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30일 월요일

◎중국의 임금 상승, ‘세계 공장’ 시대 막 내리나?










LG경제연구원 '중국의 임금 상승, ‘세계 공장’ 시대 막 내리나?'

중국의 저임금 시대가 저물고 있다. 올 들어 법정 최저임금이 평균 20%나 급등한 가운데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도 잇따르고 있어 ‘세계 공장’의 지위가 흔들리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이 유난히 커 보인 것은 2009년의 미반영분까지 반영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임금 수준은 베트남, 인도 등 신흥국가와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 멕시코 등 일부 개발도상국의 절반 수준이어서 경제발전 수준과 임금간의 괴리가 있다. 중국정부는 임금 인상을 경제구조전환, 양극화 해소 및 사회불안 요인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다목적 카드로 삼고 있다. 중국 근로자들의 권익의식 제고 및 신세대 농민공들의 부상으로 노동분쟁의 발생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저임 제조업 공장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주기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가 2015년까지 평균 임금을 현재의 두 배로 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향후 임금 상승세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생산성을 초월해 임금상승이 이뤄지면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이로 인해 산업간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인건비 이외에 양호한 물류 인프라와 제조업 클러스터, 제도적 환경, 특히 거대한 내수시장의 잠재력은 중국이 생산지로서 갖고 있는 남다른 매력이다. 인건비 상승의 충격을 이겨낼 수 있는 고부가가치화와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 목 차 > 
Ⅰ. 임금 상승의 실체와 배경   
Ⅱ. 임금 상승은 어디까지?
Ⅲ. 임금 상승이 경제와 산업에 미칠 영향  
Ⅳ. 시사점 : 철수할 것인가, 변화할 것인가?
 
 
최근 중국 노동시장은 잇따른 파업 사태와 임금 인상 파동으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폭스콘 중국 선전(深玔)공장의 연쇄 자살 사건을 계기로 다국적 기업들의 ‘노동 착취와 도덕성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현 임금 수준의 불합리함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폭스콘이 급기야 기본급을 900위안에서 2,000위안으로 122% 상향 조정한 데 이어, 일본 혼다차 포산(佛山) 공장도 34% 인상안을 타결해 사태를 진정시켰지만 선두기업 임금 인상에 따른 ‘양떼효과’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임금 인상의 물결이 확산되는 와중에 올 들어 14개 주요 도시의 최저임금이 평균 20% 급등했다. 중국 저임금 시대의 종언이 현실화되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생산기지를 아예 동남아 지역으로 이전하려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과연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서 누렸던 ‘봄날’은 간 것인가?  
 
 
Ⅰ. 임금 상승의 실체와 배경   
 
 
1. 금융위기 이후 뒤늦은 조정 
 
먼저 중국 임금수준이 어디까지 올라와 있는지와 최근의 변화 추세에 대해 유심히 살펴본다. 중국의 실질 임금 상승세는 대체로 과거와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다소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0년~2009년 물가 요인을 제거한 실질 임금 상승률이 연평균 14.6%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최근 3년 동안의 증가세는 연 16%를 넘어섰다(<그림 1> 참조). 지역적으로 보면 중서부 내륙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는데 이는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도 역시 후베이(28.6%), 후난(27.8%) 등 내륙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업종별 임금 상승 추이를 보면 최근 논란의 초점인 제조업의 임금증가율이 다른 업종에 비해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교육 등 서비스업의 최근 3년 평균 증가율이 20% 안팎인 반면 농촌 잉여인력 유입이 가장 왕성한 제조업은 14%로 전 업종의 평균수준에 머물고 있다(<그림 2> 참조).  
 
올해 중국 각 지역의 법정 최저임금 인상 폭은 유난히 커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04년 이후 매년 최저 임금을 상향 조정해왔던 중국정부가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임금을 동결했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이번 임금 인상은 2009년의 미반영 분까지 반영한 일종의 ‘뒤늦은 조정’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관점에서는 실제 인상 폭이 그리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최저임금 상승폭이 해당 지역 과거 2년 간 누적 명목 GDP 증가율보다 낮을뿐 아니라 같은 기간 그 지역의 평균 임금 증가율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상하이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17%에 달했지만 지난 2년간 평균 임금 증가율인 29%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평균임금 대비 최저 임금 격차 최저임금 수준의 합리성을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평균임금의 40%이상이면 높은 수준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중국의 대부분 지역은 아직 40% 이하여서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표 1> 참조).
 
다른 국가와 비교해보면, 최근의 임금 상승세를 감안해도 중국의 제조업 임금의 절대수준은 여전히 중진국보다 현격하게 낮은 수준에 있다. 2009년 미국 노동국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6년 제조업 시급 기준으로 중국은 미국의 2.7%, 일본의 3.4% 밖에 되지 않았으며, 개발도상국인 멕시코의 1/4, 필리핀의 2/3에도 미치지 못했다. 실제로 중국 일부 대도시에서 영화 한편 값이 한화 1만원, 커피 한잔이 5,000원이 될 정도로 물가가 이미 한국과 거의 근접한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중국 제조업 저임 노동자들은 한 달에 20~30만원으로 버텨야만 한다. 따라서 중국 경제발전 수준과 임금 수준 간에는 아직도 괴리가 커 향후 임금 상승 여지가 많아 보인다. 다만 2009년 기준으로 중국의 임금은 베트남의 3배, 인도네시아의 1.5배에 달했고 이들 신흥국가와의 임금격차가 점차 벌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 산업구조 고도화 과정에서 일부 경쟁력을 상실한 노동집약적인 업종들은 동남아로의 이탈이 불가피해 보인다(<그림 3> 참조).  
 
2. ‘균부론(均富論)’을 지향하는 정부정책  
 
중국 임금이 상당기간 고속 상승의 궤도에 진입한 것은 경제 발전과 사회 선진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일종의 ‘성장통’이지만 중국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연관이 깊다. ‘균부론’을 주창하고, ‘민생’과 ‘허셰(和諧)’를 내세운 후진타오 정부는 중국의 현재 임금 수준이 너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 패러다임 전환과 양극화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먼저 ‘셔츠 1억 개를 수출해 비행기 한 대를 사들인다’는 식의 저임 기반 성장방식이 언젠가 한계를 맞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내수 중심의 경제구조로의 전환이 지속 가능성장의 관점에서 불가피하다. 임금 인상은 소득 증대에 따른 내수시장 확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내수 진작 정책 기조와 일맥상통하다.
 
또 중국의 임금이 GDP에서 차지한 비중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2007년에 41.3%로 미국 56.6%, 한국 46.8%보다 크게 낮다. 이처럼 중국 근로자 소득 증가가 기업의 이윤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 하나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임금에 의지하는 중, 저소득 계층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것을 반영하면서 소비확대 제약 및 양극화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그림 4> 참조). 중국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격차가 지난 80년대의 7.3배에서 2007년의 23배로 확대했고, 지니계수도 2009년에 0.49(사회과학원)로 위험수위를 넘었다. 저소득층들의 불만이 자칫 반체제 운동으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현 정부의 최우선 과제이고, 이런 의미에서 임금인상은 사회안정을 위한 유효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정부는 그 동안 ‘삶의 질’을 강조하면서 소득 향상에 기여하는 친노동자 정책 기조를 고수해 왔다. 농민 소득을 제고하는 ‘三農’ 정책, 인구 이동을 제한하는 호구제도 완화를 비롯해 노동 안정성을 보장하는 ‘근로계약법’ 등은 바로 이런 취지에서 나왔다. 특히 이번 전인대에서 ‘노동자의 존엄’을 재차 강조하면서 사상처음으로 ‘신세대 농민공’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을 정부공작보고에 포함시켰다. 현재 검토중인 ‘임금조례’도 임금 단체 협상, 독점 업종의 임금 내역 공개 등 내용을 담고 있어 정부의 ‘소득 분배 불균형 해소’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이번 ‘임금인상 물결’을 ‘왜곡된 임금 수준의 정상화 과정’ 및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요구’로 정의하고, 지금까지 중국의 경제성장은 저임금 노동자의 희생을 대가로 이뤄졌지만 더 이상 이럴 수가 없다’, ‘보다 많은 노동자들이 경제발전의 성과를 향유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부분 주요 언론도 노동자를 단지 생산요소의 하나로 간주하고 그들의 인간성을 무시하고 있다며, 외자기업에 대해 분개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언론의 입장은 일반적으로 정부의 의도와 일치하고, 중국의 사회체제 특성상 중국의 정책 영향력이 결정적이란 점을 감안할 때 임금상승 추세가 계속되는 대세임은 분명하다.  
 
3. 갈수록 증가하는 노동분쟁   
 
중국 정부가 2008년부터 실시한 근로계약법이 중국 노동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변곡점이었다면 최근에 잇단 노사쟁의는 이런 추세의 연장선 상에서 임금 상승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촉매제’인 셈이다. 중국은 1982년에 사회주의 체제하에 노동쟁의가 일어날 리가 없다는 이유로 노동법에서 관련 조항을 삭제한 뒤 노동자 쟁의권에 대한 분명한 법적 규정 없이 공백상태에 놓여 있다가, 지난 2008년이 되어서야 ‘노동쟁의 조정 중재법’을 도입했다. 최근 중국 사회보장국이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면 중국의 노동쟁의 건수가 2007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고, 파업사태는 외자기업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최근 하난성의 핀면(平棉) 방직 공장 등 일부 국유기업까지 번지고 있다(<그림 5> 참조). 이는 한국 1988년 올림픽 전후에 나타나는 패턴과 매우 유사한 면이 있어 중국 노동자의 권익의식이 한 단계 높아졌다는 것을 반영하는 한편, 금융위기 겪으면서 억눌렀던 불만이 한꺼번에 표면화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중국의 ‘노조’ 격인 ‘공회(工會)’는 한국과는 달리 ‘친근로자’적인 성격보다는 친 기업적 협의 창구 역할과 노사간 충돌을 막는 완충기능을 수행해왔다. 노동자들이 파업사태를 벌일 때 공회 직원들이 오히려 노동자와 맞서는 경우도 흔히 있다. 이처럼 ‘노동자의 요구를 대변하지 못하는’ 공회에 대한 비판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향후 공회의 ‘노동자 권익 제고’ 역할도 강화될 전망이다.  
 
중국 ‘신세대 노동자’들은 기성세대의 의식수준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재 80년대 이후 태어난 이들의 수가 대략 전체 농민공의 60%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3高(높은 교육수준, 직업기대치, 삶의 질에 대한 기대치)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반면 3低 (낮은 임금수준, 사회보험가입 및 노동계약 체결 비율)의 현실 직면하고 있어 꿈과 현실의 괴리와 심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농사 경험이 전혀 없는 그들은 ‘1자녀’ 세대답게 자신의 불만을 쉽게 표출하고, 열악한 환경과 불공정한 대우를 잘 견디지 못하는 반면, 더 나은 삶에 대한 욕망은 휠씬 강렬하다. 그들은 실용주의적이면서 차별에 대해 매우 민감하고 특히 권리의식이 높은 편이다. 실제로 혼다 공장 파업 사태가 벌어질 당시 한 20대 ‘신세대 근로자’가 베이징 대학의 법률 전문 교수한테 전화를 걸어 관련 자료를 요청한 뒤, 중국 대표 메신저 QQ를 통해 노동자를 끌어 모았다. 과거보다 한층 ‘도시화’된 ‘신세대 농민공’들의 눈높이 역시 기업 경영비용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Ⅱ. 임금 상승은 어디까지? 
 
 
1. 다가오는 ‘루이스 전환점’  
 
임금 추세를 좌우하는 근본적인 요인인 노동력 수급관계도 점차 빠듯해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1자녀’ 정책 탓에 중국의 Baby boom 세대들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경제활동인구가 2015년 전후에 최고치에 달한 후 그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전체 인구에서 15~29세의 젊은 층 비중도 역시 서서히 감소될 전망이다. 2010년 2/4분기의 도시 인력 수급 현황을 보면 25~34세 연령대의 공급부족이 가장 심각하다. 세계은행도 2010년 중국 인구의 평균 나이가 34.2세, 2030년에는 40세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그림 6> 참조).
 
더군다나 최근 농민공 부족 현상이 연해지역뿐만 아니라 내륙까지 확산되면서 중국은 이미 ‘루이스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견해까지 제기되고 있다(<그림 7> 참조). 즉,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유입이 줄어들면서 노동력 부족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임금이 본격적으로 오르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농업부문 잉여노동력은 아직 7,500만 명으로 추정되나 50% 이상이 40대 이상인 사실이 잉여노동력의 고갈이 임박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농업부문의 노동생산성이 아직 제조업보다 현저하게 낮고 (한국의 1/2), 도시화 비율도 47%로 일본과 한국이 ‘루이스 전환점’을 도달할 당시의 70%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향후 기계화에 따른 농업 부문의 노동생산성 제고와 도시화 확대 등으로 잉여노동력이 추가 배출될 여지가 크다. (만약 중국의 농업 노동생산성을 한국의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1.7억 명의 잉여 노동력의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유 이주 노동을 막는 제도적 장벽인 호구제도의 점진적인 완화도 잉여노동력 공급을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최근에 나타나는 농민공 부족은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2009년 금융위기 여파로 동부지역 공장이 대규모 감원했지만 올 들어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노동력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중서부에 집중되는 인프라 건설과 내륙도시의 공업화 수준 제고 과정에서 생기는 노동력 수요가 이미 많은 농촌 노동력을 흡수했고, 정부의 농업세 폐지, 농민복지 확대 등 정책도 도시이주 노동의 기회비용이 커졌다. 이 밖에 서비스업을 선호하는 풍조가 제조업의 인력부족을 심화시키는 면도 있다. 따라서 노동집약형 공장이 밀집한 주강삼각주 지역의 인력난이 유난히 심각하다. 전국적으로 ‘루이스 전환점’이 도달할 때까지 아직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지만 농업 생산성 제고 등에 따른 농촌 잉여노동력 공급이 경제발전에 따른 노동력 수요의 증가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일부 저임 제조업 공장이 밀집한 지역의 경우 노동력 부족 현상이 주기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이외에도 빠르게 오르는 대도시의 주택가격과 물가가 노동자들의 임금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베이징의 주택 평균가격이 2005년보다 2.14배 올랐으며, 최근 3년의 전국 평균 물가상승률이 3.3%에 달했다. 향후 도시화 등으로 대도시의 주택 및 물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 임금은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  
 
중국 사회 전반에서 임금 인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인력난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어 임금 상승 압력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근로자 임금을 현재의 두 배로 올리기 위해 일본이 1960년대에 실시한 ‘국민소득 배증(倍增) 계획’과 비슷한 ‘소득분배 조정을 강화하는 지도의견 및 실행 세칙’을 추진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임금 상승률이 매년 15%가 되어야 한다, ‘00년~’09년간 의 평균임금 상승률이 14.7%인 것을 감안할 때 향후 임금 상승세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임금수준이 높아지면 같은 신장세라도 실제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올해 전인대에서 중국 총공회 대표가 각 지역의 최저임금 수준을 해당지역 평균임금의 40 %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12.5 기간 (2015년까지) 내에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향후 5년간 최저임금의 상승폭이 평균임금보다 10%p 더 높아야 한다. 중국 정부 목표가 양극화 해소이기 때문에 소득수준이 낮은 지역, 소득이 낮은 계층의 임금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가파를 수 있다.  
 
노동 수급 상황을 보면 현재 전문대 이하의 저학력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아 블루컬러를 중심으로 임금 상승이 예상된다.  
 
한편, 현재 농민공들의 사회보험 가입비율이 20% 미만으로 매우 낮으나 향후 사회보장체제 강화에 따라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사회보험비용도 대략 임금의 30% 수준으로 예상된다.
 
 
Ⅲ. 임금 상승이 경제와 산업에 미칠 영향  
 
 
1. 인플레 압력 제한적이나 기업 경영부담 가중  
 
임금의 가파른 상승세로 인해 중국 내의 인플레 압력이 가중되거나 중국 수출제품 가격 상승으로 골디락스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임금 상승률만을 가지고 실제로 경제와 기업의 부담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판단할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중국 노동자들의 노동생산성도 더불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임금이 연평균 15%씩 급증해왔지만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의 평균상승률은 1.8%에 그쳤고 제조업의 이윤증가율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그 이유는 바로 같은 기간 노동생산성의 평균증가율이 16.9%로 임금 상승률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단위노동비용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고, 이런 관점에서 2007년의 중국 임금에 따른 기업부담이 오히려 2000년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06년 이후 임금 상승이 가속화되면서 노동생산성과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다가 2008년에 노동생산성을 역전한 모습을 보였다(<그림 8> 참조). 2008년 중국 노동생산성의 급락은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에 고용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매출증가가 둔화된 데 따를 것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2009년에 생산성 증가율이 다시 플러스로 돌아오더라도 중국정부의 강력한 임금 인상 의지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임금 상승률이 노동생산성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본과 한국의 고도성장기 경험을 살펴보면, 일본은 1965~75년의 제조업 평균 임금 증가율이 15.6%, 한국도 1989~96년엔 7.8%로 높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일본과 한국의 임금 상승률이 모두 생산성을 넘어섰으므로 CPI가 7% 이상 치솟았다. 중국에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다만 중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당시의 한국과 일본보다 월등히 높고, 지금까지의 교육 및 과학기술 수준이 낮지만 빠르게 향상되고 있어 향후 생산성 상승 여력도 비교적 크다. 이런 측면에서 임금 상승률이 생산성을 초월하더라도 인플레 압력은 당시의 한국과 일본만큼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표 2> 참조).
 
중국 제조업의 경우 각 제조단계의 원자재와 부품 가격에 포함된 노동 비용을 모두 합산하면, 최종소비품 가격에서 노동비용이 대략 25%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만약 5%의 노동비용 상승이 모두 최종소비가격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제품가격이 1.2% 상승할 수 있다. 공업용품 가격이 CPI 구성에서 약 30% 차지하기 때문에 소비자물가는 0.4%p 정도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중국 내에서 많은 산업이 생산능력과잉 문제에 시달리고 있어 임금상승으로 제품원가가 올라가더라도 공급과잉으로 비용증가분을 모두 하류업체 및 소비자에 전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 생산성을 넘어서는 임금 상승세가 나타나더라도 단기적인 인플레 압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즉,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순익이 감소될 가능성이 높다.  
 
2. 산업별 명암 엇갈릴 전망  
 
중국 임금 상승에 따라 산업간의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노동비용 비중이 높은 산업일수록 임금상승의 충격을 더 많이 받을 것이다. 특히 중국 내에서 저임을 이용해 생산 수출을 하는 기업의 경우 생존입지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중국의 산업연관표(2007)를 통해 각 산업의 노동비용 비중 (노동비용/생산총액)을 계산한 결과 1차 산업 56%, 2차 산업 8%, 3차 산업 19% 순으로 나타났다. 즉 1,3차 산업이 2차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집약적이라는 의미이다. 세부 산업을 보면 의류, 가구 등 제조업과 금융, 교육 등 일부 서비스업의 노동비중이 높은 반면 화학공업, 전자기기 등 업종은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임금 상승은 소비, 생산, 제품 가격 등 여러 측면을 통해 입체적으로 산업과 경제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먼저 소득증대에 따른 소비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임금 인상은 최저임금 및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이뤄져 수혜자가 대부분 서민계층이기 때문에 식료품, 소매유통업, 의류 등 기초부문의 소비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질 전망이다.  
 
한편, 소비수요증가 및 소득증대에 따른 저축확대가 기업의 생산과 투자를 자극하고, 생산원가가 올라가면서 최종제품가격도 높아진다. 주요산업의 소비, 생산 및 이윤 변화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임금이 20% 상승할 경우 전자기기 부문의 수요 확대 효과보다 제품 가격상승 효과가 더 커 이윤이 7.3% 하락하는 반면 화학공업의 경우 제품가격 상승 효과보다 수요 및 생산확대 효과가 더 두드러져 이윤의 하락폭이 0.16%에 불과하다(<표 3> 참조). 기업의 이윤은 시장 수급관계, 기업의 노동생산성 제고 노력 등 여러 변수에 달려 있어 같은 업종인데도 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대체로 내수시장 확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면서 노동비중이 낮은 업체가 그 덕을 볼 수 있다.  
 
중국 가전산업의 경우 노동비용이 생산원가의 7%, LCD와 에어컨의 경우 5% 미만으로 낮은 편이다. 임금이 15% 상승할 경우 제품 가격이 약 2%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농민공 소득의 15% 상승으로 ‘가전하향’ (정부가 13%보조금 지급)과 맞먹는 시장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기업에게 오히려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3. 구조조정 및 산업고도화 가속될 전망
 
임금상승은 ‘양날의 칼’과 같다. 구매력 향상에 따른 수입증가가 무역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중국경제의 전반적인 체질개선을 가속시킬 것이다. 외국 투자자들이 임금수준이 상대적 저렴한 내륙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지역경제발전을 도모하는 중국으로서 희망하는 일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임금상승이 위안화 절상과 맞물려 수출가격경쟁력의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중국정부는 이것을 경제구조전환의 대가라고 각오하고 있는 듯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임금=경쟁력’이라는 공식을 깨고 한 차원 높은 경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저임에만 의존하던 기업이 물러간 자리에 기술경쟁력이 더 높은 기업들이 자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런 산업고도화와 소비영향력의 확대과정이 바로 수출증가율 둔화와 고도성장 감속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국정부의 적절한 속도조정이 관건이다. 한편, 중국 수출품목이 점차 고도화됨에 따라 향후 한국과의 경합도가 높아지고 수출 분야의 경쟁격화가 예상된다.  
 
 
Ⅳ. 시사점 : 철수할 것인가, 변화할 것인가?  
 
 
글로벌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은 저비용 생산기지로서의 우위가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임금뿐만 아니라 도시화 등 수요 증가로 토지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위안화 환율도 2015년까지 15% 안팎 추가 절상될 전망이므로 생산비용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노동집약적이고 저부가가치인 업종은 생산기지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을 모색할 필요가 있는 반면 LCD, 자동차 등 중국시장을 겨냥하는 업종의 경우 기계설비 확충 등 생산성 제고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중국 내륙으로 이전하려는 외국인투자자가 많아지면서 2000년에 12%에 불과했던 중서부 지역의 FDI 비중이 2009년에 30%를 넘었다. 인텔은 상하이 공장을 쓰촨성 청두로 옮겼고, HP는 충칭(重慶)에 노트북 수출제조단지를 설립했다. 한편, 미국 패션업체 코치(Couch)는 아예 중국을 떠나 인도나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일부 내륙지역의 임금상승률이 전국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어 동부연해지역과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지금 당장은 문제 없지만 몇 년 뒤에 또 다시 이전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동남아로 떠났다가 원부자재 조달 문제 등으로 다시 중국 연해지역으로 유턴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데는 인건비 이외에도 대체생산지로 거론되고 있는 동남아 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요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상무부 대변인이 임금인상이 외자유치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인건비만 바라보는 기업은 더 이상 중국의 외자유치 대상이 아니며, 양호한 물류 인프라와 제조업 클러스터, FTA등 제도적 환경의 개선,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대한 내수시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중국의 생산지로서의 진정한 남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근로자의 임금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신발을 생산하는 데에는 벅차겠지만 반도체나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에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즉, 중국에서 살아남으려면 구조조정을 통해 높아진 임금수준에 적합한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동전의 양면이 있듯이 중국의 임금 상승은 위기이자 기회이다. 생산성을 넘어서는 노동비용이 일부 기업의 순익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근로자의 지갑이 두툼해지면서 소비재를 수출하거나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 보는 시각과 대응전략에 따라 ‘제2의 골드러시’를 구가할 수도 있는 반면, 퇴출의 운명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 서둘러 이전하는 것보다 어떻게 경쟁력을 키울 것인가 하는 것이 지혜로울 것이다.  <끝>

◎한국인의 여가(餘暇)가 변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한국인의 여가(餘暇)가 변하고 있다'

주 5일제 시행으로 한국인들에게 여가 활용의 기회가 많아졌다. 한국인들은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여가 선용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을까? 한국인들의 여가 의식과 활동들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기업에 주는 시사점을 짚어본다. 
 
한국 기업에 주 40시간 근로제(일명 주 5일제)가 도입된 지 6년이 흘렀다. 현재 종업원 20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산 적용되고 있다. 주 40시간 근로제는 OECD 국가 중 최장의 노동 시간을 자랑하던 한국인들의 삶 다방면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 중 하나가 여가 생활의 양적, 질적 향상이었다. 노동 중심적인 삶을 살아 온 한국인에게 기대했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여가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종합하면, 여가는 일이나 그 밖의 의무적인 활동에서 벗어나서 그 자체로 기쁨과 만족감을 얻기 위해 하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수면, 식사 등의 필수 활동과 일, 가사 등의 의무 활동이 ‘해야 하기 때문에(Have to)’ 하는 활동인 반면, 여가 활동은 ‘자발적으로 하고 싶어서(Want to)’ 하는 활동이다. 대표적인 여가 활동으로는 스포츠, 사교 활동, TV/영화 시청, 자원 봉사 활동, 종교 활동 등이 있다.  

여가는 의무적인 삶에서 오는 긴장을 해소하거나 공허감에서 벗어나게 해 정신적, 육체적인 균형을 유지시켜 줄 수 있다. 그리고 여가 생활에서의 성취를 통해 자존감이 향상될 수 있으며,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집단 여가를 통해 집단 내 문화와 가치를 학습하고 소속감을 키울 수 있다. 여가의 이러한 긍정적인 기능 때문에 삶의 질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GPI(Genuine Progress Indicator)에 여가 생활과 관련된 항목들이 포함된다.  

주 40시간 근로제 도입 이후 한국인들은 더 많아진 여가 기회로 인해 삶의 질이 향상되었을까? 한국인의 여가 생활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를 여가 의식과 여가 활동이라는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서 살펴보자.  
 
여가 의식의 변화 : 다운시프트 삶 희망 

한국인에게 여가는 그리 익숙한 개념은 아니다. 산업화 시기에 빠른 경제 성장이라는 목표만 바라보며 노동만이 의미 있는 활동이고, 여가는 비생산적인 활동으로 치부하거나, 노동으로 소진된 에너지를 충전하는 소극적 활동으로만 여겼다. 일을 위해서라면 여가와 같은 개인의 삶을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노동 중심적인 삶을 살아온 것이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주 40시간 근로제와 같은 제도적 기반이 갖춰지면서 여가에 대한 의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 2010년 스탠다드차타드가 서울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1/3이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이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의 46.1%가 ‘현재보다 연봉이 낮아도 휴가일수가 더 많고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이직할 마음이 있다’고 응답했다. 소득과 사회적 지위보다 여유로운 생활을 선택하는 다운시프트(Downshift) 삶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은 의식 변화에는 신세대의 노동 시장 진입과 몇몇 사회·경제적인 이슈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명 Y세대라고 불리는 신세대들은 일과 여가의 균형을 바탕으로 한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성장했고, 일찍부터 해외 여행을 통해 선진국의 생활 방식을 접해 온 까닭이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1년에 한번은 해외 여행을 다녀오고, 매년 다녀온 여행의 흔적을 이력서만큼이나 소중하게 관리하는 세대들이다. 여가에 대한 기존 세대들의 의식 변화는 몇 차례의 경제 위기와 유명인의 자살 사건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 위기로 인한 실직과 누구나 선망하던 유명인의 자살 앞에서 기존 세대들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노동 중심의 삶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삶의 의미와 보람을 노동뿐만 아니라 여가로부터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불었던 인문학 열풍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여가 활동의 변화 

한국인의 여가 의식은 분명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는 한국인의 여가 활동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을까?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여가 활동을 통해 삶의 의미와 활력을 찾는 선진형 여가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가? 주 5일제가 시행되기 전과 후에 한국인들의 여가 활동에 나타나고 있는 변화를 알아본다.  
 
1. 여가 활동의 롱테일화 

여가 활동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여가 활동 별 시간과 지출액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나타난 경향을 종합하면, 여가 활동이 롱테일화 되고 있다. 즉, 기존에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TV 시청이나 교제 활동,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서적이나 문화 서비스가 여전히 여가 시간이나 지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활동으로 편중되는 경향이 점차 약화되고 다양한 활동으로 시간과 지출이 배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즉, 여가 활동의 머리와 꼬리 중 꼬리 부분이 두꺼워지고 있는 것이다.

두꺼워지고 있는 꼬리 부분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현상을 살펴보자.  

우선, 즉각적이고 짧은 즐거움이 아닌 충만한 몰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능동적인 여가 활동이 다소 증가하고 있다. 스포츠 등의 집 밖 레져 활동과 여행에 투자하는 시간과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표 1> <표 2> 참조). 희망 여가 활동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변화가 향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여행, 스포츠, 문화예술 관람, 자기계발과 같은 여가 활동을 늘리고, TV 시청이나 인터넷 검색 등의 활동은 줄이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부유층들의 여가로 대변되던 고급 여가 활동들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대표적인 예로 골프의 경우 1년간 골프장에 가 본 사람의 비율이 2000년 1.1%에서 2009년 5.4%로 늘어났다. 서구식 여가였던 휴식형 스파도 가족 중심의 복합 리조트 시설들이 늘어나면서 대중화의 길로 들어섰다. 해외 여행의 경우 2000년 한 해 4.1%가 해외 관광을 했지만, 2009년에는 그 비율이 9.7%로 2배 이상 늘었다. 해외 관광 빈도 또한 1인당 1.28회에서 1.4회로 증가했다.  

여가 활동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지면서 여가 부문에서 전문성을 키우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여가나 취미 활동은 일과 다르게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사진, 스포츠, 그림, 악기 연주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갖추기 위해 시간과 노력, 금전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DSRL 카메라와 같이 전문가급 사진기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이와 같이 여가 활동의 전문화가 진행되면서 여가로 시작한 활동을 직업으로 갖게 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에 재미로 만화를 연재했다가 만화가라는 직업을 갖게 된 강풀 씨가 대표적인 예이다.  
 
2. 여가 활동의 유비쿼터스화 

어떤 여가 활동을 하는가의 관점에서 롱테일화가 진행되고 있다면, 여가 활동이 어떤 시간과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의 관점에서 유비쿼터스화가 진행되고 있다. 예전에는 출퇴근 시간은 이동을 위한 시간이므로 당연히 의무 시간으로 분류했다. 공간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제는 출퇴근하면서 운동과 여유를 즐기기 위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자출족’이나 스마트폰 등의 IT 기기를 이용해 자기계발을 하거나 음악이나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즉 필수/의무 시간과 공간에서 여가 성격의 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여가 활동의 시공간 상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생활 곳곳에 여가적인 성격, 즉 자유로움, 해방감, 즐거움을 향유하고자 하는 한국인들의 니즈가 반영된 현상이다.  

여가가 의무/필수 시간의 영역을 넘보는 만큼 반대로 일이 여가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도 흔히 일어나고 있다. 한국의 훌륭한 통신 인프라와 휴대 기기의 발전 덕분에 퇴근 후 여가를 즐기던 시간에도 우리는 언제든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일주일 하루 24시간 내내 일을 위한 대기 모드인 것이다. 실시간으로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고, 문서 편집이 가능한 스마트폰의 확산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촉진시킬 수 있다.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의 풍자소설 ‘시간을 파는 남자’에서 주인공 TC는 ‘당신을 위한 완벽한 자유시간 5분’이라는 상품을 플라스크에 담아 $1.99에 판매한다. 다소 엉뚱한 이 상품은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주 5일제로 여가 시간은 늘어났지만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한국인의 여가는 아직 과도기 단계 

이제까지 한국인의 여가 의식과 여가 활동 상의 변화를 살펴 보았다. 이를 종합해 보면 한국인의 여가는 과도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노동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개인의 삶에서도 삶의 에너지와 의미를 찾으려는 의식이 강해지고 있다. 이를 행동으로 옮겨 여가 활동에 진지한 태도로 몰입하고 능동적인 여가 활동을 하는 경향도 다소 나타나고 있다. 생활 곳곳에 여가적인 성격을 가미하려 노력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TV 시청, 인터넷 검색 등과 같은 여가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의무감에서 완전히 벗어나 여유를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OECD 2010년 통계연보에 실린 행복지수(Subjective well-being) 결과를 보자. OECD는 행복지수를 하루 동안 긍정적/부정적 경험을 한 사람의 비율로 측정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긍정적 경험 중 ‘흥미로운 것을 배우거나 했다(Learnt or did something interesting)’와 ‘즐거움(Enjoyment)’이라는 항목에서 30개 국가 중 각각 28위, 27위로 나타났다. 반면, 부정적 경험 중 ‘지루함(Boredom)’과 ‘우울함(Depression)’에서는 3위이다(<그림> 참조). 일이나 여가에서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한국인들이 여전히 많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여가에서 삶의 활력을 추구하려는 의식이 강해지고 있으며 여가 관련 제도나 시설 등의 제반 여건들이 점차 갖춰져 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여가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일에 여가적인 속성을 가미해 본다면… 

이와 같은 한국인의 여가 의식과 활동의 변화가 기업에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우선, 여가의 특성인 ‘휴식’ ‘즐거움’ ‘몰입’과 같은 쾌락적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단순히 해당 제품 카테고리가 제공하는 기본적인 기능을 충실히 담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여가를 즐기는 것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경험을 디자인하는 능력이 새로운 경쟁 원천이 될 수 있다. 애플의 아이폰이 성공을 거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다양한 기능이 조합된 기계가 아닌, 언제 어디서나 소소한 즐거움과 몰입을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문으로 다가갔기 때문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열망하는 많은 소비자들이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고용의 주체로서의 기업 입장에서 본다면 일과 여가 간 긍정적인 관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숙제가 될 것이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는 여가를 일과 배타적인 비생산적 활동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일과 여가가 상호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러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여가는 일에서 오는 신체적, 정신적 불균형을 다른 측면에서 회복시켜 삶의 균형을 찾아줌으로써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통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기업은 조직 구성원들이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여가 활동을 함으로써 일의 능률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일 자체의 능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여가의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열심히 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따라올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조직 구성원들이 일을 여가처럼 즐긴다면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여가 활동이 즐거운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본인이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결정할 수 있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으며, 해야 한다는 의무감 없이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일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일하는 방식에 여가적인 성격을 가미해 보는 것을 어떨까? 작은 영역에서라도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고, 자유롭게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회의 문화를 조성한다든지, 직장 내 업무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휴식 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그 예이다.  
 
한국인의 여가 생활은 아직 과도기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가 의식의 변화와 제반 여건의 조성으로 향후 여가가 한국인의 삶에 중요하게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인의 여가에 나타나고 있는 변화가 소비자로서, 그리고 조직 구성원으로서 한국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향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끝>

2010년 8월 18일 수요일

◎대한민국의 시니어, 그들은 어떤 소비자일까



LG경제연구원 '대한민국의 시니어, 그들은 어떤 소비자일까'

대한민국 시니어들은 어떤 취향과 욕구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이며 이들을 대상으로 어떤 제품, 유통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가능할까?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분석에는 KDI 국제정책대학원의 정권 교수가 2009년 12월 서울, 대전, 광주, 부산 네 개 도시, 60세 이상 남녀 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년층 라이프스타일 조사’ 자료를 활용했다.  
 
우리 나라 시니어들에게 인생은 아직도 발전의 과정에 있으며 지금보다 더 안정된 내일에 대한 기대가 있다. 또 대다수의 시니어는 실제 나이보다 스스로를 훨씬 젊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생리적 나이와는 상관 없이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과 외모 가꾸기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자녀들에게 신세지기는 싫지만 효에 대한 가치는 여전히 중요해 자녀가 부모의 생활을 돕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성공과 부는 무관하지 않으며 유명 브랜드의 소비를 통해 품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물질 중시형 소비자도 많았다. 한편 시니어 세대를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간절히 원하면서도 ‘노인용’ 꼬리표가 붙는 것은 매우 싫어한다. 이처럼 서로 상충되는듯한 특징이 공존하고 미묘한 차이로 호불호(好不好)가 갈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세심한 접근이 요구되는 시장이다. 시니어들의 가치관과 욕구, 소비 습관의 특징들을 이해하는 것은 이 거대 잠재 시장의 기회를 현실화 시키기 위한 준비에 시사점을 제시해 줄 것이다. 
 
 
< 목 차 > 
 
Ⅰ. 마케팅의 사각지대, 시니어 소비시장
Ⅱ. 시니어의 라이프 스타일
Ⅲ. 액티브 시니어, 그들을 말한다
Ⅳ. 시니어, 어떻게 소비하나
Ⅴ. 시사점
 
 
 
Ⅰ. 마케팅의 사각지대, 시니어 소비시장 
 
 
#1. 최근 발표된 국민연금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노인가구의 35.1% 는 소득수준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절대빈곤’ 상태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빈곤률 14.1%보다도 2.5배나 높은 수치다.  
 
#2. 유통업계는 시니어 세대의 소비가 경기가 좋건 나쁘건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증가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2007년 상반기 20~40대 고객들의 매출은 2006년 같은 기간 대비 최대 5%까지 떨어지는 등 주춤했지만, 50대 이상은 4~22%의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70대 이상 여성의 경우 22%나 매출이 증가하는 등 실버 세대가 소비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고령 소비층에 대해 우리가 자주 접하는 두 가지 유형의 기사다. 노인 빈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지적되는 한편, 안정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여생을 즐기는 뉴실버세대가 소비 시장의 큰 손으로 주목 받기도 한다. 상반된 기사 내용처럼 이 시장을 보는 시각은 대체로 양 극단에 집중되어 왔다. 물론 양 쪽 모두 부인할 수 없는 국내 시니어 시장의 현실이다. 하지만 마치 이것이 전부인 것처럼 이 시장은 소비력이 약하다는 회의론이나 최고급 VIP 마케팅만이 존재할 뿐, 대중 소비자로서의 시니어들에 대한 이해는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미 우리 나라 전체 인구 10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고 2026년이면 5명 중 1명이 될 전망이다. 상대적인 많고 적음은 있겠지만 어쨌든 누구나 소비는 한다. 이제는 일상적인 소비를 하는 생활인의 관점에서 이 거대 소비 집단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지난 2006년 선진 주요 국가 중 처음으로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올해는 단카이 세대가 모두 환갑이 된다. 고령화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20년쯤 선배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에서는 일찌감치 시니어 시장을 타깃으로 한 연구 조사가 활발했다. 일본 최대 광고 회사 덴츠는 2001년부터 ‘덴츠 시니어프로젝트’를 시작해 시니어 소비자에 대한 시계열 조사 연구 및 사업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제 2의 광고회사 하쿠호도도 2000년 ‘엘더비즈니스(Elder Business) 추계실’을 설립해 50세 이상 소비자들과 관련된 조사 업무를 일원화시켰다. 또 HOPE 서베이라는 정기 조사를 통해 시니어 계층의 소비를 이해하기 위한 광범위한 자료를 축적해 오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시니어 대상 소비자 조사, 특히 시계열적으로 비교할만한 연구가 아직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시니어 세대는 지금까지 고령자 대책을 위한 행정 조사의 대상이 된 적은 있지만, 극히 일부의 상품을 제외하고 마케팅의 대상으로 여겨진 적은 드물다.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잘 모르는 상태에서 뛰어 들었다 재미를 보지 못했던 실패의 경험은 기업들을 이 시장에 대해 더욱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시니어 시장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이들 소비 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의 한계가 먼저 극복되어야 한다.  
 
본 보고서에서는 국내 60세 이상 시니어 7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두 가지 관점에서 시니어 소비자에 대한 궁금증 일부를 채워보고자 한다.  
 
첫째, 시니어 소비자의 숨겨진 욕망을 파악하기 위해 이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에서의 특징을 살펴볼 것이다. 시니어 시장을 이해하기 위한 기준으로 생리적 나이, 라이프 스테이지, 라이프스타일의 3가지가 주로 사용된다. 기존에 실버 산업이라고 규정했던 것들은 대개 생리적 노화와 관련된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버 주택, 개호 서비스 등 흔히 ‘노인용’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사업들이 대표적이다. 라이프 스테이지는 은퇴와 같은 인생의 중요한 이벤트에 따른 사회 관계 및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금융권에서 은퇴 이후의 경제력에 대한 불안함을 덜어주기 위해 상품을 기획하는 것이 그러한 맥락에서다. 하지만 소비를 하고 싶다고 느끼는 이유는 불편하거나 불안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심리적 상태, 사회적 관계 등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욕구와 개인적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시니어들이 일상적 소비에서 어떤 취향과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둘째, 시니어 소비자들이 ‘어떻게 소비하는지’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정보를 살펴볼 것이다. 모두가 일상적으로 쓰는 제품이라 할지라도 시니어 소비 시장에서 더욱 요구되는 제품, 가격, 유통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니어 소비자들 가운데서도 기업 입장에서 주요 타깃 시장으로 삼을만한 그룹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특성 파악이 필요하다.  
 
사실 시니어들에게서 유독 두드러지는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들과의 비교가 필요하다. 또 시니어들의 가치관이나 욕구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동일 연령 집단에 대한 과거 조사와의 시계열적 비교가 유용하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시니어 계층까지 포괄하는 소비자 조사가 많지 않았고 그나마도 단발성이 대부분이라 이러한 비교 조사가 어려운 실정이다. 본 보고서에서 활용한 자료도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1회만 실시되었기 때문에 세대별, 시대별 차이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일반적인 통념과 차이가 있거나 절대적인 수치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결과들을 모아보는 것도 오늘을 사는 대한민국 시니어들을 이해하는 데 충분히 가치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Ⅱ. 시니어의 라이프 스타일 
 
 
(1) 내 인생은 아직도 발전 중 
 
흔히 황혼기, 여명과 같은 말로 노년기의 삶을 표현하지만 상당수의 시니어들에게 인생은 아직도 발전의 과정에 있으며 지금보다 더 안정된 내일에 대한 기대가 있다. 설문에 응답한 대부분의 시니어들은 현재의 경제적 상황은 빠듯한 편이며(69.5%,'매우 그렇다', '그렇다', '약간 그렇다'의 비중. 이하 동일), 돈을 쓸 때도 매우 신중한 편이지만(90.0%) 미래의 경제적 상황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경우가 많았다(<그림 1> 참고). 연령이 낮을수록, 생활수준이 높을수록, 그리고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이러한 낙관론이 두드러졌다. 또 과반수 이상(52%)의 응답자가 ‘현재가 내 인생의 최고이고 앞으로도 계속 좋을 것이다’라는 생각에 동의했다. 이 역시 나이가 젊고 생활 수준이 높을수록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2) 누가 뭐래도 마음은 청춘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은 누구에게나 듣기 좋은 칭찬이겠지만 시니어들에게는 칭찬이라기보다 너무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응답자의 71.2%는 스스로를 실제 나이보다 젊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그림 2> 참고). 흥미로운 것은 연령이 높아지면서 실제 나이와 인지 나이의 격차가 커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즉 60대에는 50대 정도로 느끼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10살 이상 젊게 느끼는 사람이 12.3%에 불과하지만, 80대가 되면 10살 이상 젊다고 느끼는 사람이 36%까지 늘어난다. 비록 육체적인 나이는 먹어가지만 마음은 인생의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몇 살로 느껴진다’ 외에 ‘몇 살로 보이는가’, ‘몇 살의 흥미 수준을 가지고 있는가’, ‘몇 살처럼 행동하는가’와 같은 유사한 질문에도 대부분이 스스로를 실제나이보다 젊게 생각하고 있었다.
 
또 ‘노령’의 기준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서는 ‘몸이 쇠약해 질 때(78.8%)’에 가장 높은 긍정 응답률을 보였다(<그림 3> 참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부를 때(74.4%)’,’손자, 손녀가 생겼을 때(64.2%)’와 같이 타인과의 관계나 호칭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그 다음을 이었다. 이는 결국 아직 신체가 건강하고 스스로가 나이 들었다고 자각하지 않는 이상, 물리적인 나이 때문에 ‘고령자’로 규정될 수는 없다는 시니어들의 생각을 말해준다.  
 
(3) 건강과 외모 가꾸기로 젊음을 붙잡는다 
 
나이가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이 되려면 나이보다 젊은 외모와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시니어들에게는 ‘운동과 다이어트로 건강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키는 것(81.1%)’, ‘가능한 한 젊게 보이는 것(75.5%)’이 매우 중요하다(<그림 4> 참고). 특히 장년과 고령의 경계선 상에 있는 60대 초반(91.8%)과, 젊게 보이기 위한 경제적 투자가 가능한 고소득층(87.5%)일수록 더욱 그렇게 느낀다. 고소득층의 경우 최신 유행 스타일의 패션이나 젊어 보이게 하는 화장품에 관심이 높다. 특히 화장품과 같이 지출 가능한 선에서 하이 엔드 소비가 가능한 ‘작은 사치형’ 제품은 고소득층뿐 아니라 중간 소득층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시니오 이들 소비자의 구매 여력에 따라 가격대만 적정 수준으로 맞춰질 수 있다면 젊음을 붙잡기 위한 투자가 지금보다 더 확대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4) 자녀에게 신세지기는 싫지만 자녀가 부모를 돕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 광고회사 하쿠호도에서 50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4%가 ‘자녀들에게 경제적인 원조를 바라거나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반대로 ‘자녀나 손자에게 재산을 남기고 싶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66.9%가 ‘남기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자녀로부터의 독립과 자녀를 지원하는 것에 대한 우니 나라 시니어들의 생각은 어떨까? 응답자의 81%가 ‘비록 내가 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없게 되더라도 자식들에게 의존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해 일본 정도는 아니지만 비교적 높은 수준의 독립 의사를 보였다. 반면 ‘나는 내가 모은 재산을 노후를 위해 쓰기보다는 부족하더라도 일부를 자녀를 위해 기꺼이 쓰고 싶다’에는 74.4%나 되는 응답자가 동의했다. 자녀에 대해서는 아직 일본 부모들보다 더 아낌없는 지원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얼핏 보면 우리나라 시니어들은 무조건 베풀어주기만 하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녀로부터의 독립 의지가 높으면서도 78.1%라는 상당히 많은 수의 응답자가 ‘자녀들은 부모의 노후를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는 데 동의한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이러한 의견은 전 소득 계층, 전 연령층에서 고르게 높이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상대적으로 젊은 시니어인 60~64세 그룹가 고소득층이 자녀가 부모의 노후를 돕는 것을 더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그림 5> 참고).  
 
우리 나라에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각자가 독립적으로 살자’는 일본 및 여타 선진국의 생각과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나도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고 자녀도 나를 위해 최선을 다 해 줄 것에 대한 기대가 높다. 자식들에게 의존하고 싶지 않다는 것도 어찌 보면 독립심보다 자식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은 부모의 애틋한 마음 때문일지 모른다. 아무리 어르신들이 독립적이 된다 해도 효(孝)는 여전히 중요한 가치로 남아 있다는 증거다.
 
(5) 나이 들어서는 돈이 중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돈의 가치를 등한시 할 수는 없겠지만 상당수의 시니어들이 ‘돈이면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77.9%)’는 생각에 동의했다. 시니어들에게도 소비는 매우 중요한 의미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성향은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고소득층에게서 높이 나타났다(<그림 6> 참고). 스스로를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비중도 소득 수준별로 편차가 극명했는데, 이는 인생의 성공을 평가하는 잣대가 부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흔히 나이가 들어서는 돈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돈을 움켜쥐고 있는 시니어들은 소비 의지가 약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응답자의 46.7%는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종종 유명 브랜드를 구입하며 65.5%는 쇼핑하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그림 7> 참고).  
 
지금까지 살펴본 시니어들의 가치관과 욕구를 정리해 보면 이들은 숫자로서의 나이를 거부하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며 독립적인 삶을 지속하고 싶어한다. 돈과 소비는 이들을 독립적이고 중요한 존재로 남아 있게 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이들을 계속해서 젊게 남아있을 수 있게 하는 것, 보호가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존경 받는 삶의 주체로 인식되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한 고민에서 거대 시니어 시장을 만드는 기회의 싹이 찾아질 것이다.
 
 
Ⅲ. 액티브 시니어, 그들을 말한다 
 
 
특정 집단의 소비 가능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경제력이다. 시니어 소비 시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만연한 가운데서도 고소득층 대상의 최고급 실버타운이나 컨시어지 서비스에 대한 검토는 비교적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력 이외에 소비 동기, 즉 욕구가 중요하다. 앞서 살펴본 라이프스타일 특징에 따르면 많은 시니어들이 실제 나이와 인지 나이의 격차가 크고 건강 상황도 인지 나이와 보다 밀접하다. 즉 인지 나이가 물리적 나이보다 개인의 소비 욕구 차이를 판가름하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잠재 고객의 관점에서 시니어들의 욕구를 보다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경제력과 인지 나이에 따라 4그룹으로 분류해 보았다. 4그룹 각각의 비중은 <그림 8>와 같다. 이 가운데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인지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젊은 그룹은 시니어 시장이라는 거대 소비 집단의 부상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을 ‘액티브 시니어’라 칭하고 특징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인생에 만족하지만 시간이 흐르는 것은 아쉽다. 
 
이들은 지금도 경제 상황에 대한 만족도가 다른 그룹 대비 양호하지만 미래에 대해서도 다른 그룹보다 좀 더 낙관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다(<그림 9> 참고). 주택을 활용한 노후 자금 마련에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그림 10> 참고). 그래서인지 이들은 소비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과감한 태도를 보였다. 또 가장 건강하고 인생 전반에 대한 만족도도 어느 그룹보다 높았다.
 
하지만 현재가 만족스러운 만큼 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현재가 내 인생에 최고이고 앞으로도 계속 좋을 것이다’에 비슷한 소득 수준의 다른 집단보다 낮은 수준의 동의를 보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안정적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인지 나이와 실제 나이의 격차가 적은 사람들이 현실을 더 긍정하는 셈이다(<그림 11> 참고). 노인을 칭하는 호칭에서도 다른 그룹들은 모두 ‘구체적 연령’을 ‘실버 세대’ 다음으로 선호했으나 이들은 나이에 대한 직접적 언급보다 ‘시니어’라는 호칭을 더 선호했다. 아직은 건강하고 전혀 노인으로 느껴지지 않아 지금은 행복하지만 자꾸만 숫자가 올라가는 나이와 이 다음에 찾아올 변화는 이들에게 아직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다.
 
(2) 패션, 미용, 건강 및 여행 상품 시장의 큰 손 
 
좋은 만큼 보내기 아깝고, 아까운 만큼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가는 시간을 붙잡아 두기 위해 노력하게 마련이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유독 아쉬운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시한부를 사는 두 노인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실행해가는 ‘버킷리스트(The Bucket List)’라는 영화가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원을 ‘해치우기’ 위해 주인공들이 타지마할에서 세렝게티까지 전 세계를 바쁘게 종횡무진했던 모습과 카레이싱, 문신, 프로펠러 비행까지 시니어들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는 소원의 내용이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현실에서도 젊은이 못지 않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시니어들이 많다.  
 
액티브 시니어들은 젊음을 지속시켜 줄 패션, 미용, 건강과 관련해 가장 많은 투자를 하며 흘러가는 시간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질적 경험을 중시한다(<그림 12> 참고). 누구나 그렇지만 가능한 한 젊게 보이는 것을 특히 중요시한다. 최신 유행 스타일의 옷과 화장품 소비에도 가장 적극적이다. 이들은 또 여행 상품의 가장 큰 소비 계층이기도 하다. 지난 1년간 4회 이상 국내외 여행을 한 사람들의 비중도 이 그룹이 가장 높다(<그림 13> 참고).
 
(3) 나는 독립적인 사람 
 
액티브 시니어는 경제력 있고 젊은 마인드를 가진 만큼 스스로를 독립적이라 여기고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그래서 정년 후에도 계속 일을 해 경제적인 자립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여행을 갈 때도 여행사에 의뢰하기 보다는 스스로 계획 세우기를 좋아한다. 이는 액티브 시니어들뿐 아니라 인지 연령이 낮은 집단의 특징이기도 하다. 또 자녀들에게는 그 어떤 그룹보다 헌신적이지만 자녀에게 부모 부양의 의무가 있다는 데 동의하는 비중은 가장 낮다(<그림 14> 참고).  
 
(4)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주역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이들의 인생관은 가족의 범위를 넘어 사회로 확대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이들은 ‘시들 시간이 없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불안 때문에라도 ‘최선을 다해 살고 싶다’는 역학이 작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일에서는 은퇴해도 사회에서는 은퇴하지 않는 세대다. 개인주의적이라고만 생각했던 젊은이들의 사회 참여가 화제가 되고 있지만, 사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선거 때 가장 부지런하다는 농담처럼 시니어들이야말로 사회 참여에 열심인 집단이다. 특히 액티브 시니어들은 개인의 이익보다 사회의 이익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이 가장 높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조금의 불편함 쯤은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친환경 관련 소비인데, 비닐봉지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며, 친환경 제품이라면 더 비싼 값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데 가장 높은 지지의사를 보인 것도 이 그룹이다(<그림 15> 참고).  
 
아직 우리 사회에 ‘액티브 시니어’라고 할만한 그룹이 다수를 차지하지는 못한다. 대개 경제적 여력이나 건강과 같은 물리적 조건의 한계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계층은 현실에서는 조사 표본보다 비중이 더 작을 수도 있다. 하지만 노년기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를 비롯해 젊은 세대들은 이미 성공적인 노년을 보내기 위한 물리적 조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들이 준비된 조건과 젊은 마음을 가지고 시니어로서의 삶에 진입하고 더 많은 액티브 시니어가 존재하게 될 때, 시니어 시장의 정의는 새로 써져야 할 것이다.  
 
 
Ⅳ. 시니어, 어떻게 소비하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조사가 시니어 소비자들이 ‘무엇을’ 소비할 것인지에 대한 단서를 주었다면 이들의 쇼핑 습관을 이해하는 것은 ‘어떻게’ 소비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이러한 정보는 시니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유통,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1) 브랜드 충성도보다 매장 충성도 
 
소비 경험이 오래 축적된 시니어들은 브랜드나 상점에 대한 선호가 확고히 자리 잡힌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많은 시니어들이 익숙한 브랜드, 매장을 주로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그림 16> 참고).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64.9%)보다 매장에 대한 충성도(81.7%)가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이다. 여성일수록, 고소득층일수록 매장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다. 이는 시니어들이 단골 매장과 오랜 관계를 형성하고 소비에 있어서 사람과의 신뢰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저소득층의 경우 브랜드 충성도는 고소득층보다 높았고 매장 충성도는 고소득층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고소득층의 경우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고 실패를 해도 부담이 적은 반면, 저소득층은 구매 실패에 대한 부담이 더 높기 때문에 잘 아는 브랜드로 안전한 선택을 하려는 경향이 높을 수 있다. 또 저소득층은 같은 제품이라도 가격 비교를 더 많이 하기 때문에 매장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라 해석해 볼 수 있겠다.  
 
(2) 쇼핑은 어디서? 동네 상점의 부활 
 
1996년 국내 유통 시장이 개방되면서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한 대형마트는 재래 시장 및 골목 상권을 대체하며 국내 유통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00년 문을 연 삼성동 코엑스몰과 강남 센트럴시티는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한 원스톱 쇼핑, 체재형 쇼핑 문화를 개막했다. 하지만 유통 시장의 대형화 바람에도 시니어들은 여전히 소규모 동네 소매점을 많이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7> 참고).  
 
주요 의복 구매 장소의 경우 동네 양품점이 24.2%로 가장 높았다. 백화점은 12.8%에 불과했다. 지난 2007년 패션 채널(www.fashionchannel.co.kr)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패션 제품을 구매하는 장소는 백화점이 40%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인터넷 쇼핑몰(18%), 아울렛(13%), 할인점(9%)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조사에서는 20-30대 젊은 층이 전체 응답자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의류 쇼핑에서 젊은층과 시니어들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식료품의 경우도 대형마트(34.8%)보다 슈퍼마켓(39.8%)이나 동네 구멍가게(15.8%)등 동네 소매점에서 구입하는 비중이 훨씬 더 높았다. 생필품은 대형마트 구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44.6%) 생필품 쇼핑의 주체인 여성 응답자의 경우 슈퍼마켓(42.6%) 구매 비중이 더 높아 여기서도 동네 상권이 강세를 보이고 있었다. 식료품이나 생필품 쇼핑에서 동네 상점을 선호하는 주된 이유는 이동 편의성 때문이며 저렴한 가격이나 제품 구색은 시니어들이 쇼핑 장소를 결정할 때 상대적으로 덜 고려하는 요인이었다.
 
전반적으로 여성일수록 동네 상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고 특정 소매점 선택의 이유로 이동 편의성을 꼽는 경우도 더 많았다. 이는 여성 시니어의 경우 운전자 비중이 낮고 혼자서 먼 거리로 이동하는 데 제약이 더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남성도 70세 이상에서는 동네 상권의 이용 비중이 높아졌다. 단, 시니어들 가운데서도 인지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젊은 사람들일수록 식품을 제외하고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중심 상권의 대형 유통 채널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 혁신의 파고 속에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알려진 동네 소상점이 시니어들에게는 아직 인기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오랫동안 이용해 온 단골 가게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아무리 싸게 살 수 있어도 도심의 매장까지 가는 것은 피곤하다는 생각도 한 몫 한다. 또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설명을 듣기 원할 때, 가능하면 안면이 있고 신뢰가 쌓인 동네 상점이 편하다. 이러한 니즈에 맞게 서비스를 설계한다면 앞으로 닥쳐올 거대 시니어 시장에서 동네 상점의 부활도 기대해 봄 직 하다.  
 
(3) 광고는 여전히 중요한 정보원 
 
광고가 소비 유발에 가지는 효과에 대해서는 과거보다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시니어들은 여전히 비교적 높은 수준의 광고 호응도를 보이고 있었다. 특히 액티브 시니어들은 광고가 전하는 정보 객관성에 대한 신뢰가 높았고 마음에 드는 광고를 보고 구매 동기가 가장 높아지는 그룹이기도 했다(<그림 18> 참고). 각종 사회 행사, 제품 서비스 관련, 건강 관련 정보를 얻는 경로도 일반적으로 TV 등의 대중 매체에 의존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니어들에게 매체 광고는 아직도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임을 알 수 있다.
 
(4) ‘노인용’은 싫지만 나를 위한 제품이라는 정보는 필요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할 때 중요한 불문율이 하나 있다. ‘노인용’이라는 것을 너무 극명하게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니어 대다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이 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명시해야 한다(82%)’고 생각하고 있다. 노인용 제품은 거부하지만 시니어들에 맞춤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간절히 원하고(88.8%), 나이든 사람에게 더 많은 할인 혜택이 제공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85.3%).  
 
결국 문제는 노인용 제품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세련되게 전달하느냐에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이들을 지칭할 때 어떤 호칭을 사용할 것인가라는 이슈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양한 용어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서 시니어들은 ‘실버’라는 단어를 가장 선호했고, 그 다음으로 60세 이상, 65세 등 ‘구체적인 숫자’를 활용해 지칭하는 것에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시니어’라는 단어 역시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편이었다. 반면 은퇴자, 고령자, 노인 등의 단어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선호도를 보였으며 특히 ‘노인’이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그림 19> 참고). 기타 의견으로 ‘어르신’, ‘선생님’과 같은 존칭의 표현을 선호한다는 답변도 많았다. 호칭 사이에 이렇게 선호가 갈리는 원인을 생각해 보면 호칭이 내포하는 이미지를 지적할 수 있다. ‘실버’는 단어 자체가 갖는 중의적 의미와 오랜 기간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돼 오면서 긍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진 경우다. 구체적인 숫자는 연령 자체에 대한 선입관만 없다면 중립적인 표현이다. 시니어, 어르신 등은 존칭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은퇴자, 고령자, 노인 등의 단어는 사회적, 생리적으로 이전의 삶과는 다른 ‘변화’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따라서 호칭에서 ‘노인 이미지’가 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어른’이라는 호칭은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연령을 한정하는 말, 이를테면 ‘60부터의 당신’과 같은 문구도 정보적인 의미에서 조심스럽게 사용된다면 크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연령에 대한 이미지 자체도 계속 변한다. 과거에는 50세는 여성으로서 나이 든 느낌이 강했지만 요즘은 50대면 아직 한창 때라는 느낌이 강하다. 아마 60대 청춘이라는 말도 홍보성 멘트가 아니라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을 것이다. ‘OO을 기억하는 당신’과 같이 세대별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키워드를 사용해 그것이 시니어 집단을 위한 제품임을 연상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또 나이든 사람들을 위한 제품, 서비스에 너무 젊은 모델이 등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81.7%)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광고에서의 노년층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제품 구입의 강한 동기가 되고 있기 때문에(84.7%) 시니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에서 이들이 닮고 싶은 적합한 롤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Ⅴ. 시사점 
 
 
지금까지 우리나라 시니어들의 가치관과 욕구, 소비 습관의 특징들을 살펴보았다. 독립적인 마인드나 젊음에 대한 갈망은 우리 나라 시니어들도 일본와 같은 선진국 시니어들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제력이 상승할수록 이러한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편 자녀에 대한 헌신이나 ‘효’라는 가치의 중시 사례처럼 우리나라 시니어들에게서 유독 강하게 나타나는 특징도 있었다. 주요 소비 행동에 있어서도 젊은 세대와는 물론이고 시니어 그룹 내에서도 선호가 엇갈렸다. 우리 나라 시니어만의 고유한 특징이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니어 시장을 겨냥해서는 차별화된 접근이 요구된다. 이를 기반으로 시니어를 위한 시장 개척에서 중요한 몇 가지 과제를 뽑아보았다.  
 
첫째는 건강과 젊음 유지를 위한 제품 개발이다. 시니어들은 오랜 기간 독립적이고 나이보다 젊게 살기 위해 건강과 외모에 대한 투자에 아낌이 없다. 특히 액티브 시니어들은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이들을 위한 헬스케어, 미용, 패션 분야의 잠재력이 크다.  
 
둘째, 시니어들에 대한 존경과 품위를 높여주는 제품,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지난 세월에 대한 자긍심이야말로 이들을 지탱해 주는 힘이다. 가족 내 관계에서도 자녀로부터 독립하고는 싶지만 한편으로는 효라는 가치를 중시하는 것은 존중 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고급 제품만이 이들의 품격을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이들을 지칭하는 호칭 하나에서도 존중을 담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액티브시니어들은 사회의 긍정적 변화에 적극 동참하며 존재 가치를 확인한다. 효, 경험에 대한 존중, 사회 주체로서의 가치 등 다양한 키워드에서 새로운 차원의 제품이나 마케팅 기회를 연구해볼 수 있다.  
 
셋째, 남은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소위 젊게 사는 시니어들일수록 남은 시간에 대한 촉박한 마음은 더 크다. 따라서 이들의 경우 경험의 질적 측면을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가격 조정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양을 줄이더라도 질은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액티브 시니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형 소비도 고려해 볼 만 하다.  
 
넷째, 시니어들을 위한 새로운 유통 대안이 필요하다. 관계와 편의성을 중시하는 이들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대형유통과는 다른 방식의 소비를 원한다. 해외에는 시니어들만을 위한 전문 유통점이 존재하기도 한다. 꼭 이들만을 위한 유통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니어들이 주요 소비 집단으로 부상할수록 기존 유통에도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다섯째, 시니어에 대한 이미지 정립이다. 우리 사회의 시니어상은 지나치게 획일적이다.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시니어의 모습도 주인공의 아버지, 어머니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 편의 하이킥 시리즈에 등장했던 원로 연기자 이순재씨의 캐릭터는 결코 모범적인 표상이 아님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오히려 속물스럽고 어수룩한 모습도 있었지만 젊은이들과 똑같이 사랑을 하고 욕구에 솔직한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던 탓이다. 시니어들이 닮고 싶은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고 소비 동기를 자극시킬 수 있다.  
 
시니어에 대한 소비자 연구는 이제 시작단계다. 아직 진지하게 승부를 겨뤄보지도 않고 이 시장을 섣불리 속단할 수는 없다. 젊은 세대들을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아직 시니어 시장의 빙산의 일각만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시니어 소비 시장에 대한 더 많은 비교연구와 고민이 있은 다음에야 이 거대 잠재 시장의 기회가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이다.  <끝>

◎LGERI의 미래생각(6) Female Economy가 세상을 바꾼다

LG경제연구원 'LGERI의 미래생각(6) Female Economy가 세상을 바꾼다'

LG Business Insight의 2010년 연중 기획 ‘LGERI의 미래생각’ 이번 글에서는 미래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주체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여성’ 이슈를 살펴보았다. 60억 지구촌 인구의 절반이라는 규모에도 불구하고 남성 위주의 경제사회 시스템에서 보조자, 혹은 방관자 지위에 머물러 있던 여성들이 미래 글로벌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성들이 글로벌 소비시장에서 ‘독립적’ 행동주체로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큰 힘을 발휘하고, 기업, 정부, 학교, NGO 등 각종 조직을 움직이는 중추세력으로서 확고한 존재감을 심어가고 있다. 소프트화, 스마트화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21세기 현대산업사회의 패러다임 역시 여성적인 감성과 공감 능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성, 혹은 여성적인 힘이 기업 등 각종 전통 조직의 생존과 미래 성공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톰 피터스(Tom Peters)는 최근 국내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미래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중국이나 인도, 인터넷이 아니라 바로 ‘여성’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미래의 여성경제(Female Economy) 시대에는 여성, 혹은 여성성의 잠재력을 잘 이해하고 행동으로 공감하는 능력을 지닌 조직들에게 유리한 시대가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미래 세상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는 ‘여성’, 혹은 ‘여성성’의 의미를 짚어보고 여성 고객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기업의 핵심가치에 대해, 그리고 여성경제 시대의 인재 경영에 대해 살펴본다. 
 
 
Ⅰ. 미래의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여성 
 
 
지난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글로벌 소비 지출의 약 20조 달러가 여성 소비자에 의한 것이며, 향후 5년간 이 지출규모는 28조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전세계 여성들이 각종 경제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은 2009년 13조 달러에서 2014년까지 18조 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었는데, 이는 중국과 인도의 GDP를 합한 것의 두 배를 넘는 규모이다(<그림 1> 참조).
 
미래 세상의 핵심 소비자로서, 생산의 주역으로서, 조직 운영의 중요 주체로서 여성의 존재감과 위상이 날로 커지고 있다. 소비 주체로서 여성의 역할은 이미 오래전부터 주목받아 온 바이지만, 2008년 글로벌 위기를 거치면서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의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창업을 통해 비즈니스 일선에 직접 뛰어드는 여성들의 숫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완고한 남성 중심의 경제사회 시스템 속에 갇혀 있던 여성들이 멀게는 지난 반세기 이상 지속되어 온 법제도 및 사회의식 변화, 그리고 가깝게는 글로벌 경제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환경 변화에 힘입어 세상을 바꾸는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남녀 취업격차 급속히 줄어 
 
여성이 미래세상의 핵심 주체로 부상하게 된 가장 큰 힘의 원천은 일자리와 이로 인한 소득 증가이다. 먼저 여성들의 경제활동 증가 추세를 보자.
 
전 세계적으로 남녀 간 고용 격차는 아직도 약 10~20% 포인트 정도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최근 10여년간 여성들, 특히 20대와 30대 등 젊은 여성들의 활발한 취업활동에 힘입어 그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일례로 유럽연합(EU)의 27개 회원국 고용관련 통계를 보면, 지난 1998년 18% 포인트(남성 70.3% 대 여성 52%)에 이르던 회원국들의 남녀 취업률(employment rate) 격차는 2009년 12% 포인트(70.7% 대 58.6%)로 크게 좁혀졌다. 미국의 경우 여성 취업률이 지난 1998년의 67.4%에서 2009년 63.4%로 낮아지는 양상을 보였지만, 2008년 리먼 사태 이후의 전반적인 미국 고용사정 악화를 감안하면, 남성들에 비해 비교적 견고한 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미국 남성 근로자들의 취업률은 1998년 80.5%에서 2009년 72.0%로 크게 떨어졌다. 경제위기를 계기로 미국 내 고용시장에서 여성들의 위상은 오히려 크게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최근 노동시장 전반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실제로 미국 노동부 자료에 의하면 전체 미국 고용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1920년대 20% 수준에서 계속 증가해 2000년대 40%대 중반으로 높아진 반면, 남성의 비중은 80%에서 50%대로 대폭 낮아졌다. 미국 노동부는 향후에도 당분간 여성 고용증가율이 남성을 앞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층에서 그 추세가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비록 미국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여성들이 남성들을 제치고 노동시장의 주역으로 자리잡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점은 다른 많은 나라의 노동시장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할 것이다(<그림 2> 참조).
 
고소득 전문직종 진출도 확대 
 
개도국에서도 최근 여성들의 취업이 약진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1980년 이후 2008년까지 약 30년의 기간 동안 브라질, 베네주엘라, 쿠웨이트, UAE(아랍에미리트), 마카오, 부르나이, 몰디브 등의 국가에서 여성의 노동참가율이 20% 포인트 이상 늘어나, 전체적으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동일 국가 남성의 노동참가율과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교육투자 확대 추세는 향후 더 많은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더 높은 임금과 지위를 누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해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여성이 4년제 종합대학 졸업자의 57%, 석사학위 취득자의 59%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고소득 전문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의학, 법학대학원 학생의 절반이 여성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전문대학 이상의 대학진학률을 보면 2009년 현재 여성이 82.4%로 남성의 81.6%를 근소하게나마 앞서고 있다. 지난 2000년 당시 남성의 대학진학률이 여성에 비해 약 5% 포인트 앞섰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성들의 창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미 미국 내 기업 중 40%가 여성들의 소유다. 비록 많은 경우 여성들이 소유한 기업이 소규모라고 하더라도, 미국 내 전체 기업 평균에 비해 2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 CEO를 찾아보는 일은 이제 어렵지 않게 되었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억대 매출을 올리는 여성들의 이야기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더욱이 여성 창업 연령이 20대 초중반으로 낮아지고 있어 여성들의 경제 활동에 대한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예상외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여성의 능력을 원하는 시대 
 
20세기 후반 이후 전개되고 있는 세계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인해 여성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지식기반 경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가속되면서 과거 농업, 제조업의 시대와 달리 지금은 물리적 힘보다는 지식과 창의성을 가진 인력, 연결과 공감에 뛰어난 인재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남성들이 가진 상대적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반면, 여성들에게는 다양한 분야에서 과거에 갖지 못했던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교육투자의 증가와 보건의료 수준의 향상에 힘입어 여성인력의 공급도 늘어나고 있다. 오늘날의 여성들은 결혼과 임신을 늦추고, 스스로의 전문성과 기술을 획득하는데 과거 시대의 여성들보다 몇 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다른 무엇보다 여성 스스로의 인식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1981년 23.2세에서 2008년 28.3세로 높아졌고, 출산율도 2.66명에서 1.19명으로 크게 줄었다.  
 
여기에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여성인력의 참여를 더욱 가속시키는 요인이다.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여성인력을 남성과 동등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록펠러 재단과 타임(Time)의 최근 서베이에 따르면, 조직의 특성을 불문하고 사람들은 여성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점점 당연시 하고 있다. 조사대상 미국인의 75% 정도가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90% 정도의 남성들은 여성의 소득이 더 높은 것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 미국과 다른 여타 국가들을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여성 인력의 사회참여를 당연시하는 흐름은 정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Ⅱ. Female Economy 시대의 고객가치 
 
 
여성들의 취업 및 창업이 늘어나고 소득이나 구매력 수준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커질 미래 소비시장에서는 남성 혹은 가족으로부터 독립된 개별 경제 주체로서의 삶을 영위하는 여성 소비자들이 많아질 것이다.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는 연령, 결혼,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여성 소비자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서 기대하는 핵심 가치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미래의 시장 환경에서 기업은 이들에게 과연 어떤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1. 미래 여성 소비의 핵심코드 
 
자신을 위한 소비 
 
가족을 위한 소비에 집중해 온 여성들이 ‘자신’을 위한 소비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전세계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여성들의 가처분 소득이 증가했고, 과거 남성들의 차지였던 고소득 전문직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 전반적으로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자녀수가 적어졌으며, 이혼 등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겪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자녀와 남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투자할 줄 아는 중년 여성을 지칭하는 NOW(New Older Women)족도 등장했다.  
 
향후 여성이 주도하는 소비 시장은 화장품, 패션, 취미용품 등을 넘어 자기계발, 여행, 주택, 금융 상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질 전망이다. 다양한 수준의 교육이나 직업훈련, 코칭 등 여성의 자아실현, 재충전, 휴식, 사회적 관계 형성 등에 관한 새로운 상품들이 등장할 것이다. 미래 사회의 독립된 경제 주체로서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자기계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혼자사는 여성이 늘면서 남성이나 가족으로부터 독립된 나만의 삶을 지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독립적인 삶의 전제 조건이 될 재정적인 안정을 지원하는 여성 대상 보험, 재테크 등 금융 서비스도 크게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을 디자인하는 소비  
 
오늘날 여성의 라이프 스타일에서 강조되는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바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정에서의 가사, 육아 부담은 여성에게 집중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09년 BCG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남성의 70% 이상이 집안일을 돕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독일, 프랑스, 중국 등도 남성의 40~50% 가량만 집안일을 돕는다고 답했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맞벌이 가정의 남성 가사노동 시간은 채 1시간에 못 미치는 반면, 여성은 약 3시간 반에 달한다.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 중에서도 가사일을 부인이 주도한다는 응답이 85% 이상이며, 부인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비율도 25%를 넘었다. 여성 취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81.5%까지 늘고, 여성의 업무 시간이 남성의 96%에 달한다는 통계수치와는 별개로 적어도 당분간은 여성들에게 ‘시간’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사 혹은 육아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니즈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미 청소 도우미, 심부름 대행 업체 등은 바쁜 여성의 손과 발이 되고 있다. 주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최근 대형 할인 마트는 어린이 놀이방, 패밀리 레스토랑, 미용실, 서점 등을 갖춤으로써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혼이나 고령의 독신여성처럼 가족부양 부담이 없는 여성들의 경우에는 기혼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여가시간을 사회 봉사활동, 여행, 교육 등을 통해 보다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시간 디자인’에도 많은 관심을 보일 것이다.
 
스타일은 포기할 수 없다 
 
최근 직장, 교육 등 다양한 부문에서 여성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속도와 강인함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여성은 여전히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오히려 과거보다 활발하게 여성의 스타일이 일상 생활의 공간과 사회 곳곳으로 확장되고 있다. 거실이나 주방 한 켠을 차지하는 TV, 냉장고, 에어컨 등은 공간을 차지하는 기능성 제품이 아니라 집안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인테리어의 일부가 되고 있다. 또한 핸드백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벼운 노트북처럼 실용성과 스타일을 접목시킨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오늘날 여성이 추구하는 스타일은 한층 더 다양해지고 있다. 여성적 아름다움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 카멜레온처럼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스타일을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때로는 남성보다 더 남성적인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 세련된 스타일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런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기업도 등장했다. 일례로 화장품 광고는 천편일률적으로 20대 모델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것에서 벗어나, 40~50대의 기품과 우아함, 그리고 기능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는 60세 이상의 여성에 주목한 엘릭시르 프라이어(Elixir Prior) 라인을 출시했다. 뿐만 아니라 바비인형 같은 비현실적 미의 기준을 과감하게 지적하고 나선 유니레버의 Dove 역시 ‘진정한 미(Real Beauty)’ 캠페인을 통해 다양한 층의 여성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세상과의 소통
 
최근 소통과 연결의 도구가 다양한 모습으로 출현하고, 소통의 사회경제적 의미가 부각되면서 여성 소비자들도 소통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여성은 자신의 경험이나 정보를 타인과 공유하는데 익숙하다. 특정 제품을 타인에게 소개하는 횟수가 남성에 비해 10배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특히 입소문 마케팅, 블로그를 통한 정보 확산에서 여성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평범한 주부이면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요리, 육아, 가사에 대한 정보나 제품 사용 후기를 공유하는 파워블로거를 지칭하는 ‘와이프로거(Wifelogger)’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이다.
 
향후 여성이 가진 소통의 힘은 마케팅, 홍보를 넘어 사회적 네트워크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사회 진출이 증가하면서 여성 스스로가 필요한 정보, 지식, 인맥을 얻을 수 있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의 역할 모델을 설정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리더쉽에 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자리가 더욱 자주 만들어지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소통의 도구들 역시 여성 소비자의 미래 소비 아이템이 될 것이다. 일본 MMD(Mobile Marketing Data Labo)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바일 웹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여성 사용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것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관련 애플리케이션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래 지향적 가치에 공명(共鳴)하는 여성 소비자  
 
여성은 미래 지향적인 가치나 신념체계를 실제 소비에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여성이 가족, 지구환경, 공동체 평화, 인권, 공감과 배려, 공정무역 등 다양한 테마의 실질적인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유기농 식품, 친환경 세제 등은 이미 소비 시장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비중을 형성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AVEDA는 친환경 브랜드와 깨끗한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다가서고 있다. 커피 한잔, 초콜릿 한 조각, 운동화 한 켤레에 담긴 진실에 관심을 기울이며, 공정 무역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실제 소비에 반영하는 데 많은 여성들이 참여하고 있다. 물론 이런 가치와 신념이 여성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글로벌 차원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크고 작은 개인의 소비에 반영함으로써 글로벌 경제흐름의 새로운 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여성들은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소비 생활에 투영하고 있으며, 나아가 집단으로서 소비 시장 전체의 생태계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기도 하다. 미국, 유럽,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등에서 공정무역, 친환경, 유기농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주장한 것은 비영리기관, 특히 여성 NGO인 경우가 많았다. 일부 단체들은 제품의 보급을 위해 공급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의 미래 생각들이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보다 적극적이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소비 생활에 자신만의 신념이나 가치체계를 관철하고 있는 여성 소비자들은 미래에도 더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반영한 제품 및 서비스의 등장을 앞당기고, 보편화하는 소비시장 변화의 촉매가 될 전망이다.  
 
2. 고객가치 혁신을 위한 생각의 전환 
 
이제 기업은 여성 소비자의 생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성 소비자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정도의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닌텐도는 과거 게임기 시장의 주요 고객층이었던 10대 남자 어린이 대신 여성과 어린이도 좋아할 만한 게임을 개발하면서 글로벌 게임기 시장의 판도를 재정립했다. 마찬가지로 전통적으로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주류 시장에서도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와인, 사케, 막걸리 등이 출시되고 있다. 여성을 위한 낮은 도수의 소주는 최근 우리나라 주류 시장에서 빅히트를 거둔바 있다. 시장 전략의 포커스를 그동안 주류시장에서 소외되어 왔던 여성에게 맞추고, 여성들의 차별화된 니즈를 읽어냄으로써 과거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부터 자동차, 카메라, 게임, 금융 서비스 등 수많은 비즈니스 영역에서 기업들은 과연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어디에서 나올 것인지를 곰곰이 다시 생각해야만 할 것이다.  
 
먼저 기업은 여성을 잘 모른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여성 소비자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기업은 많지만, 여전히 여성 소비자의 근본적인 니즈를 이해하는 기업은 드물다. 일례로 지난해 5월, 델(Dell)은 여성용 노트북을 출시하면서 ‘Della’라는 여성 고객에 특화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노트북 색상이나 액세서리를 차별화하고, 칼로리 계산법, 요리법 등이 담긴 웹 사이트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이에 대해 많은 블로거와 언론매체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Make it Pink’적인 발상이라는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결국 델은 몇 주 만에 프로모션 및 웹사이트 컨텐츠를 대폭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공급자적인 관점에서 구시대의 정형화된 여성상을 바탕으로 여성 고객에게 접근한 결과였다.   
 
여성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감성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는 여성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경영진의 대다수가 남성인 현실에서, 여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이들과 감성을 공유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비영리기관 Catalyst에 따르면, Fortune 500 기업 중 여성 CEO를 가진 기업은 14군데에 불과하며, 미국 내 기업 고위 경영진의 15%만이 여자이다. 여성들의 경제사회적 지위, 특히 고객으로서의 중요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으나, 기업의 변화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다. 물론 신체적 성별의 차이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여성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니즈와 핵심가치를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하는 기업 내부의 행동 주체가 반드시 여성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을 떠나 타겟 고객, 특히 여성 고객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감수성과 실천 능력이 있는 ‘사람’의 존재 자체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블로그, 트위터 등 다양한 네트워크상에서 스스로의 가치와 니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수많은 여성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진짜 신호(True Signal)을 식별해내는 일 역시 여성의 니즈를 이해하는 좋은 통로가 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골드미스 등 겉으로 드러난 소비집단 뿐만 아니라, 워킹맘, 싱글맘, 고령여성인구 등 삶의 실제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여성 고객층으로 관심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 시각의 전환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III. Female Economy 시대의 인재 경영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일터로 진입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정부, 기업, 학교, 정당 등 많은 조직에 여성들이 중추세력으로 진출해 있고, 후발개도국의 경우에도 산업발전과 경제성장, 특히 글로벌 기업들의 해외 진출 등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여성들의 활동반경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전세계적으로 여성인력 비율은 더욱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통산업 부문의 정규직을 중심으로 남성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든 반면, 공공부문과 서비스업 등에 비정규직 여성인력의 비중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인력들이 늘어나면서 과거에 없던 다양한 이슈들이 등장하고 있다. 남성 중심적 조직 문화와 운영시스템, 여성인력에 친화적이지 않은 각종 사회, 교육 제도 등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 여전히 견고한 유리 천장 
 
인력과 조직 내에서 여성들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는 존재한다. 전세계적으로 여성들은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고위 경영진 진출 비율도 낮다. 여성의 승진과 업무에 명시적, 혹은 암묵적 제약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Fortune 500 기업의 경우 최상위직에는 단지 2% 정도만이 여성이며, 미국 기업의 이사급 인력의 경우 여성의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여성의 취업비율이 70%에 이르는 스웨덴의 경우에도, 고위관리직의 여성인력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이처럼 여성들이 조직의 사다리를 오르는 일이 힘겨운 이유로 여성에 대한 편견, 여성 스스로의 의식 등 여러 원인이 지적되고 있지만, 모성(母性)을 고려하지 못하는 기존의 조직과 사회 시스템의 문제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 최근의 관점이다.
 
남성중심적 조직 문화와 시스템 
 
현재의 기업 시스템은 남성 중심으로 짜여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자녀가 있는 여성들에게 있어 조직의 문화와 시스템은 어머니로서의 역할과 조직구성원으로서의 역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한다. 실제로 자녀가 있는 여성은 다양한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일례로 자녀가 없는 여성들은 남성과 거의 동등한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데 비해, 자녀가 있는 여성은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기업의 승진과 평가 시스템은 자녀의 출산과 육아와 관련된 남성과 여성의 본질적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국가와 부서에서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여성들의 경우 이러한 선택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출산을 포기하기도 하는데, 스위스의 경우 여성인력의 40% 정도가 자녀를 갖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성인력들이 고위직으로 올라가는데 겪는 제약이나 차별은 단순히 도덕적인 문제를 넘어 기업 성과와 직결된다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의 보고서 ‘A Business Case for Women(2008.9)’에 따르면, 여성임원의 수와 기업의 재무성과간에 상당한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하고 있다. 고위 경영진 차원에서 성다양성(Gender Diversity)이 확대되면, 기존 조직원들의 동기부여를 통한 생산성 증대가 나타나면서 결과적으로 기업의 전반적인 성과 향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앞으로의 ‘인재전쟁(War for Talent)’에서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여성인력의 특성을 더 세심하게 고려한 인사전략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교육 및 복지제도 
 
사회 시스템도 여성인력의 근로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한 서구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많은 국가들에서 학교는 부모의 퇴근시간 보다 일찍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방학에는 학교에 아이들을 맡겨둘 수 없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들의 부담은 더욱 크다. 이처럼 전업주부로서의 여성의 비중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교육 시스템으로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여성인력의 사회 참여 확대에 대응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여성인력 비중이 높은 유럽의 경우 이미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오스트리아, 체코, 핀란드 등은 자녀가 있는 취업여성을 위한 3년간의 유급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부모수당(Parent’s Salary, 혹은 Elterngeld)’을 제공해, 일정기간 일을 쉬면서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 및 아이슬란드 등은 아버지와 자녀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어린 자녀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국가가 기업에게 강제하거나, 보조를 해주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여성인력들이 자녀의 출산과 양육에 충분히 시간을 할애하면서도 자신의 커리어를 희생하지 않는 양성평등적인 제도와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인력 증가와 사회제도간 불일치로 인한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출산율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적령기 여성들의 미혼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결혼후 자녀를 갖는 것이 당연시되는 우리의 문화적인 특성상 여성들이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상황에 까지 이른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5~29세 여성의 미혼율은 1975년 11.8%에서 2005년에는 59.1%로 치솟았다고 한다. 출산을 기피하는 것을 넘어 결혼을 미루는 것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줄어드는 현상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 또한 출산연령이 늦춰지면서 전반적으로 산모와 아이의 건강 상태가 나빠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보건복지 재정부담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혼 적령기에도 결혼을 못하는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안정성이 흔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2. 여성인력 활용 활성화를 위한 방안 
 
맥킨지 보고서(2008)에 따르면 많은 기업에서 우수 인재 발굴 프로세스는 28~35세의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인재들을 평가하는데 있어 많은 기업들이 근속연수를 포함시키고 있는데, 이러한 남성중심적 혹은 성별의 차이가 고려되지 않은 기준으로 여성인력을 평가하는 경우 출산, 육아를 위해 휴직하는 여성들에게 불리한 경우가 많다.  
 
앞으로 인재전쟁은 전 업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여성인력을 위한 시스템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고는 미래의 시장에서 번영과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에 따라 여성인력 활용을 위한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재택근무를 허용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IT 기업 썬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의 경우 절반 이상의 직원들이 집이나 집 근처에 위치한 외부사무실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바클레이즈(Braclays) 은행은 5년간의 무급휴가를 제공한다. 독일과 스웨덴에서는 90% 이상의 기업이 근무시간에 있어 유연성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부모 모두가 자녀들에게 비교적 자유롭게 시간을 할애하도록 함으로써 육아부담으로 인한 여성인력의 퇴직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제도 개선을 통해 출산과 육아가 여성인력들의 커리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경우도 많다. 출산 및 육아휴가, 업무복귀를 위한 코칭 프로그램 등도 유능한 여성인재의 유지(Retention)를 위해 활용되고 있다.
 
고급 여성인력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는 코칭이나 멘토링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여성의 경제 참여가 낮고, 여성에 대한 편견이 강한 일본 기업에서도 여성인재 확보를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닛산 자동차는 2004년부터 멘토링과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관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고급관리자 중 여성의 숫자는 36명에서 101명(전체 관리자의 4% 수준)으로 늘었다고 한다. 이 같은 멘토의 역할은 사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영국 공공기업들의 경우, 기업의 CEO 등이 다른 기업들의 여성 임원에 대한 멘토링을 하도록 함으로써, 기업의 상위 의사결정 과정에 더 많은 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각국 정부에서도 인력구조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1,600여 개의 초등학교의 운영 시간을 오후 중반까지 연장하고 있다. 부모들의 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공 교육 시간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인기있는 차터스쿨(자율형 공립학교)에서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과시간을 연장함은 물론, 여름방학을 단축함으로써 부모들, 특히 여성인력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Ⅲ. 맺음말 
 
 
미래 글로벌 소비시장의 핵심 소비주체로서, 그리고 조직을 이끌어 갈 인재로서 여성의 존재와 의미를 바로 보는 일은 기업들의 미래 성공에 꼭 필요한 핵심과제가 되고 있다. 남성과 대등한 경제주체로서 여성 소비자의 실제적인 니즈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일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델이 시도했던 “Make It Pink”와 같은 전략상의 오류는 앞으로 반복되어서는 곤란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고령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로 인한 인력과 인재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성별의 차이를 고려한 조직 문화와 시스템을 만드는 일 또한 미래 기업의 필요조건이 될 것이다.
 
미래 여성경제(Female Economy)에서 한발 앞서기 위해서는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의 근본적인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미래의 시장에서 여성성(女性性)이 갖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단지 여성들의 소득이 늘어난다거나, 여성 소비자들의 니즈가 고도화된다거나 하는 시장수요 차원의 단순한 논의를 넘어, 시장을 대하는 철학이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다. 지금까지의 시장이 독점과 지배, 일방향성과 같은 공격적이고 경직적인 남성적 룰에 의해 움직여 왔다면, 미래의 시장은 공존, 배려, 소통, 개방 등 포용적이고 유연한 여성적인 특성에 의해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금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남성들이 만들어왔던 경쟁적이고, 고위험적인 투자와 경영방식을 벗어나, 개방적이고 유연한 경영, 사업모델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들은 더욱 늘어나는 상황이다. 여성경제의 시대에는 제품, 서비스 차원에서뿐 아니라 경쟁 방식, 공급자나 파트너와의 관계, 그리고 외부와 소통하는 태도/원칙 등에서도 과거의 방식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
 
조직 내에서는 성별에 따른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 이해를 높이려는 조직문화 혁신도 중요할 것이다. 여성인력에게 동일한 성장의 기회를 부여하고, 양성(兩性)이 서로의 생각과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한다는 의미의 ‘Gender Bilingual’이 필요한 것이다. 20세기 이후 100여년에 걸쳐 여권운동가들이 이룬 결과를, 기업들이 짧은 시간 내에 흉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영국 공공기업의 여성임원 멘토링의 사례에서와

◎양손잡이 조직을 통한 고객창조 R&D



LG경제연구원 '양손잡이 조직을 통한 고객창조 R&D'

불확실한 경영 환경하에서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양손잡이 조직을 통해 고객의 내면 속에 존재하는 잠재 니즈를 파악하여 혁신적인 신제품과 신사업으로 연결하는 고객창조 R&D를 함께 실행해야 한다. 
 
고객중심 R&D의 중요성 
 
R&D의 궁극적인 목적은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고객과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효과적으로 개발·출시하여 이들에게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R&D 활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 시장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여 모든 활동의 지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요즘처럼 시장 및 기술의 변화속도가 매우 빨라 R&D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투자규모가 대형화되는 상황에서는 고객 중심 R&D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각 기업들의 고객 중심 R&D 진행 실태를 조사해 보면, 중요성을 강조하는 구호에 비해 실행수준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겉으로는 고객 중심 R&D를 부르짖지만 궁극적인 목표를 매출 확대에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기보다는 경쟁사를 따라하거나 조직 내부의 강점에 고객의 니즈를 끼워 맞추는 경향이 있다.    
 
만약 고객의 니즈와 상관없이 R&D를 진행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살펴보자. GE의 설립자인 에디슨은 1868년 자신이 개발한 '전자식 투표용지 카운트기'가 성능이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 제품의 주고객은 정치인들로, 신속한 개표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개표를 고의로 지연시킴으로써 의사진행을 방해할 필요가 있던 그들의 니즈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이다. 에디슨은 이 사건을 통해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난 제품이라 할지라도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아니면 개발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였으며, 이 사건 이후 고객 중심의 R&D 철학은 GE가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하는 기초가 되었다.  
 
고객중심 R&D의 유형과 특징 
 
고객 중심 R&D의 유형은 고객의 표출된 니즈를 기반으로 신제품개발 활동을 전개하는 고객대응 R&D와, 고객의 내면 속에 감추어진 잠재 니즈를 찾아서 혁신적인 신제품과 신사업으로 연결하는 고객창조 R&D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표 1> 참조).  
 
● 고객대응 R&D 
 
고객대응 R&D에서는 고객이 표현한 니즈를 충실하게 이해하고 반영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삼는다. 고객으로부터 직접 들은 명시적인 요구 사항을 신제품개발시 적극 반영하기 때문에 신제품개발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개량·개선 신제품개발은 고객대응 R&D를 통해 이루어진다. 즉,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제품의 품질을 높이거나 가격을 낮추는 등 기술 및 시장을 부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경우가 그것이다. 개량·개선 신제품은 대부분 1년 안에 단기성과를 가져오는 것이 많으며, 아이디어 생성에서 상업화까지 연속적이고 정형화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고객대응 R&D는 기술의 변화가 크지 않은 안정적 환경일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환경이 안정적일수록 고객들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유추하여 미래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해 비교적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대응 R&D를 수행하는 기업의 성패는 목표고객이 요구하는 사항을 신제품개발에 얼마나 충실히 효율적으로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실제로 이 전략은 조직 내에 보유하고 있는 기술역량이나 마케팅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행이 용이하고 조직구성원들로부터 환영받는 전략이다.  
 
그러나 고객대응 R&D에는 큰 약점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고객대응 R&D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게 되면 기존에 없는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을 추진하기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기존 고객의 표출된 니즈에 집착하게 되면 고객의 잠재 니즈를 알아내기 어렵게 되고, 결국에는 새로운 고객이나 신시장 선점 기회를 놓치는 우(愚)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고객창조 R&D 
 
고객대응 R&D의 추구로 인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기업이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객창조 R&D를 통해 새로운 시장 및 고객층을 만들 수 있는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이나 신사업 창출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고객만족 수준을 넘어 고객을 감동시켜야 한다.
 
혁신적인 신제품은 오랜 기간(대부분 1년 이상)의 R&D 활동을 통해 수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술, 시장, 자원, 조직 측면에서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아이디어 발의에서 상업화에 이르는 과정이 불연속적이고 가변적이다.  
 
고객창조 R&D를 전개하는 기업은 고객대응 R&D를 전개하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을 가장 중요시한다. 그러나 명시적인 고객니즈를 파악하는 차원을 넘어 고객의 내면 속에 깊이 감추어져 있는 잠재 니즈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점은 고객대응 R&D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소니의 워크맨, 애플의 아이폰 및 아이팟 등은 고객의 잠재 니즈를 간파하여 혁신적인 신제품으로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는 '고객을 무시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고객이 항상 옳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오늘날 기업경영에 있어서 고객만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이것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는 것이다. 즉, 고객만족이 도를 넘어 행동의 변화를 지극히 싫어하는 보수적인 고객들의 의견에 휘둘리면 새로운 시장과 진정한 혁신을 게을리 하게 되고 결국 실패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기업이 기존에 없는 신제품이나 신사업 발굴 등 점진적인 개선이 아닌 근본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고객의 니즈에 잘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고객을 이끌거나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소니(Sony)의 CEO였던 모리타 아키오는 '고객들에게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묻기보다는 기업 스스로 신제품을 만들어 고객을 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고객창조 R&D의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한 것으로, 단순히 고객니즈 조사결과를 맹신하거나 현재의 고객니즈 충족에만 만족하지 말고 고객에 대한 애정과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신시장이나 신제품을 창조·설득하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함을 역설한 것이다.  
 
소니의 대표제품인 '워크맨'은 이같은 통찰력에 근거하여 고객을 창조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소니가 워크맨을 개발할 당시 모리타는 판매 가능성이 낮다며 반대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3만 개 이상 팔리지 않으면 회장에서 물러나겠다'며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결국 워크맨은 2억 개가 넘게 팔리며 소니에 큰 성공을 가져다 주었으며, 는 워크맨 개발을 '역사상 가장 뛰어난 경영 의사결정'의 하나로 선정하며 CEO인 모리타의 통찰력과 결단력을 높이 평가하였다.  
 
고객 창조 R&D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하는 말보다는 행동을 주시하여 고객의 내면에 있는 잠재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객의 잠재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FGI(Focus Group Interview)나 설문조사와 같은 구체적인 조사방법론을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있는 현장 속으로 들어가 직접 행동을 관찰하고 살펴보는 것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개발자와 마케터의 직관력과 통찰력이 결합할 때, 고객의 필요와 숨겨진 니즈를 제대로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 고객대응 R&D와 고객창조 R&D 함께 실행해야 
 
최근의 경영환경은 불확실성이 매우 높고 기술변화도 빠르기 때문에 고객대응 R&D를 통한 개량·개선 위주의 신제품개발만으로는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언제든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 전통의 강자기업들을 위협할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고객창조 R&D를 통해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출시하여 고객을 감동시키고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고객대응 R&D와 고객창조 R&D가 함께 실행되어야 한다. 이 2가지 전략을 야구게임에 비유하면 고객대응 R&D는 안타, 고객창조 R&D는 홈런으로 비유할 수 있다. 최강의 야구팀을 보면 대개 안타와 홈런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경우가 많다. 만약 안타 위주로 점수를 이끌어가는 팀이 있다면 9회말 상대팀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할 경우 역전을 당할 수도 있다. 따라서 안타와 홈런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연전연승하는 최강의 야구팀이 될 수 있듯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발전을 위해서는 고객대응 R&D와 고객창조 R&D가 병행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양손잡이 조직을 통한 실행 
 
그렇다면 기업이 고객대응 R&D와 고객창조 R&D를 동시에 실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는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의 도입을 고려해 볼만하다(<그림 1> 참조).
 
● 조직체계의 분리는 기본 
 
양손잡이는 크게 구조적인 양손잡이(Structural ambidexterity)와 상황적인 양손잡이(Contextual ambidexterity) 2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양손잡이 조직은 기존조직과 별도로 조직구조, 운영시스템, 조직문화, 작업 공간 등 조직체계를 완전히 독립해서 운영하는 구조적인 양손잡이를 의미한다. 반면, 상황적인 양손잡이는 개인차원의 영역으로서 루틴한 일과 새로운 일간의 시간 배분을 적절하게 해서 2가지 활동을 동시에 잘 하는 조직 구성원들의 행동 역량을 의미한다. 상황적인 양손잡이가 잘 실행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양손잡이로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신뢰분위기 형성 등 조직 차원의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상황적인 양손잡이는 구조적인 양손잡이와 상호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가진다. 이 글에서는 구조적인 양손잡이 관점에서 양손잡이 조직의 개념 및 성공적인 실행 방안을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양손잡이 조직의 개념부터 살펴보자. 즉, 기존조직에는 오른손잡이 조직의 역할을 부여해 조직 내에 이미 보유하고 있는 역량과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여 고객대응 R&D를 철저히 실행한다. 이와 더불어 기존조직과는 다른 조직구조, 운영프로세스, 조직문화 등을 갖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왼손잡이 조직을 신설하여 고객창조 R&D를 추진한다.  
 
왼손잡이 조직은 조직구조의 분리는 물론 평가·보상에 있어서도 기존조직과는 다른 차별화된 제도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성과 평가기간을 1년이 아닌 3~5년으로 늘리고 활동기간 동안에는 전사평균 성과와 연동하여 보상을 하되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했을 때 파격적인 보상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존조직은 이미 출시되어 검증된 신제품의 개량·개선에 치중하면서 단기 성과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의 투입이 따르고 실패확률도 높은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은 기피하게 된다.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존조직이 점진적인 개량·개선 신제품개발에 치중하는  원인으로 안정성 추구, 위험회피 성향, 과거의 성공경험으로 인한 제약, 내부 보유자원의 지나친 의존, 관성화 경향이 강한 관리시스템, 복잡한 내부 권력구조, 근시안적인 관리자 등 7가지를 지적하였다(<표 2> 참조). 이는 기존 오른손잡이 조직에서 고객창조형 R&D를 추진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고객창조 R&D를 통해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규모는 작더라도 왼손잡이 조직을 별도로 구성하여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O’Reilly III와 Tushman 교수는 양손잡이 조직을 도입한 기업의 경우 90% 이상이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에 성공함으로써 기존의 오른손잡이 조직형태(기능식 조직이나 다기능팀 등)에만 의존했던 기업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 경영성과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 통합을 위한 리더십과 운영체계도 필수 
 
그러나 왼손잡이 조직의 신설로 인한 조직의 이원화는 기존사업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진행되지 않는다면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를 하지 못한 채 고립 될 수 있고 사업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얻지 못하거나 신제품개발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왼손잡이 조직은 기존조직으로부터 인력 및 예산 등을 지원받지만 단기적으로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직구성원들이 상대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며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CEO 등 고위경영층이 왼손잡이 조직의 장을 겸하면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제공하고 오른손잡이 조직과 왼손잡이 조직간의 원활한 협력과 조정을 이끄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경영층이 협력과 조정자로서 야누스적 리더십을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전사 비전 제시, 기술에 대한 폭넓은 전문지식, 커뮤니케이션 능력, 사업가적 마인드 등 필요 역량을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  
 
또한 왼손잡이 조직과 오른손잡이 조직의 구성원들이 자주 만나서 논의할 수 있는 회의체를 운영한다든가, 정기적으로 인력 교류를 실시하는 등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는 조직이 전사 관점에서 발전적으로 통합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적으로 Ciba Vision, 노키아, IBM, 3M, 인텔, HP 등의 선진기업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하여 양손잡이 조직(조직체계의 분리는 물론 통합을 위한 운영 시스템 구축  포함)을 잘 활용하고 있다.
 
콘택트렌즈 제조업체인 Ciba Vision의 경우 1991년 기존조직과는 독립적으로 혁신적인 신제품개발만을 전담하는 새로운조직을 도입함으로써 양손잡이 조직체제로 전환하였다. 새로운 조직은 R&D, 재무, 마케팅 기능을 독립적으로 보유하고 인력관리(채용, 평가, 보상 등)도 별도로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특히 Ciba Vision은 이원화된 조직이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시너지를 내게 하기 위해 신제품개발조직에 속한 프로젝트 리더들로 하여금 반드시 기존조직과 새로운 조직간의 원활한 협력과 조정을 이끄는 역할을 하는 R&D 부문 부회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직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신제품개발조직에 속한 프로젝트 리더들은 기존사업부 책임자들과 함께 경영회의에 참여하여 주요 이슈에 대해 논의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양손잡이 조직을 약 10년간 운영한 결과, 혁신적인 콘택트렌즈 신제품을 다수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매출 또한 3억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크게 증가하여 콘택트렌즈 부문에서 강력한 경쟁사인 존슨앤존슨을 제치고 업계 1위 기업이 되었다.
 
앞으로 기업들이 치열한 생존전쟁에서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R&D 활동을 통해 차별화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출시해야 한다. 특히 성공적인 R&D를 위해서는 고객의 요구를 경청하는 한편 경우에 따라서는 고객의 요구를 무시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고객은 대개 현재 상태에서의 개선을 원하지만, 기존에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혁신적인 신제품으로 고객을 감동시켜야 할 책임은 궁극적으로 기업에게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양손잡이조직을 통해 언뜻 모순처럼 보이는 고객대응 R&D와 고객창조 R&D를 조화롭게 실행할 수 있는 기업이야말로 불확실한 경쟁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하게 될 것이다.  <끝>

2010년 8월 17일 화요일

◎소재 기술 혁신의 Enabler 탄소소재



LG경제연구원 '소재 기술 혁신의 Enabler 탄소소재'

탄소소재는 지구상에 가장 흔한 자원 중 하나인 탄소로 이뤄진 소재이다. 다재다능한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기존의 활성탄, 카본블랙 등과 같은 탄소소재는 범용화가 진전되어 부가가치가 별로 높지 않은 분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점차 탄소소재 자체의 응용기술뿐만 아니라 주변의 기술 기반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탄소소재도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지고 있다. 탄소나노튜브의 상용화에 이어 그래핀도 시장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재의 트렌드를 보면 시장 지향적인 니즈에 따라 점진적인 개선은 지금 이순간에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파괴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산업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소재들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탄소소재는 소재산업의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소재 자체의 혁신, 그리고 소재의 융복합화 촉진은 소재 산업에 활력을 줄 것이고 전후방 산업의 제품과 기술 혁신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20세기가 실리콘의 시대라면 21세기는 탄소의 시대라고 한다. 탄소소재가 선진 소재 기업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 목 차 > 
 
Ⅰ. 왜 탄소소재를 주목하는가?  
Ⅱ. 탄소소재 시장 현황
Ⅲ. 탄소소재의 발전 방향 및 시사점
 
 
인터넷 검색창에 ‘탄소’를 입력해보면 ‘저탄소 녹색성장’, ‘탄소 발자국’, ‘탄소 저감’ 등 그린 시대의 키워드들이 연관검색어로 등장한다. 탄소가 아닌 이산화탄소를 의미하는 단어를 줄인 말이기도 하지만 에너지원인 석유, 석탄 등을 비롯하여 탄소를 태워 나온 것이 이산화탄소이니 우리에게는 탄소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순수한 탄소로만 이루어진 탄소소재는 이와 정반대로 갈수록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달에 독일 BMW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메가시티 비히클(MCV, Mega City Vehicle)이라는 이름의 전기자동차 컨셉을 발표했다. 배터리 무게 등으로 인한 중량을 줄이기 위해 내세운 해결책은 탄소섬유(CFRP)였다. 첨단 우주산업에나 쓰이던 탄소섬유가 최근 항공기에 이어 점차 지상의 교통수단으로 수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탄소소재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지,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 탄소소재들이 있는지, 그리고 향후 탄소소재의 발전 방향과 이것이 기업들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Ⅰ. 왜 탄소소재를 주목하는가? 
 
 
오래된 미래, 탄소소재 
 
대표적 화석 연료인 석탄, 책상 위의 연필심, 그리고 보석함 속의 다이아몬드, 정수기 속의 활성탄 필터, 공기 정화나 요리용을 위한 숯 등의 공통점은 탄소(Carbon)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탄소는 지구상에 가장 흔한 자원 중 하나이다.  탄소소재는 전통적 용도 이외에도 리튬이온전지, 항공우주, 제철제강, 원자력 발전, 기계부품 등 완제품의 부품/소재로서 활용 영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탄소소재가 이처럼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과 시장 관점에서 각각 살펴보도록 하자.
 
1. 다재다능한 탄소소재의 특성 
 
일반적으로 소재는 성분이나 응용분야에 따라 분류한다. 소재 성분으로 분류할 경우 통상적으로 금속, 화학, 세라믹으로 나눌 수 있다. 탄소 소재는 이 중 어느 영역에 속할까? 질문하면 대답이 쉽게 나오기 어렵다. 굳이 넣는다면 세라믹에 속할 것이지만, 탄소소재는 세 가지 분류 이외에 네 번째 영역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탄소소재의 특성 자체가 화학, 금속, 세라믹 소재에 비해 다분히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즉, 일반적으로 화학 소재는 가벼운 대신 금속만큼 외부 충격에 강하지 않거나,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다. 금속 소재는 외부 충격에 강한 대신에 상대적으로 무겁고, 화학적 내성이 크지 않다. 세라믹 소재의 경우 가볍고 강도도 상대적으로 크나 전기를 통하지 않거나 성형이 어려운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소재들이 기술 발전에 따라 점차 상대방의 고유 영역을 침범해 가고 있지만 아직은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탄소소재는 세 가지 소재들의 고유 특성을 두루 지니고 있다. 철과 같은 금속에 비해 강도는 몇 배 높으면서 보다 가볍다거나, 아니면 화학적 내성이 크면서도 전기를 잘 통한다던가 등이다. 이러한 것이 가능한 이유는 탄소 원자가 배치된 구조에 따라 물질 구성이 다양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같은 탄소 소재인 흑연과 다이아몬드를 놓고 보면 흑연은 전기가 잘 통하지만, 다이아몬드는 반대로 전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다. 어찌 보면 탄소 소재는 1만 년 전 인류의 유적에서 목탄(木炭)이 발견된 것처럼 오래 전부터 존재했으면서도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소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나노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존의 탄소소재 이외에도 풀러렌,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등이 등장하면서 다시 한 번 탄소소재의 가능성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2. 환경과 에너지 이슈 부상에 따른 수요 창출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기후 변화가 이슈가 되고 있다. 다소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온실가스 저감 문제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서라도 계속 고민해야 할 사안인 것이 분명하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기술전망 2010(Energy Technology Perspective 2010)에서 2030년까지 지구의 온도 상승을 2℃이내로 억제하려면 2030년 기준(세계 경제 연평균 3,3% 성장 지속 가정)으로 약 140억 톤의 이산화탄소 감축이 필요하다고 보고하였다. 한편 감축량 중의 57%는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분간은 에너지 절약을 통한 온실가스 저감이 우선이라는 의미이다.  
 
이를 위한 솔루션 중 하나로서 탄소소재가 급부상하고 있다. 경량화를 통한 에너지 절감을 위해 항공기 등 수송기기의 탄소소재 적용 비중을 늘리거나, IT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탄소소재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5월에 일본 도레이(Toray)는 에어버스에 항공기용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내년부터 2025년까지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차기 주력 기종인 에어버스 A350XWB의 주 날개와 동체의 대부분에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적용할 계획인데 이는 기체 중량의 50%(35톤/대)에 달하는 상당한 규모이다. 이렇게 금속으로만 가능해 보였던 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탄소섬유가 알루미늄에 비해 중량은 1/4에 불과하면서 철에 비해 강도는 10배나 크기 때문이다. 한편 IT부품의 경우는 금속산화물 계열 소재를 사용하여 터치스크린 필름 등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보다 전기전도도가 좋은(저항이 낮은) 탄소소재를 적용하여 보다 적은 전력량으로 절전 효과를 거두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더 많은 소재 관련 기업들도 새로운 성장 동력 아이템으로서 탄소소재를 선택하였거나 채택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탄소소재만의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볼 수 있다.
 
 
Ⅱ. 탄소소재 시장 현황 
 
 
현재 탄소소재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흑연, 활성탄, 카본블랙, 공업용 다이아몬드 등이다. 카본블랙을 제외하고는 사실 낯설지는 않은 것들이다. 탄소 소재를 석탄, 숯 등 단순히 연료 목적의 제품을 제외한 기능성 제품의 범주로 한정하면 다음과 같은 제품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가장 익숙한 탄소소재인 흑연 
 
그리스어로 ‘쓰다(Write)’의 의미를 갖는 Grafein에서 유래한 흑연(Graphite)은 크게 광산에서 채굴해서 사용하는 천연흑연과 인위적으로 만드는 인조흑연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생산 규모는 연간 60만 톤 정도이며 사용 범위는 2차전지 음극재, 원자력 발전 감속재, 제철용 전극봉, 반도체 실리콘 잉곳 제조 설비용 소재 등으로 매우 넓다. 이 중 가장 성장성이 높은 분야는 2차전지 음극재이다. 현재 세계 음극재 시장 규모는 약 3억 달러 규모이며 이중 절반 이상은 인조흑연이 사용된다. 그러나 인조흑연은 3천 도 수준의 열처리를 해서 제조하기 때문에 가공비가 천연흑연보다 많이 든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저가인 천연흑연의 사용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천연흑연의 단점인 성능 변화와 낮은 충방전 수명은 외부 표면의 열처리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흑연의 충전성능이 포화되어 가면서 대체재로서 실리콘계 음극재가 주목 받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이나 기술의 성숙도 면에서 열세이기 때문에 적용이 된다 해도 당분간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또 하나의 대체 음극재로 거론되고 있는 리튬티타늄산화물은 일본 도시바의 SCiB(Super Charge ion Battery, 5분 이내 용량의 90%까지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 2차 전지)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충방전 효율이 좋지만 이것은 기존 리튬이온전지의 전압(3.7V)과 달리 2.2V라서 표준화를 통한 어플리케이션 다양화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흑연 음극재 시장은 현재 히다치 케미컬, JFE, 일본 카본 등 일본 3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는 구도이다. 여기에 중국 업체 BTR은 자원 대국의 기업답게 자체 천연 흑연 광산을 보유하고 있어 경쟁 구도의 변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탈취와 정수역할을 하는 활성탄 
 
활성탄(Activated Carbon)은 대나무, 야자잎, 톱밥 등을 태워서 만든 탄소소재이다. 주거 공간에 냄새를 없애는 탈취제나 장을 담글 때 쓰는 숯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런 기능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활성탄(숯) 표면에 마이크로미터 이하 크기의 기공들이 매우 많이 형성되어 있어 그 기공들이 오염물질이나 악취를 일으키는 미세 물질을 붙잡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선조들이 장을 담그면서 숯을 같이 넣는 이유도 장 안에 발생하는 잡균들이 숯의 기공 속에 갇혀 부패를 막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정수기 안에 들어가는 여러 종류의 필터 중 하나에도 활성탄이 담긴 필터가 들어있어서 1차적으로 정수 역할을 담당한다. 최근 들어서는 정수기를 넘어서 상수도 처리장에서 오염물질과 악취 제거 등 고도 정수 처리를 위해 활성탄의 사용이 늘고 있다. 현재 활성탄이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석탄화력발전소로 배기가스에서 중금속 수은을 잡아내는 역할을 한다. 석탄화력발전소 비중이 50%가 넘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배기가스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활성탄을 채용하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외에도 활성탄을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화학 가스를 포집하거나 군사용 방독면 등에 사용되고 있다. 활성탄 업체는 국내의 경우 15개 업체가 있어 흑연 소재처럼 메이저 기업들이 존재하기 보다는 다수의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며 성숙된 시장인 만큼 급격한 성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타이어 보강재로 쓰이는 카본블랙 
 
카본블랙(Carbon Black)은 석유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납저유) 또는 석탄 슬러리에서 생성되는 물질(크레오스트 오일)을 불완전 연소 또는 열분해 해서 만든 것이다. 95%가 타이어, 호스 등 고무제품의 충격보강재로 사용되며 그 외에도 프린터 토너 등 흑색 안료, 건전지 소재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카본블랙 생산은 에보닉카본블랙, OCI, 콜럼비안케미컬 등 3개사 체제이며 원료 대부분을 수입하다 보니 국제유가 등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최근 경제위기로 다소 수요가 일시적으로 감소세를 보였으나 중국 등 신흥국의 자동사 수요 급증에 따라 글로벌 시장 수요는 2007년에 1000만 톤에서 2015년에 1170만 톤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환경 이슈가 부각되면서 공해 배출이 적고 타이어의 연비를 높일 수 있는 대체재인 실리카계 화이트 카본을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어서 업계의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
 
탄소소재의 부흥을 이끌고 있는 탄소섬유 
 
탄소섬유는 이름 그대로 탄소 성분으로 이뤄진 실 형태의 소재로서 보통 폴리아크릴로나이트릴(PAN) 이라는 석유화학제품이나 석유찌꺼기 피치(Pitch)를 원료로 하여 실 형태로 만든 뒤 이것을 탄화시켜 만든다. 시장조사 기관 루신텔 (Lucintel)에 따르면, 순수한 탄소섬유 시장 규모는 2008년 15억 달러에서 2014년에 24억 달러로 성장이 전망된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최근 들어 잠시 수요가 주춤했으나 항공기, 풍력 발전 등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경쟁구도는 도레이, 테이진, 미쓰비시 레이온 등 일본 3개사가 세계 탄소섬유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최근 3개년(’06~’08년) 영업이익률이 20% 내외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Zoltec, Hexel 등의 기업들이 증설에 나서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중국 등 신흥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Ⅲ. 탄소소재의 발전 방향 및 시사점 
 
 
1. Application의 지속 확대 
 
탄소소재는 이렇게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술의 발전과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수요처가 생기고 있다. 그 방향은 기존의 소재를 탄소소재가 대체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제품을 위한 소재로서 등장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큰 신규 수요는 에너지와 환경 분야이다. 에너지 효율 개선에 대한 니즈는 탄소소재를 특수분야였던 항공우주 분야를 넘어서 프리미엄급 자동차 분야에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전기전자, 에너지 저장 및 발전 분야에서도 터치필름, 리튬이온전지 음극재에 이어서 전기이중층 캐패시터(EDLC, Electric Double Layer Capacitor)의 전극재, 풍력발전 블레이드, 수처리 등에 적용되고 있다. 리튬이온 전극재인 흑연은 전기자동차의 도입과 함께 현재 3천억 원에서 2014년에 8천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고출력 특성도 요구하기 때문에 하드카본 같은 다른 탄소소재와 흑연을 같이 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성을 중시하는 제품인 만큼 새로운 소재가 나왔다고 해도 교체에 대한 저항성이 높기 때문에 흑연 음극재에 대한 수요 성장성은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 고출력용 에너지 저장 부품인 EDLC는 현재 자동차의 에코 드라이브(Idle & Stop) 기능용이나 풍력 발전용 부품 등에 사용되고 있다. 아직 시장 규모는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고출력이 필요한 전기자동차용 부품으로서 잠재성은 높은 편이며 원재료 비중에서 탄소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로 리튬이온전지 음극재보다 높은 점도 매력적이다. 이외에도 에너지 저장 시스템용 나트륨-황 전지의 황(sulfur) 전극용이나 연료전지의 백금촉매담지체, 기체확산층 등에 탄소소재가 들어감에 따라 탄소소재의 수요처는 점점 확대될 전망이다.  
 
2. 기술 발전에 따른 신소재 등장 가속 
 
새로운 나노소재를 만들기 위한 인프라, 즉 나노박막장비, 초고압투과 전자현미경 등 공정기술과분석기술의 발전은 나노소재의 성장 기회 요인이 되고 있다. 즉, 나노기술의 영역 안에서 소재, 공정, 분석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나노소재의 등장이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그래핀(Graphene), 나노다공성 탄소, 탄소 나노폼(nanofoam) 이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그래핀 
 
그래핀(Graphene)은 2004년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연구진이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 이 물질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연필심의 성분인 흑연(Graphite)과 유사하다. 영문 이름이 비슷해서 가끔 혼동해서 쓰는 경우도 있듯이 모양도 역시 비슷하다. 꼭지점이 탄소로 구성된 육각형이 연결되어 만들어진 낚시 그물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그물이 여러 겹으로 겹치게 되면 흑연이고, 한 겹으로 존재하면 이것이 바로 그래핀이다. 그래핀은 매우 안정적이라 상온에서 단위면적당 구리보다 약 100배 많은 전류를,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전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열전도성이 최고인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높고, 기계적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신축성이 좋아 늘리거나 접어도 전기전도성을 잃지 않아 플렉서블 디바이스 시대의 유력한 후보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핀은 2008년 MIT에서 선정한 세계 100대 미래기술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최근 국내에서도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에서 그래핀 관련 기술을 10년 이내 우리의 삶을 뒤바꿀 10대 기술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래핀은 기존의 기술을 대체할 차세대 트랜지스터 및 전극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 성균관대와 삼성전자가 공동 연구하여 30인치 크기까지 대면적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양산기술 개발 등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그래핀의 뛰어난 특성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반도체 등의 핵심 소재로 주목 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새로운 탄소소재 등장 예상 
 
탄소소재의 잠재성을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파괴적 기술 혁신과 함께 앞으로도 새로운 소재 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연구가 진행중인 나노다공성 탄소의 경우는 기공이 무수히 많이 있는 것은 활성탄과 같지만 이것이 규칙화되어 있어서 촉매담지체, 수소저장 소재로서의 사용이 기대된다. 또한 탄소 나노폼(nanofoam)은 형상이 그물망이 엉켜있는 것과 같은 구조인데 탄소 소재로서는 독특하게 자석에 끌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탄소소재의 구조가 다양한 만큼 미리 기하학적으로 구조를 예언한 후 이를 탄소물질로 개발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학계에서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새로운 구조의 탄소 소재(Mackay 결정, K4 탄소 등)가 설계하고 이를 합성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영국 런던대 앨런 맥케이(Alan L. Mackay) 교수는 풀러렌을 입체적으로 적층한 뒤 압축하여 Mackay 결정이라 불리는 것을 설계했다. 한편 일본 RIST의 연구진은 이를 이용해 태양전지 연구를 하고 있는데 최근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태양광을 100% 전기로 변환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금속 특성의 결정을 갖도록 탄소 구조를 변형하여 설계한 K4 탄소 등 형상과 결정구조를 기하학적으로 설계해 만드는 탄소 구조 신소재는 앞으로도 계속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3. 소재 융복합화의 Enabler 역할 기대 
 
지금까지 여러 가지 탄소소재를 살펴보았다. 기존의 활성탄, 카본블랙 등과 같은 탄소소재는 범용화가 진전되어 부가가치가 별로 높지 않은 분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점차 탄소소재 자체의 응용기술뿐만 아니라 주변의 기술 기반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탄소소재도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지고 있다. 수요 산업에서 첨단의 기능성을 요구하는 것도 탄소소재 발전에 가속제가 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의 상용화에 이어 그래핀도 시장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탄소소재의 성장과 함께 또 하나 주목할 것은 탄소소재가 소재 융복합화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고객의 니즈가 다양화되면서 수요 산업이 진전되고 있다. 소재의 융복합화는 이러한 전방산업 또는 제품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필수적인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탄소소재는 다양한 소재의 장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소재 융복합화의 Enabler 역할을 할 최적의 후보로 평가된다. 알루미늄 등 금속의 경량화에 따른 강도 해결을 위해서나 플라스틱 등 화학소재의 전기전도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탄소소재는 개별 소재의 난점을 보완, 기능을 향상시키는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탄소소재는 그 자체로서의 이용은 물론 융복합화 매개체로서의 이용 확대로 향후 성장이 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가전회사 다이슨(Dyson)의 CEO 제임스 다이슨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날개 없는 선풍기 이외에도 발명품들을 만들고 싶지만 그것을 좌절하게 하는 핵심 문제가 소재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50년간 탄소섬유나 티타늄을 제외하면 소재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전이 없었다고 하였다. 소재의 트렌드를 보면 시장 지향적인 니즈에 따라 점진적인 개선은 지금 이순간에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파괴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산업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소재들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고 있다. 소재 산업의 특성상 개발에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측면도 있고 산업에서도 업스트림 영역이다 보니 실상이 가려져 있는 면도 있다.
 
탄소소재는 이러한 관점에서 소재산업의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소재 자체의 혁신, 그리고 소재의 융복합화 촉진은 소재 산업에 활력을 줄 것이고 마치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 처럼 전후방 산업의 제품과 기술 혁신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최근에 정부도 탄소소재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내년부터 2015년까지 민간 합동으로 약 2천억 원을 투자해 국산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소재를 가공할 장비와 신뢰성을 평가할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세기가 실리콘의 시대라면 21세기는 탄소의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국내 탄소소재 시장은 1조 4천억 원 규모로 이 중 절반가량인 7천억 원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수입량의 절반은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어 대일 무역 적자의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전통적인 주력산업에 이어 신성장동력인 녹색산업에서도 탄소소재는 핵심 소재 중 하나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의 기술력과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아직까지 미미한 상황이다. 탄소소재가 선진 소재 기업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끝>

◎TV 2.0 시대, 미래 콘텐츠의 6가지 트렌드



LG경제연구원 'TV 2.0 시대, 미래 콘텐츠의 6가지 트렌드'

디지털케이블과 IPTV에 이어 스마트TV가 소개되면서 TV 2.0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이에 따라 콘텐츠의 변화도 예상된다. 3D, 증강현실 등이 구현되는 콘텐츠가 늘어나고 스마트폰에서와 같이 앱형태의 콘텐츠도 확산될 것이다. 또한 하나의 콘텐츠를 TV, PC, 휴대기기에서 연계해서 볼 수 있는 형태의 서비스도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TV 방송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수년 전 케이블 사업자들이 디지털 케이블 도입을 시작했고, 통신사업자들은 IPTV 시대를 열었다. 이번에는 스마트TV가 변화의 주체로 등장하면서, 소위 ‘TV 2.0’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앞두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 시장에 스마트폰 광풍을 몰고 온 애플과 구글 등이 스마트TV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TV가 양방향 서비스나 데이터서비스 등으로 아무리 무장을 하더라도 수동적 시청을 원하는 이용자들의 성향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변화는 이미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내세운 스마트폰으로 이동통신의 이용패턴이 바뀌었듯이, TV 2.0 시대에도 시장이 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일 수 있다.  
 
능동적으로 변화하는 시청자 
 
일반적으로 TV 시청자들은 시간을 때우거나 휴식을 취하면서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채널을 별 여과없이 시청하는 수동적 태도를 보인다. 약간의 반응이라 해야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기 위해 리모콘으로 채널을 탐색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청 태도에도 조금씩 변화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방송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서 보기 시작한 것이다. CJ헬로비전이 최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주문형 비디오(VOD) 시청률이 2006년에 13%에서, 2010년에는 71%로 급성장했다. 디지털케이블 방송을 시청하는 10가구 가운데 7가구는 한 달에 한번 이상 VOD를 시청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시청자들은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도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시즌 9까지 방송된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의 경우 대표적인 시청자 참여의 사례이다. 이 프로그램은 시즌 초반부터 시청자 투표를 반영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포맷은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갔다. 방송 프로그램의 게시판을 통한 간접적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드라마 전개나 결말 등을 놓고 시청자들은 게시판을 통해 방송사에 압력을 행사하기도 하며, 일부 방송 제작자는 게시판에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공모하기도 한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콘텐츠 이용 선호 
 
콘텐츠 이용에서의 또 다른 변화는 시청자들이 방송시간이나 이용장소 등에 크게 구애받지 않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모바일 기기의 확산, 콘텐츠의 다운로드 또는 스트리밍 서비스 활성화 등으로 인해 언제(Any Time), 어디서나(Anywhere), 어떠한 단말기로든(Any Device), 어떠한 네트워크(Any Network)인지 상관없이 서비스/콘텐츠(Any Service/Content)를 이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PMP를 통해 다운로드 받은 콘텐츠를 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미드’로 불리는 미국 TV 드라마의 선풍적 인기 뒤에는 불법 다운로드와 PMP를 통한 시청이 한 몫 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본방시간에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이 온라인 다시보기에서는 높은 인기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시 말해 시간과 장소 등에 구애받지 않고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은 젊은 층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보편화된 시청 태도이다.
 
새로운 기기에 적합한 새로운 콘텐츠 요구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기기들이 고사양(High-end)화되면서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3D TV로 이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만족하기에는 아직 3D 콘텐츠의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
 
나아가 PC에 설치된 웹캠과 같이 TV에도 카메라가 탑재되기 시작한다면, 이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요구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단순한 카메라가 아니라 MS가 곧 출시할 키넥트(Kinect)같이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모션 콘트롤러를 내장한다면 인터랙티브 서비스에 대한 니즈도 증대될 수 있다.  
 
콘텐츠의 6가지 트렌드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시청자들은 능동적인 시청방식,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콘텐츠 이용, 새로운 기능의 콘텐츠 요구 등의 특징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시청자들의 변화는 TV 2.0 시대의 중요한 초석이 되고 있다. 여기에 광대역 통신 네트워크의 구축과 통신 및 방송사업자들의 통방융합형 서비스 추진 등이 더해지면서 본격적인 TV 2.0 시대의 도래가 예고된다. 새로운 방송 서비스 시대가 열리게 되면, 콘텐츠 역시 이에 맞춰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콘텐츠의 변화는 대략 6가지 정도로 구분해볼 수 있다.
 
1. 리치콘텐츠(Rich Content)의 증대 
 
먼저 콘텐츠가 기존보다 훨씬 많은 볼거리와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며 리치(Rich)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고사양 기기에 적합한 콘텐츠를 충족시키는 한편, 다양한 매체 속에서 시청자를 확실히 유인하기 위해서 리치콘텐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3D, 증강현실 등의 콘텐츠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영화 ‘아바타’의 흥행 성공으로 많은 사업자들이 3D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소니의 행보가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 TV 제조뿐 아니라 소니픽처스를 통해 할리우드 영화사업에도 진출해 있는 소니인 만큼 이들 사업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3D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소니 픽쳐스를 통해 확보된 영화를 3D화하는 것뿐 아니라 디스커버리 채널 및 아이맥스 등과 함께 3D 채널을 제공한다는 계획도 발표되었다.  
향후 3D 기술은 스포츠, 오페라, 콘서트 등의 콘텐츠에도 자주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남아공 월드컵에서 스포츠에의 3D 적용은 그 가능성을 입증했으며, 프랑스에서는 오페라 ‘돈 지오바니’를 위성으로 전송하여 3D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사례도 등장한 바 있다.  
 
증강현실을 적용한 콘텐츠 역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증강현실 기술은 최근 스마트폰에 적용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미 방송서비스 시장에서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이용된 기술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스포츠 중계에 주로 활용되는데, 축구 경기장 전경에 양 국가의 깃발과 스코어가 나타나거나, 경기장 한 가운데의 센터서클에 광고가 들어가는 경우 등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증강현실 기술은 양방향성 강화 차원에서 적극 이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례로 팝가수인 존메이어는 지난 해 아이폰과 PC를 활용한 증강현실 기반의 뮤직비디오를 소개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트랜스포머2의 경우 웹캠으로 찍은 사람 얼굴을 로봇으로 변신시켜 주는 증강현실 마케팅을 선보여 네티즌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사진> 참조). 또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증강현실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데, 여성복 전문 사이트인 Tobi.com의 경우 웹캠에 찍힌 모습에 Tobi.com이 판매하는 옷을 합성해 보여줌으로써 소비자의 선택을 돕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아직까지 온라인에 기반하고 있지만, 향후 TV에도 카메라가 내장된다면 충분히 방송서비스로도 확대될 수 있는 사례들이다.
 
2. 앱형태의 콘텐츠 확산 
 
미래 방송 콘텐츠가 애플리케이션과 같이 인터랙티브형 서비스의 모습을 띠게 되는 것도 향후 트렌드로 꼽을 수 있다. 이제는 콘텐츠라는 것이 더 이상 동영상 프로그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애플리케이션형 서비스로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현재 방송사들이 제공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수동적 시청에 적합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능동적 시청자들이 많아질수록 이들 콘텐츠의 이용 시간은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다. 이러한 능동적 시청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콘텐츠의 애플리케이션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조사 기관인 FourthWall Media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시청자의 90%가 인터랙티브 TV 애플리케이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애플리케이션형 콘텐츠의 초기 단계로 AT&T와 버라이즌은 위젯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AT&T의 위젯서비스인 U-bar를 이용할 경우 이용자들은 TV 시청 중에 뉴스, 스포츠, 날씨, 주식, 교통상황 등의 정보를 볼 수 있다. AT&T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위젯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해지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객 유지를 위한 중요한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버라이즌은 오픈 마켓 형태의 위젯 바자(Widget Bazaar)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온라인 SNS나 유튜브 등이 제공하는 웹콘텐츠에 접속할 수도 있다.  
 
한편 MS의 경우 지난 2009년 CES 전시회에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형 콘텐츠를 소개하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MS는 BBC, AP, 터너스포츠 등과의 제휴로 이들이 제공하는 콘텐츠에 MS의 기술력을 입혀 새로운 인터랙티브형 TV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인 것이다. MS의 서비스를 통해 시청자들은 프로그램과 연관된 동영상 클립 시청, 다각도의 카메라 앵글 시청, 투표참여 등을 이용할 수 있다.  
 
3. 멀티 스크린 서비스 확대 
 
멀티 스크린 서비스 역시 향후 예상되는 콘텐츠 변화 가운데 매우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멀티 스크린 서비스란 하나의 콘텐츠를 TV, 모바일, 온라인, 타블렛PC 등 어떠한 매체로도 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서비스이다. 이러한 멀티 스크린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든 콘텐츠를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 니즈를 만족시키기에 적절하기 때문에 향후 큰 확산이 기대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TDG에 따르면, 유료 방송 시청자의 39%가 PC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 월 5달러 이상을 추가로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약 1/5은 15달러 이상을 낼 수 있다고 답할 정도로 멀티 스크린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러한 시청자들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케이블 및 IPTV 사업자들은 멀티 스크린 서비스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유료 방송업체들은 타임워너, CBS 등의 미디어 업체와 제휴하여 ‘TV Everywhere’라는 프로젝트를 출범시켰으며 몇몇 사업자들은 상용 서비스를 개시했다. 물론 아직까지 TV와 PC에서 동일한 콘텐츠를 보는 서비스 수준이지만 머지않아 모바일로도 확대된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미디어 업체 차원에서도 이러한 멀티 스크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NBC의 경우 2년 여 전부터 자사 미드들의 본 방송 일주일 전에 약 1~2회 분량의 시즌 프리미어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이 콘텐츠들은 NBC.com을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운로드 스토어에서 다운로드를 받거나 케이블 TV와 IPTV의 VOD 서비스를 통해서도 시청이 가능하다.  
 
4. 크로스 플랫폼 기반 서비스 등장 
 
크로스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는 멀티 스크린 서비스와 유사한데, 이를 한 단계 심화시킨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멀티 스크린 서비스가 동일한 콘텐츠를 여러 기기에서 이용하게 해주는 서비스인 데에 반해, 크로스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는 각 기기별로 특화된 콘텐츠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TV는 생방송 중심의 콘텐츠를 방영하고, PC에서는 VOD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모바일에서는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서비스들이 서로 연동되어 제공될 경우 새로운 서비스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TV로 스포츠 중계를 보다가 선수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어 북마크를 설정하면 자동으로 검색된 정보가 사용자의 휴대폰으로 제공될 수 있다. 또한 휴대폰에 뜬 정보를 보다가 선수의 과거 경기가 궁금해서 클릭해 놓으면, 서비스 사업자가 제공하는 홈페이지 내의 시청자 계정에 해당 경기의 VOD가 자동으로 등록이 되어 나중에 PC를 켤 경우 검색할 필요없이 바로 시청이 가능할 수 있다.   
 
물론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크로스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시청자들에게 온라인과 모바일에서는 TV와는 다른 어떠한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감을 잡기 힘들고, 이를 초기 투자에 반영하기에는 TV 콘텐츠만 제작하는 것에 비해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용자의 니즈가 있는 만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업체도 이미 등장했다. 호주의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후드럼(Hoodlum)은 영국이나 미국의 유명 미디어 업체들과 제휴하여 이들의 TV용 드라마와 연계된 온라인 서비스를 제작하고 있다. ABC의 유명드라마 ‘로스트’, BBC의 ‘스푹스(Spooks)’ 등이 후드럼에 의해 온라인화되었는데,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게임(Alternate Reality Game)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편 매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영상물 박람회인 MIPTV는 크로스 플래폼 기반의 콘텐츠 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MIPTV는 ‘콘텐츠 360’이라는 크로스 플랫폼 콘텐츠 공모전을 열고 있는데, 5회째 접어드는 이 행사에 매년 수백개의 콘텐츠가 접수되고 있다. 출품작의 수가 매년 증가할 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크리에이티브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받고 있다.
 
5. SNS 접목 서비스 본격화 
 
SNS와 콘텐츠의 접목도 향후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케이블TV 사업자 마케팅 협회에 따르면 SNS 이용자의 79%가 SNS 상의 지인들이 추천한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33%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해 SNS에서 관련 정보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Y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TV에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이란 응답에 이어,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수다를 나누는 것’과 ‘친구들이 가장 많이 본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아는 것’으로 답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만큼 SNS와 TV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청자 니즈에 맞춰 방송사업자들도 SNS 접목에 적극 나서고 있다. AT&T와 버라이즌은 자사의 IPTV에서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문자 입력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당초 기대보다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미국의 케이블사업자인 컴캐스트는 튜너피쉬(Tunerfish)라는 SNS 연동 서비스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웹 및 아이폰 등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우선 제공되는데, 시청자들이 동영상 콘텐츠 검색 중 ‘시청’버튼을 누르게 되면 지인들이 이를 알아챌 수 있으며, 튜너피쉬,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코멘트를 남길 수 있다. 컴캐스트 측은 콘텐츠 공유를 통해 지인들의 시청이 늘어날 경우 이를 포인트로 지급하는 방식도 고려 중에 있다.  
 
6. UCC의 재부상 
 
나아가 시청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UCC도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모델의 부재로 인해 수년전 불었던 UCC 열풍은 주춤한 상황이지만, 최근 들어 IPTV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앱스토어형 서비스가 준비되고 있어 UCC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앱스토어형 서비스 도입 계획을 공식 발표한 사업자는 국내 통신3사를 비롯하여, 프랑스텔레콤, 버라이즌, 미국 위성방송사업자인 에코스타 등이 있다.
 
방송용 콘텐츠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것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보다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IPTV 스토어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UCC도 동영상 콘텐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애플리케이션형 콘텐츠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유저가 참여할 여지는 클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앱스토어가 등장한 후 기존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듯이, IPTV 앱스토어가 등장한다면 기존 방송사나 미디어업체보다 더욱 창의적인 콘텐츠의 탄생을 기대해 볼만 하다.
 
콘텐츠 변화가 미치는 파급효과 
 
새로운 콘텐츠 트렌드의 확산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큰 이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콘텐츠의 다양화로 인해 소비자 혜택의 증가가 예상된다. 매체별로 거의 비슷한 콘텐츠가 제공되던 것과 달리 사업자별로 차별화되는 애플리케이션, 매체별 특화 콘텐츠, 창의력으로 승부하는 UCC 등이 많아질수록 시청자의 선택권은 늘어나게 된다. 한편 이용의 편이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를 보기 위해 TV를 반드시 켜야 한다든지, 보고 있는 프로그램과 관련된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인터넷에 접속해야 한다든지 하는 불편함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사업자 입장에서는 매체를 넘나드는 멀티 스크린이나 크로스 플랫폼형 서비스의 확산은 다양한 매체로의 영역 확장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시청자의 참여 확대로 인해 소비자의 니즈를 더욱 잘 파악할 수 있어 이용자들에게 더욱 큰 가치를 주는 콘텐츠를 제공하며, 궁극적으로 시청자들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수도 있다.  
 
IPTV 사업자나 케이블사업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콘텐츠의 등장으로 인해 자신만의 차별화 요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령 크로스 플랫폼형 서비스를 직접 기획한다든지, UCC를 적극 활용한다면 자신만의 색을 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콘텐츠 소싱 비용으로 고전하고 있는 IPTV 사업자에게는 매우 반가운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콘텐츠의 변화는 이제 막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급격한 시장 확대를 뜻하는 티핑포인트에 근접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티핑포인트의 작가인 말콤 글래드웰에 따르면 소수가 이용하기 시작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고착된 후 상황의 힘이 추가됐을 때 티핑포인트에 도달한다고 한다. 현재 변화되고 있는 콘텐츠는 이미 젊은층에서 경험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기존과는 차별화된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환경 요인만 더해진다면 확산은 시간 문제일 수 있다.  <끝>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기기 시장 판도 바꿀 촉매제



LG경제연구원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기기 시장 판도 바꿀 촉매제'

한 때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던 클라우드 컴퓨팅이 최근 스마트 열풍과 더불어 B2C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마트 기기에 적용됨으로써 관련 시장 판도를 변화시킬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웹 검색, 이메일, 웹하드, 증강현실, LBS,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서비스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미 일반 사용자들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친근하고 익숙한 서비스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사용자가 비교적 저 사양의 전자기기로도 웹 접속을 통해 방대한 정보 및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미 여러가지 형태로 제공되고 있어서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최근 스마트화와 더불어 재조명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클라우드 컴퓨팅, 향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견인 
 
그것은 무엇보다도 클라우드 컴퓨팅이 스마트폰 시장의 거침없는 성장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촉매제로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그 근거를 찾아보자.
 
①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확대를 위한 기반 
 
애플의 아이폰 출시와 더불어 실질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도입기를 벗어나 최근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하였다. 스마트폰 도입기에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몇 가지 특이한 기능만 갖추더라도 어느 정도의 시장이 조성될 수 있었지만, 성장기에는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소구할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하다.
 
작은 휴대용 단말기에서 간단한 게임 뿐만 아니라 PC 수준 또는 그 이상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상용화된다면 스마트폰은 한 단계 더 대중화될 수 있을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실시간 통번역 애플리케이션을 예로 들어보자. 이 애플리케이션이 제대로 구현된다면 외국어에 미숙한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외국인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고, 외국 TV 및 저널도 실시간으로 번역되므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구글은 51개 언어를 대상으로 실시간 통번역 솔루션를 개발하였으며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 경우 방대한 데이터베이스(DB)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해당 DB에 대하여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등의 단말기에 DB를 모두 저장하는 것은 여러모로 비효율적이다. 이러한 비효율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컴퓨팅 방안이 바로 클라우드인 것이다.  
 
물론 스마트폰을 통해 클라우드 기반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원활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전송 속도가 보장되는 무선 네트워크 환경이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스마트폰 가입자는 월 평균 300메가바이트(MB)의 데이터를 사용해 일반 피쳐폰 가입자(14MB) 대비 20배 이상의 데이터를 이용하고 있고, 스마트폰용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대될 경우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무선 통신 인프라 환경이 스마트폰 확산과 더불어 크게 개선되고 있다. 국내만 하더라도 통신사 주도의 와이파이존은 2011년 말까지 현재 대비 약 3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전송 속도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그리고, 와이브로 적용 지역도 금년 중으로 중소 도시 및 주요 도로까지 확대할 예정이며, 주요 통신사에서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게다가 스마트워크, 그린IT 확산을 위해 정책적으로 통신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간다면 클라우드 컴퓨팅의 선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유무선 네트워크 환경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② 기존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의 한계 극복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은 특정 OS에 한정된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즉, 아이폰에서는 앱스토어에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야 한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OS 종류가 iOS, 안드로이드, 심비안, 블랙베리, 윈도우 모바일, 바다 등으로 다양하고 상호 호환이 안되기 때문에 각 OS에 맞게 모두 따로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클라우드 기반으로 웹을 통해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개발자들은 OS에 구애 받지 않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가 있으며, 사용자 입장에서도 OS 종류와 관계없이 웹을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앱스토어에 등재되지 않더라도 아이폰 사용자는 구글에서 개발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작년 구글 보이스 사례처럼 앱스토어에서 거부되더라도 웹을 통해 고객들에게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ABI리서치에 의하면 2013년을 정점으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감소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그림 1>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애플리케이션이 특정 OS에 한정되는 이슈도 있지만, 무엇보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의 수익모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애플 앱스토어의 애플리케이션 중 수익을 창출하는 것의 비중은 1% 미만인 수준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브라우저 방식의 모바일웹이 점차 발달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경향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해 오던 온라인서점 알라딘은 플랫폼별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 콘텐츠를 모바일웹 형태로 개편했다.  
 
물론, 애플리케이션이 모바일웹보다 화려한 화면 및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지만 향후 HTML5<표 1>가 확산된다면 사용자 경험(UX) 측면에서도 모바일웹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웹은 말 그대로 웹 기반 서비스이기 때문에 클라우드 컴퓨팅과 불가분의 관계이고, 이런 점을 감안해 본다면 향후 3~4년 간 스마트폰 시장 대중화의 촉매제로서 클라우드의 역할을 짐작해볼 수 있다.  
 
③ 모바일 기기의 경박단소화 및 편의성 증대에 기여
 
고객의 단말기 사용 관점에서도 클라우드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도입은 환영할 일이다. 우선, 대용량의 스토리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클라우드 기반의 SaaS(Software as a Service)는 일반 S/W 대비 저 사양의 스펙을 요구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단말기 자체의 크기를 소형화시킬 수 있게 된다. 현재 주요 제조사에서 투자하고 있는 OLED 기반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기가 향후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경우,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특성 상 경박단소화가 기기의 핵심 소구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클라우드 컴퓨팅 개념을 적용한다면 많은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기기 자체의 경박단소화는 가능해 진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저사양 H/W를 사용하면서도 고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은 단말기 가격 인하를 촉진시킬 수 있으므로 클라우드 서비스의 확산은 스마트폰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스마트 기기 출현을 위한 기반 마련 
 
클라우드 컴퓨팅의 또 다른 중요한 특성 중의 하나는 바로 기기 간 동기화를 통한 N Screen의 구현이다. 특정 기기에 국한되어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되고 데이터가 저장되는 것이 아니므로 클라우드에 연결된 기기에서는 언제든지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즉, 클라우드 컴퓨팅은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TV, 태블릿PC 등 다양한 전자제품의 스마트화도 가속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클라우드의 잠재력을 고려한다면 스마트 가전, 스마트 자동차 등 네트워크에 연결될 수 있는 모든 기기가 중장기적으로 스마트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향후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의 관전 포인트 
 
이와같이 클라우드 컴퓨팅은 향후 스마트 기기 시장 판도 변화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트렌드가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미리 짚어 보자.
 
● 초기 공격적 투자를 통한 선점 효과 
 
최근 주요 IT기업들의 투자 동향을 보면 “클라우드”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그 이면에는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선점에 대한 속내가 보인다. 올해 연말이 되면 애플은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완공하게 된다. 지금까지 아카마이 등 외부업체를 적극 활용하면서 앱스토어를 운영하던 애플이 자체 데이터센터 건립에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투자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립 후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스마트 기기와 아이튠즈, 모바일미 등을 활용하여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치 좋은 자동차를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이 자동차 성능을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직접 고속도로 건설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과 비슷한 형색이다.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와 관련하여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뿐만 아니라 국내외 주요 통신사, 인터넷 포털업체, 벤처업체 등은 기존 경쟁구도를 초월하여 증강현실, 대용량 웹하드, LBS 관련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를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다.  
 
IT 관련 다양한 업체들이 초기 클라우드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클라우드 서비스는 안정성 및 보안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고객 수가 많고 검증된 업체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자칫 초기 시장을 장악하지 못할 경우 시장 판도를 뒤집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즉, 클라우드 서비스에 있어서 초기 시장 선점 여부에 따라 업체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클라우드 서비스의 시장점유율이 기기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스마트화할 수 있는 다양한 기기 판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기기 간 원활(Seamless)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N Screen을 구현하는 것이 클라우드 컴퓨팅의 주요한 특성임을 감안해 본다면 기기 제조사 입장에서도 클라우드 서비스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의 움직임 
 
앱스토어 열풍이라고 하지만 앱스토어를 통해 대규모 수익을 올리는 개발자는 극소수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인스탯의 분석에 의하면 애플, 구글 등 플랫폼 보유 기업의 이익은 늘어났지만 콘텐츠를 제작하는 개발자들의 수익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앱스토어 등재는 개발자 본인의 경력관리를 위한 것이지 돈을 벌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하지만, 클라우드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게 되면 개발자 입장에서는 기존 앱스토어 방식 대비 보다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게다가 OS별로 따로 개발해야 했던 기회비용까지 줄일 수도 있다.  
 
다만 최근 WAC 진행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플랫폼 표준화 여부가 난제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 공고하게 형성되어 있는 OS 기반 플랫폼(예: 앱스토어) 대비 웹 기반 서비스가 더 많은 고객 및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표준화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더 많은 고객이 모이고 더 나은 수익모델이 있는 플랫폼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향후 스마트 기기 시장이 성장할수록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수익성 극대화를 통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 핵심성공요인(KSF)의 변화 가능성 
 
스마트폰 시대로 진입하면서 H/W 역량 보다는 상대적으로 S/W 및 플랫폼 역량이 더 강조되는 경향이 있었다. 즉, 어떤 회사가 서드 파티(Third Party)로부터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모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KSF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러나, 플랫폼 시장이 성숙기로 진입하고 웹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산될 경우 다시 한번 H/W 차별성이 KSF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주요 플랫폼이 보유한 애플리케이션 개수가 비슷해 지고, OS 종류와 상관없이 웹 기반으로 다양한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면 결국 H/W의 경쟁력이 다시 한번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룰의 게임을 만들고 시장을 주도했던 것처럼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산될 경우 새로운 KSF 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애플은 최근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립, 모바일앱 강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고 구글도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위한 3대 서비스 역량을 모두 갖춘 상황이라서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은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애플, 구글 등의 업체가 새로운 KSF를 만들어갈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굉장히 포괄적인 개념이지만, 최근 주요 산업별 비즈니스 모델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클라우드 서비스의 잠재성을 고려해 본다면 향후 스마트 기기 시장 확대 및 업계 판도 변화를 위한 중요한 촉매제 역할은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전자업체들이 스마트폰 시장에 출발은 늦었지만 향후 스마트 기기 전반에 대한 주도권 확보를 위하여 클라우드 컴퓨팅를 새로운 기회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하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