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3일 화요일

◎스마트폰 경쟁 제 2막이 오른다










LG경제연구원 '스마트폰 경쟁 제 2막이 오른다'

애플은 아이폰과 앱스토어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식에 가까운 시장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뚜렷한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애플 주도의 스마트폰 시장이 1막이었다면 2막은 모바일 산업의 다양한 주역들이 각축을 벌이는 전장이 될 것이다. 
 
애플, 스마트폰 1막을 열다  
 
시간은 무심히 흐르지만 역사에는 역사적 순간이 있다. 민주주의의 출발점으로 권리장전이 선포된 1689년을 말하고, 산업혁명의 시발점으로 증기기관이 개발된 1790년을 말하는 것처럼. 누군가 모바일 산업의 역사책을 쓰고, 스마트 혁명이 시작된 역사적 순간을 기술한다면 애플의 아이폰 3G가 출시된 2008년을 이야기해야 할 지 모른다.   
 
변화의 조짐은 2007년부터 두드러졌다. 그 해 1월, 애플의 아이폰 2G가 출시된 것을 시작으로, 2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모바일 6이 공개되었다. 6월에는 노키아가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서비스/소프트웨어 부문을 창설했다. 지금까지 경쟁사로 여겨졌던 삼성과 LG 등의 단말 회사에 대한 심비안 OS 영업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두 달 후인 8월에 노키아의 컨텐츠 포털인 오비(Ovi)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11월, OHA(Open Handset Alliance)를 공개하면서 구글도 모바일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 때까지도 스마트폰이 무엇인지는 명쾌하지 않았다. 고성능 휴대전화와 스마트폰의 차이는 무엇일까? 고성능 전화를 구현하는데 표준화된 플랫폼이 꼭 필요할까? 스마트폰의 소비자 가치는 무엇일까? 아이폰 2G조차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주지는 못했다. 아름다운 하드웨어, 간결하면서도 신속한 유저인터페이스는 감탄할 만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좋은’ 것이었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2008년 6월의 아이폰 3G는 이 모든 상황을 단숨에 바꿔버렸다. 애플이 스마트폰 1막을 여는 순간이었다.   
 
각본과 주연을 동시에 맡다  
 
아이폰 3G를 통해 애플은 스마트폰의 개념을 확실히 했다. 스마트폰은 개방된 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사용자 스스로 기기의 기능을 정의할 수 있는 휴대전화다. 기존에 스마트폰의 요소라 생각되던 고성능 프로세서, 이메일, 터치스크린 등의 기능은 이 개념 앞에 부가적인 요소일 뿐이었다.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을 철저히 자신의 전장으로 만들었다. 제품의 개념과 차별화 요소를 스스로 정의해 버렸고, 약점마저도 강점으로 부각시키면서 시장의 룰을 바꿔 버렸다.
 
● 기능이 아니라 환경을 가져오다  
 
기존의 모바일 기업들은 컴퓨터의 기능에 관심을 가졌다. 스마트폰이 컴퓨터 같은 기기라면, 컴퓨터의 기능 중 무엇이 휴대전화로 올 수 있을 지가 이들의 고민이었다. 메일이나 웹 브라우징, 문서작업, 영화보기와 같은 기능이 대표적인 후보들이었다. 그러나 애플은 컴퓨터의 기능이 아니라 환경 자체를 가져와버렸다. 광범위한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자발적인 진화가 이루어지는 환경을 모바일로 가져온 것이다.
 
앱스토어는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다. 개발 도구를 배포하고, 공개할 소스(Source)와 공개하지 않을 소스를 구분하여 관리하고, 개발자들에게 이것을 알리는 일련의 활동들은 컴퓨터 OS를 만들어 온 애플이 가장 잘하는 것이었다. 기존 업체들은 앱스토어를 열고, 개발자를 모으기 위해 분주해졌지만, 30년간 축적된 애플의 경험과 노하우를 순식간에 따라잡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 점이 아니라 선을 그리다  
 
기존의 모바일 업체들은 제품이라는 점으로 승부했다. 이 시기의 휴대전화 사업을 아주 간단히 정의한다면, 전체 소비자를 몇 개의 기준으로 나눈 다음, 각각의 세분 시장에 제품이라는 점을 잘 찍으면 매출과 시장점유율이 올라가는 게임이었다. 각각의 제품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차별성을 유지하고, 사라지는 제품에 맞춰 신제품을 준비하고, 어떤 구역에도 빠지는 제품이 없도록 신경 쓰는 것이 휴대전화 사업의 핵심이었다. 이 규칙 하에서 수십 종의 제품이 매년 쏟아지고 사라지는 게임이 반복되었다. 애플이 휴대전화 시장에 진입한다고 했을 때, 회의섞인 시각이 많았던 것도 이 복잡한 시장에 애플이 적응할 수 있을지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은 점멸하는 점들의 향연에 뛰어들지 않았다. 대신, 플랫폼이라는 굵직한 선을 그었다. 이 선은 구모델과 신모델, 다른 카테고리의 디바이스까지 연결해 버렸다. 옛날같으면 수명을 다하고 사라져야 할 아이폰 2G는 새로운 OS와 함께 새 제품이 되었고, 같은 OS 기반인 아이팟 터치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아이폰 3G와 함께 이들 제품이 모두 애플 앱스토어의 수요 기반이 된 것이다.  
 
왜 모바일 업계에 오픈 OS와 같은 플랫폼이 필요한지 고민하던 휴대전화 업계에 애플은 드디어 답을 주었다. 마켓 플레이스를 운영하기 위해, 그리고 마켓 플레이스가 작동할 수 있는 균일한 수요기반을 만들기 위해,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품의 연간 판매량이 아니라 누적 판매량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애플의 이 전략 역시 쉽게 따라가기 어려웠다. 일단 플랫폼이 부족했다. 안드로이드도, 윈도우도 아이폰 OS만 못했다. 사용하기 어렵고 느렸다. 이것을 휴대전화에 구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휴대전화 개발자들은 새로운 OS를 탑재하기 위해 낯선 개발 언어와 개발 툴을 익혀야 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도 영어를 못해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신출내기 유학생처럼, 기존 업체의 개발자들에게는 고전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 환상을 팔다  
 
애플의 아이폰이 과연 제품이기만 했을까? 모바일 업계에 다양한 강자들이 있고, 이들은 저마다의 이미지를 갖는다. 강함, 프로페셔널함, 세련됨과 같은. 그러나 누구도 애플과 같은 아우라를 갖지 못한다. 애플의 아우라 속에는 기가 막히게 말을 잘하는 천재 CEO와 젊은이들의 피를 끓게 하는 해적 정신, 침몰 직전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부활한 어느 기업의 역사가 담겨 있다. 아이맥의 반투명 디자인을 처음 보았을 때의 신선함, 너무나도 손쉽게 인터넷을 연결하면서 놀랐던 기억의 데자뷰도 같이 담겨 있다. 소비자들은, 이 아우라를 가진 제품을 공부해가며 쓰고 몰라도 쓴다. 애플은 환상을 판 것이다.  
 
스마트폰 2막이 오른다.  
 
그러나 상황은 바뀐다. <그림 1>을 보자. 모바일 인터넷 세계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2009년 11월을 정점으로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 사실 애플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안드로이드가 성장하는 것이다. 최근 뉴스를 보면 하루가 다르게 신규 스마트폰이 등장한다. 몰라서 준비하지 못했고, 알아도 따라가지 못했던 스마트폰 1막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 실력 붙는 수평분업 진영  
 
애플의 공세에 허둥대던 업계는 서서히 안정을 찾고 있다. 일단 가장 중요한 OS 플랫폼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그림 2>는 IT 매거진인 Ars Technica에서 안드로이드 2.2와 아이폰 4에 적용된 iOS 4의 자바스크립트 엔진의 속도를 비교한 결과치이다. 안드로이드의 브라우징 성능이 아이폰에 비해 월등하다는 의미다. 탑재된 하드웨어에 따라 OS의 성능은 달라질 수 있고, OS의 성능은 훨씬 다양한 기준에서 평가되어야 하므로, 이 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하지만 안드로이드가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여기에 윈도우폰7이 가세할 것이다. 모바일에 어울리지 않는 무거운 OS라는 혹평을 받았던 과거 버전과 완벽한 차별화를 꾀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야심작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수평분업 진영에서 경쟁하는 동시에, 서로에게 배울 것이다. 특히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PC 시장의 맹주 역할을 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경험과 실력이 윈도우폰7과 함께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도 많다.   
 
또 한 가지의 변수는 개선된 칩셋이다. 과거 아이폰이 아닌 다른 스마트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반응 속도였다. 단말과 OS가 서로를 향해 최적화된 애플에 비해, 다른 업체의 제품들은 뭔가 어긋나고 비효율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스마트폰은 다르다. 1GHz 칩셋이 탑재되면서, 느려서 못 쓰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칩셋 성능이 제한적일 때는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하는 기술이 중요했지만, 이제 뛰어난 칩셋 성능 덕분에 애플만큼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아니더라도 쓸 만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현재 모바일 반도체 업계에서는 1.3GHz, 1.5GHz의 처리속도를 가진 듀얼 코어 제품을 준비 중이다. 좋은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는 업체가 이제 더 이상 애플, 단 하나 뿐이지는 않을 것이다.  
 
● 대중 시장으로의 진입   
 
2009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1억 7천만대로, 총 12억 2천만대였던 휴대전화 시장의 약 14%를 차지한다. 보통 휴대전화 시장에서 고가 시장은 전체의 10%~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본다. 14%라는 수치는 스마트폰이 고가 시장을 넘어 중가 시장으로 진입할 시점이 머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대중 소비자들은 고가 시장에 포진한 얼리어답터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들은 일단 가격에 민감하다. 새로운 기능에 덜 반응하며, 어려운 기능에 대한 학습 의지도 약하다. 너무 많은 기능이나 선택권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은 실용 소비자들이기 때문에 단순히 ‘근사해 보인다’는 이유로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 희석되는 환상  
 
아이폰의 누적 판매량이 1억대를 넘어서면서 애플은 꽤 친근한 회사로 변하고 있다.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약점이 노출되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폰을 써본 소비자들 중 일부는 복잡한 아이튠스 싱크나 애플이 만들어놓은 여러 가지 제약들이 불편하다고 토로한다. 애플에 대한 환상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와중에 아이폰4의 안테나 사건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애플은 실수를 시인하면서도, 비난은 억울한 기색이다. 하지만 이것이 애플이 처한 현실이다. 애플은 진흙탕 속에 들어왔으며, 견제 세력은 집요하고, 모든 소비자가 애플을 이해하기 위해 열심인 것도 아니다.
 
스마트폰 2막, 관전 포인트
 
이제 경쟁은 공평해진다. 애플이 디자인한 전장 속에서 싸우던 1막은 어찌 보면 불공평했다. 수평분업 진영이 차차 실력을 키워가고 있고, 보수적이고 객관적인 대중 소비자들이 부상한다. 애플에 대한 환상이 희미해질 수록, 스마트폰 제 2막에서는, 새로운 주인공이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바로 스마트폰 2막의 핵심이다.  
 
2막의 각본과 주연은 누가 맡게 될까? 모바일 산업을 끌고 가는 여러 진영과 구성원들의 전략적 의도가 어떻게 부딪히며,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까? 스마트폰 경쟁의 제 2막은 1막보다 훨씬 더 흥미롭게 흘러갈 것이다.   
 
1) 쫓는 자의 전략, 쫓기는 자의 전략
 
하드웨어와 OS를 모두 혼자 만드는 애플은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새로운 룰의 게임에서 가장 유리하다. 수평분업 진영이 서로의 입장차를 조율하고, 각자가 맡은 부분을 학습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애플은 혼자 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평분업 진영은 목표점과 도달 방식이 뚜렷한 게임에서 가장 유리하다. 무엇을 할 지 분명한 상황에서는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나누어 일하는 게 빠르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와 윈도우 진영은 애플이 명쾌하게 정의해둔 스마트폰 시장의 개념을 빠르게 따라가며, 시장 기반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좀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면서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친근한 전략으로 대중 소비자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애플은 새로운 게임을 들고 나와야 할 것이다. 아마 애플의 다음 카드는 TV-휴대전화-타블렛 등이 하나의 플랫폼 위에서 자유롭게 공유되는 기기 간 연결 경험이 아닐까 한다. 서로 다른 기기가 완벽히 호환되는 인터페이스를 가지면서 컨텐츠와 어플리케이션이 자유롭게 공유되는 것이다. 휴대전화를 TV를 향해 흔들거나 부딪히면, 휴대전화로 보던 영화가 TV에서 재생되고, 타블렛으로 보던 문서를 휴대전화 쪽으로 드래그하면 파일이 옮겨가는 식의 사용 경험은 아이폰이 그랬듯 또 한번 소비자들을 매혹할 지도 모른다.  
 
애플이 스마트TV와 스마트폰, 타블렛과 맥의 연결을 어떻게 구현해 낼지에 따라, 애플에 도전하는 수평분업 진영과 애플 사이의 명암이 갈라질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애플 혼자만 이 게임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기기간 연결은 IT업계에서 참으로 오래된 관심사 중 하나다. 아이폰에서 그랬듯 완전히 새로운 경쟁방식을 들고 나오면 격차를 유지하겠지만, 애플이 들고 나온 게임이 이미 예상 가능한 범주에 있다면 파괴력은 크게 떨어진다. 애플이 지금의 지위를 유지할 지, 뚜렷한 게임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세력이 줄어들지는 지켜볼 일이다.
 
2) 점과 선의 게임, 그 이후  
 
단 한 종의 제품을 걸고 경쟁하는 애플의 방식은, 기존 업체들에게는 불리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기존 업체들이 가진 경쟁력이 발휘될 여지가 없다. 애플과 비교할 때 기존 업체의 강점은 복잡하고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자원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이 단순화 시켜놓은 제품 간의 경쟁 구도를 기존 업체들이 얼마나 복잡하게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은 스마트폰 2막에서 매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물론 스마트폰의 개발 환경이나 에코 시스템을 고려할 때 과거와 같이 수십 종의 신제품을 내는 방식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주부, 중장년 남성, 학생과 같은 독특한 고객층, 소비자들의 특별한 관심사에 포커스한 세분화된 테마 전략을 내세울 수는 있다. 하드웨어 디자인은 물론 제공되는 앱스토어조차도 소비자 개별의 특성에 좀 더 맞춤화된 것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애플이 점의 게임을 선의 게임으로 전환했다면, 기존 업체들은 오선지 위에 다양한 음표를 그려넣어 게임을 복잡하게 만들어야 한다. 
 
3) 차별화의 주도권   
 
스마트폰이 컴퓨터와 유사한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휴대전화의 하드웨어가 컴퓨터처럼 범용화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수평분업 진영 내에서도 입장이 다를 것이다. OS 업체에게는 단말의 범용화가 유리하다. 모든 차별화 요소가 OS와 서비스로 집중되고, 플랫폼의 통일성을 유지하기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반면, 단말 업체는 서비스로 진입하는 물리적 접점으로서 단말의 기능적, 상징적 의미를 더욱 강화하려 들 것이다.  
 
한 가지 눈 여겨 볼 점은 모바일 사업의 상황이 PC 사업과는 여러모로 다르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가졌던 PC 사업과 달리 모바일에서는 OS 업체, 칩셋 업체의 수와 단말 제조 업체의 숫자가 거의 비슷하다. 어느 한 쪽의 협상력이 크게 강하거나 약하지 않다는 의미다.  
 
모바일 기기는 항상 휴대하는 것이므로, 이것을 만지고, 누르고, 들여다보는 즐거움은 PC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더구나 모바일 서비스가 진화하면 그에 따라 기기의 성능도 좋아져야 한다. 증강 현실 서비스를 어떤 환경에서든 즐기려면 저조도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가 필요하고, 좀 더 정교한 경험을 위해서는 광폭의 줌을 가져야 할 지도 모른다. 스마트 환경에서 어떤 서비스가 나올 지 예상할 수 없는 만큼 하드웨어의 차별화 가능성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기기에서 칩셋만이 핵심 부품인 것도 아니다. 아이폰4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부품 중 하나는 디스플레이였다. 모바일 기기에서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보여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스크린을 만지는 손길에서 사용자의 의도를 읽어내는 것도 디스플레이에서 시작된다. 종이의 질감과 펜의 두께에 따라 쓰는 즐거움이 달라지듯, 디스플레이를 만지고, 그 위에 메모를 하는 촉감마저도 차별화 요소가 될 지도 모른다.  
 
차별화의 주역은 소프트웨어일까, 하드웨어일까? 상황을 좀 더 두고 보아야겠지만 모바일에서 하드웨어는 그리 손쉽게 차별화의 주도권을 놓지 않을 것이다.
 
4) 통신사업자와 앱스토어  
 
앱스토어의 등장과 함께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위치를 애플에게 내어 주며 위축되었던 통신사업자의 반격도 스마트폰 2막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다.  
 
앱스토어와 같은 마켓 플레이스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다양성이다. 롱테일(Long-tail) 속에서 소비자 저마다가 원하는 아주 특이한 것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 소비자들은 아기자기한 프로그램에서 재미를 찾기보다는 자신의 생활에 정말 유용하고, 없어서는 안 되는 기능들을 원한다. 음식점에 전화를 하면, 전화를 건 위치로부터 음식점까지의 약도와 길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자 메시지, 집에서도 회사 업무를 대신하여 동료와 회의를 하고, 작업 문서를 공유하는 것과 같은 실질적인 기능들이 이들에게는 좀 더 필요하다.  
 
이러한 서비스는 개인 개발자의 창의성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기업의 투자와 사업 모델 설계로 만들어진다. 서비스 중 상당수는 그 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생활 패턴이 반영될 것이므로, 글로벌 포털이 다 할 수도 없는 부분이다. 최근 SKT가 카드 회사를 인수하고, LGT가 탈통신을 선언한 것은 이런 맥락과 닿아 있을 것이다. 본격적인 스마트 혁명 시대에 통신사업자들이 어떤 서비스를 들고 나올 지,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5) 단말 업체 간의 경쟁 구도 변화  
 
단말 업체 모두가 성장을 원하지만, 이제 휴대전화 시장의 성장은 거의 멈추었다. 여기서 가장 큰 경쟁 구도 변화 요인은 누군가의 패퇴 가 될 것이다. 2006년부터 성장세가 둔화된 휴대전화 시장에서 한국 업체의 두드러진 성장이 모토로라의 쇠퇴에 기인했던 것처럼.  
 
현재 두고 봐야 할 업체는 노키아다. 안드로이드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노키아는 독자 플랫폼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역부족으로 느껴졌던 심비안 대신 인텔과 손잡고 미고(Meego)라는 리눅스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네트워크 효과는 스마트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 중에 하나다. 나와 친한 사람이 쓰고 있는 플랫폼을 나도 써야, 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플랫폼에 더 많은 이들이 모여든다. 더구나 노키아는 휴대전화에서는 강하지만 PC나 TV 분야의 세력은 미약하다. 과연 노키아는 애플, 안드로이드와 윈도우의 공세에 맞서 독자 플랫폼으로 현재와 같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까?  
 
만약 노키아의 도전이 성공적이지 못해서, 노키아의 어려움이 본격화된다면 이것은 스마트폰 2막의 경쟁 구도에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수도 있다. 한국업체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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