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9일 수요일

◎한국 기업의 환위험 수위

LG경제연구원 '한국 기업의 환위험 수위'

 

환율의 불안정한 움직임이 계속된 2008년과 2009년 1분기 동안, 한국 기업들은 대규모 외환 관련 손실을 기록했다. 기업 본연의 영업 활동에 충실했지만 환위험에 대한 대응 부족으로 수익성의 상당 부분을 외환 관련 손실로 상실한 것이다. 외환 관련 손실 수준은 산업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같은 산업에 속한 기업간에도 손실률 격차는 과거보다 훨씬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외환 관련 손실이 단기간에 급증한 근본적인 원인은 환율의 불안정한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한국 기업들의 영업 활동 과정에서 환위험에 대한 노출도가 커진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 등의 대외 거래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고, 민간기업들이 보유한 외화자산 및 부채 규모도 급증한 점이 환위험 증대의 주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최근 환율이 다소 하락하고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외환 관련 손실이 커질 우려는 작아졌다. 그러나 앞으로도 환위험이 기업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시장의 대외 개방도가 높아져 환율 급변의 우려가 상존하고 높은 대외 의존도라는 한국 경제의 특성이 유지되는 한, 기업들의 외환 거래 규모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환위험은 기업의 성과를 잠식하거나 왜곡시켜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발전마저 저해할 수 있다. 환위험 발생 가능성이 여전한 만큼 기업 차원에서 환위험 관리 능력은 필수적인 역량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목 차 > 
 
Ⅰ. 환율 불안과 환위험
Ⅱ. 환위험의 의미와 영향
Ⅲ. 한국 기업의 외환 관련 손익 현황
Ⅳ. 환위험의 확대 배경
Ⅴ. 맺음말
 
 
 
Ⅰ. 환율 불안과 환위험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8년 하반기 이후 원화 환율이 급격한 변동을 보이고 있다. 달러당 1,000원대를 유지하던 환율은 2008년 9월 이후 급등해 1,300~1,400원대의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가 2009년 5월부터 하향 안정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원화환율의 변동성도 외환 위기 이후 최대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달러당 1,220~1,240원대로 하락하면서 이제 단기 급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는 실정이다(<그림 1> 참조).
 
일반적으로 환율 불안은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하게 된다. 실물 경제 측면에서 급변하는 환율은 수출입 거래와 대외 교역 조건의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금융 측면에서는 안정적인 외환 공급을 저해하고 외화자금 조달 비용을 늘려 금융시장 전체의 자금 흐름을 왜곡시킴으로써 실물경제까지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기업 차원에서도 불안정한 환율은 수출입 거래에 영향을 미치거나 자국 통화로 환산한 외화자산, 부채의 가치를 바꾸는 등 경영 실적과 재무 구조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야기하고 미래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환율이 급변하면서 환위험 상쇄 목적의 파생금융상품인 키코 거래의 부작용이 발생해 중소 기업들의 외환 관련 손실이 급증한 바 있다.
 
지난해 이후 원화 환율의 급격한 변동과 그 파장을 경험한 한국 기업들에게 환율 변화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위험 관리 능력의 배양이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효율적인 환위험 관리를 위해서는 환위험의 노출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들이 부담하고 있는 환위험의 실체와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 보았다.
 
 
Ⅱ. 환위험의 의미와 영향 
 
 
환위험의 발생 원인은 통화, 거래 규모, 결제 시점의 불일치 
 
환위험이란 기업이 자체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외부변수인 환율 수준의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기업 실적과 재무구조에 영향을 주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에도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을 뜻한다. 환율 수준에 따라 기업의 수익이 커지거나 비용이 늘어나는 등 긍정과 부정의 양면적 성격이 있지만 기업이 미처 예상치 못한 실적 변동과 기업가치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율 변화는 기업 경영에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환위험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크게 통화의 종류, 거래 규모, 결제 시점 등 3가지 요인의 불일치를 들 수 있다. 첫째, 거래에 사용되는 통화의 종류가 자국 통화와 달라서 환위험이 발생한다. 한국처럼 국제통화국이 아닌 한, 대외 거래는 통상 외환 결제를 수반하므로 당연히 환율 변동의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둘째, 외환 거래들 간의 규모가 다른 점이다. 만일 동일한 외화를 기준으로 한 수출액과 수입액의 규모가 같다면 두 거래를 상계 처리해 환위험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거래 시점과 실제 자금 결제 시점의 불일치를 들 수 있다. 수출입 등의 계약 체결 시점과 실제 자금 결제 시점의 환율이 각각 달라지면 예상 결제액에 비해 실제 결제액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변화시킬 가능성 
 
환위험은 발생 경로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따라 거래 위험, 환산 위험, 경제적 위험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세 가지의 환위험들이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다.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경우에 따라 다른 위험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외화표시 자산, 부채는 회계 결산 시점에는 환산 위험의 주원인이다. 그러나 자금 결제가 진행되는 부채의 만기나 이자 지급 시점에서는 거래 위험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5면 참조).
 
환위험은 주로 개별 기업 자신의 영업, 투자 활동의 결과로 발생하지만, 경쟁 기업의 행동이나 전략에 따라 경제적 환위험이 생길 수도 있다. 경쟁 기업의 수출입, 해외 투자 등이 시장 경쟁 구도의 변화를 초래해 다른 기업들의 미래 현금흐름과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Ⅲ. 한국 기업의 외환 관련 손익 현황 
 
 
2008년 환손실 급증으로 영업이익의 1/3 가까이 상실 
 
지난해와 올해 1분기, 국내 기업들은 거래 위험과 환산 위험 등의 결과로 대규모 외환 관련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다. 641개 비금융기업 전체의 외환 관련 손익을 합산한 결과 매출액 대비 외환 관련 손익률은 2008년 중 -1.68%에 달해 영업이익률 6.04%의 약 1/3을 외환 관련 손실로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1분기에는 더욱 악화되어 외환 관련 손실률이 매출액 대비 -1.78%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이 3.86%로 대폭 하락한 상황에서 대규모 외환 관련 손실까지 발생해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킨 것이다.
 
2000년대 외환 관련 손익 추이를 보면 환율이 추세적 하락기에 접어든 2002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2007년까지는 수익이 많은 편이었다. 외환 관련 손실이 발생한 경우에도 소규모에 그쳐 기업들의 실적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008년부터는 매출액 대비 -1% 이상의 대규모 환산손실을 위주로 하여 외환 관련 손실이 급증했다. 또 이전에는 거의 없었던 현금 유출을 수반한 외환차손실률이 2008년과 2009년 1분기에 매출액 대비 각각 -0.65%, -0.38%에 달해 영업이익의 1/10 규모의 현금이 외환 관련 손실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표 1> 참조).  
 
산업별로 보면 2008년에는 건설, 통신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에서 외환 관련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종이/목재, 철강/금속, 기계, 섬유/의복, 전기/전자, 운수장비 등 수출 비중이 높거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들은 대부분 높은 외환 관련 손실률을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수출 비중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종이/목재, 비금속 광물, 음식료품, 화학 등의 산업에서는 현금유출을 수반한 순외환차손실이 가장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입 거래가 많은 업종의 특성상, 원화 환율 급등의 충격이 고스란히 외환차손실의 증대로 연결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서비스업 중에서는 내수 비중이 높은 건설, 통신 산업의 경우 소폭의 외환 관련 수익을 얻은 반면 종합무역상사, 대형 유통업체 등 수출 또는 수입 거래가 많은 기업들이 속해 있는 유통업은 외환 관련 손실이 발생했다. 운수창고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통틀어 순외화환산손실률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항공기, 선박 등 주요 자산의 도입 과정에서 대규모 외화부채를 부담하게 된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외환 관련 손익률이 산업마다 각각 다른 양상을 보이는 데에는 산업별로 다양한 사업모델, 그에 따른 수출입 계약 및 자금 결제 관행 상의 다양한 특성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표 2> 참조).
 
기업간 외환 관련 손익률 격차도 커져 
 
2008년부터 산업간, 그리고 동일 산업에 속한 기업간에 외환 관련 손익의 격차가 대폭 확대된 것도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2007년까지만 해도 각 산업의 외환 관련 손익은 미미한 정도에 그쳤고 산업별 외환 관련 손익률도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또 동일 업종에 속한 기업간에도 큰 격차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에 대부분의 산업에서 외환 관련 손실이 대폭 늘어난 가운데 종이/목재와 철강/금속 산업이 각각 -4.13%, -3.66%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률을 기록한 데 반해 전기/전자, 화학 등의 업종에서는 상대적으로 외환 관련 손실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산업 내 기업별 손익률의 표준편차로 측정한 동종 기업간의 실적 격차도 2000~2007년 평균 수준에 비해 2008년중 대폭 커졌는데, 섬유/의복, 철강/금속 업종의 경우 과거에 비해 최대 6배 이상 격차가 심해진 것으로 나타난다. 기업간 격차가 크게 확대된 산업들은 주로 수출 비중이 높거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전기/전자, 섬유/의복, 화학, 기계, 철강/금속, 비금속광물 등이었고 외화 부채 규모가 큰 운수창고업에서도 기업간 격차가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간 격차가 큰 기계, 전기/전자, 운수창고업에 속한 123개 기업 중 외환 관련 손실률이 15%를 초과하는 기업도 9개에 달했다. 이런 사실은 환율 변동폭이 확대될수록 기업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손실에 노출되는 업체들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할 것이다(<그림 2> 참조).
 
이처럼 동일한 환율 변동 상황을 맞이한 동종 기업들 간에 외환 관련 손익의 차이가 확대된 현상은 기업별 수출입 거래의 비중, 외화 자산 및 부채의 규모, 환위험 대응 능력의 차이가 중요한 작용을 했을 것임을 시사한다.
 
 
Ⅳ. 환위험의 확대 배경 
 
 
수출입 비중 증가로 환위험 가능성 확대 
 
2008년부터 외환 관련 손실이 급증한 직접적인 원인은 원화 환율의 급변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과거에 비해 기업들의 환위험 노출도가 훨씬 커진 사실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1995년 이후 대외 거래에 수반된 환위험은 꾸준히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들의 수출입 비율이 상승하고 거래 규모도 커지고 있어 수출입 계약에 수반한 외화 결제 규모 역시 커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출입 거래는 기업들이 다양한 환위험에 노출되는 원인이 된다. 수출입 금액 중 결제분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환차손익이라는 형태로 거래 위험을 부담한다. 나머지 잔액은 매출채권, 매입채무 등 외화표시 자산, 부채의 형태로 남아 환산 위험의 원인이 된다.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의 수출률(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은 1995년 23.1%에서 2007년 31.1%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수입 의존도(중간재 중 수입품 투입 비중) 역시 18.2%에서 22.6%로 높아졌다.
 
업종별로는 수출률이 음식료, 섬유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조업에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 47.5%였던 전자기기 제품의 수출률은 2007년 제조업 중 최고 수준인 56.6%를 기록했다. 일반기계나 수송장비 업종의 수출률도 과거에 비해 2/3 이상 늘어나 2007년에는 각각 27.0%, 46.6%에 달했다. 수출률이 가장 급증한 제품은 석유 및 석탄류였는데 2007년중 수출 비중이 26.6%에 달해 1995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수입 의존도는 부품 국산화가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일반 기계, 금속 제품 등 일부 업종에서 하락했지만 대부분의 산업에서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수입 의존도를 보인 업종은 2007년 29.9%를 기록한 전기/전자산업이었다. 2007년 비금속광물 산업의 수입 의존도는 13.6%로 10년 전에 비해 90% 이상 늘어났다(<표 3> 참조).  
 
기업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높아진 것은 주요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이용한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641개 기업들의 실적을 합산한 결과 수출 비율은 2001년의 42.4%에서 꾸준히 늘어나 2008년에는 최고 수준인 47.1%를 기록했다(<그림 3> 참조).  
 
대규모 외화 채무로 환율 상승시 환산손실 증가 위험 
 
환산 위험의 원인이 되는 외화자산, 부채 규모도 지난 수년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기업들은 영업 활동의 결과인 매출채권 외에도 해외 투자 활동을 통해 해외 법인의 주식이나 유형 설비 등 각종 외화자산을 보유하게 된다. 또한 영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매입 채무 외에 해외 투자금 확보를 위한 외화 차입, 외화 채권 발행 등으로도 외화부채를 보유하게 된다. 각종 외화표시 자산과 부채는 기업들의 환산 위험을 발생시키고 자산, 부채의 회수, 상환 시점에는 거래 위험을 야기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대외채무, 채권 통계에서 나타나는 민간 기업들의 대외채권은 지난 1994년말 130억달러 수준에서 2009년 1분기말 315억달러로 증가했다. 대외채무는 1994년말 300억달러 수준이었으나 2000년대 들어 급속히 증가해 2009년 1분기말 총 1,180억달러 규모로 늘어났다. 대외채권보다 대외채무가 더 빨리 늘어난 결과, 과거 대외채권 규모 대비 2배 수준에 그쳤던 대외채무 규모가 이제는 4배 정도로 커진 상태이다(<그림 4> 참조). 한국은행에서 발표되는 민간기업의 대외채무 통계는 기업들이 주체가 되어 해외에서 직접 차입하거나 채권을 발행해 외화 자금을 조달한 경우만 포함한다. 기업들이 국내에서 금융기관들로부터 차입한 외화 자금까지 포함하면, 실제 기업들의 순외화부채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외화자산, 부채가 많아짐에 따라 민간 기업들의 환산 위험도 계속 커져 온 것으로 보인다. 또한 외화부채가 더 많은데다 외화자산과의 격차도 확대됨에 따라 환율 상승시에는 항상 대규모 외환 환산 손실이 발생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외화자산이나 부채로부터 발생되는 환산 위험은 장부상의 평가 손익에만 영향을 줄 뿐, 단기적인 현금흐름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 그러나 기업의 재무제표를 악화시키고 장래 기업의 현금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잠재적인 영향력도 있어 중요도 면에서 환산 위험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2008년과 같이 원화 환율이 급등한 시점에는 원화 가치로 환산한 외화부채 규모가 이전에 비해 훨씬 커져 부채 비율을 대폭 높이는 등 재무 구조를 급속히 악화시킬 수 있다. 높아진 환율이 그대로 유지되는 상태에서 외화부채의 만기나 이자 지급 등 자금 결제 시점이 도래하면 환산 위험은 대규모 거래 위험으로 변해 현금 흐름을 악화시키게 된다.
 
 
Ⅴ. 맺음말 
 
 
최근 환율이 하향 안정세로 돌아서고 변동성도 줄어들면서 대규모 외환관련 손실이 발생할 우려는 작아졌다. 오히려 환율이 꾸준히 하락한다면 외화자산을 부채보다 많이 보유한 기업들은 환산 수익까지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의 환위험 발생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단언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환율변동이 기업 수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보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첫째, 환율 급변의 우려가 상존한다는 점이다. 국내 금융시장의 대외 개방도가 높아지고 있고 해외자본의 자유로운 유출입도 늘어나 차후에도 대규모 해외자본 유출입에 의한 환율의 급등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둘째, 높은 대외 의존도라는 한국 경제의 특징이 쉽게 바뀌기 힘들다는 점이다. 대외 의존도가 큰 만큼, 기업들의 외환 거래 규모도 꾸준히 늘어날 수 밖에 없어 환위험에 대한 노출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경쟁국 통화의 가치 변화가 한국 기업의 경쟁력과 실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한일간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전자, 기계, 자동차 등의 양국간 실적 차이를 들 수 있다. 지난해 이후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 엔고와 원저가 동시에 발생한 결과 일본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한국 수출 기업의 실적은 최근 향상된 반면 일본 기업들은 실적 악화와 시장 점유율 하락을 경험한 것이다.
 
환위험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의 환위험 관리 능력은 대외 무역 규모나 확장 속도에 비해 아직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2008년말 정부에서 환율 영향을 축소할 수 있도록 회계 처리 기준을 일부 변경했는데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외환 관련 순손실 규모가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잠식한 결과를 보면 한국 기업들의 환위험 관리 능력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2008년 환율 급변이란 동일한 상황 속에서 산업간 외환 관련 손실률의 격차가 확대되었을 뿐더러, 동일 산업에 속한 기업간에도 격차가 커진 점은 개별 기업들의 환위험 관리 능력이 경영 성과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안정적인 성과를 유지함으로써 장기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앞으로 환위험 관리 능력 강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체계적으로 환위험 관리 능력을 육성, 배양하고 조직내에 자연스럽게 체화시켜 일상적인 경영 활동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기업 내부의 환위험 노출 현황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환위험의 발생 원인을 제거하거나 노출도를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해결책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환위험 관리 방안으로는 금융상품을 활용하는 것 외에 기업 자체적인 재무적인 대응과 사업전략적 대응이 모두 가능할 것이다.  
 
환위험은 기업의 본원적인 영업 활동의 성과를 헛되이 만들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 요인이다. 장기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기업들에게 환위험 관리 능력은 필수적인 역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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