. 육상, 해상 및 항공 교통이 지역간 거리를 단축시키고, 교류의 장벽을 무너뜨림으로써 이러한 ‘고전적’ 지역차를 빛바래게 하고 있다. 인터넷, 무선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지리적 거리와 지형적 장벽에 구애받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함으로써 지역간 문화 차이를 융해시키고 있다.
 
경제 발전과 사회 현대화가 일방적으로 중국을 ‘좁히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다른 한편으론 전에 없던 새로운 다양성과 차이를 낳고, 과거에 미미한 차이에 불과했던 것을 현격한 격차로 벌려놓고 있다. 빈부격차, 세대간 격차 등이 그것이다.
 
빈부격차는 때로 발전된 지역과 저개발 지역 간의 경제력 격차 형태를 띠기도 한다. 즉 지역간 격차의 일부분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발전된 지역 안에서도, 저개발 지역 안에서도 빈부격차는 나타나는데, 이러한 지역내 빈부격차가 갈수록 주목을 받고 있다.
 
세대간 격차는 중국 경제의 압축성장의 필연적인 대가라고 할 수 있다. 개혁과 개방은 서구문물 및 문화의 유입을 동반하면서 불과 30년만에 중국 젊은이들의 의식과 문화를 서구보다 더욱 서구적인 형태로 변모시켰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존의 다양성이 줄어듦과 동시에 새로운 차원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과거의 차이와 현재의 격차가 복합적으로 공존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중국의 모습이다.
 
중국의 차이, 격차, 다양성에 주목하는 이유 
 
차이와 격차, 다양성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우리가 중국의 차이와 격차, 다양성에 주목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우리는 중국의 차이와 격차, 다양성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즉 중국도 한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그저 하나의 국가에 불과하다고 본다. ‘땅이 엄청나게 넓고 성(省) 하나가 우리나라 전체보다 큰 데, 뭔가 다르지 않겠느냐’고 하면 ‘개념적 사고가 안 돼 있다’고 핀잔듣기 십상이다. 국가 단위로 세상을 보는 국가주의 개념틀이 우리 머릿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단일민족, 단일국가,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교육을 오랫동안 받아오는 동안 이러한 시각이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국가주의 개념틀은 정치적 판단기준으론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경제적 관점, 특히 글로벌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는 맹목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경제학원’이나 ‘경제관리학원’(한국의 경상계열 단과대학에 해당)이 있는 중국 대학에는 대부분 해당 단과대 산하에 지역연구 관련 학과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역경제학과’인데, 현재 140개 대학이 이 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이 학과에는 경제지리학, 도시경제학, 인문지리학 등의 학과목이 있는데, 지역간 차이를 규명하고 지역간 협력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주된 연구테마이다. 서부대개발, 중부굴기, 동북진흥 등 굵직굵직한 정책사업 추진으로 지역연구 관련 학과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가고 졸업생 취업률도 매우 높은 편이라고 한다. 지역적 다양성에 대한 중국 내부의 인식이 이처럼 높은데, 일반적 상식을 뛰어넘어 시장을 쪼개고 묶어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 지역적 다양성을 간과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둘째, 중국은 다양성과 차이, 격차에 대한 오해가 가져오는 부정적인 결과와 후유증이 매우 큰 나라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誌)가 중국 진출을 모색하던 다국적 기업들에게 ‘중국에는 몇 개의 시장이 있다고 보는가?’ 하고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전체의 44%는 ‘중국엔 단 한 개의 시장이 존재한다’고 답했고, 39%는 ‘4개 혹은 그 이상의 시장이 있다’고 답했다. 4년 후 다시 조사해본 결과, ‘한 개의 시장만 있다’고 답한 회사들은 대부분 중국 비즈니스에 실패했고, ‘4개 혹은 그 이상’이라고 응답한 회사들은 성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왜 이런 결과가 빚어졌을까? 중국은 인구가 많고 땅이 넓은 만큼 한 개의 시장에 투입되는 마케팅 비용이 상대적으로 크다. 투입 금액이 큰 만큼 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경우 초래되는 낭비와 비효율은 단위 시장이 작은 경우에 비해 훨씬 치명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중국에서 생산 및 판매 활동을 하는 글로벌 기업 관점에서 볼 때, 다양성, 차이, 격차 문제가 중국에서 어떻게 나타나며, 그것들을 중국 비즈니스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2. 중국의 다양성과 중국 비즈니스 전략 
 
 
(1) 지역별 시장 및 소비패턴의 다양성 
 
선전 사람들의 이삿짐이 가벼운 이유 
 
개혁개방의 1번지이자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인 선전 주민의 80% 이상은 타지방 출신들이다. 갖은 고생끝에 자수성가를 한 이들도 있고, 개혁개방이 가져다준 손쉬운 기회를 낚아채 일확천금을 움켜쥔 행운아들도 더러 있다. 이들의 꿈은 금의환향(錦衣還鄕), 50을 넘어 고향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웬만한 가재도구, 특히 목재가구를 다 버리고 간다. 북쪽에 있는 고향과 아열대 기후대의 선전하고 기후가 맞지 않아 선전에서 쓰던 가구들을 고향으로 가져가봤자 뒤틀리고 금이 가 별 소용이 없기 때문이란다. 이런 버려진 가구를 수집해 중고가구점에 넘겨 손쉽게 돈을 버는 사업은, 아니나 다를까, 흑사회(黑社會·폭력조직)가 장악하고 있다고 한다.
 
땅덩어리가 넓으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중국에서 목재가구는 지역별 온습도의 차이를 고려해 맞춤형으로 제작된다. 가공과정에서 켜낸 목재를 화학적으로 처리하기도 하고, 아예 원목을 노천에 방치해 일정시간 적응기를 갖게 한 뒤 가공에 들어가기도 한다.
 
지역별 기후 차와 제품 속성 간의 관계는 내의시장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난다. 중국 북쪽 지방에서는 사시사철 먼지나 황사가 날리기 때문에 때가 잘 타는 흰색 내의가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 대신 빨간색 계열이 압도적 인기를 끈다. 검은색 내의도 보온효과가 좋고 여성의 신비감을 더해준다는 이유로 잘 팔린다. 반면 남쪽에선 겨울이 그리 춥지 않기 때문에 우아한 레이스가 달린 흰색 내의가 많이 팔린다. 기후와의 궁합은 화장품의 판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색조 화장품은 북방에서 강세를 보이나, 남방에서는 잘 안 팔린다.
 
지역별 우유시장 구도도 비슷하다. 북방에서는 상온 저장이 가능한 팩 포장 제품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규격은 250mL의 소형이 주종이며, 가장 큰 것도 1L를 넘지 않는다. 반면 남방지역에서는 저온 냉장우유가 잘 팔리며, 포장 규격도 커서 1.5~2 L의 대형 제품이 유행하고 있다.
 
아우디의 실패와 하이얼의 성공 
 
다양한 기후대에 걸쳐 있는 중국에선 제품 설계에 지역간 기후 차를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르기도 한다.
 
아우디는 한때 중국시장에서 좌석에 열선을 장착한 모델을 선보인 적이 있다. 하지만 고객 호응은 예상을 밑돌았다. 동북지역 소비자들은 5~6개월의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만큼 관심을 보일 법도 했지만, 좌석 열선을 기본으로 장착한 값비싼 모델은 원하지 않았다. 옵션으로 제시했다면 혹 결과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한편 장강 이남 지역, 특히 광둥지역 소비자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둥베이 사람들보다 강한 구매력을 갖추고 있었으나, 좌석 열선을 떼어낼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여기서도 겨울은 겨울인지라 다소 으슬으슬하기는 했으나, 차량 내부 히터로 충분히 견딜만 했기 때문이다. 아우디는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기후 조건과 소비자 눈높이를 제대로 살피지 못해 쓴맛을 봐야 했다.
 
이와 정반대로, 중국 로컬기업 하이얼의 6도어 냉장고 사례는 지역별 자연지리 조건에 잘 대응하여 시장 지위를 굳히는 데 성공한 케이스다(<그림 1> 참조). 원래 6도어 냉장고가 중국시장에 첫 선을 보인 것은 2004년 일본 파나소닉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그 제품은 별 호응을 얻지 못하고 퇴출됐다. 그러다 2007년 하이얼 6도어 냉장고 브랜드인 카사르테가 대박을 터뜨림으로써 6도어 냉장고가 프리미엄 냉장고의 한 유형으로 중국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었다. 하이얼은 카사르테 개발을 위해 6개월여 동안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전국 30여개 도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심도있는 조사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를 제품 설계에 적용해 중국 각 지역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6도어 냉장고 현지화에 성공했다. 핵심은 변온(變溫) 기능 채용이었다. 6개의 공간 중 한 곳인 변온실의 온도를 영하 30도와 영상 10도 사이에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게 하여 6가지 보관 방식을 가능케 함으로써, 다양한 기후조건과 라이프스타일의 고객이 모두 만족시킬 수 있었다. 중국 6도어 냉장고 시장에서 하이얼 카사르테의 점유율은 2010년 7월 현재 65.9%에 이른다.
 
도시와 농촌의 차이 
 
농촌과 도시 간에는 라이프 스타일 차이에 따라 제품 니즈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니즈를 얼마나 잘 파악하여 제품에 어떻게 잘 구현하느냐가 매출을 좌우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책으로 시행된 가전하향(家電下鄕) 프로그램은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정책이 농민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한 가지 중요안 요인은 가전업체들이 농민의 니즈를 최대한 반영한 농촌형 가전 모델을 대거 선보였기 때문이다. 세탁기의 경우 농민들이 선호하는 6~7㎏짜리 대용량을 앞세웠으며, 농촌의 물 부족 사태를 감안해 수압이 낮은 지역에서도 급수에 문제가 없도록 했다. 세탁 횟수가 적고 강한 세척력이 필요한 점을 감안하여 세탁통을 개량시켰다. 또한 전력요금 부담을 고려해 절전기능을 크게 강화했고, 손빨래 탈수기 용도로 많이 사용되는 점을 감안해 탈수기능을 강화한 제품들을 많이 내놓았다.
 
냉장고의 경우 냉동실을 확대하고 절전기능을 강화한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도시에선 식품의 신선도 유지가 냉장고의 가장 큰 기능이다. 하지만, 농촌에서는 모름지기 냉동실이 커야 한다. 농민들은 채소, 과일, 달걀 등을 스스로 재배하기 때문에 냉장 수요가 적고, 돼지고기 양고기 등 생고기 식품의 냉동보관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압 불안정과 잦은 단전 등의 여건을 감안할 때 절전기능, 내구성과 간단한 구조를 갖춘 제품이 요청된다.
 
지역별 소비관념과 소비문화의 다양성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구매 시 청뚜 사람들은 연비와 고장률, 차량 유지비용 등에 주목한다고 한다. 같은 스촨(四川) 지역이지만, 충칭 사람들은 차량의 외관과 운전 편의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고 한다. 좁고 비탈길이 많은 지형상 특징과 체면을 중시하는 이 지역 사람들의 성격이 반영된 듯하다. 한편 동부 연안의 개발지역일수록 합리적인 양상을 보이는데, 예컨대 광둥 사람들은 가격을 무엇보다 중시한다고 한다.
 
네티즌들을 상대로 차량 구매 시 고려 요인을 물은 다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베이징 사람들은 교통혼잡 정도를 먼저 고려하며, 상하이 사람들은 자동차 보험료율, 소비부양책 같은 정책 요인들을 꼼꼼히 따져본다. 광저우 사람들은 보험료 인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청뚜 사람들은 정비, 애프터서비스 같은 부가비용 등에 주목한다고 한다.
 
자동차 구매 시 지역별 소비자 취향의 차이는 기후, 지형 등 자연지리 조건과 해당 지역 특유의 역사와 문화가 버무려져 나타난 결과라고 하겠다. 달리 말하면, 지역별로 특유한 소비관념과 소비문화가 존재하며, 그것이 특정 제품의 프리즘을 통해 소비패턴 차이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지역별 소비관념과 소비문화는 관찰자에 따라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얘기되고 있으나, 기본 맥락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표 1>은 그 중 한 예다.
 
예컨대, 자존심과 권위의식이 강한 베이징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브랜드와 애프터 서비스를 중시하며, 가격에 대한 고려도가 상하이나 광저우에 비하여 낮은 경향이 있다. 국제화 마인드를 갖춘 상하이 사람들은 국산품에 비해 수입 브랜드를 선호하며, 프리미엄과 세련된 미적 감각을 추구한다. 광저우 사람들은 가격 대비 성능을 꼼꼼하게 따지는 등 실용적인 소비 마인드가 강하며, 광고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다. 한편 청뚜 사람들은 ‘인생은 즐기라고 있는 것’이라는 낙천적인 생활철학을 갖고 있으며, 소득 수준에 비해 지출이 과다한 편이다.
 
좀더 심층적인 가치관 차원에서 지역별 다양성을 추적한 연구 결과도 있다. 소비 동기로 ‘성취감’이 작용하는 강도는 내륙의 스촨, 충칭, 허베이(河北), 산시(山西), 샨시(陝西), 간쑤(甘肅) 등에서 높으며, 서부의 시짱(西藏), 칭하이(靑海), 닝샤(寧夏), 네이멍구(內蒙古), 신쟝(新疆) 등에서 가장 낮다고 한다. ‘인정(人情)’은 허베이, 산시, 샨시, 간쑤 등지에서 가장 강력한 동기로 작용했으며, 둥베이와 광둥, 상하이, 베이징 등 대도시 지역에서 낮았다. ‘체면(面子)’ 동기는 둥베이 지역에서 가장 강했으며, 광둥 사람들에게서 가장 약하게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어느 지역을 타겟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광고나 프로모션의 키워드로 무엇을 선택해야 할 지를 귀띔해준다.
 
지역별 소득 및 씀씀이 격차 
 
지역별 소비스타일을 단적인 수치로 나타내 주는 것이 소비성향인데, 이는 씀씀이가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즉 소득에서 세금이나 각종 공제를 떼고 남은,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 중에 몇 %를 소비에 지출하느냐는 것이다.
 
2008년 현재 중국 31개 성의 평균 소비성향은 71.2이며, 표준편차는 4.2이다. 최고(광둥 78.7)와 최저(장쑤 64.1) 간의 차이는 14.6에 이른다. 한편 2000년 기준 한국의 16개 시도의 평균 소비성향은 2000년 현재 75.2이며, 표준편차는 3.3이다. 최고(제주도 82.1)와 최저(경상남도 70.2) 간의 차이는 11.9에 불과하다. 지역 기준과 비교 시기는 다르지만, 중국의 지역간 씀씀이 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짐작케 한다. 참고로 도시별로 나눠 보면 중국의 지역간 소비성향 격차는 더욱 크게 나타난다. 중국 109개 도시의 평균 소비성향은 2009년 12월 현재 70.2이며, 표준편차는 6.1이다. 최고(선양 88.6)과 최저(지닝 57.7) 간의 차이는 무려 30.9의 차이를 보인다.
 
소비의 원천이 되는 소득의 지역간 격차 역시 극심하다. 중국의 성별 일인당 지역내총생산(GRP)를 2005년 기준으로 비교분석해보면, 가장 높은 상하이(6,412달러)는 최저인 구이저우(624달러)의 10배 남짓이다.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별 1인당 GRP를 보면, 가장 높은 울산(4만32달러)은 최저 대구(1만1692달러)의 3.4배에 그친다.
 
(2) 지역별 비용 및 물가 격차 
 
고객마다 가격이 다르다 
 
베이징 시내 한복판 장안지에(長安街)에 있는 LG트윈타워 뒤편에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작은 식당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점심식사 값은 국수 5, 6위안, 볶음밥 7위안, 중국식 정식 10위안 정도. 수북이 담아주는데다 제법 맛도 있다. 단련 안 된 외국인은 배앓이를 각오해야 하지만……. LG트윈타워 내에도 식당이 열 서너곳 있다. 한식당에서 시켜먹는 국수나 된장찌개가 40위안 안팎이며, 중식당에서 딤섬으로 때우면 1인당 30원 안팎이 든다. 도보로 불과 1분 거리도 안 되는 거리에 점심 한 끼에 7, 8배 차이가 나는 식당이 나란히 놓여있다. 이처럼 동일 품목에 수많은 가격이 존재하는 곳이 중국이며, 그 가격의 다양성은 선택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극단의 소득 불균형 속에서도 중국이 원바오(溫飽)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자부하는 배경이 이런 건지도 모른다.  
 
가격 스펙트럼이 가장 넓은 곳은 아마 트윈타워 건너편의 유명한 짝퉁 상가인 시우쉐이제(秀水街)일 것이다. 여기선 흥정하기에 따라 주인이 100위안 짜리라고 주장하는 가죽가방을 50위안에 살 수도 있고, 10위안에 살 수도 있다. 고객마다 그만의 가격이 있다고 보면 된다. 가격의 최대 결정요인은 매도자와 매수자의 눈치와 기세다.
 
이 같은 중국 가격의 속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은 때때로 애꿎은 피해자가 된다. 일례로 한 한국 회사 주재원이 베이징 교외의 한 아파트 관리회사와 임대료 실랑이를 벌이다 벽에 부딛혔다. ‘월 1만5,000원에서 더는 깎아줄 수 없다’는 최후통첩을 받은 것. 2,000위안 깎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하면서 계약을 체결했다. 한 달 후 같은 아파트의 똑같은 평형에 중국에서 10년 살았다는 다른 한국인이 이사를 왔다. 이 주재원은 새로 이사온 그 이웃한테 임대료를 물어보고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웃은 중국인 친구를 앞세워 임대료 협상을 벌인 결과 월 1만위안에 낙찰을 본 것. 중국에서 가격은 지역에 따라, 고객의 성깔에 따라, 심지어 고객의 국적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할 수 있다.
 
지역별 생활물가 및 임금 격차 극심 
 
중국에서 택시비는 우리하고 비슷한 방식으로 계산된다. 일정 거리는 기본요금으로 가며, 그 이후부터 거리와 시간 병산제로 미터기가 올라간다. 각 지역 주요 도시들의 택시요금을 비교해보면 <표 2>와 같다. 기본요금은 우한이 3위안으로 가장 낮고, 상하이가 11위안으로 가장 높다. 낮 시간에 20㎞를 운행할 경우 허베이성의 타이위엔(太原)이 24위안으로 가장 싸고, 상하이가 그 2.6배인 62위안으로 가장 비싸다. 100리(40㎞)를 달릴 경우 역시 두 지역이 각각 가장 싸고 비싼 지역이 되는데, 그 차이는 3.3배에 달한다.
 
통신비나 교통비는 그나마 지역간 차이가 작은 항목이다. 주거비, 식비 등 지역별 차이가 큰 항목을 모두 포함한 생활비는 규모가 비슷비슷한 대도시 간에도 현격한 격차를 나타낸다.
 
물가 움직임에 있어서의 격차도 매우 크다. 중국의 36개 도시의 최근 3년간(2007년 6월~2010년 6월) 물가 상승률 격차를 조사해보면, 가장 낮은 샤먼(廈門) 6.8%과 시닝(西寧) 17.9% 간에는 약 3배 가량의 차이가 있다.
 
지역별 임금격차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상하이와 장시(江西)성 간의 임금격차는 1992년 2배 수준에서 2009년 2.5년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폭스콘 사태의 여파로 올 들어 전국 각 지방정부가 앞다퉈 최저임금을 올렸지만, 그 와중에서도 지역별 최저임금 격차는 여전하다. 월간 최저임금 수준이 가장 높은 상하이의 최저임금 1200위안은 가장 임금이 낮은 닝샤(710위안)의 1.6배에 달한다.  
 
입지전략을 다시 생각해본다 
 
최근 중국에서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생산비용 면에서 중국의 이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해외 생산기지로서 중국을 제치고 베트남이나 인도,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이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런데 생산기지에 대한 국가주의 접근, 즉 ‘중국이냐 베트남이냐, 아니면 인도냐’ 하는 식의 접근은 그릇된 판단을 낳기 쉽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은 지역별로 임금격차가 상당하며, 토지 가격, 임대료 등 생산비용 항목에 들어가는 기타 제반 물가에도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 전문직의 경우 지역간 임금격차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좁혀지고 있지만, 단순근로자의 경우 지역간 현격한 임금격차가 온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입지 선정을 둘러싼 고민은 ‘중국이냐 베트남이냐’는 문제틀 속에서는 결코 풀 수 없으며, 예를 들면, ‘난징이냐 하노이냐’ 또는 범위를 더욱 좁혀 ‘중관촌이냐 방갈로르냐’라는 차원에서 풀어가야 할 것이다. 즉 ‘중국이냐, 베트남이냐’라는 질문을 던져 먼저 중국으로 결론을 내리고 난 뒤, 다시 그렇다면 중국의 어디로 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식으로는 안 된다. 그보다는 갖가지 정보를 토대로 ‘난징이냐 하노이냐’ 하는 식으로 구체적인 지역 후보를 먼저 압축한 뒤 현지여건 정밀조사를 통해 확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정보 및 통계의 이용 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국별 평균임금이나 중앙정부 정책 같은 국가 기본정보 및 통계는 현실의 입지 선정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 대신 지역별 해당직종 임금, 지방정부의 조례나 판례 같은 것들이 실질적인 정보가 된다. 특히 중국처럼 경제활동, 특히 정부투자를 지방정부가 책임지고 실행해 나가는 시스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중국에서 법령은 중앙정부가 제정하지만, 그것을 해석하여 실행하는 것은 지방정부이다. 이를테면, 중앙정부가 ‘다가구 보유자의 주택 추가구입을 억제한다’는 식으로 중앙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어떤 지방정부는 2가구 이상 보유자의 추가 주택구매를 금지하고, 어떤 지방정부는 3가구 이상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또 어떤 지방정부는 아예 정책 집행을 차일피일 미루기도 한다. 법은 같지만 적용 여부와 방법이 제각각인 것이다.
 
(3) 지역별 비즈니스 스타일의 차이 
 
중국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해온 외국 기업가들의 관철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비즈니스 협상 스타일 역시 지역마다 다르다고 한다.
 
북방인들의 경우 개념과 가치, 원칙을 중시한다. 먼저 협상 서두를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는 이런 점, 저런 점에서 협력하겠소. 우리는 여기에 협력하기 위해 왔고, 당신에게 어떤 손해를 끼치지 않을 거요. 앞으로 장기간 함께 일해보지 않겠소?’ 여기에 흔쾌하게 ‘YES’ 해야만 비로소 본론으로 들어간다. 본론의 전개방식도 큼직큼직한 요점, 또는 공동의 목표들을 확인하며 짚어가는 방식이다. 몇 개 안 되는 이 요점들에 대해서 미친듯이 다투지만 세부사항에 대해선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들에게 자세한 수치를 제시하거나, 가격 문제를 꼬치꼬치 따진다면 멍청이 취급을 당한다. 이들은 상대방이 자신을 존중하고 위엄을 세워주기를 바란다.
 
한편, 상하이와 화동지역 기업인들은 ‘거친 협상가들’로, 독할 정도로 세부사항에 집착한다. 협상은 매우 구체적이고 직설적이어야 한다.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지 못하면 그리 심각한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협상은 대개 이전투구가 되고, 쾌속으로 진행되며, ‘공격이 최상의 방어’인 듯한 거친 상황의 연속이다. 만약 상대방 제안을 별 이의없이 받아들인다면, 그들은 속으로 바보라고 비웃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대체로 한 번 계약을 체결하면, 다른 지역과는 매우 다르게, 정말로 그 계약이 지켜진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남방 중국인들은 계약을 어기고 잘못된 정보를 주는 등 가장 일하기 어려운 상대로 여겨진다. 매우 수치 지향적이며, 진정한 의미의 장사꾼들처럼 군다고 한다.
 
한편 미개발된 내륙지역에서는 기대수준을 낮추어야 의미있는 사업협상을 할 수 있다. 이들은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정작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국측이 정말로 계약의 조건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꼭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4) 세대별 마인드셋과 소비패턴 차이 
 
10년 간격으로 나뉘는 중국의 세대구분 
 
‘70後’는 회사에 목숨을 거는 일벌레, ‘80後’는 ‘야근 사절’, 그러면 ‘90後’는? ‘출근 사절’! ‘70後’는 예금계좌가 있고, ‘80後’는 빚이 있다, 그러면 ‘90後’는? ‘내겐 할아버지가 있다’!
 
중국 인터넷에 나오는 촌철살인의 우스개다. 불과 30년이라는 시간 안에 마인드셋과 행태가 서로 너무나 다른 세 개의 세대가 들어 있는 것이다.
 
중국의 세대는 대체로 생년을 기준으로 10년 간격으로 구분된다. 70년대에 태어났으면 ‘70後’, 80년대에 태어났으면 ‘80後’, 이런 식이다. 10년 간격으로 구분되다 보니, 다른 나라들보다 세대가 훨씬 잘게 나눠진다(<그림 2> 참조). 중국의 경제 발전과 사회 현대화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이루어져왔음을 감안하면 어쩌면 당연하다.
 
중국의 사회인들(20대~50대)은 마오시대의 공산주의 독재부터 현재의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의 풍요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청소년기를 돌아다 보면, 이들이 왜 각각 다른 세대로 분류되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50後 세대는 끔찍한 문화대혁명의 혼란 속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잃어버린 세대’, ‘상처받은 영혼 세대’이다. 60後, 70後 세대는 문혁 이후의 혼란기 속에서 제대로 공부할 기회를 잃고, 점수경쟁과 취업난에 시달렸던 세대이다. 80후 세대는 개혁개방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는 행운을 타고난 세대이며, 90후 세대는 1자녀 정책의 산물로서, 선진국 수준의 풍요를 누리고 자라나는 세대이다.
 
세대별 직장생활과 소비패턴 차이 
 
글로벌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 따르면 60후 이전세대에선 회피와 책임감 부족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나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 내 윗사람이 결정을 내릴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서슬퍼런 문화혁명기가 이 세대에 남긴 상흔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자질 있는 중간관리자층’ 부족 문제를 늘 호소하는 게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70후 세대는 대체로 안정적인 교육을 받고 시장경제에서 상당한 경험도 쌓았다. 따라서 잘만 육성하면 어느정도 제몫을 해낼 수 있다. 80후 세대는 개방성과 서구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좋아 동기부여가 잘 되면 열심히 일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고, 로열티가 낮은 경향이 있다.
 
세대차는 소비행태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70후와 80후의 가전소비 행태 차이를 분석한 한 연구에 따르면, 70후 세대는 호화로움, 품격 등을 추구하는 반면, 80후 세대는 나만의 개성, 유행 등을 추구한다. 가격에 대해서는 70후가 80후보다 훨씬 민감하다. 맘에 들지만 가격이 생각보다 높을 경우 80후는 일단 구매하지만, 70후는 결국 사지 않는 쪽을 택한다. 70후는 제품 선택 시 다른 가족 구성원들, 특히 부모의 사용을 염두에 두지만 80후는 자신과 배우자만을 고려한다.
 
요즘 80후 세대와 90후 세대 중 독자(獨子)들을 일컫는 ‘독자세대’의 소비행태가 각별한 주목을 끌고 있다. 향후 소비시장의 주류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제 막 가정을 이루기 시작한 1세대 독자세대들은 양가 부모 4명의 경제적 원조를 받아 자신들의 수입능력을 뛰어넘는 소비를 하고 있다. 최근 2~3년간 부동산, 자동차시장이 활황세를 보인 것은 이들이 본격적인 소비시장 주류로 부상한 것과 관련이 있다. 작년에 상하이에서 이뤄진 한 조사에 따르면 20~35세 젊은층이 부모 자산으로 자동차를 구입한 비율이 전체의 45%가 되었다고 한다. 머지않아 1세대 독자세대들의 결합으로 등장하게 될 2세대 독자세대들은 부모와 친가 및 외가 조부모 등 6명의 지원을 받아 소비생활을 하게 되어 향후 중국 내수시장 급성장에 견인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3. 중국은 결코 평평하지 않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은 결코 ‘평평하지 않다’. 소비패턴과 소비자 마인드셋 면에서 지역간 차이가 크며, 구매력 격차가 상당히 크다. 하이얼의 카사르테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 어느 지역에서나 두루 환영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치밀한 사전조사와 제품설계가 필요하다. 팔방미인형 제품을 만들어낼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타깃 소비자를 정확히 겨냥한 전략적인 제품에 승부를 거는 것이 낫다.
 
세대간 마인드셋과 소비행태에서의 차이 역시 다른 어느 나라 시장에서보다 크다. 게다가 세대가 잘게 나뉘다 보니, 세대간 시장주도권 이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전(前) 세대에 비해 훨씬 폭발적인 잠재력을 갖고 있는 90후 세대가 점차 시장 주도권을 넘겨받게 될 향후 10년간이 글로벌 기업의 시장대응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본문에서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계층별 소득격차도 극심한 상황이다. 문제는 계층별 소득격차의 전개 방향인데, 극단적인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아니면 중산층화가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높다. 양극화가 주도적인 흐름이라면 상류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의 성공 가능성이 높고, 중산층화가 진행된다면 매스티지 전략에 힘을 실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첫째, 유감스럽게도 중국의 계층구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믿을만한 공식 및 비공식 데이터가 없으며, 둘째, 소득 불평등 구조 변화의 방향이 어떠한지와 무관하게 전 계층의 구매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뭐는 맞고 뭐는 틀리다고 다투는 것은 의미가 없다. 구매력 있는 상류층 시장이든, 성장 속도가 빠른 중산서민층 시장이든 간에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여 1등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은 많고, 비즈니스 성공의 열쇠는 시장별로 다르다.
 
지역간 다양성에 주목할 때, 비즈니스나 시장 관점에서는 중국을 또 하나의 EU로 간주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중국 시장을 동질적인 시장이 여럿 모여있는 하나의 국가경제로서가 아니라 다양한 구조적 특성과 발전경로를 갖고 있는 이질적인 시장들의 조합으로 보자는 것이다. 중국은 기후, 지형, 언어, 민족 등 자연지리 및 인문지리 측면에서 EU에 버금가는 다양성과 차이를 갖고 있다. 소득 분포 면에서도 EU 만큼의 격차를 내부에 안고 있다. 나아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역할분담 측면에서도 공통의 정책 규약을 준수한다는 조건 하에서 회원국들이 재량적으로 재정정책을 수행하는 EU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표 3> 참조).
 
‘쓸만한 돈이 있다’는 것이 ‘돈을 쓸 준비가 됐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양성과 차이, 격차를 잘 이해하고 그것을 잘 활용해야 중국인들의 호주머니를 열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한 1선도시의 포화된 시장에서 내내 머물러 있는 것도 문제지만, 2,3선 도시가 뜬다고 진입을 서두르는 것도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물론, 구매패턴과 소비자 취향이 같다면, 똑같은 마케팅 전략을 급부상하는 유망시장에 적용해 선점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 하지만 중국 각 지역 시장은, 특히 내륙에 깊이 들어갈수록 소비자들의 구매력이나 구매패턴, 취향 등이 서로 다르다. 너무 성급히 낯선 시장에 진입했다가는 자칫 초기 유통망 구축과 브랜드 마케팅에 돈만 낭비하고 효과는 보지 못할 수가 있다. 간신히 돈의 힘으로 브랜드를 구축했다고 해도, 로컬 후발주자의 캐치업 속도와 중국 소비자들의 낮은 로열티를 감안할 때, 결코 안심할 수도 없다. 결국 승부는 실력과 장악력에서 난다. 자기 제품에 대한 자신감과 시장을 정확히 보는 눈을 바탕으로 제한된 마케팅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무기를 얼마나 정확하게 겨누었느냐가 얼마나 총을 빨리 빼들었느냐보다 중요하다.  <끝>

◎마음을 사로잡는 ‘스토리 경영’


LG경제연구원 '마음을 사로잡는 ‘스토리 경영’'

세상은 온통 스토리에 둘러싸여 있고, 사람들은 스토리에 더욱 열광하고 있다. 감성과 소통이 중요해진 21세기 경영에서 스토리의 힘과 활용도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 기업 경영에 스토리를 활용하기 위한 몇 가지 핵심을 짚어본다. 
 
최근 사람들의 모임에서 ‘슈퍼스타 K’가 화제거리로 자주 오른다. 이 프로그램이 엄청난 관심과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일반인 대상의 오디션 프로그램이였다는 점이 한 몫 했겠지만, 노래 실력만을 겨루는데 그치지 않고, 노래 실력과 함께 보통 사람들의 인생 역정 스토리를 담아냈다는 점도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패자부활전을 거쳐 우승한 주인공 ‘허각’을 보며 감동과 희망을 느꼈다는 사람이 많았다. 결승전까지 우승후보로 거의 꼽히지 않았던 인물이 거의 완벽한 연예인 실력을 보인 유력한 우승후보자를 제친 것은 그만큼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몰입했기 때문이다. 낮에는 환풍기 수리공으로 밤에는 행사장에서 노래하며 꿈을 키워왔던, 평범한 주인공의 인생 스토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열광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생활한다. 어떤 스토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거나 공감을 얻는다. 때로는 듣는 이의 행동까지 바꾸게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시도가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최근 스토리가 주목 받게 된 이유를 살펴보고, 기업 경영에 스토리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스토리로 둘러싸인 세상 
 
‘스토리’라고 하면 의례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심심찮게 이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 ‘Wine with Story’, ‘이야기가 있는 아파트’ 등의 광고 문구는 기본이고, ‘이야기가 있는 참치’ 식당 간판까지 눈에 띈다. 심지어 유명 여배우의 인터뷰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빅뱅의 탑은 뭔가 스토리가 담겨 있는 얼굴이어서 좋다”는 식으로. 그만큼 스토리가 사람들에게 뭔가를 강력하게 어필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증거다.
 
● 스토리의 힘 
 
기본적으로 스토리는 강한 흡입력을 갖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중 하나로 꾸준히 꼽히는 이탈리아 로마가 대표적이다. 특히, 지금은 황폐화되고 무너져 기둥만이 몇 개 서있어 황량한 느낌의 ‘포로 로마노’를 보기 위해 전세계인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인정하듯이, 그곳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단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데 그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일어난 ‘칠레의 기적’이라 일컬어지는 칠레 광부들의 이야기가 좋은 예다. 매몰된 지 69일 만에 광부 33인이 극적으로 구조된 이 이야기는 순식간에 전세계인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또한 낯선 국가로만 여겨지던 한 국가의 브랜드까지 한층 격상시켜놓았으니, 스토리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세계는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이겨낸 소시민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열광했고, 구조 과정을 통해 칠레라는 나라는 ‘희망과 가족애로 좌절하지 않는 국민’과 ‘자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부’의 모습으로 세계인의 가슴 속에 강렬하게 새겨졌다.
 
● 스토리텔러 리더십 
 
스토리의 활용 분야도 광범위해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문화예술 전반에서부터 마케팅은 물론이고, 딱딱한 정치분야까지 스토리의 덕을 보고 있다. 스토리를 통해 미국의 비전을 전달하고 리더십의 위력을 발휘한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연설을 보자. 감동을 이끌어 내는 연설가로 유명한 그는 이날 연설 도중 앤 닉슨 쿠퍼라는 106살 할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할머니는 자동차도 비행기도 없던 시절, 노예의 후손으로 태어났습니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투표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여성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투표 용지에 손을 뻗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
 
이 이야기를 듣는 미국 시민들은 눈에 눈물이 맺혔고 가슴으로 그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시민들의 투표권 확대과정, 미국이 이룬 경제 발전 등에 대한 설명을 구구절절 늘어놓았더라면 사람들이 이토록 감동을 받았을까? 그는 논리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짤막한 이야기를 통해 미국의 변화를 국민들 뇌리에 효과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2. 이야기하는 기업이 성공한다 
 
어디에서나 활용이 가능한 스토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공감과 몰입을 통해 설득과 믿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임에 틀림없다. 기업에서도 이런 스토리의 힘을 마다할 리 없다. 비즈니스에서 스토리 활용의 역사는 꽤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1789년 알프스 산맥의 작은 마을 에비앙에 신장결석을 앓던 한 귀족이 요양하면서 마을의 우물물을 마신 후 신기하게도 병이 나았다. 그 물의 정체를 탐구한 결과, 알프스의 눈과 비가 여러 해에 걸쳐 녹고 어는 과정을 통해 매우 깨끗하고 인체에 효험이 있는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1878년 처음으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공식 승인을 받아 상업화한 물이 바로 ‘에비앙’ 이다. 원래 신장결석은 아무 물이나 많이 먹으면 돌이 빠져나가 낫는 병인데, 이 기발한 스토리 덕분에 에비앙이 오늘날 세계적인 ‘먹는 샘물’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생수업체의 스토리가 고전 사례라면, 애플을 빼놓고는 오늘날의 스토리 경영을 논할 수 없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대성공은 제품의 성능과 효용성, 애플의 브랜드 가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걸어 다니는 스토리뱅크’로 불리는 CEO 스티브 잡스의 인간승리 스토리도 한몫을 했다. 양부모 밑에서 자란 그의 인생은 실패와 포기할 줄 모르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나고 암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극복한 스토리는 고객을 사로잡는데 손색이 없다.
 
대외적으로 기업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에서의 스토리 활용은 기본이고, 내부적으로 비전과 전략 같은 기업의 방향성을 구성원들에게 공유하고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한 조직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도 스토리텔링은 탁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국내 건설사의 인수과정에서도 스토리텔링이 활용되었다. 자금력 등 소위 스펙에서 열세였던 기업은 적통성과 여론 홍보를 위해 창업주 회장의 스토리를 꺼내 들어 치열한 인수 경쟁에 힘을 보탰다. 기업 경영에서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가히 ‘스토리 경영’이라 부를 만 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강력한 스토리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앞서 스토리의 힘이 대단하고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는데, 그 이면에 감추어진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스토리 경영이 확대되는 당위성을 확인할 수 있다.
 
● 이야기하는 인간, 호모 나랜스 
 
무엇보다도, 누구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다. 이야기에 몰입하고, 이야기에 울고 웃으며 감정에 영향을 받고, 행동까지 변화된다. 그 이유는 우리 뇌가 이야기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인지심리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뇌에는 이른바 ‘이야기 저장 영역’이 따로 있어서 중요한 사실을 이야기 형태로 저장한다고 한다. 그래서 연관성 없이 나열된 이름이나 단어들 보다 이야기 기억이 훨씬 오래 가며, 그 기억 용량도 엄청나다고 한다. 실제 어린 아이는 언어보다 먼저 이야기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게 선천적으로 인간은 이야기 속에서 나와 너를 구분하고 세상에 대해 배우게 된다. 스토리는 삶의 의미를 구성하는 중요한 도구인 셈이다. 더구나 요즘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신기술과 매체가 쏟아지는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이 이야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행위가 특정 매체나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한결 자유로워지고 있다. 그만큼 인간의 삶에 스토리는 더욱 불가분의 관계가 될 것이며 그 영향력 또한 확대될 것임에 틀림없다.
 
● 감성이 힘을 발휘하는 시대 
 
다음으로, 감성이 중시되는 시대 변화로부터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20세기 사회가 객관적인 정보를 중시하는 이성 중심적 사회였다면, 21세기는 다양함이나 경험을 중시하는 감성 중심적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정보화 시대가 지나면 소비자에게 꿈과 감성을 제공하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이 되는 ‘드림 소사이어티’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스토리가 엮어내는 꿈과 감성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최고의 글로벌 기업들은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엇비슷해지면서 가격이나 기능만으로 고객에게 주목 받기가 어렵게 되었다. 이제는 고객과 교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 기술과 더불어 기업 차별성의 원천이 되고 있다.
 
최근 국내 화장품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때아닌 옛이야기 찾기 경쟁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에는 최첨단 기법과 원료 중심의 전쟁이 치열했다면, 지금은 화장품업계가 소비자들에게 해당 제품의 원료 및 제품 개발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일례로, LG생활건강의 새로운 브랜드 ‘빌리프’는 헝가리 왕비 엘리자베스가 할머니가 되어서도 아름다움을 유지하게 한 신비의 물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일화 등을 소개하면서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 스토리는 21세기 창의 경영의 출발점 
 
기업들의 스토리 활용을 단지 외부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한 제품 마케팅 차원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기업들은 스토리를 21세기 창의 경영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스토리는 마케팅 차원을 넘어 내부 구성원들의 몰입과 창의성을 불러일으켜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의 세계적 권위자인 스티븐 데닝(Stephen Denning)은  “스토리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은 직원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다.”고 밝혔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자신과 조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새로운 모습에 맞추어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변화시키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말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화가 심화되고 산업간, 영역간 컨버전스가 확대되며 기존 경쟁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경영의 패러다임은 효율성 중심에서 창의성 중심으로 바뀌었다. 기업들이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헤쳐 나갈 돌파구로서 창의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화 사회 이래로 효과적이었던 위계적이고 공식적인 조직체계가 아닌 수평적이고 비공식적인 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과거처럼 경영진들에 의해 결정된 목표, 전략, 계획이 나머지 조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하달되고 이를 관리되는 식으로는 급변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새로운 해답을 찾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의 다양성이 맘껏 소통되고 그들이 자율적으로 몰입하게 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 생산이 활발해질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기업들에게 조직 커뮤니케이션 대안으로 스토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간단한 스토리만으로도 공감이 가고 진정성이 담겨있다면, 경영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기업의 핵심 가치나 미래 방향성을 구성원들이 쉽게 이해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몸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3M의 사례를 보자. 이 기업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기업의 가치와 문화를 소통하고 발전시키는데 스토리를 이용해왔다. 다른 기업들이 가치를 단지 목록으로만 가지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3M과 직원들은 많은 발명가와 혁신적 선구자에 관한 스토리를 찾고 사용함으로써 3M의 추상적인 가치를 좀 더 구체화해 왔다. 기업 혁신의 대표적 사례로 널리 인용되고 있는 ‘포스트잇’ 발명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그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이와 유사한 스토리가 수없이 많다. 물론 이 회사가 스토리만으로 성장한 것은 아니다. 스토리를 중심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15% Rule’ 같은 일관되고 구체적인 활동들이 이어졌기에 3M이 혁신의 선구자적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3. 스토리 경영의 정석 
 
스토리의 위력에 주목하게 된 기업들이 저마다 스토리 경영을 외치기 시작했지만, 막상 실행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세상에 널려 있는 게 스토리라고 하지만 뒤집어 얘기하면, ‘그저 그런 얘기를 그저 그런 방식으로 이야기하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스토리 경영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의 차별화 여부가 관건이다.
 
● 살아 숨쉬는 스토리 
 
스토리 경영은 컨텐츠 측면에서 무엇보다도 살아 숨쉬는 이야기가 전제 조건이다. 다음의 이야기를 보자.
영국의 한 화가가 떠돌이 개를 집으로 데려와 ‘니퍼(Nipper)’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키웠단다. 언제나 주인과 같이 음악을 즐겨 듣던 니퍼는 어느 날 주인이 죽자 혼자 쓸쓸히 지내고 있었다. 그렇게 헤매던 중 주인과 함께 듣던 ‘무도회의 권유’라는 곡이 들려오자, 니퍼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가 축음기 앞에 앉아 주인을 그리워했다는 애절한 이야기다.
 
현재 RCA레코드사의 등록상표로 사용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는 이 강아지 이야기에 정말 귀가 쫑긋해지지 않는가? 제법 굴곡도 있어 재미있고 공감할 수 있는데다, 축음기를 통해 제공하려는 가치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토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해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스토리에 둘러싸여 살고 있듯이, 일상의 흔한 소재부터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다. 모든 기업도 이미 스토리의 소재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셈이다. 기업 설립의 역사에서부터 상품, CEO, 성공과 위기, 직원과 고객, 협력업체까지 스토리로 가능하다.
 
하지만 스토리가 르느와르의 그림처럼 아름다움만을 담아낼 필요는 없다. 항상 이상적인 이야기보다는 듣는 이를 몰입시키는 재미가 생명이다. 사실 위의 강아지 얘기도 상표를 만들려고 그럴듯하게 지어낸 이야기라고 한다. 그렇다고 매번 완전히 새로운 얘기를 지어낼 필요는 없다. 다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건과 갈등이 있어야 한다. 미국 몬타나주립대의 로널드 토비어스 교수는 고전 속에 들어있는 사건들의 배열을 분석하여 인간을 사로잡는 이야기의 패턴 20가지를 제시했다. ‘추구, 모험, 추적, 구출, 탈출, 복수, 수수께끼, 라이벌, 희생자, 유혹, 변신, 변모, 성숙, 사랑, 금지된 사랑, 희생, 발견, 지독한 행위, 상승과 몰락’이라는 플롯 패턴으로 모든 이야기가 설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발한 착상 보다는 이러한 패턴들의 조합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재미로 사람들을 몰입하게 할 수 있지만 그것이 꼭 감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듣는 이가 이야기 속 주인공과 정서적으로 일치감을 갖게 하는 진정성이 담겨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같을 때 사람들은 쉽게 동의한다. 이때 경험과 체험이 담긴 이야기가 주효할 수 있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아이들을 돕기 위한 기부 프로그램에서 유명인이 직접 방문하고 그곳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기업들이 자사 제품과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와 사연을 알리는 소비자인 일명 ‘스토리슈머’를 통해 스토리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감정이입을 불러일으켜 마음을 움직이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스토리에는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 그 이야기를 왜, 무슨 목적으로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기업 경영은 기업의 철학이나 핵심 가치 등을 달성하기 위한 일련의 목적 지향적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스토리 경영에서의 스토리 또한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연계된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을 때, 궁극적으로 듣는 이의 마음과 행동 변화를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별로 우습지 않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썰렁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마찬가지로 제아무리 살아 숨쉬는 이야기일지라도, 전달 형식이나 방법에 따라서는 스토리의 진가를 반감시킬 수 있다. 반면 쌍방향성과 현재성을 살릴 수 있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Interactive Storytelling)으로 스토리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스토리텔링은, 단어 자체가 이야기(Story)와 말하기(Tell), 그리고 현재진행형(ing)로 구성되어 있듯이,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현재 상황을 공유하고 그에 따라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더구나 21세기의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1인 작가, 종이, 문자 등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내용과 형식을 포함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양방향성을 띤 디지털 매체의 발달로 멀티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상호작용성이 강화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 및 확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성장 등으로 가상공간에서 다양한 콘텐츠의 활용 및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져 현재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사례도 적지 않다. 일찍이 BMW는 2001년부터 인터랙티브 광고 형식으로 스토리텔링 세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길어야 몇 십 초 내에 상품 정보를 전달하고 구매자의 욕구도 자극해야 하는 기존의 일방향적 TV광고 대신 웹사이트에서 ‘하이어(Hire)’ 라는 단편 영화를 상영한 것이다. 2001년에만 무려 1,400만 명 이상이 이 애드무비를 보기 위해 BMWfilms.com에 가입했으며 다음 해 기록적인 매출증가로 이어질 만큼 스토리텔링의 반응은 엄청났다.  
 
고객의 흥미를 이끌어내면서도 디지털 세상에서 고객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근에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술을 활용한 스토리텔링도 등장했다. 일례로, P&G는 이 기술을 활용하여 온라인 3D 마술쇼를 펼친다. 사용자는 매직 아이콘을 프린트해서 이를 웹캠 앞에 들고 있으면 곧 모자가 나오고 그 속에서 토끼가 튀어나오는 식이다.
 
한발 더 나아가 쌍방향식 스토리텔링 홈페이지를 선보인 기업도 눈에 띈다. 웅진코웨이는 2008년 9월, 기존의 일방적 정보 나열식 홈페이지를 자유롭고 감성적인 형식과 스토리 중심의 고객 참여형 홈페이지로 탈바꿈시켰다. 다양한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이 공개를 꺼리는 민원, 불만 사례를 스토리로 재구성해 고객이 적극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함께 개설된 ‘비즈-블로그’ 에는 환경, 웰빙 등 이 회사와 관련된 제품과 생활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다양한 스토리를 재생산해내고 있다.
 
4. 이야기는 계속 되어야 한다 
 
살펴본 바와 같이, 세상을 둘러싸고 있는 ‘스토리’의 힘에 주목하기 시작한 기업들은 스토리 경영을 확대해나갈 것이다. 스토리 경영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살아 숨쉬는 이야기와 듣는 이와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스토리 경영 시대에 스토리 자체에 매몰되어서는 곤란하다. 기업이 추구하는 본질은 단지 이야기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스토리가, 기업의 가치를 소통하고 몰입과 공감을 얻어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대안이라는 점에서, 미래 경영에 필수적인 도구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목적과 수단을 혼동된 ‘스토리를 위한 스토리’ 내지 진실성 없이 의도된 허구적 스토리텔링은 경계해야 한다. 이는 조작된 감동이나 현실의 천일야화에 불과할 뿐이다. 기업들은 스토리로 사람들에게 단지 꿈을 제공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꿈과 가치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기업 활동을 통해 스토리가 실체로 뒷받침될 때 스토리는 진가를 더 발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스토리→꿈→실체→스토리’로 이어지는 스토리 경영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감동적인 새로운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이를 통해 단편적인 일회성 스토리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연계되어 일관된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는 네버엔딩 스토리로 만들어야 한다.
 
슈퍼스타K를 통해 스토리로 부각된 ‘허각’이지만, 대중들은 언제라도 가수로서의 재능이 없다고 보면 과감히 그를 버릴 것이다. 그래서 허각은 이제 자신만의 ‘노래 스토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것만이 그가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스토리 경영을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스토리 자체에 대해서도 고민해야겠지만, 이와 함께 이야기를 빼면 과연 무엇이 남을지를 진지하게 자문해봐야 한다.  <끝>

◎글로벌 산업판 이동, 넛크래커 위기는 이제 시작?


LG경제연구원 '글로벌 산업판 이동, 넛크래커 위기는 이제 시작?'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성장으로 글로벌 산업지형이 크게 변하고 있다.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의 중심이 신흥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자동차에서도 중국은 2009년부터 세계 최대의 생산국으로 올라섰다. 전자제품에서 중국은 세계 생산 30%, 소비 20%의 거대 생산 및 소비시장으로 성장했고 반도체 부문에서도 파운드리 업체를 중심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경우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신흥시장으로 산업판 이동은 더 가속될 것이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기업들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선진국 기업들을 인수합병하면서 기술과 브랜드, 심지어는 유통망까지 일거에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신흥국들은 기술역량을 강화하고 선진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기 위해 정부 주도로 산업클러스터 구축과 인재 확보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경우 2009년 한해 해외로 나간 유학생이 22만, 한해 귀국한 유학생도 10만 명에 이르는 것에서 보는 것처럼 글로벌 네트워크와 지식을 겸비한 인재 풀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또한 미래 신성장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 신재생 에너지, 바이오나 나노기술 응용산업 등에서 신흥국은 선진국과 거의 동일한 선 상에서 출발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과 광대한 시장을 등에 업고 거센 도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이 선진국과 후발 신흥국 사이에 낀 넛크래커 위기라는 말이 나온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한국경제의 위상은 그동안 더 높아져 왔다. 넛크래커의 경고가 기우가 아니었나 할 정도다. 그러나 최근에 올수록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압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가깝게 밀려오고 있다. 한국의 넛크래커 위기는 이제부터일지 모른다. 
 
 
< 목 차 > 
 
Ⅰ. 주요 산업별 산업 판도의 변화
Ⅱ. 향후 산업 판도 변화의 가속 요인
Ⅲ. 넛크래커 위기는 이제부터?
 
 
 
올해는 어느 때보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 등 신흥국들의 부상이 실감 있게 다가온 한 해였다. GDP 규모 면에서 중국이 일본을 추월하기 시작했고, 국제적인 발언권과 영향력 면에서도 중국은 미국의 위상을 위협하며 다른 나라들을 압도하는 모습이다. 서울 G20을 통한 IMF 쿼터의 조정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의 파워 이동을 웅변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은 글로벌 산업 지형에서도 큰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은 일반 저가 제품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연구개발이 필요한 하이테크 제품에 대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우주항공, 컴퓨터, 의약, 과학 기기 등 제품들에 대한 수출량을 살펴보면, 2000년 중국은 미국의 1/4 수준이었지만, 2005년을 지나면서 미국을 추월하였고 이제는 그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2008년 기준으로 이들 품목에서의 전세계 수출 중 중국제품의 비중이 1/5을 차지하고 있다. 자체 완성이건 가공 조립이건 이들 하이테크 제품 다섯개 중 하나는 중국을 거친다는 이야기다.
 
인도는 아직 제조업이 약한 편이다.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6~17%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인도도 제조업에 대한 투자와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도는 2005년 100% 외국인 직접 투자가 허용되는 ‘경제특구법’을 제정하고, 2006년부터 경제특구에 투자한 기업들에게 감세 혜택과 통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2006년 이전 19개에 불과하던 경제특구가 2010년 상반기에는 750개에 이르고 있다. 인도 상공부와 인도 중앙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투자 금액도 신생 특구에 집중하여 2009년 말 기준으로 1조 3,450억 루피로, 2006년 이전 경제특구의 10배 가량이나 되었다. 또한 경제특구에서의 수출은 2005년까지 인도 수출액의 5% 미만이었지만, 2007년 10%를 넘었고, 2009년에는 전체의 26%를 차지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Global Insight는 2020년경 인도가 독일과 일본을 추월하고, 2030년에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흥 시장 전문가인 라비 라마무티(Ravi Ramamurti)는 지난 18세기 중국과 인도가 전세계 산업 생산량의 33%와 25%를 차지했던 경험을 환기시키며, 향후 이들 시장의 잠재력을 강조하고 있다.
 
 
Ⅰ. 주요 산업별 산업 판도의 변화 
 
 
이제까지는 선진국이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만들면, 후발 국가들은 선진국을 따라가면서 자국의 산업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막강한 자금력과 인재들을 가진 거대 신흥국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산업 주도권의 변화 패턴이 과거와 달라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하에서는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 우리나라의 주요 제조업종을 중심으로 선진국과 신흥국간 산업 주도권 변화 흐름을 살펴본다.
 
1. 철강 : 중국과 인도로 주도권 이동 중 
 
철강 산업의 주도권은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중국은 1996년 이미 세계 1위의 생산국으로 등극했다. 19세기 중엽까지 철강 생산은 영국이 주도했다. 20세기 중반까지는 미국이, 이후 1990년대까지는 일본이 세계 최대의 철강 강국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1990년 4위에 머물던 중국은 자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철강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생산을 급속히 확대하여 왔다. 인도 역시 자국 내의 철강 수요와 풍부한 철광석을 기반으로 2000년부터 생산 10위권에 진입하였고 현재는 5위권의 국가로 부상했다. 그 위로는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등만이 있을 뿐이다. 철강 산업 전문가들은 2015~2030년 사이 중국과 인도가 세계 철강의 주도권을 더욱 확실하게 장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기술과 설비 경쟁력이 다소 부족할 뿐 경제 성장 잠재력이 높고, 철광석과 석탄 자원이 비교적 풍부하여 철강 산업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철강 산업에 있어 변수는 남아 있다. 2006년 합병한 아르셀로-미탈을 필두로 일본의 신일철, JFE, 포스코, 상해보강 등 5개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모두 합해 20%도 안 된다. 1위 아르셀로-미탈의 조강 능력이 연산 1.2억 톤이며 2위권 기업들의 3~4배 수준이다. 반면, 주요 원료를 공급하는 철광석 상위 3사와 원료탄 부문 상위 5사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78%와 66%이다. 주요 수요 부문인 자동차의 상위 5개 기업 점유율은 51%에 달한다. 제철 부문의 교섭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인수합병 등 대형 짝짓기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 현상이 가속될 가능성이 높다. 주요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어디를 중심으로 펼쳐지느냐에 따라 주도권 전개의 향배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2. 석유/화학 : 자원 보유국과 거대 시장 보유국, 양대 체제로 
 
석유정제의 경우 여전히 세계 시장의 수위는 셸, 엑슨모빌, BP, 셰브론 등 선진국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 내 수요를 기반으로 중국의 시노펙, 페트로차이나,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 인도의 인디안오일, 릴라이언스 등의 기업들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시노펙 만해도 2004년 매출액이 글로벌 상위 3개 기업의 1/4 수준이었지만, 불과 5년 뒤 2/3 수준으로 격차를 줄였다.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 등 다른 신흥국 기업들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정제 기업들이 지역 시장과 자본력을 기반으로 하여 규모를 확대하고 경쟁력을 확보한 점을 감안할 때, 신흥국 기업들이 시장 수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예상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기술 혁신의 여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석유정제를 포함한 에너지 산업에서의 신흥국 시장의 영향력은 현재 선진국의 위세를 충분히 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P나 엑슨모빌 등 선두권 기업들 대부분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성장 분야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현재 사업이 주도권이 신흥국 기업들에게로 넘어간 이후를 대비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계 석유화학 산업은 다우, BASF, 리온델바젤, 미쯔비시화학 등 선진국 기업들이 주도해 왔다. 석유화학 부문은 앞으로 수요 시장과 자원보유 국가들이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원료 확보와 소비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경쟁력의 주요 원천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흐름은 자원 확보의 축이다. 2010년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하는 중동 국가들의 석유화학 제품 생산능력(에틸렌 기준)은 2,400만 톤 규모이다. 3,600만 톤의 동북아, 3,250만 톤의 북미, 2,700만 톤의 유럽 지역 다음으로 많은 양이다. 2000년 630만 톤 규모에 불과했던 것이 10년 새 4배 가까이 확충되었다. 단순히 원유를 생산해서 판매하는 것에 그쳤던 산업 구조가 정제 및 제품에 이르기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Tecnon 자료에 따르면, 2015년에는 3,300만 톤으로 북미와 유럽을 추월할 것이며 2030년경에는 이들의 2배 수준으로 생산능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결국, 석유화학 산업에서는 막강한 거대 시장을 배경으로 지닌 중국, 인도 등의 수요시장에 인접해 있는 기업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는 중동 기업들의 향후 행보가 산업내 경쟁 흐름을 좌우하게 될 전망이다.
 
3. 의약 : 선진국 주도 구조에 변화의 조짐 
 
의약, 정밀화학 등 지식 집약형 산업의 경우, 아직까지는 선진국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당분간 이러한 구도는 지속될 전망이다. 의약의 경우만 해도 화이자, 존슨앤존슨, GSK, 로쉬, 아벤티스, 노바티스, 머크 등 선진국 기업들이 서로 순위 다툼을 하고 있어, 신흥국 기업들이 끼어들 틈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 자체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중심으로 형성된 데다, 신제품 개발에 대한 특허와 허가 등 규제가 엄격해 ‘그들만의 리그’로 이어지고 있다. 규제가 덜한 신흥국 시장은 오히려 중소 후발 기업들의 주 공략 시장으로 자리매김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변화의 싹은 자라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바이오 및 의약 분야에의 투자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것이다. 인도의 란박시(Ranbaxy)나 닥터레디스랩(Dr. Reddys’ Lab)과 같은 기업들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모습이다. 인도는 이미 합성의약품의 복제가 활성화되어 ‘세계의 제네릭 공장’으로 자리잡았다. 중국은 2009년 ‘바이오산업 발전촉진정책’을 통해 의약 분야를 위시한 바이오산업을 첨단기술 지주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을 표명하였다. 각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의료 및 의약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신흥국 역시 과거 선진국처럼 자국 의약 산업의 대규모 발전이 수반될 것으로 예상된다.
 
4. 조선 : 한국에서 중국으로 이동 중, 부가가치별 제품 생산 양극화  
 
조선 산업은 현재 한국에서 중국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2차 세계대전까지는 미국이, 이후 50년대까지는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이, 그리고 6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는 일본이 산업을 주도했다. 90년대 중반 이후 조선 산업의 주도권은 한국 기업들에게 넘어왔다. 세계 10대 조선 기업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기업들이 7개나 포진할 정도였다. 주목할 것은 나머지 세 기업이 모두 중국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중국 기업들은 2000년대부터 자국의 선박 수요를 바탕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조선시장 조사기관인 Lloyd의 자료에 따르면, 2008년에는 수주 점유율 33%로 43%의 한국에 이어 2위로 부상하며, 14%의 일본을 가볍게 제쳤다. 2010년에는 수주잔량 기준으로 근소한 차이이긴 하지만, 중국이 한국을 따돌리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과거 한국과 최근 중국의 성장은 정부의 육성과 개입이 주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은 1980년대까지는 정부의 적극적 육성을 통해 기반을 닦고 1990년대 이후 시장 경쟁을 중심으로 싼 값에 수주를 따내면서 기업들이 성장하였다. 중국은 현재 정부가 영업이나 설계까지 배분하는 등 아직까지는 정부 주도의 성장을 추구하는 모습이다. 정책지원 속에서 가격 및 기술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우리나라 조선산업에 대한 위협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크다.
 
조선 산업에서 군함, 크루즈, 아이스탱커, 드릴쉽 등 고부가가치 선박은 주로 일본 등 선진국이 차지하여 왔고 신흥 강국인 중국은 중소형 선박에 집중해 왔으나, 최근에는 탱커나 대형 컨테이너, LNG선 등으로 진출 분야를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초대형 블록 공법, 수중 접합 공법, 탠덤 침수 공법 등 기술 혁신을 통해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는 노력으로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외형 성장뿐 아니라 축적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혁신 기술 분야에서까지 강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5. 자동차 : 신흥국 약진 현상 뚜렷 
 
자동차 산업은 선진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가운데 중국 등 신흥국의 약진이 시작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독일에서 미국의 디트로이트로, 다시 일본으로 옮겨간 산업의 축이 이제는 중국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도요타, 폭스바겐, 지엠,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혼다 등 기존 전통 기업들이 서로 각축전을 벌이는 동안 중국의 제일기차, 상하이차 등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은 2009년 1,300만 대 이상을 기록하며 이미 최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올라섰다. 2000년만 해도 미국, 일본, 독일, 한국 등에 뒤졌지만, 불과 10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내로라 하는 자동차 강국들을 모두 제친 것이다. 물론 브랜드나 기술력 측면에서는 중국이 아직까지 BMW, 아우디, 렉서스 등 선진국 기업들의 아성을 무너뜨릴 만큼 위협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생산에 이어 최대 소비 시장까지 중국이 차지한 이상, 앞으로 전개될 자동차 산업의 모습은 중국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브라질과 인도의 경우도 선진국들의 입지가 약해지는 틈을 활용해 꾸준히 생산 점유율을 높이고 있어 신흥국 진영의 도약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부품의 경우는 예외적이라 할 수 있다. 보쉬, 컨티넨털, 존슨컨트롤즈, 덴소, 델파이 등 선진국 기업들이 여전히 득세하는 가운데, 아직까지 신흥국 기업들이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신흥국 자동차 기업들이 부품에서부터 조립까지 자기완결적 구조를 형성하여 선진국 기업들과 경쟁을 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6. 반도체/전기전자 : 신흥국으로 이동 중, 가치사슬 분업형 혼재 
 
반도체 산업의 경우 현재까지는 인텔, 삼성전자, 도시바 등의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등 신흥국에 주도권이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0년 현재, 인텔이 15%, 삼성전자가 그 절반 수준, 도시바가 다시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으로 상위 3개 기업의 점유율이 30%가 채 되지 못한다. 메모리 부문은 주도권이 미국,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넘어 와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수위를 다투고 있다. 비메모리 분야는 상황이 좀 다르다. 설계와 디자인 등 고도의 기술이 요하는 고부가가치 영역은 인텔 등 선진국 기업들이 단단히 지키고 있다. 대만의 TSMC라는 파운드리에서 제조의 상당 부분을 맡는다. 관련 기업간 글로벌 수직통합 방식의 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중국이 전세계 반도체의 41%를 소비한다는 점, 1990년대부터 일관되게 추진되고 있는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 등을 고려한다면 그 영향력이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특히 반도체 설계 디자인을 받아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기업들의 성장이 놀랍다. 대만의 TSMC, UMC 등이 수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중국의 SMIC와 HH-NEC가 5위권에 진입해 있다. 중국 전자 제품 제조업과 동반하여 성장한 것이다. 중국이 외형적 성장에 비해 아직은 기술 수준이 낮지만 향후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왜냐하면 인텔이나 NEC 등 비메모리 기업들과 TSMC와 같은 파운드리 기업들이 합작의 형태로 중국에 진출해 있고 하이닉스 등 메모리 기업들도 이미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를 통한 중국의 기술력 제고 가능성도 높다 하겠다. 인도 또한 내수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Made in India, Made for India’를 내세우는 등 정책적으로 자국산을 장려하고 있어 반도체 산업에서의 새로운 거점으로 도약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인도는 소프트웨어 설계 및 응용기술이 뛰어나 반도체와 같은 하이테크 기업들의 R&D 기지화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반도체는 자본도 자본이지만 높은 수준의 설계 및 제조 기술력이 필요한 산업이다. 자본이 아무리 풍부하더라도 함부로 뛰어들 수 있는 사업이 아니었기에 지금까지는 신흥국들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사례를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 기업들의 급부상으로 말미암아 산업구도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전기/전자 산업에서의 제품 생산은 이미 신흥국이 주도권을 장악한 상태이다. 선진국은 설계와 디자인, 연구개발, 마케팅 등에 집중하는 형국이다. 가치사슬 상의 역할 분담이 지역별로 나누어진 것이다. 기업간 상호의존성도 높아졌다. 제품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부가가치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나 컨텐츠 쪽으로 이동하자 경쟁과 임금 등의 환경이 달라진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이에 따라 전자 기업들은 글로벌 차원의 생산 거점 네트워크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생산은 중국이었다. 시장조사기관인 Reed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전자 제품 생산은 2000년만 해도 전세계의 6%에 불과했지만,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2005년에는 16%를 넘어섰고, 2010년에는 3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시장으로서 중국의 점유율 또한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2000년 5%였던 것이 2005년 15%, 2010년에는 세계 전자 제품 소비의 20%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하이얼, 레노버, 하이센스 등 중국 토종 기업들의 성장 또한 주목할 만하다. 선진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핵심 부품이나 모듈, 소프트웨어 등의 영역까지 신흥국 기업들이 세력을 확장시키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라 할 수 있다.
 
7. 일반기계 : 선진국 주도, 부가가치 양극화 
 
일반기계 산업은 앞선 산업들과는 다른 양상이다. 독일, 미국, 일본 등이 세계 시장을 오랜 동안 주도하고 있다. 아직 신흥국과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일반기계 수출 시장은 독일이 17%, 미국이 13%, 일본이 10% 내외를 차지하는 3강 구도가 특징이다. 독일이나 일본은 일반기계 산업이 전 산업 흑자의 40%~60%를 차지할 정도로 기계 산업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한국은 2% 대 중반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한편, 중국이 범용 기계 중심으로 약진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 전세계 기계 수출의 4% 미만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2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과정은 기계 산업의 부가가치가 기계 제조에서 설계나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고부가가치 기계와 서비스 부문은 선진국 중심으로 주도권이 형성된 가운데, 범용 기계를 바탕으로 한 중국의 급성장으로 인해 제조 부문의 부가가치는 더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일부 고부가가치 기계류만 선진국이 보유하고, 다른 영역들은 중국 등 신흥국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Ⅱ. 향후 산업 판도 변화의 가속 요인 
 
 
현재까지는 선진국은 기술 및 지식 집약형 혹은 고부가가치 사업 영역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고, 신흥국은 노동집약형 영역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의약, 자동차, 반도체 등 선진국 주도의 산업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향후 신흥국의 경쟁력 격차 해소 노력이 가시화 될 경우 이러한 산업에서도 현재의 양분 체제가 빠르게 흔들리면서 신흥국으로의 산업 쏠림 현상이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하에서는 산업 판도 변화를 촉진하는 주요 배경에 대하여 짚어본다.
 
1. 기술·브랜드 확보를 위한 신흥국 기업의 선진 기업 인수합병  
 
우선, 신흥국 기업들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선진국 기업들을 인수합병하면서 기술과 브랜드, 심지어는 유통망까지 일거에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하는 신흥국들이 글로벌 인수합병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금융시장조사기관인 딜로직(Dealogic)의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신흥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인수합병 규모가 그 동안 수위를 차지했던 유럽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 기업들의 인수합병 규모는 올 3/4분기까지 5,757억 달러(약 670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2 이상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 유럽 주도의 인수합병은 5,502억 달러였다. 올 들어 신흥국들의 비중이 30%로 상승하여 유럽의 29%를 능가한 것이다.  
 
유럽경제연구센터(ZEW)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09년 2분기부터 1년 동안 외국 기업과 275 건의 인수합병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최소 수백 만 달러를 넘는 대형 거래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인수합병이 과거 석유, 철광석, 석탄 등 원자재 산업에 치중했지만, 최근에는 기술과 브랜드 측면에도 손을 뻗고 있다. 중국 지리자동차가 스웨덴의 자동차 기업인 볼보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BYD가 일본 오기하라 자동차 금형 공장을 매수한 것이나, 선테크파워가 일본 최대 태양광 패널 기업인 MSK를 인수한 것도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다.  
 
2006년 인도의 철강 기업 미탈이 당시 2위인 프랑스의 아르셀로를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 제철 기업으로 등극하였다. 인도의 또 다른 철강 기업인 타타스틸은 영국과 네덜란드 기업들의 합작사인 코러스 그룹을 120억 달러에 인수하였다. 한편, 타타대우상용차의 가장 큰 주인인 인도의 타타 그룹은 재규어, 래드로버를 인수하면서 기술과 브랜드 모두를 한꺼번에 장악하는 행보를 보였다.  
 
신흥국 기업들의 이러한 인수합병 움직임은 빠른 시간 내에 기술과 브랜드를 흡수하고 선진 시장 접근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즉, 선진국 기업들이 가진 지적 재산권과 신기술을 확보하여 기술 경쟁력을 높이며, 브랜드와 유통 채널을 통해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투자인 셈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피인수 기업을 보유한 선진국에게는 위협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자국의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은 물론, 생산 거점의 신흥국 이전이 확대되는 것을 크게 우려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일본 조사기관인 제국데이터뱅크는 17,000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였는데, 78%의 응답이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국에 의한 일본 기업 매수와 제휴가 일본 경제에 위협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 기술 확보 및 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신흥국들은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선진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기 위해, 정부 주도로 산업 클러스터 구축이나 인재 확보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 IT/소프트웨어 인력의 경쟁력은 익히 검증된 바다. 방갈로르 지역의 소프트웨어 파크는 공인된 산업 클러스터라 할 수 있다. 인도의 IT는 인포시스(Infosys), TCS(TATA Consulting Services)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서비스 기업들을 배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미국, 유럽은 물론, 최근에는 아프리카통신업체를 인수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중국의 대표적인 IT 산업 클러스터라 할 수 있는 중관촌(中關村)은 제2의 실리콘밸리를 넘볼 정도이다. 개혁 개방 이후 중관촌 지역에 하이테크 산업발전구(高新技術産業開發區)가 설립되면서 지역혁신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여기에는 현재 북경대, 청화대, 인민대, 북경이공대 등 중국 최고의 대학들이 있다. 또한 중국과학원, 기계과학원을 비롯하여 에릭손, 듀퐁, 벨 등 기업의 연구소도 자리하고 있는데다, 산학 연계형 벤처기업들도 대거 설립되어 명실상부한 첨단 기술 클러스터로 성장하고 있다. 중관촌은 북경, 천진 등을 잇는 환발해 지역 산업 클러스터의 허브 역할도 겸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천인(千人) 계획’이라는 고급 인재를 유치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미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학위를 하고 때로 창업도 한 고급 인력들을 전폭적인 지원으로 직접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의 상당 부분은 중국이 취약한 첨단 기술과 금융 부문의 인력들이다. 2009년에는 해외로 나간 유학생이 22만 명이 넘었는데 한해 동안 유학 후 귀국한 유학생도 1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기술 경쟁력에 대한 중국의 앞날을 가늠할 수 있다. 고성장을 하는 중국에서의 기회에다 정부의 환대까지 겹치면서 중국으로 향하는 고급 인재들은 갈수록 증가할 전망이다.
 
3. 동일 출발선 상의 미래 신성장 산업 
 
미래 신성장 산업이라고 하는 전기자동차, 신재생 에너지, 바이오나 나노 기술 응용 산업 등은 선진국이나 신흥국이 거의 동일한 출발선 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비야디(比亞迪)는 2011년부터 미국과 유럽 시장에 자사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지난 5월 비야디는 중국 시장을 노리는 다임러와 조인트벤처까지 만들어 기술력을 배가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에 대한 정부의 구매 보조금 지원책의 윤곽이 드러났고, 광동성 등 지역별로 기술 개발 및 전기차 인프라 구축 관련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계획, 추진되는 등 발 빠른 모습이다. 중국은 기술력에서도 선진국과 그리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다 막대한 수요를 등에 업고 있어 향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중국이나 인도 기업들의 성장이 눈부시다. 태양광 산업의 경우 불과 3~4년 전만 해도 샤프와 교세라가 일본과 독일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태양광용 셀 생산을 주도하였다. 하지만 중국의 선텍(Suntech)이 어느 샌가 생산량 수위에 올라섰다. 2009년에는 퍼스트솔라가 미국의 태양광 산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선텍을 앞질렀다. 과거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시장 중심의 성장에서 미국과 중국이 대규모 발전 시설을 확충하면서 빠르게 주도권을 가져오고 있다. 이제 막 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태양광 산업에서의 승자가 누가될 지를 가늠하기는 지금으로서는 어렵다.   
 
풍력 산업에서는 미국, 덴마크, 스웨덴 등 선진국들과 최근 정부의 지원으로 급부상한 중국, 인도와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뒤늦게 출발한 중국은 2009년 한 해 동안만 13GW의 신규 풍력 발전 용량을 구축해, 전세계 신규 용량의 34%를 차지하였다. 누적 발전 용량에서는 2009년 기준 25GW 규모로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3위권이다. 중국 풍력 발전 시장에서 골드윈드(金風), 화뤠(華銳), 동치(東汽) 등 중국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GE, 지멘스, 베스타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입지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인도의 경우 수즐론, 타타파워 등이 자국 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특히 아시아 1위, 세계 5위권의 풍력 발전 설비 기업인 수즐론은 2006년 벨기에의 풍력발전기용 기어박스 기업인 한센을, 2007년에는 독일의 리파워(REPower)를 인수하는 등 해외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면서 핵심 기술을 확보한 것이 성장의 주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R&D센터는 유럽의 인수 기업들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생산은 인도 내에서 주로 하고 있다. 이미 수즐론은 풍력발전 관련 핵심 부품들 모두를 자체 생산하고 있으며, 호주, 중국, 유럽, 미국 등지에 지사를 두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바이오나 나노 기술 응용 분야는 본격적인 상업화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기에 우열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선진국이 심혈을 기울이는 이상으로 신흥국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나노 분야의 경우 중국과 인도, 러시아 모두 ‘나노 강국’을 목표로 연구개발 프로젝트와 응용 산업 발굴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초로 나노 기술과 관련한 국가 표준 제정에 나서기도 하였고, 인도와 러시아는 기초 과학 분야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다. 게다가 러시아는 2007년 45억 달러를 들여 국영 나노기술개발회사(로스나노, Rosnano)를 설립하기도 하였다.  
 
 
Ⅲ. 넛크래커 위기는 이제부터? 
 
 
포춘 글로벌 500에 오른 기업들 중 신흥국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은 2004년 16개였지만 5년 뒤 46개로 늘었다. 브라질은 3개에서 7개로, 인도는 5개에서 8개로, 러시아는 3개에서 6개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기업들은 11개에서 10개로 줄었다. 단순히 숫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한국이 선진국과 후발 신흥국 사이에 낀 넛크래커 위기라는 말이 나온 지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그러나 세계 경제에서 한국의 위상은 더 상승했다. G20 주최국으로서 국민적 자부심 또한 높아져 있고, 도저히 따라 가지 못할 것 같았던 일본이 한국 배우기를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넛크래커의 경고가 한낱 기우였던 것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한국이 선진국 시장을 조금씩 잠식하면서도 우리의 주요 시장을 중국 등 신흥국에게 크게 뺏기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선진국과 후발 신흥국 사이의 시장을 누려온 측면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선진국 시장을 뚫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IT 산업에서 스마트폰, 클라우딩 컴퓨팅 등의 새로운 흐름에 대응하는 국내 기업들의 준비가 뒤져 불과 수년 전에 비해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전자, 화학, 조선, 자동차 등 신흥국과의 전선에서는 중국의 압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가까이 밀려오고 있다. 인도 등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어 우리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느낌이다. 지나간 얘기 같았던 넛크래커의 위기론이 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의 넛크래커 위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일지 모른다.  <끝>

2010년 12월 3일 금요일

트위터가 재미없을때 트위터 탈퇴방법을 알아보자!!

트위터가 재미없을때 트위터 탈퇴방법을 알아보자!!


오늘은 트위터의 탈퇴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트위터에 대해 가입방법과 팔로우 늘리기에 등등 여러글을 올렸는데 탈퇴하는
방법도 아셔야 되겠지요^^


트위터 탈퇴는 Settings 에서 하면 된다.

트위터에서 탈퇴를 하려면 Settintgs 를 클릭하면 됩니다.

                                       Settings  클릭했을때 모습


위 모습은 세팅을 클릭했을때 모습입니다.
Settings를 클릭하면 Account 로 바로 보여지는데 여기서 잠시!!
세팅의 내용을 살펴보고 탈퇴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Tweet Location - 현재 내 위치를 상대가 알 수 있습니다.
Tweet Media - 내가 올린 사진과 비디오를 팔로우 모두에게 보여준다? 합니다.
                              [아직 해보질 않아 번역을 그대로 인용하였음.]
Tweet Privacy - 사생활 보호 내가 선택한 팔로우와 대화 합니다.
                           [트위터에서 내가 쓴 글을 아무나 못보게 하죠^^]
※사설: 본인은 정작 자물쇠 잠가놓고 제게 선팔(팔로우 신청)하시는데 이럴때
           저는 굉장히 곤란함을 느낍니다. 맞팔을 해주자니 먼가 꺼림직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제게 하해와 같은 성은을 내리시려는 것인지?ㅋㅋㅋㅋ)
        
Deactivate my account - 요것이 바로 탈퇴버튼 입니다^^


                            Deactivate my account 클릭 후 보여지는 모습


탈퇴를 한다니까 저놈의 새가 눈물을 흘리고 있네요^^ ㅋㅋㅋㅋㅋ
여기서 [Okay fine Deactivate my account] 클릭하면 트위터와 영원히 이별 합니다.

탈퇴를 한 순간 재가입을 할 경우 기존에 썼던 이메일로 가입할 수 없으며, 새로운
이메일 주소로 가입해야 합니다. 물론 닉네임은 그대로 쓰셔도 상관없을듯 하구요^^
트위터 탈퇴는 무지 무지 쉽~~~~죠^^ [클릭 2번으로 트위터 끝 입니다.]

★ 주의 : 탈퇴방법 알았다고 평소 미운사람 컴에서 장난치시면 않됩니다. ★  
        웃자고 장난쳤다가 평생 웬수가 될 수 있다는 점 있지마세요

2010년 12월 2일 목요일

◎글로벌 금융규제 강화와 금융환경 변화










LG경제연구원 '글로벌 금융규제 강화와 금융환경 변화'

개별 금융회사의 자본건전성을 강화하고 시스템 리스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글로벌한 차원에서 국제공조를 통해 금융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금융규제 강화는 금융회사의 자기자본비율 강화, 거시 건전성 강화, 대형 금융회사 규제, 위험자산이나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제한, 지배구조와 공시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개도국을 중심으로 자본 유출입 통제를 위한 정책들이 각국의 상황에 맞게 선별적으로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규제 강화는 향후 금융환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본건전성 강화로 인해 금융회사의 자금운용이 보수화되면서 신용공급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금융회사가 신용위험에 민감해지면서 신용도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의 차별화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회사의 신용공급이 위축되는 반면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증권발행을 통한 직접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금융회사의 자산운용 보수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위험 등 금융위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고, 재무건전성 개선을 통해 높은 신용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회사는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는 한편 위험관리 및 상품개발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규제 강화의 부작용을 줄이고 기업에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외화 자금 유출입을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고, 시스템 리스크가 커지는 것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대책도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목 차 > 
 
Ⅰ. 금융규제 강화의 배경과 특징
Ⅱ. 주요 금융규제의 내용
Ⅲ. 금융규제 강화에 따른 금융환경 변화
Ⅳ. 시사점
 
 
 
글로벌 경제위기 과정에서 나타난 금융시장의 문제점을 치유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각국이 금융위험의 확산을 예방하고 금융산업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규제를 크게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진행된 금융자유화의 부작용이 경제위기를 초래한 원인이 되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금융규제의 역풍이 전세계적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논의되었던 금융규제 개혁들이 G20의 국제공조를 통한 합의과정을 거치면서 글로벌한 범위에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논의되고 있거나 도입이 예정된 금융규제는 금융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의 영업활동이나 대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들이 상당수 도입되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개선이나 공시 강화 등도 금융회사의 영업행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들이다. 대공황 이후 금융규제가 크게 강화되었던 것처럼 2010년대는 금융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지난 30년 동안 진행되었던 금융자유화 시대가 마감하고 금융규제 시대가 도래하는 변곡점에 놓이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도입이 예정되었거나 논의되고 있는 금융규제의 내용을 알아보고 향후 금융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살펴본다.
 
 
Ⅰ. 금융규제 강화의 배경과 특징 
 
 
금융자유화의 부작용에 대한 반작용 
 
금융규제가 강화되는 것은 1980년대 이후 지속된 금융자유화로 인한 부작용이 누적되면서 금융위기가 초래되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금융회사별로 은행, 보험, 증권 등의 영업활동 범위가 엄격하게 분리되었다. 이러한 규제가 완화되고 겸업을 허용하는 금융자유화가 진행되면서 금융회사들은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를 추진하였다. 금융회사의 대형화는 특정 대형 금융회사가 부실화되면 전체 금융시장으로 부실위험이 급격하게 전파되는 시스템 리스크가 커지는 요인이 되었다.
 
영업활동에 대한 규제완화로 다양한 금융상품이 개발되었다. 증권화가 진행되면서 여러가지 금융상품을 결합한 자산유동화증권이 크게 늘었다. 또한 다른 금융상품을 기초로 하는 파생금융상품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했다. 자산유동화증권은 신용보증기관의 신용보강을 통해 높은 신용등급을 받았다. 신용이 보강된 자산유동화증권과 파생상품을 결합하여 금융상품에 내재된 위험을 제거했다는 착각에 빠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엄격한 규제를 받는 상업은행과 달리 헤지펀드, 사모펀드, 투자회사 등 규제를 거의 받지 않으면서 자금 조달과 투자 업무를 하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의 규모가 급격하게 팽창했다. 그림자 금융은 자산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켰고 파생금융상품을 통해 위험을 헤지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부실로 기초상품의 부실규모가 확대되면서 연쇄적인 부실의 확산을 초래하는 도화선의 역할을 했다.  
 
금융회사의 위험을 경시하는 공격적인 경영도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금융회사 경영진들의 보수가 단기성과에 연동되어 있어 경영진들이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과도한 수익성을 추구하는 경영행태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경영진의 과도한 수익추구 활동을 적절하게 견제할 수 있는 지배구조도 갖추지 못했다. 경영활동에 대한 정보 공개도 미흡하여 금융시장에서 경영진들의 활동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들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금융회사가 위기에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본건전성 강화가 우선적으로 추진된다. 과도한 위험상품이나 파생상품의 취급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영업활동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각국은 그림자 금융 기능을 수행했던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연쇄부실 확산의 연결고리가 되었던 파생금융상품 등에 대한 규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시스템 리스크 확대를 예방하기 위해 과도한 대형화를 억제하기 위한 규제도 강화된다. 금융회사의 보상체계 및 지배구조 개선과 정보 공개 확대를 위한 제도 도입도 추진된다.  
 
금융규제의 특징 
 
최근 나타나고 있는 금융규제는 과거와 다른 특징을 갖는다. 먼저 규제의 범위가 대폭 확대된다. 과거의 금융규제는 주로 개별 금융회사의 건전성 강화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다.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건전하더라도 대형 금융회사의 부실이 불안심리 확산의 기폭제로 작용할 경우 건전하다고 판단되는 금융회사도 부실화되거나 파산하는 것을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별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대형 금융회사의 업무활동에 대한 규제를 통한 시스템 리스크의 확산을 차단하여 거시 건전성도 강화할 수 있는 금융규제 방안들이 추진되고 있다.
 
다음으로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규제가 추진된다는 점이다. 은행, 보험, 증권과 관련된 다양한 국제기구와 규제당국의 협조를 통해 글로벌한 차원에서 규제 강화가 추진된다. 이러한 통합적인 규제 강화의 배경에는 유럽의 은행들은 다양한 영업활동을 동시에 수행하는 유니버설뱅크의 형태를 갖고 있고 미국의 금융회사들도 겸업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특정 업무영역에 대한 규제만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는 금융규제의 경우 국제공조가 강화된다. 일부 국가에서만 규제가 추진되면 규제가 실시되지 않은 지역으로 자금이 집중되거나 금융회사가 영업기반을 옮겨 규제를 회피함으로써 규제의 효과가 약화되는 문제가 나타난다. 각국별 금융제도의 차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규제차익을 없애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국제공조 강화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규제가 유사한 시기에 도입된다.
 
전반적인 금융규제는 전세계에 공통적으로 도입되는 반면 일부 규제는 각국의 상황에 맞게 도입되는 이원적인 방법으로 금융규제가 강화된다는 점을 또 다른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은행에 대한 자본건전성 규제는 전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추진되는 반면 은행의 영업활동이나 자본이동에 대한 규제는 각국의 상황에 맞게 실시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이미 금융회사의 영업활동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개혁법을 제정했다. 반면 유럽의 선진국이나 신흥국 등 다른 나라들은 자국의 금융 환경에 맞게 선택적으로 은행의 영업활동 규제의 도입 시기를 조절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의 상황에 따라 도입 시기와 세부적인 방법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은 분명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스템 강화를 위해 국제사회에서 논의되었던 금융규제들의 상당 부분이 비슷한 시기에 많은 국가에 도입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Ⅱ. 주요 금융규제의 내용 
 
 
앞으로 추진될 금융규제는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강화하여 부실 위험을 예방하고, 개별 금융회사의 부실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강한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은행을 중심으로 자본건전성이 강화되고 영업활동과 대형화가 제한된다. 기업지배구조와 공시제도 등과 같은 금융시장의 인프라에 대한 개선도 추진된다. 국가별로 도입에 대한 입장이 다르지만,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자본유출입에 대한 통제도 강화된다(<표 1> 참조).  
 
금융회사의 건전성 규제 강화 
 
금융회사의 부실을 예방하고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빠르게 회복되도록 하기 위한 규제가 도입된다. 은행들은 현재 부실에 따른 손실에 대비하여 적정한 규모의 자기자본을 보유하도록 자기자본비율 규제(바젤II)를 받고 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세분화되고 최저 자본비율 수준이 높아진 바젤III의 적용을 받게 된다. 새로운 규제는 2019년까지 점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은행들은 자본의 질을 높이고 양을 확충하기 위해 자본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증권화 상품이나 장외파생상품 등을 포함하여 위험을 측정·평가하는 범위가 확대되고 위험자산에 대해서는 가중치가 상향 조정된다. 전체적으로 이전에 적용되던 바젤II(자기자본비율 8% 기준)에 비해 바젤III(자기자본비율 10.5~13.0% 기준)가 적용되면 위험자산에 대해 적게는 2.5%, 많게는 5%를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지난 금융위기 시에 문제되었던 대출의 경기순응성을 완화하고 손실 흡수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완충자본을 추가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자기자본비율 규제에 더해 과도한 레버리지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전체 명목 총자산에 대해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을 보유해야 하는 의무가 2018년부터 부과된다. 은행들은 총자산 대비 기본자본 비율을 최소 3% 이상 유지해야 한다. 단기간의 자금유출입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자금 조달과 운용의 만기 불일치로 유동성 부족에 빠지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유동성 비율 규제도 도입된다.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가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엄격하게 강화된다. 미국의 대형 금융기관인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이 전세계로 전파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대형 금융회사의 부실이 전체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급격하게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의 도입이 긴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부정적인 충격이 발생했을 때에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금융회사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 SIFI)로 지정된다. SIFI는 일반 금융회사에 비해 추가로 자기자본을 적립해야 하고, 유동성이나 레버리지 비율 규제도 강화된다. 규모 확대를 제한하는 규제가 실시되고 영업활동의 범위도 제한된다. G20에서 SIFI 지정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금융개혁법을 통해 금융시스템과 경제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총자산 500억 달러 이상의 은행지주회사 및 다른 업종의 금융회사를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가 SIFI로 지정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되었다.  
 
그림자 금융 억제를 위한 영업활동 규제 강화 
 
금융회사의 영업활동에 대한 제약이 한층 강화된다. 영업활동에 대한 규제는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파생상품 등에 자금이 과도하게 흘러 들어가는 것을 억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단기차익 목적의 자기매매가 제한되고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목적 이외의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가 제한되고 거래한 내역에 대한 공개의무도 강화된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도 강화된다. 미국의 경우 금융개혁법을 통해 운용자산 규모 기준 1억 달러 이상의 헤지펀드와 1.5억 달러 이상의 사모펀드는 증권거래위원회 등록과 주요 정보의 보고가 의무화되었다. 유럽에서도 헤지펀드의 정보 보고를 의무화하고 레버리지 규제를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금융회사의 영업활동과 업무영역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제도가 이미 도입되었다. 예금은행의 자기매매가 금지되고 펀드 지분과 은행 전체 자기자본의 3%를 넘어서는 헤지펀드 및 사모펀드 등에 대한 투자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다. 하지만 유니버설뱅킹(universal banking) 제도가 자리잡은 유럽이나 업무영역 확대를 통한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신흥국들은 영업활동 규제에 대해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스템 리스크 예방을 위한 대형화 억제  
 
대형 금융기관의 부실화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대형화가 제한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인수합병이 금지되거나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가 추진된다. 미국에서는 시장점유율 10%를 초과하는 인수합병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금융지주회사가 총자산 100억 달러를 초과하는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 연준의 사전 승인이 의무화되었다.
 
금융회사의 대형화를 억제하는 규제는 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도적인 도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경우 대형 금융기관이 많고 리먼브라더스 파산을 계기로 부실화된 대형 금융기관이 시스템 리스크에 미치는 충격이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신흥국은 금융기관의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어 제도화를 통한 규제 강화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인프라 개선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정보공개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도 도입된다. 투자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고 금융시장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금융시장에서 생산 및 유통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보상체계에 대한 개선과 공시 강화가 최우선적으로 추진된다. G20를 통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자 보상에 대한 공시를 강화는 규제 도입에 합의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금융개혁법을 통해 G20에서 합의되거나 논의되고 있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미국 금융회사는 이사회 내에 독립적인 이사들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설립하여 경영진의 보상을 독립적으로 결정하도록 지배구조가 개선된다. 경영진의 보상은 장기성과와 연동되어 결정하도록 하고, 손실이 발생하거나 혹은 부정확하게 측정된 성과를 기초로 보너스가 지급된 경우 이를 회수하는 조치도 실시될 예정이다. 경영진의 보상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을 공시해야 하는 의무도 강화된다.
 
신용평가회사의 부적절한 신용평가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확산시켰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신용평가 방법, 신용등급 산정 내용에 대한 공시가 의무화되고 공정한 신용평가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신용평가 대상 고객에 대한 경영자문과 같은 이해상충 업무는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시장에서 신용평가등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도 추진된다.  
 
자본 유출입 통제 강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유동성 공급이 크게 늘면서, 상대적으로 경제성장세가 양호한 신흥시장으로 유입되는 해외자금이 크게 증가했다. 자본유출입이 급격하게 나타났던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제의 안정 성장과 금융시장 불안을 억제하기 위해 국가간 자본이동에 대한 규제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자본유출입이 심했던 일부 신흥국들은 이미 자본통제 정책을 시행하였다. 브라질이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에 대해 6%의 거래세를 태국은 외국인 채권투자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15%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하는 등 상당수 신흥국이 단기성 투기자본의 유입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이미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선물환 포지션 한도 축소를 통한 외환건전성 강화에 이어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에서 발생하는 이자소득에 대해 원천징수하기로 결정했다.  
 
자본통제에 대한 선진국과 신흥국의 입장이 달라 국제공조를 통해 외화자금 유출입을 규제하는 정책이 글로벌한 차원에서 실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외화자금 유출입에 따른 부정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각국의 상황에 맞게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기성 투기자금의 유입을 통제하기 위한 움직임에는 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상당수 신흥국이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G20 정상회의에서 이에 대한 선진국의 양해가 이미 이루어진 바 있다. 외환거래에 대한 과세를 통한 직접적인 통제보다는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강화나 외화차입에 대한 세금부과 등을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 선호될 것으로 보인다.  
 
 
Ⅲ. 금융규제 강화에 따른 금융환경 변화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는 금융회사의 영업전략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건전성 규제에 따라 금융회사의 자금 조달과 운용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영업활동에 대한 규제에 따라 금융회사는 기존의 성장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금융회사의 행태 변화는 개인이나 기업과 같은 금융소비자들의 금융환경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건전성 규제 강화에 따라 금융회사가 신용위험에 민감해지면서 과거에 비해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규제에도 불구하고 포트폴리오 투자 자금을 중심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국제적으로 수익성을 쫓아 빠르게 이동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여전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전반적으로 은행들의 자금운용이 보수화되면서 기업들의 증권 발행을 통한 직접금융조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금융비용 부담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의 신용공급 축소 
 
금융규제는 전반적으로 금융회사의 신용공급이 줄어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자기자본비율 규제로 인해 금융회사는 자본을 확충하거나 위험자산을 축소해야 하기 때문에 신용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든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고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이전에는 금융회사는 위험관리를 중시하는 경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대출 여력이 증가하더라도 대출을 크게 늘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 규제는 2019년까지 계속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바젤III를 중심으로 하는 규제 도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신용공급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는 단기적으로 자본 확충보다는 대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자본규제에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유동성비율 규제로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해야 할 가능성이 크고, 자기자본을 늘리는 것보다 위험을 축소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는 강화된 자기자본규제의 도입이 완료되는 2019년까지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신용공급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에서 자기자본규제가 도입되었던 1980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상업은행의 대출이 크게 둔화되었다. 자기자본규제(바젤I)의 도입이 확정(1988년)되고 실시(1992년)되는 과정에서 상업은행들은 대출을 점진적으로 줄여 나갔다. 당시 남미의 금융위기와 미국 저축대부조합 파산 사태 등으로 경기가 위축되었던 점도 대출둔화의 원인이 되었지만, 자기자본규제의 영향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은행들의 자본건전성 강화는 대출금리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서비스에 대한 부대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위험관리 비용을 예로 들 수 있다. 지금까지 기업들의 유동성위험이나 환위험 관리는 주로 금융기관을 통해 이루어졌다. 유동성이 부족해졌을 때를 대비한 완충장치로 기업들은 약정한 금액을 상시 인출할 수 있는 한도대출을 이용하였고, 환위험 관리도 금융기관이 취급하는 파생상품을 통해 많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앞으로 금융회사는 한도대출 이용이나 파생상품 취급에 대한 수수료를 높이거나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도대출이나 파생상품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가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위험관리에 필요한 비용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신용도에 따른 기업 자금조달 여건 차별화 
 
금융규제는 기업들의 자금조달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에 대응하여 금융회사는 예대마진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자금조달 자체가 어려질 뿐만 아니라 자금을 빌리더라도 금융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다. 금융규제 강화에 따라 금융기관들의 신용위험에 대한 민감도가 커지면서 기업의 신용위험에 대해 과거에 비해서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는 기업이나 개인들의 신용도를 더욱 정밀하게 측정하여 위험도가 높은 자산에 대해서는 더 많은 자본금을 확충하여야 한다는 점도 위험 프리미엄을 높이는 요인이다.  
 
금융규제와 더불어 단기간 내에 경기가 크게 좋아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신용도에 따른 자금조달 여건의 차별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과거 경기가 하락하고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일 때에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질수록 위험에 대해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기 때문에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자금조달금리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승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고비에 이르렀던 2008년 말과 2009년 초 비우량회사채(Baa등급)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우량회사채(Aaa등급) 금리와의 격차가 3%p 이상 벌어졌다.   
 
향후 상당 기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본규제 강화에 따라 위험도에 따라 확보해야 할 자기자본의 규모가 커지면 신용도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의 차별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용도가 낮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의 차입조건과 대출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직접금융조달 의존도 심화 
 
은행들의 기업대출 여력이 줄면서 신용도가 높은 기업들은 주식이나 회사채 발행 등의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금융회사는 전통적인 예대업무를 통한 수익성이 하락함에 따라 이자수입 이외의 수입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예대업무의 수익성 하락을 보완하기 위해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증권관련 업무의 비중을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금융회사의 대출금은 크게 위축되었지만 주식이나 채권 등과 같이 증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2008년 이후 금융회사는 수익성 악화에 따른 대출여력 감소로 대출규모가 크게 줄었다. 반면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국채에 비해 높은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늘었다.  
 
기업들의 증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질 것이다. 금융기관 차입의 경우 경영활동에 대해 감시를 받는 데다 차입 기간이 길지 않고 금리에 있어서도 메리트가 높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낮은 자본비용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해 직접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조달 기간이 길다는 것도 장점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낮은 신용도로 인해 금융기관 차입에 대한 비중은 여전히 높을 가능성이 있지만 재무건전성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증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를 늘려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자본이동 지속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본유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들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본이동에 대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자본이동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단기간 내에 쉽게 해소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늘어난 유동성과 신흥국간 경제 상황의 차이로 말미암아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한 투자자금 이동이 단기간에 줄어들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자본통제에 대한 각국의 입장이 달라 자본통제가 일부 국가에서 제한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흘러 다니는 유동성을 일부 국가의 정책만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IMF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급격하게 위축되었던 신흥국으로의 자금유입이 올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11년에도 유입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은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상품이나 지역을 따라 이동하면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자본통제 정책의 실시로 변동성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과 일부 국가에 한정된 해외자금 유출입 통제 정책으로 인해 변동성 축소 효과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경제의 기초적 요인 변화에 따라 해외자금 흐름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환율이나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현상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에 따른 해외자금 흐름은 기업의 경쟁구조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본유출입에 따라 환율이 급등락하면서 기업들의 환위험 노출도가 늘어남에 따라 환위험 관리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환위험 관리 역량은 기업의 수익성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해외자본이 많이 유입되는 국가는 통화가치가 빠르게 절상될 수 있다. 통화가치 상승은 기업들의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로 연결되면서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해외자본 유입에 의한 급격한 원화가치 상승은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실물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 유동성은 성장성이 유망한 지역으로 흘러가면서 기초적 경제여건에 비해 주식시장을 더욱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주식시장 상승은 기업의 자금조달을 늘리고 기업간 인수합병을 활성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자본유입이 많아지면서 자금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신흥국 기업들이 M&A를 통해 경쟁력을 빠르게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기업간 M&A는 글로벌 기업의 경쟁판도를 급격하게 뒤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Ⅳ. 시사점 
 
 
앞으로 당분간 강도 높은 금융규제가 전세계적으로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노출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 강화와 영업활동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은행을 중심으로 자본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가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되며, 시스템 리스크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대형화 억제, 위험자산 제한 등과 같은 강력한 규제들이 속속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최근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규제강화가 적용된다. 바젤III가 도입되고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자본 유입을 억제하는 정책들도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G20을 중심으로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금융규제들의 상당수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되나, 다만 영업활동이나 대형화에 대한 규제 등은 선별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규제는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낮추고 성장성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회사는 예대부문의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 부대서비스 개발 등을 통한 수익원 발굴과 영업비용을 줄이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험관리가 중요해짐에 따라 위험을 분석·평가하고 위험도에 따라 금융상품의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상품개발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금융규제 강화는 기업들의 금융환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융규제로 인해 금융회사 차입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은 상당 기간 개선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은 금융규제 강화에 따라 금융회사의 자산운용이 보수화될 것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금융위험에 대비도 필요하다. 직접금융시장에서 필요한 시기에 원활하게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규제 강화에 따른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재무건전성 개선을 통해 높은 신용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자본의 유입과 유출에 따라 환율이 급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여 환율 변동에 대비한 환위험 관리도 필요하다.  
 
최근 금융규제에서는 기업경영에 대한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규제로 기업의 자본조달 여건이 악화될 경우 기업경영에 대한 투명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외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지배구조를 갖출 필요가 있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와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시장친화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투자자활동(IR)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금융회사의 규제 강화와 더불어 규제 강화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동시에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급격한 대출위축의 충격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고 금융회사가 자금공급을 기피할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 등을 위한 자금공급 대책도 마련해야 것으로 보인다. 해외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지 않는 범위에서 급격한 외화 자금유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은행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은행산업 내에서도 대형 은행의 비중이 높다는 것을 감안할 때 금융회사가 지나치게 대형화되어 시스템 리스크가 커지는 것을 적절한 수준에서 제어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끝>

◎기후변화 회의, 추진 동력 약해졌다



LG경제연구원 '기후변화 회의, 추진 동력 약해졌다'

11월 29일부터 12일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회의에서 큰 성과가 도출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각국의 자국이익 우선으로 갈등국면이 계속되는 가운데 선진국의 재정악화, 미국의 의지 약화, 국제유가의 안정 등으로 추진 동력이 더 약해지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 회의의 더딘 행보에 우리 산업의 체질 전환 속도가 적절한 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난 해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린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공조 회의인 기후변화 정상회의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뚜렷한 결론을 맺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비록 각국 모두가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 온난화의 기온 상승 폭을 최대 2℃ 내로 제한해야 한다고는 공감했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나 실천 방안에 대해서는 합의 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년 11월 29일부터 12일간 멕시코 휴양지 칸쿤에서 열릴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남겨진 숙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강도 높은 탄소배출 감축 목표 확정과 함께 이것이 구속력을 갖게 될 경우에는 2012년에 종료되는 교토 체제가 강화되면서 세계경제, 그리고 우리 생활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산업의 경쟁력 개선이 탄력을 받음과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휘발유 등 화석 에너지의 가격 상승과 철강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비용 상승 등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기후변화 회의의 주요 변수들을 살펴보고 칸쿤 기후변화 회의를 전망한다.   
 
기후변화 회의 합의 도출 기반 미흡   
 
칸쿤 기후변화 회의에 앞서 실무진들이 의제를 조율하는 UN 기후변화협약회의가 올해 4, 6, 8월에는 독일 본에서, 10월에는 중국 텐진에서 열렸다.
 
먼저 독일 본 기후변화협약회의에서는 신규 협상 문서와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이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회의에 참여한 개도국은 Margaret 의장이 작성한 신규 협상 문서가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의 당시의 합의문 내용을 기초로 개도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치 상향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 시 주요 변수로 고려되는 토지와 임업(LULUCF; Land Use, Land-Use Changes, and Forestry)에 대한 논쟁이 빚어지는 등 개도국과 선진국 들간에 갈등만 재확인 되었다.
 
이어 10월에 개최된 텐진 회의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위한 개도국 자금지원과 기술이전이 주요 의제였으나 본 회의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진전 없이 폐막됐다. 개도국들은 자신들의 탄소 배출을 사실상 자율로 맡겨달라고 주장하면서 국제해사기구(IMO)가 제안한 선박 탄소 배출 감축 제안에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특히 주최국인 중국은 개도국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선진국의 역할 확대를 촉구했다. 중국 측 실무책임자가 선진국의 지원 규모와 지원 속도가 빠를수록 중국의 탄소배출 감소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자신들의 탄소 배출을 선진국의 책임으로 연계시킨 것이다.  
 
결국 기후변화 방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각국 모두가 공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실무진 회의에서 합의 도출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지 못한 것이다.  
 
자국 이익 우선으로 갈등 국면 지속  
 
이렇듯 기후변화 회의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개별 국가들의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온실가스는 다른 환경오염 문제와는 달리 그 피해가 배출지역에 집중되지 않고 전지구적으로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배출량 감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지구촌에 골고루 분배되기 때문에 비용과 편익 측면에서 국가별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 탄소배출 감축 부담, 개도국이 상대적으로 커  
 
현재 세계 총 에너지 소비량의 절반 이상(2008년 기준 51.3%)을 차지하고 있는 개도국들은 향후 산업화와 도시화 등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2035년까지 세계 총 에너지 소비량 증가분의 80.9%를 차지할 전망이다(<그림 1> 참조). 그리고 개도국의 탄소 배출량 증가는 2030년까지 세계 증가분의 96.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2> 참조). 이에 반해 선진국들의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의 증가분은 개도국과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진국은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또한 의무사항으로 준수되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발전이 성숙된 선진국과는 달리 개도국은 여전히 성장 단계에 있고 제조업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도 많아 온실가스 배출 절감 체제로 이행하는 데 비용 부담이 선진국에 비해 크다. 또한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친환경 기술 및 제품 수준은 개도국이 선뜻 선진국에 상응하는 감축 수준을 받아들이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때문에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설정과 구속적 감축 의무 부과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일치점을 찾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표 1> 참조). 자원 채취나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개도국의 산업 구조가 서비스업 부문으로 발전하거나 선진국 수준으로 친환경 기술이 발전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 선진국의 재정악화로 개도국 지원 난항   
 
이렇듯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초기 조건이 선진국에 비해 나쁜 개도국으로서는 경제 체질 전환 비용 부담을 덜고 체질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선진국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선진국은 개도국의 요구에 상응해 지난 코펜하겐 회의에서 개도국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최빈국을 우선으로 3백억 달러(EU 106억 달러, 일본 110억 달러, 미국 36억 달러 등)를 제공하고, 이후부터 2020년까지는 공공과 민간이 합하여 매년 천억 달러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선진국들 간에 민간 재원의 국별 할당치를 설정하지 못했고 개도국 지원금 마련 방법도 합의하지 못했으며 선진국 모두 장기 자금지원 계획을 발표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또한 2020년 이후에는 녹색펀드를 조성해 개도국 지원금을 마련할 방안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도 없다. 더욱이 당장 올해 제공할 것으로 약속한 금융지원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친환경 기술 이전 문제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이와 같이 개도국 지원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현재 선진국이 겪고 있는 재정악화가 지목되고 있다. 극심한 경기침체 과정에서 민간부채가 정부부채로 이전되고 막대한 경기 부양 조치가 취해지면서 미국 등 선진국의 재정이 급속히 악화되었다. 또한 아일랜드 등 일부 유럽 국가들에서는 여전히 재정위기가 진행 중이다. 악화된 선진국의 재정상황이 빠르게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인사이트는 선진국 재정상황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 앞으로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그림 3> 참조). 따라서 개도국 금융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와 실천이 빠른 시일 내로 나타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선거 공화당 승리로 미국의 의지 약화  
 
개도국과 선진국 간의 갈등이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국과 더불어 기후변화 회의에서 구심점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되어 온 미국의 의지 약화는 기후변화 회의의 추진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중간선거 결과 공화당이 압승함에 따라 미국에서 태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압승을 거뒀다(<그림 4> 참조). 지구온난화 대비에 적극적인 민주당과는 달리 공화당은 현재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기후변화 정책에 부정적이다. 지난 6월에는 탄소 배출 비용을 경제 전반에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기후 및 에너지 타협안이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된 경험이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미국에서 지구 온난화 억제에 대한 의지가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오바마 대통령은 중간선거 직후 ‘배출총량 거래제가 기후변화 해결의 유일한 방안은 아니다’라고 언급하면서 탄소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사실상 철회하였다. 민주당 주도로 진행돼 온 기후변화 관련 각종 법안들도 공화당의 저지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미국 노동조합과 환경단체 연합인 BlueGreen Alliance의 대표인 David Foster는 녹색성장 관련 프로젝트에서 예산이 삭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가 안정세도 기후변화 대응의 저해 요인  
 
한편, 국제유가의 안정세도 각국들의 기후변화 방지 노력을 저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코펜하겐 회의를 세계인들이 주목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국제유가가 2009년 2월에 배럴당 35.4 달러를 기록한 이후 10월에 81.2 달러를 기록하는 등 연초 대비 연말에 78.1%나 급등한 것이다(<그림 5> 참조).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석유 등 화석 에너지의 사용 절감이 필요하다. 때문에 기후변화 회의가 강도 높은 결과를 내 놓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석유수요 감소로 인해 국제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더 이상 유가 움직임을 불안하게 주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대감을 갖고 세계인들이 코펜하겐 회의를 지켜본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 해처럼 국제유가 급등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초에 배럴 당 78.3달러를 기록한 국제유가는 현재 80 달러대 초중반으로 소폭 상승했다. 체감하는 국제유가의 상승 정도가 작았기 때문에 화석 에너지 자원의 희소성에 대한 관심도 지난 해보다는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석유 수입국들의 석유 소비 부담도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더욱이 중기적으로 국제유가의 급등세가 나타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당분간 세계경제가 3%대의 저성장을 이루면서 세계 석유 수요도 연평균 1.3%씩 완만히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15년까지는 세계 석유 여유생산능력이 예전보다 큰 폭으로 확대된 5%대에 머무는 등 석유 수급 상황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유가는 완만히 상승할 전망이며 IEA는 2015년까지 국제유가가 2.3%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그림 6> 참조). 석유 수입 국가들로서는 화석 에너지 사용 의존도를 서둘러 낮출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유의미한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 낮아
 
지금까지 기후변화 회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 결과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갈등이 단기에 대타협으로 봉합될 가능성은 낮을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기후변화에 대한 의지 약화와 국제유가의 안정세 지속은 기후변화 방지 노력을 저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칸쿤 기후변화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와 구속력을 담은 새로운 협약(Post-Tokyo Protocol)이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에 이번 회의가 청정개발체제(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 규정 간소화 등 일부 부분에 한해서 논의의 틀만 마련한 뒤 나머지는 내년 남아공 기후변화 회의의 숙제로 남겨둘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다만 향후에는 국제적 강제의무 부담 없이 개별 국가 차원에서 기후변화 방지에 노력(포트폴리오 접근 방식)하거나 기존 교토 협약 참가국들만의 감축 기준을 연장하는 선에서 합의가 도출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대다수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번 칸쿤 기후변화 회의가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회의가 다음 회의를 위한 기반 다지기에 머물 것이라는 의미이다.
 
회의 진행 속도에 맞춘 유연한 대응 필요
 
기후변화 회의의 진전이 더디게 나타날 전망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산업 체질 변화 속도가 이러한 국제 흐름에 잘 호응하고 있는 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산업의 친환경 체질 변화는 장기적으로 생산원가 절감, 품질 제고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기후변화 회의가 더딘 진행을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세계적인 관심과 의지가 횡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산업의 체질 변화 속도를 단기에 크게 높이는 것이 상대적인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부작용은 없는 지, 그리고 전략적으로는 적절한 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회의 결과를 토대로 산업 체질의 변화 이행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개별적으로 나타날 선진국의 통상제한 조치에 대비해 우리 기업들은 친환경 기술 개발에 대한 노력을, 정부는 자발적 감축 노력을 선진국이 인정하도록 협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 회의가 국제적 협약으로 발전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선진국 중심으로 녹색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 비록 국제적 구속력을 갖추는 데는 실패했지만 여전히 EU, 일본 등 선진국들은 기후변화 방지, 녹색산업의 신성장 동력화, 에너지 자립도 개선 등을 위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나라들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 부담을 느끼는 자국기업의 해외 이전을 억제하고 개도국의 온실가스 배출 노력을 강제하기 위해 수입규제 등 선별적 통상 제한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  <끝>


◎당신도 리더십의 덫에 빠질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당신도 리더십의 덫에 빠질 수 있다'

리더십 유형마다 강점이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리더십에도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리더가 지나치게 강점만을 강조할 경우 어두운 그림자가 구성원들을 그늘지게 만들 수 있다. 스스로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리더가 유념해야 할 리더십 포인트들을 짚어본다. 
 
한국 여자 축구가 세계를 제패하던 순간, SK 와이번스 야구팀이 세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짓던 순간에 선수들 못지않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사람이 있다. 바로 팀을 이끌었던 감독들이다. 선수 개개인들이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하면서도 진흙 같이 끈끈한 팀웍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두 감독의 리더십이기 때문이다. 물론 리더십의 스타일은 달랐다. 어떤 리더는 자식을 다독이는 아버지 같은 리더십으로, 어떤 리더는 전문성과 치밀함으로 다져진 리더십으로 팀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스포츠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업 현장에서도 리더십은 여전히 중요한 키워드이다. 기업에서 말하는 리더십은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 운영 방식’ 등에 영향을 미쳐 조직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수년간 다양한 유형 연구와 사례 분석이 이루어졌으며, 한 때는 특정 리더십 유형이 어느 조직에나 통하는 모범답안처럼 여겨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조직을 지속적으로 성공시킬 것만 같았던 리더도 제반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실패를 겪기도 하고, 한 조직에서 성공한 리더가 다른 조직에서는 실패를 맛보기도 한다.  
 
‘과연 리더십에 정답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품게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도 “성공한 리더의 유일무이한 모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성공을 담보하는 리더십 모델은 없다고 주장한다.  
 
리더십은 유형마다 나름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동전의 양면처럼 ‘빛과 그림자’가 존재할 뿐이다. 리더가 지나치게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확신하다 보면 그 부작용 때문에 조직에 드리워질 ‘그림자’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성공하는 리더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되기도 한다. ‘나의 리더십 때문에 구성원들이 상처 받거나 힘들어 하는 것은 아닌지?’ 리더 스스로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리더십 유형별로 리더들이 빠지기 쉬운 ‘리더십의 덫’에 대해 살펴 보자(<그림> 참조).
 
일 몰입형 리더, ‘성과, 목표 달성만이 살 길!’ 
 
일 몰입형 리더는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리더들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유형으로 소위 ‘일벌레’, ‘회사형 인간’으로 통한다. 야근, 휴일 근무를 마다하지 않고 목표 달성, 성과에 전념하기 때문에 조직에서 ‘초고속 승진’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겠다. 경영자 입장에서 볼 때 싫어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주도적이고 추진력이 강한 만큼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 몰입형 리더는 높은 기대 수준을 가지고 엄하게 몰아부쳐 부하직원들의 기를 꺾어 놓기도 한다.
 
◆ 리더십의 덫 1: 쥐어짜기식 성과 압박? 가혹한 리더로만 낙인되는 것을 경계해야 
 
HP의 전임 CEO였던 칼리 피오리나는 ‘워크홀릭(Workaholic)’이라 불릴 만큼 자기 일에 몰입하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글로벌 기업의 수장이 되었다. “나에게는 일과 삶의 구분이 없었다. 삶이 곧 일이었고, 일이 곧 삶이었다”라는 인터뷰 내용에서도 그녀의 성공 요인을 알 수 있다. 그런 그녀도 일과 성과에 대한 지나친 몰입으로 어떤 이들에게는 ‘인정 사정도 없는’ 가혹한 리더로 기억되곤 한다.  
 
전문성과 탁월한 성과 창출로 조직에서 인정받는 리더 중에 간혹 부하 직원들로부터 혹독한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성과를 위해 부하 직원들을 쥐어짜듯 몰아치거나,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는 상대방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다. 이런 리더의 경우, “부하 직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인간 존중의 의미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다” 등의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조직의 성과를 위해서는 강하게 부하직원들을 독려하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다만, 부하 직원들을 다그치더라도 인간의 본성을 고려하고 육성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부하 직원을 꾸짖을 때는 상대의 수용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 채근담에 ‘攻人之惡(공인지악), 毋太嚴(무태엄), 要思其堪受(요사기감수)’라는 말이 있다. 남의 잘못을 꾸짖을 때는 너무 엄격해서는 안 되며, 상대방이 감당해 낼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는 상대적으로 스트레스 내성이 낮은 반면 자존감은 높은 편이다. 이런 특징을 리더가 이해하지 못하고 강하게 구성원을 압박하면 부하 직원들은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받게 되고 리더에 대해 심한 반감을 갖게 될 수 있다.
 
조직 입장에서 보면 ‘일 몰입형 리더’가 일 잘하고 높은 성과를 내기 때문에 이상적인 리더로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들의 리더십이 지나치게 가혹한 나머지 구성원들의 ‘하고 싶다는 열망’과 ‘자발적인 창의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지속적인 성과 창출은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 리더십의 덫 2: 비현실적 기대 수준이부하의 기(氣)를 꺾을 수 있다 
 
자동차 회사 포드(Ford)의 창업자인 헨리 포드는 뛰어난 발명가이자 자동차 분야의 최고 기술자로 알려져 있다. 헨리 포드는 자신의 뛰어난 능력 탓인지, 부하 직원들에게 항상 높은 기대 수준을 요구했다고 한다. 심지어 조직 책임자들에게 “부하 직원들이 지금까지의 방식에 안주하게 놔두지 마라. 그들이 예상치 못한 것을 지적하고, 항상 기대 수준을 높게 가져라”고 조언했다.
 
업무 능력이나 지적 능력이 우수한 리더들은 간혹 자신의 잣대에만 맞춰 부하 직원들을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평가를 지나치게 좋게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가혹하리만큼 박하게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리더가 이런 오류에 빠지면 부하 직원이 창출한 성과를 평가절하해서 기를 꺾어 놓기 십상이다. “본인이 뛰어나서인지, 웬만한 일에는 칭찬을 하지 않는다. 부하 입장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니 일할 의욕이 사라진다”는 말을 듣는 것도 이 때문일 수 있다.
 
 이런 리더에게는 ‘눈높이 경영’이 필요하다. 부모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아이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듯, 리더 역시 자신과 부하 직원의 기대 수준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목표 설정을 하거나 평가 피드백을 할 때, 리더는 부하 직원에게 기대하는 사항, 요구 수준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서로 협의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작은 성과라도 칭찬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리더 입장에서는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왜 이렇게 밖에 못할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로 다스리기 보다는 칭찬으로 다스리는 것이 육성의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리더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관리형 리더, ‘꼼꼼! 치밀! 주도면밀!’ 
 
관리 중심형 리더는 내실을 충실히 다지면서 실수 없이 안정적인 조직 운영에 능하다. ‘집사’와도 같아서 모든 일들을 원리와 원칙에 입각하여 주도 면밀하게 관리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다만, 이런 유형의 리더들은 지나치게 세심한 부분까지 챙기다 보면 일의 분담, 권한 부여 등을 통한 부하 직원 육성에 자칫 소홀해 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 리더십의 덫 3: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면 부하육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진나라 시황제는 중국 역사상 최초의 통일 국가를 건설한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그는 황제로서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을 휘둘렀지만 도량형과 달력, 화폐, 문자 등을 통일하는 등 관리형 리더로서의 강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십팔사략’에도 ‘시황제는 무엇이든 남에게 맡기지 않고 모든 것을 자기가 직접 결재하려고 했다. 일의 양이 늘자 저울로 매일 일의 양을 달아서 정하기에 이르렀다’고 기술되어 있다.
 
 관리형 리더는 업무의 세세한 부분과 조직의 구석구석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진다. 그러나 세세한 부분을 아는 것에 비해 본인이 직접 그 모든 것을 실행하려고 하는 것은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는 리더는 부하직원을 육성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권한을 위임하는 것을 마치 ‘장수가 칼을 놓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과감하게 부하 직원에게 맡기면 좋을 텐데, 본인이 A부터 Z까지 다하려 한다. 아랫 사람 입장에서는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는 부하 직원들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리더는 ‘분명한 역할 분담’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리더와 부하 직원 각자가 서로 잘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은 분명히 구분된다. 이 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하루 아침에 일상적인 업무에서 손을 놓으려면 리더 입장에서도 불안할 수 있다. 점진적으로 구성원들에게 하나씩 업무를 부여하고 책임을 지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실무적인 일은 부하 직원들에게 맡기고 리더는 반드시 점검해야 할 것들만 챙기거나 본질적인 이슈, 미래 준비에 전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적인 업무에서 발생하는 문제보다는 미래 준비에 소홀해서 생기는 문제가 조직에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리더가 인지할 필요가 있다.
 
관계 중심형 리더, ‘소통과 조화가 짱!’ 
 
덕장에 흔히 비유되는 관계 중심형 리더는 구성원들과의 조화와 친화를 중시한다. 조직 내에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윤활유 역할을 자처하며, 부하 직원들이 조직 생활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할 줄 아는 리더십을 발휘한다.
 
그러나, 자칫 관계 중심형 리더가 남에게 비춰질 자신의 좋은 이미지만을 생각하게 되면 갈등을 외면하거나 주도적인 실행에 약점을 보일 수도 있다.
 
◆ 리더십의 덫 4: 갈등이 나의 이미지를 해친다? Good man 콤플렉스 주의해야 
 
관계 중심형 리더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 높다. 타인의 감정을 많이 의식하고 행동하기도 한다. 대인 관계에서 좀처럼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리더는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중시하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사고 탓에 갈등 해결이 필요한 순간 오히려 그 자체를 감추거나 ‘모른 척’ 넘기려는 성향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언제나 웃는 얼굴로 무조건 좋은 사람, 착한 사람으로 보이려고 하는 ‘Good man’ 콤플렉스에 빠질 수 있다. “사람은 좋은데 일은 빨리 해결되지 않는다”, “싫으면 싫다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도통 의중을 잘 모르겠다”는 평가를 받는 리더들이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조직 생활에서 긍정적 의미의 갈등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서로의 협업이 필요한 순간 서로의 업무를 핑계로 또는 책임 회피를 위해 의사결정을 안 하고 ‘핑퐁 게임’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 리더가 갈등이 두려워서 또는 자신의 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양쪽의 입장만을 옹호하기 시작하면 문제 해결은 요원한 일이 되고 만다. 직접 나서서 서로의 의견을 두고 논쟁하게 만들고 갈등을 일으켜 의사결정을 하도록 만들 필요도 있다.  
 
◆ 리더십의 덫 5: 배려, 경청이 우유부단함이나 실행력 저하로 이어져서는 곤란 
 
삼국지에 등장하는 유비는 조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덕장에 비유되지만 우유부단한 장수로 묘사되곤 한다.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충성을 다 할 수 있겠다’라는 느낌을 갖도록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인간적인 매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순간 의사결정을 실기(失期)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대화를 통한 배려와 경청은 조직에서도 부하 직원들의 마음을 열게 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리더에게 꼭 필요한 덕목 중에 하나이다. 독일의 시인 괴테도 “황금보다 더 밝은 것은 불빛이며, 불빛보다 더 찬란한 것은 대화”라고 말했다.
 
다만, 리더의 배려와 경청도 실행의 관점에서 다소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배려가 노력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기대 이하의 성과를 창출하는 부하 직원을 허용하거나 부주의에서 오는 실수도 감싸주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경청 역시 ‘듣는 것이 수용을 의미한다’는 잘못된 기대를 상대방에게 심어줄 수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실행의 관점에서 배려와 경청의 의미와 범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배려와 경청이 ‘일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 연계될 필요도 있다. 배려와 경청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데 일은 제자리에서 맴도는 경우가 있다. 리더가 사람 사이의 원만한 관계 형성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배려와 경청을 통해 이슈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한편, 문제 해결의 방법 및 역할 분담 등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변화 추구형 리더, ‘변화, 변화, 변화!’ 
 
최근 가장 각광받는 리더십 유형 중의 하나가 변화 추구형 리더십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끊임없는 변화 모색을 통해 시장과 경쟁사의 빠른 변화, 기술의 급진전에 적시 대응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다만, 구성원들의 참여와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지속적인 변화 추구는 조직에 피로감을 줄 수도 있고 개인의 독단적인 행동처럼 보여질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 리더십의 덫 6: 조직의 피로도를 경계하라 
 
질레트의 CEO였던 제임스 킬츠는 “우리는 성공의 반대되는 개념은 실패가 아니라 아무런 변화도 추구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변화와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시대 기업에게 있어 ‘변화’ 만큼 중요한 키워드도 드물다. 최근 몇몇 IT 기업들이 경제 불황 및 시장, 고객 니즈 변화에 대응하는데 실패해 경쟁 우위를 상실하고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변화 추구형 리더는 조직이 창의적으로 움직이고 외부 시장 변화에 깨어 있도록 만드는 장점이 있다. 변화가 중요한 것이지만, 리더가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정도로 지나치게 오랫동안 변화를 추구할 경우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다. ‘보고를 위한 보고’가 구성원들의 창의와 의욕을 꺾는 것처럼 ‘변화를 위한 변화’도 조직의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에 약간의 충격만 주어지더라도 쉽게 부러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닛산을 위기에서 구한 인물로 평가 받는 카를로스 곤 회장도 지속적인 변화 추구로 조직 피로도를 경험하게 된다. 취임 후 ‘닛산 리바이벌 플랜’, ‘닛산 180(판매대수 100만대 증가, 영업이익률 8%, 부채 0% 달성)’, ‘닛산 밸류업’ 등의 경영 혁신을 추구했으나 2007년경 과도한 수치 경영 및 공격 경영의 부작용으로 안팎으로부터 ‘사원들이 피로 증후군에 시달린다’는 지적을 받기에 이른다.  
 
발 빠른 변화도 좋지만 때로는 조직의 역량, 자원을 고려한 템포 조절이 필요하다. 해야 할 일들은 가득한데 역량 있는 인재가 충분하지 못하거나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조직에 불만이 쌓일 수도 있다. 더불어, 리더가 주도하는 혁신 못지 않게 구성원들이 혁신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이끌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IBM의 혁신을 이끌었던 루 거스너 전임 CEO도 “변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회사 임직원들의 공감대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들이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했다.
 
◆ 리더십의 덫 7: 변화를 주도하기 위한 카리스마가 독단으로 비춰질 수 있다 
 
아이폰(iPhone), 아이패드(iPad)의 연이은 히트로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스티브 잡스. 그는 자사의 신제품을 발표하는 WWDC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세계 개발자 회의)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프리젠테이션으로 전세계 IT 매니아들을 매료시키곤 한다. 조직 운영에 있어서도 제품의 디자인과 사양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개발을 주도하는 등 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개인의 독단에 의한 ‘원맨 경영’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경우도 있다.
 
카리스마는 변화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확신 속에서 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지나칠 경우 조직 내에서 독단으로 비춰지곤 한다. 이런 리더에게 구성원들은 “항상 ‘자신이 옳다’는 태도로 상대를 무시하고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듣는 것이 1이라면 말하는 것이 9이다”, “리더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카리스마가 자칫 독단으로 이어지면, 조직 내에 집단 지성이 발휘되기 어렵고 ‘리더는 존재하나 리더십은 존재하지 않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리더라 할지라도 타인의 평가와 자극이 필요하다. 이것은 타인의 관점에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반추해 볼 수 있는 진단과 학습의 도구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런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리더들은 자기 만족적인 독선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리더십 강점 뒤에 숨은 함정도 경계할 필요 
 
리더십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리더가 리더십의 여러 가지 면모를 발휘하고 있음에도 하나의 유형으로 분류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고, 이것 저것 잘해야 한다고 논하는 것은 전지전능한 리더를 이야기 하는 것과도 같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사의 리더십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하 직원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에 대해 논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역할 모델로 존경 받아야 할 리더가 미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리더에게 완벽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이며 자칫 이기적인 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다. 리더가 자신의 강점을 살리되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자각하고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스스로 만들어 놓았을지도 모르는 덫에 빠지지 않는 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